연일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아침저녁으로 걷기와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처럼 가벼운 신체활동은 건강과 몸의 활기를 북돋아 주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리한 보행이나 운동으로 몸에 무리가 생겨 병원을 찾는 이들도 따라서 증가하고 있다.
이때 조심해야 할 질환 중 하나가 족부(발)에 발생하는 ‘족저근막염’이다. 족저근막은 종골(발뒤꿈치뼈)부터 발바닥 근육을 감싸고 발바닥 아치(arch)를 유지해 주는 단단한 섬유막으로, 몸을 지탱하고 충격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족저근막염은 오래 걷기 등으로 족저근막에 무리가 가면서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운동선수들에게서 많이 발병하지만, 최근에는 하이힐이나 굽이 낮은 신발, 딱딱한 구두를 자주 신는 일반인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중장년 사이에 유행 중인 맨발 걷기도 문제다. 푹신한 깔창으로 발을 보호하는 신발 없이 딱딱한 흙 바닥을 밟는 것은 발에 무리를 줘 족저근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 맨발 걷기를 즐기고 싶다면 지자체에서 발 건강을 고려해 조성한 지역을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걸을 때 충격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김민욱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족저근막염의 증상은 서서히 발생하는데 아침에 일어난 직후 처음 몇 발자국 디딜 때 발뒤꿈치 부위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다 점차 걸음을 걷다 보면 통증이 줄어드는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초기엔 약물치료·스트레칭으로 호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족저근막염(발바닥근막성 섬유종증) 환자는 2022년 27만1850명으로 2012년 13만8583명 대비 10년간 약 2배 증가했다. 평균 발병 연령은 45세 내외, 여성이 남성에 비해 2배가량 잘 발생한다.
진단은 초음파 검사로 가능하다. 근막이 파열되면 그 부위가 부어올라 두께가 두꺼워진다. 치료는 환자의 90% 이상이 보존적 치료로 회복된다. 수술적 치료는 거의 필요 없다.
족저근막염은 보통 족저근막이 밤사이 수축돼 있다가 아침에 급격히 이완되면서 통증이 발생하는데, 보조기를 사용해 밤사이 족저근막을 이완된 상태로 유지 시켜주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보조기를 착용한 지 1주일 정도 지나면 증상이 줄어든다. 2~3개월은 꾸준히 착용해야 완치할 수 있다. 또 치료 시 족저근막과 아킬레스건을 효과적으로 늘려주는 스트레칭을 함께 하면 도움이 된다.
부종이 동반된 급성기에는 약물치료인 소염진통제를 사용한다. 이때 증상에 호전이 없다면 통증 부위에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할 수 있다. 다만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는 족저근막의 파열을 더 악화시키거나 발바닥 뒤꿈치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지방 패드를 녹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김민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족저근막염 초기 단계에는 약물치료와 스트레칭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지만, 보통 즉각적인 호전이 아닌 6개월 이상의 보존적 치료를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환자의 참을성과 꾸준함이 중요하다”며 “특히 족저근막염은 증상이 오래될수록 치료 성공률이 낮아진다. 증상이 의심될 때는 가능한 빨리 재활의학과나 정형외과 진료를 받고 조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습관 교정이나 주사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만성 환자는 체외충격파 치료(ESWT)를 통해 염증조직을 회복시켜 치료할 수 있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기기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세포막에 물리적 변화를 유발, 새로운 혈관을 생성해 석회화를 재흡수시키고 혈액 공급을 증가시켜 손상된 조직의 재생을 촉진하는 원리다. 이를 통해 염증을 감소시키고 주변 조직과 뼈 회복을 활성화해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을 가져온다. 또 충격파를 염증이 있는 족저근막에 가해 통증을 느끼는 신경세포를 자극, 통증에 대한 신경의 민감도를 떨어뜨리고 통증을 완화한다. 특히 새로운 혈관을 생성시켜 이미 손상된 족저근막의 치료를 도와 많은 시간이나 수술 없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김민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체외충격파는 기존의 물리치료, 약물, 주사 등의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족저근막염 외 근골격계 환자들에게도 추천되는 비수술적이고 안전한 치료방법이다”며 “특히 회전근개 병변, 석회성 건염, 테니스엘보나 골프엘보, 만성 허리통증, 아킬레스건염, 퇴행성관절염, 연골연화증 등 근골격계 질환이 만성적으로 지속하거나 골절 부위의 불유합, 림프 부종, 뇌졸중 환자의 경직, 욕창이 있는 환자에서도 적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리한 운동 피하고 적정 체중 유지
족저근막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족저근막에 과도한 긴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서 있거나 걷는 것을 가능한 줄이고, 비만이거나 최근 급속한 체중 증가가 있다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 따뜻한 족욕은 혈액순환을 도와 족저근막염 예방과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적절한 신발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꽉 끼는 신발은 피한다. 뒷굽이 너무 낮거나 바닥이 딱딱한 신발도 좋지 않다. 여성의 경우 하이힐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김민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구두를 오래 신으면 보통 발뒤축의 바깥쪽이 먼저 닳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닳은 구두를 오랫동안 신게 되면 발바닥에서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면서 족저근막염이 발생하고 악화할 수 있다”며 “이때는 구두 뒷굽을 새로 교체해주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의 두 번째 시즌이 최근 인기리에 종영했다. 시청자들의 운동 욕구를 자극했는데, 실제 프로그램의 퀘스트(단계별 미션)를 따라 달리기나 스쿼트를 하는 챌린지 영상을 SNS에 인증하는 이벤트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의욕만 앞서 참가자들을 무작정 따라 하다간 쉽게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도현 자생한방병원 원장의 도움말로 부상 없이 강인한 육체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무동력 트레드밀 달리기…‘햄스트링’ 부상 주의해야
가장 화제가 된 퀘스트는 단연 ‘무동력 트레드밀 달리기’였다. 참가자들은 22분을 10분, 7분, 5분으로 총 3번에 나눠 달리며 심폐지구력을 경쟁했다. 그 결과 상위 10%에 들기 위해선 5km 이상을 달려야 했고 1등은 무려 5472m를 주파했다.
달리기는 심폐지구력을 측정하고 향상하는 데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운동 중 하나다. 비싼 장비나 특별한 훈련이 필요 없어 초심자에게도 추천된다. 하지만 달리기를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달릴 때의 충격이 무릎과 발목으로 향하는 만큼 족부와 하체 부상이 잦기 때문이다. 특히 갑작스럽게 뛰거나 운동 강도가 높아질 경우 허벅지 뒤쪽에 위치한 근육인 햄스트링에 부담이 누적되기 쉬운데, 실제 프로그램에서도 햄스트링에 이상을 느껴 달리기를 포기한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햄스트링은 동작을 멈추거나 방향을 전환하는 역할을 하기에 손상될 경우 간단한 보행에도 통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운동 전·후로 햄스트링을 충분히 풀어 부상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자나 벤치 등 엉덩이를 걸칠 공간만 있다면 손쉽게 스트레칭이 가능하다. 앉은 상태에서 왼쪽 무릎은 90도, 오른 다리는 일자로 뻗은 뒤 발뒤꿈치로 바닥을 딛는다. 이후 상체를 숙여 햄스트링을 천천히 이완시킨다. 약 10초 동안 유지한 다음 원래 자세로 돌아와 다리를 바꾼다. 해당 동작을 좌우 3회씩 반복한다.
강도현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햄스트링 부상은 유명 스포츠 선수들도 장기간 결장시킬 만큼 심각하게 발전하기도 하는 질환”이라며 “허벅지 뒤쪽 통증과 함께 햄스트링 부위가 붓거나 저리지는 않는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중량 근력운동...’허리디스크’ 발생 위험 높여
심폐지구력이 높더라도 강한 근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이를 보여준 퀘스트는 ‘광산 운송 전’으로, 참가자들은 바퀴가 달린 광차에 40kg 모래주머니 수십 개를 싣고 목표 지점으로 돌아와야 했다. 전신의 근력을 순간적으로 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한 참가자는 한 번에 모래주머니 30개를 전부 실은 약 1.2t 무게의 광차를 밀어 주목받기도 했다.
경기 중 급한 마음에 허리와 팔 힘으로 모래주머니를 들어 올리며 힘들어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는데, 이처럼 무거운 물체를 반복적으로 어깨높이까지 올리는 일은 허리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는 일이다. 척추에 순간적으로 강한 힘이 실려 ‘허리디스크’가 손상될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무릎을 굽혀 몸쪽으로 끌어당긴 후에 허리를 들어올리기보다 무릎을 펴는 방식으로 일어서야 상대적으로 힘을 덜 사용하면서도 척추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만약 중량 운동 중 쑤시는 듯한 허리 통증과 엉덩이, 다리 등의 저림 증상이 동반된다면 즉시 운동을 멈추고 진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한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의 한의통합치료를 통해 척추의 기능 회복과 근본적인 치료에 집중한다. 특히 이달 말부터는 첩약(한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통해 허리디스크 한약에 대한 환자 본인 부담률이 최대 30%까지 낮아져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한 스쿼트’…올바른 방법 알아야 슬개골 부상 예방할 수 있어
결승전에서는 ‘무한 스쿼트’라는 퀘스트가 등장했다. 스쿼트는 많이 알려진 기본적인 운동 중 하나지만 무턱대고 주저앉는 운동이 절대 아니다. 앉을 때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과하게 쏠리면 무릎으로 하중이 집중되는 탓에 연골에 손상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스쿼트로 인해 다발하는 근골격계 질환으로는 ‘슬개골연골연화증'을 꼽을 수 있다. 슬개골은 무릎 앞쪽에서 관절을 보호하는 동그란 뼈를 말하는데, 이곳을 덮고 있는 연골이 단단함을 잃고 약해지는 질환을 슬개골연골연화증이라 부른다. 무릎에 충격이 지속해 가해지는 운동 외에도 외부의 강한 충격, 무릎 꿇고 앉는 자세 습관 등이 슬개골 연골의 마모를 촉진하는 주요 원인이다. 만약 무릎을 굽히고 펼 때마다 ‘뚜둑’하는 소리와 함께 뻑뻑한 통증이 느껴지거나 무릎이 자주 붓는다면 해당 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강도현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어릴 적 TV 속 멋진 액션 장면들을 따라 하다 크게 다치거나 위험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라며 “참가자들의 강인한 모습은 절대 하루 이틀 만에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명심하고 건강 관리에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5년 60세 이상이라면 누구든 입주할 수 있는 분양형 실버타운을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경로당에 식사를 지원하고 요양병원 간병 지원을 제도화하는 등 노인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대비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주제로 22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노인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대비할 관련 정책을 밝혔다.
분양형 실버타운 재도입과 장기임대주택 도입
정부는 지난 2015년 폐지됐던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을 다시 도입한다. 현재 노인복지주택은 임대만 가능하지만, 이후 노인복지법 개정 등을 통해 인구 감소지역 89곳에 한해 분양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또한 기존에 있던 ‘독립된 생활이 가능한 자’라는 자격 요건을 폐지해 60세 이상이라면 누구든 입소할 수 있게 된다.
주택연금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기존에는 실버타운에 입주하면 주택연금을 받을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예외를 허용한다.
위탁 운영 요건도 완화한다. 기존에는 노인복지주택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어야 위탁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요건을 없애 앞으로는 호텔, 요식업체, 보험사, 리츠사, 장기요양기관 등 여러 기관이 운영할 수 있게 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이 고령자를 위해 공급하고 있는 ‘고령자복지주택’은 기존 연간 1000가구에서 3000가구 규모로 확대한다. 리모델링형, 민간제안형 등을 신설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추첨제를 일부 도입해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도록 한다.
국토부는 고령자 대상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실버스테이’를 시범사업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고령친화적으로 설계하고 복지관 등 공동시설을 설치하는 대신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특례 등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신도시를 개발한다면 택지의 일정 비율을 노인 주거 지역 부지로 제공해 어르신 친화 주택 공급도 늘릴 방침이다.
요양병원 간병 지원 제도화와 치매 주치의 도입
이달부터는 요양병원 간병 지원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이를 바탕으로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제도화할 계획이다.
간병인 관리·운영에 관한 표준 지침과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간병 서비스 시장 질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 기관 관리 기준 마련 및 등록제 도입도 추진한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대상자는 올해 230만 명에서 2027년 400만 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또한 ‘재택 의료센터’를 현재 95개에서 2027년 250개로 늘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한 재택 의료 활성화를 유도한다. 중증환자의 방문 진료 본인 부담금도 현행 약 3만 8000원에서 절반 수준인 1만 9000원까지 낮출 예정이다.
어르신들이 집에서도 장기 요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중증 환자의 ‘재가 요양급여’도 늘린다. 중증도 1등급 기준 189만 원에서 207만 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요양·목욕·간호 등 방문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통합재가기관도 현재 75개에서 1400개로 늘린다.
올해 7월에는 퇴원 환자들이 집에서 간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재택간호통합센터’를 도입한다.
같은 달 ‘치매 관리주치의’ 시범사업도 시행한다. 치매부터 건강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이다. 올해는 치매 어르신 실종 예방을 위한 휴대용 신원확인 시스템도 운영한다.
더불어 치매 어르신이 집과 같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유니트 케어’ 시범사업도 올해 하반기 시행할 예정이다.
경로당 식사 제공부터 노인 건강까지
생활 속 어르신 지원도 늘어난다. 우리나라 경로당은 6만 8223개로 이 중 42%가 평균 주3.6일의 식사를 제공한다. 정부는 경로당·경로 식당 지원으로 올해부터 식사 제공 횟수를 늘려 최종적으로 매일 식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조리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경로당 4만 개에 대해서는 시설 확충 방안을 마련하고, 안전관리자도 배치한다.
이 외에 아파트나 일반 거주지의 남는 공간을 활용해 본인이 부담하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 등 유인 정책을 통해 식사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노인 안전을 위해서는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올해 상반기 전체 독거노인으로 확대하고, 2025년부터는 노인 학대 신고 의무 직군을 12개에서 18개로 늘린다.
어르신 건강을 위한 생활 여건 조성에도 나선다. ‘시니어 친화형 국민체육센터’를 확대하고, 파크골프 활성화, 어르신 생활체육지도사 배치 지원 사업, 어르신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 어르신 맞춤형 운동 정보 홍보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성생활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권리가 있다지만, 노인은 예외다. 성생활은 둘째치고 연애도 하기 쉽지 않다. 우리 사회는 노인을 ‘무욕의 존재’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나랑 연애하고 갈래요? 잘해드릴게”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박카스 아줌마 역할을 맡은 배우 윤여정의 대사다. 고령자 성매매의 대표적인 예가 ‘박카스 아줌마’다. 고령 남성이 많이 모여 있는 공원 등에서 박카스나 커피를 주며 성매매를 제안하는 고령 여성들을 일컫는 말이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를 비롯해 KNN 다큐멘터리 ‘노인의 그늘’, 연극 ‘낙원상가’ 등이 이런 현상을 조명하기도 했다. 어째서 노인들은 숨어서 욕구를 해결해야만 하는 걸까.
심리학과 상담학을 전공한 권신란 나다움질문연구소 소장은 용인 성폭력상담소에서 성 상담에 관한 공부를 하던 중 노인의 성생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이에 ‘노인의 성’이라는 책을 내면서 노인에게도 욕구는 당연하며, 올바른 성 문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를 만나 노인의 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남사스럽다’라지만 욕구는 있다
노인은 성에 대한 욕구가 정말 없을까? 2021년 대한임상노인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범석 국립재활원장이 발표한 ‘노인의 건강한 성생활’에 따르면 노인들은 왕성한 성생활을 하고 있었다. 60~64세는 84.6%, 65~69세는 69.4%, 75~79세는 58.4%, 80~84세는 36.8%가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노인에게 성생활에 관해 물으면 열에 아홉은 “아유 뭘 남사스럽게 그런 걸…”이라 말한다. 사회는 노인을 무욕의 대상으로 보고 노인들 스스로도 성에 대해 말하길 부끄러워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도 욕구는 있다.
문제는 그들이 성에 대해 이야기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권신란 소장은 ‘아내가 나를 거부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남편들의 하소연을 종종 듣는다. 권 소장은 노인 세대의 성에 관련된 문제가 대부분 성에 대한 올바르지 못한 생각이나 잘못된 지식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편견과 폐쇄성이 성매매로 이어지고, 성 질환에 노출되는 등 여러 문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노인 성범죄가 늘어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과거에는 성폭력 교육이 주로 이뤄졌어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그런 주제를 오히려 불편해하시더라고요. 그게 나중에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으로 이어졌는데요. 불과 몇 년 전 강의에 나갔을 때 ‘성인지가 어느 잡지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노인에게 정말 필요한 건 이런 게 아니에요. 아직도 피임 도구가 있는지 모르거나 자위 도구를 사용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노인의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잘못된 성 지식은 노인을 억압하는 기폭제가 된다. 자신은 이제 성적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버리거나, 욕구를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성에 관한 생각을 하는 것 자체를 불결하게 여기거나, 강제 금욕으로 스스로를 제약하기도 한다. 노인의 성생활이 더욱 음지로 파고드는 이유다.
슬기로운 노후 성생활
권신란 소장은 성생활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우리 사회는 성을 너무 단편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성에는 ‘섹스’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삶, 시대, 문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죠. 예를 들어 요즘 청소년들은 AI와도 섹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노인들은 이런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과거 우리는 성을 ‘생산’의 개념으로만 봤어요. 노인들은 그런 개념에 익숙한 세대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성 역할조차 바뀌잖아요? 그러니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 ‘문화’ 교육이 필요한 거예요.”
노년기에 성생활을 잘 이어가려면 무엇보다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삽입을 가정하면 노년기의 성관계는 남성의 발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나이 들수록 발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애무와 자극이 필요하다. 여성은 갱년기를 겪으면서 질 건조증, 성교 시 통증, 성 욕구 감소 등으로 성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남녀 모두 노년기에 성행위를 하는 데 불편한 지점이 생긴다는 것. 권 소장은 그럴수록 남성의 경우 남성 클리닉에 가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하고, 여성도 불편한 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성을 더 넓은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성에는 ‘삽입’만 있는 게 아니다. 주고받는 대화, 뽀뽀 등의 스킨십도 성생활에 해당한다. 결국 성생활이란 ‘온기’를 나누는 행위라는 걸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남녀 모두 신체 접촉만으로도 성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권신란 소장은 노인을 위한 성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이 무척 잘 되어 있다. 학교로 찾아가는 성 문화 버스도 있고, 청소년성문화센터도 있다. 자궁 체험, 피임용품, 성인용품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고, 도구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배운다. 성병 교육도 필수다. 하지만 노인들은 이런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어르신들은 윤활제가 있는지도 모르세요. 알아도 사용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아요. 그러니 자위 도구는 어떻겠어요. 어떤 자위 도구가 있는지도 모를뿐더러, 사용하면 몸 어딘가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성인용품점을 가본 노인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혼자 가기 부끄러워 부부가 함께 방문했다가, 외국어투성이인 기구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결국 콘돔만 사왔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대학교 성 문화 축제에서 나와 상대의 성기를 직접 만들어보고 콘돔을 사용해보는 행사를 했는데요. 편의점만 가도 콘돔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된 피임 도구임에도 사용법을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러니 어르신들은 어떻겠어요? 피임 도구나 성인용품뿐만이 아니에요. 월경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월경대 사용법을 알려주듯 노인 완경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지만, 그런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거든요. 성과 관련된 교육 기회를 다양하게 마련해주면 어떨까 싶어요. 아마 어르신들은 ‘아이고 민망해라’ 하시겠지만, 막상 해보면 즐겁게 체험하고 ‘좋았다’는 피드백을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청소년처럼 복지관, 노인병원, 경로당, 요양원 등 노인이 많은 곳에 찾아가는 성 문화 상담소나 성 문화 버스가 생긴다면 성에 대한 노인들의 이해도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성병 교육도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노인 성생활 실태조사’(2012)에 따르면 노인의 성병 감염 빈도는 36.9%로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성병에 걸리더라도 대부분 이를 숨기거나 병원에 가지 않는다. 권 소장은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 성병에 걸리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파트너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신란 소장은 더 많은 노인이 성에 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세대의 노인이 멘토와 멘티 관계가 되어 고민을 들어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수원에 있는 한 복지관에서는 노인분이 성 상담을 해주고 계시더라고요. 복지관 노인분들이 동아리를 만들어서 돌아가며 상담을 해주신대요. 무척 인상적이었죠. 노인의 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많아져야 안전하고 건강한 노후 성생활도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사회와의 관계를 놓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권 소장은 노인의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했다. 먼저 노인 대상 성매매는 매년 증가하는 독거노인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만큼, 이성을 만날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최근에는 노인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실버 카페, 콜라텍, 효도 미팅, 하루 커플 여행, 커플 취미 교실 등 다양한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여가 생활을 즐겨야 한다. 여가 활동은 노년기의 생활 만족도와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그런 맥락에서 자원봉사나 일을 하는 것도 좋다. 자원봉사는 은퇴 후 삶에서 적극적인 사회참여 계기가 된다. 통계청의 ‘이혼통계자료’에 따르면 노년기 이혼 사유 1위는 경제력 상실이었다. 따라서 일자리를 통해 건강과 노후 경제를 함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도 필요하다. 무료함과 외로움을 달래는 데 효과적이며, 성적 욕구를 해결하는 데 들어갈 에너지를 대화로 풀면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부라면 성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대화가 부부 사이 성관계에도 도움이 된다.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배우자가 없는 사람이라면 황혼 재혼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노인들은 여전히 성에 관심이 많고 성생활을 하고 싶어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사실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요. 복지관 등에서는 노인 성 문화를 바꿔가고자 하는 시도가 꾸준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노인의 성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는 선진국처럼, 우리 사회도 노인의 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어느새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이자 봄의 시작을 알려주는 경칩(驚蟄)이 임박했다. 경칩은 ‘숨어서 겨울잠을 자는 벌레, 개구리’(蟄) 등이 ‘놀라 깨어나는’(驚) 날을 뜻한다. ‘동의보감’에서도 동면하던 동물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기간으로 경칩을 언급하고 있다.
겨우내 굳었던 몸을 풀어내는 건 동물만이 아니다. 사람들도 3월이면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활동량이 증가한다. 문제는 오랜 기간 잘 사용하지 않았던 신체를 갑자기 많이 사용할 경우 관절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교차가 큰 요즘 갑작스런 외부 활동으로 추위에 노출되면 우리 몸의 혈관은 수축하게 되며, 이에 따라 관절 내부 압력이 높아진다. 동시에 관절액 분비가 더뎌지면 윤활 기능이 떨어져 관절 사이 마찰을 줄이지 못하고 염증이 발생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관절에 염증이 생기며 통증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오십견이 있다. 오십견의 정확한 명칭은 유착성 관절낭염이지만, 50대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는 어깨 질환이라는 의미로 오십견으로 불리고 있다. 또한 어깨가 얼어붙듯이 굳는다 하여 동결견이라고도 한다.
오십견은 어깨 관절을 주머니처럼 감싸고 있는 관절막이 퇴행 등으로 인해 변화하면서 발생한다. 정상적인 관절낭은 윤활액 덕분에 일정한 부피를 유지하지만 퇴행이 진행되면 주변 힘줄과 인대가 달라붙으면서 염증이 발생하고 부피가 감소한다. 이에 통증 또한 증가하고 팔을 들어 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가동 범위도 줄어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오십견 환자 중 50대 이상이 약 80%를 차지했다. 특히 3월 환자 수는 약 14만 명으로 연중 가장 많은 모습을 보였다. 종종 오십견을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오는 질환’ 정도로 가볍게 여겨 관리에 소홀한 환자들이 있다. 하지만 앞선 통계에 따르면 비교적 젊은 층에 속하는 40대 환자 비중도 13%에 달한다. 오십견은 방치할 경우 환자에 따라 수년 동안 통증이 지속되고, 심할 경우 줄어든 어깨 가동 범위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할 수 있어 조기에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심각한 중증의 경우 수술 등 침습적인 치료를 실시하기도 하지만, 오십견은 보존 치료로도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침 치료 등 보존 치료에 특화된 한방 통합 치료를 활용해 오십견을 치료한다.
견우혈(肩髃穴)등 어깨 관련 주요 혈자리에 실시하는 침 치료는 근육 등 조직의 긴장을 풀어내 통증을 완화한다.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 치료는 빠른 염증 제거에 효과적이다. 더불어 환자의 체질에 맞춘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근육 및 인대 강화에 도움을 준다.
특히 어깨 움직임이 어려운 중증 환자에게는 응급 침술인 동작침법(MSAT)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운동 기능을 회복시킨다. 동작침법은 어깨 주요 혈자리에 침을 놓은 채 한의사가 환자의 어깨 움직임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동작침법과 한방 통합 치료의 효과성은 SCI(E)급 국제학술지 ‘탐구’(EXPLORE)에 소개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의 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과 한방 통합 치료를 병행한 환자의 어깨 가동 범위 개선 효과가 한방 통합 치료만 받은 환자에 비해 두 배 이상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갑작스러운 어깨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 겨우내 움직임이 적었다면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조금씩 깨워주는 것이 안전하다. 만물이 태동하는 계절이 오고 있으니 내 어깨도 세심하게 관리하고 건강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건강검진 중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다면, 전날 식사도 못 하고 과량의 장 정결제를 마셔야 하기에 매우 고통스럽다. 검사 후 용종을 몇 개 제거했다는 결과를 들으면, ‘혹시 대장암이 진행된 것은 아닐까?’ ‘용종을 제거했으니 괜찮은 것일까?’ 등의 두려움과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대장암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안병규 한양대학교 외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보건복지부의 국가암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새롭게 발생한 대장암 환자는 2만 7877명으로 갑상선암, 폐암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사망률 역시 폐암, 간암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안병규 교수는 “대장암은 지난 10년간 증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어 앞으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장암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 음식 및 식습관, 생활환경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졌다. 전체 대장암의 약 90~95%는 대장 점막 세포의 유전자 변이에 의해 생겨난 용종이 오랜 시간 유전자 변이와 환경적 요인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암으로 진행되는 산발성 대장암이다. 유전성 대장암은 전체 대장의 5~10% 정도이며,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FAP),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HNPCC)이 여기에 속한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용종을 진단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50대 이상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를 3~5년마다 받을 것을 권고한다. 다만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40대 이전부터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Q. 중장년 시기에 대장암 유병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전체 대장암의 약 90~95%를 차지하는 산발성 대장암은 아무래도 젊은 나이보다 중장년층에서 발생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특히 여성에 비해 남성의 대장암 빈도가 높은 것은 음주, 흡연, 식이습관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장년층 남성의 경우 회식이 잦고 육류 섭취 및 음주, 흡연을 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높은 발병률과 관련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Q. 대장내시경의 궁극적인 목적, 용종과 대장암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A. 대부분의 대장암은 작은 용종에서 시작되나 모든 용종이 대장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용종은 선종성 용종으로, 대장암의 80~90% 이상은 선종성 용종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용종이 대장의 가장 안쪽 점막층에서 발생해 점점 자라면서 다양한 유전자 변이 과정을 거쳐 암으로 변하는데, 일단 암으로 변하면 대장 벽을 뚫고 점점 깊이 침투해 들어갑니다. 그래서 용종을 대장암의 씨앗이라고 부르며, 대장내시경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제거하면 암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용종은 대장의 어느 부위에서든 또 생겨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대장내시경을 자주 하면 천공과 출혈 발생이라는 부작용이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A. 최근에는 45세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고하고 있으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 좀 더 짧은 주기로 대장내시경을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대장내시경 과정에서 천공과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으나, 이는 대장내시경을 자주 해서 발생한다기보다는 용종을 절제하거나 장 유착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것이 걱정되어 대장내시경을 미루어서는 안 됩니다. 즉 대장암 전문의와 상담하여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주기로 대장내시경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초기 대장암 환자는 증세를 자각하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고 봤습니다. 어떠한 증상이 나타나면 대장암을 의심하는 것이 좋을까요?
A. 대장암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됐다고 봅니다. 대장암 증상은 전신에 나타나는 증상과 국소 증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신 증상으로는 체중 감소, 피로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이 있습니다. 국소 증상은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른쪽 대장암은 위치가 항문에서 제법 멀기 때문에 흑색 변을 보게 되며 빈혈이 나타납니다. 또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암이 크게 자라배에서 혹이 만져지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반면 왼쪽 대장암은 오른쪽에 비해 직경이 좁기 때문에 암이 조금만 자라나더라도 장이 막히는 경우가 많아 장 폐색, 변비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선홍색에 가까운 혈변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암은 선홍색 혈변, 잔변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변이 가늘어지거나 자주 보는 등의 증상을 흔히 보입니다.
Q. 대장암 수술 후 장루(인공항문)를 필수로 착용해야만 하나요?
A. 장루는 필수로 하는 것은 아니며, 크게 폐쇄성 대장암과 직장암 수술의 경우 필요합니다. 폐쇄성 대장암의 경우 수술 전 장 정결을 할 수 없어 절제한 장을 연결하지 못하거나, 연결하더라도 문합부 누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장암 수술은 연결 부위가 항문에서 너무 가깝거나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우, 장 문합 부위 누출 가능성이 높아 장루를 만들어주면 합병증을 줄이고 환자가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영구 장루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일시적으로 장루를 사용하다가 회복되면 복원이 가능합니다.
Q. 대장암 예방에 도움 되는 음식과 생활 습관에는 무엇이 있나요?
A. 하루 필요한 양의 적정한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섭취를 권장합니다. 양질의 식이섬유 섭취와, 하루 1.5리터 이상의 충분한 물을 마시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고칼로리 식이와 음료, 다량의 붉은색 육류와 동물성 지방 섭취는 제한해야 합니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또한 중요하며, 금연을 하고 과음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도움말 안병규 한양대학교 외과 교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024 KB 부동산 보고서: 2024년 주택시장 진단과 전망’을 통해 2024년 주택 시장의 3대 변수로 공급, 금리, 정책을 꼽고 향후 부동산 시장 방향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세 변수 모두 시장에 영향을 줄 요소이지만, 그중에서도 금리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부동산시장 전문가와 공인중개사, 자산관리전문가(PB)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시장전문가의 74%, 공인중개사·PB의 각 79%가 ‘2024년 주택 매매 가격 하락’을 전망했다.
이유로는 ‘높은 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이 꼽혔다. 주택 매매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이에 영향을 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도 ‘금리’가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2024년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이 2022~2023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봤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설문을 바탕으로 “주택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2024년에도 주택 거래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비수도권에서 매수 수요가 위축돼 거래량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전문가(50%), 공인중개사(59%) 모두 2024년이 주택 매매 시장 경기 최저점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세 시장에 대해서는 2024년이 경기 최저점일 것이라는 예상이 가장 많았으나 2023년이 최저점이었다는 응답도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주택 경기 회복을 위해 필요한 핵심 정책으로는 ‘금리 인하’가 꼽혔다. 다음으로 대출 지원 및 규제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현재 주택시장 침체가 수요 감소에 따른 영향이 커 수요 회복 여부가 향후 시장 흐름을 결정할 핵심 요인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국내외 경기 여건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지만, 가계 부채 문제도 있기 때문에 금융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실수요자 지원을 위한 정책 금융 공급은 주택 수요 회복에 일정 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반적으로 주택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하 여부 및 시기와 정부 정책 등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뽑은 주택시장 7대 이슈를 통해 2024년 주택 시장 전망을 더 깊게 들여다보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뽑은 주택시장 7대 이슈
1. 역대 최저 주택 거래, 회복세 제한적일 것
주택 매매 거래는 2023년 소폭 회복되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거래 위축이 된 가장 큰 원인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기대 심리 차이인데,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이후 거래 침체 현상은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전반적인 회복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2. 급격한 주택공급 감소, 정책 효과는 미지수
분양 물량이 급감하면서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기반이 되는 인허가 물량까지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광주를 제외한 전국 지역에서 분양 물량이 감소했고, 그중 대구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청약 수요도 줄어 비수도권 분양 위축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2023년 9월 정부가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공급 정책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공급 대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3.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으로 속도 내는 재건축, 장기 효과 기대
재건축 시장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것이 현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다. 해당 법안은 2024년 4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후 재정비 사업 진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재건축 사업 여건이 크게 개선 됐지만, 단기간에 재건축 시장이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주택 경기 여건이 좋지 않고 공사비가 올라 사업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재건축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주택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 아파트로 몰린 전세 수요, 가격 상승할지도
전세 시장 전반적으로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위축된 모습이다. 특히 수도권 빌라 시장을 중심으로 전세 사기 등이 이어지면서 더욱 위축되고 있다. 다만 아파트의 전세 시장의 경우 수도권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였다가 최근 다시 주춤하고 있다. 전국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수도권 전세 가격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가한 전세수요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파트로 집중되고 있으며, 2024년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5. 주택 시장서 영향력 큰 금리, 인하할까?
최근 몇 년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 매매 거래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고,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로 매물은 증가하는 추세다. 금리는 수요 위축, 매물 증가 등의 최근 주택시장 상황을 설명하는 주요 요인이므로, 전문가들은 2024년 시장 금리 하락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물가 상승 등으로 가계 부담도 높아졌기 때문에 현 수준의 금리가 유지된다면 매수세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리 하락 시기와 폭이 2024년 주택시장 매수 심리 회복의 중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대출 제한이 커질 수 있어 단기간에 시장 상황을 반전시킬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 주택 경기 위축에도 늘어나는 주택담보대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등으로 2023년 2분기부터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빠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2024년에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지속될지는 주택 매매 거래량의 향방이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가계 부채 관리와 정책 금융 공급 방향이 주택담보대출 변동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계 부채 수준에 따라 정부 정책 추진에도 영향이 있기 때문에, 가계 부채 문제 역시 2024년 주택 시장의 주요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7.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 기조와 완화 폭이 핵심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주택 매매시장이 위축되자 정부는 주택시장 경착륙 방지를 위한 규제 완화 대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2024년 정부의 주택 정책 초점은 공급 시장에 집중될 것이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주택 인허가 감소, 분양 물량 감소 등 공급 부족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도 빠르게 상승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택 공급 시장은 위축되고 있으며, 부동산 PF 리스크 불안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건설사와 PF 관련 금융권 부실 문제, 물량 공급 감소 문제는 2024년에도 주택 시장에서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기조는 이어지겠지만, 그 강도에 대한 고민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1인 가구를 위한 공유주택을 공급한다. 주변 원룸 시세 50~70% 수준 임대료로, 최장 6~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개정된 ‘임대형 기숙사’ 제도를 활용해 1인 가구를 위한 공유주택(안심특‘집’) 공급에 나선다고 26일 밝혔다. 올해 하반기 행정 절차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돌입할 예정이다.
시는 갈수록 가구가 다분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1인 가구가 급격히 늘고 있는 점에 주목, 가족 단위에서 벗어난 새로운 주거유형이 필요하다 보고 공유주택을 준비해 왔다. 지난해 9월, 기숙사로 임대주택 사업이 가능하게끔 법이 개정되면서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1인 가구가 더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용도지역 상향․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 1인 가구를 위한 공유주택을 활발히 공급해 나갈 계획이다.
1인 가구 공유주택은 개인 생활에 꼭 필요한 ‘주거 공간’과 ‘공유 공간’이 제공된다. 주거 공간에 대한 임대료는 주변 원룸 시세의 50~70% 수준이다. 그 밖의 공유 공간은 입주자가 선택해 사용한 만큼만 부과해 주거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주거 가능 기간은 청년(만 19~39세) 1인 가구 6년까지, 만 40세 이상 중장년은 10년까지다. 어르신의 경우 부부(2인 가구)도 입주 가능하다. 또 임대보증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임대사업자 주택임대관리업 등록도 의무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입주자에게 양도소득세 감면, 종합부동산 합산 배제 등 세제 혜택을 지원한다.
공유 공간은 △주방·식당·세탁실·운동시설 등 ‘기본생활공간’ △택배 보관실·입주자지원센터 등 ‘생활지원시설’ △작은 도서관, 회의실 등 ‘커뮤니티공간’ △게임존·펫 샤워장·공연장 등 ‘특화공간(2개소 이상)’ 등 입주자 특성 등에 맞춰 총 4가지 유형으로 조성된다.
통근․통학․통원 등 입주자가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반 시설이 충분히 형성된 곳에 공급한다. 역세권(역으로부터 350m 이내), 간선도로변(50m 이내), 의료시설 인근(병원 350m 이내)을 아울러 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시는 청년뿐 아니라 어르신 또는 어르신 부부에게도 공급될 수 있는 만큼 대상지 요건에 의료시설까지 포함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서울 시내 다섯 집 중 두 집이 1인 가구일 것으로 예상되는 30년까지 5년여밖에 남지 않아 1인 가구를 위한 주거지원 방안이 꼭 마련돼야 할 시점”이라며 “1인 가구를 위해 좋은 입지·공간·임대료, ‘삼박자’가 갖춰진 공유주택을 빠르게 공급해 1인 가구의 안정적인 주거를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자생한방병원 이진호 병원장이 ‘초고령시대, 통합의료의 미래’ 세미나에 참석해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한의치료 현황을 발표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통합의료 단계적 보장성 강화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세미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과 대한노년근골격의학회(회장권순용)가 주최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필수의료 부족, 지역 의료 불균형 등의 문제들을 논의하고 통합의료를 중심으로 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통합의료’란 더욱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치료를 위해 현대의학과 한의학 등 여러 의학 체계가 상호 협력· 보완하는 의료로 공감대를 이뤘다. 특히 수술이나 약물치료가 어려운 고령의 환자들에게 큰 효과를 보이며, 안전성을 입증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발표에 나선 이진호 병원장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과 한의통합치료의 기전을 설명하고, 한의사·의사 협진 사례를 통해 초고령시대 통합의료의 필요성을 조명했다. 또한 진료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 ‘의료진 간 상호 이해 부족과 통합의료의 보장성 미비’라고 답하며, 환자 접근성 강화를 위한 통합의료 보장성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진호 병원장은 “통합의료의 보장성 확보를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은 치료의 질 향상”이라며 “초고령사회를 맞아 다학제 등 통합의료를 통한 시너지 창출 노력에 건강보험, 실손보험 등의 보장성 검토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전남대학교 박상철 연구석좌교수의 격려사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윤사중 교수의 특별강연을 시작으로 참석 패널들의 활발한 토의가 이뤄졌다. 좌장을 맡은 대한노년근골격의학회 권순용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초고령사회 의·한방통합의료의 적극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했으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홍석 교수,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김광균 교수, 한의학연구원 이진용 원장, 부산대학교 신병철 한의학전문대학원장, 법무법인 율촌 정상태 변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에 대한 고견을 나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우연히 찾은 산에서 병마를 씻어냈다. 그렇게 산과 사랑에 빠졌다. 오세옥 씨의 이야기다. 한동안 힐링을 준 산에서 노년의 꿈까지 만났다. 안전산행지원단에게 받은 도움을 돌려주기 위해 4개월 넘게 구애한 오 씨. 그는 이제 산으로 출근한다.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한 해의 끝자락. 투박한 등산화가 무거워 보일 정도로 가녀린 여성이 씩씩하게 북한산국립공원 수유분소를 향해 걸어 내려왔다. 작은 체구에 속아서는 안 된다. 안전산행지원단 내 ‘끈질긴 집념’으로 유명한 오세옥 씨다. 수혜자로 도움을 받다 참여자가 된 그를 두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 북부캠퍼스 안전산행지원단 담당자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추가 합격 없냐는 전화를 몇 번이나 받았는지 몰라요. 저를 참 곤란하게 한 분이죠!”
예비 4번의 무한도전
전업주부로 오랜 시간 살림을 도맡아온 오세옥 씨는 한때 2개월가량 병원 신세를 질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다. 심신이 피폐해진 그에게 위로가 된 건 다름 아닌 산. 등산만 하면 생기가 돌았고, 자연스럽게 병원을 드나드는 횟수도 줄었다. 그 후로 오 씨는 산에 매료됐다. “아프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활기가 넘치더라고요. 기분이 좋으니까 가족들한테도 잘하게 되고요. 좋은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산이 인생을 치유해주는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어요.”
오세옥 씨는 집에서 가까운 도봉산을 매일같이 다녔다.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 참여로 도봉산 환경을 보호하는 봉사활동도 했다. 안전산행지원단을 만난 것도 도봉산에서다. 환경보호 활동, 안전설비 점검 등을 주로 해오던 안전산행지원단은 2023년부터 탐방객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오 씨도 그렇게 도움을 받았다. “여성, 노인, 외국인 등 초보 탐방객에게 하는 탐방로 안내 등 여러 지원이 인상적이었어요. 스틱 사용법, 등산화 매듭법도 배우고 나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산을 그렇게 많이 다녔어도 다 제 맘대로였거든요. 제대로 알고 나니 필요성을 더 느꼈어요.”
팀으로 움직이며 체계적으로 활동하는 안전산행지원단을 접할 기회가 늘면서 오 씨 마음에는 새로운 꿈이 자리 잡았다. 도움을 받는 수혜자에서 도움을 주는 참여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안전산행지원단 이미지가 좋았어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보수교육, 전체회의 등 관리와 활동도 마음에 들어서 지원하게 됐죠. 결과는… 예비 4번이었어요.”
활동하지 못하는 동안 오세옥 씨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틈만 나면 담당자에게 연락해 추가로 들어갈 자리가 있는지 물었다. 장장 4개월여 동안 그렇게 집념을 보였다.
산 애호가에서 산 전도사로
“예비 4번이면 기회가 안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인기가 높은 편이라서요. 그런데 마침 자리가 난 거예요.” 서울시50플러스재단 안전산행지원단 담당자의 말이다. 오세옥 씨는 활동을 시작한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9월 15일부터예요. 4개월을 기다린 끝에 추가 합격했어요. 활동한 지 얼마 안 돼 아직 낯설지만 팀원들 모두 좋아서 재밌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전산행지원단은 북한산국립공원 6개 분소(산성, 구기, 정릉, 수유, 우이, 도봉)에 40명이 배치돼 활동하고 있다. 오 씨는 집 인근 도봉, 우이분소에서 다소 먼 수유분소에 배정됐지만 마냥 즐겁다고 했다.
참여자로 활동하는 사이 재밌는 경험도 했다. “한 탐방객이 산행 도중 빈병을 길에 버리고는 발로 차 숲속에 숨기는 걸 보고 제가 얼른 주웠어요. 그랬더니 ‘왜 주우세요?’하고 묻더라고요. 안전산행지원단 참여자인 걸 알리고 주의를 주니까 그제야 무안해하며 빈 병을 배낭 속에 넣더군요. 이제 그분은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죠. 그렇게 생각하니 참 보람 있는 것 같아요.”
오세옥 씨는 산 전도사로 거듭나고 있다. 규칙적인 안전산행지원단 활동으로 힐링을 얻을수록 더욱더 강력하게 산을 권한다고 했다. “봉사하러 왔는데 사실 얻어 가는 게 더 많아요. 돈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좋아요.”
오 씨의 안전산행지원단 사랑은 계속될 예정이다. 또 한 번의 지원을 예고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이제 예비 번호는 받고 싶지 않아요. 바로 합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