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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 ‘쇼핑 난민’ 시대... 장보기 약자 위한 정책 필요
-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구매하면 당일 저녁 혹은 다음날 새벽이면 문 앞에 신선한 재료들이 도착하는 시대다. 하지만 고령자가 많은 동네에서는 일본처럼 근거리에 식료품을 구매할 곳이 없는 ‘쇼핑 난민’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거주지 500m 이내에 식료품점이 없는 경우를 조사하고 ‘장보기 약자’, ‘쇼핑 난민’을 정의해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쇼핑 난민은 800만 명을 넘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식품 사막’을 사회 문제로 정의하고 해당 지역 거주 주민을 위한 영양 관리 프로그램 실시, 해당 지역 신규 식품 창업자 세금 지원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식품 사막 현상, 쇼핑 난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로 젊은이가 없고 고령자가 많은 마을에서 슈퍼마켓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다. 전남 구례구 지천리의 한 마을에는 하나 남아있던 슈퍼마켓이 5년 전 문을 닫았다. 장을 보려면 차를 타고 20분 정도 나가거나, 하루에 몇 대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이 마을은 온라인으로 신선식품 배송이 되지 않는 지역인 데다, 음식 배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 식품 사막화 현상은 인구 감소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에는 인구 밀집 지역인 서울·경기 일부 지역에서도 식품점이 없어지면서 근거리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할 수 없는 지역이 발생했다. 경기도 포천의 한 마을은 가장 가까운 마트까지 버스를 타고 나가려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 다행히 지역 사정을 알게 된 한 대형 마트가 마을 40곳을 돌며 이동형 마트를 자처하고 있어, 이 마을에도 2주에 한 번 방문하는 것이 장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동네 슈퍼 뿐 아니라 대형 마트도 수가 감소하고 있다. 2019년 423개 점포에 달했던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는 2023년 396개로 줄었다.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는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여주었지만, 동시에 근거리 슈퍼나 마트가 감소하는 계기도 됐다. 게다가 새벽 배송은 고령자에게 그림의 떡인 서비스다. 온라인 주문이 익숙하지 않은 데다, 서비스 불가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당일 배송, 다음날 배송 등 빠른 배송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쿠팡의 로켓 배송, 로켓 프레시 등이 있는데 주문하고자 하는 지역과 가까운 곳에 물류창고가 없으면 이용하기 어려운 서비스다. 로켓 프레시의 경우 지역에 따라 배송 가능한 품목도 천차만별로 나뉜다. 이렇게 신선 식품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장보기 취약 계층의 건강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장보기가 어렵다 보니 오래 보관 가능한 인스턴트 식품 섭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일본 등 해외 다른 국가들처럼 식품 사막 지역을 조사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처럼 신선 식품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주민의 건강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일본처럼 민관이 이동형 마트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식품 사막(food desert) 사막에서 물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을 의미하는 말이다. 특히 채소, 과일, 우유 같은 신선 식품을 살 수 있는 슈퍼마켓이나 마트가 근처에 없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 용어는 1990년대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어느 지역의 빈곤한 주민들이 신선 식품을 쉽게 구하지 못한다는 설명을 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이후에는 영국, 미국, 일본 등 고령화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 사용되면서 사회 문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쇼핑 난민(買い物難民) 식료품점이 멀리 떨어져 있어 이용이 어렵거나, 거동이 불편해 상점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의미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쇼핑 난민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 2024-01-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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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볼 일 있을 손쉬운 천체 관측 가이드
- 남이 찍었다는 별 사진 보다 보면 슬그머니 욕심이 생긴다. ‘나도 맨눈으로 밤하늘 수놓은 별들을 보고 싶다’, 혹은 ‘나도 별 사진 찍고 싶다’… 마음의 소리를 따라 무작정 별 보러 떠나기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정보가 부족하다. 마음만 앞설 당신을 위해, ‘별 볼 일 생길 가이드’를 준비했다. 별 헤는 언덕, 강원도 별마로천문대 천문대의 이름인 별마로는 별+마루(정상)+한자 ‘고요할 로’의 합성어로,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지름 80cm 주 망원경과 여러 대의 보조 망원경으로 달과 행성, 별을 관측할 수 있다. 봉래산 정상 해발 799.8m에 자리하고 있으며, 천문대 주변 활공장의 탁 트인 풍경은 덤이다. 천체투영실에서는 8.3m 규모 돔 스크린에 가상의 별을 투영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보조관측실의 굴절 망원경과 반사 망원경 등을 이용해 낮에는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밤에는 달과 행성, 별, 성단, 성운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천문대 관람 프로그램은 하루에 5회 운영된다. 사전예약제로 운영 중이며, 하절기(4~9월)와 동절기(10~3월)의 관람 시간이 다르다. 하절기 기준 1, 2회에는 태양 관측을, 3~5회에는 천체 관측을 할 수 있다. 별마로천문대에서 별자리 찾는 법, 별자리에 얽힌 로마 신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면 별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질 것이다. 주소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천문대길 397 서울 시민의 망원경, 서울시립천문대 서울 시민들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장소다. 천체투영실, 천체관측실, 천체망원경실습교육장, 천체과학교육실을 갖추고 있다. 천체관측실에 구비된 직경 8m의 돔 안에서 600mm 대형 망원경으로 성운, 성단, 은하, 행성까지 관측할 수 있다. 또한 천체투영실에서는 편안히 누워 직경 18m 돔 스크린에 펼쳐지는 입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주중에는 태양을, 주말에는 계절별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는 ‘도심 속 별빛산책’ 프로그램을 연중 상시 운영한다. 관측이 불가능한 경우를 대비한 계절별 다양한 대체 프로그램이 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니 서울시립천문대 홈페이지를 참고하도록 하자. 주소 서울시 광진구 구천면로 2 섬진강 위 흐르는 은하수, 곡성섬진강천문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국내 순수 기술로 제작한 600mm 리치크레티앙 반사 망원경과 정밀도를 자랑하는 중형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전시 개선사업을 거쳐 VR 자이로스코프, 우주엘리베이터, 4D & VR 융합상영관 등의 최신 체험 장비까지 갖췄다. 매달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조금씩 달라진다. 곡성섬진강천문대 홈페이지의 ‘천문대관람’-‘운영프로그램’ 게시판에서 프로그램 일정 및 휴관일을 확인할 수 있다. 관람을 원할 경우 관람 예정 시간보다 일찍 방문해 발권하기를 추천한다. 13시 30분부터 당일에 한해 운영하는 모든 시간대 프로그램을 발권할 수 있다. 매일 14시부터 22시까지 운영하며, 마지막 입장 시간은 21시다. 휴관일은 1월 1일과 설날, 추석, 법정 공휴일 다음 날, 매주 월요일이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천체 관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 주소 전남 구례군 구례읍 섬진강로 1234
- 2022-08-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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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H, 전남 구례 최초 귀농ㆍ귀촌 주택 리츠 사업 '첫삽'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남 구례에 귀농·귀촌 주택단지 기공식을 개최했다. LH가 추진한 패키지형 귀농·귀촌 주택개발 리츠 사업으로, 구례 단지는 착공을 시작한 최초 사례가 됐다. 패키지형 귀농·귀촌 주택개발 리츠 사업은 금융사와 건설사로 구성된 민간사업자가 리츠를 설립해 진행한다. 금융사는 자금을 조달하고 건설사는 주택 건설과 공급을 담당한다. LH는 리츠 자산관리회사로 참여해서 공동주택용지와 귀농·귀촌 주택용지를 패키지로 공급한다. 또 미분양 공동주택에 대한 매입 확약을 통해 민간사업자의 위험도 줄여준다.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지원과 커뮤니티 프로그램 연계를 통해 입주민의 귀농·귀촌 정착을 돕는 사업이다. 공동주택은 건설사가 분양하며, 귀농·귀촌 주택은 리츠에서 4년간 임대 후 분양전환 한다. 이 사업을 통해 구례군에 26호의 단독주택이 건설되며, 시공은 디엘이앤씨와 금호건설이 맡는다. 공동주택 분양사업인 양주 옥정 A-24BL은 지난 5월, 입주자 모집 공고를 시행했다. 전남 구례 귀농·귀촌 주택단지는 전남 구례군 산동면 외산리 377-3 일원에 위치한다. 전용면적 74㎡ 평형으로 △74A 15세대 △74B 11세대 타입으로 구성된다. 단지는 패시브 디자인, 태양광 발전, 에너지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통해 친환경 제로 에너지 마을로 조성된다. 입주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농기구 창고, 다목적실 등을 마련해 공유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 공동텃밭과 공동체 형성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 등도 함께 설치할 예정이다. 또 차로 5분 거리에 초등·중학교가 있으며, 면사무소, 보건소, 마트 등 주요 기반시설이 밀집해 거주 편리성도 확보했다. 입주자 모집 공고는 오는 2023년 1월 예정이며, 입주는 같은 해 9월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입주 신청은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여부, 소득 및 자산 수준, 주택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다. 자격요건 충족 시 배점 기준에 따른 고득점자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세부 모집기준은 오는 하반기 공개될 예정이다. 주택은 감정평가를 거쳐 인근 시세 수준으로 공급된다. 오영오 LH공정경영혁신본부장은 “이번 사업으로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에게 양질의 주택을 저렴하게 제공하고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는 등 지역 활성화 및 국토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LH 귀농·귀촌 주택 리츠는 하동군 악양면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최 참판 댁과 평사리 들판, 지리산 형제봉 등산로 입구 인근 등에 조성되며, 2024년 상반기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 2022-07-1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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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초 농사 실패 후 펜션과 찻집, 마을사업까지... 강승호 씨의 귀농 사연
- 인생이 하루살이와 비슷하다지만, 하루라도 온전한 기쁨으로 두근거리며 살기가 쉽지 않다. 나이 들수록 생활도 욕망도 가벼워지면 좋겠지만, 실상은 달라 정반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흔하다. 이럴 때 들솟는 게 변화에의 욕구이며, 시골살이를 하나의 활로로 모색하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 광주광역시에서 학원 강사로 살았던 강승호(60, ‘지리산과 하나 되기 농원’)의 귀농 역시 활로 찾기의 방편으로 결행되었다. 강승호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 마을로 귀농했다. 귀농의 직접적인 동기는 건강 문제였다고 한다. 그는 대입학원의 유능한 수학강사였다. 입시학원 강사란 피 말리는 직업이다. 긴장과 스트레스를 혹처럼 붙이고 산다. 그럼에도 과속질주를 습으로 삼았고, 마침내 몸에 이상이 온 것이다. “건강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동안 주력한 건 등산이었다. 백두대간 산행에 몰두하기도 했다. 산이 주는 좋은 에너지와 자연 생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더라. 긍정적인 가치를 산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러자 아예 산에서 살고 싶더군. 결국 아내의 동의를 얻어 지리산으로 들어왔다.” 처음의 구상은 간결했다. 조용한 산자락에 작은 집 하나 짓고 텃밭이나 일구며 한가하게 살 계획이었으니까. 일에 덜미 잡히지 않아도 좋을, 덜 벌고 덜 소비하는 산골 생활로 몸은 물론 마음까지 북돋아 진정한 만족을 누리고 싶었다. 단순 소박한 삶이 주는 행복을 원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딱히 일 없이 술렁술렁 텃밭이나 가꾸는 생활은 그의 적성에 부합하지 않았다. 단순한 생활이 어디 쉽던가. 채우기보다 어려운 게 비우기다. 일벌레로 살기보다 어려운 게 별 할 일 없이 빈둥거리기다. 게다가 강승호는 일을 거침없이 벌이고서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일이 없으면 무슨 재미? 적막한 산촌에 들어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독백이 있었다면 아마도 그런 것이었을 테다. 강승호는 일을 도모하기로 작심하고 약초 농사에 뛰어들었다. 한결 야심만만하게 덤벼든 건 토종벌 농사였다. 하지만 보기 좋게 나가떨어졌다. 치사율 90%에 달하는 전염병인 ‘낭충봉아부패병’의 기습으로 벌들이 대부분 괴사했던 것. 이렇게 초장부터 확실하게 실패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 밤잠을 설치며 궁리하고 연구해 찾은 대안이 펜션 운영이었다. 그는 자신이 보유한 최상의 무기에 속할 추진력을 발동했다. 초봄이면 와글와글 피어나는 산수유 노랑꽃 화신(花信)으로 세상의 겨울잠을 깨우는 산수유 마을 중에서도 가장 높고 수려한 언덕배기에 위치한 터를 사들여 펜션을 짓고 이사했다. “펜션에 어울릴 땅을 마련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여기저기 뒤져 마음에 드는 터를 발견하고 지주를 찾아 매입한 뒤엔 건축 허가 문제를 해결하느라 뛰어다닌 곳이 많았다. 길을 내기 위해 마을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아낸다든가, 처리해야 할 일이 많더라고.” 귀농해서 민박이나 펜션을 차리는 이들이 많지만 실패 사례가 흔하다. 당신의 펜션은 어떤가? 기대치가 있었을 텐데. “순조롭게 돌아간다. 입지의 자연환경이 좋은 덕분이다. 보다시피 산 중턱에 자리해 조망부터 뛰어나다. 지리산의 풍치를 한눈에 만끽할 수 있는 자리로 여기보다 나은 곳이 없다는 얘기를 흔히 듣거든. 미디어에도 수차례 소개되면서 꽤 알려졌다.” 펜션 투숙객에게 인생을 배워 펜션의 성공 관건은 입지 여건에 달려 있다. 강승호는 썩 이상적인 자리를 잡았다. 터전의 저 아래로 높고 낮은 산들이 펼쳐지고, 골짜기로는 농가들이 올망졸망 들어앉아 정겹다. 그는 조경에도 공을 들였다. 널찍한 잔디 뜰과 정원수를 적절히 조합해 안락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 집에서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사물도 있다. 하나는 벼락을 맞고 무 토막처럼 통째로 절묘하게 갈라진 벼락바위. 산 너머 어느 집에서 구해왔다는 이 바위 두 덩어리를 그는 열린 문처럼 배치해 펜션의 상징물로 삼았다. 지하수와 약수, 계곡물 세 가지 식수를 세 개의 수도꼭지를 통해 동시에 비교하며 맛볼 수 있는 샘터도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강승호의 재주와 수완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어떻게든 펜션 손님들의 흥미와 호감을 사고 싶었던 것이다. 고객의 뒤치다꺼리로 피곤해지기 쉬운 게 숙박업이다. 강승호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 접근했다. 손님들과 요령껏 어울려 산중 생활의 무료감을 달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거다. “도시와 달라 시골에선 사람들과 교유할 기회가 드물다.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투숙객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귀농 이야기, 지리산 이야기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숙박업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단지 수익 목적으로만 차린 펜션이 아니라는 얘기다.” 민박집을 하다 평생의 벗을 얻는 경우도 있더라. “손님들의 요구와 비위를 맞추기가 쉽지는 않다. 주말 밤마다 술 시중꾼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웃음) 그러나 포용해서 함께 어울리다 보면 누구나 마음을 연다. 감동적인 사연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럴 때면 나는 인생을 배운다.” 이를테면 어떤 사연을? “꽉 찬 예약으로 공실이 없던 어느 날, 어떤 이가 방을 하나 달라고 간청했다. 그래 예약 손님의 양해를 구해 방을 마련해줬다. 알고 보니 가슴 뭉클한 사연이 있더군. 그날이 아내의 환갑날이라며 ‘오늘을 위해 2년 전부터 색소폰을 배웠다’는 게 아닌가. 색소폰을 연주해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던 거다. 그날 밤 그는 가수 하수영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연주했다. 잊지 못할 풍경이었다.” 그토록 뜨거운 부부애라니! 수십 년을 함께 살아도 부부 사이에 빙하가 흐를 수 있다.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서는 부부간의 유대가 가장 중요하다고들 한다. “무조건 아내 말을 따르면 탈 날 게 없다. 남자보다 매사에 현명한 게 여자라는 게 내 생각이다.” 강승호는 지역에서 잘 알려진 귀농인이다. 이름 있는 기관이 주는 상도 받았다. 유기농으로 지은 산수유를 가공해 현대백화점 명인명촌관에 납품도 한다. 물정도 기술도 모르는 초심자로 귀농했지만 거둔 성과가 한둘이 아니다. 아내 이경영(54)의 조력이 있어 가능했던 성적이다. 처음 귀농 제안을 했을 때 아내는 망설였다. 그러나 긴 고민 없이 동의하더란다. ‘그토록 원하는 귀농이라면 당신 뜻에 따르겠어요!’ 그 한마디 던지며. ‘분산 전략’을 구사하다 강승호에겐 할 일이 많고 많다. 벌여놓은 일이 여러 개라 몸이 닳도록 뛰어야 한다. 펜션에 쏟아부은 땀과 정성도 수북할 테지만, 갖가지 약용작물을 기르고, 찻집을 운영하고, 산수유마을학교를 이끌며, 산촌 유학을 테마로 한 마을사업까지 주도한다. 일복이 터졌다. 열심히 몸 놀려 일하는 것만이 유일한 비법이라는 듯 동으로 뛰고 서로 달린다. 여하튼 그의 귀농은 탕탕 순항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만은 않단다.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순탄하게 흘러온 게 아니다. 농산물을 생산해 그대로 파는 1차 농업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가공 판매와 체험 교육까지 접목한 6차 농업을 지향해야 한다. 이게 만만한 일이겠나? 가공 농가가 타산을 맞출 확률은 10% 미만이다.” 귀농 전에 농업 교육은 받았나? “아니다. 귀농을 하고 나서야 사전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거든. 뒤늦게 부지런히 기관을 쫓아다니며 배웠다. 숲 해설사, 문화 해설사 등 자격증도 여섯 가지나 땄다. 이렇게 나름대로 분발해 자리를 잡은 편이지만 경제적 애환도 있었다. 그로 인해 아내와 자식들을 고생시켰다. 이건 귀농 이후 내 삶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일의 규모와 방향을 과도하게 설정한 걸까? “농촌에 와서 안타까운 건 주민들의 열악한 현실이었다. 나만 편하게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했다. 뭔가 작으나마 주민들에게도 도움 되는 일을 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 거다. 귀촌이나 귀농을 해서 이웃들이야 어떻든 나만 즐겁게 살면 된다는 생각, 살다가 정 싫으면 떠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지만 이는 무모하다. 외지인들이 들락날락하는 바람에 더 힘들어지는 건 원주민 농부들일 뿐이다.” 똑똑하고 이타적인 귀농인이 나서서 마을 공동사업을 추진하더라도 벽에 부닥쳐 좌초하는 사례가 많다. 아예 나서지 않는 게 상책이라 조언하는 이들도 있더군. “그 대목이 참 어렵다. 원주민들의 동참을 유도하기가 만만치 않아서다. 합리성과 효용성이 명백한 경우에도 색안경부터 쓰는 이들이 있다. 나는 현재 산촌 유학 관련 사회적 기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림청으로부터 이미 승인도 받았다. 그러나 부지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주민들이 반대해서지. 귀농인이 선의를 가지고 앞장서도 외지인에 대한 본능적인 불신이랄까, 원주민들에겐 그런 게 있어 난처하다. 차라리 나서지 않는 게 현명한 처신이라는 견해는 어쩌면 탁견이다.” 귀농을 고려하는 사람들 중엔 ‘아주 작은 농사’로 ‘소확행’을 누리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소규모 농사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어 쓸 수 있을까? “흠, 가능하다. 작물을 길러 가족이 먹고 남는 걸 수시로 로컬 매장에 가져가 손수 팔면 된다. SNS를 통한 직거래도 유망하다. 이 문제엔 관이 나서야 한다. 소규모 귀농 농가 지원을 위한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 강승호는 10여 종의 명함을 지니고 산다. 햐, 그는 문어발식 농업의 선수? 그게 아니란다. 분산 전략이 아니고선 가망성이 낮아 다종다양한 일을 펼쳤다. 지독한 승부욕이 그를 몰아치는 것 같다. 그런데 뜻밖에도 목표는 조신하다. “결론은 비우고 살기다!” 무욕으로 진정한 행복을 맛보겠다는 얘기다. 강승호 씨가 주는 귀촌 Tip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함께 귀농하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한다. •이민보다 정착하기 ㅁ더 힘든 게 귀농임을 명심하자. •원주민과의 갈등이나 마찰을 극구 피하라. 먼저 배려하고 이해하는 게 상책이다. •작물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자. •종묘상이나 묘목 상인의 얄팍한 상술에 현혹되지 마라. •농업기관이 주관하는 농업 교육이나 영농 상담 창구를 적극 활용하자.
- 2021-10-0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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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 악양면, 차향 머금은 봄바람 쐬러 갈까요?
- 4월의 찬란한 신록을 만나기 위해 하동으로 간다. 악양행 버스를 타고, 화개천 옆을 지난다. 간밤에 흩날렸을 벚꽃 잎을 상상하며 아름드리 벚나무 가로수 길을 달린다. 오른쪽 차창 밖으로 은빛 섬진강과 푸른 보리밭이 봄볕에 반짝거린다. 섬진강가 산비탈에는 야생차밭이 연둣빛 생기를 뽐낸다. 걷기 코스 화개시외버스터미널▶시내버스 타고 악양면으로 이동▶매암제다원(매암차박물관)▶하덕마을 담장 갤러리▶드라마 ‘토지’ 촬영지▶박경리문학관▶최참판댁▶시내버스 타고 화개장터 또는 화개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산자락 아래 볕 좋은 동네 악양 화개시외버스터미널에 악양행 시내버스가 들어온다. 버스에서 내린 행복버스 안내 도우미가 연로한 승객들을 부축해 승하차를 돕는다. 기사도 승객이 승하차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한다. 안내 도우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악양(개치)정류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도보 1분 거리에 매암제다원이 있다. 매암제다원은 3대에 걸쳐 40년 동안 친환경 자연농법으로 차밭을 가꾸고, 악양에 전해오는 전통 제다법으로 차를 만드는 곳이다. 다원 안으로 들어서 매암차박물관 옆을 지나자, 초록빛 야생차밭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원에 따사로운 봄볕이 가득하다. 높을 岳(악), 볕 陽(양) 자를 쓰는 악양다운 풍광이다. 마침 매암차박물관의 장효은 학예실장과 이윤경 기획실장이 야외에서 차담을 나누고 있다. 매암제다원에서 파는 차가 녹차가 아닌 홍차인 이유를 묻자 장 실장이 “많은 사람이 녹차나무와 홍차나무가 다른 나무라고 생각하는데, 같은 나무예요. 찻잎을 발효하면 홍차 잎이 돼요. 악양 사람들은 옛날부터 홍차로 만들어 먹었어요. 서양 홍차는 우리나라 찻잎보다 크고, 맛과 향이 진하죠”라고 대답한다. 이 실장도 거든다. “이곳 할머니들은 찻잎을 잭살이라 불러요. 4월에 처음 딴 찻잎을 참새 雀(작), 혀 舌(설) 자를 써서 작설이라고 부르는데, 거기에서 유래한 것 같아요. 식구들이 감기나 배앓이를 하면 잭살을 한 움큼 넣고 푹푹 우려 약차로 만들어 먹였대요.” 1300여 년 전, 우리나라에 차가 처음 전래된 곳이 하동이다. 임금에게 차를 진상했던 곳도 하동이다. 악양과 화개 산비탈에 자리 잡은 대규모 야생차밭은 한없이 경이롭다. 하동 사람들의 차 사랑과 자부심이 대단할 만하다. 은은한 차 한 잔의 위로 2만여 평의 차밭이 굽어 보이는 매암제다원 마당에 매암다방이 있다. 나무꾼이 살 것 같은 아담한 오두막이다. 실내에 차밭이 보이는 벽마다 큰 창을 내어 자연을 담은 액자처럼 꾸몄다. 실내에 있기에는 아까운 계절. 찻그릇을 담은 차 쟁반을 들고 나가 차밭이 잘 보이는 감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는다. 간지러운 봄볕을 즐기며 찻잎을 우린다. 찻잎에 뜨거운 물을 붓고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발효된 홍차는 녹차보다 맛이 순하고 구수하다. 찻잔이 작으므로 마주앉은 이의 잔을 수시로 살펴야 한다. 서로 잔을 채워주며 따스한 차담을 나누라고 찻잔이 작은 것일까 생각해본다. 찻잔 위로 스치는 봄바람에 참새 혓바닥 같은 찻잎들이 쫑긋거린다. 연둣빛 여린 찻잎에서 천 년을 이어온 생명력을 느낀다. 다원 입구에 있는 매암차박물관은 일제강점기에 수목원 관사로 사용했던 적산가옥이다. 흰 목조 건물과 푸른 차밭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차와 관련한 다양한 유물 130여 점을 전시한다. 차 문화사 강좌, 차 만들기 체험, 차 따기 체험, 하동 차문화 기행 등 문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매암제다원(매암차문화박물관) 여름철 10:00~19:00, 겨울철 10:00~18:00, 월요일 휴무, 관람 무료, 매암다방(셀프) 찻값 3000원. 사계절 차꽃 피는 하덕마을 매암제다원을 나와, 시골길을 타박타박 20분쯤 걸어 하덕마을에 도착한다. 27명의 작가가 마을 주민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 사진, 조형물을 만들어 골목을 아름답게 꾸며놓았다. 벽화뿐만 아니라 나무, 철, 도자기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이 담장에 전시돼 있다. 마을 입구 ‘팥이야기’ 카페에서 출발해, 발소리를 죽이고 고요한 돌담길을 스며들듯 거닌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하얀 차꽃이 흩날리는 그림 ‘차꽃’과 매화가 핀 찻잔과 보름달을 그린 ‘달 아래에서’, 장식장에 찻잔이 가득한 ‘찻잔’ 벽화가 눈길을 끈다. 기와지붕 처마에 거꾸로 매달린 차꽃 조형물은 이름도 어여쁜 ‘꽃비내림’이다. 담장 위에는 농악대를 형상화한 철 조형물이 곡예를 한다. 가만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난다.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공통된 정서는 ‘푸근함’이다. 시골 정취가 가득한 하덕마을과 정감 있는 예술작품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 오랜만에 맘에 드는 골목길을 만나 가슴이 설렌다. 마을 중앙에 있는 ‘차꽃오미’ 한옥 민박집에도 잠시 들른다. 위엄 있는 솟을대문과 잔디가 깔린 앞마당과 100년 된 고택의 조화가 멋스럽다. 하동군 악양면 악양서로 227. 최참판댁에서 평사리 들판을 굽어보며 하덕마을을 뒤로하고, 박경리 소설 ‘토지’를 드라마화한 토지 촬영장으로 향한다. 찻길 옆 인도를 따라 걷는다. 구재봉 자락에 40만여 평에 달하는 악양면 평사리 들판이 펼쳐진다. 들판 한가운데에 깃대처럼 서 있는 부부송(夫婦松)이 옛 친구 만난 듯 반갑다. 하덕마을에서 약 15분 걸으면 오른쪽에 ‘토지’ 촬영장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나온다. 이곳이 평사리 상평마을 입구다. 여기서 ‘토지’ 촬영장까지 10분 정도 다시 오르막길을 오른다. ‘토지’ 촬영장에 용이네, 판술네, 두만네, 월선네, 김훈장댁, 송관수네가 살았던 초가와 읍내 장터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당에는 황소와 토끼가 살고, 곳간에는 장작이 그득하다. 사립문 옆에는 샛노란 산수유와 개나리, 목련이 탐스럽게 피었다. 텃밭에는 상추가 싱싱하게 자란다. 실제 사람이 사는 마을처럼 관리한다. 일부 한옥은 민박집으로도 사용한다. 촬영장 바로 위에 2016년에 개관한 박경리문학관이 있다. 박경리의 유품과 작품, 각 출판사가 발행한 소설 ‘토지’ 전질, 초상화 등이 전시돼 있다. 문학관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최참판댁 솟을대문에 이른다. 서희가 자란 별채와 최치수가 머물렀던 사랑채가 그 모습 그대로다. 최치수인 양 사랑채 마루에 올라서서 평사리 들판을 굽어본다. 아득한 섬진강에 봄 아지랑이가 아롱거린다.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09:00~18:00, 연중무휴. 주변 명소 & 맛집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 화개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화개장터다. 화개장터는 하동군과 전남 구례군과 광양시의 경계 지점에 있다. 한국전쟁 전만 해도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각 지방의 토산물들을 사고팔았던 곳이다. 원래 위치는 화개천의 화개교 아래였는데 현재의 위치로 옮기면서 상설시장이 됐다. 시골 오일장의 구수한 정취는 사라졌어도 파는 물건과 음식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지리산에서 채취한 산나물과 약초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동 향토음식 전문점 ‘은성식당’ 섬진강가에 자리한 은성식당은 하동 특산물인 재첩, 은어, 참게를 이용한 요리를 판다. 재첩국, 은어튀김, 참게탕이 인기가 많다. 섬진강에서 채취한 재첩을 넣고 맑게 끓인 재첩국은 하동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송송 썰어넣은 부추가 향긋함을 더한다. 집게다리에 털이 북슬북슬한 참게에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 푹 끓인 참게탕은 구수한 맛이 별미다. 밑반찬도 모두 맛깔나다. 창밖으로 보이는 섬진강과 차밭 풍광은 덤이다. 팥 전문 카페 ‘팥이야기’ 하덕마을 입구에 있다. 도시에서나 볼 법한 이층 양옥이어서 눈에 금세 띈다. 내부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고풍스럽다. 빈티지한 가구와 소품을 활용한 감각이 돋보인다. 대표 메뉴는 단팥죽과 팥빙수다. 작은 놋그릇에 담겨 나온다. 단팥죽의 당도가 적당하고, 팥의 풍미가 한껏 느껴진다. 식사 대용으로는 양이 부족하지만, 커피 한 잔 값에 맛있는 단팥죽을 맛볼 수 있으니 만족스럽다. 팥이야기에서 1분 정도 걸어가면 토속적인 분위기의 ‘타박네’ 카페(055-883-251)가 나온다. 팥소가 듬뿍 든 우리 밀 찐빵을 판다. 여행 정보 걷기 Tip -위에 소개한 코스는 수도권 기준, 당일 여행이 가능하다. 대중교통으로도 가능. -하동을 구석구석 여행하고 싶다면 주민공정여행 프로그램인 ‘놀루와’를 이용하면 된다. 하동 토박이가 여행 상담, 개별 맞춤 여행을 추천·진행한다.
- 2019-04-1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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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분홍 봄을 찬미하는 ‘바람꽃의 종결자’ 남바람꽃
- 봄비[雨]가 내려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 무렵. 음력으로 3월 중순, 양력으로는 4월 20일 즈음 백화(百花)가 만발(滿發)하며 봄은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이 시기 특히 제주도에는 고사리가 지천으로 돋아나 숱한 이들이 들판을 누비고 다닙니다. 바로 그즈음 한라산 기슭 중산간 지역에, 누구나 한 번 보면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에 빠져들기 마련인 야생화가 피어납니다. 이름하여 남바람꽃. 2월 중순 제주도와 여수, 울산, 변산 등지에서 피기 시작한 변산바람꽃을 필두로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들바람꽃, 태백바람꽃, 홀아비바람꽃, 세바람꽃, 나도바람꽃, 회리바람꽃, 숲바람꽃 등 남한에 자생하는 10여 종의 ‘바람꽃’ 가운데서 가장 예쁘다는 평을 받는 그 남바람꽃이 바람꽃 향연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려는 듯 연분홍 꽃잎을 펼치는 것이지요. ‘남쪽 지방에서 자라는 바람꽃 종류’라는 뜻을 담고 있는 남바람꽃. 4~5월 20~30cm까지 자라는 꽃줄기 하나에 꽃 1~3개가 달리는데, 여타 바람꽃들과 마찬가지로 실제 꽃잎은 없고 1cm 정도의 꽃받침잎 5~7개가 퇴화한 꽃잎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꽃받침잎이 진한 연분홍빛을 띠기 일쑤여서 야생화 애호가들로부터 남다른 사랑을 받는 것이지요. 그것도 앞면은 흰색이지만 뒷면이 핑크빛으로 물들기에, 젊은이건 나이 지긋한 노인이건 체면 따위는 던져버리고 땅바닥에 털썩 엎드려 남바람꽃의 환상적인 뒤태 매력에 빠져듭니다. 그런데 지금은 남바람꽃으로 거의 통일되었지만, 아직도 일부 도감에는 남방바람꽃으로 올라 있는 등 이름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연유인즉슨 1942년 전남 구례에서 처음 발견돼 남바람꽃이란 이름을 얻었으나 이후 잊혔다가, 60여 년 만인 2006년 제주도 한라산 자락 해발 550m 숲에서 다시 발견되면서 일부 언론에 미기록종 ‘한라바람꽃’으로 보도되고 이듬해 ‘제주미기록종: 남방바람꽃’이란 논문으로 정식 보고되는 등 해프닝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후 경남 함안과 전북 순창, 그리고 1942년 식물학자 박만규(1906~1977) 선생이 ‘조선의 남바람꽃’을 처음 발견했다는 구례군 등 세 곳에서 자생지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처음의 남바람꽃으로 원위치했습니다. Where is it? “분포: 일본/전남 구례군과 전북 순창군, 제주도”.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종)에 나오는 남바람꽃에 대한 간략한 정보다. “최근에 자생지가 알려졌으며,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의 설명처럼 자생지는 몇 군데에 불과하다. 그중 64년 만에 남바람꽃의 존재를 다시 알린 제주도의 자생지는 제주시 애월읍의 한 공동목장 인근 숲. 문제는 이 중산간 공동목장이 팔리거나 개발되면 제주도 내 단 한 곳뿐인 자생지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근원적인 자생지 보전 대책이 요구된다. 전북 순창군의 자생지는 회문산자연휴양림 안에 있으며 울타리를 치고 관리하고 있다. 몇 해 전 야생화 동호인들이 찾아낸 구례군 내 자생지는 박만규 선생이 60여 년 전 구례군에서 처음 발견했다는 장소와는 다른 지역으로 추정됐다. 이는 더 많은 자생지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밖에 국생종에 언급되지 않은 제4의 자생지가 경남에 있다. 함안군 대산면 낙동강변 숲속에 있는데, 현재 인근 주민이 군의 위임을 받아 울타리를 치고 보호하고 있다.
- 2019-03-2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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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문화캘린더
- 따뜻한 봄 내음이 물씬 풍기는 3월, 이달의 추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일시 3월 5~17일 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출연 박영수, 신상언, 김도빈 등 서울예술단의 대표작 ‘윤동주, 달을 쏘다.’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며 완성도 높은 무대로 돌아온다. 시인 윤동주의 치열했던 삶과 예술을 담아낸 뮤지컬로 비극의 시대에 써내려간 그의 시(詩)들이 노래와 춤으로 어우러져 감동을 선사한다. (행사) 2019 광양매화축제 일시 3월 8~17일 장소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강 매화마을 일원 전라남도 섬진강변 매화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광양매화축제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축제다. 새하얀 눈처럼 만발한 매화와 아름다운 섬진강이 함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산책로를 걸으며 백(白)매화뿐만 아니라 홍(紅)색, 청(靑)색 다양한 매화의 색과 향기에 취해보자. 인근 청매실농원에서 광양의 특산품인 새콤달콤한 매실도 맛볼 수 있다. (클래식) 송영훈의 클래식 큐레이터, 낭만에 대하여 일시 3월 10일 장소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출연 해설가 및 첼리스트 송영훈, 비올리스트 이신규 등 클래식 음악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공연이다. 음악과 미술사의 숨은 이야기들을 대한민국 대표 첼리스트 송영훈이 이해하기 쉬운 해설과 수준 높은 연주로 풀어낸다. 차세대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연주로 낭만시대와 인상주의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 일시 3월 15일~5월 12일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출연 이순재, 신구, 권유리, 채수빈 등 까칠한 성격의 고집불통 할아버지 ‘앙리’와 꿈을 찾아 방황하는 대학생 ‘콘스탄스’가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다. 세대 간의 갈등을 소통으로 풀어가는 주인공들은 보는 이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2017년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내공을 자랑하는 배우 이순재와 신구가 ‘앙리’ 역을 맡았다. ‘콘스탄스’ 역에는 권유리, 채수빈이 더블 캐스팅되어 색다른 분위기가 기대된다. (행사) 제20회 구례산수유꽃축제 일시 3월 16~24일 장소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관광지 일원 산수유꽃이 만발하는 지리산에서 봄의 정취와 시원한 고로쇠 약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꽃축제다. 행사장에서 산수유꽃으로 만든 먹거리를 맛볼 수 있으며, 산수유떡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와 공연도 펼쳐진다. (오케스트라) 노다메 칸타빌레 인 클래식 일시 3월 24일 장소 롯데콘서트홀 일본과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이 드라마 속 정통 클래식이 오케스트라로 찾아온다.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인 KBS ‘내일도 칸타빌레’의 연주 대역을 맡은 피아니스트 이현진과 풀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클래식 음악을 새롭게 즐길 수 있다.
- 2019-03-0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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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구례 산동면 지리산 자락에 사는 정부흥 씨
- 어디로 귀촌할까, 오랜 궁리 없이 지리산을 대번에 꾹 점찍었다. 지리산이 좋아 지리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단다. 젊은 시절에 수시로 오르내렸던 산이다. 귀촌 행보는 수학처럼 치밀하고 탑을 쌓듯 공들여 더뎠으나, 마음은 설레어 일찌감치 지리산으로 흘러갔던가보다. 지금, 정부흥(67) 씨의 산중 살림은 순조로워 잡티나 잡념이 없다. 인생의 절정에 도달했다는 게 아닌가. 처음엔 미친 짓이라는 소리를 흔히 들었다지. 정부흥 씨는 임야 1만8000평을 사들여 일을 개시했다. 이 거창한 행세에 쓴소리들이 난무했던 모양이다. 외지고 으슥하고 가파른 산 덩어리여서다. 긴 고행이 빤히 보여서다. 그러나 기꺼이 자청한 고행은 고행이 아니라 순행(順行)이다. 절박한 눈으로 뒤를 돌아본 정 씨는 도시에서의 지난 생이 오히려 고행에 가까웠음을 알아차렸던 것 같다. 어라? 나를 목줄 채워 끌고 다닌 도시를 벗어나겠다는 데 왜들 난리람! 아마도 그쯤의 생각과 각오가 머릿속을 굴렀을 게다. 정 씨는 전남대학교 자원공학과를 나온 공학 박사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다 2012년에 퇴직했다. 임야는 은퇴 이전에 이미 사뒀다. 수시로 터를 드나들며 정을 붙였다. 귀촌 마스터플랜을 근사하게 준비하고서 임야에 길을 닦고, 기반공사를 하고, 임시 거처를 지었다. 퇴직 후에는 완전한 이주를 하고 본집을 거하게 지었다. 크고 너른, 반듯하고 웅장한 그의 거처는 이제 숲속 대궐에 가깝다. 부부 단둘이 살기엔 너무 방대한 규모로 보이지만 정 씨의 꿈과 이상이 실린 공간이다. 그의 수완과 통과 너름새가 비치는 구색이다. 터에 들어선 품목들이 크고 많으니 해온 일, 헤쳐나온 시련이 산더미였을 것이다. 신역도 신산(辛酸)도 자심했을 테지. 그러나 그는 일에 신명을 냈더란다. 오지게 터진 일복에 심취할 절호의 찬스를 만났다는 투로. 그렇다면 그는 근력 짱짱한 장한(壯漢)? 실은 정반대다. 지병을 달고 살아왔으니 말이다. 50대 후반쯤 당뇨병 여파로 들이친 풍을 맞아 반신마비에 빠졌고, 강철 같은 의지로 마비에서 탈출했으나 여전한 당뇨는 신중히 관리하며 지내왔다. 지리산으로 가자, 그게 살길이다! 그는 그렇게 부르짖으며 산중으로 귀촌했다. 몸이 망가졌으니 흐느껴 나온 생각들이 많았을 게다. 마음의 비장한 물결에 젖어 한탄을 거두고 속으로 다진 것도 많았을 테지. 그럴 즈음 지리산이 그를 호명했고, 그는 득달같이 응했던 모양이다. 이 불운하고도 야무진 사람의 눈은 단춧구멍처럼 간신히 째졌을 뿐이지만, 얼굴엔 자주 홍소(哄笑)가 출렁거린다. “직장생활이라는 게 스트레스 많은 정신노동의 연속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두주불사가 잦았어요. 결국 몸을 망쳐 당뇨와 뇌졸중이 겹치는 지경까지 갔던 겁니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극심한 시련이었죠. 5년여에 걸친 재활치료로 다행히 반신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이대로 계속 도시에서 살다간 죽을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귀촌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어요.” “귀촌이, 산골생활이 건강을 호전시킨 셈인가요? 귀촌을 통해 중병을 고쳤다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두 가지 요인에 힘입어 건강을 도모할 수 있었어요. 하나는 아내의 헌신적인 조력입니다. 까다로운 식이요법을 아내 덕분에 철저하게 행해왔으니까. 생명의 은인이랄까, 그런 아내에게 제가 꼼짝을 못합니다.(웃음) 또 하나의 요인은 귀촌을 해서 만난 좋은 자연환경이에요. 숲길을 날마다 걸었어요. 배수진을 치고, 즉 목숨을 걸고, 운동 아니면 죽음이다, 라는 각오로 줄기차게 걸었죠. 요즘도 마찬가지예요. 아직 당뇨병이 있지만 내 몸 안에 들어온 평생 친구라 생각하며 관리하는 중이에요.” “이 너른 터전과 다수의 건조물, 숲과 텃밭, 이런 것들을 어떻게 능히 짓고 가꾸고 관리해왔죠? 온전치 않은 건강으로 말이죠.” “젊음과 자금력, 이 둘의 추진력이었어요.” “인생의 하오에 젊음이라니요?”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이 산골에 들어온 초기엔 엄청 젊었던 것 같아요. 하늘을 잡고 도리뱅뱅이질을 쳤죠. 무모하긴 했어요. 그거 아세요? 저희 같은 연구원들의 특질이 뭐냐면, 항상 도전한다는 거.” 끊이지 않았던 사건 사고 그가 도전한 종목은 여럿이다. 귀촌의 성공 모델을 본때 있게 실현하겠다는 것, 몸을 아끼기보다 닳도록 써 건강을 살리겠다는 것, 자연과 호형호제하며 마음의 평화를 누리겠다는 것, 오누이처럼 부부가 다정하게 잘 늙어 여생을 동행하겠다는 것. 가련하고 허무한 게 인생사이지만 선한 지향이 뚜렷한 사람의 발길엔 정채(精彩)가 서린다. 안간힘을 다하면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온다. 그는 열렬한 활보로 귀촌의 나날들에 생기를 부여했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 정 씨는 거의 미친 듯이 일에 몰두해왔다. 울울한 숲을 파헤치는 토목공사를 주도했다. 귀촌을 위해 미리 배워둔 목공기술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목공실을 만들어 수많은 목재를 손수 자르고 깎고 다듬었다. 3차원 건축설계 소프트웨어를 활용, 60평과 40평짜리 두 채의 집 설계도 직접 해치웠다. 건축 공사도 업자에게 도급을 주지 않고 직영했다. 이 많은 일들을 해내는 중에 사고도 많았다지. 요상하게 줄줄이 이어진 사건기록을 들어보시라. “귀촌 초기, 사건 사고들이 끊이질 않았어요. 한번은 석축을 쌓다가 바윗돌에 깔렸는데, 발목뼈가 여러 조각으로 부서집디다. 덕분에 반년 동안 깁스를 했고, 1년 반 정도 재활치료를 받았죠. 포클레인 작업 중 전복사고를 당해 부상을 입기도 했어요. 예초기로 풀을 베다 벌집을 건드려 벌떼의 집중 공격을 당하기도 했고. 그때마다 응급실에 실려가 누울 수밖에 없었고요. 하하핫! 아내에게도 역시 사고가 많았어요. 집사람이 소형 덤프트럭을 몰아요. 어느 날 언덕에서 트럭이 뒤집혀 굴렀어요. 해충과 독충에게 시달리는 건 소소한 일상이었죠. 아내는 독사에게도 물렸어요. 응급실에 달려가 해독주사를 맞고 위험을 면했죠.” “아이쿠, 괜히 산골에 왔어, 돌아가야겠어, 그런 회의는 없었나요?” “모든 사고들이 알고 보면 다 인재(人災)였어요. 숙달 과정으로, 필수적인 시행착오로 여겼어요. 요령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기에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요. 회의나 후회는 조금치도 없었고요. 산골살이는 오래 묵은 꿈이었으니까.” “대부분의 아내들은 귀촌에 흥미를 못 느껴요. 고생길이 훤히 보여서죠. 잘난 당신이나 혼자 내려가소서! 그런 소리 나오기 십상이죠.” “산골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외로움을 즐길 수 있는 정서가 기본적으로 필요하겠죠. 조용한 자연 속에서 과연 즐겁게 살아갈 소양이 있는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는 거. 저나 아내는 그런 면에서 시골과 적성이 맞았어요. 그러나 아내가 귀촌을 선뜻 동의하진 않았어요. 지역 선정에 반영할 네 가지 조건을 겁디다.” “어떤?” “대학병원 수준의 병원이 15분 안짝 거리에 있는 곳, 평소 늘 해왔던 요가를 계속할 수 있는 요가원이 있는 곳, 수필가로서 독서를 좋아하는 아내가 쉽게 찾아갈 도서관이 있는 곳, 항상 온천욕을 할 수 있는 곳. 이렇게 네 가지였어요. 이곳 구례군은 갖가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아내의 요구조건을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 지역이죠. 저절로 생긴 수입 마당에 서서 바라보는 경관이 후련하고 수려하다. 노고단을 중심으로 어깨를 겯고 일렁이는 능선 마루로 파란 하늘 자락이 겹쳐진다. 빼어난 뷰! 동향으로 앉은 집이니 새벽이면 침실 창으로 햇살이 두근대며 들이칠 게다. 집 뒤 숲엔 편백나무 수림이 조성돼 있고, 숲 사이로는 구불구불 휘어지는 산책로와 정자를 꾸며뒀다. 뭐 하나 빈틈도 결함도 없어 보이는 입지이자 장원(莊園)이자 저택이다. 이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정 씨는 서울에 있었던 아파트 두 채를 처분했다. 이제는 수고롭게 돈 버는 일은 작별이야. 부부는 그렇게 합의하고 내려왔다. 그러나 돈이 저절로 들어오는 일이 생겼다. 뜻밖의 수익이란다. “저희 임야 안에 고로쇠나무들이 다수 있어요. 봄철이면 수액을 받는데, 이걸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 약간의 노동이 필요한 채취 작업을 해 연간 1000만 원쯤 수익을 올립니다. 비워두었던 아래채 2층집에서도 수입이 발생할 걸 미처 몰랐어요. 1층은 월세를 주고, 2층은 민박 손님을 받았더니 해마다 1000만 원 정도의 돈이 들어오더라고요. 가끔 귀촌인 상대의 목공 강의를 통해서도 약간의 강사료가 들어옵니다. 이렇게 모아지는 자금은 해외여행 경비로 씁니다.” 이래저래 이젠 순풍에 미끄러지는 돛배처럼 순항이다. 지루하진 않을까? 그렇잖아도 함께 오래 살아온 부부가 새삼 24시간을 늘 같이 지내야만 한다는 건 끔찍한 일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귀차니즘’이 풍선처럼 부푸는 건 아닐까? “제가 집사람에게 독불장군이라는 소리를 듣고 살아요. 간간이 마찰이 없을 리 없죠. 대판 다투고 난 뒤 아내가 잠시 가출을 하기도 했어요.(웃음) 그런 일을 겪으면서 나름의 독립적인 생활방식을 찾게 됐어요. 오전엔 같이 텃밭이나 마당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함께 산책을 하지만 저녁식사 후엔 각자의 공간으로 들어가 각자의 일을 합니다. 아내는 1층에서, 저는 2층에서.” “귀촌인들은 흔히 조언해요. 가급적 집을 작게 지어라! 작은 집이라야 유지 관리가 쉽다는 얘기죠. 선생께서 집을 크게 지은 이유는 뭐죠?” “내 손으로 한 번은 집다운 집을 제대로 짓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어요. 자손들이 찾아오면 맘껏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도 싶었고. 하지만 바람직한 집은 아니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곤 해요. 우리 둘 가운데 하나만 남을 날이 머잖아 찾아올 텐데, 그땐 혼자서 이 너른 집과 터를 어떻게 간수할꼬, 그런 염려도 생기고.” “산골살이의 즐거움은 어디에 있죠?” “계절마다 달마다 날마다 다변하는 자연을 느끼며 배우며 사는 즐거움이 으뜸입니다. 몸이 녹아나는 혹독한 노동의 날들도 즐거웠어요. 건강을 유지할 에너지를 얻었으니까. 뭔가 떳떳하다는, 죄짓지 않고 산다는 기분 역시 노동을 통해 실감했어요. 노동에 휴식을 가미한 생활방식을 취하면서는 만족감이 더 커지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인생의 정점에 올라섰다는 행복감이 커요. 그러나 모자란 사람일 뿐이죠. 자연은 저토록 온전한데 나는 틀려먹었구나! 그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불가(佛家)에서 가르치는 ‘공(空)’을 마음속으로 늘 되뇌이고…. 한 마리 배추벌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걸 또한 기억하려 하고….” 세상의 탐욕과 광기가 침범 못할 이 고요한 산중. 몸 낮춰 마음을 평온으로 채운다면 고요마저 열락(悅樂)이겠지. 정부흥 씨가 주는 귀촌 Tip •사전에 시골생활을 체험하자. 한두 달로는 부족하다. 최소한 1년 정도는 월세 집이라도 얻어 살며 물정을 파악하는 게 좋다. •집을 지을 경우 사전에 집짓기 교육을 받아두는 게 좋다. 건축은 업자에게 맡기지 말고 직영을 하자. 건축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대신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귀촌생활에 텃밭은 필수다. 그래야 적당한 노동의 즐거움을 누리고, 깨끗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다.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배운 작가.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천년 산행’, ‘암자에서 듣다’, ‘산골로 간 예술가’ 등의 저서가 있다.
- 2018-12-0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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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 곡곡 도보여행 어떠세요?
- 도보여행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면, 지방마다 조성된 걷기 코스까지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황안나 도보여행가가 추천하는 지방 도보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코스 추천 및 사진 제공 도보여행가 황안나 ◇ 도보여행가 황안나의 지방 걷기 코스 추천 코멘트 경기도 남양주 다산길 “다산길은 한강과 팔당나루터, 소재나루를 보면서 운길산까지 걷는 ‘한강나루길’(1코스) 구간을 가장 추천할 만하다. 무엇보다 길이 평탄해 초보자도 쉽게 걸을 수 있고, 강가와 호숫가를 둘러싼 경치가 으뜸이다. 걷다 보면 중앙선 옛 철로가 나오는데, 어릴 적 추억이 아른아른 떠오른다. 다산 생가 부근에는 봄이면 진달래가 피어 절경을 이룬다.” 충청도 태안 해변길 “태안 해변길 하면 ‘노을길’(5코스)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길의 끝에 다다르면 꽃지해변이 나오는데, 시간을 잘 맞춰 일몰 때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해안을 물들이는 석양이 장관을 이뤄 셔터만 누르면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다. 홀로 걷다 보면 해 질 무렵에 이따금 마음이 쓸쓸해지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정취와 아름다운 노을이 버무려져 오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전라도 변산반도 마실길“새만금을 따라 방조제를 걷는 코스로는 넉넉잡아 8~9시간 정도 걸린다. 전나무 숲길을 지나 내소사를 탐방하고, 광활한 갯벌을 바라보며 곰소항까지 거닐어도 좋다. 곰소 젓갈 축제가 열리는 때에 맞춰 방문해 행사도 즐기고, 곰소젓갈시장에 들러 구경해보는 것도 괜찮다. 곰소항, 격포항 인근 맛집이 많아 식도락 도보여행가에게도 안성맞춤이다.” 강원도 강릉 바우길“바우길 하면 선명하게 겨울의 끝자락 하얗게 눈이 쌓인 선자령 풍차길에 피어 있던 노란 복수초가 생각난다. 머리에 덮인 차디찬 눈을 털어내고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여린 꽃망울이 어찌나 아름답고 또 기특한지. 복수초 외에도 사시사철 피는 아름다운 야생화를 보기 위해 이 길을 걷는 여행가가 많다.” 경상도 상주 MRF 이야기길“낙동강 줄기를 끼고 걸을 수 있는 ‘낙동강길’(1코스)의 끝자락 경천교 인근에 상주 자전거 박물관이 있다. 다양한 자전거 조형물을 구경한 뒤 자전거를 빌려 즐길 수 있다. 개인적인 추억이지만, 이곳을 걸으며 아이들이 어릴 적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준 자전거를 보물처럼 다뤘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손주나 자녀와 함께 가도 좋겠다.” 부산 부산 갈맷길 “갈맷길의 백미는 해안 절경이 아름다운 ‘이기대’다. 광안리 해수욕장과 오륙도 유람선 선착장이 가까워 관광 삼아 거닐어도 좋은 길이다. KTX를 타고 당일치기 도보여행으로 즐겨도 손색없다. 드넓은 바다와 기이한 암석, 귀여운 쑥부쟁이, 울창한 소나무 숲 등 걷는 내내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다.” 경상도-전라도 지리산 둘레길 “발걸음이 닿는 길마다 맛 좋은 음식과 넉넉한 인심이 넘쳐난다. 어느 가을날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가 농사짓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마침 수확한 감을 나눠주시며 정겹게 말을 건네시던 기억이 난다. 특히 5일장 등이 서는 날 맞춰 가면 이곳만의 정취를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 태안 해변길 서해를 끼고 남북으로 길게 펼쳐져 있으며, 갯벌과 사구 등 해안 생태계의 가치를 인정받아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안 자체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곳이다.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전망이 뛰어나고 걷기 좋은 해변길이 7개 코스로 조성되어 있다. 그중 백미는 5코스인 안면도 노을길이다. 안면도 초입에 자리한 백사항에서 꽃지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노을길은 울창한 소나무 숲길과 멋진 해안 풍경이 절경을 이룬다. 여기에 서해안 3대 낙조로 꼽는 꽃지해변 노을길은 도보여행자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 변산반도 마실길 아름다운 해변과 포구가 있고 유서 깊은 절과 계곡으로 이루어진 변산반도는 숱한 세월이 켜켜이 쌓인 채석강, 그윽한 아름다움이 깃든 내소사, 맛깔스러운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 등이 주요 명소다. 이 모든 곳을 아우르는 코스가 바로 ‘변산 마실길’이다. 1~8코스 66km와 해안누리길 18km로 나뉜다. ‘바다와 대화하고, 갯벌과 벗하며 마실간다’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해안 길을 걸어볼 수 있는 매력적인 코스다. 단, 썰물 때는 해안이 길게 드러나 길이 생기지만, 밀물 때는 바닷물이 해안으로 들어와 길이 없어지거나 걷기 어려워지므로 시간에 유의해 여행 계획을 짜야 한다. ◇ 상주 MRF 이야기길 곶감의 고장 상주에는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을 배경으로 산(Mountain), 강(River), 들(Field)을 뜻하는 걷기 좋은 ‘MRF 이야기길’이 있다. MRF란 산길, 강길, 들길을 걷거나 달리는 신종 레포츠를 뜻하기도 하는데, 원점 회귀가 가능하면서 낮은 산길(해발 200~300m) 구간이라야 한다. 총 13개 코스로,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길은 제1코스 낙동강길이다. 비봉산을 거쳐 경천대로 돌아오는 길목에는 청룡사와 자전거 박물관, 상도 드라마 세트장 등 볼거리가 많다. ◇ 남양주 다산길 ‘다산길’은 한강과 북한강, 국립수목원, 운길산, 축령산 등 남양주시의 둘레길을 통틀어 말한다. 코스를 모두 합한 거리는 170km 남짓, 총 14개 코스로 저마다 볼거리와 분위기가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길은 1코스인 한강 나루길과 2코스인 다산길, 3코스인 새소리 명당길이 겹쳐진 팔당역~능내역~운길산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이 길을 다산길의 으뜸으로 꼽는 것은 시원한 강줄기를 따라 걷다가 옛 기찻길을 걷는 낭만도 있고, 무엇보다 그 중심에 다산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다산 유적지가 있기 때문이다. ◇ 강릉 바우길 ‘바우길’은 백두대간에서 경포와 정동진까지 산맥과 바다를 함께 걷는 총연장 약 400km의 장거리 코스다. 강릉바우길 17개 구간, 대관령바우길 2개 구간, 울트라바우길, 계곡마우길, 아리바우길로 이뤄져 있다. 강원도의 자랑인 금강소나무 숲이 70% 이상 펼쳐져 있는 바우길의 매력은 트레킹과 삼림욕을 동시에 즐긴다는 데 있다. 도보여행에 자신 있는 이라면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울트라바우길’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4박 5일 동안 총 72km를 걷는 코스로, 고난도 트레킹과 야영이 혼합된 바우길 특별 구간이다. ◇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 둘레 3개 도(전북, 전남, 경남), 5개 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21개 읍면 등 120여 개 마을을 잇는 295km의 장거리 코스다. 구간 대부분이 중·상급 난이도로 도보여행 초보자가 걷기에는 다소 버거울 수 있다. 2004년 ‘생명 평화’를 위해 길을 나선 이들이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지리산 순례길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고, 이를 실천에 옮긴 것이 바로 지리산 둘레길이다. 매년 5월 약 보름 동안 참가자를 모집해 지리산 둘레길을 한 바퀴 걷는 ‘이음단’을 창단하고, 다양한 걷기 축제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부산 갈맷길 갈맷길은 부산의 상징인 갈매기와 길의 합성어로 ‘갈매기의 길’이란 의미를 지닌다. 총 9개 코스로, 길이는 268.8km다. 이 코스를 다 걸으면 부산을 한 바퀴 도는 셈이다. 갈맷길 중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부산 해변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제2코스다. 특히 바다와 기묘한 바위들이 어우러진 ‘이기대’를 품은 2-2코스는 해안 산책로의 백미 구간으로 도보여행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갈맷길을 걸으며 구간별 시작점, 중간점, 종점에 마련된 인증대 38개소에서 도보인증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완주인증 및 기념품 수령이 가능하다. >>황안나 도보여행가 국토종단 800km, 국내해안일주 4200km, 24시간 울트라 걷기 등 젊은이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을 65세 이후 이뤄냈다. 국내는 물론 산티아고, 네팔, 홍콩, 부탄, 아이슬란드 등 세계 50개국 걷기코스를 섭렵하며 도보여행에 푹 빠져 살고 있다.
- 2018-05-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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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알아두면 쓸모 있는 걷기 꿀 Tip① 웹사이트로 걷기 코스 찾기
- 걷기가 일상의 행위를 넘어 여행이 되려면 나름의 계획성과 준비가 필요하다. 유유자적 도보 여행가를 꿈꾸며 위대한 첫걸음을 내딛기 전 알아두면 쏠쏠한 걷기 정보를 담아봤다. 두루누비 www.durunubi.kr 걷기와 더불어 자전거 길까지 교통, 숙박, 음식, 문화 등 관련 정보를 한꺼번에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다. 길 이름으로 검색하거나 지도에 표시된 아이콘을 클릭해 지역에 따라 코스 찾기가 가능하다. 코스에 대한 소개 글과 사진, 지도, 거리, 시간, 난이도, 편의시설 등에 대한 기본 정보와 전문가 평점까지 골고루 담았다. ‘여행일정 짜기’, ‘이달의 추천 길’ 등을 이용하면 더욱 수월하게 도보여행 계획을 짤 수 있다. 서울두드림길 gil.seoul.go.kr 서울둘레길, 한양도성길, 근교산자락길, 생태문화길, 한강·지천길 등 서울의 도보 코스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서울둘레길 8개 코스의 지도와 거리, 소요시간을 비롯해 난이도, 진입로 교통정보, 주변 볼거리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해당 자료는 그림 파일로 다운로드 및 출력 가능하다. 한양도성길의 경우 서울두드림길 홈페이지를 통하거나 도메인(seoulcitywall.seoul.go.kr)을 직접 입력해 접속하면 된다. 강화나들길 www.nadeulgil.org ‘나들이 가듯 걷는 길’이라는 뜻을 지닌 강화나들길은 총 20개 코스로 연결돼 있다. 선사시대 고인돌과 고려시대 왕릉 등 유적지와 함께 저어새, 두루미 등 천연기념물 철새가 서식하는 자연환경까지 경험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 좋다. 사이트에서는 코스별 지도, 거리, 소요시간, 난이도, 주변 볼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걷기 모임 일정과 더불어 ‘나들길지기’의 연락처와 콜버스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강릉바우길 www.baugil.org 강릉바우길은 백두대간에서 경포와 정동진까지 산맥과 바다를 함께 걷는 총 400km의 코스다. 산맥에서 바다로 나아가는 길이 대부분이라 경사가 높지 않아 초보 여행자들에게 부담이 덜한 편이다. 사이트에서는 코스별 지도, 교통정보, 준비물을 비롯해 길마다 히스토리를 담은 ‘스토리텔링’ 콘텐츠까지 볼 수 있다. 지리산둘레길 jirisantrail.kr 지리산둘레길은 전북, 전남, 경남을 아우르며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의 21개 읍면 120여 개 마을을 잇는 길이다. 웹사이트를 통해 총 22개 구간으로 나뉜 코스의 지도, 거리, 예상시간, 난이도뿐만 아니라 해발고도까지 볼 수 있다. 더불어 주요 경유지와 안내센터 전화번호, 민박 정보, 마을회관 전화번호 등을 제공한다. 해파랑길 haeparang.org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을 시작으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770km 장거리 도보여행 길이다. 고성 구간, 울진 구간, 포항 구간 등 크게 10개 구간으로 나뉜 50개의 코스가 있다. 사이트에서는 구간별 거리와 소요시간, 난이도를 비롯해 지역별 대표 연락처와 전 구간 교통편 확인이 가능하다. 제주올레길 www.jejuolle.org 제주올레길 18코스 정보를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해놓은 사이트다. 각종 안내소, 화장실, 숙소, 식당, 볼거리, 즐길거리와 시간대별 날씨와 미세먼지, 오존 상태, 휠체어 가능구간 정보도 제공한다. 걷기 또는 제주 여행 관련 행사, 축제, 프로그램 소개와 제주 소식, 여행 준비에 도움이 되는 조언까지 알차게 담겨 있다. #도보여행 #걷기코스 #걷기사이트
- 2018-05-16 0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