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의 실적과 주가가 힘을 잃은 모양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고 주가는 바닥을 찍었다. 다만 증권사들은 KT&G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유지했다. KT&G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중동향 수출 해결과제
KT&G 주가가 지난해 10월 이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9만3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최근 1년 사이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날 9만9500원보다 9200원이 빠진 금액이다.
또한 지난해 4분기 연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1조2007억 원, 영업이익은 4.6% 감소한 2518억 원을 기록했다. 지배주주 순이익은 기부금 증가와 환 관련 이익 감소로 8.7% 줄었다.
별도기준 매출액은 9.5% 증가한 7479억 원, 영업이익은 12.4% 늘어난 269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DB금융투자는 KT&G의 지난해 4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8.8% 상회했으나 연결 영업이익은 예상치를 15%가량 하회했다고 분석했다.
KT&G의 실적 부진은 한국인삼공사(KGC)의 판관비 투자가 지속되고 해외와 기타 연결법인 실적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내수 담배 시장 점유율은 상승한 반면 수출 담배 판매량이 줄어든 탓도 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부동산분양 매출을 빼면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이라며 “결국 수출부문이 회복되기 전까지 강한 이익 모멘텀이 발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KT&G의 가이던스를 종합해 보면 올해도 증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시장은 KT&G의 중장기적 성장 동력이다. 담배 해외법인과 신시장 수출은 호실적을 보이고 있으나 중동향 수출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최근 발표한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전자담배의 해외 시장 진출은 긍정적 방향성이라고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KT&G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는 기존 13만5000원에서 12만 원으로 11% 하향 조정했다. DB금융투자은 예상치를 하회하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반영해 올해 목표주가를 기존 13만3000원에서 12만2000원으로 8.3% 내렸다. 유안타증권도 ‘매수’를 유지했으나 목표주가는 11만3000원으로 7% 하향했다.
이노션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주가도 반응했다. 지난 4일 이노션 주가는 장중에 7만7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올해도 긍정적이다. 국내외 모든 지역에서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이에 증권사들은 저마다 이노션 매수 대응 전략을 추천한다.
◇시장 기대치 뛰어넘은 실적
이노션의 지난해 4분기 연결 매출총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1% 성장한 1528억 원, 영업이익은 17.7% 증가한 397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노션의 성장폭이 큰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예상을 넘은 본사의 실적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본사 매출총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4% 성장한 469억 원을 기록했는데, 계절적 성수기 효과가 더딘 상황에서도 그랜저페이스리프트와 KT 신차 출시 효과가 크게 반영됐다. 경쟁사의 실적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이노션의 국내 실적 반등은 고무적이다.
또 웰콤(Wellcom)의 실적이 한 달 먼저 조기 반영된 영향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웰콤의 실적 기여는 매출총이익 70억 원, 영업이익 8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며 “인력 충원과 인수 관련 비용 반영에도 외주용역비 감소와 비용 효율화로 인해 매출총이익 대비 영업이익률은 최근 2년간 가장 높은 수준인 26%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올 1분기부터 GV80를 시작으로 GV70, G80 등 계열 고객의 대규모 마케팅이 예정됐다. 넥슨, 한국야쿠르트 등의 광고주 영입으로 비계열 물량 증대까지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최근 제네시스 브랜드 주요 차종에 대한 판매 목표치가 대폭 상향 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점에서 선제적인 브랜드 마케팅은 필수적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노션의 올 1분기 연결 매출총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9% 증가한 1409억 원, 영업이익이 13.9% 늘어난 28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기다렸던 GV80 출시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고 해외 매출총이익은 29.3% 증가한 156억 원이 전망된다”며 “중국을 제외한 전 지역이 두자릿수 성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KB증권은 이노션이 올해 매출총이익 6233억 원, 영업이익 155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매출총이익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0.8%, 27.6% 늘어나며 가파른 성장을 내다봤다. KB증권은 이노션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9만4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화투자증권도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9만5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신한금융투자는 ‘매수’와 목표주가 10만 원을 유지했다. DB금융투자와 하이투자증권은 ‘매수’와 목표주가 9만5000원, 9만4000원을 각각 제시했다. 이노션 주가는 지난 4일 종가 기준 7만3300원이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가 장 초반 강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16일 오전 9시4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200원(1.44%) 오른 1만4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CJ헬로도 전 거래일 대비 390원(6.48%) 오른 6410원에 거래 중이다.
LG유플러스의 주가 상승은 지난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CJ헬로 경영권(50%+1주) 인수 ‘조건부 승인’을 받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LG유플러스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2위로 올라선다. 기존 유료방송 가입자(점유율 11.9%)에 CJ헬로(12.6%)를 더해 24.5%로 SK브로드밴드(14.3%)를 제치고 KT(31.1%)의 뒤를 잇는다.
부과된 조건은 △알뜰폰시장의 경쟁여건 개선 △홈쇼핑 계약 투명성 제고 △콘텐츠 투자 계획 마련 등으로 요약된다. 우려했던 알뜰폰 분리매각 조건은 부과되지 않았다.
남효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콘텐츠 소싱 및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협상력 강화, 마케팅비용 절감 등의 규모의 경제효과가 점차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디지털기술 발달이 노인의 사회적 참여와 다양한 권리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원장 임홍재)와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한국사무소(대표 크리시티안 탁스)는 26일 서머셋 팰리스 서울에서 ‘디지털 전환이 고령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두 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어 디지털 전환이 노인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인권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한국과 유럽의 우수사례를 살펴보았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임정근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디지털 리터러시와 노인인권'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김형수 한국 시니어비즈니스학회 회장은 '디지털 복지과학기술과 노인 인권증진'을 주제로 발제했다. 쟈니나 슈틸 독일 노인단체전국연합회 연구원은 '디지털 사회에서의 고령층을 위한 교육과 관련한 정책'을 소개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개발연구원 김인숙 초빙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아 ‘노인 친화적 기술의 모범사례’를 공유했다. 독일에서 온 클라우스 니더랜더 국장은 '고령층 삶의 증진을 위한 디지털 기술'을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장윤형 KT 차장은 국내 치매 극복을 위한 KT의 'ICT 뇌활력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임홍재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원장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노인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노인인권 관점에서 조망해본 좋은 기회였다"며, “앞으로도 노인의 삶 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애석한 사실 하나 귀띔하고 그의 귀농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귀농 7년 차. 농사도 살림도 어언 자리 잡힐 만한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문기운(60) 씨는 아직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자나 깨나 진땀을 흘리는 것 같다. 화살을 쏘았으나 여태 과녁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속사정을 모르는 남들은 일쑤 ‘귀농우수사례’로 치지만, 사실은 실패 사례에 가깝다는 게 아닌가.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사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세월이 줄레줄레 길어진다면? 안간힘을 다했으나 자꾸 스텝이 꼬인다면? 기세가 꺾일 수 있다.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던 초심의 열정이 얼어붙을 수 있다. 그러나 문기운 씨는 고난을 차라리 디딤돌 삼아 맥락을 잡아간다. 심술궂은 운명아, 넌 그래라, 난 내 길 간다! 그런 태세로. 고난과 정면으로 독대해 희망의 불씨를 지속하는 일. 인생의 요점을, 그는 그리 생각하는 것 같다.
시골에서 누리는 ‘인생 2막’. 도시생활의 중압과 불쾌로부터 벗어나 경치 좋은 산골에서 한가하게 노니는 일은 얼마나 평화로운가. 오전엔 운동 삼아 약간의 노동을 하고, 오후엔 책을 읽는다. 밤이면 두릿두릿 돋아나는 별들과 교신하며 영속하는 가치를 생각한다. 이런 삶, 그 무엇보다 이상적이지 않을까. 그러나 문기운 씨는 그런 식의 삶에 들뜬 적이 없다. 그는 사업에서 명퇴를 했다. 그러나 사업적 욕망까지 명퇴하진 않았다. 그는 산촌을, 농촌을 매력적인 사업장으로 판단했다. 농업 경영인으로 도약해 생의 후반을 흥미진진하게 돋우겠다는 야심. 그게 귀농을 선동했다.
“흔히 은퇴 이후엔 격렬한 삶과 멀어집니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휴식을 추구하는 것이죠. 저는 생각이 달랐어요. 은퇴를 계기로 또 하나의 격렬한 삶 속으로 뛰어드는 게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길이라 봤지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직업을 잡아 나를 새롭게 확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어요. 그 방편으로 귀농을 택한 건, 농사가 지닌 사업적 가망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직격탄 맞은 조경수 사업
그는 KT 출신이다. 줄곧 KT에 근속하다 자회사를 창업, 6년간 대표이사로 일한 뒤 퇴직했다. 마음은 일찌감치 산골로 먼저 이주해 그를 열렬히 호명했던 모양이다. 퇴직을 한 바로 그날, 잽싸게 짐을 싸 귀농을 했다는 게 아닌가. 이전에 미리 사두었던 이곳 홍천의 산골짝 터전으로 부리나케 달려왔던 것. 매봉산 자락 해발 780m 고지에 있는 터전의 규모는 조경수 농장 2만 평을 포함, 총 4만 평. 광활한 터이니 광폭의 행보를 예감하며 기꺼웠을 게다. 새 삶의 기획자인 자기 자신에게 진정 새로운 삶을 선사할 기회가 도래했다는 확신으로 설레었을 테고.
“사실 귀농은 오래된 계획이었어요. 도시보다 시골이 좋았고, 농사가 제 적성에 부합한다고 봤으니까. 일테면, 제가 흙냄새 좋아하고, 몸 쓰기를 좋아해요. 게다가 땅이 지닌 생산성에 호감을 느껴 나름대로 농업 연구도 해왔죠. 그러하니 지당한 귀농이었다는 거.”
“부인께선 찬동했고?”
“찬동까지는 아니었지만 반대하지도 않았어요. 부부이니까 당연히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도시생활에 지친 남편을 조용히 응원하는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시골생활에 닻을 내리기까진 시간이 걸렸어요. 이모저모 버거운 경험을 하며 아내가 한동안 마음고생 좀 했습니다.”
“농사의 사업적 가망성에 착안한 건 어떤 근거에 의해서였죠?”
“조경수 농업이 매우 유망하다 봤던 겁니다. 제가 농장을 사들인 10여 년 전엔 나무시장이 생동했어요. 남북경협이 기폭제였죠. 산림 황폐화가 심각한 북한으로 막대한 물량의 나무들이 보내졌으니까. 당시 국내 과실수 묘목의 40%가 북한으로 넘어갈 정도였지요. 그 매우 긍정적인 상황에 착안하고 나무 농장을 사들였던 겁니다.”
“천안함 사건의 여파로 2010년, 남북경협이 중단됐어요. 상황이 돌변했겠군요. 호재가 사라지고 악재가 덮쳤으니.”
“예상하지 못한 일이 순간에 벌어진 거죠. 직격탄을 맞았다 할까, 국내 조경사업 자체가 냉각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더라고요. 게다가 이 사업이 원래 건축 경기하고도 맞물려 있는데 건축 바람마저 가라앉아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어요.”
시퍼런 꿈과 야심이 실린 그의 ‘무네미농장’엔 주목과 소나무를 주종으로 한 조경수들 1만5000그루가 자라고 있다. 농장 사위엔 초목들이 비밀 회합을 하는 숲의 연쇄. 가을이 붓을 들어 서서히 주황을 칠할 테지. 그러나 10월 초의 숲은 여전히 초록을 토하는 재미에 심취해 있다. 저 기고만장한 풍경의 기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이 환하게 밝아질 것만 같은 낙토(樂土)라 말 못할 게 없는 가경이다. 그러나 문기운 씨는 풍경에 별 관심 없다. 오나가나 경치를 즐겨 일상에 흥을 부여하는 취향의 소유자가 아니거니와, 한가하게 자연에 눈 돌릴 때가 아니라 보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사업상의 활로를 찾아야만 하는 현실이지 아니한가.
“자연도 일상이 되면 무료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 자연보다는 노동이지요. 기질이나 체질이 그래요. 물론 노동 자체가 목적일 리는 없죠. 수단일 뿐이니까. 사실 귀농 준비부터 소홀했던 것 같아요. 따라서 뜻대로 사업이 진척되지 않았지만 이게 다 성과가 발생하기 직전의 과정이거니, 그런 생각으로 최선을 다합니다.”
새로 태어난 ‘무네미농장’
그는 어쩌다 귀농한 사람이 아니다. 과거를 답습하지 않는 새로운 삶을 농사로 구현하겠다는 또렷한 목적을 가지고 이 후미진 산속에 들어왔다. 모든 기량과 경험과 뚝심을 쏟아 농업 경영인으로 부상하겠다는 신념을 스스로 훼손하지 않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 붓고 있다. 조경수로 쓴맛을 봤지만 쓴맛 안엔 보약이 들어 있는 법. 그는 혼선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콘셉트를 고안했다. 다목적 관광농원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간 것. 현재 그의 농원에선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갖가지 나물을 재배해 가공 판매를 하며, 수영장이 있는 2층짜리 게스트하우스를 지어 휴양객들을 불러들인다. 농사 체험, 별보기 체험, 계곡 트레킹, 잔디밭 웨딩, 동아리 워크숍 등등 각종 프로그램과 시설물들을 구비해뒀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 그간의 총 투자비용이 30억 원 이상이란다.
“투자금은 자체 조달했어요. 가지고 있던 부동산과 동산을 정리해 확보한 자산이었죠. 만약에 자산이 부족했다면, 부채를 얻어 썼다면, 이미 망가졌겠죠.”
“귀농지의 특산 작물을 재배하는 게 귀농 성공의 한 가지 비결이라고들 합니다. 이 지역은 고랭지 배추의 주산지로 고소득을 올리는 농가가 많다고 알려졌고요. 배추 농사엔 관심 없었을까?”
“고랭지 채소 농사로 고소득이 가능한 건 분명합니다. 이 마을 배추 농가들이 보통 연평균 1억 원쯤의 매출에 순소득 5000만 원 정도를 기록하더군요. 홍천군 전체 농가 평균 매출 500만 원에 비하면 압도적인 금액이죠. 저는 조경수 외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설령 배추 농사에 뛰어들었다 해도 실패했을 수 있죠.”
“왜죠? 불굴의 투지. 당신에게선 그런 게 엿보이는데.”
“직장생활만 했던 사람이잖아요. 내 안엔 뛰어난 적응력이 있다, 그런 착각 속에 귀농을 했어요. 알고 보면 등신이라는 거.(웃음) 고랭지 채소 농부들, 이분들 참 대단합니다. 고도의 집중력, 냉철한 상인정신, 생활상의 모든 움직임이 이윤과 관련돼 돌아가더라고요.”
그도 한동안 농사에 주력했다. 조경수 사업의 부진을 보완하기 위해 엄나무, 마가목, 오미자 등 가장 일손이 적게 드는 작물들을 재배했다. 그러나 이 역시 헛수고. 소득이 되질 않더라는 거다. 무엇보다 유통 루트를 발굴하기가 어려웠다지. 그렇게 농사에서 다시 빙벽을 만났던 그는 이후 관광농원 조성에 전력투구, 근래에 근사한 복합 농원 구축을 완료했다. 그러나 수익구조는 여전히 불안하다. 해서, 지금도 몇몇 나물류를 재배해 가공 판매한다. 이런 그가 농업을 바라보는 눈은 지극히 신중하다. 농사란 냉혈의 세계라는 인식에서겠지.
“귀농하려는 분에게, 부디 충분한 준비를 통해 농사 물정과 실력을 비축한 뒤 본격 농사에 뛰어들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거주 지역 특산물을 작목으로 선택하는 건 그나마 현명한 선택이라 말하고 싶고요. 유통망 개척의 수고를 덜 수 있고, 재배 기법을 공유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가장 좋은 건 농사를 아예 짓지 않는 겁니다.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니까. 특히 자연주의 농법은 100% 망합니다. 그 위험한 모험을 하겠다는 사람을 보면 저는 뜯어말려야겠죠.”
“이 농원은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데다 멋진 시설물들이 즐비해 호감을 자아내요. 그러나 시련은 여전한 거예요? 문제가 어디에 있죠?”
“홍보도 아직 미흡하지만, 상당히 외진 산기슭이라 가볍게 접근하기 어렵다고들 느끼는 것 같아요. 강원도 오지 특유의 구불구불한 언덕길이 길게 이어지니까. 그러나 낙관합니다. 특유의 농업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그래도 시퍼런 꿈 안고 달려가겠다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는 갈망과 갈증. 사람은 다들 그런 걸 속에 두고 산다. 하지만 선한 믿음이 있는 한, 게임은 차라리 스릴 있게 계속된다.
“사업 성취를 위해 몰두하다 보면 마음의 여유를 놓치기 쉽죠.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죠?”
“오락 삼아 기타를 치지만 사실 정서적 만족감을 가질 수 없다는 게 불만이에요. 자연 속에 살지만 자연과 가까워지진 않더라고요. 바람이 나무숲을 흔들 때나 계절이 바뀔 때 잠시 잠깐 자연의 존재를 느끼는 정도에 불과해요.”
“귀농했으나 도시를 향한 심한 향수에 젖어 사는 이들도 있더군요. 도시의 휘황한 야경이나 파도 같은 인파 속에 있을 때 오히려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게 사람이라는 사회적 동물이죠.”
“도시의 흥청거림, 텁텁한 공기, 생맥주집에서의 대화, 익명성이 주는 편안함, 이런 것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도대체 사람이 살 만한 곳은 도시일까, 자연일까? 이는 단정 짓기 어려운 문제예요.”
적막한 자연에 때로 외로운 심사를 느끼는 모양이다. 오랜 로망이었던 귀농을 위해 가차없는 질주로 산골에 들어왔지만, 만사가 술술 풀리기는커녕 착오와 장애로 점철된 시간들. 쓸쓸한 감회를 피할 수 있으랴. 인간관계의 헐거움과 얕음에서도 그는 시골생활의 애환을 느낀다.
“깊은 산골에 살다 보니 도시와 접촉하기 어렵고 읍 소재지조차 멀어 불편이 많더라고요. 무엇보다 교류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게 폐단이죠. 그저 마을 농부들과 농사 얘기를 나누는 정도니까. 의미 있는 소통에 관한 허기, 고립감, 공허감, 이런 게 달라붙는 겁니다.”
“다정한 벗 하나, 따뜻한 커피와 음악, 잘 익은 술 한 잔, 이런 게 곁에 있다면 안도할 만한 생활이겠죠. 특별한 이유 없는 행복감이 그런 것에서도 나오니까. 이건 너무 소박한가?”
“동호인들과 음악회도 열고, 저 나름대로 친선을 즐기는 면이 있긴 해요. 그러나 사실 여유시간이라는 게 없어요. 일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체질상 일을 안 하면 우울해지고 몸도 아프더라고요. 일종의 강박증도 있어요. 보람 있게 세상을 살아야 한다, 조금치의 시간 낭비도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그런 거. 그렇게 살지 않으면 사업을 성공시킬 수 없다는 생각 하나에 집중하며 사는 겁니다. 너무 속물적인가요?(웃음)”
속물 플러스 미물. 인간 안에 그런 성분을 집어넣어 디자인한 조물주의 계략에 누가 삿대질할 수 있으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사. 그러나 기어이 뜻을 이루려 발버둥치는 게 또한 인생사. 예외 없이 누구나 그렇듯, 그도 트랙 위에 선 경주마다. 앞으로 내달릴 수밖에 없는.
◇ 문기운 씨가 주는 귀농 Tip ◇
•경관만을 추구해 터를 구하지 마라. 나만의 왕국을 세울 듯이 외진 골짜기로 들어가 살다보면 외롭고 불편해진다. 그런 터는 농사에도 금물이다. 생산성이 낮은 비탈이기 십상이어서다. 약간 비싸더라도 반듯한 농지를 매입하자.
•강원도 고원지구로 귀농할 경우엔 고랭지 채소 농사가 유망하다. 제반 조건에 최적화된 작물이라 다른 농사보다 경제성이 높다. 그러나 투기성 다분한 재배 풍토를 유념해야 한다.
•허영과 허세에 찬 농사를 짓다가 파산하는 사례가 많다. 자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점검, 과욕 없는 규모를 설정하라. 천재지변이나 기상이변으로 흉작을 볼 수 있는 게 농사라는 인식도 철저해야 한다.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졸업.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천년 산행’, ‘암자에서 듣다’, ‘산골로 간 예술가’ 등의 저서가 있다.
‘2019 시니어 아지트’ 설문조사에서 즐겨 찾는 아지트가 없다고 응답한 이들(13.5%)에게 이유를 묻자 ‘장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37.5%)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각양각색의 문화공간과 맛집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정작 시니어를 위한 장소를 찾기란 쉽지 않다는 것. 비슷한 현상으로 각종 프로그램이 홍수처럼 넘쳐나지만 ‘요즘엔 볼 게 없다’는 게 중장년의 반응이다. 이러한 풍요 속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시니어만을 위한 ‘TV 속 아지트’가 생겨났다. 한 뼘 리모컨으로 손쉽게 넘나드는 아지트 ‘브라보라이프’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LG 유플러스
“애들이 출가하고 나니 그야말로 집이 내 아지트가 됐어요. 식구가 많을 때는 서로 리모컨 갖고 아옹다옹했는데 이제는 내 취향껏 TV를 볼 수 있어 편안합니다. 재미로 시간 때우느라 보는 것 같지만 건강은 물론이고 취미, 여행, 거기다 직업 정보까지 인터넷 검색 안 하고도 얻는 게 참 많아졌죠. 예전에는 TV를 바보상자라 하며 멀리했지만, 요즘은 TV 안 보면 바보가 되겠더라고요.(웃음)”
U+tv ‘브라보라이프’ 서비스 이용자 김재상(65) 씨의 이야기다. “몸과 마음이 편한 곳이 아지트”라고 말하는 그는 주로 집에서 쉬며 여가를 보내는 편이다. 실제 ‘2019 시니어 아지트’ 설문조사에서도 상당수 시니어가 아지트를 찾는 목적으로 ‘휴식(힐링)’(35.7%)을 꼽았다. 또 ‘2018 고령자 통계’(통계청 사회조사, 2017) 자료에서도 65세 이상 고령자의 주중 여가활동을 묻는 항목에 ‘TV시청’(91.4%)과 ‘휴식활동’(69.8%)’이라는 답변이 1, 2위를 차지했다. 즉 시니어의 경우 TV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여가와 휴식의 내용이 달라지며, 나아가 일상과 삶의 질까지 좌우되는 것으로 보인다.
5초 만에 찾아가는 나만의 공간
U+tv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브라보라이프’는 자체 제작한 독점 콘텐츠를 비롯해 건강, 취미, 여행 등 시니어 맞춤형 콘텐츠를 한곳에 모았다. 넘쳐나는 미디어의 홍수 속 중장년 세대가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선별해 카테고리별로 묶어 보여주는 방식이다. ‘브라보라이프’ 외 KT 올레tv ‘룰루낭만, SK브로드밴드 Btv ‘비바 시니어존’ 등도 유사한 서비스다. 이들 서비스 대부분은 리모컨 조작을 통해 손쉽게 이용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브라보라이프’의 경우 리모컨 홈(집 모양) 버튼을 눌러 해당 메뉴를 선택하면 곧바로 접속된다. 평소 3~4시간 정도는 TV 속 아지트인 ‘브라보라이프’에 머문다는 정옥자(가명·61) 씨는 이러한 서비스의 편리함에 만족을 드러냈다.
“우리 세대가 좋아하고 공감할 만한 프로그램을 항목별로 볼 수 있어 편리해요. 주로 예전 다큐멘터리를 다시 보고 있어요. 집에서 쉬더라도 효율적으로 보내고 싶은데 일일이 채널 돌려가며 찾을 필요 없으니 시간도 절약되고 뭘 볼까 하는 고민도 줄어들죠.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긴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세대는 화면이 큰 TV가 제일 편한 것 같아요.”
TV 속 아지트는 현실이 된다
화면 속 멋진 여행지나 맛집 등을 보면 그곳에 찾아가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또 건강한 삶을 사는 이들이 나오면 그 비법을 따라 해보기도 하고, 행복한 제2인생을 꾸린 동년배의 모습에 동기부여도 된다. 그렇게 TV 속 아지트는 집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바깥세상으로 끄집어내는 매개체 역할까지 한다. 정적이라 여겼던 TV 시청이 일상의 활력과 변화를 이끄는 셈이다. 여가를 채우는 재미뿐만 아니라 건강과 유익, 그리고 제2인생을 위한 알찬 정보까지 얻는 곳, 이만하면 가봄직 한 아지트 아닐까?
탁월한 기획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훌륭한 예언가이기도 했다. 그가 스마트폰 다음으로 스마트TV를 구상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일부에선 “컴퓨터와 모바일이 이토록 발달하고 있는데 TV라고? 사람들이 굳이 TV를 찾아보겠어?”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 의문을 비웃듯 그의 생각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전 세계의 많은 IT 업체들이 향후 매출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스마트TV 개발 기획과 전략을 제시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IPTV가 가입자가 이미1400만 명을 넘어서며 새로운 TV 포맷을 통한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IPTV, 앞으로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유료방송의 대명사인 케이블TV가 가입자 수 정체를 겪는 동안 IPTV는 2015년부터 2017년 말까지 무려 300만 명의 가입자를 더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 3월 13일에 발표된 방송통신위원회의 ‘2018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IPTV 가입자는 무려 1433만 명에 이른다. 이제 IPTV의 성공은 시대적으로 당연해 보인다.
시대가 선택한 IPTV
IPTV는 셋톱박스를 통해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하는 VOD(video on demand) 방식을 기본적인 특징으로 갖고 있다. 이는 과거보다 세밀한 소비자 맞춤형을 지향하는 시대의 필요에 걸맞은 방식이었으며 비디오테이프와 DVD 등의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그리고 TV 콘텐츠의 양방향성 시대를 열었다. 이제는 사실상 케이블TV 업체들도 IPTV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됨으로써 서로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간의 생활 패턴을 볼 때 모바일이 개인성을, PC가 업무성을 충족시킨다면 가족 모두를 한자리로 모을 수 있는 TV는 모바일과 PC가 보장할 수 없는 커뮤니티성을 만족시킨다. 이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흔들리는 현재에 가족의 가치를 찾아주는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또한 IPTV는 셋톱박스를 설치해 화질 강화 및 소비자 맞춤형 편집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TV의 고기능화를 지향함으로써 TV가 가진 홈서비스의 역량을 높였다. 인구 구조의 고연령화로 늘어난 시니어 세대는 모바일과 PC보다는 TV에 친숙함을 느끼기에 IPTV의 충성도 높은 소비자가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겹쳐져 IPTV의 성장은 가능했다.
IPTV ‘삼국지’
현재 국내 IPTV 시장은 크게 세 개의 브랜드로 나눌 수 있다. KT의 올레tv, SK브로드밴드의 Btv,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tv다. 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브랜드는 올레tv로 가입자 수가 8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다음으로 Btv와 유플러스tv가 경쟁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모바일 3사가 그대로 IPTV로도 옮겨온 모양새인데, 이는 IPTV가 인터넷 서비스가 기반이 되어야 가능한 시스템이기에 그렇다. 자연스럽게 모바일 무선망 서비스 연계까지 가능해진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모바일 업계 2위인 KT가 IPTV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특별해 보인다. KT의 IPTV 역사는 길게는 20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초창기에는 VOD 서비스만 하다가 2008년에 3사 중 국내 최초로 IPTV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0년부터는 군대에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업계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단 보급률 차이와는 별개로 콘텐츠의 양이나 메뉴 구성을 볼 때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곳은 없이 각 업체들이 상향평준화되어 비슷한 양태가 되고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현재 IPTV 업계는 다른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맹렬한 콘텐츠 확보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1400만 명이 넘는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는 것이 매체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시장은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면 과거에 비해 긴 유통기한으로 지속적인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치열해진 콘텐츠 확보 전쟁
그러나 양질의 콘텐츠를 원하는 대로 창출해내는 도깨비방망이는 없다. 한정된 시간과 예산이라는 문제로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 공급자와 제작자의 이러한 사정은 복잡한 관계를 만들어낸다. 각 업체가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면서도 잠재적 경쟁 관계에 있는 상대와 ‘적과의 동거’를 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의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인 넷플릭스는 막강한 콘텐츠 제작 역량, 엄청난 콘텐츠 수, 충성도 높은 유저들의 보유로 IPTV의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통신망이나 하드웨어 서비스를 갖지 못해 PC로는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TV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우선 케이블TV인 딜라이브, 헬로CJ와 콘텐츠 제공 제휴를 맺어 IPTV 업계를 압박하고, 이어서 IPTV 업체인 유플러스tv와도 손을 잡았다. IPTV 후발주자인 유플러스tv 입장에서는 부족한 콘텐츠를 채우고 넷플릭스의 인지도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손해 볼 게 없는 상황이다.
넷플릭스의 국내 방송 시장 장악을 우려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러한 협력 상황에 반발했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IPTV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기에 넷플릭스의 IPTV 진입은 큰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과거에 넷플릭스에 자사 제작 드라마를 공급한 적이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도 공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으로는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지상파 공동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는 중이다. IPTV 시장에서 적과 동지의 경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5G, IPTV의 도약을 꿈꾸게 하다
안방이나 거실에서 가장 오랜 시간 TV를 즐기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위한 서비스도 대폭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브라보라이프’, KT의 ‘룰루낭만’, SK브로드밴드의 ‘시니어클럽’은 모두 시니어를 위한 맞춤형 IPTV 서비스로 콘텐츠의 다변화를 통해 건강, 여행, 취미, 제2인생 등 관련 정보를 모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 서비스의 저변에는 은퇴 후 적극적으로 배움과 즐김을 향유하며 제2인생을 준비하려는 시니어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공략이 숨어 있다.
IPTV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이동통신기술 5세대에 속하는 5G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동통신기술이 0G에서부터 시작해 5G까지 오는 동안의 양상에 대해선 다양한 측면을 논할 수 있겠지만, 간단하게 보면 ‘더 빠르게, 더 넓게, 더 다양하게 전파가 가능하게끔’ 확장적이고 고성능적으로 통신이 발전했다고 보면 된다. 현재 그 최전선에 이른 5G 시대는 기존보다 다양한 통신기기 사용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자신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더 용이해지고 사회 전방위적으로 적용 가능한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IPTV는 셋톱박스를 더욱 고기능화, 다양화함으로써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 기존의 셋톱박스는 유선 케이블 연결로 이뤄졌으나 이제는 무선 셋톱박스로의 이행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KT는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AR쇼룸’ ‘나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IPTV 셋톱박스와 연동한 모바일 앱으로 홈쇼핑에서 방송하는 상품을 모바일과 TV 화면에 3D로 구현하는 실감형 콘텐츠다. SK는 셋톱박스에 클라우드 기술 적용을 통해 B2C(business to consumer)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존 PC를 클라우드 PC로 대체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는 무선으로 IPTV 서비스가 가능한 셋톱박스 일체형 단말기 ‘U+tv 프리’를 출시했으며 구글과의 기술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IPTV는 단순히 TV 기능의 향상, 콘텐츠 제공을 넘어 5G 시대를 맞아 다양한 디바이스들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산업을 선도하는 경제적 툴로 발전하는 중이다. 현재 가장 실적이 확실하게 나오며 급격히 성장하는 IPTV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기업들 간의 ‘왕좌 게임’은 향후 스마트홈 서비스에서 TV가 차지할 가치를 먼저 확보하기 위한 기술 헤게모니 다툼이기도 하다. 이미 1400만 명이라는, 그리고 곧 1500만 명이 될 막대한 숫자로 만들어진 도화지가 있다. 이제 여기에 5G라는 붓이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주목할 시점이다.
단 하루 만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숲해설가 활동에서 가장 자랑이었던 곳. 4년을 공들여 가꾼 곳이었는데, 비는 한순간 모든 것을 쓸어가 버렸다. 2011년 7월 28일. 최악의 집중호우로 손꼽히는 그날 하루 내린 비의 양은 301mm. 그 자리엔 그도 있었다. 사고가 좀 더 일찍 일어났다면 다른 18명의 희생자에 포함될 수도 있었다. 비폭탄은 그렇게 우면산 비탈과 그의 마음에 커다란 생채기를 냈다. 당시 우면산 자연생태공원 관리를 맡고 있던 서두문(徐斗文·74) 씨 이야기다.
“너무 무섭고 암담했죠. 4년간 애써 가꿔온 생태공원이 한순간에 사라졌으니까요. 게다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공황장애까지 왔어요. 한동안은 숲해설도 싫어져 멀리 했을 정도예요.”
비폭탄에 날아간 4년
서 씨가 우면산 자연생태공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것은 2007년. 기간직 근로자 신분이었지만 공원을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숲생태 해설 프로그램을 구성해 14명의 숲해설가들과 함께 자연체험교실을 진행하고, 공원 조경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공원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두꺼비 서식지가 있어 봄이면 뭍으로 떼 지어 기어나오는 모습이 장관이었고, 반딧불이 서식지를 조성하려고 먹이가 되는 다슬기도 뿌리며 정성을 들였는데, 산사태로 모든 것이 허사가 됐어요.”
그는 이후 접하게 된 호스피스 자원봉사 교육과 봉사활동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공황장애가 치유됐다고 털어놨다. 죽음 앞에 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죽음의 위기 때문에 얻게 된 무거운 병이 사라진 것이다.
물론 우면산 자연생태공원은 사고를 딛고 복구가 됐고, 두꺼비 서식처는 지난해 말 자연환경대상에서 서초구청에게 최우수상을 안겼다.
담배 품질관리에 평생 바쳐
서 씨는 원래 숲해설이나 생태공원과는 대극(對極)에 있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건강을 해친다며 외면받는 담배를 만드는 일이 그의 직업이었다.
“당시엔 전매청으로 불리었던 KT &G에 1970년 입사해서 2002년 6월에 신탄진 제조창 생산국장으로 퇴직했어요. 재직 중에는 담배 제조에 대한 품질관리 부문에 주로 종사했죠. 실무자 시절엔 신탄진, 광주, 수원 등 여러 지방 공장을 거쳤습니다. 퇴직 무렵엔 외산 담배 수입 자유화에 대항해 국산 담배 시장을 지키느라 애쓰기도 했죠.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청자, 사슴 등의 담배부터 제 손을 거쳐 갔습니다.”
담배가 제대로 제조됐는지 외관과 담배 맛을 점검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였기 때문에 흡연을 해야 했다. 애연가였던 그는 많을 땐 하루에 두 갑을 피웠었다고. 지금은 건강을 위해 금연한 상태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담배 맛을 점검하기 위해 피워보는 것을 ‘시끽(試喫)’이라고 해요. 시끽 담당 직원들이 전용 시끽실에 둘러앉아 담배를 피웠죠. 원칙상 담배의 외부 반출은 금지되어 있는데, 당시 담배는 고가의 기호품이라 더욱 엄격하게 관리됐습니다. 대신 업무를 위해 제조된 담배를 피우는 것은 허가돼 작은 기쁨이기도 했습니다.(웃음)”
지금은 담배도 흡연자도 사회적으로 배척당하는 분위기이지만 국내 담배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은 변치 않았다. 서 씨는 퇴직한 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담배의 수분이나 지름, 포장 재질 등을 줄줄이 꿰고 있다.
숲속 여행 기획자 꿈꿔
그러다 숲해설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에 개장한 서울숲이 계기가 됐다. 퇴직 후 잠시 공인중개사와 주례 일 등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뭔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었던 차에 서울숲 지킴이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서울숲 지킴이가 되기 위해 서울그린트러스트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았어요. 그렇게 서울숲 안내데스크에서 근무를 시작했죠. 그런데 하다 보니 덜컥 겁이 나는 거예요. 이 정도 얕은 지식으로 서울숲을 찾는 아이들을 가르쳐도 되나 싶었던 거죠. 안되겠다 싶어서 숲생태지도자협회에서 진행하는 숲해설사 양성과정에 등록해 제대로 공부를 했어요. 1년간 강사님들과 전국 숲을 누볐죠. 국립수목원이나 홍릉수목원, 물향기수목원 등은 안방처럼 드나들었죠.”
전남 함평 출신으로 자연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그는 숲해설사로서의 활동이 늘 즐거웠다고 이야기한다. 남들 앞에 나서 말하기를 좋아하는 그의 성격도 한몫했다. 회사에선 직원 교육도 하고, 한때는 주례 전문인으로 활동했을 정도다.
“숲에 대해 배울수록 신이 나요.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지고, 생태적 특성을 파악하고 나면 숲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되죠. 사람들에게 숲 해설을 할 때는 눈으로만 보지 말고 마음을 열고 숲을 받아들이라고 강조합니다.”
최근에 그는 새로운 것을 계획 중에 있다. 여행기획에 숲 해설을 더한 상품을 만드는 것. 최근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에서 주최한 ‘시니어 꿈꾸는 여행자 과정’ 1기로 참여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어릴 적 아빠 손을 잡고 수없이 캠핑을 다녔던 딸이 아버지를 위해 추천해서 참여했다.
“교육 과정이 끝난 후 숲 해설 경험과 여행자 과정에서 익힌 것을 바탕으로 여행 프로그램을 구성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어요. 다른 분들을 모시고 제가 기획하고 주도한 여행을 한다는 것이 뿌듯하고 벌써부터 설레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건강해지는 여행을 콘셉트로 잡았어요. 참가자들에게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며 노후에 도움이 되는 계기를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기회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많은 이에게 숲을 알리는 숲속여행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최근 일어난 KT 아현지사 화재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기간 통신망과 같은 주요 시설에 대한 사고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은 물론, 마치 물과 공기같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각종 인프라의 소중함도 일깨워줬다. 도시철도(지하철)도 빼놓을 수 없다. 매일 엄청난 인파의 발이 되어주는 도시철도는 우리 삶의 핏줄이자 생명선이다. 그 이면에는 구성원들의 노력이 있다. 부산에서 만난 이태현(李太鉉·62) 씨도 그들 중 한 명이다. 다른 구성원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정년퇴직 후에도 변함없이 부산의 도시철도를 지키고 있다는 것. 하지만 애정의 크기는 그대로다.
“1984년에 입사해 평생을 일했습니다. 부산직할시 지하철건설본부로 입사해 부산교통공단으로, 다시 부산교통공사로 바뀐 현재까지 함께했으니까요. 부산지하철 건설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참여했습니다. 건설에 필요한 토목, 건축, 설비 등 모든 과정을 꿰뚫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죠.”
당시의 명칭은 지하철이었다. 부산교통공사가 도시철도로 바꿔 부르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 그가 34년 일하는 동안 차량을 지칭하는 이름과 사명 모두가 바뀌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도시철도에 대한 그의 자부심이다.
부산 도시철도 혁신성 ‘자부’
“흔히 서울지하철을 따라 한 모조품 정도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바다를 메워 철로를 만들고 지형에 맞게 중형 전동차가 처음 도입된 곳이 부산입니다. 또 최초로 마그네틱 승차권을 사용한 곳도 부산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부산 도시철도는 부산 시민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고저의 차가 크고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때문에 도시철도 의존도는 상당하다. 매일 100만여 명이 이용한다. 이제 도시철도가 멈추면 부산의 교통도 함께 멈춘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정도가 됐다.
퇴직 후 계획 틀어지며 방황
2016년 6월,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도 정년퇴직을 맞이했다. 세월의 흐름은 거스를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정년퇴직을 앞둔 그의 계획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작은 가게를 차려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해보겠다는 평범한 꿈이었다.
“한식, 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땄어요. 작은 가게를 운영해볼까 하고요. 그러나 곧 회사만 다니던 내가 바깥의 삶을 잘 몰랐구나! 하고 깨닫게 됐죠. 제 전문성을 살려볼까 했지만 워낙 수요가 한정된 분야이다 보니 마땅치 않더라고요. 수십 장의 이력서를 냈는데 연락을 준 곳은 건축 현장밖에 없었어요. 다니다가 오히려 건강만 해칠 것 같은 곳이었어요. 차라리 음식점이나 차려볼까 고민하고 있을 때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알게 됐고 그곳에서 내가 처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죠.”
그러다 눈에 띈 것이 도시철도 보안관. 지난해 3월 공고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도시철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 집보다 훤히 꿰고 있었던 그였다.
물론 도시철도 보안관이라는 업무가 험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젊었을 때 태권도 3단 자격증을 딴 유단자 출신이라 사소한 물리적 접촉쯤은 겁나지 않았다.
자식 같은 삶의 터전 지키는 일 ‘행복’
도시철도 보안관은 열차와 역사 내 질서 유지를 담당하고, 안전저해 요소가 발생하면 초동조치와 함께 경찰 등 관계기관에 알리는 일을 한다. 업무의 특성상 경찰이나 공무원, 군인 출신의 지원자가 많다.
“도시철도 이용객들을 위한 모든 것들을 하죠. 잡상인이나 걸인 등의 활동을 제지하기도 하고, 최근 기승을 부리는 성추행, 몰카 범죄도 예방합니다. 또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의 문의에 응대도 해야 합니다.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민원이 많아요. 도시철도 보안관은 만능인이어야 합니다.”
사법권도 없는 입장에서 범죄자들과 맞서야 하고, 하루 8시간씩 격일로 근무해야 해서 주말도 따로 없다. 시급으로 계산되는 급여는 매월 100만 원 남짓. 그런데도 그가 도시철도 보안관 일을 하는 이유는 뭘까?
“위험한 상황이 많습니다. 취객이나 범죄자의 폭력에 노출되기도 하고요. 실제로 부상을 입는 일도 꽤 많습니다. 하지만 승객의 안전을 돕는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정년퇴직 후에도 도시철도를 떠나지 않고 일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중장년 구직자를 위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저도 정년퇴직 후 많이 막막했어요. 가야 할 곳 없어 이대로 삶이 마무리되나 싶기도 했고요. 중장년을 원하는 곳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도 구직을 포기하지 말고 묵묵히 나아가셨으면 합니다. 찾다 보면 반드시 새 인생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이 저물어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전방위적인 국방 개혁이다. 북한과의 관계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는 현재, 군대의 활용 또한 과거와는 다른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 속에서 국가보훈산업 또한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국가보훈과 사회발전을 위한 남다른 사명감으로 1994년 ㈜상훈유통을 창업한 후 24년 동안 지속성장을 실현하며 선진유통 전문기업으로 발전시킨 이현옥 회장이 올해 팔순을 맞았다. 지난 20여 년에 걸친 보훈산업의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를 만나 기업의 성공 스토리와 경영 철학에 대한 소신을 들어봤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창업’일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러시가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되고,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청년층의 취업 실패가 누적되면서 모든 세대가 너도나도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창업 후 3년 이상 존속하는 기업의 수는 매우 적다. 또한 현상 유지 수준을 넘어 지속성장을 이루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1994년 상훈유통을 창업해 고용 창출과 국가 세수 증대에 기여하며 24년 동안 꾸준한 성장을 실현한 이현옥 회장은 자신의 업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인 1939년에 태어나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기를 보내고 인생 말년에 이르러 거대한 전환기의 기업 오너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있는 그는 창업을 생각하는 많은 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무모한 도전, 과감한 결단
“창업하기 전까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20여 년간 재직하며 국가 유공자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추진했는데, 정부의 보훈복지 예산과 사회적 관심 부족 등으로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특히 다수의 국가 유공자가 정부 복지지원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 늘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을 위해 개인적으로라도 무언가 도움을 드릴 만한 일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마침 기회가 주어져 KT&G 연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이 회장은 사업 초기에는 자본이 부족해 살고 있던 아파트까지 처분했다고 한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모두가 말렸다. 그러나 이 회장은 보훈공단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 신뢰기반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실패할지라도 국가와 사회를 위한 뜻 있는 결단이었던 만큼 큰 후회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것이 현재의 강소기업 상훈유통이라는 보답으로 드러난 셈이다.
20여 년간 보훈단체에서 공직생활을 한 이 회장은 상훈유통을 세울 때 국가보훈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정하고 일을 진행했다. 상훈유통은 SOFA (Status of Forces Agreement) 면세품 양도 양수 사업, 한국인삼공사 정관장 홍삼 제품 및 홍삼 음료 판매 사업 등을 갖고 있으며 상훈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전문가를 넘어 멀티 플레이어가 되라
이 회장은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멀티 플레이어’가 되라고 조언한다. 전문가 역량만으로는 기업을 이끌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업이란 본질적으로 수익 창출을 위한 조직입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마도 수익을 창출하는 일, 즉 돈을 버는 일일 것입니다. 경영자는 이 어려운 일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야만 하는 사람입니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자신이 맡은 일 한 가지만 잘해도 조직에서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지만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남다른 비즈니스 감각과 리더십, 통찰력, 판단력을 지녀야 함은 물론 생산, 영업, 관리, 고객업무 등 기업 활동의 전 분야를 폭넓게 알고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성공을 거두기 어렵습니다.”
그는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비결이란 “결국 고객이 필요로 하는 좋은 제품을 편리한 시스템을 통해 적정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신뢰’라는 가치덕목 또한 강조했다. 기업이 고객들에게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이라는 신뢰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기본 중의 기본에 대한 이야기들이지만 이 기본을 지키는 게 어려운 세상이다. 특히 보훈산업이라는 보수적인 분야에서 이러한 기본 가치들은 다른 산업보다 더 강조되고 지켜져야 한다.
돌발적인 외부 위기를 이겨내는 맷집
물론 상훈유통을 경영하면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관리 가능한 내부 요인보다는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치명적인 외부 요인이 기업의 미래를 위태롭게 만든다. 현재 세계 경제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의 장기화로 그야말로 시계 제로의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돌발 상황을 견뎌낼 수 있는 맷집이야말로 기업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닐까. 이 회장이 그 어려운 길을 돌파한 것 또한 군인 정신을 연상하게 하는 맷집이었다. 베트남전에서 하사로 참전했던 그의 경력도 무관치 않아 보였다.
“창업 후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관련 정책과 제도 등의 변화로 몇 차례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외부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을 때 이를 어떠한 노력과 방법을 통해 타개, 극복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입니다. 제 경우에는 그때마다 고객과 직원들, 평소 성원해주신 주변 분들을 생각하며 이들에게만큼은 절대 실망을 주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그리고 이분들의 기대와 성원에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는 각오로 어려움을 참고 이겨냈습니다.”
군 관련 사업을 하는 만큼 정치적 부침에 따른 위기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몇 해 전에는 비즈니스와 관련해 모 기관에서 불거진 사건 때문에 자택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조사관들 때문에 가족들이 놀랐음은 당연했다. 그러나 놀란 것은 조사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집안 살림이 너무 검소했고 조사를 거듭해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서 조사관들이 오히려 당황했던 것이다.
기업은 내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
온갖 어려움들을 견뎌내며 아직 현역으로 상훈유통을 진두지휘하는 이 회장은 무조건 기업 규모를 크게 키우는 일은 지양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래 상훈유통의 청사진이기도 하다.
“대기업이기보다는 오히려 강소기업, 또는 내실 있는 중견기업이 더 좋은 점이 많습니다. 특히 저는 상훈유통이 일본이나 유럽 기업들처럼 후세에까지 기업의 전통과 문화가 길이 이어지는 장인기업, 장수기업이 되길 원합니다. 그래서 무리한 욕심을 경계, 절제하면서 내실경영, 안정경영 위주의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이 바라는 상훈유통의 미래는 내실과 안정 기반을 갖춘 수성(守成)의 역사다. 사업 프로세스의 지속적 혁신, 전문 인재의 양성, 시장 및 고객다각화 등 가진 것을 전제로 차분하게 길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그의 생각은 사회를 향한 기여로도 이어지고 있다.
나눔을 통해 더불어 느끼는 행복
상훈유통의 시작이 국가 유공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세워진 만큼, 이 회장은 그동안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12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사회에 내놓은 이 회장은 자신의 막대한 기부활동에 대해 분명한 논리를 밝혔다.
“혹자는 기업의 사회적 기여 역할에 대해 ‘결과적 기여’, 즉 기업이 지속적인 사업으로 고용과 세수 증대 등에 기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에 더해 ‘의도적 기여’ 역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 기여만으로는 그 파급 효과가 느리고 수혜 범위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장은 사회 각계에 대한 자신의 꾸준한 기부는 특별히 좋은 일을 한다기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의무라 생각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기업은 개인의 소유가 아닙니다. 기업이 추구해 달성하는 수익은 결국 사회로부터 창출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눔과 상생의 철학으로 사업 수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로 환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이를 어떤 방식으로 어느 분야에 환원할 것인가는 기업인들 각자가 판단할 몫입니다. 제 경우에는 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국가 유공자분들께 도움을 드리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이 분야의 지원활동을 꾸준히 실천해왔습니다.”
인재 놓치지 말 것
그는 팔순의 나이이지만 회사의 미래를 위한 성장동력을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이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사내 인재 양성이다. 이를 위해 상훈유통은 ‘공익 가치를 창출하는 선진유통 전문기업’이라는 비전을 정립했다.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인재는 이 비전에 기준해 선정되고 육성될 예정이다. 또한 미래 인재의 육성과 함께 회사 초창기에 입사해 아직까지 근무하는 장기근속 직원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평소 충효사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회장은 가족애와 효의 모범을 보인직원들에게 특별휴가와 가족여행 전액을 지원하는 등 효 사상의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또 신의를 중시해 한 번 인연을 맺은 사람과는 끝까지 교류를 이어간다. 일자리가 없는 사람에게는 알맞은 직장을 소개해주고, 결혼을 못한 사람에게 중매를 서고, 고충이 많은 사람 이야기에 귀를 내어주는 등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선뜻 나서서 기어이 해줘야만 마음이 편안해진다. 천성적으로 정이 참 많은 사람이다.
주변에서는 이 회장이 아무도 모르게 사람들을 도와주고 한결같은 자세로 보훈정신을 되새기고 받들어온 CEO라고 입을 모은다.
팔순의 나이에도 검은 머리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이 회장은 칠순에 골프를 시작할 정도로 그야말로 만년 청춘이다.
“바빠봐, 바쁘다 보면 늙을 시간도 없어요. 가는데 순서없고 빈손으로 다 가는거지. 일을 계속해야 늙지 않아요.”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올곧은 마인드가 우리 독자들에도 훈훈한 미담이 되길 바라면서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 회장께 올해가 가기 전에 뜨끈한 생태찌개 한 그릇 대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