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지는 여름, 해가 지지 않는 북극의 낮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그곳 한가운데 눈 덮인 산맥을 배경으로 푸른 잔디가 깔린 골프장이 있다. 세계 최북단, 달나라에 가장 가까운 골프장 ‘트롬쇠 GK’. 골프채를 잡는 순간, 당신은 지구의 끝이자 또 다른 세상의 문턱에 서 있는 셈이다. 한 번쯤은 이 북극의 파리에서 라운드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북극 파리에서 즐기는 24시간 라운드
노르웨이 트롬쇠(Tromsø)는 지구 맨 꼭대기에 위치한 도시이자 ‘북극의 파리’로 불린다.
트롬쇠 골프클럽(Tromsø GK)은 북위 69도 39분 30초에 자리한 세계 최북단 18홀 골프 코스. 여름철 백야 덕분에 해가 지지 않아 밤에도 골프를 즐길 수 있으며, 하루 36홀 라운드까지 가능하다.
1997년 스웨덴의 얀 세더홀름(Jan Sederholm)이 설계했고, 2002년 18홀로 개장한 이후 약 650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시그니처 홀은 12번 홀(파3, 124m/77m). 그린 앞 워터 해저드 너머로 9000년 역사의 트롬쇠 시내와 멀리 린겐 알프스(Lyngen Alps) 설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곳의 매력은 절경뿐 아니라 합리적인 이용료에도 있다. 연회비 약 41만 7000원(그린피 무제한 면제), 외부인 그린피 약 10만 원 수준. 물론 숙박·교통·식사 비용은 북극권 특성상 다소 높은 편이지만, ‘버킷 리스트’라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짧은 시즌, 븍극권만의 특별한 코스
트롬쇠 GK의 시즌은 6월부터 9월까지로 4개월이다. 짧은 기간 탓에 페어웨이 관리 상태는 ‘보통’이지만, 넓은 페어웨이와 언듈레이션 있는 그린, 파크랜드 스타일 코스는 초보부터 상급자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
16~18번 홀은 도그레그와 블라인드 홀이 이어져 전략적 플레이가 필요하다. 특히 17번 홀(파3, 471m/404m)은 홀아웃한 후 종을 쳐 다음 팀에게 신호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오른쪽으로 두 번 꺾이는 도그레그 레이아웃이며, 그린 80야드 전부터 완전히 두 번째 도그레그에 들어선다.
이 코스는 웅장한 린겐 알프스 기슭에 위치해 골프를 즐기기에 매우 아름다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골프장을 감싸고 있는 산들은 특별히 높지 않지만, 멀리 보이는 린겐 알프스산은 비교적 가까운 곳은 1500m, 먼 곳은 1800m 높이이며, 8월 말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고 한다.
클럽은 라운드 전에 연습할 수 있는 드라이빙 레인지와 퍼팅 그린을 제공한다. 클럽 카페에서 볼 머신용 카드를 구매할 수 있어 라운드 전후 연습을 즐기기 좋다. 카트(10대 미만)와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의 골프 세트 대여도 가능하다.
트롬쇠 GK에서의 라운드는 단순한 골프가 아니다. 백야 속에서 휘두르는 스윙, 설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광, 북극권 특유의 고요함이 어우러져 평생 잊지 못할 ‘골프 르네상스’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