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에서 유행하던 신조어를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글 파괴, 문법 파괴라는 지적도 받지만, 시대상을 반영하고 문화를 나타내는 표현도 제법 있다. 신조어 이해는 젊은 세대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 2017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신조어 5개를 꼽아봤다.
01. 넵병: 메신저로 오는 어떠한 제안이나 요청에 대해 ‘네’라고 답변해야만 하는 직장인들이 겪는 병. 이를 ‘넵병’으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유행했다. ‘넵병’은 넵, 네, 넵!, 네에, 네넵 등 다양한 형태의 대답을 포함하는데 이 중 몇 가지 유형을 살펴보자.
넵: 가장 무난한 대답으로 ‘우선 알겠습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넵!: 충성충성충성! 느낌표를 더해 강력한 인상을 준다.
네?: ‘다시 말해봐라’ 즉 싸우자는 의미다.
네에: 모두가 ‘넵’이라 할 때 ‘네에’를 사용함으로써 단톡방의 분위기를 풀어준다.
넵ㅋ: ‘이 정돈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요청 사항이 많아지면 ‘네?’로 바뀌는 건 한순간.
넵^^: 애써 친절함을 강조하는 듯한 대답. ‘나는 당신을 해치지 않습니다’라는 점을 어필한다.
넵~~~: ‘알았으니 그만하라’는 뜻이다.
넵;;;: ‘뭐라는 거야’의 의미로 말 같지도 않은 지시를 받았을 때의 리액션이다.
02. 급식체: 급식을 먹는 학생(초·중·고)들이 쓰는 문체로 허세, 자문자답, 논리성을 상실한 문장이 특징이다.
오지고요 지리고요: 오달지다, 생리현상을 참지 못할 정도로 놀랍고 대단하다는 의미의 감탄사다.
ㅇㅈ? 어 인정: ‘인정’의 초성으로 다른 사람의 동의를 구할 때 사용하며 주로 자문자답식으로 이루어진다. 동일한 의미로 ‘용비? 어 천가’, ‘동의? 어 보감’, ‘오징? 어 볶음’ 등이 있다.
ㄹㅇ: ‘레알’의 초성. ‘real’을 발음대로 부르다가 이것마저 줄여서 초성만 사용한다.
~각: 온라인 게임에서 나온 용어로 ~할 것 같다, ~할 상황이나 상태를 뜻한다.
03. 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1인 가구가 520만 가구를 넘었다. 혼자 즐기면서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관련된 신조어도 생겨났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 술을 먹는 혼술, 영화를 보는 혼영, 여행을 가는 혼행 등이 대표적인 예다.
04. 야민정음: 눈에 보이는 글자를 모양이 비슷한 다른 글자로 바꿔서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면 대통령을 ‘머통령’으로 표현하는데 ‘ㄷ’과 ‘ㅐ’를 바짝 붙여서 보면 마치 ‘ㅁ’과 ‘ㅓ’처럼 보인다고 해서 ‘머’ 자로 바꿔 쓴다. 아래 단어들이 대표적 사례다.
댕댕이 = 멍멍이
팡주팡역시 = 광주광역시
띵곡 = 명곡
재석 = 유재석
머통령 = 대통령
05. 아무 말 대잔치: 말 그대로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상황을 뜻한다. 앞뒤 말의 연결고리가 없고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말들을 쏟아놓는다.
슬럼프가 왔을 땐 무조건 자괴감에 빠질 게 아니라 잠은 충분히 잤는지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었는지 밥은 먹었는지 치킨은 먹었는지 연어는 먹었는지 소고기는 먹었는지 삼겹살은 먹었는지 체크해봐야 한다. 그리고 저걸 다 먹었다면 부럽네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1인 가구는 520만 가구를 넘어 전체 가구의 27.8%를 기록했다. 4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인 셈이다. 이와 같은 1인 가구의 증가로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나 홀로 삶’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점심시간이 되자 대학원생 한정빈(27)씨는 연구실에서 나와 음식점으로 향했다. 여느 학생들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혼자 밥을 먹으러 간다는 점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정빈씨는 이런 시선에 별로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처음엔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게 어색했죠. 외톨이처럼 보이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남들 시선을 많이 의식했어요. 지금은 신경도 안 쓰지만요. 오히려 혼자 밥을 먹는 게 여럿이서 먹는 것보다 편해졌죠. ‘너 신경 쓰고 나 신경 쓸 바에야 그냥 혼자 먹자’ 하면서 혼밥을 시작하게 됐어요. 혼밥 해본 적 있으세요?(웃음)”
음식점에 가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가족, 연인, 친구 그리고 혼자 온 사람까지. ‘혼밥족’을 좀 눈여겨보면 유형이 같지는 않다. 허겁지겁 음식만 먹고 나가는 사람은 혼밥 초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혼밥 고수는 음식점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부터 다르다. 당당한 걸음으로 들어와 입장부터 퇴장까지 여유가 넘친다.
그렇다면 당신의 ‘혼밥’ 레벨은? 마침 인터넷상에서 떠돌고 있는 ‘혼밥 레벨’ 분류표가 인기다. ‘혼밥’을 어디까지 경험해봤는지 체크해볼 수 있는 일종의 자가 ‘혼밥진단표’인 셈이다. 1단계 편의점에서 밥 먹기, 2단계 학생식당에서 밥 먹기, 8단계 고깃집, 횟집에서 먹기 등 단계가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가며 혼밥의 경지를 보여준다.
혼밥족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혼밥집’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서울 홍대에 위치한 일본식 라면집 ‘이찌멘’은 그야말로 혼밥 입문자에게 안성맞춤이다. 우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종업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문 앞에 놓인 무인 자판기를 이용해 식권을 사고 원하는 자리에 앉아 벨을 누르면 종업원이 식권을 확인한 뒤 메뉴를 가져다준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찌멘’ 홍대점 매니저는 “칸막이 테이블을 사용하다 보니 이곳에선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이 거의 없다.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혼밥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혼밥집 메뉴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2인분 이상만 가능한’ 대표 메뉴, 고기. 그러나 이제는 고깃집도 혼밥족을 위해 1인 화로를 제공하고 있다. 드디어 혼자서도 1인분만 시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직장인 이모씨(31)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혼자 점심을 해결한다. 그는 자신을 자발적 혼밥족이라고 설명한다.
“혼자 밥을 먹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혼자 먹나보다’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저는 누구와 식사 약속을 잡으려 애쓰지 않아요. 혼자 점심을 먹으면 그 시간만큼은 업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못 봤던 영상을 보거나 노래를 듣거나… 저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밥을 먹을 수 있죠. 외롭지 않냐고요? 아뇨. 저는 제 행복을 위해서 혼자 밥을 먹습니다(웃음).”
술도 예외는 아니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처럼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 ‘혼술족’도 있다.
tvN 드라마 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내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아픔을 나누는 것보다는 혼자 삭히는 것이, 이렇게 혼자 마시는 한 잔의 술이 더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난 이렇게 ‘혼술’을 한다.” 혼밥족보다 보기 힘들다는 혼술족을 만나기 위해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혼술집을 찾아갔다. 3명 이상의 손님은 들어올 수 없다는 이곳은 이름부터 아주 그럴듯하다. ‘인생은 솔로다’. 혼술집에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 또 있을까. 평일 저녁 7시, 조금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역시 혼술족은 달랐다. 가게 안에는 이미 3명의 손님이 카운터를 중심으로 ‘ㄷ’자로 놓인 테이블에 앉아 술을 비우고 있었다.
직장인 임모씨(29)는 퇴근 후 이곳을 홀로 찾았다. 예전 같았으면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겠지만 혼술의 매력을 알고 난 뒤론 혼술집을 찾는다.
“친구들이랑 마시면 아무래도 과음하는 날도 많고 지출도 많이 돼서 요즘엔 혼술을 즐기고 있어요. 집 앞이라 편하게 와서 한두 잔 정도만 마시고 가는 거죠. 안주도 1인용으로 판매하고 있어서 혼자 먹기 딱 좋아요. 여유롭게 노래도 들으면서 한잔하는 혼술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어요.”
물론 혼술, 혼밥 문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음식평론가 황교익은 라디오 프로그램 에서 “혼밥은 마음의 병이고 사회적 자폐”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몇몇 시니어는 “술을 마시는 건 이해하지만 왜 보는 눈이 많은 밖에서 혼자 마시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궁상맞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20·30세대는 이런 시선들에 그닥 신경 쓰지 않는다. 누가 어떻게 보든 당당히 혼자서도 삶을 즐길 수 있는 ‘나 홀로’ 라이프를 선택하고 있다. 혼밥, 혼술은 꼭 20·30세대만 즐길 수 있는 문화는 아니다. 심신이 피곤해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을 때, 깊어가는 가을을 오로지 홀로 느껴보고 싶은 어느 날 하루쯤은 시니어 세대도 혼밥, 혼술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삼포세대’, ‘비혼’, ‘1인 가구’ 등의 유행어는 전통적 가족 형태의 붕괴가 급속하게 진행됨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조차 시대와 트렌드에 뒤처진 박제된 구호로 전락한 지 오래다. 취업난과 치솟는 집값 등으로 초래된 경제적 어려움이 고조되고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꺼리는 ‘관태기(인간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의 사람들이 늘면서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요즘 TV 화면은 이 같은 현실과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남녀 만남을 전면에 내세운 다양한 포맷의 짝짓기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있다. 젊은 남녀의 만남을 내세운 채널A의 , Mnet의 , E채널의 부터 이혼이나 사별로 혼자된 중년의 짝 찾기를 다루는 KBS Drama의 까지 남녀 만남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전의 남녀 만남 프로그램보다 진화된 채널A의 은 폭넓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9월 1일 막을 내린 . 남녀 각각 4명의 출연자가 한 달 동안 정해진 숙소에서 동거하며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선택한다. 각자 자기 일을 하면서 퇴근 후나 휴일에 숙소에 머물며 관심이 가거나 호감을 느끼는 상대를 찾는다. 매일 상황과 감정 변화에 따라 전개되는 밀당과 탐색전으로 달라지는 남녀 만남의 판도가 매우 흥미롭다. 여기에 윤종신, 이상민 등 판정단은 연애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출연자의 감정 변화의 원인을 분석하며 성격, 취향, 심리, 직업, 외모 등 출연자의 상황에 따른 만남을 전망한다.
Mnet의 역시 과 기본 포맷이 비슷하다. 서로 ‘남사친(남자사람 친구)’, ‘여사친(여자사람 친구)’이라고 생각하는 네 쌍의 남녀들이 일상을 공유하며 만남에 이르는 과정을 관찰 카메라로 보여준다. 또한 은 최양락, 김태원 등 4명의 연예인 딸들이 남자 친구를 소개받고 만나는 과정을 보며 아버지의 입장에서 코멘트하는 포맷의 남녀 만남 프로그램이다. 은 황혼 로맨스 심폐소생 프로젝트를 표방한 프로그램으로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된 연예인 어머니에게 데이트 상대를 찾아주는 과정을 담았다.
, 를 비롯한 요즘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은 취업난과 경제적 고통, 인간관계 맺기의 어려움, 가족 해체 등 사회경제적인 상황에 따른 남녀 만남 풍속도의 변화를 반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결혼은 아득하고 연애조차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서로 좋아하고 자주 연락하며 데이트는 하지만 정식으로 교제하지 않는 ‘썸’과 사랑이 아닌 우정 관계인 이성 친구를 의미하는 ‘남사친’, ‘여사친’처럼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남녀관계를 흥미롭게 드러내 인기가 높다.
같은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의 역사는 오래됐다. 남녀의 만남만큼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없기에 방송사들은 오래전부터 남녀 만남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남녀 만남의 트렌드와 문화를 엿볼 수 있고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연애와 결혼에서 사랑, 외모, 성격, 성적 매력, 직업, 재산, 학력, 지위 등의 영향과 비중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사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남녀의 만남 과정과 행태를 공적 공간인 방송으로 드러내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엿보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은 그 시대의 남녀 만남 풍속도나 트렌드를 반영하거나 선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남녀 만남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시작했을까. 남녀 만남 프로그램은 크게 일회성 이벤트로 보여주는 연예인 만남 프로그램과 일반인 남녀가 출연하는 일반인 만남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시청자와 대중의 관심을 이끈 것은 일반인 남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
산업 성장기 초입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가난한 서민이 많았고 가부장적 분위기가 엄존했고, 남녀의 공개적인 만남이 자유스럽지 않았던 1970년대에 남녀 만남 프로그램이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바로 1977년에 방송된 MBC의 다. 코미디언 구봉서와 곽규석이 진행한 는 각각 3명의 남녀가 나와 대화를 나누며 데이트 상대를 찾는 TV 맞선 프로그램이었다. 공개적인 만남이 많지 않았던 시절의 는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며 큰 인기를 누렸다. 그 관심은 22 대 1이라는 출연자 경쟁률에서도 잘 드러났다.
고도성장과 가부장적 분위기가 감소하면서 남녀의 만남이 자유롭게 이뤄졌던 1980년대의 대표적인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은 1989년 MBC의 다. 1명의 여성과 4명의 남성이 출연해 만남 상대를 찾는 포맷이었다. 는 당시 사회문제로까지 떠오른 농촌 총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 총각과 도시 처녀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경제가 발전하고 가족 해체가 본격화하며 남녀의 만남이 매우 자유스러웠던 1990년대에는 남녀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졌다. KBS, MBC, SBS 등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들은 한두 개의 남녀 만남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금까지 남녀 만남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MBC의 다.
1994년부터 2001년까지 방송되며 높은 인기를 얻은 는 남녀가 각각 4명씩 출연해 게임과 대화를 하며 마음에 드는 상대를 선택하는 일명 ‘사랑의 작대기’가 일치하는 남녀 커플이 데이트를 하는 포맷의 프로그램이었다. 1990년대 대학생들의 미팅 문화를 보여준 는 7년 동안 1432쌍이 출연했고 이 중 47쌍의 커플이 탄생해 화제가 됐다.
학벌, 재산, 직업, 외모에 의한 서열화가 본격화하면서 결혼이 재산, 외모, 학벌 등 외형적 조건의 교환시장 성격을 띠기 시작한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남녀 만남 프로그램도 물화된 조건이 중시되는 풍속도를 보여줬다. KBS2의 , Mnet의 , JTBC의 등 진화된 형태의 다양한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들이 시청자와 만났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방송된 SBS의 은 이전과 전혀 다른 포맷의 남녀 만남 프로그램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논란도 컸다. 남녀 9~16명이 ‘애정촌’이라는 공간에서 합숙 생활을 하며 짝을 찾는 과정을 리얼리티 쇼 방식으로 보여준 은 연애와 섹스에 대한 개방적 자세, 외모, 재산, 직업 등 외형적 조건 중시 등 2000년대 남녀 만남의 현실을 반영했다. 여기에 관찰 기법, 사회자의 이야기 등 사실성과 일상성을 높이는 다양한 장치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남녀 만남의 극단적 상품화라는 논란 속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은 한 여성 출연자가 촬영 도중 자살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해 막을 내렸다.
이처럼 남녀 만남 프로그램은 시대와 현실, 그리고 남녀 만남의 풍속도를 반영하고 선도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에게 남녀 만남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트렌드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남녀 만남을 외형적 조건의 교환시장으로 전락시키거나 극단적으로 상품화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키울 때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알레르기다. 1인 가구도 물론이거니와 2인 이상의 경우 가족 구성원의 알레르기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키우기 전 알레르기 예방법과 만약 키우면서 알레르기나 피부병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자료 제공 반려동물이야기
반려동물 알레르기 항원은 동물의 털, 비듬, 배설물, 타액 등이다.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가정은 물론, 반려동물이 잠시 머물렀던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려동물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은 콧물, 기침, 잦은 재채기, 눈 충혈, 가려움, 피부 이상반응(발진, 가려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다면 더욱 악화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생명의 위협이 되기도 한다. 사실, 알레르기나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은 반려동물 외에도 집먼지진드기, 미세먼지, 꽃가루, 유제품, 밀가루, 달걀 등 수십 가지가 넘는다. 알레르기 증상이 반려동물 때문인지 알아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부과나 이비인후과, 내과 등을 방문해 알레르기 검사를 해보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잠시 다른 곳에 맡겨두고 그 사이 알레르기 증상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반려동물로 인한 알레르기 증상이 확인되면 가능한 한 반려동물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반려동물과 떨어질 수 없다면 다양한 알레르기 예방법을 실천해보자.
01 반려동물 생활공간 제한하기
반려동물이 생활하는 공간을 제한해서 침실 등에는 반려동물을 들여놓지 않는다. 반려동물의 털, 비듬, 침, 배설물은 세탁을 하거나 청소를 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침구류를 살균세탁하고, 살균 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옷 방이나 피부에 닿는 물건이 많은 곳은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이 좋다.
02 반려동물 접촉 후 손 씻기
반려동물과 접촉한 후에는 눈이나 몸을 만지는 것을 피하고 곧바로 비누를 사용해 손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알레르기가 심하면 세정제로 수시로 접촉 부위를 닦아줘야 한다.
03 반려동물 목욕시키기
반려동물을 목욕시키면 알레르기 항원수를 줄일 수 있다. 진드기 제거 스프레이를 사용하거나 반려동물에게 옷을 입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04 반려동물용품 청소하기
반려동물이 사용하는 옷과 침구류는 1주일에 1회 이상 세탁하고 집과 화장실, 장난감이나 가구도 수시로 청소한다.
05 진공청소기,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자주 환기시키기
청소를 할 때는 바닥, 소파, 러그, 쿠션 등 반려동물이 활동하는 모든 장소를 진공청소기로 깨끗하게 빨아들인다. 또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거나 실내를 자주 환기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06 카펫 사용하지 않기
세탁이 어려운 카펫은 집먼지진드기로 인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알레르기 방지 카펫을 사용한다.
07 햄스터 등 설치류 피하기
토끼, 햄스터, 기니피그 같은 애완용 설치류는 알레르기 항원을 가장 많이 방출하는 동물이다. 게다가 설치류는 톱밥을 깔아줘야 하는데, 이 톱밥이 공기전염성 알레르기(천식)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설치류를 키운다면 베란다 등 실내와 구분된 장소에서 키우고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준다.
08 습도 조절하기
곰팡이나 진드기 번식은 습도가 가장 큰 원인이다. 곰팡이나 진드기가 살지 못하도록 50% 안팎의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털 알레르기(특히 털이 가장 많이 날리는 고양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가습제나 제습기로 습도 조절을 해준다. 비용부담이 크다면 환기를 자주 해주거나 숯을 이용해 습도 조절을 한다.
반려동물이 사람용 약을 먹었을 때 응급처치
동물병원에 전화해서 반려동물의 상태를 설명하고 내원 여부를 묻는다. 일반적으로 2시간 이내에 응급처치를 해야 하며 의식이 있으면 구토를 시키는 것이 좋다. 병원에 내원하여 흡착제 또는 하제를 처방받아 약물 흡수를 막는 것이 좋다. 복용한 약의 처방전이 있으면 꼭 챙겨가야 한다. 처방전이 없을 경우에는 약을 가져간다. 수의사와 상담 시 약의 종류를 알면 좋다. 참고사이트: 드러그인포(www.druginfo.co.kr)
사람용 약을 먹지 않게 하려면?
동물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약과 약병을 둔다. 약을 흘렸다면, 주워 먹기 전에 즉시 치워야 한다. 수의사와의 상담 없이 임의로 사람용 약을 주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 것. 알레르기 증상이 반려동물 때문인지 알아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부과나 이비인후과, 내과 등을 방문해 알레르기 검사를 해보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잠시 다른 곳에 맡겨두고 그 사이 알레르기 증상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견 배우 백일섭은 30여 년의 결혼생활 끝에 졸혼(卒婚)을 선언한 뒤 독립해 직접 청소도 하고 요리도 하며 혼자 생활한다(KBS ). 마라토너 출신 방송인 이봉주는 강원 삼척시 처가에서 장인과 함께 옥신각신하며 시간을 보낸다(SBS ). 지난해 결혼한 배우 구혜선과 안재현은 강원 인제에서 달콤한 신혼생활과 신세대 부부의 문화를 보여준다(tvN ). 예능인 김구라는 이혼 뒤 함께 사는 아들 동현이와 때로는 격의 없는 친구처럼 때로는 근엄한 아버지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채널A ). 가수 황혜영, 정치인 김경록 부부의 부모들은 함께 식사하며 나들이도 하고 요즘 사돈 관계의 문양을 드러낸다(MBN ).
요즘 눈길을 끄는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최근 주요한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이전과 달라진 가족 형태를 보여주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의 증가다. 미혼, 비혼, 졸혼 등으로 혼자 사는 1인 가구를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에서부터 실제 결혼한 부부와 가상 부부, 이혼 가족, 처가와 함께 사는 사위, 혈연 가족은 아니지만 함께 살며 정을 나누는 유사 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드러내는 예능 프로그램이 속속 시청자와 만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살림과 육아를 전담하는 남편, 생계를 책임지는 아내 등 가족 구성원의 역할 변화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도 봇물 터지듯 쏟아지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연예인과 일반인이 출연해 다양한 가족 형태와 변모한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드러내는 예능 프로그램이 주요한 트렌드이자 인기 예능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고 현실 속의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변화와 트렌드를 선도해나가기도 한다. 최근 사회와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가족의 형태에서부터 가족 구성원의 역할 역시 크게 변했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자신의 책 에서 밝혔듯 가족은 능동적으로 변화한다. 가족 형태, 가족 구성원의 역할, 가족생활 스타일 등은 사회·경제적 상황 변화에 따라 크게 변모한다.
근래 들어 우리 사회는 취업난, 100세 시대, 빨라진 은퇴 나이, 고령 인구 급증 등으로 미혼, 이혼, 비혼, 졸혼이 크게 늘면서 1인 가구가 증가했고 가족 구성원의 역할도 이전과 다른 양태를 보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이 같은 가족과 관련된 실태와 변화, 그리고 트렌드를 수용해 다양한 포맷으로 보여주고 있다.
급증하는 1인 가구의 생활, 문화 등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은 최근 38세의 토니 안부터 47세의 박수홍, 50세의 김건모까지 혼자 사는 30~50대 남자 연예인들의 생활과 문화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SBS ). 김국진·강수지·김완선·김광규 등 이혼, 미혼 등의 이유로 혼자 사는 40~50대 연예인들이 여행하며 연애와 결혼,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SBS), 중견 연기자 김용건부터 개그우먼 박나래까지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담은 (MBC), 최근 졸혼을 선언한 뒤 혼자 살며 요리와 빨래 등 살림살이를 배우고 있는 백일섭 등이 출연하는 (KBS)도 1인 가구의 생활과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혼자 밥 먹는 혼밥족들의 다양한 모습과 실태를 보여주는 (올리브TV), 혼자 술을 먹고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올리브TV), 혼자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스카이 트래블),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점 활용법과 편의점 음식을 활용한 요리 만들기 등을 알려주는 (tvN) 등도 1인 가구를 다루고 있거나 다룬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전과 다른 신세대 신혼부부의 변화된 결혼생활과 문화 그리고 연애 트렌드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결혼한 구혜선·안재현 부부가 출연해 요리하는 남편, 가구 등을 만드는 아내 등 기성세대 부부와 사뭇 다른 신세대 부부의 생활과 문화를 보여준 (tvN), 가상 신혼부부와 재혼 부부를 통해 요즘 부부의 결혼 풍속도를 드러내는 (MBC), (JTBC) 그리고 미혼 남녀 연예인의 전화 통화 데이트를 통해 요즘 신세대의 연애 트렌드를 살펴보는 (tvN) 등이 이전과 다른 부부 생활과 연애, 결혼 풍속도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또한 부모와 자식이 출연해 변화된 부모-자식 관계를 드러내는 예능 프로그램도 크게 늘었다. 김종국, 허경환 등 미혼 남자 연예인과 어머니가 함께 여행하며 어머니와 아들 관계를 살펴보는 (TV조선), 김구라·이한위·이수근 등이 출연해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통해 변화한 부자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채널A), 이승연 등 여자 연예인과 자녀와의 생활을 통해 변모한 모녀·모자 관계를 생각하게 해주는 (TV조선) 등이 전통적 관계와 다른 오늘날의 부모 자식 간 관계를 조명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이밖에 사위가 장인, 장모가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통해 달라진 사위와 처가와의 관계 또는 장인, 장모에 대한 사위의 생각을 전달하는 (SBS), 부부의 부모들이 함께 여행하거나 생활하는 모습을 통해 변화된 사돈 관계를 보여주는 (MBN) 등은 과거 어렵게만 여겨졌던 처가와 사돈 관계가 요즘에는 어떻게 변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들은 현실 속 변화된 가족의 형태와 가족 구성원의 역할, 부부생활, 결혼과 연애 풍속도, 자녀에 대한 인식을 재미로 잘 포장해 보여주고 있다. 이들 예능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에게 가족과 가족 구성원의 변화한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가족으로의 변화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영향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남성 우월주의, 가부장주의, 1인 가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심화 등 일부 예능 프로그램은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주거나 가족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편견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다행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다양한 가족 형태와 가족 구성원 역할 변화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새로운 가족 형태와 구성원 역할 변화에 대해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5070 액티브 시니어들은 앞으로 그동안 자신이 걸어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한다. 삶의 중심은 일에서 여가로, 직장에서 가정으로, 성장에서 관리로 변한다. 이에 따라 재산을 관리하는 재무설계 방식도 바꿔야 한다. 은퇴의 시작은 여행 가방을 준비하듯 꼼꼼히 챙겨야 즐겁고 안전하다. 은퇴재무 전문가 3인의 ‘믿고 맡기는 평안한 노후의 길’을 함께 떠나보자.
소득흐름이란?
“돈이 없는 사람은 이빨 빠진 늑대다.” 프랑스 속담이다. 이빨 빠진 늑대 앞에 놓인 현실은 굶주림과 죽음뿐이다. 일부일처제와 무리생활을 하는 늑대는 이동할 때 늙거나 병든 늑대를 앞세우고, 제일 뒤에는 가장 강한 늑대가 선다. 낙오와 적의 후면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이런 늑대도 이빨이 빠지면 어쩔 도리가 없다. 사람은 이빨이 빠지면 틀니나 임플란트를 심는다. 대체 이빨이 없더라도 미음과 영양제 등을 통해 최소한의 생명을 유지할 수는 있다. 늑대와 사람의 차이다.
이빨은 멀쩡한데 돈이 없는 사람은 어떨까? 이빨 빠진 늑대처럼 며칠 만에 굶어죽지는 않더라도 굶주림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경제활동이 힘든 노후에 돈이 없으면 “늙음은 그 자체로도, 또 다른 사람에게도 짐”이라는 에라스무스의 불길한 예언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액티브 시니어라면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일이다. 맘에 들진 않더라도 오복의 하나라는 이빨보다 돈이 더 낫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경제활동이 힘든 노후에 어떻게 돈을 마련하느냐다. 짐이 되지 않으려면 그동안 쌓아놓은 돈, 즉 자산에서 돈을 만들어내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는 이를 소득(income)이라 부른다. 쉽게 말하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현금(cash)이다. 소득흐름과 현금흐름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서 ‘흐름(stream)’이란 로또 당첨금 같은 거액의 일시적 소득이나 현금이 아니라 꾸준한 소득이나 현금을 뜻한다. 즉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현금흐름이 쭉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다양한 종류의 소득
그동안 쌓아온 돈, 즉 자산에서 안정적인 소득흐름을 만들어내려면 먼저 소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노후생활을 뒷받침하는 소득에는 근로소득·연금소득·이자소득·배당소득·임대소득·저작권료·목돈에서 일정액을 찾아 소득화하는 방법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근로소득·연금소득·이자소득·임대소득·목돈의 소득화 방법 등은 매달 일정한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반면에 배당소득과 저작권료는 분기 또는 연단위로 소득이 발생한다. 노후에도 매달 생활이 이어짐을 감안하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이 좋지만 분기 또는 연단위로 발생하는 소득도 아주 소중하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발생하는 것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료는 적은 금액이라 할지라도 액티브 시니어에게는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액티브 시니어의 다양한 경험들을 책으로 묶어내면 소중한 경험자산이 사회적으로 사장되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그 분야의 전문가로 발돋움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운 좋게 대박을 치면 금전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액티브 시니어라면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또 하나 되짚어봐야 할 것은 소득흐름의 기간이다. 인간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싫든 좋든 삶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소득 역시 지속적으로 쭉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본인이 사망할 때까지 생활비가 나오는 종신연금과 사후 50년까지 보호되는 저작권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 특출한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저자 저작권료 시효가 극히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금소득의 가치는 특별함을 더한다. 나머지 근로소득·이자소득·배당소득·임대소득·목돈의 소득화 방법 등은 해당 소득을 발생시키는 원천이 사라지면 당사자가 사망하기 전이라도 소멸되고 만다. 그렇다고 이들의 가치가 크게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노후의 삶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있고, 그중에는 돈의 지출을 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교적 풍부하고 비중이 절대적인 근로소득을 가지고 있는 현역 시절과 달리 그런 소득이 없는 노후에 다양한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소득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연금소득이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노후에 연금소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모든 자산을 연금화해버리면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른바 유동성 문제에 직면해 자칫하다간 흑자도산하는 기업처럼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각 소득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표1] 참조).
안정적 소득흐름 창출하는 방법
노후에 안정적 소득흐름을 창출하고자 할 때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은 자산 규모와 연금소득의 수준이다. 이상적인 소득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싶어도 그럴 만한 자산이 없는 사람은 일정액 이상의 연금소득 확보에 초점을 둬야 한다. 최저생계비 정도는 연금소득으로 확보해야 한다. 생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인 최저생계비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으면 구도자가 아닌 한 생계비 걱정에 액티브 시니어로서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최저생계비는 중위소득의 60%로 산출되는데 2017년의 경우 1인 가구는 99만1759원, 2인 가구는 168만8669원이다.
올해 62세인 A씨는 5년 전 은퇴해 2세 연하의 부인과 함께 나름 행복한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다. 출가한 두 자녀가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정도로 기반을 잡고 있어 자식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도 걱정이 있으니, 바로 연금이다. 그의 연금소득은 올해부터 받는 90만원 정도의 국민연금이 전부다. 그동안의 생활비는 57세 은퇴할 때 받은 3억원 정도의 퇴직급여를 은행에 넣어두고 빼내 쓰는 ‘목돈의 소득화’ 방법으로 조달했다. 매달 200만원을 사용한 결과 3억원이던 퇴직급여는 5년 만에 1억8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올해부터는 국민연금 90만원을 제외한 110만원을 퇴직급여에서 빼 쓰고 있다. 이런 추세로 계속 갈 경우 A씨의 퇴직급여는 정확히 13.6년 만에 고갈되고 만다. A씨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A씨에게 탈출구는 없을까? A씨의 국민연금은 2인 가구 최저생계비보다 약 80만원이 부족하고, 본인들의 생활비보다는 110만원이 모자란다. 서울에서 시가 7억원 정도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상담 끝에 주택연금에 가입하기로 했다. 부인의 나이(60세) 기준으로 7억원 아파트로 주택연금(종신지급, 정액형)에 가입하면 매월 약 147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최저생계비는 물론 본인들의 생활비보다 많은 연금소득이 만들어진다. A씨는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을 합친 연금 총액 중 본인의 생활비를 초과하는 금액(37만원)을 저축하기로 했다. 10만원은 3년 뒤 해외여행을 목표로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새마을금고 적금에 들고, 나머지 27만원은 비상자금 용도로 증권사 CMA에 가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자금 담당)을 활용하기 위해 책 쓰기 강좌를 신청했다.
한편 강사와 학원사업 등으로 50억대 자산가 반열에 오른 B씨(65세)는 5세 연하의 아내와 결혼하지 않은 성인 자녀(30세) 한 명과 20억 정도의 빌라에서 생활비 걱정 없는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의 수입원은 국민연금 55만원, 이자수입 120만원, 20억대 상가 임대료 약 1000만원이다. 10억은 예금에 넣어두고 있다.
이런 그에게 무슨 고민이 있을까 싶지만 B씨는 요즘 큰 고민에 빠져 있다. 경기 탓인지 임대료 수금이 잘 안 되고, 얼마 전부터 여자 친구가 생긴 아들이 결혼을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B씨는 아들 결혼자금으로 5억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B씨의 월 생활비는 약 1000만원이다. 임대료가 제때 걷히지 않는 달에는 적자를 보기도 한다. 앞으로 월 생활비를 20% 정도 줄일 생각인 B씨는 최소한 생활비 정도는 안정적으로 마련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임대료 수금이 원활하지 못한 상가는 이번 기회에 처분할 계획이고, 거주하는 빌라는 나중에 자녀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B씨는 향후 월 생활비 800만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고 싶어 한다. 국민연금과 이자수입은 120만원 정도로 줄어들 것이므로 약 680만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셈이다. 결국 B씨는 둘째 아들 결혼자금 5억원을 제한 나머지 5억원은 비상자금으로 유지하되 수익성과 유동성을 고려해 예금과 펀드 등에 분산투자하기로 했다. 그리고 상가가 처분되면 그 돈의 반을 투자해 소형 아파트 몇 채를 구매해 임대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머지 반인 10억원은 즉시연금과 월지급식펀드를 활용해 소득흐름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기로 계획을 짰다. 이렇게 하면 B씨의 소득원은 아파트 월세, 국민연금, 즉시연금, 월지급식펀드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안정성·수익성·유동성을 함께 노릴 수 있게 된다.
은퇴자들을 유혹하는 투자처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상가나 원룸,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다. 투자에 목돈이 들긴 하지만 투자를 위한 대출도 쉽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에 비해 감수해야 할 위험도 낮기 때문이다. 또 심각한 노동이 필요없다는 점 역시 시니어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수익형 부동산 중 특히 은퇴자에게 원룸이 갖는 장점은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로 고려하고 있는 이들에게 지금은 고민스러운 시기다. 정부가 수익형 부동산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 임대업자들의 대출을 옥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1월 15일 발표한 자영업자 대출관리 강화 계획에 따르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부동산을 담보로 사업자 대출을 받으면 해마다 원금의 30분의 1 이상을 분할상환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원금을 꼬박꼬박 은행에 되돌려준다는 것은 사업자 입장에선 단기적 수익의 하락을 의미한다. 이는 그만큼 위험 부담이 커진다는 것과 다름없다.
원룸이 매력적인 이유
원룸의 장점은 투자에 비해 고소득을 담보할 순 없지만 안정적 수익의 기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유는 공실을 줄이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 일반적으로 사무실이나 상가의 경우 용도나 규모를 따지기 때문에 한 번 공실이 생기면 가격을 내린다 해도 ‘임자’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원룸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주택 밀집 지역은 일반적으로 주거용 주택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기 때문에 수익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싸게’ 내놓으면 공실을 막는 것은 어렵지 않은 문제라는 것. 특히 투룸이나 다가구 주택에 비해 주택당 규모가 작은 원룸은 더욱 수요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시장이 전세 중심에서 월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고, 1인 가구가 늘면서 당분간 이런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갑자기 자금이 필요할 땐 일부를 전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 전세로 전환하면 목돈을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퇴직자들에게는 소일거리 삼아 할 수 있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간단한 청소 등 건물 관리에 직접 참여하는 시니어들도 적지 않다.
부동산 임대업자에 비해 규모가 작은 주택임대사업자의 경우에는 세재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연간 2000만원 이하의 주택 임대수입을 올리는 주택 임대사업자에게는 수입에 대한 비과세 적용 기한이 2018년 말까지 연장됐다.
물론 100%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원룸이라 해도 지역적 특성에 따라 공실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곳이 최근 거제나 군산과 같은 조선산업 의존 지역이다. 군산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조선소에 근무하던 근로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원룸 임대업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며, “밀집 지역에 가면 공실이 40% 이상인 곳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산업의 부활에 운명이 내맡겨진 셈이다.
세상에 ‘쉬운 돈’은 없다
그렇다고 원룸 투자가 무조건 핑크빛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원룸 투자를 고려하는 은퇴자들은 대부분 ‘공실’을 가장 겁낸다. 애써 돈을 투자해 방을 꾸며놨는데, 임대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처럼 낭패는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원룸 임대사업에 투자할 때 대출을 고려하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더 걱정해야 할 것은 소비자들과의 분쟁이라고 말한다. 주택 임대관리업체 관계자는 “원룸 건물주들이 가장 골치 아파하는 것은 세입자들의 민원”이라고 설명한다. 원룸 세입자는 나이가 20~30대의 젊은 층이 많기 때문에, 세대차 등으로 인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적인 처리를 진행해도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들의 권리를 중심으로 마련되어 있어 건물주 입장에선 부당하다 느낄 만한 부분도 상당수 존재한다.
건물관리도 쉽지 않다. 건물의 청소나 유지보수, 수리 등을 직접 하려면 각각의 전문가들과 계약을 맺거나 그때그때 가격을 흥정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일 때가 많다.
서울 신촌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한파가 닥쳤을 때 보일러나 수도가 터지는 일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만약 제때 수리가 안 되면 세입자가 월세를 깎아 달라고 하거나, 수리업자를 다급하게 부르려면 웃돈을 줘야 해서 건물주 입장에선 이중고를 겪는 일이 다반사”라고 설명한다.
원룸을 관리업체가 갖는 장단점
원룸 건물을 직접 관리하기 어렵다면 관리업체에 맡기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이런 경우 선택 방법은 크게 3가지. 그중 하나는 지역에서 소규모로 건물을 관리하는 공인중개사에게 맡기는 방법이다. 또 한 가지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전문 주택임대관리 회사를 통해 관리하는 방법, 마지막으로는 부동산 종합서비스 회사를 통한 방법이다.
지역마다 발품을 팔다 보면 원룸을 직접 관리하는 공인중개사들이 있기 마련. 매물이나 임대계약을 ‘독점’으로 제공하는 대신 관리를 무료로 해주는 경우도 있고, 적은 비용을 받고 대부분의 업무를 대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공인중개사들은 별도의 임대사업자 없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유지비용은 적은 대신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한 처리 가능한 관리 업무의 범위도 제한적이다.
그래서 가장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은 지역 주택임대관리 회사를 통해 관리를 맡기는 방법이다. 이런 업체들은 지역 내에서 많은 원룸 물량을 확보해 홍보, 유지보수, 관리 비용을 낮춰 이익을 얻는 형태로 운영된다. 규모가 큰 회사들은 보증보험 등 안전장치가 있고, 웬만한 수리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어 동파 등 사고가 났을 때 직접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도배 등 보수도 저렴하게 서비스받을 수 있다. 단점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거점 지역을 벗어난 건물을 맡기기 어렵고, 규모가 작은 공인중개사들에게 맡기는 것보다 수수료가 비싸다는 것.
이 외에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부동산 종합서비스 업체들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네크워크형 부동산 종합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 대상자로 5개 핵심 기업을 선정했다. 이들 기업은 단순관리를 벗어나 시행, 시공, 분양에서부터 임대 마케팅, 주거사업 개선 등 주택과 관련한 모든 분야를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시범 선정된 기업들은 자본금이 충분한 대기업 위주로 선발돼 소규모 임대 사업자들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관리를 맡기는 방식은 크게 2 가지로 나뉜다. 먼저 자기관리형이 있다. 흔히 마스터 리스로 불리는 이 방식은 주택임대관리 업체가 원룸 건물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 중 특정 금액을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보통 시세는 모든 방이 임대됐을 때 발생하는 기대수익의 85~90%를 보장해주는 수준이다. 수수료가 비싸긴 하지만 공실이나 분쟁 등의 걱정에서 완전히 해방된다. 그에 대한 위험 부담은 주택임대관리 업체가 지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수수료는 낮지만 위험 부담은 건물주가 지는 ‘위탁관리형’도 있다. 일반적으로 임대료의 3~6%가 수수료로 책정되는데, 서울 강남 등 상권이 발달해 임대료가 높은 지역은 8% 정도로 높다.
위탁할 때 사고 꼼꼼하게 대비해야
원룸의 관리를 맡긴다고 해서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택 임대에 대한 전권을 맡겨놓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일 중 하나는 이중계약서 체결이다. 세입자와는 고액의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건물주에게는 낮은 금액의 계약서를 내밀어 차액을 챙기는 일도 있고, 아예 공실이라고 보고하고 임대료를 가로채는 경우까지 있다.
가장 심한 경우는 전세 계약을 체결해놓고 목돈을 챙겨 달아날 때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수원 중부경찰서는 아주대학교 인근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임차인들과 전세계약을 맺고 건물주에게는 월세계약을 맺었다고 속여 총 20억920만원의 전세금을 가로챈 혐의로 공인중개사 일당을 검거한 일도 있다.
부동산 관리업체 스마트하우스의 이성태 차장은 “특히 건물주의 주거지와 원룸의 위치가 물리적으로 먼 경우 잦은 방문이나 꼼꼼한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노려 사기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실 속 인간의 삶은 찌질하다. 대부분 공들여 화장하고 멋진 옷 입고 외출하여 유행하는 브랜드 커피숍에서 온갖 있는 지식 없는 지식 다 동원해 그럴듯한 수다 떨고 귀가하는 순간 곧 무료한 삶을 마주한다. 집에 오면 아무거나 입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끝나면 TV 앞에 앉아 졸다가 침대에 올라 잔다. 간혹 ‘이러려고 태어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삶은 지루하다.
최근 미래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다. 새로운 영상기술로 가상현실기기를 쓰면 눈앞에 다른 세계가 생생하게 펼쳐지는 기술이다. 사실 이런 기술은 오래전부터 영화를 통해 익히 보아왔기 때문에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 우선 기억에 남는 를 보면 황당하기는 하지만 알약 한 개를 먹으면 가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오래전 영화로는 이 생각난다. 그 영화에는 가상현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억을 이식해주는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 영화 속 상상으로 시작해 현실이 된 것이 하나둘이 아닌데, 가상현실도 인간의 상상력으로 시작해 어느덧 현실 속에 실현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간혹 세상살이가 갑갑할 때 들어가 보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지루하다고 느끼는 현실은 과연 사실일까?
TV를 보고 있자면 가짜 상황을 만들고 즐기는 프로가 제법 많다. 대표적으로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상의 결혼 생활을 보여준다. 물론 이미 가짜라는 것을 알고 보니까 속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솔로에게는 감정이입을 통해 가상현실을 즐기는 셈이다. 보이지 않는 가상현실도 있다. 넘쳐나는 ‘먹방’ 프로그램들은 1인 가구가 30%를 넘어서는 현실에서 외로운 인간들의 대리 체험을 만족시키는 가상현실이 아닌가.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악마의 편집’이 된다. 편집은 선택의 기술이다. 확보된 영상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을 둘러싼 정반대의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현장을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짧은 인터뷰를 위해 보통 그의 열 배 정도의 인터뷰를 찍고 그중 편집자의 구미에 맞는 서너 개의 문장이 임의로 선택되어 방송에 나간다고 한다. 항의해도 어쩔 수 없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가상현실이 아닌가.
역사는 또 어떤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알고 보면 승자들이 편집한 기록을 당시의 사실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탈북한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남쪽에서 배운 새로운 역사에 충격을 받는단다. 김일성 삼부자가 역사의 전부인 줄 아는 가상현실 속에 살다가 새로운 현실을 접하며 받는 충격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현실도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차원의 가상현실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인가. 이미 진실은 다양한 주관적 시각에 의해 다층적으로 왜곡되어 있다. 우리는 주관적으로 왜곡된 현실을 진실로 착각하면서 살고 있다. 설사 진실을 알고 있다 한들 우리가 그 누추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을까. 이미 진실에서 멀리 떠나온 인간은 차라리 가공된 세계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 모른다.
우울한 다큐멘터리보다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듯 이미 우리는 윤색된 가상현실에 중독되어 있는지 모른다. 지루한 삶이 진짜인가 아니면 달콤하게 각색된 세상이 진실인가. 지금도 TV 속 프로그램이 편집되듯 우리 삶도 어쩔 수 없이 끊임없이 스스로 편집하고 있는 가상현실인지 모른다.
TV의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서장훈과 이경규가 티격 태격 대는 모습이 그려졌다. 강호동의 이간질로 서로를 오해했던 두 사람이 화해 포인트로 삼은 곳은 관악구 행운동에 있는 고백길이었다. 필자가 살고있는 동네라서 눈이 번쩍뜨였다.
행운동의 본래 이름은 봉천 6동이었다. 오랫동안 달동네 이미지가 강했던 봉천 6동이 주민들의 요청으로 행운동으로 개명했다. 주민들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는 이름과는 달리 범죄발생비율이 높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1인 가구비율이 높고 여성가구가 특별히 많은데다가 낡고 후미진 골목엔 사각지대가 많기 때문이었다. 이후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분위기를 밝게 바꿔보자는 의견을 내고 인근 아티스트들이 적극 참여해 고백이라는 테마의 낭만적인 골목길이 만들어졌다. 이제 행운동 고백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널리 알려져 이름처럼 예쁜 동네가 되었다.
고백길을 찾아가려면 서울대입구역 8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행운동 주민센터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오래된 동네 골목길이 나온다. 행운동 주민센터 맞은 편 언덕길을 시작으로 관악중학교까지 이어진 이 길에는 고백이라는 컨셉으로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좁고 후미진 골목길에서 만나는 귀엽고 화사한 벽화들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골목길 담이 캔버스로 바뀌고 거기에 아기자기한 그림이 그려지자 골목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서장훈과 이경규가 화해 포인트로 삼은 천사 날개 아래는 수줍은 고백을 하고자 하는 청춘들이 찾아온다. 700m 가량 이어진 고백길 지도가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요리 구불, 조리 구불 오래된 동네 골목길은 지도로 찾기 어렵다. 걷다가 길을 잃어도 발길 가는데로 걸어가면 어느 새 유쾌한 담장과 다시 만날 수 있다.
담장에 그려진 벽화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관악중학교 담벼락에 이른다. 여기에는 친구와의 우정을 표현해 놓은 그림들이 눈에 띄었다. 경사진 담을 따라 공중전화에 줄 선 아이들이나 종이컵 전화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언덕 높은 곳에 있던 학교를 다니던 옛날이 떠오르기도 했다.
고백이란 말이 연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부부나 친구, 가족 사이에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고백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쑥스럽고 부끄러워 쉽게 꺼내지 못하고 있다면, 이경규와 서장훈이 오해를 풀고 화해했던 천사 날개를 찾아보면 어떨까.
가까운 곳에 요즘 가장 핫한 샤로수길이 있으니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 앞에 놓고 이야기 나누는 건 덤이다.
집값이 오를까? 내릴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전문가들이 주택시장을 전망할 때는 어떤 재료와 근거로 이야기하는 것일까? 주택시장은 주택 공급 물량, 금리, 산업경기, 부동산 정책에 따라 변한다. 이 네 가지는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다. 여기에 수요자의 심리까지 더해져 주택시장의 모습과 흐름이 완성된다.
주택 수요와 공급 물량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까?
주택 수요는 실질소득과 관련된 구매력, 재개발·재건축사업 추진에 따른 이주수요, 전세에서 매매로의 전환수요 등이 해당된다. 주택 공급 물량은 건설인허가 실적, 신규 택지 공급, 지역개발재료 등에 따른 지역별 가격변동 가능성, 미분양 물량, 입주예정 물량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주택 수요와 공급 물량의 변화와 추이는, 수요의 증가가 있으면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의 증가가 있으면 가격이 하락하는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부동산시장을 예측하는 주요한 기준이다.
정부의 주택종합계획상 연간 적정 공급 물량 규모는 1980년대 말에는 약 50만 가구였고, 2000년대 이후는 약 40만 가구다. 20년 사이에 10만 가구가 줄었듯이 연간 적정 공급 물량은 대체로 줄어드는 추세다. 참고로 2017년 입주예정 물량은 65만 가구이고, 2018년에는 약 70만 가구로 보고 있다. 적정 공급 물량 기준보다 물량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 공급 과부족 여부는 지역별 수요자의 선호도 특성과 미분양 물량 누적 추이, 재건축으로 인한 멸실주택의 수 등에 따라 다소간 차이가 있다.
금리가 오르면 주택시장에 얼마만큼 영향을 줄까?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시장은 그만큼 침체된다. 금리가 오르는 만큼 부동산 임대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주택 구매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상승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금리 상승은 곧 국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택시장의 경우, 주택 매입가구 중 60% 이상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 0.5∼1%P 올라가면 주택 가격은 0.6% 하락 요인이 발생한다. 시중 은행금리가 3%P 오르면 대출받은 가계 28%가 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부담이 생긴다. 또한 임대수익을 위한 투자도 위축된다. 이처럼 금리 변화는 부동산시장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세금과 금융’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세제와 금융이다.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부채와 관련된 LTV(Loan To Value ratio)와 DTI(Debt To Income ratio) 규제, 전매제한 등 투기수요억제 정책, 대출 규제심사 강화, 공공임대주택공급 정책 등을 포함한다. 세금은 제도 변경과 시행에 시일이 걸리지만 금융 부문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정책적 처방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주택 공급 물량 조절도 일부 정부 정책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택지개발의 한계, 개발기간 등을 고려할 때 주택 공급은 단기처방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한편 부동산 건설경기와 산업경기는 상호 영향을 준다. 정부는 부동산 건설경기를 통해 산업경기 침체를 살리는 역할까지 감안한 안정적인 주택시장 유지, 국민복지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시장을 읽는 정확한 눈 필요
주택시장은 산업경기의 흐름에 의해 분위기가 잡히고 정부 정책으로 다듬고 조절해가는 양상이다. 정부가 빠르게 조치할 수 있는 것은 금융 부문이고 다음이 세금과 공급 물량 조절이다. 입지가 좋은 택지 공급과 재정 확보 및 배분 문제, 경기침체에 따른 구매력 감소는 한계가 분명하기에 정부 정책은 많은 고민과 숙제로 남는다. 또한 주택시장은 소득별 지역별로도 온도 차이가 크기에 이에 따른 세밀한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모든 것이 다시 정부의 여러 정책으로 나타난다. 산업경기는 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상승률, 유가변동 등 해외 경제환경, 실업률 등을 통해 알 수 있으며 산업경기의 흐름과 부동산시장의 흐름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시장은 산업경기의 흐름과 맥락을 같이한다. 과거에는 부동산시장을 산업경기의 뒤를 따르는 후행 시장으로 보았으나 지금은 거의 같이 움직이는 시장으로 이해한다. 현재의 부동산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경제 그 자체다. 경제가 죽으면 앞으로의 부동산시장도 활력을 잃을 확률이 높다.
한편 1인 가족의 증가와 핵가족화, 경기침체는 실속형 주택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용성이 높은 소형 고급형 주택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경제는 어려워도 주택에 대한 수요자의 눈높이는 더 올라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하나 생각해볼 요인이 교통 여건이다. 최근 수요자들은 환경보다는 교통이 좋은 주택을 선호한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환경 여건을 중시하고 불황일 때는 생활이 불편하지 않고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는 교통에 대한 중요도가 더 높아진다. 도심형 주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이유다.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부동산시장이 활황일 때는 환경 여건이 중시될 것이다. 환경 여건에 해당하는 것들은 용적률, 자연환경, 조망, 소음, 프라이버시 등이다. 경제형편이 좋아지고 여유가 생기면 자연적으로 환경이 주요 선택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시장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부동산시장을 읽는 정확한 눈이 필요하며 각자에게 맞는 맞춤식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 과거처럼 많은 사람들이 기계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해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다. 또한 자신이 갖고 있는 부동산도 종합진단해봐야 한다. 강한 것인지 약한 것인지 제대로 진단해 과감하게 구조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도 강한 것이 아름다운 시대다.
주택수요와 구매력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일까?
해설과 답 내 소득으로 내 집 마련이 쉬운지 어려운지를 알 수 있는 것을 주택구매력지수라고 하는데 국가 간 주택 가격 비교가 가능한 PIR(Price to Income Ratio)과 주택구입능력을 판단하는 HAI(House Affordability Index)가 있다. PIR은 연평균소득을 반영한 특정 지역 또는 국가 평균 수준의 주택을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이는 가구소득 수준을 반영해 주택 가격의 적정성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지수다. 예컨대 PIR이 10이라는 것은 10년 동안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두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의 경우 2016년 PIR은 그동안의 최고치인 9.0을 기록했다. HAI는 소득이 중간 정도인 가구가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 정도의 주택을 구입한다고 가정할 때, 현재 소득으로 대출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수다. HAI가 100보다 크면 중간 정도 소득을 가진 가구가 중간 가격 정도 주택을 무리 없이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HAI가 상승하면 주택구매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의 경우 2016년 HAI는 60.2로 조사됐다. 그만큼 서울에서는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얘기다.
LTV와 DTI는 무엇일까?
해설과 답 LTV는 Loan To Value ratio의 머리글자로 ‘주택담보대출비율’을 의미하며, DTI는 Debt To Income ratio의 머리글자로 ‘총부채상환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LTV가 70%라면 시가 5억원짜리 아파트는 최대 3억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반면에 DTI는 연간 총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과 기타 부채의 연간 이자 상환액을 합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LTV처럼 주택 가격에 비례해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얼마나 잘 갚을 수 있는지를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한다는 의미다. DTI 규제가 적용되면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어야 대출이 가능하고 소득이 많을수록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
과거 관심을 끌었던 아파트 공급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는?
해설과 답 과거 정부가 88서울올림픽 이후인 1980년대 말 부동산 투기가 극심해지자 ‘아파트 200만 호 공급계획’을 수립해 시행한 적이 있다. 당시 연간 적정 공급 물량은 50만 가구였다. 그 결과 2년여의 공사기간 이후 입주가 시작되면서 주택시장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관련 인력과 자재 부족으로 일부에서는 바닷모래를 사용해 공사를 감행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 김정렬(金淨烈) 한국일반행정사협회 전임교수
국내 최초로 부동산 전문가들로 네트워크를 구성, RE멤버스를 설립하고 부동산써브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자산신탁, 기업체, 금융기관 등에 부동산 자문을 꾸준히 하고 있다. 저서로는 , ,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