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국진, 진미령, 양금석, 김완선 등 이혼을 한 뒤 혼자 살거나 아직 결혼하지 않은 중년 남녀 연예인들이 전남 해남을 찾아 낙지를 잡기도 하고, 시골 장터에서 장을 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2. 요즘 인기 상승 중인 힙합 가수 치타 등이 혼자 살아가는 모습과 생활을 보면서 김광규 등 혼자 사는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생활 모습과 비교해본다.
글 배국남 논설위원 겸 대중문화 전문기자 knbae@etoday.co.kr
6월 5일 오후 11시 TV 화면에서 펼쳐진 두 모습이다. 김국진(50), 강수지(48) 등 혼자 사는 중년의 남녀 연예인들이 여행을 하면서 마음에 맞는 친구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SBS ‘불타는 청춘’과 김용건(69), 김광규(47) 등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생활, 쇼핑, 취미, 패션, 친구 등 여러 가지 모습을 담아내는 MBC ‘나 혼자 산다’다.
요즘 TV 방송의 주요한 트렌드 중 하나가 급증하는 혼자 사는 사람의 삶과 생활을 담아내는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요리와 식사에서부터 취미, 쇼핑, 패션, 연애나 친구 관계, 쇼핑까지 1인 가구의 생활이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소재나 주제가 되고 있다.
산업구조와 사회상황의 변모, 의학 발달 등으로 인한 수명연장, 결혼과 이혼, 가족에 대한 인식변화 등 경제, 사회, 문화적 요인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5월 발표한 ‘2014년 서울 서베이 도시정책 지표조사’에 따르면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24.3%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2인 가구(23.7%), 3인 가구(22.9%), 4인 가구(21.8 %), 5인 가구(7.3%) 순이었다. 부부끼리 혹은 부부와 친, 인척 등 같은 세대로 구성된 1세대 가구 비중은 38%였고,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2세대 가구 35.3%, 1인 가구 24.3%, 3세대 가구 2.4%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이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들어 방송사들이 앞다퉈 혼자 사는 사람들의 현상이나 1인 가구의 생활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가 주요한 TV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점차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요즘 시청자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많이 늘어난 것이 요리하는 것을 보여주는 ‘쿡방(Cook+방송)’과 식사하는 장면이나 음식 먹는 것을 보여주는 ‘먹방’이다. 쿡방과 먹방 상당수가 급증하는 1인 가구를 겨냥한 것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삼시 세끼’, ‘집밥 백 선생’, 올리브TV ‘한食대첩’등 수많은 요리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선 혼자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에서부터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요리까지 다양한 요리법을 예능으로 재밌게 포장해 전달해주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TV 인터넷 방송을 통한 네티즌의 다양한 먹방에서부터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아빠를 부탁해’등 예능 프로그램 먹방까지 다양한 먹방 역시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많다. tvN 드라마‘식샤를 합시다’처럼 일부 드라마에서도 1인 가구의 요리와 식사를 통한 혼자 사는 사람들의 건강한 삶과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
1인 세대 급증과 이혼, 사별 등 가족 해체로 인해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줄어들면서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며 정담을 나누는 식구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1인 세대와 해체된 가족이 TV의 먹방과 쿡방을 통해 식구 부재에서 초래되는 결핍을 채우고 대리만족을 얻는다고 분석한다.
SBS ‘불타는 청춘’처럼 혼자 사는 중년 남녀들이 행복한 생활을 하기 위해 이성 친구를 사귀고 연애 상대를 구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남녀 간의 만남을 다룬 TV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20대 젊은 연예인이나 일반인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혼자 사는 중·장년의 사람들이 출연해 친구나 연인 등 짝을 찾는 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다.
‘불타는 청춘’의 연출자 박상혁 PD는 “혼자 사는 중년의 남녀들이 전국 곳곳으로 여행을 떠나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고, 열정과 젊음을 되찾고, 힐링을 하는 프로그램이 ‘불타는 청춘’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정보나 방법을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고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밖에 KBS ‘비타민’등 건강 프로그램에서는 이전과 달리 혼자 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챙기는 요령 등 1인 가구를 위한 내용을 대폭 강화하는가 하면 경제 관련 케이블TV에선 혼자 사는 사람들의 재테크 정보 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속속 신설되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생활 전반을 다룬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의식주부터 취미, 동호회 활동, 문화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여러 가지 정보와 트렌드를 제공해 혼자 사는 사람들의 높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고 있는 중견 연기자 김용건은 “나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혼자 살면서 더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많이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방송사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혼자 사는 사람과 1인 가구의 생활과 문화를 다양한 형태로 프로그램에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혼자 사는 사람들과 1인 가구의 생활을 다루는 것은 이제 TV와 대중문화의 강력한 트렌드이자 흥행을 담보하는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이젠 어디가도 싱글족들이 넘쳐난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비혼(非婚), 미혼, 이혼, 사별, 주말부부, 기러기아빠, 업무로 인한 주거지 분리 등 다양한 형태의 싱글(Single)들이 빠르게 확산 중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싱글들의 증가세로 지난해에는 1인 가구의 비중이 23.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에 1인 가구의 비중은 약 3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1인 가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2012년 27%에서 2035년에는 45%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면 1인 가구의 절반 가까이가 시니어 가구가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누구라도 언젠가는 혼자 사는 삶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신중년ㆍ꽃중년에게 혼자 사는 것은 ‘싱글’ 그 자체에 집착하지 않는다. 싱글이든 더블이든 대가족의 일원이 되든, 매사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항상 자신의 행복과 독립성, 자유라는 가치관이 자리 잡아가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단순히 혼자라는 의미를 넘어 스스로 사회적, 경제적 독립성을 유지하며 자유를 지향하는 이들이 인류의 미래인 ‘완벽한 싱글’이라고 한다. 은퇴 후 남자를 희화한 말 중 ‘여보 나도족’이란 말이 있다. 여자가 치장하고 나갈 때 남자는 ‘여보~ 나도~’ 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라니. 부부라 하더라도 싱글 라이프의 독립성과 주체성이라는 장점을 받아들이는 것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합리적 방법일 것이다.
결혼한 부부라도 각자가 자기 인생을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아간다면 그들도 ‘완벽한 싱글’이다. 의 저자 김용섭 날카로운 상상력연구소장은 “‘완벽한 싱글’은 역사상 등장한 어떤 싱글보다 더 강력하고 계획적인 싱글이다. 돈 많고 잘난 사람들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라며 “기존의 ‘화려한 싱글’이 고소득 싱글 남녀를 지칭했다면, ‘완벽한 싱글’은 자신이 혼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계획적, 자발적으로 싱글 생활을 누리는 사람을 가리킨다”라고 말했다.
젊은 싱글은 ‘화려한 싱글’이라고들 많이 하는데, 중년 싱글은 ‘화려한’에 치중할 때가 아니다. 화려하게 자신을 꾸미고, 즐기고…. 이런 식의 화려함이라면 아주 잠깐이다. 영원히 지속되는 화려함이란 없다. 화려함에 쏠려 도리어 초라해질 수 있다. 대신 어떻게 안정적으로 혼자 잘 살아나갈 것인가를 궁리해야 한다. 혼자만의 삶을 즐길 준비가 됐다면, ‘완벽한 싱글’에 취해보자.
이 봄에 교보생명이 운영하는 광화문글판에 새로 게시된 시는 함민복 시인의 ‘마흔 번째 봄’입니다. ‘꽃 피기 전 봄 산처럼/꽃 핀 봄 산처럼/누군가의 가슴 울렁여 보았으면.’ 이런 시입니다. 3월부터 5월 말까지 석 달 동안 봄과 꽃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 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광화문글판은 언제나 시의 전문을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함민복의 시도 이게 다가 아닙니다. 전문은 이렇습니다. ‘꽃 피기 전 봄 산처럼/꽃 핀 봄 산처럼/꽃 지는 봄 산처럼/꽃 진 봄 산처럼/나도 누군가의 가슴/한번 울렁여 보았으면.’
광화문글판은 원문에서 두 행을 줄이고 ‘나도’와 ‘한번’도 뺀 것입니다. 봄철에 맞는 글을 올리다 보니 부득이 꽃이 지는 대목을 뺀 것이지만, 시의 전체 의미는 달라지고 말았습니다.
함민복의 시가 말하는 것은 꽃은 피기 전과 피었을 때는 물론, 질 때와 완전히 졌을 때 등 사계절 내내 사람을 울렁이게 한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이미 마흔의 나이입니다! 울렁이는 내용은 서로 다릅니다. 꽃이 피기 전에는 기다림과 설렘, 꽃이 피면 기쁨과 즐거움으로 울렁이지만 꽃이 지기 시작하면 애달픔과 안타까움, 꽃이 지고 나면 슬픔과 아쉬움을 느끼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니까 꽃은 피어 있든 이미 져버려 내 마음속에 있든 언제나 사람을 기쁘고 즐겁게 하고 설레게 하는 자연의 선물입니다. 봄이 오는 즈음에 나태주 시인은 ‘3월’이라는 시에서 ‘어차피 어차피/3월은 오는구나/오고야 마는구나//2월을 이기고/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돌아와 우리 앞에/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하략)라고 했습니다. 이성부 시인의 표현처럼 봄은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입니다.
봄은 꽃의 계절입니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꽃’이라는 글자는 그야말로 꽃 같습니다. 우리말에서 중요한 것은 산 달 별 물 해 글 술 말 길 밥 돈 책 눈 귀 손 낮 밤, 이렇게 다 한 글자로 돼 있는데 꽃은 그 모양까지도 꽃을 닮았습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저마다 하나의 꽃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광화문글판의 문구로 함민복의 시를 고른 교보생명 관계자는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인지 스스로를 성찰해 보고, 서로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관계를 만들어 보자는 뜻에서 선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시에 나오는 대로 사람을 분류하면 피기 전의 꽃인지, 핀 꽃인지, 아니면 지고 있는 꽃인지, 이미 져버린 꽃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보다도 나는 누구에게 꽃인지 아닌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꽃 이야기를 하면서 김춘수를 빼놓을 수 없지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지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김춘수의 꽃을 넘어서는 노래가 없을 만큼 이 시는 꽃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고 지배하고 흡수하고 거의 통일했습니다.
꽃이라면 김춘수입니다. 진달래꽃이라면 김소월, 국화라면 도연명과 서정주, 매화라면 이퇴계, 모란이라면 김영랑, 접시꽃이라면 도종환, 새라면 박남수, 해라면 박두진, 달이라면 이태백, 별이라면 윤동주, 청포도라면 이육사, 바위라면 유치환, 사슴이라면 노천명, 연탄재라면 안도현, 이렇게 빼어난 시인들은 저마다 하나의 사물과 자연을 시를 통해 오로지함으로써 우리의 감성과 인식을 풍부하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시인이 아니지만, 인간은 누구나 시인일 수 있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소논문 ‘작가와 몽상’(1908년)에 나오는 말처럼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시인이 숨어 있고 마지막 인간이 사라질 때 마지막 시인도 사라집니다. 칠레의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하는 시를 썼습니다. 꽃이 피는 봄에는 이런 생각을 더 할 법합니다.
그러니 꽃이든 새든 별이든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나의 감성과 나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명한 시구를 암송하고 적절한 시·공간에 이를 활용하는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체험과 언어로 세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팔순이 넘어서도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백세의 나이로 시집을 내는 것은 모두가 자신의 체험과 언어로 세상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어린 나이로 죽은 시인을 깨워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함민복의 시에 나온 것처럼 어떤 일과 사물의 이면과 양면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에게 생과 사가 있듯이 꽃이 피면 지는 때가 있고, 해가 뜨면 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같은 비인 것 같아도 만물을 소생케 하는 봄철의 다스하고 부드러운 비가 있는가 하면 다 된 농작물을 망치는 차갑고 심술궂은 비도 있습니다. 이런 두 가지를 다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두 가지의 사이와 그 경계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생몰연도가 불분명한 조선 중기의 문인 송한필(宋翰弼)의 ‘우음(偶吟)’이라는 시를 읽어 봅니다. 花開昨夜雨(화개작야우) 花落今朝風(화락금조풍) 可憐一春事(가련일춘사) 往來風雨中(왕래풍우중).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번역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젯밤 내린 비에 꽃이 피더니/오늘 아침 바람에 떨어지네./가련하구나, 봄날의 일이여/비바람 속에 왔다가 가는구나.’
비와 바람 사이에서 꽃의 한 생명이 끝났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이를 표현한 앞의 두 행은 덧없는 인생을 비유한 명구로 꼽힙니다. 문장가로 이름이 높았던 송한필은 아버지의 신사무옥(辛巳誣獄) 고변이 무고로 드러남에 따라 가족들이 모두 노비가 되었고 그의 행적도 묘연해진 인물입니다. 그래서 이런 시를 쓴 건지, 일종의 조짐으로 저도 모르게 이런 노래를 지은 건지 알 수 없지만 개화도 낙화도 알고 보면 모두 한순간의 일입니다. 김영랑이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말한 ‘찬란한 슬픔의 봄’인 것일까요.
이 꽃피는 계절에 조지훈의 낙화를 함께 읽습니다. ‘꽃이 지기로소니/바람을 탓하랴//주렴 밖에 성긴 별이/하나둘 스러지고//귀촉도 울음 뒤에/머언 산이 다가서다//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꽃 지는 그림자/뜰에 어리어//하이얀 미닫이가/우련 붉어라//묻혀서 사는 이의/고운 마음을//아는 이 있을까/저어하노니//꽃이 지는 아침은/울고 싶어라.’
자신의 언어로 세상을 볼 것, 모든 사물과 일의 양면을 볼 것. 피어난 꽃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다지게 됩니다. 낙화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개화를 볼 수 있어야만 꽃의 아름다움과 중요함이 더 커지고, 모든 것들이 나에게로 와서 새로 꽃이 됩니다.
그래서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말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임철순(任喆淳)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고려대 독문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졸.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 이사대우 논설고문 역임.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한국1인가구연합 이사장.
학생들은 3월에 한 학년씩 올라가거나 상급학교에 입학합니다. 우리도 다른 나라처럼 9월학기제를 도입하자는 논의와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봄의 들머리인 3월에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게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각급 학교의 졸업식이 열리고 교원을 비롯한 직장인들이 정년퇴직하는 2월을 보낸 다음에 맞는 달 아닙니까?
학년은 1년간의 학습과정 단위이며 수업하는 과목의 정도에 따라 1년을 단위로 구분한 학교교육의 단계입니다. 학년은 이렇게 단계의 개념인데, 학업을 쌓아온 햇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학력(學歷)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노년에게 재산이란 인생에서 겪은 체험의 양”이라고 말한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살면서 배운 양, 공부한 양이라는 뜻이 아닐까요?
학생들이 매년 한 학년 올라가듯 인생이라는 교실에서도 그렇게 차근차근 학년이 올라가 성취가 쌓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배움의 길은 끝이 없는데, 학교에서와 달리 인생이라는 교실엔 낙제나 유급은 있지만 추월과 월반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게 큰 어려움입니다. 수직 상승하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돌고 돌면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을 이용하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차장일 때 부장이 될 공부, 부사장일 때 사장이 될 공부, 교감일 때는 교장이 될 공부를 해야 합니다. 학교 공부든 직장 공부든 인생 공부든 공부는 한결같고 근면하게 해야 합니다.
공부는 배우는 일과 생각하는 일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합니다. 논어에 나오는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게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뜻입니다. 배우고 생각하며 생각하고 배우는 과정이 적절한 순환구조를 이루어야 합니다. 세상살이에서 망과 태는 늘 경계해야 할 위험요소입니다.
공부는 왜 하는 걸까?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것은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세상의 질서와 원리를 터득하기 위해서, 자연과 우주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 이를 통해 인격을 도야하고 사회적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일 테지요. 그래서 교과서로 배우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좇아 각고면려(刻苦勉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사는 공부에는 의지하고 기댈 만한 교과서가 없고 늘 잘못을 바로잡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선생님도 없습니다. 사는 것 자체가 공부입니다.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문정희 시인의 작품 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생명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모든 사물이 나를 가르치는 스승입니다.
글을 많이 읽고 모든 사물로부터 배우다 보면 지난 일에 대한 아쉬움과 뉘우침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삶이란 어쩌면 후회투성이인지도 모릅니다. 독일의 시인·작가 에리히 케스트너(1899~1974)는 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다시 한 번/ 인생을 되풀이할 수 있다면/ 열여섯 살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후의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입니다.
케스트너는 열여섯 살에 뭘 했던가? 그 시에 의하면 예쁜 꽃을 따서 책갈피에 끼워 말렸고, 학교로 가는 도중 빨강대문 파랑대문 앞에서 친구를 불렀고, 밤의 창가에 서서 별들을 헤아려봤고, 거짓말을 하는 상대에게 화를 내고 토라져서 닷새 동안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고, 밤늦은 공원에서 키스하고 싶어 할 때 얼굴을 돌리는 볼이 빨간 소녀와 산책을 했고, 문을 닫으려는 상점에 들어가 소녀와 나를 위해 2마르크 50페니히로 똑같은 가락지 두 개를 샀고, 곡마단 구경이 하고 싶어 엄마를 졸랐고, 처음 만져본 여자의 가슴이 너무 부드러워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이게 오로지 케스트너만의 기억일까요? 정도 차는 있지만 우리 모두 이런 일을 경험하면서 성장하지 않았습니까? 에리히 케스트너는 이라는 시에서 ‘요람과 무덤 사이에는/고통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게 전문입니다. 1,2차 세계대전의 참담한 고통과 나치의 혹심한 탄압을 겪었으니 그렇게 말할 만합니다. 고통이 없었던 열여섯 살로 돌아가고 싶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어림도 없는 일이지요. 삶에는 월반과 추월이 없는 것처럼 음악의 도돌이표나 윷놀이 판의 ‘백(back)도’와 같은 과거 회귀 타임머신이 없습니다. 제자리에 머물거나 앞으로 나갈 수 있을 뿐입니다.
신문사의 편집국장과 주필까지 거친 분이 언젠가 술자리에서 “내가 지금 사회부장이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때 모르던 것, 안 보이던 것들이 이제는 밝게 보이고 사려와 분별도 나아져 그런 말을 했을 것입니다. 그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석했던 다른 후배들은 ‘언제까지 혼자 다 해먹으려고?’ 하는 식의 반응을 보일 뿐이었습니다.
나이가 드는 것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자신은 선배의 자리를 물려받는 것이지요. 후배들에게 교과서나 교복을 물려줄 때처럼 깨끗하고 깔끔하게 쓰고 넘겨주어야 좋습니다.
제대로 올바른 공부를 하고 그 공부를 충실하게 전수해 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맹자 이루(離婁) 하편에 ‘박학이상설지(博學而詳說之) 장이반설약야(將以反說約也)’라는 말이 나옵니다. 군자가 널리 배워서 상세하게 풀이하는 것은 (학식을 자랑하자는 게 아니라) 장차 되돌아가 요점을 알아듣게 설명하기 위함이라는 뜻입니다. 참 좋은 말입니다.
중국 속담에 “사독서 독사서 독서사(死讀書 讀死書 讀書死)”라는 재미있는 말이 있습니다. 단 세 글자로 만들어 낸 이 속담의 뜻은 “맹목적으로 공부하면서 쓸모없는 책을 읽으면 그런 공부 하나마나”라는 뜻입니다. 우리 속담에도 “공부를 하랬더니 개잡이를 배웠다”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몇 학년 몇 반입니까? 63세는 6학년 3반, 75세는 7학년 5반이라고 부릅니다. 학교의 학년은 올라갈수록 졸업과 새로운 출발로 이어지지만 인생의 학년은 올라갈수록 생의 마감과 작별로 귀결되니 나이가 드는 것은 반갑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많아질 때 사람은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합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주겠습니까? 후배들이 본받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야 제대로 된 선배입니다. 어떻게, 유급 없이 한 학년 올라갈 준비가 끝났나요?
고려대 독문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졸. 한국일보 문화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주필, 이사대우 논설고문 역임.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한국1인가구연합이사장, 이투데이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근대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 푸시킨은 운문소설 에서 젊은 시절에 젊었던 사람은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늙은 시절에 늙은 사람도 행복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젊은 나이에 젊은 것이며 늙은 나이에 늙은 것인지 한마디로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나이와 삶의 단계에 대해서는 공자의 말이 유명합니다. 공자는 40이 불혹(不惑), 50이 지천명(知天命), 60이 이순(耳順), 70이 종심(從心)이라고 했습니다. 마흔이 되면 판단이 흐려지는 일이 없게 되고, 쉰이 되면 천명을 알며, 예순이 되면 생각하는 게 원만해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일흔이 되면 하고 싶은 대로 하더라도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지금 사람들도 과연 그럴까요? 불혹이 아니라 다혹(多惑)이라고 해야 할 만큼 요즘의 마흔은 분별이 모자라고, 천명을 알기는커녕 천명의 존재 자체를 우습게 볼 만큼 요즘의 쉰은 여전히 역동적입니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옛사람들은 “마흔이 되면 매지근하고 쉰이 되면 쉬지근하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예순 일흔에 대해서는 그런 말도 없을 정도였고,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하듯이 일흔을 넘기는 것은 대단한 장수로 치부돼왔습니다.
지금은 생활환경이 나아지고 의료와 복지의 발달로 인해 평균수명이 늘어나 원래 나이에서 20%를 깎은 게 실제 나이라는 말도 합니다. 40세는 청춘의 노년, 50세는 노년의 청춘이라고 말하는 장수시대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50이 불혹, 60이 지천명이라고 해야 할 판입니다. 나이의 Norm(표준)과 틀이 없어지는 세상입니다.
칠순을 넘기면 신선이 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더라고 말한 분도 있습니다. 서른은 가정과 사회에 모든 기반을 닦는다는 이립(而立)의 나이이지만 요즘 서른에 결혼하거나 취직해 삶의 기반을 닦는 젊은이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전통적인 나이의 규범에 따라 삶과 세상을 생각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루소는 에서 10세에는 과자, 20세엔 연인, 30세엔 쾌락, 40세엔 야심, 50세엔 탐욕을 좇는 게 인간이라고 말했습니다. 60세 이후엔 뭘 추구하나요? 벤저민 프랭클린은 에서 20세에 중요한 것은 의지, 30세에 중요한 것은 기지, 40세에 중요한 것은 판단이라고 했는데, 50세 이후에는 뭐가 중요할까요?
영국 시인 에드워드 영(1683~1765)은 “나이 마흔에도 바보인 사람은 정말 바보다”라고 말했습니다. 공자는 “40, 50이 되도록 이름이 나지 않는 사람은 두려워할 게 없다”고 했습니다. “20세에 용모 수려하지 않고 30세에 건장하지 않고 40세에 부자가 안 되고 50세에 현명하지 않으면 평생 수려 건장 부자 현자가 될 수 없다”고 한 사람(영국 시인 조지 허버트 )도 있습니다. 83세까지 장수하면서 다방면으로 큰 업적을 남긴 괴테는 “무언가 큰일을 성취하려 한다면 나이를 먹어도 청년이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자꾸 초조해집니다. 귀한 생을 받아 이 세상에 왔으니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거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떠나고 싶은데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꼭 오래 살아야만 이름을 남기는 건 아닐 것입니다. 독일의 극작가 게오르크 뷔히너는 겨우 24세로 죽었지만 그의 작품은 탄생 200년이 지난 지금도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역사상 유명한 천재들 중 요절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삶을 완성하고 갔습니다. 44세로 사망한 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는 ‘20세에 취했고, 30세에 파멸했고, 40세에 죽었다.’고 노트에 썼습니다.
천재들은 예외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릴케의 에 나오는 말처럼 ‘사람은 일생을 두고 가능하면 아주 오래오래 살아서 우선 꿀벌처럼 꿀과 의미를 모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최후에 가서는 아마 10행쯤 되는 좋은 시를 쓸 수가 있을는지 모르겠다. 시는 감정이 아니라 사실은 경험인 것이다’, 이런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지고 진보하는 존재일까요? 판단력이 여물면 상상력은 시들어갑니다. 외적 아름다움과 내적 충실을 뜻하는 춘화추실(春華秋實)이라는 말이 있지만 봄의 꽃과 가을의 열매를 동시에 즐길 수는 없습니다. 영화 에서는 라라의 약혼자이자 러시아혁명 주체인 스트렐리니코프가 악덕 변호사 코마로프스키에게 “인간은 연령으로 진보하지 않는다”는 말을 합니다. 코라로프스키가 나이가 들면 관대해진다고 대답하자 스트렐리니코프는 다시 “자기 자신에게만 관대해지는 것”이라고 면박을 줍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자신에게만 관대해지고 꽉 막힌 외고집 벽창호가 된다면 그런 나이와 삶은 많고 길어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대개 좋은 것, 유리한 것만 기억하려 합니다. 969세까지 살았다는 성경 속 인물 므두셀라의 이름에서 유래한 ‘므두셀라 증후군’은 지나간 일 중 좋았던 기억들만 남겨 청춘을 ‘좋았던 시절’로 치부해 버리는 성향을 뜻합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자신의 가장 좋은 샷만 기억하거나 가장 좋았던 점수를 평소 실력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런 착각과 교만을 경계하면서 겸손과 배려의 나이를 쌓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92세로 타계한 핀란드 작곡가 얀 시벨리우스는 83세 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최근에야 지상에서 내가 존재하는 시간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우리가 이사 왔을 때 정원의 나무는 아주 작았고,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었다. 이제 나무는 내 머리 위에서 나부끼면서 ‘당신은 곧 떠나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수백 년을 더 머물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아기 때에는 앞으로 넘어지지만 철이 들면 뒤로 넘어진다고 합니다. 앞으로 넘어졌다가 똑바로 섰다가 뒤로 넘어지는 게 사람의 일생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이는 남이 알려줘야 자기 나이를 알지만 노년에 이른 사람은 힘겹도록 스스로 자기 나이를 압니다. 설날이 들어 있는 2월은 나이와 늙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되도록이면 똑바로 서서 의미 있는 삶을 완성해 가야 하겠습니다.
미국의 여성 시인 메이 스웬슨(May Swenson 1913~1989)의 ‘어떻게 늙을까’(How to be old)라는 시 일부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젊기는 쉽지. 모두 젊어, 처음엔. 늙기는 쉽지 않아. 세월이 걸리지. 젊음은 주어지는 것, 늙음은 이루어지는 것, 늙기 위해선 세월에 섞을 마법을 만들어 내야 돼.’
그 마법을 찾아야 합니다.
고려대 독문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졸. 한국일보 문화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주필, 이사대우 논설고문 역임.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한국1인가구연합이사장
Bravo My Life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은 이름. B는 정체성과 장점을 말하는 Brand, M은 부의 원천이자 수단인 Money, L은 생활과 문화를 아우르는 Life입니다. 하지만 B는 삶의 균형을 꾀하는 Balance일 수 있고 M은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Manner일 수 있으며 L은 지켜야 할 원칙, 그리고 시(詩)를 뜻하는 Line일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이 칼럼은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글입니다.
2015년 을미년(乙未年), 양의 해입니다. 십간(十干) 중에서 갑과 을이 상징하는 색이 푸른색이고 미는 곧 양이니 갑오년 푸른 말의 해에 이어 을미년은 푸른 양의 해입니다. 갑오년은 청마의 해라고 불렀지만 청양은 왠지 좀 어색합니다.
두 갑자(120년) 전인 1895년의 우리나라는 망국의 비극으로 치달아 가는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 을미년 4월 17일 청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더니 1주일 만에 동학혁명 지도자 녹두장군 전봉준이 처형됐고, 10월 8일에는 명성황후가 일제 순사와 낭인들에 의해 시해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런 경천동지할 비극을 겪을 일은 이제 없겠지만,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고 혼란과 격변의 상황인 것은 지금도 다를 바 없습니다. 나라든 개인이든 슬기로운 목표 설정, 목표 달성을 위한 정밀한 설계, 그 설계를 현실화할 수 있는 추진력과 일관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런 점은 어느 해인들 다를 리 없습니다.
이제 새로운 1년과 장래의 삶을 위해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합니다. 푸른색은 성실·신앙·희망·믿음·신성함·책임 등을 상징하는 색이라니 신년 설계의 의미가 더욱 큽니다. 푸르다는 단어가 들어간 말은 청사(靑史), 청사진, 청산(靑山), 청신호, 청운의 꿈, 청춘 등 모두 뜻이 좋습니다. 서울교대의 정문 이름은 청출어람(靑出於藍)에서 따온 청람문입니다.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나다는 청출어람에도 이렇게 靑(푸를 청)이 들어 있습니다.
羊(양 양)이라는 한자는 상서롭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이 글자가 들어간 말은 대부분 뜻이 좋습니다. 美(아름다울 미)는 양이 크다는 글자입니다. 祥(상서로울 상), 善(착할 선) 敾(글 잘 쓸 선) 膳(반찬 선) 繕(기울 선) 犧牲(희생), 이렇게 羊은 여러 단어에 들어 있습니다. 특히 羊과 我(나 아)로 이루어진 義(옳을 의)는 1)양(재화)이 나에게(모든 이에게) 고루 나눠져야 도리이며 사회정의라는 뜻 2)양을 남들에게 먼저 먹게 하고 나는 나중에 먹는 게 도리라는 뜻, 이 두 가지로 풀이됩니다.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다거나 망양보뢰(亡羊補牢), 양을 잃고 우리를 고친다거나 다기망양(多岐亡羊), 길이 너무 많아 잃은 양을 찾기 어렵다는 말은 강조하려는 메시지가 각각 다르지만 재산과 양식으로서의 양의 중요성을 잘 알려줍니다. 을미년에 잊지 말아야 할 사자성어들입니다.
이제 설계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設(설)은 베풀다, 도모하다, 일을 벌이다, 세우다, 計(계)는 셈하다, 계산하다, 헤아리다 이런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計가 없는 設은 공허하며 設이 없는 計는 무의미합니다. 건축을 예로 들면 건축주로부터 여러 조건을 의뢰받아 설계가 시작됩니다. 건축설계 과정은 일반적으로 기획설계, 계획설계, 기본설계, 실시설계, 설계감리로 나뉜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 삶의 설계를 의뢰한 건축주가 나 자신이며 설계자도 나 자신이라는 점입니다. 건축주의 요구와 설계자의 능력은 내가 가장 잘 압니다. 내 삶의 건축설계 감리자도 당연히 나 자신입니다.
사람은 일이관지(一以貫之) 수구초심(首丘初心) 초심일관(初心一貫), 처음 먹은 마음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감리하고 시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장자’에는 공자가 60세가 되기까지 60번이나 생각을 고쳤다고 씌어 있습니다. 정확하고 종합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걸맞은 설계를 하여 일관성 있게 추진하되 수시로 점검 수정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이 필요합니다.
1월이라는 영어의 January는 야누스라는 로마 신의 이름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야누스는 앞도 보고 뒤도 보면서 성곽과 문을 지키는 두 얼굴의 신입니다. 하지만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이중인격자는 아니며 같은 얼굴로 과거와 미래, 또는 출입문의 안팎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1월은 그렇게 지난해를 돌아보고 앞날을 보며 설계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알면 알수록 그 지혜가 놀라운 인디언들은 1월을 어떻게 불렀을까? 그들은 정말 시인입니다. 여러 부족의 말 중에서 눈에 띄는 걸 꼽아 봅니다.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 추워서 견딜 수 없는 달, 눈이 천막 안으로 휘몰아치는 달, 나뭇가지가 눈송이에 뚝뚝 부러지는 달, 얼음 얼어 반짝이는 달, 바람 속 영혼들처럼 눈이 흩날리는 달, 해에게 눈 녹일 힘이 없는 달, 짐승들이 살 빠지는 달입니다. 그리고 1월은 ‘인사하는 달’입니다.
일본에서는 1월을 무츠키(睦月), 서로 왕래하며 화목하게 사는 달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1월 7일은 진지츠(人日), 이른바 사람의 날입니다. 일곱 가지 새싹을 넣은 죽에 따뜻한 맑은 장국 ‘스이모노(吸物)’를 먹으며 1년간의 무병건강을 기원하는 날입니다. 1월 1일이 로마교황청이 정한 세계 평화의 날인 것도 1월의 의미를 살리려는 취지일 것입니다(이와 별도로 유엔이 정한 세계 평화의 날은 9월 21일).
서양 사람들은 해가 바뀌면 ‘New Year's resolution’을 정리합니다. 새해 설계라는 뜻이지요. 결단, 굳은 다짐을 뜻하는 resolution은 해결하다, 결심하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 resolve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그냥 막연하게 결심을 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지키겠다는 다짐까지 하는 말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새해 결심이나 설계는 그다지 오래 가지 못합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 결심을 하는 사람이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목표에 도달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一生之計在於幼(일생지계재어유) 一日之計在於晨(일일지계재어신) 一年之計在於春(일년지계재어춘)이라고 합니다.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세우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세우며 1년의 계획은 봄에 세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른바 공자가 말했다는 삼계(三計)인데,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게 없고,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그날 할 일이 없고, 봄에 밭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거둘) 게 없다는 말이 이어집니다.
1월은 나이로 보면 어릴 때이고 시간으로는 새벽이며 계절의 시작으로는 봄입니다. 羊과 我의 조합인 義에 담긴 양보와 배려의 메시지를 잊지 않으면서 의미 있고 현실적인 설계를 꼼꼼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리고 복 많이 지으십시오.
고려대 독문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졸. 한국일보 문화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주필, 이사대우 논설고문 역임.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한국1인가구연합이사장
이투데이는 20일 미래설계연구원 원장에 임철순 전 한국일보 주필을 선임했다.
임철순 원장은 한국 언론이 나아갈 미래 지향적 발전 방안과 본격화하고 있는 고령화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갈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충남 공주출신으로 고려대를 졸업한 임 원장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사회부장과 문화부장 등을 거쳐 편집국장과 주필을 맡았다. 한국기자협회 기자상(1981), 삼성언론상(2008) 등 많은 언론상도 수상했다.
임 원장은 현재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과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한국 1인가구연합 이사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1개월 인턴기자와 40년 저널리스트가 만나다』,『노래도 늙는구나』,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공저) 등이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월평균 노후연금이 남성의 4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적연금 제도 내에서 여성 수급권을 확대하고 사적 연금을 활성화 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인구 중 정기적인 연금소득이 있는 경우, 남성은 월평균 36만4000원, 여성은 15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성별을 구분하지 않은 전체 월평균 연금은 25만4000원이다.
특히 여성의 월평균 연금액은 1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2014년 기준 60만3403원)의 4분의 1 이하로 여성이 노후 빈곤에 더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성별의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연금을 받고 있는 비율은 75.6%에 달하지만, 대부분(57.3%)이 금액이 작은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연금액은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65세 이상 남성의 34.9%와 여성의 53.5%는 다른 연금 없이 기초노령연금만 받고 있었다. 민간보험인 사적연금을 받는 전체 비율은 0.1%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반면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의 월평균 연금은 남성이 199만원, 여성이 121만원으로 여성의 연금이 남성의 61%에 달해 성별 격차가 적었다. 연금액도 우리나라보다 남성은 5.5배, 여성은 8.1배 많다.
EU 회원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연금은 적고, 성별 격차는 가장 컸다. 또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간 연금소득의 비율도 EU 27개 회원국과 비교해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연금 수준은 EU 회원국 중 라트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과 유사하다. 우리나라 1인당 GDP가 이들 국가의 1.6~3.2배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소득 하락률은 이들 국가보다 훨씬 큰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관계자는 "우리나라 노인의 연금소득이 적은데, 이마저도 남녀간 불평등이 존재한다"며 "여성이 그동안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소득이 낮았고 이 때문에 노후에 받게 될 연금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촌에 사는 노인 10명 중 8명 정도는 자녀와 같이 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이 전국 농촌지역의 65세 이상 노인 1000명(남 390명·여 610명)을 대상으로 ‘농촌노인 일상활동능력 실태조사’를 실시,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의 76.4%가 자녀와 함께 살지 않았다. 노인 부부가구 47.0%였고 노인 1인가구도 29.4%나 됐다.
앞으로 희망하는 가족형태도 ‘자녀와 독립해 부부 또는 혼자만 살고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70.7%로 가장 많았고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24.3%)’, ‘요양원 등 시설에 가고 싶다(3.9%)’ 가 그 뒤를 이었다.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시기는 평균 55.4세부터였으며, 이유로는 ‘자녀가 직장이나 학교 관계로 다른 지역에 있어서(63.5%)’가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살고 있는 거주지에서 떠나기 싫어서’(20.9%) △ ‘자녀의 경제적 형편이 되지 않아서’(4.7%) 순이다.
기혼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가구는 13.3%였다. 함께 사는 가장 큰 이유는 ‘혼자 가사노동 하기 힘들어서(29.2%)’,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서(18.5%)’, ‘나 또는 배우자의 장애나 질병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서(16.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분가한 자녀와의 연락 빈도는 ‘주 1회(27.5%)’, ‘월 1∼2회(27.0%)’, ‘주 2∼3회(23.4%)’ 등이었다. ‘거의 매일’은 15.2%에 그쳤으며 자녀와 왕래를 거의 하지 않는 층도 3.2%였다. 반면 친구 및 이웃과의 왕래 빈도는 ‘거의 매일’이 58.2%로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주 2∼3회’가 23.9%, ‘주 1회’가 8.3%였다.
생활만족도(100점 만점)는 부부관계(62.9점), 가족생활(60.8점), 마을의 안전상태(60.3점)의 경우 약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상태(43.2점), 경제활동(40.5점), 여가 및 문화생활(40.4점)은 약간 불만족스러운 것으로 조사됐다. 우울정도는 평균 4.0점으로 약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15점 만점에 8점 이상이면 우울증세가 있는 것으로 본다.
국토교통부는 새로운 주거급여의 시행을 위한 본격 준비에 착수했다고 26일 밝혔다.
새로운 주거급여(주택 바우처)란 기초생활보장제도내 주거급여를 개편, 소득 주거형태 주거비 부담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저소득층의 주거비를 보조하는 제도다. 오는 10월 임차가구에 임차료(가구당 월 평균 11만원)를, 내년 1월 자가가구에 수선유지비 지원을 시행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수급 대상자의 임대차관계, 주거실태 등에 대한 주택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세부 지급기준 등을 담은 주거급여 실시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마련해 26일 행정예고 했다.
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주택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가구의 임대차관계 등을 반영해 지급할 예정이다. 오는 7~9월까지 시범사업을 거쳐 10월부터 본격 시행한다.
급여신청ㆍ지급은 종전과 같이 지자체를 통해 실시한다. 다만 신규업무인 대상가구의 임대차관계, 주택상태 등에 대한 조사는 지자체의 업무부담, 주택조사의 전문성 등을 고려해 지자체(시군구청장)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시행한다.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7월 말까지 기존 수급자 중 임차가구에 대한 주택조사를 먼저 실시한다. 기존수급자는 별도의 신청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10월부터는 조사결과를 반영한 개편급여를 지급받는다.
신규수급자는 8월부터 지자체에서 급여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이후 주택조사를 거쳐 10월부터 급여를 지급한다.
임차가구에 대해서는 임대료를 포함한 임대차 관계 등을 위주로 조사한다. 수급자가 제출한 임대차계약서 뿐만 아니라, 주변 시세조사 및 전월세실거래가와의 비교 등을 통해 정확성을 높일 방침이다.
자가가구에 대한 주택조사는 오는 7월부터 착수할 계획이다. 주택상태, 최근 수선유지 이력 등을 위주로 조사한다. 주택조사는 사전 안내문 발송ㆍ사전 방문약속 등을 한 후에 신분을 입증하는 증표를 가진 조사원이 해당가구를 직접 방문해 진행한다.
정부 고시안에 따르면 임차가구에 대한 급여(임차급여)는 타인의 주택등에 거주하면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차료를 지불하고 있는 사람에게 지급된다. 다만, 사실상 임차료를 지불하고 있으나, 임대차계약서만 없는 경우 주택조사기관에서 임대차계약서 작성을 지원해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역별 기준임대료, 해당 가구가 실제 지불하는 임차료 등을 고려해 임차급여를 지급키로 했다.
소득인정액이 생계급여 선정기준(2014년 1월 기준 4인 가구 102만 원) 이하인 경우 기준임대료 범위 내에서 해당 가구가 실제 부담하는 임차료(실제임차료) 전액을 지급한다. 소득인정액이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기준임대료(또는 실제임차료)에서 자기부담분(소득인정액에서 생계급여선정기준을 뺀 금액의 2분의 1)을 차감한다.
이에 따라,임차료가 높은 민간임차주택에 거주하는 가구의 급여액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실제임차료는 임대차계약서상의 보증금과 월차임을 합해 산정한다. 보증금은 연 4%를 적용해 월차임으로 환산한다. 연 4% 환산율은 보증금에 대한 실제 부담수준을 고려한 것이다.
특히 수급자가 신청하는 경우 부모 등 존속이 거주하는 주택 대신 이 외의 주택을 대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가구원 일부가 높은 임차료를 부담하는 경우 이를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테면 부모(제주도 거주)와 아들(서울 거주, 30세 미만이고 미혼)이 따로 거주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제주 3인 가구 기준임대료인 13만 원을 기준으로 급여가 지원된다. 하지만 수급자가 신청하는 경우 서울 1인 가구 기준임대료인 17만 원을 기준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임차료가 아닌 별도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 특수한 임대차관계 등에 대해 지급기준을 달리해 합리성을 높였다. 수급자가 임차료는 지불하지 않으나 현물 노동 등 별도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 기준임대료의 60%를 지급한다.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등에 거주하는 경우에도 기준임대료의 60%를 지급한다.
아울러 수급자가 부양의무자와 함께 거주하면서 부양의무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기준임대료의 60%를 상한으로 지급한다.
지급받은 임차료를 목적외 사용해 3개월 이상 월차임을 연체한 경우에는 급여가 중지된다. 임대인이 대리수령신청서를 제출해 급여를 수령하기로 하거나 월차임 납부 확인서를 제출해 연체된 월차임을 상환했음을 확인한 경우에는 급여가 다시 지급된다.
정부는 제도 개편으로 급여가 감소하는 가구에 대해 그 감소액만큼 추가지급하는 이행기대책도 시행할 방침이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경우에는 우편, 팩스이나 국토교통부 홈페이지(http://www.molit.go.kr)의 법령ㆍ입법 예고란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