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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국에서의 이색 골프 체험, 핀란드 퀴타야 클럽
- 핀란드 랭킹 1위 퀴타야 골프클럽(Kytäjä GC)은 36홀 규모로, 세계적인 골프 코스 컨축가 토머스 맥브룸(Thomas McBroom)이 스칸디나비아에서 첫 번째로 디자인한 골프장이다. 북미의 골프 건축을 잘 보여주듯 넓고 대담하며 아름다운 이곳은 핀란드 최고 골프클럽으로 인정받고 있다. 핀란드 퀴타야 골프클럽 & 호텔은 유럽 100대 골프 리조트 중 83위에 랭크되어 있다. 헬싱키 공항에서 북쪽으로 60km 지점, 휘빈캐(Hyvinkää) 근처에 있으며 차로 40분 소요된다. 호텔은 모두 34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을 리모델링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여름엔 백야 체험할 수 있어 퀴타야 골프클럽 연습 시설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다. 따라서 라운드 전후로 드라이빙 레인지와 쇼트 게임 지역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12헥타르의 드라이빙 레인지와 인근 퍼팅 그린에는 충분한 공간이 있으며, 양질의 골프공으로 언제든지 진짜 잔디에서 연습할 수 있다. 400m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양방향 연습이 가능하며, 동시에 100명씩 200명이 연습할 수 있는 보기 드문 멋진 드라이빙 레인지다. 벙커드 타깃 그린(Bunkered Target Greens) 7개와 퍼팅 그린 2개가 있으며, 3개의 연습 벙커가 있다. 퀴타야 골프클럽은 연 6개월 정도 라운드가 가능하며,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이 하이 시즌이다. 1년에 약 3만 6000라운드가 진행된다고 한다. 6개월의 기간을 보면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핀란드는 한여름 백야(Midnight Sun, White Night)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북쪽은 가능하지만 남쪽은 조금 어렵다고 한다.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65km 지점인 이곳 퀴타야 골프클럽은 오후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어두웠다. 6월 22일 하지 때 가장 낮이 길다고 한다. 아름다운 바다 반기는 남동 코스 사우스이스트 코스(South East Course)는 2003년에 오픈했으며 핀란드 1위, 유럽 65위에 랭크되어 있는 최고의 명문 코스다. 넓은 페어웨이, 깊은 벙커, 그리고 경사진 언듈레이션이 심한 엘리베이티드 그린을 보여주며, 핀란드 풍경 중 가장 쾌적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아웃 코스 9홀은 환상적인 고도 변화(Elevation Changes)가 있는 넓은 숲 풍경(Forest Landscape)을 굽이굽이 지나간다. 기복이 심한 페어웨이와 높은 티 박스에서 티 샷 하는 장면이 매우 많은 도전적인 마운트 타입이다. 인 코스 9홀은 숨 막히는 파노라마 뷰가 펼쳐지는 퀴타야 호숫가를 따라 여러 개의 홀이 이어져 있으며, 링크스 타입이 가미된 아름다운 파크랜드 코스다. 4번 홀(파5, 539/485m) 페어웨이 오른쪽 넘어 뒤로 펼쳐지는 퀴타야 호수가 바다처럼 멋진 뷰를 보여준다. 왼쪽으로 살짝 도그레그로, 랜딩 에어리어 왼쪽으로는 벙커들이 즐비하게 그린 쪽으로 이어진다. 벙커를 피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샷을 하면 거리 손실이 적지 않다. 엘리베이티드 그린이어서 그린 공략할 때 정확한 거리가 요구된다. 그린 오른쪽 앞의 2m가 넘는 어마무시한 커는 절대 피해야 한다. 실제 거리는 최단 30m 이상 업해야 할 것이다. 18번 홀(파5, 473/437m) 왼쪽으로 환상적인 퀴타야 호수가 바다처럼 펼쳐지면서 도그레그 모습을 보여주는 시그니처 홀이다. 14번 홀과는 방향만 바뀐 모양새다. 티 샷 시 오른쪽으로 에이밍해야 유리하다. 그린 공략할 때 55m 앞에 펼쳐진 나무가 시야를 방해할 수도 있다 그린 오른쪽 카트길을 따라 하얀색 몸통의 자작나무가 멋진 인상을 남긴다. 파이널 홀의 자격을 충분히 갖춘 홀이다. 도전 부르는 험한 지형, 북서 코스 노스웨스트 코스(North West Course)는 2004년 8월에 오픈했다. 핀란드 4위에 랭크되어 있는 명문 코스다. 첫 다섯 개 홀은 넓고 탁 트인 풍경에 위치하며, 나머지 홀은 고도에 상당한 변화가 있는 다양하고 험준한 지형에서 진행된다. 퀴타야 호수와 클럽하우스 단지가 내려다보이는 17번 홀 챔피언 티에서의 전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50m의 낙차 큰 뷰를 자랑한다. 왼쪽으로 멋진 호수와 페어웨이 뒤로 길게 이어지는 벙커가 환상적이다. 7번 홀(파5, 504/449m) 서드 샷을 할 때 왼쪽 도그레그이며, 오르막의 멋진 파5 홀이다. 165~229m 지점 랜딩 에어리어 좌우에는 벙커들이 길게 이어진다. 티 샷부터 쉽지 않다. 오르막으로 최단 46~55m는 더 봐야 한다. 세컨드 샷부터 페어웨이가 좁고 가파른 오르막이며, 그린 에지가 긴 런오프라 그린 공략할 때 충분한 거리를 봐야 한다. 디자인과 뷰가 매우 인상적이다. 10번 홀(파4, 324/275m) 재밌는 홀이다. 세컨드 샷을 할 때 높은 슬로프를 계산해야 한다. 최단 20m 높이에 그린이 있다. 그린에서 내려다본 클럽하우스 외에 티 박스, 9번 홀과 1번 홀이 멋지게 한눈에 들어온다. 티 샷 시 볼이 왼쪽으로 가면 그린이 가려져 방향이 중요하다. 정확한 방향과 세컨드 샷 때 거리 계산이 매우 중요하며, 그린이 계속 오르막이어서 때로는 매우 어려운 순간을 맞이한다. 그린 앞은 에지가 런오프여서 짧으면 페어웨이 밖으로 굴러떨어지므로 스마트한 공략이 필요하다. 17번 홀(파5, 516/426m) 가장 높은 티다. 무려 50m 높이로 장엄한 모습이 펼쳐진다. 왼쪽으로는 큰 폰드가, 오른쪽으로는 벙커들이 길게 수놓아져 있다. 스펙터클하고 아름다운 장면이다. 필자는 이 멋진 느낌을 위해 챔피언 티에서 티 샷을 했다. 세컨드 샷과 서드 샷 모두 오르막이어서 실제 거리는 549m 정도 된다. 이날은 골프장 총지배인과 함께였다. 운 좋게도 이 홀에서 파다. 체면치레는 했다. 그리고 18홀 내내 볼 한 개 갖고 라운드를 했으며, 운수 좋은 날임에 틀림없었다.
- 2023-10-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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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유행이라는 파크골프, “어떻게 시작할까?”
- ‘골프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파크골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갖춰야 할 복장과 장비가 간단해서다. 혹시 인기에 힘입어 파크골프에 입문하고픈 마음이 생겼다면, 다음 사항을 참고해 파크골프를 더욱 재밌게 즐겨보자. 파크골프의 경기 방식은 골프와 비슷하다. 보통 4인 1조로 진행하며, 출발 지점(티박스)에서 홀을 향해 볼을 치고 차례로 코스를 돈다. 최종 코스까지 가장 적은 타수로 홀에 볼을 넣는 사람이 승리한다. 홀의 종류로는 파3(40~60m), 파4(60~100m), 파5(100~150m)가 있다. 18홀 기준 4시간 이상 경기를 진행해야 하는 골프와 달리, 파크골프는 1시간 반 정도면 경기를 마칠 수 있다. 파크골프의 클럽 헤드에는 로프트(각도 또는 경사도)가 없어 세게 휘둘러도 볼이 위험하게 날아가지 않고 지나치게 뜨지 않는다. 골프처럼 ‘손맛’을 느낄 수는 없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채와 공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어 파크골프는 86㎝ 길이의 클럽과 지름 6㎝, 무게 80~95g의 공으로 티 샷, 세컨드 샷, 어프로치 샷, 벙커 샷, 퍼팅까지 모두 소화하기 때문에 많은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 클럽 한 개와 플라스틱 공을 먼저 갖추되 추가적으로 골프 티(공 받침대), 볼 마커(공의 현 위치를 표시하는 데 사용하는 동전), 볼 포켓(공 보관 주머니), 모자, 장갑, 골프화, 운동복이 필요하다. 잔디 보호 차원에서 등산화는 신지 않도록 한다. 파크골프 채는 크게 손잡이 부분인 ‘그립’과 막대기 부분인 ‘샤프트’, 공을 타격하는 부분인 ‘헤드’로 구성된다. 혼마·미즈노 등 브랜드에 따라, 만들어진 소재에 따라 가격대는 천차만별이다. 본인의 신장과 손 크기 등에 맞는 제품을 사용해야 하며, 공을 타격했을 때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고 충격을 잘 흡수하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온라인으로 구매하기보다 직접 만져보고 시타를 해본 후 선택하기를 권한다. 파크골프 공은 내부를 채우고 있는 겹의 수에 따라 구분된다. 1피스 공은 수지가 한 겹이다. 즉 단일 소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내구성이 강하고 가격이 저렴하다. 2피스·3피스·4피스 공은 중심과 커버가 각기 다른 소재로 이루어져 있어 미세한 성능 조절이 가능하다. 겹의 수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제품은 아니니 연습용, 비거리 향상, 부드러운 타구감 등 본인의 목적에 맞게 고르면 된다. 나에게 맞는 공이 어떤 것인지는 직접 종류별로 타격해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매너는 기본 장비가 준비됐다면 파크골프장을 찾아 게임을 즐길 일만 남았다. ‘파크알리미’ 앱을 활용하면 전국 파크골프장 위치와 해당 구장의 코스, 휴무일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에서 검색창을 클릭한 후 ‘파크알리미’를 입력해 설치하면 된다. 경기 중에는 서로 매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공을 치고 있을 때는 함께 집중해주고, 컵 앞에 서거나 횡단하는 행위는 금물이다. 코스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린을 오래 점유하면 다음 팀에 피해를 주게 된다. 전원이 ‘컵인’ 하자마자 다음 홀로 이동해야 한다. 또한 딱딱하거나 모퉁이가 날렵한 신발을 신고 게임을 하면 잔디가 금세 상하기 때문에 유연한 소재의 신발을 신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좋다. 파크골프 에티켓, 문화 등 더 다양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관련 온라인 카페, 동호회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간혹 지자체 홈페이지 게시판에 파크골프협회 회원 모집이나 교육 진행에 대한 글이 올라오는데, 기관이나 협회를 통한다면 무난하게 진입할 수 있다.
- 2023-08-1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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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 용품 특허 출원 대폭 증가... 중장년 관심 끌 제품은?
- 코로나 19의 확산을 발판 삼아 골프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골프 관련 특허 출원도 대폭 증가했다. 특허청이 발표한 2016년에서 2021년까지의 ‘골프 관련 물품 디자인의 출원 동향’에 따르면 골프 패션 용품, 기본 운동 장비, 연습용 장비의 출원이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중 중장년 골퍼들의 이목을 끄는 제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퍼팅을 돕기 위해 다양한 모양의 선을 그려진 디자인의 골프공이 특허 출원 제품의 다수를 이뤘다. 강렬한 색상과 캐릭터 디자인을 통해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제작한 제품도 출원됐다. 골프 연습을 돕는 연습용 장비의 출원은 최근 2년간(2020~2021) 74.7% 증가했는데, 고가의 스크린 장비보다 활용도가 좋은 연습 소도구에 대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그중 스윙 자세 교정기와 퍼팅 연습기가 전체 연습용 장비 출원(166건) 중 63.3%를 차지했다. 특허 제10-1862138호는 골프 스윙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장치로, 골퍼의 영상을 분석해 사용자의 자세 또는 움직임을 분석한다. 이를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해 골프 스윙 자세에 대한 문제점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다. 골프 스윙 연습기(특허 제10-1956075호)는 단순한 구조로 고장 위험이 적고, 휴대가 간편해 어디서든지 스윙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윙운동능력강화기구(제30-1145804호)와 같이 생활공간 가까이에 두고 근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도구도 속속 출원됐다. 이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틈틈이 스윙 자세를 교정하거나 퍼팅을 연습하고 싶은 골퍼들의 욕구를 반영한 것으로 특허청은 해석했다. 유호정 특허청 산업디자인심사팀 심사관은 “골프가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으면서 코로나 19 이후에도 골프 관련 제품에 대한 열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22-05-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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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의 보석 발리 내셔널 CC
- 발리 내셔널 골프클럽(파72, 7134야드)은 로빈 넬슨(Robin Nelson), 로드니 라이트(Rodney Wright)가 디자인한 골프클럽으로 1991년에 오픈했다. 이후 넬슨 & 하워스 골프설계팀(Nelson & Haworth Golf Course Architects)에 의해 2012년 리모델링에 들어가 18개월의 공정을 마친 후 2014년 3월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골프장은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서 20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현재 300여 개의 룸을 갖춘 5성급 샹그릴라 호텔과 33동의 럭셔리 빌라가 17번 홀과 18번 홀 주위에 자리 잡고 있다. 마크 홀랜드(Mark Holland) 총지배인은 Best Renovated Course in Asia 2014에서 1위, Best Renovated Course Worldwide 2015에서 3위, Best Golf Resort Asia 2015에서 5위, 그리고 Best Golf Resort Indonesia 2015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지속적인 서비스와 골프장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발리는 일 년 내내 25~30℃를 유지하며, 특히 7월부터 10월 사이 비가 내리지 않아 골프 치기에 매우 적합하다. 또한 배수 시설이 잘되어 있어 한여름 스콜성 비에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캐디는 130명 정도로 18홀 규모에서는 많은 수에 해당된다. 그만큼 고객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이곳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2억 6000만 명에 달해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대 인구대국이다. 전 인구의 80% 이상이 이슬람교도이며, 기독교도와 힌두교도 등이 있다. 발리 본토 사람들은 모두 힌두교도들이다. 골프장 캐디들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 50%, 힌두교가 50%, 그리고 기타 10%라고 한다. 무슬림 여성이 히잡과 긴 옷을 입는 이유는 남성들의 성적 폭력이나 성적 충동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서양식 의복보다는 덜 섹시해 보이거나 실제로 몸매나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일리 있어 보인다. 젊은이들은 주로 서양식 옷을 입지만 전통 제례 기간인 라마단(Ramadan) 동안에는 한 달간 엄격한 금식을 하며 전통적인 이슬람 복장을 한다. 이색적인 캐디 복장 눈길 캐디의 복장은 지금까지 필자가 보아온 수많은 골프장 중에 최고로 아름답다. 챙이 넓은 모자는 보라색과 하얀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옅은 보라색 치마와 하얀색 블라우스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상쾌하고 즐거운 라운드를 보장해주는 듯했다. 일부 캐디는 옅은 분홍색 모자와 하얀 바탕에 분홍색 꽃이 피어 있는 치마, 그리고 분홍색 옷에 하얀 레이스가 있는 매혹적인 복장이다. 아마 복장도 경쟁력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한국이나 중국 어디나 긴 바지에 익숙해져버린 나에게 새로운 감흥을 선사하는 것 같았다. 예부터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했듯이 동가홍상(同價紅裳)이 아닌가 싶다. 오늘은 아침부터 강렬한 발리의 태양을 받으며 힘찬 티오프를 시작했다. 일찍부터 더워지기 시작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덥지 않다. 발리 기후의 큰 특징은 조석과 한낮의 기온차가 5~6℃ 내외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까지 더해 골프하기에는 천국이란 생각이 든다. 발리내셔널 코스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하고 화려한 꽃들이 매 홀마다 식재되어 있으며, 그린의 난이도는 크지 않지만 그린 스피드만은 발리의 6개 코스 중 최고다. 그린은 티프이글(Tiff Eagle), 페어웨이와 티박스에는 패스팰럼(Paspalum)을 식재했다. 10피트를 넘는 스피드로 아마추어 골퍼들은 쉽지 않은 퍼팅을 해야 한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 & 링크스 1번 홀(파4, 437야드) 페어웨이 왼쪽 벙커 240야드를 넘어야 하며, 페어웨이 중앙 오른쪽이 안전하지만 슬라이스면 숲속행이다. 푸른 하늘과 하얀 벙커 그리고 링크스풍을 느끼게 하는 풀들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긴 파4여서 투온은 매우 어렵다. 4번 홀(파3, 147야드) 약간 오르막에 그린 오른쪽 앞으로 4개 층의 멋진 돌계단 벙커가 있다. 페어웨이 왼쪽 카트길로 보이는 멋지고 화려한 꽃나무 부겐빌레아가 이색적이다. 4번 홀과 14번 홀 그늘집(Halfway Houses)에서는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 16번 홀(파5, 467야드) 챔피언티 바로 앞부터 페어웨이를 따라 왼쪽으로 이어지면서 그린 왼쪽 앞 55야드까지 475야드의 길고 긴 모래땅(벙커)이 이어진다. 필자는 2016년 8월 중국 장쑤성 쑤에 있는 락마호(LUOMA LAKE) 골프장 C6번 홀(파5, 541야드)의 오른쪽부터 C7번 홀(파4, 405야드) 그린 오른쪽까지 480야드 길게 이어진 벙커에 이어 두 번째로 긴 벙커를 경험했다. 참으로 멋진 듄스 풍경이 아닐 수 없다. 17번 홀(파3, 155야드) 완벽하게 멋진 아일랜드다. 본래 파4였는데 주변에 호텔을 지으면서 파3로 변경했다. 그린이 전후좌우 각각 30야드로 거의 원형에 가까우며 에지가 1~2야드도 안 되고 바로 물속행이다. 그린 왼쪽 앞의 벙커도 티 샷에 영향을 준다. 물 왼쪽으로 300여 개 객실을 보유한 샹그릴라호텔이 신축됐다. 18번 홀(파4, 355야드) 페어웨이 왼쪽으로 벙커와 함께 길게 이어지는 물길이 그린 앞 100야드에서 페어웨이를 가르며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홀이다. 그린 오른쪽에 큰 물을 형성하며 바로 멋진 클럽하우스가 앉아 있다. 그린 주변과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별장들이 멋지게 이어지고 있으며, 모처럼 야자나무를 볼 수 있다.
- 2022-01-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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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라이스로 고전하고 있다면 클로즈드 그립을 잡아라
- 독자는 어떤 그립을 잡고 있는가? 위크 그립? 뉴추럴 그립? 스트롱 그립? 나는 위크 그립을 잡는 플레이어를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백이면 백 뉴추럴 그립 아니면 스트롱 그립이다. 뉴추럴 그립을 잡는 플레이어에게 ‘왜 뉴추럴 그립을 택했냐’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답한다. 골프를 시작할 때 그립에는 세 종류가 있다(위크, 뉴추럴, 스트롱)고 듣고 깊게 따져보지 않은 채 뉴추럴 그립을 선택했다고. 이들에게 ‘왜 스트롱 그립을 잡지 않느냐’고 물으면 의외의 답을 듣는다. 바로 ‘스트롱’이라는 이름 탓에 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약하다는 뜻의 ‘위크’와 중립이란 뜻의 ‘뉴추럴’, 그리고 강하다는 뜻의 ‘스트롱’이 있다면 어떤 것을 고르겠는가?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많은 사람은 가운데 것을 고른다. 같은 종류 물건인데 값이 싼 것과 비싼 것, 그리고 중간인 것이 있다면 십중팔구 중간 것을 고른다. 이 성향은 문화적 배경까지 더해져서 더 강해진다. 바로 중용(中庸) 때문이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 할 때 그 중용 말이다. 무슨 소리냐고? 어느 한 편으로 기울지 않는다는 중용을 큰 미덕으로 삼았던 탓에, 뭔가를 선택할 때 적당한 것을 고르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스트롱 그립을 쓰는 플레이어가 적은 것은 그 이름뿐 아니라 별명 탓도 있다. 스트롱 그립은 일명 ‘훅 그립’이라고도 부른다. 훅은 왼쪽으로(오른손잡이 골퍼인 경우) 감기는 것을 말한다. 처음 들을 때 볼이 왼쪽으로 감긴다면 선뜻 그 그립을 선택할 사람이 있겠는가? 나도 그랬다. 독학으로 골프를 시작하면서 별 생각 없이 뉴추럴 그립을 택했다. 어깨너머로 보며 익힐 때도 오랫동안 다른 그립으로 바꿔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숱한 시간을 슬라이스로 고생했다. 필드에서 제법 좋은 점수를 낼 수 있게 된 뒤에도 내 샷은 항상 슬라이스였다. 드라이버 샷은 비행접시처럼 휘었다. 흔히 슬라이스로 고생하는 골퍼에게 11시 방향을 보고 치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내 경우엔 11시 방향으로 쳐도 오른쪽으로 가끔 아웃 오브 바운드(OB)가 날 정도로 오른쪽으로 많이 휘었다. 그래서 나는 10시 방향을 보고 드라이버 샷을 치곤 했다. 아이언 샷도 마찬가지였다. 치기만 하면 오른쪽으로 밀렸다. 그런데 어떻게 점수를 내고 급기야 프로 골퍼까지 됐냐고? 바로 일관성 덕분이다. 내 샷은 아주 일관되게 오른쪽으로만 휘었다. 열심히 휘둘러댄 덕에 힘이 붙어서 거리가 제법 났다. 그러니 늘 목표보다 한참 왼쪽을 겨누고 치면 원하는 곳에 볼을 갖다놓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선 내 샷은 페이드(살짝 오른쪽으로 휘는 샷)라고 자위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지독한 슬라이스로 고전했다. 말이 좋아서 일관성이지, 오른쪽으로 크게 휘는 샷으로 좁은 홀에 서는 것이 얼마나 두려웠겠는가? 내가 스트롱 그립 맛을 본 것은 프로 선발전을 통과하기 불과 얼마 전이었다. 하루는 당시 자주 겨루던 박창교(2014년 아난티클럽 챔피언) 선배에게 완패했다. 그날따라 박 챔프는 드라이버 샷을 반듯하게 날리면서 거리도 부쩍 멀리 보냈다. 당시 나보다 쇼트 게임이나 퍼팅 실력이 뛰어난 그였다. 그날은 비거리까지 나를 바싹 따라붙으니 당할 재간이 없었다. 라운드가 끝나고 식사를 하면서 박 챔프는 그립을 바꿔봤더니 효과가 너무 좋다고 비결을 털어놨다. 바로 스트롱 그립으로 바꿔 잡아봤다는 얘기였다. 그랬더니 슬라이스를 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쓸 필요가 없더라는 것 아닌가? 그 뒤 나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스트롱 그립을 잡아봤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드라이버 샷 슬라이스가 크게 줄었다. 그만큼 비거리도 늘었고. 아는 만큼 본다고 하던가? 그 뒤로 TV 골프 중계를 보면 선수들 그립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럴 수가! 스트롱 그립을 잡은 선수가 훨씬 많지 않은가? 왜 이걸 몰랐을까? 수년간 슬라이스로 말 못 할 고생을 한 것이 너무 억울했다. 그 뒤로 조금씩 스트롱 그립으로 고쳐가면서 적응했다. 그리고 지금은 스트롱 그립을 잡으라고 가르친다. 스트롱 그립을 어떻게 잡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대부분 알 것이다. 셋업을 하고 위에서 내려다볼 때 왼손 손마디가 두 개나 두 개 반 정도 보이면 적당하다. 세 개까지 보이면 너무 과한 것이다. 칼럼 제목은 ‘클로즈드 그립을 잡아라’인데 클로즈드 그립이 뭔지 얘기를 안 하고 끝낼 뻔했다. 클로즈드 그립은 내가 지은 이름이다. 나는 스트롱 그립 대신 클로즈드 그립이라고 부른다. 클로즈드는 스트롱이라는 말이 주는 편견을 털어낸다. ‘클로즈드’(Closed)는 ‘닫았다’는 뜻이다. ‘열었다’는 뜻인 ‘오픈’(Opened)의 반대말이다. 나는 위크 그립은 오픈드 그립이라고 이름 지었다. 뉴추럴 그립은 그대로 뉴추럴이라고 부른다. 슬라이스로 애를 먹는다면 클로즈드 그립을 잡기를 권한다. 훅으로 고전하고 있다면 오픈드 그립을 잡으면 좋다. 클로즈드 그립이니 오픈드 그립이니 하는 것은 세계 최초로 뱁새 김용준 프로가 이름 붙인 것이라는 점도 널리 알려주기 바란다. 많은 경우에 이름이 실질을 지배한다. 골프에서 그립 이름도 그렇다.
- 2021-10-2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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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 실전에서도 잘 치고 싶다면 랜덤 연습을 하라
- 독자는 골프 연습장에 가면 공을 몇 개나 치는가? 연습을 잘 안 한다고? 아이고, 이런. 그렇다면 돌려서 물을 수밖에 없다. 독자는 골프 연습을 할 때 한 시간에 공을 몇 개나 치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가? 하루가 아니고 한 시간에 말이다. 적어도 200~300개는 쳐야 연습답게 한 것 아니냐고? 그렇게 많이 치고 어디 쑤신 데도 없다면 강골이다. 아니면 어쩌다 한 번 연습하느라고 무리하는 것이거나. 한 시간에 100개 정도 치면 어떠냐고? 뱁새 김용준 프로는 이 개수가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한 시간에 100개 안팎이고 1분에 1~2개 말이다. 진짜 그렇게 보냐고? 진짜다. 실전에서 잘 치고 싶다면 한 시간에 100개 안팎만 연습해도 충분하다. 아니 100개 안팎을 쳐야 한다. 무슨 얘기냐고? 바로 랜덤(Random) 연습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랜덤 연습이 뭐냐고? ‘랜덤’은 우리말로는 ‘무작위’다. ‘랜덤 연습’은 ‘무작위 연습’이다. 연습할 때 클럽 하나를 갖고 여러 번 치지 않는 방법을 말한다. 샷을 할 때마다 클럽을 바꾸는 것이 랜덤 연습이다. 한 클럽으로 치더라도 다른 샷을 하는 것도 랜덤 연습이고. 한 번은 페이드를 치고 다음번은 드로를 치는 식으로 말이다. 랜덤 연습의 뜻은 알겠는데, 진짜 효과가 있냐고? 그렇다. 랜덤 연습은 기초를 뗀 골퍼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는 연습 방법이다. 짧은 시간에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장담한다. 특히 연습장에서는 그럭저럭 잘 치는데 필드에 나가면 고전하는 중급자라면 랜덤 연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금부터 어떻게 하는 것이 랜덤 연습인지 설명하겠다. 이미 알고 있는 독자는 추임새를 넣어주기 바란다. 어~얼쑤! 연습 타석에 들어섰다. 볼을 치기 전에 스트레칭을 실컷 한다. 클럽을 번갈아 들고 빈 스윙도 충분히 하고. 첫 홀은 파4라고 가정한다. 첫 샷은 드라이버 티 샷이다. 가볍게 스윙해서 페어웨이에 떨구기로 작정한다. 실전에서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첫 샷은 부드럽게 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목표도 꼭 정한다. 저 멀리 그물 끝에 있는 타깃을 맞히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연습 스윙을 한두 번 하고 셋업을 한다. 볼이 밀리기 십상이라면 목표보다 살짝 왼쪽을 본다. 웨글링을 한 번 하고 샷을 한다. 볼은 목표를 향해 날아간다. 티 샷을 잘 했으면 다음은 아이언 샷이다. 150m쯤 남았다고 상상한다. 풀 스윙을 하면 6번으로 칠 수 있는 거리다. 그렇지만 첫 홀이니 넉넉하게 5번 아이언을 잡기로 한다. 목표를 정한다. 연습 스윙을 두 번 하고 셋업을 한다. 스윙을 한다. 이런, 부드럽게 치려다가 조금 두껍게 맞았다. 아이언으로 친 볼이 그린에 올라가지 못했다고 가정한다. 웨지를 든다. 서른 발짝쯤 되는 피칭 앤드 런(살짝 띄운 다음 굴러가게 하는 샷)을 하기로 한다. 볼을 떨어뜨릴 지점을 정한다. 바닥에 모여 있는 공 세 개를 목표로 잡는 식이다. 연습 스윙을 서너 번 하면서 헤드 무게를 느낀다. 셋업을 하고 스윙을 한다. 원하는 지점을 살짝 지나 떨어졌다. 볼을 정확히 맞히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스윙이 조금 강했나 보다. 거리가 멀어서 조금 부담스러운 퍼팅을 남겼다고 가정한다. 첫 홀은 이렇게 파 아니면 보기를 한 것으로 친다. 다음 홀로 넘어간다. 다음 홀은 파5라고 친다. 전 홀과 마찬가지로 드라이버 티 샷을 한다. 세컨드 샷은 같은 방식으로 우드를 잡는다. 연습 스윙을 한 다음 셋업을 하고 샷을 한다. 우드가 잘 맞았다면? 웨지 거리만 남았다고 본다. 혹시 우드 샷을 실수했다면? 짧은 아이언 거리가 남았다고 가정한다. 9번 아이언 따위를 연습한다. 애초부터 작전을 달리할 수도 있다. 우드가 서툰 골퍼라면 세컨드 샷 때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식이다. 하이브리드를 치고 짧은 아이언으로 파5를 풀어가는 법을 연습하는 것이다. 다음 홀은 파3라고 상상한다. 160m가 살짝 넘는 제법 긴 파3다. 아까와 마찬가지 루틴을 밟아 롱 아이언 샷을 한다. 역시 롱 아이언은 부담스럽다. 토핑이 난다. 그린에 한참 못 미쳤을 것 같다. 롱 아이언을 한 번 더 치고 싶어도 꾹 참는다. 실전에서는 연습이 허용되지 않으니까. 웨지를 골라 장거리 웨지 샷을 연습한다. 이런 식으로 18홀을 돌면 된다. 시간이 많이 남아 아쉽다면 한 바퀴 더 돈다. 전에 가본 골프장이나 갈 예정인 곳의 야디지(코스 안내도)를 손에 넣어 한 홀씩 넘기면서 해보면 더 실감 난다. 랜덤 연습을 할 때는 반드시 샷을 할 때마다 연습 스윙도 하고 웨글링도 하면서 실전과 흡사하게 루틴을 밟아야 한다. 같은 샷을 두 번 연속 치는 것은 금물이다. 랜덤 연습 효과가 반감된다. ‘연습은 실전처럼’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연습이 바로 랜덤 연습이다. 물론 매번 랜덤 연습만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랜덤 연습을 자주 섞어주면 효과가 있다. 나도 한 달 내내 랜덤 연습만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실전 감각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랜덤 연습을 해도 별무신통이면 뱁새 김 프로가 책임지냐고? 흠흠. 기초를 뗀 골퍼가 하면 효과가 있다고 한 말을 되새겨보기 바란다. 랜덤 연습을 했는데도 효과가 없거나, 랜덤 연습을 하기가 버겁다면 아직 기초를 더 다져야 하는 상황이다. 얼씨구. 은근슬쩍 빠져나가는 모양새라니.
- 2021-09-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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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명(無名)임을 한탄하지 마라’
- 진즉 함께 나누고 싶었다. 미국 PGA 투어 챔피언스(시니어 투어)에서 뛰고 있는 더그 배런(Doug Barron)이 내게 일깨워준 그 교훈을. 무명(無名)임을 한탄하지 말라는 얘기 말이다. 재미있는 사연 같은데 왜 이제야 꺼내느냐고? 음, 여태 사진을 못 구했다. 더그 배런 사진을. 없는 것은 아닌데 쓸 만한 게 없다. 그냥 뱁새 김용준 프로처럼 평범하게 생겼다고 상상하면 된다. 정 궁금한 독자는 검색해보기를. 더그 배런을 처음 본 것은 2019년 8월에 열린 ‘PGA 투어 챔피언스 딕스 스포팅 구즈 오픈’ 때다. 나는 그 대회 해설을 맡았다. 대회 마지막 날 서너 홀을 남기고 방송 카메라는 더그 배런과 프레드 커플스(Fred Couples)를 번갈아 비췄다. 그렇다. 그 백전노장 프레드 커플스 말이다. 마스터스를 포함해 PGA 투어에서만 15승을 올리고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도 13승을 올린. 더그 배런은 누구냐고? 알 수가 없었다. 그 대회도 월요 예선(먼데이)을 거쳐 출전한 철저한 무명 선수였다. 그런 더그 배런이 세 홀 남기고 한 타 차 선두로 나섰다. 이어지는 16번 홀은 원온(한 번에 그린에 올리는 것)을 할 수 있는 홀이었지만 파로 마쳤다. 이제 17홀과 18홀 두 홀만 남았다. 그러자 프레드 커플스가 드라이빙레인지로 이동했다. 연장전으로 갈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승 경험이 없는 더그 배런이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실수해서 연장전으로 가지 않을까’라고 나도 속으로 예상했다. 마지막 날 무려 아홉 타를 줄여놓고 기다리는 프레드 커플스의 얼굴도 오랜만에 살짝 달아올랐다. 17번 홀은 길고 그린 주변도 까다로운 파3. 아차 하면 보기를 할 수도 있었다. 1992년 프로 골퍼가 됐지만 아직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더그 배런이 그 티에 섰다. 그랬다. 그는 완벽한 무명이었다. PGA 투어는 물론이고 콘페리 투어(PGA 2부 투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PGA 투어 시절에는 시드도 꾸준히 유지하지 못했다. 번번이 시드를 잃고 큐스쿨을 다시 치렀다. 심지어 최근 7년간은 2부 투어 풀 시드도 얻지 못해 간간이 예선을 치르고서야 나갔다. 그런 그가 만 쉰 살에 PGA 투어 챔피언스에 얼굴을 내민 것은 불과 몇 주 전. 더그 배런이 그 대회 첫날 ‘꽁지머리’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와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칠 때만 해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름 없는 선수가 하루 반짝 성적을 내고 이튿날 리더보드에서 사라지는 일은 허다하지 않은가? 그런데 더그 배런은 조금 달랐다. 이틀째도 선두로 마쳤다. 이틀째 중반 그는 대회 첫 보기를 기록하더니 갑자기 흔들렸다. 나는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딱 그 시점에 낙뢰 탓에 경기가 중단됐다. 당시 공동 선두 히메네스는 샷이 막 살아나고 있었는데. 낙뢰는 폭우를 몰고 오더니 결국 그날은 경기를 재개하지 못했다. 더그 배런은 마지막 날 잔여 경기를 치르고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놀랍게도 그는 잔여 경기 때 타수를 줄였다. 전날 흔들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마지막 날 더그 배런과 챔피언 조에서 함께 경기한 선수는 스콧 매캐런과 스콧 파렐이었다. 각각 당시 PGA 투어 챔피언스 상금 랭킹 1위와 4위의 강자였다. 이 두 선수 틈에서 더그 배런은 주눅 든 모습이 전혀 없었다. 그의 드라이버 티 샷은 번번이 페어웨이를 지켰다. 12번 홀에서 프레드 커플스와 공동 선두가 된 것을 본 뒤로 그의 버디 퍼팅이 두 차례나 살짝 빗나갔다. ‘저러다 무너지는 건가’ 하고 나는 걱정을 했다. 어느 틈에 그를 응원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가 제법 먼 거리 버디 퍼팅 하나를 홀에 떨구더니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남들 보라고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스스로 확신을 갖는 몸짓이었다. 그렇게 선두에 선 채로 맞은 승부처 17번 홀. 200야드 남짓한 긴 파3에서 그의 아이언 샷은 아주 매끄러웠다. 볼은 한 번 튀고 조금 구르더니 홀에 네댓 발짝 떨어져 멈췄다. 이어진 퍼팅 스트로크가 아주 간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볼은 홀로 떨어졌다. 버디. 2위 커플스와 두 타 차 선두가 됐다. 마지막 홀 티 샷은 살짝 불안했다. 하지만 깊지 않은 러프에 떨어졌다. 같은 시간 커플스가 드라이빙레인지에서 철수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승부가 난 것이다. 마지막 홀을 파로 마친 배런은 우승을 거머쥐었다. 더그 배런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다가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가 시니어 투어 데뷔한 지 단 두 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50세 25일’로 PGA 투어 챔피언스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기 때문도 아니었다. 175cm에 77kg으로 다른 시니어 투어 멤버보다 전혀 나을 것 없는 신체 조건을 딛고 우승을 일궈낸 것 때문도 아니었다. 그가 그때까지 무려 27년 넘는 세월 동안 단 1승도 없이 버텨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무명(無名). 이름이 없다는 뜻이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는 어떻게 혹독한 외로움과 빈곤을 견뎌냈을까? 그가 직전까지 투어에서 평생 벌어들인 상금은 그 한 대회 우승 상금보다 적었다. 더그 배런은 우승을 확정짓고 나서도, 또 우승컵을 받을 때도 울지 않았다. 그리고 올 시즌(2020~2021)에도 톱10에 여러 번 들면서 상금 랭킹 20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어엿하게 PGA 투어 챔피언스 붙박이 멤버가 된 것이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좌절하고 있는 독자라면 더그 배런을 보고 힘을 얻기 바란다. 내가 그에게서 용기를 얻은 것처럼.
- 2021-07-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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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팅 그린에서 생수 병뚜껑으로 마크해도 되나요?
- 설 연휴를 앞둔 초저녁이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황현서 프로가 문자를 보냈다. ‘파3 티 샷 할 때 생수 병뚜껑을 티(tee)로 쓰는 게 가능한가요?’라고. ‘이상한 남성 프로 골퍼를 만나서요’라는 말과 함께. 황현서 프로는 나처럼 늦깎이로 골프를 시작해 지금은 KLPGA 챔피언스투어를 뛰고 있다. 골프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나는 견주지도 못할 정도다. 내가 골프를 가르치는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겸임교수와 대학원생으로 만났다. 말이 교수와 학생이지 누가 누구에게 가르친단 말인가? 둘이 골프 얘기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혹시 대전에서 골프를 배울 생각이라면 나는 그녀를 자신 있게 추천한다. 아차 얘기가 딴 길로 샜다. 그녀가 한 질문에 나는 웃음부터 나왔다. 병뚜껑이라니?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경기위원이다 보니 골프 규칙에 대한 질문을 받는 일은 내겐 일상사다. 별별 해괴한 상황을 다 들어봤지만 ‘생수 병뚜껑 사건’은 처음이었다. 파3 홀에서 누군가 티 샷을 했는데 생수 병뚜껑이 휘익 날아오는 모습이라니. 나는 순식간에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서 ‘일단 안 될 것 같은데요. 생각 좀 더 해보고요. 혹시 놓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니’라고 답을 했다. 그러곤 골프 장비에 관한 규칙을 떠올렸다. 참고로 말하면 ‘골프 장비 규격’을 다루는 부분은 골프 규칙 본문에는 없다. 따로 있다. ‘장비 표준에 관한 규칙’인데 영국왕립골프협회(R&A) 홈페이지에 가야 비로소 찾을 수 있다. 손쉽게 접할 수 없다 보니 골프 규칙을 착실히 공부하는 골퍼조차 장비 규격에 대해서는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내가 ‘티는 길이가 4인치(101.6mm)를 넘지 않아야 하고, 방향을 표시하는 기능이 있으면 안 되고, 다른 이득을 플레이어에게 주면 안 되고’ 따위를 떠올리는 동안 황 프로가 문자를 또 보냈다. ‘퍼팅 그린에서 마크도 생수 병뚜껑으로 했어요. 그 뚜껑에 다른 플레이어 공이 맞아서 튀어나가기도 하고.’ 점입가경이었다. 병뚜껑을 티로 써도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최종 결론도 미처 내놓지 못한 나는 순간 멍했다. 그래도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마커(퍼팅 그린에서 볼 위치를 표시하는 장비)는 동전 또는 동전 비슷한 것을 쓰라고 하긴 하지요. 티로 마크를 해도 규칙에 어긋나지는 않으니까 병뚜껑으로 마크를 해도 규칙 위반은 아니지요. 그래도 매너가 엉터리인 골퍼네요’라고 답을 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가 길이가 5~10cm 정도 되는 신발 모양 물건도 마커로 쓰더란다. 나는 쓴웃음이 나왔다. 서로 웃고 즐기는 레크리에이션 플레이 때야 얼마든지 재미로 할 수 있다. 손바닥만 한 동전이면 어떤가? 웃고 넘어가면 그만이지. 그런데 황 프로가 그날 평생 처음 봤다는 그 골퍼는 자신도 프로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생수 병뚜껑을 티로 써도 되는지 여부를 고민하다 말고 나는 ‘그가 KPGA 회원이냐’고 황 프로에게 물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협회를 망신 준 책임을 따져볼 심산이었다. 그런데 어느 단체 소속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틈에 나는 장비 표준에 관한 규칙을 내려받아 티에 관한 규정을 번개처럼 일독했다. 그런데도 결론을 못 내렸다. 바로 ‘부당하게 볼 움직임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조항과 ‘플레이에 다른 도움이 되면 안 된다’는 조항 탓이었다. 생수 병뚜껑에 볼을 얹어놓고 치면 혹시 볼이 옆으로 휘는 것을 줄여주는 효과를 얻지 않을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린 것이다. 솔직히 그 짓을 한 골퍼가 밉다는 생각이 드니 자꾸 규칙 위반으로 몰아가려고 따져보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테스트 장비도 없이 생수 병뚜껑이 슬라이스(혹은 훅)를 줄여주는지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나는 ‘생수 병뚜껑을 티로 쓸 수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퍼팅 그린에서 생수 병뚜껑으로 마크를 하는 것도 규칙에 어긋나지는 않는다는 답은 이미 내린 상태고. 황 프로는 내 답을 듣더니 ‘혼내줄 방법이 없군요’라며 씁쓸해했다. 나는 황 프로에게 전화를 걸었다. 얘기가 조금 길어서다. 내가 한 얘기는 다음과 같다. 골프 조상들은 잔디 조각을 뭉쳐서 그 위에 볼을 올려놓고 티 샷을 했다. 지금도 세상 어디엔가 그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골퍼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역사가 있으니 R&A가 꼭 못처럼 생긴 티를 써야만 한다고 규칙에 못 박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프로 골퍼라면, 아니 골프를 스포츠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골퍼를 불쾌하게 만드는 행동을 일부러 하지 않는 것이 매너다. 진짜 멋진 골퍼라면 골프 규칙 본문 맨 앞 페이지에 나오는 ‘플레이어의 행동 기준’을 지켜야 한다. 만약 공식 경기에서 생수 병뚜껑을 티나 마커로 쓰고 다른 플레이어가 따지는데도 고치지 않는 선수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경기위원으로서 나는 ‘골프 규칙 1-2 플레이어의 행동 기준’을 어긴 책임을 물어 그 선수에게 페널티를 부과할 것이다. 그 페널티는 실격이다. 황 프로는 그가 어느 프로 단체 소속인지 알아보겠다고 했다. 나는 그가 제발 내가 몸담은 KPGA 소속이 아니기를 빌고 있다.
- 2021-02-2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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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골프장 ‘엔조이골프클럽’
- 독자는 어려운 골프 코스가 좋은가? 쉬운 코스가 좋은가? 쉬운 코스가 좋다고? 그렇다면 즐겁게 치는 것이 목표인 행복한 골퍼다. 부럽다. 에이, 좀 어려워야지 너무 쉬우면 맛이 안 난다고? 이런 독자라면 ‘골프는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골퍼임에 틀림없다. 기량도 상당할 테고. 뱁새 김용준 프로, 너는 어떠냐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니 나는 두 얼굴이다. 이중적이다. 겉으로는 어려워야 제맛이라고 말하긴 한다. 그런데 어려운 코스에서 고전하고 나면 맥이 풀린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좌절감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조금 쉬운 코스에서 어쩌다가 언더파라도 칠라치면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변별력이 높은 난코스에서는 맥도 못 춘 주제에 말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에게만 살짝 털어놓자면 나도 어려운 듯하면서도 쉬운 코스가 좋다. 느닷없이 웬 코스 난이도 타령이냐고? 바로 멋진 골프장과 그 골프장을 만든 사람 얘기를 하려고 그러는 것이다. 어려운 골프장 특징이 뭘까? 퍼팅 그린에 굴곡이 심하다고? 그렇다. 감자 칩처럼 구겨진 그린이 주는 압박감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기껏 레귤러 온(예를 들어 파4라면 두 번 만에 온그린하는 것)을 하고도 쓰리 퍼팅을 한다면? 어쩌다 한 번 그랬다면 머쓱하게 넘어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번번이 그런다면 욕이 절로 나온다. 창피하지만 나도 별수 없다. 난이도 높은 코스의 또 다른 특징은 뭘까? 그렇다. 러프가 깊다. 일단 러프에 들어가면 탈출하기가 만만치 않다. 멀쩡하게 볼이 떨어지는 자리를 보고 찾으러 나섰는데 로스트 볼(찾지 못한 볼을 말한다)이 나면 어떨까? 속으론 고소해하는 동반자도 안타까운 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코스를 따라 나무가 주욱 늘어서 있다면?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코스다. 슬라이스나 훅이 나서 페어웨이를 벗어날라치면 어김없이 한 타 이상 까먹을 수밖에 없다. 그 밖에 벙커가 많거나 깊거나 페어웨이 폭이 좁거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아주 심한 코스도 어렵다. 멋진 코스란 이런 어려움을 곳곳에 담은 곳을 말한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골프장은 정반대다. 무슨 소리냐고? 바로 퍼팅 그린에 굴곡도 없고 거친 러프도 없고 코스에 나무도 없다. 이른바 ‘3무(無) 코스’다. 그런 코스가 어떻게 멋진 코스냐고? 왕초보를 위한 파3라면 모를까 정규 홀 중에 그런 곳이 어디 있냐고? 있다. 그것도 한적한 시골에 있는 것도 아니다. 바로 미국 뉴욕주 엔디코트에 있는 엔조이골프클럽(En-joei Golf Club)이다. 이 골프장은 1927년에 문을 열었다. 설립자가 혹시 골프 실력이 형편없어서 자기 기량에 맞게 지은 것 아니냐고? 아니면 재원이 모자라서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최대한 단순하게 설계한 것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엔조이골프클럽을 만든 조지 조던은 당시 상당히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 지역에서 가장 큰 신발 공장을 운영했다. 엔디코트 슈 컴퍼니가 바로 그 회사다. 조지 조던은 골프를 매우 사랑했으며 당연히 실력도 뛰어났다. 아차! 그러고 보니 골프를 사랑해도 실력은 부족한 골퍼도 당연히 있다. 사과한다. 하여튼 조지 조던은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골프를 자기 회사 노동자들이 즐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 당시는 고무로 만든 볼(발라타 볼)이 세상에 막 나와 골프가 부흥하기 시작한 시대였다. 그래도 여전히 골프 용품과 그린피는 비쌌다. 조지 조던은 가난한 노동자들을 위해 골프장을 열었다. 그 코스가 바로 엔조이골프클럽이다. 그는 노동자들에게 그린피를 25센트밖에 받지 않았다. 요즘으로 치면 18홀에 1만~2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금액이다. 그래도 여전히 부담을 느끼는 노동자들을 위해 골프백도 75센트에 팔았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골프는 여전히 ‘부담’스런 운동이었다. 골프 클럽이야 큰맘 먹고 한 번 사면 오래 쓴다고 치자. 여차하면 잃어버리는 골프 볼 값은 만만치 않았다. 발라타 볼이 나오면서 러버 코어 볼(rubber core ball, 고무 코어에 고무줄을 칭칭 감고 그 위에 구타페르카 재로 커버를 씌운 볼)을 대체해 볼 값이 떨어지긴 했다. 그래도 여전히 부담이 됐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엔조인골프클럽 창시자 조지 조던은 코스 디자인에 세심함을 담았다. 골프 볼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코스를 만든 것이다. 러프를 없애고 나무도 심지 않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퍼팅 그린을 쉽게 만든 게 볼 안 잃어버리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날카로운 독자다. 그렇다. 조지 조던은 볼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신경을 썼을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더 라운드할 수 있도록 더 쉽게 만들었다고 한다. 골프장 이름에도 그의 철학이 배어 있다. 엔조이골프클럽의 ‘En-Joei’는 ‘즐기다’라는 뜻을 지닌 영어 ‘enjoy’에서 따온 것이 틀림없다. 상표등록을 위해 변형하기만 했을 뿐. 이런 코스이지만 1998년에는 리모델링을 했다. 시대의 변화를 영원히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 아니었겠는가? 그러면서 퍼팅 그린에 언듈레이션도 주고 나무도 제법 많이 심었다. 러프도 기르기 시작했고. 그래도 엔조이골프클럽이야말로 진정한 퍼블릭 코스의 원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코스를 만든 조지 조던의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골퍼의 그것이라고. 김용준 한마디로 소개하면 ‘골프에 미친놈’이다. 서른여섯 살에 골프채를 처음 잡았고 독학으로 마흔네 살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가 됐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는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KPGA 경기위원.
- 2020-12-1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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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댈리가 천재적 골퍼인 것은 틀림없다
- 독자는 악동을 좋아하는가? 나는 어떠냐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 좋아하지 않을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니 그 예측 불가함이 불편해서다. 나와 달리 악동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서 열렬한 팬이 되는 이도 있고. 이런 이는 악동이 보여주는 ‘파격’을 높게 치는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골프 세상에도 악동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 선수 얘기를 하려고 한다. 몇 년 전 일이다. “혹시 잔 데일리라는 선수를 아시나요?” 그 무렵 나를 후원하던 골프용품 업체 대표가 전화를 걸어 대뜸 물었다. “잔 데일리요?” 나는 ‘잔 데일리’가 누군지 선뜻 떠오르지 않아 되물었다. “네, 미국 에이전트가 잔 데일리 선수를 후원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서요.” 그가 내게 물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제야 나는 그가 말하는 선수가 ‘존 댈리’임을 알 수 있었다. “혹시 존 댈리를 말씀하시나요?” 내가 물었다. “그런 것 같은데요.” 골프용품 사업에 뛰어든 지 얼마 안 돼 해외 선수들까지 꿰고 있지 못한 그가 답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현지 에이전트가 존 댈리(John Daly)를 그렇게 발음한 것이 틀림없었다. “존 댈리는 유명한 선수입니다. 지금은 PGA 시니어 투어인 챔피언스 투어에서 뛰고 있습니다. 최근에 챔피언스 투어에서 1승을 거뒀구요. 젊어서도 장타자로 유명했는데 지금도 챔피언스 투어에서 최장타자입니다.” 나는 아는 대로 존 댈리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존 댈리’ 하면 떠오르는 많은 얘기는 꿀꺽 삼킨 채 말이다. “존 댈리에게 연간 30만 달러 정도 후원하고 우리 용품을 쓰게 하면 어떨까요? 물론 경기에 나갈 때는 우리 로고를 달고요.” 그는 에이전트가 제안한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말했다. 나는 얼핏 생각하기에 일리 있다고 느꼈다. 존 댈리를 후원하는 것 말이다. 그 골프용품 업체는 그 해 미국 시장에 막 진출한 참이었다. 그러니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을 거다. 물론 상업적으로만 따졌을 때 말이다. 그런데 내게 존 댈리에 대해 물은 대표는 신념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함께 일하면서 충실한 사람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존 댈리라는 사내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줄 수밖에 없었다. 꿀꺽 삼켰던 것을 되새김질해서 말이다. 나는 존 댈리가 천재적 골퍼인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1966년생인 그는 대학을 마치고 스물한 살에 프로로 전향했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은 1991년에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그것도 출전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차를 8시간이나 몰아 대회장 근처에서 기다리다 얻은 출전 기회를 살려서 말이다. 이어 1995년에는 ‘디 오픈 챔피언십’도 거머쥐면서 PGA 챔피언십 우승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그런 존 댈리이지만 스윙만 볼 때는 도무지 메이저 대회를 두 번이나 우승한 선수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내 기준으로 볼 때 그렇다. 그는 클럽 헤드가 머리 뒤를 넘어 땅에 닿을 것 같은 오버 스윙을 한다. 이런 스윙으로 PGA에 장타 시대를 열었다는 사실은 더 믿을 수 없다. 존 댈리는 1997년 PGA 투어 최초로 시즌 평균 드라이버 거리 300야드를 넘겼다. 이어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다시 10년 연속 시즌 평균 드라이버 거리 300야드 이상을 기록했다. 2003년까지 시즌 평균 드라이버 거리 300야드를 넘긴 선수는 존 댈리가 유일했다. 작은 키 탓에 ‘땅콩’이라고 불리는 LPGA 선수 김미현은 거리를 늘리기 위해 존 댈리 스윙을 모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존 댈리는 골프 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PGA 투어에서는 단 5승뿐이다. 5승이 대단하지 않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그의 재능이나 인지도로 따지면 훨씬 더 많이 우승했을 것 같은데 아니라는 말이다. 같은 시대 선수들보다 어마어마하게 멀리 치던 그의 파워로만 따져도 그보다 우승 기록이 많았어야 마땅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그렇지 못했을까? 아마 골프 자체에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알코올에 심각하게 의존했다. 대회 때도 종이 봉지에 술을 담아가지고 다니며 몰래 홀짝거리거나 혹은 대놓고 마시며 경기를 치른 경우가 숱했다. 그를 무명에서 영웅으로 만들어준 1991년 PGA 챔피언십 때도 나흘 내내 술을 마시며 경기했다. 도박 중독도 심각했다. 대회장 근처에 카지노가 있으면 어김없이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경기를 했다. 잠이 부족하면 어떻던가? 내 경우엔 숏 게임과 퍼팅이 안 된다. 술과 도박에 빠져 있었으니 성적이 들쑥날쑥한 건 당연했다. 성격이라도 좋았으면 조금 나았을지 모른다. 그는 갤러리하고도 이따금 다퉜다. 경기가 뜻대로 안 풀리면 라운드 중에 클럽을 내던지는 일도 잦았다. 갑자기 기권하고 백을 싸서 떠나는 일도 흔했고. 가슴이 너무 뜨거웠던 탓일까? 그는 개인사도 순탄치 않았다. 네 번이나 결혼했고 네 번 다 헤어졌다. 그 때문인지 2004년 뷰익 인비테이셔널에서 통산 다섯 번째 우승한 뒤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래서 2007년부터 PGA 시드권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그인데도 골프 팬은 그를 경기장에서 이따금 볼 수 있다. 초청 선수로 가끔 불러주기 때문이다. 누가 그를 부르냐고? 당연히 대회 스폰서다. 그와 같은 악동도 골프 월드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는 시대가 한국 골프에도 올까?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골프용품 업체는 존 댈리를 후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용준 한마디로 소개하면 ‘골프에 미친놈’이다. 서른여섯 살에 골프채를 처음 잡았고 독학으로 마흔네 살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가 됐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는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KPGA 경기위원으로, 골프채널코리아에서 골프 중계 해설을 맡고 있다.
- 2020-09-23 0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