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맥’ 중심 시장에 던진 사과 혁명
- 소맥이 진리로 통하는 한국 주류 시장에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뛰어든 이대로 댄싱사이더 컴퍼니 대표를 만났다. 그는 양조장에서 사이더라는 술을 만들지만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화’를 전파하고자 창업의 길에 뛰어들었다. 이대로 대표는 유년기를 미국에서 보냈다. 그의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보스턴에서 창업을 했다. 크래프트(수제) 사이더 브랜드 ‘다운이스트 사이더’다. 사이더는 사과즙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사과의 달콤함, 탄산의 상쾌함, 높지 않은 알코올로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10년 이후 전역에서 크래프트 사이더 붐이 일었고, 사이더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지금은 많은 이들이 즐기는 주류가 됐다. 친구들의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걸 보며 이 대표는 사이더 시장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사이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왜 한국에서는 아무도 만들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국내에는 ‘사이더’라는 주류 카테고리조차 없었죠. 사과와인을 만드는 분들은 있었지만, 사과 맛이 진하면서 청량감도 좋은 대중적인 사이더를 만드는 곳은 없었어요.”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금융권에서 일하면서도 이 대표는 사이더 시장에 계속 관심을 가졌다. 열정만 가지고 창업을 한 게 아니라 5년이라는 시간을 공들여 고민하고 시장을 조사했다. 2013년 즈음만 하더라도 다양한 주류 규제와 주세법 때문에 국내에서는 크래프트 주류 시장이 성장하기 어려웠다. 2016년 이후 수제 맥주에 대한 규제가 개선되면서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이 늘기 시작했다. 사이더가 우리나라에서도 통할 거라고 생각한 이 대표는 공동창업자 구성모 이사와 함께 2018년 충주에서 댄싱사이더를 창업했다. 사과 혁명을 꿈꾸다 이대로 대표는 소맥 위주의 우리나라 주류 시장에 애플사이더로 일으킬 ‘사과 혁명’을 꿈꿨다. 댄싱사이더 컴퍼니 직원들은 직함 대신 서로를 ‘선수’라고 부른다. 소비자는 ‘댄서’다. 이 대표는 선수가 만든 사이더의 매력에 댄서가 자신의 방식대로 춤추며 즐긴다는 의미를 ‘댄싱사이더’라는 회사 이름에 담았다. 그의 말처럼 사이더를 즐기는 데 정답은 없다. ‘Drink Different’라는 댄싱사이더의 슬로건처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자유롭게 춤추며 즐기면 된다. “춤이라는 장르는 정답이 없잖아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요. 경직된 회식 자리에서 소맥만 마시는 우리 술 문화를 외국의 파티 문화처럼 편하게 바꿔보고 싶었어요. 강압적으로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마시고 싶은 술을 내가 원하는 만큼 마시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죠.” 댄싱사이더의 양조장은 충북 충주에 있다. 충주는 사과가 맛있기로 유명하지만 물이 좋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원물의 퀄리티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충주에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사과 품종의 70%는 ‘부사’다. 해외에서는 디저트로 사용하는 사과로 그만큼 당도가 좋아 설탕이나 인공 재료를 넣지 않고도 사과 본연의 단맛을 구현할 수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나라 주세법상 사이더는 ‘과실주’에 속한다. 이 대표는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사과를 아끼지 않았다. 제일 처음 선보인 ‘스윗마마’와 ‘댄싱파파’는 330ml 한 병에 사과가 2개나 들어간다. 최근 새로 개발한 사과 증류주 ‘댄싱22’는 375ml인데 여기에는 7개의 사과가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농산물을 제품에 녹여내면서도 어떻게 하면 사이더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을까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런 제품을 만들었다. 그는 댄싱사이더 제품이 해외의 사이더와는 다른 ‘한국적인’ 사이더라고 말한다. “해외 사례를 많이 공부했고 탐방했어요. 우리나라에서 나는 사과와 농산물을 원물로 사용하는 우리만의 강점은 무엇일지 고민했죠. 해외의 맛을 그대로 낸다면 과연 한국의 맛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리면서 국산 농산물 특징을 살리는 맛에 더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댄싱사이더의 8개 제품은 뉴욕, 미시간, 영국, 일본, 한국 등 5개 국제 사이더 품평회의 총 22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한국적인 사이더의 맛을 구현하고자 했기에 더 값진 결과다. ‘사업이 아니라 운동을 시작하라’ ‘창업의 시대, 브루독 이야기’라는 책의 서두에 나오는 말이다. 사업을 시작하는 주된 목적이 돈이 아니라 회사를 대표하는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의미다. 이대로 대표는 “회사의 바이블 같은 책”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댄싱컴퍼니에 합류하는 모든 직원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 “재미있는 비즈니스 책이지만, 성공할 수 있는 기본적인 철학이 다 나와 있어요. 크래프트 주류 회사로서 이 책에서 말하는 기본과 반대로 간다면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죠. 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한 이유는 우리 회사의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니 참고해달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 점을 지적해달라는 마음이에요.” 브루독은 2010년 스코틀랜드에서 탄생한 수제 맥주 회사다. 2명이 설립한 회사지만, 크래프트 맥주계의 이단아로 불리며 580명의 직원을 이끄는 회사로 성장했다. 전 세계에 바를 열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한 브루독의 사명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맥주 산업에 혁명을 일으키고 맥주 문화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이대로 대표는 이런 브루독의 철학이 말하는 ‘본질’과 ‘가치’에 공감한다. ‘한국적인 맛과 멋에 집중한 유일무이한 애플사이더 브랜드로서 대한민국 애플사이더 혁명을 일으키는 데 앞장선다’는 가치를 세우고 국내 사이더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한국에 없던 것이면서도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회사이기에 살아남기 위해 이익을 내야 하지만, 이익이 회사의 목적, 즉 존재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미션은 대한민국에서 사이더 고객을 계속 유치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주류를 생산하는 제조회사이기에 제품의 품질을 최고로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저희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댄싱사이더의 브랜드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이대로 대표는 댄싱사이더의 양조팀이 발효 전문가라고 자부한다. 창업 후 3년은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앞만 보고 달리면서 재미있게 일했다. 창업 5년 차인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이다. 외형적으로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이제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코로나19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은 댄싱사이더도 피해가지 못했다. 자생하는 힘을 키우고 싶어 투자를 받기보다 스스로 시장을 헤쳐온 그다. 매년 성장하다 창업 후 첫 고비를 겪고 있다. 이 대표는 “돌아보니 그동안 운과 타이밍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표현했지만, 댄싱사이더는 소주나 맥주처럼 대중적인 주류를 만드는 회사가 아님에도 5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동안 외형적으로 성장해왔다면 앞으로는 밀도를 높여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댄싱사이더를 시작할 때 가진 목표, 꿈, 비전이 있는데,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결정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현재에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직원이 늘어나고 회사도 커지면서 무게감을 더욱 느끼고 있어요. 최근에는 처음으로 외부 투자도 받았습니다. 다음 단계로 올라서려면 질적인 성장 없이는 힘든 것 같아요.” 이 대표는 댄싱사이더의 가치를 실행하기 위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방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잘 다져둔 땅에 집짓기를 잘하려면 기초를 잘 올려야 하는데, 지금이 그 시기라고 생각한다. 국내 사이더 시장의 개척자로서 때로는 누군가 함께 경쟁하며 시장을 넓혀갔으면 싶을 때도 있지만, 그는 더 먼 미래를 보고 있다. 이 대표에게 금융권에서 일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때는 없냐고 묻자 “젊을 때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말이 와닿는 시기”라는 답을 내놨다. “지금 편하면 나중에 힘들고, 지금 힘들면 나중에 편하더라고요. 언제 힘들고 언제 편할 거냐의 문제 같아요. 국내외 성공 사례들을 보면 최소 10년은 걸리는 것 같아요. 지금 잘하고 있는 회사들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렸죠. 처음부터 장기전이라 생각하고 뛰어들었어요. 단지 가만히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린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미래 도약을 위해 실력을 키우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 2023-12-14 08:43
-
- ‘가장 쉬운’ 노후자산 가이드… 현금흐름 어떻게 만들까?
- 은퇴 후가 걱정되긴 하는데, 노후자산 관리를 해야 한다고 듣긴 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잘 왔다. 막막한 마음에 자료를 찾아봤지만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어서 덮어버린 경험이 있다면, 역시 번지수 잘 찾았다. 당신을 노후자산 관리로 연착륙시켜줄 ‘가장 쉬운’ 가이드를 시작한다. “재수 없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죠? 아니요. 이젠 그냥 오래 삽니다. 장수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예요.” 지난 7월 ‘Age, Age, Age 나이, 세대, 시대’ 강연자로 나선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말에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다들 표정이 좋지 않으시네요? 으하하하.” 눈치 빠른 김 교수의 넉살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지만 강연장 내 수백 명의 표정은 금세 심란해졌다. 뒤숭숭한 마음을 달랠 자료를 찾기 쉽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21년 기준 남자 80.6세, 여자 86.6세, 평균 83.6세로 집계됐다. 사망 빈도가 가장 높은 연령을 나타내는 지표인 최빈 사망 연령은 여자 기준 90세를 넘긴 지 이미 3년이 지났다. 여기에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1위라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낮은 탄식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와, 큰일 났다!” 이때 ‘큰일’이란 요컨대 먹고살 걱정이다. 고도성장의 이면에는 ‘시니어 보릿고개’가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40.4%로 나타났다. 노인 자살률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수년째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50대 이상 퇴직자는 대체로 노후자금 관리를 못 한 채 은퇴를 맞고 있다. 지난 7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퇴직한 50세 이상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퇴직 전 미리 준비하지 못해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응답자 가운데 37.5%가 재정 관리라고 답했다. 고령화와 저성장, 저금리라는 세 바퀴가 착착 맞물려 돌아가는 불확실성의 시대. ‘스피드와 효율의 민족’ 한국인에게 노후자산 관리란 우선순위에 밀린 그 어딘가에 내팽개쳐져 있다. 그리고 은근한 불안을 안기고 있다. -STEP 1- 노후자산 점검하기 행동주의 학습이론의 선구자로 불리는 심리학자 스키너는 노년을 ‘낯선 타국’이라 했다. “노년이 슬금슬금 찾아와 무방비 상태인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사실 사람들이 고의적으로 노년이 찾아오는 것을 외면하기 때문일 경우도 많다”고 말이다. 여기서 ‘노년’을 ‘노후자산 관리’로 치환해도 큰 무리는 없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은 “본인의 노후자산 현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도 구체적인 방법론의 결여를 현장에서 수없이 목격한 인물이다. “보통 노후가 가시적으로 보여야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이론적으로는 많이 알고 있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잘 모르고 사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은퇴 전문가들은 막막할수록 점검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본 중에 기본은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확인이다. 예상 수령액을 눈으로 보는 것부터(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내 연금 조회’를 해보면 예상 수령액을 알 수 있다) 자산관리는 시작된다. 그다음은 보험이다. 80세 만기 상품에 가입해 있지는 않은지 보장 내역을 살펴야 한다. 십수 년을 납입하고도 보장 못 받는 불상사가 실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늦기 전에 체크해보고 만기 구조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부채 상환 계획도 고민해봐야 한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클수록 더더욱 사전 점검은 필수다. 부채 규모, 대출 금리, 상환 기간 등을 살피고 은퇴 전까지 어떻게 갚아나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노후자산 준비 현황을 전체적으로 살필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이나 금융회사에서 제공하는 노후 진단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손쉽게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김진웅 소장은 주기적으로 이 과정을 반복하라고 조언한다. 건강관리하듯 자산도 계속해서 들여다봐야 나아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대부분 노후자산을 점검하지 않고 사는데, 평소에 신경 써야 합니다. 문제가 없는지, 더 나아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자산구조가 좋아지죠. 연구소에서 조사해보면 실제 그렇습니다. 동일 소득 구간, 동일 연령대에서도 자산을 관리한 사람과 관리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무척 큽니다.” -STEP 2- 현금흐름으로 노후 설계하기 이쯤 되면 나오는 단골 멘트가 있다. “그래서 얼마면 돼?” 이어질 상황을 유추하기도 어렵지 않다. “7억? 10억? 그런 돈이 어딨어? 당장 먹고살기 바빠 죽겠는데… 아휴, 모르겠다.” 은퇴 전문가들은 ‘노후를 위해 얼마를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이런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상건 센터장은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했다. “노후자산을 규모로 설계하는 방법이 있고 현금흐름으로 설계하는 방법이 있는데, 지금은 현금흐름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게 정설입니다. 핵심은 재산이 얼마 있느냐가 아니거든요. 죽을 때까지 돈이 안 떨어지는 게 핵심이죠.” 100세시대연구소의 ‘THE100 REPORT’에서도 노후자산 관리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4대 노후자산 관리 전략 중 첫 번째가 바로 ‘노후자산의 패러다임을 목돈 중심에서 소득(현금흐름) 중심으로 바꾸자’다. 노후소득의 기본은 연금이다. 노후 생활비의 상당 부분을 연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면 은퇴 기간에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김진웅 소장의 예시는 이렇다. “은퇴하려면 10억 원이 필요하다고들 합니다. 그 10억 원 중 상당 부분은 연금으로 커버됩니다. 국민연금을 예로 들겠습니다. 20년 이상 가입한 사람은 평균 수령 금액이 현재 100만 원 조금 안 되는 수준입니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100만 원으로 어림잡고, 그걸 25년 받는다고 가정하면 3억 원입니다. 10억 원 중에 3억 원은 국민연금으로 커버되는 거예요.” 남은 금액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그리고 배당, 채권,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등 인컴형 자산으로 추가 소득을 올려 보완해나가면 된다. 기존 자산을 재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을 활용할 수도 있고, 소일거리를 찾을 수도 있다. 이상건 센터장은 생각해보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이야기한다. “적정 은퇴 생활비라는 게 추상적입니다. 그런데 이건 확실합니다. 한번 생각해보는 사람이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여기, 은퇴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놓치는 맹점 하나가 있다. 바로 은퇴 후 지출 감소다. 전문가들은 은퇴 후 소비가 시간이 흐를수록 눈에 띄게 감소한다고 했다. 10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50~60%씩 크게 감소하는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설령 10억 원을 목표로 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7억~8억 원으로도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때 3억 원을 국민연금이 해결해주면 3억~4억 원으로 버젓이 살 수 있다. 이만하면 두 번째 단골 멘트가 나올 타이밍이다. “그러니까, 그게 없다고….” 전문가들은 이를 ‘불편한 진실’이라 한다. 실제 우리나라 예비 은퇴자가 확보한 금융자산 수준이 그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김진웅 소장의 말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가구별 금융자산 확보 수준이 1억 1000만~1억 2000만 원밖에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돈이 그래도 3억~4억 원 있으면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계산이 나오는데, 실질적으로는 현저히 부족하다는 거죠.” 김 소장은 비교적 젊을 때부터 자산관리를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라고 말한다. “결국 자산관리는 혜택을 현재 누릴 것이냐, 미래에 누릴 것이냐 하는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노후자산 관리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그때부터는 현재의 나를 위한 축 하나, 노후를 위한 축 하나. 두 축을 가져가야 합니다.” 이상건 센터장은 ‘돈의 크기’에 집중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노후자산 관리에서 방점을 자산이 아닌 노후에 찍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가 금융과 재테크 분야 전문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은근한 울림이 있다. “은퇴 후를 설계하면서 하는 가장 큰 실수는 노후자금을 다다익선으로 보는 겁니다. 돈 버는 게 어디 쉽나요? 쉽지 않습니다. 큰돈이 없더라도 자기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삶의 정체성이나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소비하고 구입함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시대입니다. 그럴수록 자기 삶의 방식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합니다. 돈 없는 노후는 비참합니다. 그걸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연금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야죠. 하지만 무턱대고 돈을 좇으면 위험합니다. 돈만으로 노후가 준비된다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 2023-09-04 08:38
-
- 1000만 원을 쥐고 내려와 양봉으로 1억 매출 올리다
- 농사 초심자로 귀농한 사람에게 처음부터 행운의 여신이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력으로 물정을 익혀나갈 수밖에 없는 고독과, 갖가지 형태의 시련이 야기하는 고통을 통과의례처럼 겪으며 살아가기 십상이다. 대개 인생사가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겠지만 귀농 초기의 고생은 한결 농도가 짙다. 충북 옥천군 산골짝에 양봉장(양승원 자연벌꿀)을 두고 벌을 치는 김준환(59)의 경우는 다르다. 2020년에 귀농, 이제 만 3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제법 튼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처음부터 커다란 시행착오나 흉작을 겪지 않은 채 순항했다. 첫해에 꿀을 팔아 올린 매출액은 4000만 원 정도였다. 작년 8월부터 올 6월까지의 매출은 1억여 원. 순소득은 매출의 50%란다. 이는 보기 드물게 좋은 실적이다. 김준환의 귀농 드라마는 막을 올릴 때부터 좀 특별했다. 단돈 1000만 원을 쥐고 귀농을 결행했으니까. 어떤 이들에겐 푼돈에 불과할 소액을 귀농 밑천으로 삼은 건 그게 김준환 부부가 가진 재산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는 20세 이후 줄곧 서울에서 살았다. 귀농하기 전의 직업은 택배업이었다. 영업소를 세 곳에 둘 정도로 규모가 늘기도 했다. 그러나 귀농을 결심하면서 재산을 정리하고 보니 남은 게 겨우 1000만 원뿐. 이걸로 과연 귀농 생활이 가능할지, 무사할지, 밥은 먹고살 수 있을지 고민이 깊었을 테다. 그는 섬세한 숙고와 모색을 거듭했다. 매사 신중을 기하는 성격이라 하니 망설임이 많았으리라. 이렇게 김준환의 머리에 뒤엉긴 고민을 일격에 걷어낸 건 아내 양승원(49, 양승원 자연벌꿀 대표)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심각하게 하시나? 그냥 내려갑시다!” 아내의 간결하고 우렁찬 일갈에 김준환은 후다닥 고민을 접고 귀농의 돛을 올렸다. 두 사람은 동국대 사회학과 선후배 인연으로 만나 결혼에 이르렀다. 부부가 공유해온 취미는 여행, 또는 놀기였단다. “너무 적은 자금 사정 때문에 고려할 게 많아 고심하던 차에 아내의 적극적인 태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아내의 성격이 원래 그렇다. 매우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겁이 없다.(웃음) 나하고는 정반대 성향이지만, 사실 다행스럽고 고마운 기질이다.”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부러워할 미덕의 소유자다.(웃음) 그런데 양봉을 작목으로 선택한 건 어떤 연유에서지? 양봉이 여느 농사보다 쉽기라도 하나? “결코 쉽지는 않다. 주로 서울에서 살았던 내가 양봉과 인연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런데 내가 꿀의 달고 향긋한 맛을 원래 무척 좋아했다. 외국 여행을 할 경우 꿀을 구입해서 가져오는 취미가 있을 정도로. 양봉에 관심을 가진 건 매체에서 본 양봉 관련 기사에 흥미가 동하면서였다. 흥미가 생기자 공부를 하고 싶어지더라. 마침 광진구청에서 운영하는 양봉교육 프로그램이 있어 수업을 들으며 이론을 배웠다. 이 시점에 귀농을 발상하게 됐다. 시골에 가서 양봉을 하며 살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농사의 이론과 실제엔 괴리가 클 수 있다. 그래서 귀농 전에 현장의 실제 경험을 쌓아두는 게 똑똑한 귀농의 필요조건이라고들 한다. “현장 실습도 나름대로 충실하게 했다. 양봉계의 실력자인 한 어르신과 운 좋게도 인연이 돼 많은 걸 배웠다. 그는 진정한 고수다. 난 그의 봉장에서 일을 거들어주며 제자가 되길 자청했다. 알바로 조수 역할을 하며, 봉장에 눌러 살다시피 하며, 양봉 전체 과정의 기술을 습득했다. 이렇게 사전 경험을 쌓는 데 1년이 걸렸다.” 김준환은 준비의 품질 자체가 성패의 관건이라는 식으로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사실 귀농을 했으나 슬픈 결말에 이르는 농가들에서 발견되는 허점 중 가장 큰 건 준비 부족이라고 알려져 있다.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준비 없이 뛰어드는 귀농 방식도 드물지 않다. 당연한 준비를 당연하다는 듯 안 하고 경기장에 뛰어들다니. 이건 귀농 필패기에 가깝다. 김준환은 성실한 사전 준비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하나의 기본 사례다. 계획적이고 전략적인 귀농을 구사해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지 않을 방안으로 삼은 게 아닌가. 문제는 아마도 턱없이 소박한 자금 사정에 있었을 텐데, 양봉에 미래를 걸고 경주마처럼 뜨겁게 달려보겠다는 작심을 하고 나선 마당에 걸릴 게 뭐람. 궁즉통(窮則通)! 없으면 없는 대로 살 길을 찾아내는 게 인간이라는 고등생물이다. 김준환 부부는 살림집과 봉장과 기자재 등 모든 걸 빌려 쓰는 것으로 주어진 조건에 적응했다. “옥천엔 연고가 없었지만 용케 봉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 원래 어떤 이가 양봉을 하다 철수한 자리다. 주변 산자락에 아카시아 밀원이 있어 아주 좋은 입지다. 난 운 좋게도 이곳을 빌릴 수 있었다. 거처는 산 아래 월세 집을 얻어 해결했다. 벌통도 중고품을 샀다.” 벌들의 반란을 통제하는 기술력 양봉 운영엔 고정양봉과 이동양봉, 두 가지 형태가 있다. 그는 개화 시기에 맞춰 밀원을 찾아 이동해 꿀을 따는 이동양봉을 한다. 즉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삼은 한편 철따라 벌통을 트럭에 싣고 이동해 수차례 채밀을 해온다. “작년에는 외지 밀원 1차지에서 3차지까지 이동하며 10여 회 채밀을 했다. 이동양봉은 고정양봉보다 생산성이 훨씬 높다. 물론 노력과 비용은 더 많이 소요된다. 적지 선정과 이동 중 봉군(蜂群)의 피해 차단 문제도 쉬운 게 아니다. 이동양봉이든 고정양봉이든 가장 어려운 건 몇 해 전부터 꿀벌들이 점차 사라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가을엔 벌들이 어디론가 한꺼번에 쑥쑥 빠져나가는 것처럼 완연히 줄어드는 걸 경험했다.” 꿀벌 개체수의 대량 감소, 이는 이미 전 지구적 이슈로 대두됐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라 보나? “기후 변화, 서식지 파괴, 농약의 피해 등 추정만 할 뿐, 연구자들도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양봉인들은 예전에 비해 꿀벌 숫자가 3분의 1로 감소했다고 본다. 양봉 여건이 크게 악화된 거다.” 양봉에서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는 대목은 어떤 것일까? “보온시설이 필요한 월동 관리나 봄 벌 깨우기부터 쉽지 않은 과정이 잇따른다. 상당한 기술이 요구되는 건 유밀기 때의 분봉열(分蜂熱)을 통제하는 방법이다. 분봉열이란 봉군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벌집 공간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증세로, 이럴 때 벌들은 꿀을 최대한 많이 먹고 탈출을 노린다. 새로운 여왕을 만들어 딴살림을 차리고 싶어 안달을 한다.” 벌들의 반란? 그걸 어떻게 통제하나? “적절한 시점에 선제적으로 미리 분봉을 해준다. 중요한 건 분봉열을 감지하는 능력이다. 타이밍을 놓쳐 신속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봉군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 수 있다. 진드기나 말벌의 공격으로 봉군이 크게 줄어들기도 한다. 특히 말벌은 무리 지어 날아와 벌들을 무참히 죽인다. 최악의 경우엔 하루 이틀 사이에 20여 개의 벌통을 공격, 그 안에 든 봉군을 전멸시키기도 한다. 무섭다.” 말벌 퇴치는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유인액이나 잠자리채, 또는 끈끈이를 활용한다. 8월 하순부터 10월까지는 말벌을 잡는 게 일이다. 훼방꾼은 또 있다. 도봉(盜蜂), 즉 제 벌집이 아닌 다른 벌집에 침투해 꿀을 훔쳐 먹는 벌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도둑 벌들과 방어하는 벌들 간의 처절한 전투로 쌍방에 무수히 많은 주검이 발생한다. 일이 커지면 봉장이 망할 수도 있다. 난 초기에 도봉을 막아내지 못해 벌통 10개를 잃은 적이 있다. 경험 부족으로 빚어진 큰 실수였다. 이젠 벌의 동향만 보고도 도봉을 감지,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변수가 너무 많은 게 양봉 생존본능에서 추동된 벌들의 광적인 활극까지 듣자니 흥미롭다. 곤충이나 사람이나 영리한 머리를 무기로 때로 지지고 볶는 게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도 들고. 속 터질 변고를 겪은 김준환으로선 괴로워 머리칼을 움켜쥘 일이었겠다. 그는 귀농 전 1년여에 걸친 수련기를 보냈다. 그러고서도 난처한 상황을 면제받진 못했다. 김준환에 따르면, ‘변수, 그리고 경우의 수가 워낙 많은 게 양봉’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수에서 배운 게 곧 자산이 된다. 이제 노련미를 갖추었다. 날갯짓과 소리만으로 벌들의 요구와 계략까지 미리 알아챈다. 사소한 뉘앙스에서 문제 정황을 발견한다. 그러니 꿀의 품질인들 어련하랴. 그는 아주 좋은 자연벌꿀을 생산하노라 자부한다. 공인 기관의 검사를 통한 인증도 받았단다. 그렇다면 좋은 꿀이란 어떤 것일까? “봉군을 건강하게 길러내는 게 관건이다. 스트레스 없는 생활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꿀을 다 빼낸 겨울철에 공급하는 먹이의 질도 중요하다. 흔히 겨울에 설탕물을 벌에게 먹이지만 우린 꿀과 화분을 제공한다. 벌통 안에서 시간을 두고 충분히 숙성된 꿀을 생산해 한결 나은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이고자 노력한다.” 올 매출이 1억이다. 판로는 어떤 방식으로 확보하고 있나? “양봉 농가들이 흔히 판로를 못 찾아 고심한다. 연매출 1억을 올리는 농가가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판로를 찾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나의 경우 첫해엔 지인들이 사줘 매출을 올렸다. 귀농 이전에 맺은 좋은 인간관계, 이게 판매 루트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그러한 소극적 방식엔 한계가 있다. 우리는 SNS 마케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 부분은 아내가 전담한다. 현재 생산량의 절반이 온라인에서 팔려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꿀처럼 믿음이 안 가는 상품이 없다고 한다. 설탕물을 많이 섞은 가짜 꿀이 횡행한다고 투덜거리면서. “설탕물이 많이 들어간 꿀과 진짜 꿀을 외양이나 맛으로 구분하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결국 신뢰할 수 있는 양봉 농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게 답인데, 이건 더 어려운 일일 거다. 그렇다면 생산자들이 정직한 꿀을 생산하는 게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지 않을까? 진정한 꿀로 승부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 당신은 벌의 생태에 관해 환하다. 이 고요한 산중에서 날마다 벌을 관찰하고, 사소한 징후에서 대세를 읽는 활동을 거듭하다 보면 가끔 인생에 대한 새삼스런 생각이 떠오르진 않나? “때로 자신을 돌아보곤 한다. 난 사실 태평하고 게으르게 살아온 사람이다. 한 가지 목표를 정하고 질주하는 성향이 아니었다. 그런데 벌들의 무서우리만치 놀라운 생존본능, 근면성, 집중력 등을 바라보노라면 정신이 번쩍 들 때가 있다. 벌처럼 열심히만 살아도 한결 좋은 인생이 될 거라고 자성을 해보는 거다.” 김준환은 지도를 펴놓고 새로운 길을 찾은 끝에 양봉에 입문해 순항하고 있다. 60세 문턱에서 찾은 등댓불? 그는 인생의 새봄을 맞이한 듯 의기양양하다. 서서히 양봉의 스케일을 확대해나갈 참이다. 김준환이 주는 귀농 Tip •양봉에 뜻을 두고 있다면 무엇보다 사전 준비를 충실히 하라. 이론과 실제를 미리 학습하지 않고 뛰어들 경우엔 리스크가 커진다. 매우 디테일한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사전 교육을 받고서도 돌발 상황에 당황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게 양봉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나는 1년간의 실제 경험을 미리 쌓았지만 그것도 짧았다. •양봉의 장점은 초기 투자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점이다. 봉장은 임대를 해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며, 살림집도 빌려 쓰면 큰돈 들어갈 게 별로 없다.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뒤엔 상당히 수월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양봉업자들이 많아 밀원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걸 유념하자. •문제는 판로다. 좋은 꿀을 생산하고도 판로를 못 찾아 고통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판로 연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2023-07-14 08:51
-
- [카드뉴스] 노후 집 줄이기 절약 효과는?
- 노후 생활비 절약법 중 하나인 다운사이징(주택 축소). 올해처럼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실천해도 될지 퀴즈를 풀며 알아보자.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다운사이징은 노후 경제에 효과적일까? 【O】 주택 다운사이징은 부동산 경기 침체나 시세, 세법 등 정책 변화와 관련 없이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노후 소득은 정해져 있으니 주거비 절감을 위해 고려해보라. 다만 수익형 부동산까지 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올해 집을 팔고 다운사이징 해도 무리 없을까? 【△】 집값이 하락하고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다운사이징을 미루는 편이 낫다. 급하지 않다면 한 두 해 정도 여유를 갖고 타이밍을 살피도록 하자. 단, 어느 정도 차익이 발생한다면 ‘머리 아닌 어깨에서라도 팔 수 있다’는 결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출가한 자녀 방 때문에 큰 집 고수, 괜찮을까? 【X】 자녀의 방문이 잦은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비효율적일뿐더러, 오히려 외로움이나 허전함을 느껴 빈둥지 증후군이나 우울증을 호소할 수 있다. 취미 등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꾸며 활용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 2023-02-21 08:00
-
- 바른 식문화로 사회적 가치 실현, “인생 2막의 꿈”
-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 세대의 창업을 통한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을 펼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 한 점프업5060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에 성공해 새 인생을 펼치고 있는 중장년들을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식(食)문화를 중요하게 여겼다. ‘한 상에 앉아 같이 밥을 먹는다’는 의미에서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부르기도. 인천시 연수구 소재 어니스트케이푸드(Honest K-Food)는 건강하고 바른 식문화 전파에 앞장서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이선진 대표는 식문화의 중심에 ‘소통’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니스트케이푸드는 바른 먹거리를 생산하고, 사람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곳이다. 이선진 대표는 어니스트케이푸드가 ‘소통의 장’을 열어준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의 생각은 이렇다. 첫 번째, 어니스트케이푸드에서 요리를 배우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 두 번째, 자신이 만든 음식으로 가족들과 식사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게 된다. 즉 소통이 소통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어니스트케이푸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식문화로 소통하는 행복한 지역사회의 거점이 되는 것이다. 이선진 대표는 인천 연수구의 유명한 요리 선생님이었다. 무려 20년 넘는 시간 동안 주민센터, 문화센터 등에서 요리 강의를 한 이 대표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소통할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2019년 어니스트케이푸드를 설립했다. 회사는 세웠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하지 못했다. 요리 선생님으로서는 베테랑이지만 사업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점프업5060’ 모집 공고를 접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배웠고, 사람들과 정보 교환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후기를 전했다. 최종적으로 이선진 대표는 2020년 우수창업팀 13팀에 꼽혔다. 창업 지원금을 받은 이 대표는 백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최적의 사업장을 찾을 수 있었다.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100평 넘는 규모의 공간이다. 넓은 요리 교육장을 갖추고 카페 ‘생과방’도 차렸다. “돌아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적절한 타이밍에 ‘점프업5060’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창업 지원금을 받은 덕분에 큰 공간을 얻을 수 있었어요. 창업 지원금은 모두 인테리어 비용으로 썼고, 만족스러운 공간이 만들어졌죠. 비로소 그동안 주저했던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어니스트케이푸드의 주 수입원은 요리교실이다. 고추장 만들기가 특히 인기를 끄는 클래스다. 이선진 대표에게 어니스트케이푸드 고추장의 특별함에 관해 물어보니 “맛도 맛이지만 건강한 식재료를 쓰는 것이 우리의 자부심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니스트케이푸드에서는 주로 로컬 푸드를 써서 요리하는데, 고추장에도 인천에서 나오는 소금이 들어간다고 한다. 어니스트케이푸드 고추장에는 또 다른 특별함도 한 스푼 첨가돼 있다. 그것은 바로 음식이 주는 소통의 가치다. 이 대표는 “내가 고추장을 만들어 먹음으로써 건강, 환경은 물론 가족을 포함한 인간관계도 좋아진다”면서 “내가 만든 음식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맛을 떠나서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저는 사람들이 건강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아내 또는 우리 아이가 고추장을 직접 만들었다고 하면 가족들이 얼마나 대견하고 뿌듯하겠어요. 그 고추장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먹으면서 가족끼리 대화를 나눌 수도 있죠. 그러니까 내가 만든 고추장은 단순한 고추장이 아니라는 거예요. 어니스트케이푸드는 그 특별한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곳입니다.” 더 나아가 어니스트케이푸드는 집에서도 고추장을 만들 수 있도록 키트를 만들었다. 요리를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교육 영상도 제작했다. 예비사회적기업답게 외국인쪾시청각 장애인 모두 영상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막과 소리를 입혔다. 또한 이 대표는 고령자를 카페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사회적 가치 실현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선진 대표의 지난해 사업 목표는 ‘어니스트케이푸드에 사람을 채워 넣자’였다. 목표를 위해 이 대표는 인천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에 지원해 선정됐다. 문화 오아시스 사업은 시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으로,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면 신청이 가능하다. 이선진 대표는 어니스트케이푸드에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면서 음식도 문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 대표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문화 교류를 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노약자를 초대해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식문화를 소개하는 시간도 잊지 않고 가졌다.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어니스트케이푸드는 입소문이 났고, 안정을 찾아갔다. “원래 회사명이 어니스트푸드아카데미였는데 요리학원 느낌이 강해서 어니스트케이푸드라고 이름을 바꿨어요. 또 회사를 재정비하고 내부를 좀 더 튼튼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자본금도 키웠죠. 문화 오아시스 사업을 하면서는 SNS 홍보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8월쯤 되니까 어니스트케이푸드가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위탁 사업도 조금씩 들어왔죠. 10월에는 행사가 많아서 매출이 많이 상승했습니다. 이제 좀 안정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선진 대표는 올해를 중요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은 기반을 다졌고, 이제는 수익을 창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예상보다는 목표를 향해 가는 속도가 조금 더디다. 그럼에도 지인들의 “이선진 씨는 할 수 있다”는 응원 덕분에 힘이 난다고. 이 대표는 오늘도 당찬 발걸음을 옮겨본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사업 구도가 힘들게 만들어진다면 사업을 접어야겠죠. 매출이 지난해보다 배로 나와야 유지가 돼요. 다만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가능성이 보인다면 저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할 거예요. 그리고 진짜 저의 목표도 실행해야죠. 음식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조금 더 확산할 기회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2년 후에는 사회적 가치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겠습니다!”
- 2023-02-16 09:06
-
- 집 줄이는 다운사이징, 노후 생활비 절약 효과 좋을까?
- 주택 축소는 노후 생활비 절감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공과금 아끼듯 노력 여하에 달린 일은 아니다. 올해처럼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숙고와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 주택 다운사이징을 고민 중인 이들을 위해 전문가의 조언을 담아봤다. ◇ 노후 경제 측면 올해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연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3.25%→3.50%). 14년 만의 최고 수치다. 경제성장률 둔화가 예고된 가운데, 이번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하리라는 우려가 커졌다.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 상향,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폐지,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10년으로 증가 등 세법에도 변화가 생겼다.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주택 축소는 노후 경제에 여전히 보탬이 될 수 있을까? 김동환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다운사이징은 노후 경제에 효과적일까? 주택 다운사이징은 부동산 경기 침체나 시세, 세법 등 정책 변화와 관련 없이 생애주기에 따라 노후에 경제적 측면에서 권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노후 소득은 정해져 있으니 가능하면 집을 포함한 모든 지출을 줄여야 한다. 특히 주거비 절감 차원에서 주택 다운사이징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수익형 부동산까지 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집이 크면 재산세, 집 담보 대출금, 유지비 등 관리의 어려움도 따른다. 집의 규모를 줄이거나 값이 저렴한 곳으로 이주한 후 차액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면 좋다. 그렇다면 올해 집을 팔고 다운사이징해도 무리 없을까? 아무래도 집값이 높을 때 매도하는 게 이득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처럼 집값이 하락하고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다운사이징을 미루는 편이 낫다. 급하지 않다면 한두 해 정도 여유를 갖고 타이밍을 살펴보길 권한다. 그렇다고 손해 보기 싫어서 더 가격이 올랐을 때 처분하려고 계속 미루다간 불필요한 기회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 ‘그 가격 이상은 받아야지’라는 소유효과(대상을 소유한 뒤 그 가치를 이전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경향)로 인한 것이다. 시세 환상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차익이 발생한다면 눈을 질끈 감고 결단해야 한다. 그게 다운사이징을 실행에 옮기는 좋은 방법이고, 부동산 중심의 재무 상태를 정상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머리 아닌 어깨에서라도 팔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다운사이징 없이 큰 집에 살 때 장단점은? 현재 소유한 큰 집에 그대로 살면서 주택연금을 받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주거 환경이 바뀜으로써 겪는 거부감이나 불편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노부부만 거주하는 경우 주거 관리 비용이나 세금 등 지출이 많아져 경제적으로는 단점이 더 크다. 특히 부동산 중심의 재정 상태라면 활용할 노후 자금이 적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기존 주택 처분 및 새집 마련은 어떻게 해야 할까? 큰 집을 매도한 후에는 가족 수에 알맞은 크기의 주택을 (전세가 아니라) 구입해서 거주하는 게 좋다. 다운사이징한 주택도 주택연금 등으로 활용하면 노후 경제에 보탬이 된다. 증여, 양도 등을 할 때는 증여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을 잘 확인해서 절세 방안을 꼭 찾아본다. 어렵다면 비용을 좀 내더라도 세무사나 부동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살던 집을 자녀에게 증여하고 작은 집으로 이사 간다면? 좋은 방법은 아니다. 세법 측면에서 본다면 부모의 큰 집을 매도해 (만일 1가구 1주택이라면 양도세 감면을 받고) 그 대금으로 자녀에게 알맞은 크기의 주택을 구입해 증여해주는 편이 경제적이다. 비교적 저렴한 소형 주택을 구입한다면 증여세도 그만큼 절약되기 때문이다. 굳이 집을 물려주고자 한다면 일시에 넘기기보단 장기간에 걸쳐 일부분씩 증여하는 것이 절세에 도움이 된다. ◇ 노후 웰빙 측면 주택 다운사이징은 노후 경제뿐 아니라 심신에도 영향을 끼친다. 큰 집을 청소하고 관리하려면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자녀 출가나 사별 등으로 생긴 빈 공간은 상실감이나 공허함을 유발한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의료비 때문에 생활비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생겨날 수도 있다. 다운사이징이 주는 구체적인 효과를 김동철 심리학 박사에게 물어봤다. 심리학적으로 알맞은 노후의 집 크기는? 나이가 들수록 공간 지각 능력이 떨어지며, 오래 살던 집인데도 두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심한 경우 공황장애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작은 공간이 주는 안락함도 있지만, 지나치게 협소해도 좋지 않다. 절약을 위해 너무 작은 집이나 원룸을 찾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웬만큼 동선이 생기는 구조가 낫다. 환경이 너무 단순하고 움직임이 덜하면 신체 및 인지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부 기준 방 2개가 있는 15~20평 정도면 알맞다. 다운사이징 때 가격이나 규모 외에 고려해야 할 점은? 물리적·사회적 접근성을 염두에 둔다. 가령 지방으로 가면 집값은 저렴해지지만 규모가 커지고 편의시설은 멀어진다. 공허함은 늘지만, 결핍을 채울 요소는 적어지는 셈이다. 사고나 위급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자녀의 집 또는 의료·복지시설 등과 너무 멀지 않은 게 좋다. 1인 가구라 할지라도 집은 부부의 경우와 비슷하게 맞춘다. 동선 확보와 더불어 지인을 초대하는 등 사회적 교류를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큰 집에 살면 많이 움직여 활동성에 좋지 않을까? 한겨울과 한여름에 냉·난방비 아끼려다 건강을 해치는 분이 적지 않다. 절약 정신이 몸에 밴 시니어들은 큰 집에 있더라도 냉·난방을 모두 가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방이나 거실 정도만 에어컨이나 보일러를 켠다. 그러면 특정 공간만 가게 돼 오히려 활동성이 줄어든다. 작은 규모라면 곳곳에 냉·난방을 가동하기에 집 안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또 나이 들면 큰 집을 청소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 정리정돈을 소홀히 하면 자칫 위생상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고, 결국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출가한 자녀 방 때문에 큰 집을 고수하는데, 괜찮을까? 자녀의 방문이 잦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한 달에 한 번, 또는 1년에 서너 번 찾아오는 자녀를 위해 방을 비워두는 건 비효율적일뿐더러, 그 공간으로 인해 외로움·허전함 등을 느껴 자칫 빈둥지증후군이나 우울증을 호소할 수 있다. 큰 집에 자녀의 방이 남아 있다면, 부부의 공간으로 새로 꾸며 활용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도움말=김동환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장, 김동철 심리학 박사(김동철심리케어 원장)
- 2023-02-08 08:54
-
- 나이 듦에도 사라지지 않는 조급함… 당신의 화양연화를 위하여
- 이제 다시 시작이다, 찬란한 내 인생 좋은 꿈 꾸셨습니까? 마음 반창고 새해 첫 번째 이야기는 내가 가장 빛났던 순간 혹은 내가 제일 잘나갔던 순간, 그도 아니면 내가 가장 찬란해질 그 순간을 떠올리며 시작합니다. 우리 삶을 춘하추동(春夏秋冬) 네 계절에 피는 꽃으로 비유해볼까요. 아직은 한참 먼 봄소식을 가장 빨리 알려주는 산수유를 시작으로 봄철에는 매화, 목련, 진달래, 개나리, 살구꽃, 복사꽃, 벚꽃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햇살이 더욱 눈부신 여름이 되면 무궁화부터 찔레꽃, 작약, 패랭이꽃, 장미가 형형색색 산천을 장식합니다. 코스모스, 국화, 과꽃, 나팔꽃, 도라지꽃은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입니다. 동백꽃은 단연코 외로운 겨울을 홀로 지킵니다. 이처럼 꽃도 피우는 시기가 다 다릅니다. 차례대로 자기 순서에 맞춰 꽃을 피웁니다. 식물은 계절의 변화를 인지하고 낮의 길이와 온도 같은 최적의 조건이 무르익었을 때 꽃을 피우는 정교한 작동원리를 갖고 있습니다. 식물과 마찬가지로 결정적인 바로 그 순간은 사람마다 다른 시간에 찾아옵니다. 저마다 꽃 피우는 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나다라 배우며 글꽃을 찾은 마음 오십 해가 넘도록 시장통에서 생선 비린내 맡으며 자식 키우고 살아낸 정백안(79세), 서경임(74세) 부부는 영암에서 목포까지 칠흑같이 깜깜한 새벽길을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갑니다. 오가는 데 무려 네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를 오일장 서는 날을 빼고는 거르지 않습니다. 지난 11월에는 전남인재평생교육원에서 주최한 평생교육수기 공모에서 경임 씨가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열여섯에 처음 만난 내 이름, 일흔 넘어 활짝 핀 글자꽃’이란 제목으로 상도 받고, 이름 없이 사느라 아팠던 마음도 아름다운 글꽃으로 승화시킵니다. 세 살에 부모를 여의고 제때 배우지 못한 아픔을 늦깎이 학생이 되어 글로 녹여내며 지난 삶을 돌아보고 멍들었던 마음도 구석구석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온통 눈물과 서러움뿐이었던 삶이 배움을 통해 재밌는 살판으로 바뀌었다는 부부. 학교에 다니면서 어딜 가도, 누굴 만나도 당당하다는 경임 씨는 쓰는 글마다 큰 상을 받으며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둥지 속에 갇힌 새처럼 세상 밖 외면하고 일만 하던’ 경임 씨에게 배움의 기쁨은 기적처럼 찾아온 행운입니다. 호미자루 연필 삼고 밭고랑 공책 삼아 마음을 써내려가는 지금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날이 아닐까 미소 짓습니다. 쏜살같은 세월에 지지 않고, 해마다 먹는 나이에 꺾이지 않고 자기 때와 자기 사람을 기다린 이가 있습니다. 무려 72년을 기다린 주인공은 바로 강태공입니다. 3000년 전의 인물로 알려진 강태공의 본명은 강상(姜尙)으로, 선조가 여(呂) 땅을 식읍(食邑)으로 받았다고 하여 여상(呂尙)이라고도 불립니다. 훗날 주나라 문왕이 되는 서백(西伯)이 강태공을 초빙하며 선왕 태공이 간절히 바라던(望) 성인(聖人)이라고 일컬었기 때문에, ‘태공망’(太公望)이라는 이름도 얻었습니다. 강태공이 버린 낚시 3600개 위수(渭水)에서 낚시 3600개를 버려가며 문왕을 기다렸던 강태공은 일흔두 살이 될 때까지 매우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극진(棘津)이라는 나루터에서 지내며 하는 일이라고는 독서와 낚시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물고기를 잘 잡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가 드리운 낚시에는 바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바늘이 있었지만 곧게 펴져 있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아무튼 물고기를 잡으려고 낚싯대를 드리운 것이 아니니까요. 강태공이 낚시터에서 기다린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때’였습니다. 자신을 알아주는 바로 그 사람을 만나, 자신의 재능과 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기회. 강태공은 ‘그 때’와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72년을 기다린 것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것을 문왕을 만나기 전까지 강태공은 어떻게 지냈을까요. 은(殷)나라 주왕(紂王) 때에 이르러 집안이 몰락한 강태공은 천문, 지리, 병학(兵學) 등 온갖 학문에 능통한 희대의 천재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학식과 통찰력 그리고 큰 뜻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오로지 책만 읽으며 현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이러다 보니 집안 살림에 도통 관심이 없는 강태공 대신 그 책임을 아내 마 씨(馬氏)가 모두 떠맡게 됩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에 지친 아내는 날마다 남편을 닦달하며 살아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강태공은 여느 때처럼 책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가 오거든 마당에 널어놓은 강피(곡식의 한 종류)를 꼭 거두라고 신신당부한 아내 말을 까맣게 잊은 채 소나기에 그만 강피를 모두 쓸려 보내고 말았습니다. 이에 진절머리가 난 아내는 그 길로 이혼을 선언하고 집을 나갔다고 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것을….” 강태공은 떠나는 아내를 향해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나의 꿈은 꺾이지 않았다 혼자서 살림까지 도맡아야 했던 강태공은 오십이 넘도록 여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힘들게 살았고, 그 뒤로는 백정 일을 했는데 도마 위에 놓은 고기가 썩을 때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마침내 위수가로 옮겨 낚시를 시작했고 오랜 세월 끝에 문왕과 만나게 된 것입니다. 당시 중국은 은나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주왕(紂王)이 달기의 치마폭에 싸여 폭정을 일삼아 민심이 크게 동요하던 때였습니다. 이와 반대로 덕망이 있었던 문왕은 자신을 도와 천하를 다스릴 인재를 찾던 어느 날 사냥을 나가기 전 사관 편(編)에게 점을 치게 했습니다. “위수에서 사냥을 하면 장차 큰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용도 이무기도 아니고, 호랑이도 곰도 아닙니다. 장차 패왕을 보필할 스승이며 그 공이 3대(代)에까지 미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문왕은 3일 동안 목욕재계를 한 후 위수로 사냥을 떠났고, 강태공과 극적으로 만난 것입니다. 비록 낡은 옷의 초라한 늙은이가 낚시를 하고 있었지만 문왕은 한눈에 그가 비범한 사람임을 알아보았습니다. 강태공 역시 자신의 뜻을 알아줄 현자가 나타나리라는 것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학문과 수양에 매진하며 그 긴 세월을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강태공은 자신의 성공과 명예, 부귀영화보다 남을 잘 되게 하려는 마음으로 부국강병의 술법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마음을 닦으며 10년 동안 3600개의 낚시를 버리면서 때를 기다린 것입니다. 강태공이 지쳐 포기했다면, 언제 찾아올지 모를 ‘자신의 때’를 끝내 기다리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오랜 세월을 견뎌내며 자신이 쓰일 때를 기다리고 준비했기에 ‘강태공’, ‘태공망’이라는 이름을 후세에 남길 수 있었지요. 차근차근, 차곡차곡, 차례차례 반면에 필자는 조급함, 성급함이 얼마나 자신을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하고, 외롭게 하고, 또 때로는 절망하게 하고, 화나게 하는지 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2018년 12월 말에 첫 책 ‘혼자 술 마시는 여자’를 나이 오십에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동안 미루고 도망가다 만들어진 책인 데다 제 생애 모든 것 사랑, 열정, 가족까지 다 녹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엄청 기대가 컸습니다. 욕심도 너무 많았습니다. 책이 딱 나오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습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 작가가 되어 텔레비전 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초대되고, ‘인간극장’에 출연하는 상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상상과 현실은 참 달랐습니다. 이게 하루아침에 될 수 없는 건데,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책을 내고 보니 그건 다 잊어버린 채 금방 유명해질 줄 알고 커다란 꿈과 야망, 욕심과 기대를 가졌습니다. 그 욕심 때문에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겁니다. 주변 지인들과 가족들한테 더 실망하게 되고요. ‘나를 조금 더 챙겨주지.’ ‘왜 책을 안 사줄까.’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왜 책을 안 알려줄까, 다른 사람 책은 홍보해주면서.’ 마음에 별의별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고요. 마치 고구마 줄기 걷어 올릴 때 한 넝쿨에 끝도 없이 흙 속에서 끌려나오는 것처럼요. 책을 구매하고 SNS에 소개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잠시뿐이고, 관심도 없고 구매도 홍보도 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게 서운해하면서 원망하는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괴로워하던 어느 하루. 필자 대학원 논문 심사위원이었던 주철환 교수님께 책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차근차근, 차곡차곡, 차례차례’.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답장으로 주신 세 마디가 다른 어떤 말보다 큰 위로가 되고, 대단한 응원이 되었습니다. 그래, 차근차근 가야지.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인데 한 발짝 한 발짝 떼어야지. 차곡차곡 쌓아야지, 돌담을 쌓듯이. 크고 작은 자갈, 큰 돌, 작은 돌이 사이사이에 다 채워져야 탄탄한 울타리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주 교수님의 말은 필자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줍니다. 나만의 때와 사람을 기다리며 차츰차츰 나아갈 용기가 생깁니다. 시유기시 인유기인 아, 왜 이렇게 삶이 힘들까? 아, 왜 이렇게 일이 안 풀릴까? 아, 왜 이렇게 인간관계가 꼬일까? ‘시유기시 인유기인’(時有基時 人有基人), ‘때에도 그 때가 있고, 사람도 그 사람이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일을 돌이켜보거나 앞으로 일을 펼칠 때 길잡이가 되고 안내가 되는 말입니다. 어떤 일을 도모할 때 타이밍이 안 맞아서 실패하거나 어긋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일이 거의 다 만들어지고 프로젝트가 왕성하게 되어 있는데, 꼭 ‘그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강태공이 그토록 오랜 세월을 기다린 것처럼, 경임 씨가 글꽃을 피우며 만학도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처럼 필자도 차근차근, 차곡차곡, 차례차례 다음 책을 준비하며 새로운 사람들, 시절인연 만날 설렘을 안고 강의실로 들어갑니다. 자기 걸음에 집중하면서 말입니다. 주변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속도와 방향에만 신경 쓰며 새해 새 사람, 새 때를 기다려볼까요. 당신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 2023-01-31 08:49
-
- 日 시니어, 돈보다는 보람 주는 사회공헌 일자리 원해
- 일본 중장년의 과반수가 수입보다 보람을 중시한 일을 선호하며, 이러한 경향은 연령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총무성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일본 취업자 수는 2004년 이후 18년 연속 증가, 지난해 고령자 취업률은 25.1%(약 909만 명)에 이르렀다. 연령대별로 보더라도, 65~69세 취업률은 10년 연속, 70세 이상의 취업률은 5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구인 검색 엔진 인디드 재팬(Indeed Japan)에서도 ‘70대’ 키워드 검색이 증가하며, 노인 직업을 찾는 이가 늘어나는 경향이다. 이에 따라 인디드는 10월 ‘고연령자 취업 지원 월간’을 맞아, 50~79세 남녀 1800명을 대상으로 ‘시니어 세대의 취업’에 관한 의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의 경우 4명 중 3명꼴로 ‘일하고 싶다’, ‘일할 필요가 있다’라는 욕구를 드러냈으며, 전체적으로도 시니어의 58.3%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특히 현재 취업 상태인 중장년의 경우에는 약 90%가 ‘계속 해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시니어가 일자리를 선택할 때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일까? 응답자의 58%는 ‘수입보다는 보람이나 사회공헌 등을 더 중시한다’고 말했다. 앞서 일에 대한 욕구가 있는 이들 중에서는 60.2%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보람을 중시하는 경향은 더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50대의 경우 보람형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가 49.5%에 그쳤지만, 60대는 56.8%, 70대는 67.7%로 그 비율이 상승했다. 한편 일에 대한 의욕과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나이 들어 일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상당했다. 응답자의 92.7%가 ‘일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나 문제를 겪고 있다’는 심정을 밝혔다. 가장 큰 이유로는 ‘건강 상태에 대한 염려’(59.6%)를 꼽았다. 아울러 응답자의 과반수(55.9%)가 중장년기 커리어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 및 준비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 시점에 대해 묻자 3명 중 1명은 ‘60대 이후’(33%)라 답했고, 그 다음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한 연령대는 50대 후반이었다(31%). 구체적인 방법을 시도해보지 않은 경우도 23.9%로 적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후지무라 히로유키 호세이대학 교수는 “중장년기 커리어를 고려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며 “조사에서 3명 중 1명은 60세 이후로 이러한 고민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시점을 50세 정도로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히로유키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일에서의 수입보다 보람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연금 등으로 일정 자금이 마련된다면 일하는 주 목적을 사회와의 연결에 두고자 할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 때 자긍심을 느끼며, 이는 노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2022-10-14 10:21
-
- 日 중장년 여성, 나이 들수록 경제 만족도 높아
- 일본 시니어 매거진 ‘하쿠메쿠’에 따르면 일본 여성들은 나이가 들수록 돈에 대한 걱정을 덜 하는 경향이며, 절약과 저축을 통해 노후 경제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하쿠메쿠는 주식회사 캐리어맘과 함께 30~79세 일본 여성 687명을 대상으로 한 ‘돈에 관한 의식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 참여자들이 자신의 자금 운영 방법에 대해 만족하는 비율은 50% 정도였으며, 그 비율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증가했다. 70대의 경우 만족한다는 반응이 61.6%로 가장 높았고, 이어 60대 57.2%, 50대 44.0%였다. 30대의 경우 만족한다는 응답이 19.3%로 가장 낮았으며, 40대도 39.6%에 그쳤다. 노후 자금에 대한 생각도 비슷한 맥락으로 나타났다. 향후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 전체 평균 54.2%가 우려를 표했는데, 연대가 높을수록 그 비율이 줄어들었다. 30대의 90.4%가 돈에 관해 미래가 걱정된다고 말한 반면, 70대는 35.3%만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60대는 40.2%, 50대는 66.5%, 40대는 75.9% 등 연령대와 수치가 반비례하는 양상이다. 50대 이상 중장년에게 노후 자금을 위해 현재 하는 노력이 무엇인지 묻자, ‘절약 한다’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50대 64% △60대 57.9% △70대 67.7%). 그 다음으로는 ‘저축’을 꼽았는데, 50대의 경우 69%가 저축에 할애하고 있었다. 같은 항목에 대해 60대는 50.8%, 70대는 41.4%로 점점 낮아지는데, 이는 취업 상태의 유무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50대의 47.5%는 취업 전선에 있었지만, 60대는 24.8%, 70대는 6.1%만이 일을 한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를 공동 주최한 캐리어맘의 츠츠미 카나에 대표는 “돈에 대한 인식이 호경기를 경험한 50대를 경계로 나뉘는 양상이다”라며 “취업난을 겪었던 40대 이하는 일을 하면서도 늘 자신의 수입에 대한 불안이 큰 상태인 반면, 버블경제기를 지나온 50대 이상의 경우 일에서도 벌이보다는 보람을 추구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쿠메쿠 연구소 우메즈 유키에 소장은 “세대가 격차가 부각된 결과다”라며 “부모 세대는 돈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자녀세대는 향후 자금에 대한 불안이 크다. 물론 응답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시니어들 역시 자신들보다는 자녀나 손주 세대의 노후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기업이나 개인도 진지하게 해결책을 고민해볼 타이밍이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제2의 인생 연구’ 리포트 결과를 비교해보면, 미국 역시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재정 상태를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이례 없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절약을 통해 자신의 노후 자금을 슬기롭게 운영하며 경제력을 유지한다고 응답했다. 앞선 조사에서의 일본 시니어들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한국 또한 나이가 들수록 평균 가구 지출이 낮아지고, 소비 자산에 맞춰 절약하는 모습은 일본, 미국과 같았다. 한편 자신의 경제 상태 평가에 대해서는 다른 두 나라와는 결과가 반대였다. ‘2020 고령화연구패널 기초분석보고서’에서 59~64세 응답자의 경우 자신의 경제 상태 점수가 60점대였으나, 65~79세는 50점대, 80세 이상은 40점대로 고령일수록 그 만족도가 떨어지는 양상을 나타냈다.
- 2022-09-05 16:40
-
- 日 고령자, "치매 발병 후 늦어, 요양시설 미리 찾아야"
- 일본 고령자들은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개호 시설 입주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설 입주자들은 입주 직전이 아니라 더 이른 시기에 시설들을 알아봤으면 좋았을 거라고 말한다. 건강할 때 미리 여러 조건을 검토해두었다면, 실제 개호 시설 생활을 할 때 만족도가 더 높았을 거라는 의미다. ‘LIFULL시니어’는 개호(介護, 간병) 시설 입주 계기 등의 실태 파악을 위해 시설에 입주한 가족·친족이 있거나 시설 정보 수집을 해봤던 사람을 대상으로 ‘개호 시설 입주에 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LIFULL시니어는 일본 최대 노인 홈·개호(간호) 시설 검색 사이트 ‘LIFULL개호’를 운영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대체로 입주 직전 시설을 검토했다. ‘입주 4~6개월 전’이 18.7%로 가장 많았고, ‘입주 2~3개월 전’ 17.9%, ‘입주 1개월 전’ 15.8% 순이었다. 입주 전 6개월 이내에 어느 시설을 들어갈지 검토해보는 사람이 52.4%로 약 절반인 것. 하지만 이 중 68.7%가 ‘더 빨리 개호 시설 입주를 검토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개호 시설을 찾으면서 가장 어려워했던 점은 30.8%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했으며, ‘희망하는 조건의 시설이 적거나 없다’(28.2%), ‘개호 시설을 어디서 찾을지 모르겠다’(20.8%)고 했다. 나에게 맞는 시설을 적절한 시기에 가려면 입주 시기가 닥치기 전에 준비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시설에 입주를 꼭 하지 않더라도 미리 견학을 해두면 여러 조건을 여유를 가지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응답자들은 개호 시설 입주를 고려하게 된 계기로 44.2%가 ‘치매 증상’을 꼽았다. 그 외에 병이나 부상이 있었다는 응답은 26.6%다. 치매 발병이 개호 시설 입주 계기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응답자의 66.4%는 집에서 살기가 힘들거나 위험한 상황이 되었고 가족에 의한 개호가 어려워서 시설에 입주하게 됐다. 치매로 입주를 고려했다는 응답자들은 ‘돈 관리 불가’, ‘쇼핑 문제’, ‘화의 조절 불가’, ‘사고력 저하’ 등의 치매 증상이 계기가 됐다고 응답했다. 즉 집에서의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시기에 개호 시설 입주를 고려한 것. 고스가 히데키(小菅秀樹) LIFULL개호 편집장은 “‘나는 건강하기 때문에 시설에 가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는 점이 개호 시설을 알아보는 시점을 늦춘다”면서 “시설 검토를 할 최적의 타이밍은 본인이 건강하고 판단 능력이 있을 때”라고 강조했다.
- 2022-08-04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