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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를 장애아동과 행복하게, 일본의 이케노카와 유치원
- 이케노카와 유치원(池の川幼稚園)은 설립된 지 60년 됐다. 유치원을 운영하는 70대 원장님과 한 달에 한 번 봉사활동을 오는 60대와 70대 두 선생님이 있다. 유치원은 보통 어른들이 짜놓은 프로그램에 맞춰 아이들을 교육하고, 초등학교에 잘 적응하기 위해 준비하는 기관으로 생각한다. 이케노카와 유치원은 다르다. 세 명의 선생님이 아이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자 한 명 한 명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주의 깊게 관찰한다.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따뜻한 눈길로 보듬어주는 활동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이번 취재를 하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동료 교수에게 봉사활동을 권유받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아동교육학과 히라구치 나오미(原口なおみ, 67) 교수가 한 달에 한 번 봉사활동을 가는 유치원이 있는데 함께 가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히라구치 교수는 30년 넘게 여섯 곳의 유치원에서 구연동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케노카와 유치원은 그중에서도 가장 멋진 곳이라며 나를 초대했다. 10월 청명한 날씨에 도쿄에서 특급열차로 1시간 40분 달리면 나오는 히타치역(日立駅)에 내려서 다시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더 가니 유치원이 나왔다. 주택가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유치원은 오래된 목조 건물이어서 옛날 시골에 있던 초등학교 같아 친근하게 느껴졌다. 마당으로 들어서니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것 같은 조그마한 집 두 채가 나무 옆에 있고, 그 사이로 선생님과 뛰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참새들의 합창처럼 끊이지 않았다. 함박웃음을 머금으며 소에지마 유미코(副島由美子, 73) 원장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해 보육사 자격이 있었어요. 교육에 대해 특별히 공부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여기 이케노카와 유치원은 좀 남달랐어요. 장애를 가진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보육하는 환경을 보고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취업이 예정되어 있던 회사에 가지 않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이곳에서 근무했어요.” 이곳에서 근무한 지 50년이 넘었다는 소에지마 원장은 교실을 둘러보면서 일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유치원의 유래도 들려주었다. 원장의 어머님이 자택 부지에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유치원 히라구치 교수는 대부분의 유치원이 일본 사회의 상식을 의심하지 않고 빨리 어른이 되도록 강요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개인의 성장을 소중히 여기고, 놀이 속에서 자유롭게 성장한다’는 보육 목표를 세운 유치원이 많지만, 실제로는 ‘책을 읽을 때 등을 곧게 펴고 조용히 듣자’며 아이들에게 명령하고, 빡빡하게 짠 주간 계획 일정을 밀어붙이는 곳이 많다고 했다. 일본에는 은연중에 소수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다수 의견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문화가 있는데, 모두가 같은 일을 같은 방식과 동일한 속도로 처리하는 것이 ‘성장’이라는 동조 압력 같은 것이다. 대다수 유치원은 이런 일본 문화를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 곤란을 겪지 않도록 가르친다. “입 다물고 긴장한 상태를 유지하라는 건 아이들에게 아무것에도 감동받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이케노카와 유치원은 달라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을 키우는 교육을 하거든요. 장애가 있는 아이나 외국인 자녀와 관계를 맺으면서 어린이다운 도덕관과 윤리관이 형성돼요. 일본도 예전에는 마을 촌민들이 매일 밤 모닥불을 피우고 오랫동안 구전으로 내려오는 옛날이야기를 즐기던 때가 있었죠. 그때는 삶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촌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토의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키워갔어요. 그런 전통이 남아 있는 곳이 이케노카와 유치원이에요.” 이케노카와 유치원은 다른 유치원에서는 받아주지 않는 자폐증, 다운증후군, 발달장애, 외국인 자녀들도 원생으로 받고 있다. 이곳 아이들이 얼마나 구김살 없이 잘 자라고 있는지, 이 유치원의 교육이 얼마나 특별한지에 대한 히라구치 교수의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왜 이곳으로 나를 초대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하는 시간 마쓰모토 하루미(松本晴美, 71) 선생님이 전신을 감싸는 검정색 옷을 입은 채 많은 종류의 인형을 들고 무대 뒤에서 인형극을 시작했다. 누워서 듣는 아이, 조용히 듣는 아이, 옆 친구와 이야기하는 아이, 블록을 가지고 노는 아이,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아이가 있었지만, 모든 선생님이 아이들을 그대로 두었다. ‘자 앉아요!’라든가 ‘조용히 들어야지!’라는 주의를 주지 않았다. 마쓰모토 선생님은 30여 년 동안 여러 유치원에서 인형극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인형극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특별했다. 선생님의 아이가 이케노카와 유치원에 입학했고 학부모들과 인형극단 모임을 했는데, 그때 인형극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고 한다. 마쓰모토 선생님은 이케노카와 유치원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케노카와 유치원의 교육은 아이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에요. 누구나 원생으로 받아주고, 애정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교육 방침을 보고 우리 엄마들도 건강해지더라고요.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고요. 엄마들도 함께 성장하는 거죠.” 이케노카와 유치원에는 학부모들이 고민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상담반 모임’,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모임인 ‘살구반 모임’ 등 자율적인 학부모 동아리 활동이 많다고 한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는 동안 엄마도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큰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만드는 ‘자율적인 커리큘럼’ 유치원을 견학하면서 특히 흥미로웠던 건 ‘자율적인 커리큘럼’이다. 소에지마 원장은 아이들을 관찰하는 데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각자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하고 싶은 것도 다른데, 그런 점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며 재미있는 걸 찾아 만들어나간다고 했다. “저기 마당에 큰 은행나무 옆 나무로 된 집이 보이죠? 2019년 졸업반 아이들이 ‘같이 놀았던 중급반, 하급반 아이들이 기뻐할 걸 만들어주자!’라는 아이디어를 내서 선생님과 상의해 완성한 집이에요. 우리가 직접 할 수 없는 부분은 유치원 일을 봐주시는 목수에게 부탁했고, 아이들은 직접 나무를 나르거나 페인트로 그림을 그렸어요. 그렇게 아이들이 직접 완성한 게 두 개의 작은 집이에요. 그 외에 작은 연못도 만들고 봉제 인형이나 가방 등 만든 것들이 많아요. 그런 것이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재미있는 수업이 되죠.” 소에지마 원장이 마당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무집은 자유시간에 아이들이 마음껏 들락거리는 은신처가 됐다고 한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 이케노카와 유치원도 저출산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한때는 원생이 150명도 넘었지만, 현재는 64명이다. 다행히 2019년 10월부터 정부 보조금으로 유아 교육과 보육 요금이 무료가 되어 경영에는 문제가 없었다. 일부 교재비나 버스 요금 등은 학부모에게 받고 있다. “제 급여는 40세에 유치원 원장이 되고 난 뒤로 전혀 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돈 이상의 것을 아이들로부터 받고 있어서 만족합니다. 돈을 벌 목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인원이 적으면 오히려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소중하게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성장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죠.” 아이를 어른과 대등한 인격체로 보고 의사를 존중하며 학부모도 함께 배워나가는 유치원. 이런 선순환이 이뤄지는 유치원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졸업한 학부모로부터 많은 감사 편지가 온다. “장애가 있거나,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있거나, 그 외에 여러 고민을 안고 있는 부모님들이 있죠. 그런 분들이 아이가 우리 유치원에 다니고부터 마음이 편안해지고, 웃음이 넘치고, 행복해하는 얼굴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그럴 때는 유치원을 운영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 모두 구김살 없이 잘 어울려 노는 모습은 필자에게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모든 어린이가 자유롭게 성장하도록 유치원을 이끌어가는 소에지마 원장, 구연동화·인형극으로 봉사활동을 하며 사랑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히라구치 교수와 마쓰모토 선생님이 있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 글을 마치며 소에지마 원장에게 보낸 한 학부모의 감사 편지를 소개한다.
- 2024-03-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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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老)치원’으로 변화하는 영유아원, “굿바이 어린이집, 헬로 요양원”
- 지난해 7월 미국 CNN은 ‘굿바이 어린이집, 헬로 요양원’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의 인구 위기 문제를 보도했다. 당시의 기사 제목은 실상을 그대로 담았다. 어린이집·유치원 등 영유아 시설이 문을 닫은 그 자리에 요양원·주야간보호센터 등 노인 요양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한 초등학교 옆에 있는 학원 상가 건물이 눈길을 끈다. 아이들로 붐빌 것 같은 이곳에 ‘우리함께요양원 포유 수원점’(이하 ‘우리함께요양원’)이 있다. 갑작스런 요양원의 등장이 뜬금없다 생각될 수 있지만, 사실 이곳은 과거 정원 200명의 대형 유치원이었다. 과거 아이들이 오순도순 모여 놀던 놀이터는 어르신들의 휴식 공간이 됐고, 동요 대신 구수한 트로트가 흘러나온다. 아이들이 신나게 오르락내리락하던 계단은 이제 사용하는 이가 거의 없고, 대신 그 옆에 생긴 엘리베이터가 주요 이동수단이 됐다. 저출산·고령화로 타의 반 변신 매년 2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졸업식이 열린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원내의 마지막 졸업식이 진행되는 경우가 상당했다. 출산률 0.78명 시대.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 원장들은 직격타를 그대로 맞았다. 급격히 줄어든 원생 수로 인해 운영이 힘들어진 그들은 눈물을 머금고 폐원을 선택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은 2018년 3만 9171개소에서 2022년 3만 923개소로 8248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치원은 9021곳에서 8562곳으로 줄었다. 반대로 노인 복지시설은 2018년 7만 7395개에서 2022년 8만 9643개로 5년 사이 1만 2248개나 늘었다. 노인 복지시설은 요양원, 재가노인복지시설,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을 모두 포함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영유아 시설이 노인 요양시설로 바뀌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손주가 다니던 유치원이 할머니의 노치원이 됐다’는 말은 통계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제출받은 ‘장기요양기관 전환 현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으로 운영되던 곳이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한 사례가 총 194건인 것으로 확인된다. 형태별로는 요양원 같은 입소시설 89곳, 주야간보호·방문요양센터 같은 재가시설이 105곳이다. 시도별로는 광역도 기준 경기도가 36곳으로 가장 많이 전환됐다. 이어 경상남도(25곳), 충청남도(20곳) 순이다. 광역시는 광주(17곳), 인천(15곳), 대전(9곳) 순으로 나타났다. 전환사례 비율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22년(50건)으로 전체의 26%를 차지한다. 2023년은 9월 말 기준 전환사례 34건(17.7%)으로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의 건수가 이미 2020년과 2021년을 뛰어넘은 것으로 분석됐다. 산후조리원이 장기요양기관으로 바뀐 사례도 나왔다. 2021년 11월 충북 충주시, 2023년 8월 전북 정읍시에서는 산후조리원이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됐다. 우리나라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는 점이 실감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7년 말 735만 6000여 명에서 2022년 말 926만 7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고령화가 현재 속도로 지속될 경우 2030년까지 주·야간보호기관 약 3만 1000개소, 입소시설 약 1만 6000개소 등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인 인구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질 좋은 공립 요양시설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영주 의원은 “최근 저출산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고령화로 인해 노인 장기요양시설 수요가 증가하면서, 어린이집 등의 요양시설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출생 아동이 급감하고 있어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는 장기적으로 유치원 폐업과 노인 돌봄시설 수요를 조사하여 적정 규모의 전환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영유아 시설이 노인 요양시설로 탈바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신속하게 업종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건축법상 건축물은 9개 시설군으로 나뉜다. 영유아 시설과 노인 요양시설은 모두 6군인 ‘교육 및 복지시설군’ 중 ‘노유자시설’에 속한다. 이에 따라 복잡한 허가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업종 전환을 할 수 있다. 또한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의 입장에서는 돌봄 대상이 영유아에서 노인으로 바뀔 뿐 업무 자체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노인 요양시설을 설립하기 위한 조건은 의료면허 소지자(의사·간호사·물리치료사 등), 요양보호사 취득 후 경력 5년, 사회복지사 2급 또는 1급 중 하나 이상 부합해야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의 자격과 경력은 직접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다만 대부분의 영유아 시설 원장들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없더라도 그들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불어 폐원을 앞둔 원장들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하는 추세다. “우리도 전환” 리모델링 문의 늘어 ‘우리함께요양원’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이곳을 운영하는 지인그룹의 김창환 대표는 20년 넘게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해왔다. 현재 노후 건물을 요양시설로 개발·운영하는 데 주목하고 있는 그는 이곳에 요양원을 세우면 성공하겠다고 판단했다. 유치원이 폐원한 지 2년 넘었는데 매도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김창환 대표는 “이곳 인근 아파트, 빌라 등을 합치면 1만 세대 이상 거주한다. 고령화 시대에 승산이 있을 것이라 봤고, 요양시설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주민들의 거부 반응도 거의 없는 편이었다. 이 요양원의 장점은 초등학생들의 소리가 들려서 정겹고 야외 텃밭과 휴식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면서 “보통은 영유아 시설 원장이 노인 요양시설로 사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80% 이상이다. 나머지는 나처럼 요양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원장들의 컨설팅 문의가 많이 오는데, 요즘은 요양원보다 주야간보호센터를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인 요양시설로의 전환이 쉽지만은 않은 이유는 노인 요양시설은 설계 기준이 있어 리모델링을 필수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인 요양시설은 입소 어르신 1인당 연면적 23.6㎡(약 7.14평), 1인당 침실 면적 6.6㎡(약 2평)로 정해져 있다. 또한 지하층에는 부대시설 외에 침실을 둘 수 없다. ‘우리함께요양원’의 경우 유치원 시절 연면적이 1420㎡(약 430평) 규모였는데, 지하층만 660㎡(약 200평)에 이른다. 이에 따라 김창환 대표는 3층 상가 전용 130㎡(약 40평)를 추가로 매입해 정원 49명 수용이 가능한 요양원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요즘은 영유아 시설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수도 많이 줄어 학원 상황이 많이 어렵다고 한다. 우리 상가 학원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들려온다”면서 이와 같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계속되면 요양원의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노인 요양시설에는 모든 층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야 하며, 휠체어를 타고도 이동이 편하도록 주 출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엘리베이터 설치는 리모델링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다. 김 대표는 “엘리베이터 설치가 필수인데 이곳은 도저히 자리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외벽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이에 따라 대문부터 내부로 들어오는 동선이 유치원 때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김창환 대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선택한 원장들의 도전을 응원하는 한편, “어쨌거나 요양 사업을 시작하는 것인데, 복지 사업에 대한 비전이 확실하고 자산이 있는 분에게 추천한다. 단지 돈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시설 전환을 원하는 이들은 영유아 시설 원장으로 쌓은 경력과 돌봄의 지혜를 기반으로 노인을 대할 때는 또 다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경영자를 할 것인지, 운영자를 할 것인지 정하고 비전을 제대로 세워야 합니다. 요양 사업을 시작하면 어르신을 섬겨야 하고 직원을 모셔야 합니다. 영유아 시설 교사들과 비교해보면 요양시설 재직자들은 연령대가 높은 편입니다. 가장 낮은 자세로 직원을 대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처음부터 돈을 벌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1~2년 지나면 순환 구도가 만들어져 행복한 삶이 가능할 것입니다.”
- 2024-03-1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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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만드는 지역 일거리, ‘잡 크래프팅’ 아시나요?
-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한다. 지역 현장 역시 마찬가지다. 망원경으로 보다가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은 ‘난투극’ 그 자체다. 공간, 자원, 기회에 대한 제로섬 게임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남이 더 가지면 내가 덜 가질 것 같은 위기감과 초조함이 팽배해 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많이 가지느냐가 아니라 난투극이 벌어지는 경기장 자체가 질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변화 조짐은 고령화다. 2021년부터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문제가 기정사실화되자 정부와 지자체가 분주해졌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신선한 대응을 볼 수 없다. 그저 돈을 쏟아부으면 좋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무성할 뿐이다. 학교보다 요양원이 많아진다면 2022년 기준 전국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 수는 약 2만 개다. 8년 후인 2030년에는 전국 초·중·고 학생 수가 100만 명 줄어 400만 명이 된다. 자연스럽게 학교 수도 줄어들 것이다. 반면 2022년 현재 전국의 노인요양시설은 4346개다. 많은 종류의 노인복지시설이 있고 아동과 청소년 복지시설 역시 많기 때문에 같은 범주를 제외하고 단순 비교를 해본다면, 2022년 기준으로 노인요양시설보다 유치원, 초·중등학교 수가 적어도 5배 이상 많다. 7년 내에 학생 수는 100만여 명 줄어들지만 7년 내에 고령자 수는 350만여 명 늘어난다. 어느 쪽 시설이 더 많아질지는 분명하다. 그런데 학교보다 요양원이 많아지면 고령자의 삶은 행복해질까. “어느 요양원은 이런 시설이 좋다더라” 하며 고르는 상황이 과연 행복한 삶일까. 학교가 줄어든다고 배울 곳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요양원이 늘어난다고 고령자 케어가 확대되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핵심은 높은 질적 수준과 만족도다. 일에 대한 능동적 대응, 잡 크래프팅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이란 말이 있다. 크래프트(Craft)가 스스로 공들여 하는 수공예와 수작업을 의미하듯 잡 크래프팅은 ‘일을 스스로 만든다’는 의미다. ‘직무 의미 창조’, ‘자발적 직무 설계’라는 오래된 해석도 있다. 경영이나 자기계발 분야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잡 크래프팅이라는 말을 써왔다. 일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문제로 인한 괴리감을 해소하고 일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잡 크래프팅이다. 스스로 일의 매뉴얼을 만든다거나 자신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이 대표 사례다. 그러나 개인에게만 잡 크래프팅 노력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런 시도 자체가 가능하도록 노동 환경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시니어와 직장을 연결하는 잡 크래프팅 실천’(シニアと職場をつなぐ: ジョブ・クラフティングの実践)이라는 책을 낸 기시다 야스노리 호세이대학 교수가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령사회일수록 능동적인 일 만들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더욱 실감했다. 이 책은 쌩쌩한 젊은 직장인만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고령자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강조한다. 그 이면에는 고령자와 청장년 모두 일자리 쟁탈전에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고령자가 청장년의 일자리를 깔고 앉아서 다른 세대의 고용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복지적 고용만 하고 그저 고용 수만 늘리는 것보다는 일의 질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예전의 상사가 직원이 되고, 예전의 직원이 상사가 되어 고령자와 청장년이 모두 곤란해지는 상황이나 고령자가 일하기 어려운 노동 환경 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연령차별(Ageism) 시대에는 재고용을 활성화해도 고령자는 일을 구하기 어렵고, 일에 적응하는 것은 더 어려우며, 급여 수준도 낮고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지 않다. 따라서 고령자가 능동적으로 잡 크래프팅을 할 수 있는 고용 구조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혜적 복지, 그 이상의 고용 패러다임 한 해에 1억 명씩 중산층이 생긴다는데 여전히 삶은 팍팍하다. 총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눈앞에 있고,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한다. 평균연령 50대에 명예퇴직을 한다 해도 줄잡아 20~30년은 사회활동을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고령자가 제대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으려면 그저 적당한 정도의 복지 수준 정책으로는 택도 없다. 근로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오로지 연금 액수, 수혜 기간만 논하며 수혜자로만 고령자를 밀어낼 것이 아니라, 새로운 노동자로서 고령자를 자리매김해야 한다. 고령자의 잡 크래프팅이 발현될 수 있는 직종을 권하고, 고령자와 청장년 노동자가 어우러져 일할 수 있는 노동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낙수효과(Trickle Effect)의 반대말은 승수효과(Fountain Effect)다. 물이 아래로 새어버리지 않고 분수처럼 위로 솟아오르는 방식을 고령자 정책에도 적용해야 사회의 활력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 2023-12-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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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의 웰다잉 문화, 가장 ‘죽기 좋은’ 국가의 모습은?
- 세계에서 가장 죽기 좋은 나라는 어디일까? ‘죽기에 좋다’는 말이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죽음’에 대해 정의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나라들이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잘 죽는 방법’을 고민할 이들을 위해 해외의 웰다잉 문화를 소개한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죽음의 질 지수’를 발표했다. 임종을 앞둔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나타내는 지수다. 죽음을 앞두고 갈 수 있는 병원 수, 치료 수준, 임종 관련 국가 지원, 의료진 수 등 20가지 지표로 측정했다. 80개 국가 중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18위였다. 1위는 영국이다. 누구나 ‘좋은 죽음’ 맞이하도록 영국도 과거에는 죽음에 대한 논의를 피하는 문화가 있었다. 영국 보건부는 ‘생애 말기 돌봄 전략’을 제시하며 죽음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꿨다. 이때 영국 정부는 ‘좋은 죽음’을 정의했다. ‘익숙한 환경에서, 가족·친구와 함께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고통 없이 죽는 것’이 그들이 정의한 좋은 죽음이다. 영국은 생애 말기 치료법과 호스피스 제도를 발전시켰다. 생애 말기 치료법은 완화치료라고도 하는데,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줄여주는 치료법이다. 말기 암 환자뿐 아니라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라면 누구든 완화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가족들의 고통까지 돌보는 호스피스를 강조한다. 호스피스는 죽음이 가까운 환자들이 입원해 고통을 덜어주는 치료를 하는 특수 병원이다. 또한 교과 과정에 ‘상실 체험과 비탄’이라는 과목을 개설한 중·고등학교도 늘고 있다. 비탄 교육이란 소중한 사람(가족)의 죽음, 학교 교사나 친구의 죽음, 유명인의 죽음, 재난을 통한 죽음 등을 경험할 때 필요한 정서적 도움이나 돌봄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죽음, 준비하세요” 미국, 독일, 일본에서는 ‘죽음 준비교육’을 제도화했다. 미국은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죽음에 대한 이해,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노화 과정, 죽음 준비 과정, 임종 시의 상태, 유가족을 위한 교육 등 네 가지 분야로 나뉘어 있다. 학교별로 죽음 준비교육 관련 프로그램이 100여 개에 이르고, 학교 외에 병원·기관 등에서도 교육을 실시한다. 또한 ‘행복한 죽음 운동’을 시작으로 죽음 만찬, 죽음 살롱, 죽음 카페 등이 빠르게 늘었다. 독일은 중세시대부터 다른 나라와는 달리 종교의 영역에서 죽음 준비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초·중·고등학교 종교 수업의 선택 과목 중 하나로 죽음 준비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이유다. 중학교에서는 ‘죽음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 ‘임종-죽음-부활’이라는 교과서로 죽음을 다룬다. 고등학교에서는 더 깊이 있는 죽음 준비 탐색을 위한 5단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종활’(終活)이라는 죽음 준비 활동이 활발한 일본 역시 죽음 준비교육을 한다. 일본 조치(上智)대학의 알폰스 데켄 교수가 “죽음에 대한 준비교육은 말 그대로 자신이 죽을 때까지 매일 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철학으로 1977년부터 ‘죽음의 철학’을 강의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2002년 일본 정부는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삶과 죽음 교육 과정을 개발했고, 2004년부터 교육 과정에 포함됐다. 또한 20여 개 대학에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과목이 개설돼 있다. 김조환 웰다잉문화연구소 소장은 “외국에서는 웰다잉 이전에 ‘죽음 준비교육’이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사용됐다”면서 “죽음 준비란 계절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나이 들어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삶과 죽음에 관해 철학적으로 사색하며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어르신 대상으로 삶을 수용하는 방향의 교육이 주로 이뤄지고 있어 아쉽지만, 앞으로는 외국처럼 전 생애에 걸쳐 죽음 준비교육을 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2023-12-1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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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봄과 미래’ 초고령사회, 든든한 돌봄이 되도록 함께 할 것”
- 국민 모두 행복하기를 꿈꾸며 사회·복지·의료 분야에서 평생을 달려왔다.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자리에서 퇴임한 뒤에도 그 꿈은 여전하다. 여유 부릴 새 없이 이듬해 전문가들과 함께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를 설립했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기 위해. 김용익 이사장은 대학 시절부터 지역사회 의료에 관해 무수한 경험을 했다. 의료봉사회에 들어가 본과 1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매주 주말마다 판자촌 진료를 하고, 방학 때는 무의촌 진료를 다녔다. 다양한 지역을 누비며 환자들을 보살폈다. 당시에는 아파도 가까운 시설이 없어 치료받지 못해 증세가 심해지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복지 사각지대를 마주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의료 취약계층을 줄이려면 제대로 된 체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는 의사 등 의료 종사자들이 환자를 찾아다니며 병원 밖에서 진료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선친께서도 시골에서 왕진을 다니던 의사였어요. 그 영향으로 자연스레 의학을 전공하게 됐죠.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터라 아버지는 주로 자전거로 마을 곳곳을 다니셨습니다. 종종 옛 친구들을 만나면 ‘너희 아버지가 집에 오셔서 나를 살렸다’는 말을 듣기도 해요. 현재는 방문 진료가 몇 가지 예외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라진 상태예요. 2008년 장기요양보험의 등장으로 새로운 방문 형태가 생겼지만, 왕진이 다시 활성화돼 이동 기능이 약화된 노인이나 장애인을 돕는 의료와 요양 서비스를 연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가정 환경과 관련 봉사활동은 행보의 기폭제가 됐다.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전공하는 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했다. 1980~90년대에는 보건복지 운동에 참여했다. 의료보험의 통합일원화, 의약분업 등을 추진하며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고령화및미래사회위원장과 대통령실의 사회정책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 보건의료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사회·경제 정책을 들여다보게 됐다. 이후 제19대 국회의원으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정 활동을 했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4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맡았다. 복지 체계를 정립하려는 과정에서 수많은 고민과 면밀한 토론, 모색을 거쳤다. “학자로서 이론과 현장성을 두루 갖출 수 있는 큰 행운을 얻었습니다. 공직에 있을 때도 여러 노력을 했고, 퇴임하고는 방법을 바꿔서 돌봄과 관련한 사회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우리 사회에는 오래된 세 가지 난제가 있습니다.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죠. 역대 정부가 저마다 해결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지만,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붓고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어요. 각각의 요소들은 넓은 교집합을 갖고 여러 고리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면서 같이 풀어나가야 해요. 돌봄과 미래를 창립한 이유도 거기에 있어요.” 돌봄의 더 나은 미래 돌봄과 미래는 이론적 연구를 기반으로 대안을 개발해 지역사회 돌봄이 확대·강화되고, 안정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자 만든 사회운동 단체다. 김 이사장은 돌봄 문제가 워낙 큰 의제인 까닭에 여론 조성과 정책 제안,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 연령층이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노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을 돌볼 책임은 그 가족 혹은 당사자에게 있다. 그는 개인이 돌봄 노동과 비용의 짐을 떠안지 않도록 방문 서비스, 주·야간보호 서비스, 주택 지원을 대대적으로 확충해 ‘전국민돌봄’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돌봄 재난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습니다. 노인 인구와 생산가능 인구가 동시에 늘어나는 게 아니라 반비례하고 있어요. 물리적으로 돌봐주거나 돈을 낼 사람이 없는데, 돌봐야 할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게 문제입니다. 하지만 돌봄 체계의 실상은 15년 전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보호자의 책임과 부담, 도움이 필요한 이의 죄책감을 함께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경우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전문 인력이 집으로 찾아가 진료하고, 그 외 공백은 주·야간보호센터를 설립해 채워야 합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돌봄을 받는 것처럼요. 더불어 건강한 생활을 돕는 주택 지원 및 개조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거 환경까지 개선하는 겁니다. 그렇게 시설 입소 인원이 줄어들면, 신체 상태가 악화돼 정말 시설에 들어가야 할 사람들이 질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어요. 오랜 시간을 들여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면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을 거예요.” 유종의 미 거두고 인생 3막 향해 학자, 시민운동가, 정치인, 정책가로 일하는 동안 많이 체험하고 가슴 아파했다. 모든 일이 순탄하게 쉬이 흘러가진 않았어도 굴복하거나 좌절하지는 않았다. 물론 대한민국 사회정책의 완벽한 대안이라고 자신할 순 없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찾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만큼 가족에게는 미안한 마음입니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느라 자녀들 얼굴을 마주하기가 쉽지 않았죠. 누군가에게 주례를 부탁받으면 모두 거절했습니다. 스스로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기에, ‘결혼해서 잘살라’고 할 자격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10년이 흘러 80세가 되면 ‘진짜 은퇴’하려 해요. 돌봄과 미래 활동을 마무리하고 나면 가족과 함께 일상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동네 도서관에서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을 실컷 읽고, 산책도 즐기면서요. 그 전까지는 제 노력이 사회정책의 새로운 담론을 세우는 데 작은 초석이 되길 바랍니다.”
- 2023-11-0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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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타운 글로벌 시장 트렌드 “진입 장벽 낮춰, 전 연령 어울리게”
- 최근 해외의 실버타운은 노후에 삶을 더욱 활기차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양한 세대와 어울리고 단지 내에서도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운영하면서, 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새로운 실버타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나라들의 실버타운은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해외 실버타운의 특징을 꼽자면 △민간과 공공 주도 △세대와의 교류다. 미국은 민간 참여가 활발하고, 일본은 공공이 민간참여를 유도한다. 유럽은 복지 측면이 강조된 실버주택 사업이 많다. 세대와의 교류는 전 세계 실버타운이 따라가는 추세다. 유럽에서는 실버타운을 복지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독일의 경우 연금이나 보험금으로 실버타운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구조이며,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보조해준다. 사회복지법인만 운영 주체가 될 수 있어, 민간 주도 실버타운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은 부동산, 버스회사, 보험사 등 다양한 주체가 실버타운을 운영한다. 50세대의 작은 규모부터 대형 실버타운까지 다양한 형태의 유료 노인홈(실버타운 공식 명칭)이 운영된다. 일본 실버타운 1위로 꼽히는 베네세 스타일 케어는 자체 브랜드 내에서 고급형・중급형을 나누어 운영해 다양한 이용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이라는 새로운 실버타운도 등장했다. 도심의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노인이 살기 좋은 배리어프리 주택을 만들고, 간호・청소・돌봄 등 본인이 필요한 서비스만 계약해 거주하는 형태다. 미국은 민간이 주도해 말 그대로 마을 형태의 실버타운이 자리 잡고 있다. 1960년대부터 건설된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가 대표적이다. 약 3000개의 CCRC가 조성되어 있다. 과거에는 날씨가 온화하고 전원생활이 가능한 곳에서 대규모 주택단지로 이른바 ‘은퇴촌’을 이뤘다면, 최근에는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노인이 많아 여러 지역에 실버타운이 지어지고 있다. 다양한 주거 형태, 세대가 어우러지는 곳 해외의 실버타운은 다양한 세대가 함께 교류할 수 있도록 한다. 일본 도쿄 에도가와구에 위치한 고토엔은 노인주거시설과 유치원을 함께 운영한다. 매일 등교하는 아이들과 고령자가 아침 인사를 나누고 운동을 함께 한다. 점심에는 고령자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을 돌본다. 미국의 에덴 얼터너티브는 강아지・고양이・새 등 반려동물을 들일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연령층과 쉽게 만나 활동할 수 있도록 요양원 내 어린이집과 놀이 공간 등도 설치했다. 지역사회에 고령자가 잘 녹아들도록 가정 돌봄기관 ‘에덴 홈’, 인지 돌봄기관 ‘에덴 라이프 롱 리빙’ 등도 운영한다. 에덴 얼터너티브는 미국에서 시작해 영국, 호주, 독일 등 19개국으로 확장됐다. 해외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형태의 실버타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는 12월 개소하는 KB골든라이프케어의 첫 실버타운 ‘평창카운티’는 평수에 상관없이 보증금을 3000만 원으로 통일해 입주 문턱을 낮췄다. 서울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공공실버타운 ‘골드빌리지’도 중산층을 위한 실버타운이다. 고덕양로원 부지,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시범사업으로 진행된다. 서울시의 공공실버타운은 세대 통합도 표방한다. 실버타운 주변에는 지역 수요를 고려한 체육시설, 종합복지관, 아동 돌봄시설, 북카페 등을 두어 세대 통합형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여가, 돌봄, 의료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경기도 의왕시에 지어진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도 여러 세대가 함께 살도록 단지를 설계했다. 오피스텔은 젊은 세대에게 공급하고 노인복지주택은 고령자에게 공급해 커뮤니티 시설을 함께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 마곡에 지어진 롯데 VL르웨스트는 국내 실버타운으로는 처음으로 반려동물 동반 입주 시스템을 도입했다. 반려동물 건강 케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클래스 등 함께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도 만든다고 한다. 최근 롯데, KB 등 대기업이 실버타운 시장에 뛰어들고 유튜브나 매체를 통해 실버타운이 소개되면서 60대의 입주 문의 전화가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는 여전히 70~80대가 대부분이어서 실버타운도 고령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 실버타운은 대부분 고급화를 지향해 아직은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입주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실버타운의 정의가 애매하고, 공공의 지원이 없어 민간 기업 진입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형화・고급화 추세는 여전하지만, 최근 반려동물 동반 서비스, 중산층을 위한 실버타운, 세대 교류 서비스 등이 접목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앞으로 더 많은 고령자가 실버타운에서 활기차고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실버타운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공의 법 개정과 지원,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도움말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참고 보험연구원 ‘실버산업 해외사례와 활성화 전략’
- 2023-11-0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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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고령층의 황혼육아 해결법, “손주와 같이 출근하세요!”
- *편집자 주: 국민의 30% 가까이가 65세 이상인 나라, 일본.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합니다. 일하러 가야 하는데 자녀 또는 손주를 돌볼 사람이 마땅치 않아 골치 아픈 적 없으신가요? 일본 이바라키현 츠쿠바미라이시에서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자녀나 손주를 데리고 출근해도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21일 츠쿠바미라이시는 ‘아이 동반 출근’을 시범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간은 여름방학 기간 중인 내달 25일까지로, 대상 아동은 초등학교 3학년생까지입니다. 일본 공영 방송 NHK에 따르면, 시범 도입처로 지정된 이나청사・야와라청사・교육위원회 근무자 중 대상 직원은 79명으로 아동 122명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첫 이용자는 지난 24일 나왔습니다. 부모와 함께 청사에 들어선 어린이는 “출근!”을 외치고 사내 유치원에서 빌려온 어린이용 책상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츠쿠바미라이시는 시범 도입 결과를 검토한 뒤, 향후 본격 도입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오다가와 히로시 시장의 말입니다. “어린이는 직장이나 사회가 함께 키우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어떤 과제가 있는지 검증하고 싶습니다.”
- 2023-07-3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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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노후의 삶 돕는 시니어 케어요양 기업 ‘케어링’
- 단순히 요양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 요양보호사, 수급자 모두가 존중받는 선순환을 만든다. 더 많은 시니어가 주체적으로 살며, 결국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 시니어 케어 요양 기업 ‘케어링’의 목표다. 케어링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어르신들을 돌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 가족을 돌보고 정부 지원을 받는 가족요양, 요양보호사의 방문요양 및 방문목욕, 건강관리·치매 예방 등 간호를 지원하는 방문간호, 욕창 매트리스 등을 구매할 수 있는 복지용구 커머스, 케어링 고객이라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공동구매 커머스, 장기요양등급 신청을 무료로 돕는 등급신청 대행, 주야간보호센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 설립 후 2020년 매출 20억 원을 달성, 복지용구 및 방문간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2021년에는 매출 110억 원을 달성했다. 2020년에는 대한민국 최고브랜드대상의 ‘방문요양 서비스’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2022년에는 소셜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부터 케어링의 성장은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케어링 직원과 돌봄 종사자 사이에 신뢰가 쌓이고 만족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수급자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 믿는 점이 케어링의 성장 포인트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가 말하는 ‘존중의 선순환’이라는 가치다. 케어링의 돌봄 서비스는 수급자와 요양보호사 혹은 간호사의 1:1 매칭에 공을 들인다. 방문요양의 경우 이용자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요양보호사를 케어링이 매칭하면 가정에 직접 방문해 대화를 나누며 성향이 맞는지 살핀다. 일종의 면접인 셈. 2023년 1월 기준 케어링 이용자는 8358명, 요양보호사는 약 2만 7000명이다. 케어링은 가족요양이라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직계 가족을 요양하고 급여도 받을 수 있는 제도지만 많은 요양보호사들이 모르고 있었다. 또한 방문요양 시급 1만 3750원, 방문목욕 시급 2만 200원으로 최고 수준의 시급을 제공하고 있다. 퇴직금 제도도 운영하며 배상책임보험을 제공한다. 올해 3월에는 요양보호사 감사 축제로 ‘제1회 케어링 요양보호 사랑해 축제’를 연다. 케어링이 요양보호사의 처우에 신경 쓰는 만큼 이들의 만족도도 높다. 남춘화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호사가 일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매달 확인해주고, 센터와 교류가 잘되는 게 좋다”고 전했다. 김은숙 요양보호사는 “현실적으로 가족요양 시급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케어링의 요양보호사 대기인력으로 등록하려면 홈페이지나 전화 상담으로 신청할 수 있다. 원하는 지역 근처에서 일자리가 생길 경우 문자로 알림을 보내준다. 매칭이 완료되면 센터에 고용되어 시간제로 일하게 된다. 조용욱 케어링 운영총괄 이사는 “요양은 수급자에 따라 정말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어 다양한 요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개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잘 맞는 요양보호사가 함께하는 것이 방문요양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는 요양보호사를 위한 멤버십 제도나 커뮤니티 등도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시니어가 모여 사는 마을 최근 케어링이 집중하는 분야는 공동구매와 커뮤니티케어 센터를 운영하는 일이다. 돌봄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기저귀, 건강식, 물티슈 등 고정적으로 필요한 물품이 생긴다. 거동이 불편하면 직접 구매하러 나가기도 어렵고, 온라인 구매도 쉽지 않다. 그래서 케어링은 공동구매라는 커머스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최저가보다 더 저렴하게 필요 물품을 판매한다. 커뮤니티케어는 주야간보호센터를 말한다. ‘어르신 유치원’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어르신들이 모여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식사도 함께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다. 이 센터를 구심점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서로가 돌볼 수 있는 요양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목표도 있다. 현재 부산에 4개의 지점을 오픈했으며, 4년 안에 전국에 100개 센터를 만드는 게 목표다. 케어링은 고령자의 생활 주기에 맞게 거주지를 리모델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은퇴 후 시니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을 만들고자 한다. 일본과 미국에는 시니어 배리어프리 주택 단지가 있다. 김 대표는 15만 명이 모여 사는 미국 플로리다주 시니어타운을 직접 다녀왔다. 그는 “몸이 아프기 전에 은퇴한 사람들이 모여 레저나 친목 활동을 함께하며 즐겁게 지내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케어링이 이런 비즈니스까지 확장되도록 할 것”이라고 향후 목표를 설명했다. 케어링은 방문요양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종합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2022년 8월 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은 케어링은 데이케어센터를 늘리고, IT를 통한 돌봄 서비스 향상, 시니어 구인·구직 앱 서비스, 요양보호사 교육원 확장 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 2023-02-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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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요리해 인생의 맛 살려… 중년에 꿈 이룬 ‘심쿡’
-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 세대의 창업을 통한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을 펼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점프업5060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에 성공하고 새 인생을 펼치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마음[心]을 요리(Cook)하는 ‘마인드 셰프’(Mind Chef). 서명중 한국요리심리치료연구소 대표를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이러하다. 그는 마음 챙김 요리 프로그램 ‘쿠킹토킹 클래스’를 통해 심력(心力) 레시피를 전하고 있다. 심리학을 전공한 서명중 대표는 요리를 매개로 한 마음 치유, 일명 ‘쿠킹 테라피’를 오랜 기간 연구해왔다. 약 10년 전부터 관련된 이론들을 섭렵했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점차 사업의 토대가 마련됐고, 2020년에 사회적기업육성사업에 선정되며 예비사회적기업을 위한 법인을 설립했다. 그렇게 터전을 넓혀가던 그에게 어느 날 ‘도시재생’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도시재생 교육을 받으며, 그 의미에 대해 고민해봤어요. 그러던 중 지역 내 심리 치유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도시재생을 깊이 배워 진행하는 사업에 적용하면 한층 더 성장하리라 여겼습니다. 그렇게 ‘점프업5060’ 2기 모집 소식을 듣고 참여했는데, 운 좋게 지원금까지 받게 됐죠.” 위기를 기회로, 코로나19를 극복하다 서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은 건 ‘좋은 아이디어’ 덕분이다. 일반적으로 상담실 또는 강의실에서 심리 치유나 요리가 진행되지만, ‘쿠킹토킹’은 대형 버스에서 프로그램이 이뤄진다. 직접 개조한 쿠킹토킹 버스는 조리 시설과 수업 공간을 겸비해 그 자체로도 참여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사실 버스를 택한 건 비싼 임대료를 대체하기 위한 서 대표의 묘안이었다. 공간을 정해두지 않으니 오히려 장소의 제약이 사라지며 어디든 찾아가는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유동성도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발휘할 수 없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요리 키트를 만들어 배송하기로 했다. 비대면 방식으로 서비스를 전환한 것이다. 불굴의 기지로 살려낸 사업은 ‘점프업5060’의 지원까지 더해지며 차츰 안정세를 되찾아갔다. “유사 프로젝트들을 보면 일회성인 경우가 많은데, ‘점프업5060’은 후속 지원까지 이뤄지더군요. 코로나19 시기에 자금난이 가중돼 상당히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마음을 치유하는 사람으로서 나약해지지 않으려 했지만, 상황에 따른 어려움이 컸죠. 그때마다 ‘점프업5060’이 힘이 돼줬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줬습니다. 덕분에 지치지 않고 사업을 이끌어올 수 있었어요.” 초반에는 아이들 위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지만, 근래에는 대상층을 더욱 넓혀가는 중이다. 고령사회인 만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중장년을 위한 아이템도 발굴해가고 있다. “영유아부터 어르신까지, 비장애인은 물론 장애인에게도 맞춤형 쿠킹 테라피를 제공합니다. 특히 시니어들은 원하는 주제가 다양한데요. 가령 ‘중년 남성이여, 혼자서도 밥을 챙겨 먹자’라는 테마로 진행하는 요리 프로그램이나, 갱년기 우울감을 해소하는 ‘내 마음을 요리하는 밥상’ 같은 마음 챙김 프로그램, 손주 세대와 조부모 세대가 함께하는 ‘손주 마음 요리하기’ 등 복합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시니어에게 반응이 꽤 좋은 편이에요.” 경험을 버무려 완성한 인생의 참맛 그는 ‘점프업5060’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궁극적 목표를 ‘아름다운 사회적기업’이라 일컬었다. 최근에는 뜻을 함께하는 다른 예비사회적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정부 지원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는 심쿡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활동에 주력하며 몇몇 기관과 청소년을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당분간은 유치원, 위클래스(Wee class, 초·중·고교 학생들의 정서 심리를 지원하는 상담실), 복지관, 건강가정지원센터, 장애인부모회, 기업체 등을 통해 ‘마음을 요리하는 서명중의 심쿡’이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장차 우리 사회 더 많은 곳에서 요리심리 전문가인 마인드셰프들이 활발히 활동하길 기대하고 있어요. 그렇게 심쿡이 예비사회적기업으로서 지속성을 띠는 동시에 아름다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나간다면 좋겠습니다.” 마인드셰프로서 인생 2막을 살아가는 서 대표. 백세시대를 사는 현재, 그는 이미 자신의 인생 3막에 대한 레시피까지 완성해놓았다. 경험과 연륜을 버무려 노후에 깊고 진한 인생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2막에서의 밑작업을 허투루 할 수 없다고. “지난해를 기점으로 인생 1막을 마쳤다고 생각해요. 직장 생활과 사업 운영을 하며 불굴의 의지와 도전으로 가득한 시기를 보냈죠. 올해부터 시작하는 인생 2막은 2033년까지 10년 정도로 봐요. 어깨의 힘을 빼고, 조금이나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을 운영하려 합니다. 인생 3막에는 욕심을 내려놓고 재능기부도 하고, 개인 여가와 취미도 즐겨보고 싶어요. 인생은 매순간 중요하지만, 특히 현재 2막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1막에서 부족하고 아쉬웠던 점들을 다듬으며, 아름답고 의미 있는 3막을 위한 준비를 하나하나 해나가겠습니다.”
- 2023-02-0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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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부모의 ‘무조건 희생’ 막는 육아계약서 작성법은?
- 자식 농사 끝. 자식의 자식 농사 시작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손주, 잘 키우는 데 힘을 보태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친구처럼 잘 지내던 모녀 사이도 아이를 맡긴 후로는 사사건건 갈등이다. 어려운 고부 사이엔 말 못 할 갈등이 켜켜이 쌓인다. ‘육아’라는 책임 아래, 부모와 조부모 사이 갈등을 줄이고 노후를 행복하게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부모 육아는 맞벌이 부부에게 돌파구다. 외벌이 살림으로는 날로 증가하는 양육비를 감당하기 힘들고, 일을 계속하자니 믿고 맡길 만한 곳을 찾기 어려워서다. 손주를 돌보기로 한 할머니·할아버지라면, 육아에 돌입하기 전 짚을 부분이 있다. 세 번의 ‘사전 미팅’을 갖자 손주 육아의 근본적인 이유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다. 아이를 소위 말하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선 양육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우선이다.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는 조부모가 육아를 시작하기 전, 양육 부담을 짊어진 사람들이 모여 최소 세 번의 협상을 하라고 조언한다. 포용할 수 있는 정도의 육아 범위를 정하고, 양육관에 대한 생각을 미리 나누자는 의미다. 한 번의 만남으로는 그 숙제를 모두 매듭지을 수 없다. 두 번, 세 번 세부적인 의견을 제시하며 보완하는 편이 좋다. 협상 과정에서 자녀를 키우던 옛 기억을 되새기다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자녀의 성장기에 나타났던 행동 과잉과 결핍을 예방할 수 있다. 감정이 상하기 시작하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지도 모른다. 협의가 끝난 후에는 아이를 맡기는 사람과 맡을 사람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해보자. ‘부모와 자식 간에 계약서라니, 너무 딱딱하고 서운한 절차가 아닐까?’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엄마에게는 할머니의 노고를 존중할 수단이며, 할머니는 노후의 ‘활동’ 중 하나로 긍지를 가질 수 있다. 아무리 사이좋은 부모 자식 간이라도, 구체적인 조항 없이 시작하면 육아가 희생으로 번지기 십상이니 말이다. 가족 육아도 업무다 계약서에 포함해야 할 항목은 △계약 기간 △근무 장소 △업무 내용 △주 소정 근로 시간 △근무일 및 휴일 △임금 총 6가지다. 계약서는 1년 단위로 갱신하는 것이 좋다. 기한 없는 육아는 의욕과 책임감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부모는 육아의 조력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일만 맡는다. 때맞춰 해야 하는 식사, 약 복용, 낮잠 등을 챙기고, 아이의 청결을 유지하거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선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혈연으로 맺어진 손주 육아에서는 ‘적정한 양육비 산정’이 더욱 중요하다. 임금은 가정의 상황에 따라 협의를 통해 책정하고, 육아의 대가로 받은 돈은 자신을 위해 쓰자. 아이를 위해 따로 지출해야 할 비용은 영수증을 청구하거나 전용 카드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주의할 점은 육아의 당사자가 ‘손주’라는 사실이다. 아이는 서너 살만 돼도 생각과 욕구가 있다. 게다가 제각기 기질이 다르다. 양육자끼리 합의됐다고 일방적으로 행하기 전에 아이와 의논하고, 아이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른들의 입장을 전하면 아이는 스스로 판단할 시간을 갖게 된다. “엄마 아빠가 유치원에 꼭 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돼서 이번에는 할머니가 가실 거야. 괜찮니?”라거나, “아빠가 내일 행사에 못 가는 대신 오늘 저녁에 같이 놀이터에 가보고 싶다는 거지?” 등의 말로 일정을 명료하게 알리고, 아이가 처한 상황에 공감해주는 것이다. 노후의 자부심이 될 손주 조부모가 육아에 참여하게 되면, 조부모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조부모는 ‘육아 베테랑’으로서 인정받고, 건강한 일자리를 가질 기회가 된다. 조부모의 손에 자란 손주는 다양한 세대의 문화를 고루 경험하게 되고, 여러 사람과 교류하면서 사회성이 발달한다. 아이의 부모는 조부모와 양육관이나 육아 고충을 나누며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 임영주 대표는 “마지못해 아이를 부탁하고, 어쩔 수 없이 황혼육아를 시작하기보다 협의를 통한 자율적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왕 하는 육아, 소통이 바탕이 된다면 할머니·할아버지는 물론 부모와 아이까지 3대가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이도 마찬가지다. 과거 한국 사회는 성역할의 고정관념이 비교적 뚜렷했고, 자녀 돌봄은 주로 여성의 일이라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자녀가 아이를 낳고, 맞벌이 부부 대신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게 되면서 할아버지도 할머니와 함께 손주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다. 임 대표는 “아이를 돌보면서 할머니는 예전에 몰랐던 배우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할아버지는 육아가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이었는지 깨닫는다”고 설명했다. ‘2022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황혼육아 실태 조사’(55~69세 황혼육아 조부모 302명 대상,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응답자의 72.2%가 ‘비자발적으로 육아에 참여했다’고 답했다. 시작은 선택이 아니었을지라도 손주의 성장이 노후의 행복 중 하나이자, 자부심이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도움말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 부모 교육 및 가족 소통 전문가. 유아교육기관 자문위원, EBS 교육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러 공공기관에서 부모와 아이의 행복, 가족 소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를 통해 전화 상담을 진행한다. 저서로는 ‘나는 왜 아이와 말할 때 화가 날까’, ‘아이의 사회성 부모의 말이 결정한다’, ‘엄마, 내 아이를 부탁해’ 등이 있다. | 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4부작 |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2022-11-30 0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