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 마을을 지나 언덕을 오르자 이내 숲속이다. 밋밋한 야산이지만 솔이 지천이라 푸르다. 길 오른편으로는 얼어붙은 도랑이 이어진다. 그러다 순식간에 풍경이 바뀐다. 옹골차고 미끈한 바위들이 계곡을 채운 게 아닌가. 송암폭포 일원이다. 바위 벼랑에도, 소(沼)에도 얼음장이 두꺼워 고적한 정취를 자아낸다. 해빙이 되고 봄비 내리면 물은 날듯이 활개를 치리라. 소쿠라지는 폭포 소리로 후련하리라. 기차게 변전하는 산중의 사계를 두고 딴 데에 원림(園林)을 둘까보냐. 고릿적 선비들은 산을 좋아해 산에서 노닐기를 관습으로 삼았다.
작디작은 별서를 만든 건 여기가 허허롭게 사는 이의 피안이란 뜻인가. 만휴정(晩休亭)은 계곡 옆 둔덕에 마냥 소탈한 품새로 들어앉아 있다. 있으나 없는 것처럼 티끌 없이 고요하다. 정갈한 고로(古老)의 반쯤 감긴 눈매처럼 그저 잠잠하다. 세상과 동떨어진 정적과 고독이 짙어 가슴으로 스며드는 풍경이다. 초목이 길차게 우거졌으나 서늘한 겨울 숲엔 새소리도 그쳤다. 부질없이 번잡한 건 사람의 속기일 뿐. 여기에서 속세의 먼지를 털어냄직하다. 조선 전기의 문신 보백당 김계행(金係行, 1431~1517)이 만년을 누린 원림이다.
원림에도 유형에 차이가 있고 투자에 격차가 있다. 은근한 치레로 슬쩍 자랑하는 원림이 있는가 하면, 담박한 성정을 담은 정자 하나로 할 말 다하는 원림이 있다. 만휴정은 후자의 전형이다. 몇몇 선과 면으로 조촐하게 그린 먹그림을 닮았으니. 그러나 성정의 경향만 좇아 지었으랴. 주변 산천의 형세와 스케일을 가늠하는 심미안 역시 건축의 주춧돌로 쓰였다. 자연 풍광이 제법 빼어나니 덧칠이야 허세로 여겼을 테고, 비좁아 옹색한 골에 큼직한 원림을 꾸릴 수는 없는 일이라 순리를 따랐다.
계곡 위로는 다리가 놓여 있다. 만휴정 출입문과 곧장 이어지는 다리로 후대에 가설했다. 세 뼘 남짓한 비좁은 다리지만 광폭의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요리에 견주자면 애피타이저? 풍경을 보는 눈에 포인트가 담기며 구미를 촉발하기 때문이다. 저 위편으로는 입이 떡 벌어지도록 널찍한 너럭바위가 보인다. 이 거대한 바위의 위용으로 숲도 덩달아 묵직한 위엄을 머금는다. 만휴정이 피안이라면, 다리를 건너는 일은 속세와 결별하는 여정인가. 그러고 보면 단아해서 아름답고 고요해서 심원한 만휴정의 모습을 선계의 기척이라고 말 못 할 것도 없겠다.
홑처마에 팔작지붕을 얹은 만휴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이루어졌다. 초창 이래 중수와 보수가 거듭됐으나 조선 후기의 건축 양식이 일부 남아 있다. 전면 전체를 개방해 툇마루로 처리한 대목은 흔치 않은 양식이라더라. 누각의 3면을 두른 계자각 난간과 창방 위에 올린 연꽃 화반의 조각에도 공들인 흔적이 완연하다. 아무려나 곱상하게 잘 늙은 집이다. 산야에 피고 지는 꽃들, 산 위로 모이는 별들, 계곡으로 흐르는 달빛을 다 볼 수 있으니 덧없는 세상이야 까먹은 셈치고 숨어 살기 좋은 집이다.
김계행이 이곳에 머물기 시작한 건 일흔 살에 접어든 때였다. 넌더리 나는 벼슬을 버리고 낙향, 장인인 남상치의 별서였던 쌍청헌(雙淸軒)의 옛터에 만휴정을 조성하고서였다. 김계행은 명민한 재목이었으나 이채롭게도 50세에 이르러서야 식년시에 붙어 벼슬살이를 시작했다. 벼슬에 나아가기 전의 긴 세월을 주로 ‘열공 모드’로 정진했다. 따라서 학문이면 학문, 수신(修身)이면 수신, 어느 면에서든 그를 능가할 이가 드물었다. 점필재 김종직과 함께 영남 유림을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이지 않은가. 처신은 칼칼하고 운신은 꼿꼿해 조정에 대고 쏘아붙인 직언도 잦았다. 배울 만큼 배운 자가 지닌 투명한 정신의 발현이었다. 그랬으니 치고 들어오는 ‘안티’와 잠정적인 침몰도 필연이라 부침이 자심했다.
김계행의 인품을 짐작케 하는 일화가 있다. 젊었던 날의 그에게 집안의 장조카로 궁궐의 실력자였던 학조대사가 찾아왔다. 학조는 김계행에게 왕실에 줄을 대줄 테니 중앙 관직으로 나아가라 했다. 이에 격분한 김계행이 학조의 종아리에 피가 나도록 회초리로 후려쳤다. “청탁으로 벼슬을 살라고? 우리 집안의 정신이 겨우 그 정도더냐?” 이렇게 딱 부러지는 기개로 청정했으니 미혹이 침범할 틈이 없었을 테다.
“우리 집엔 보물이라곤 없지만, 오직 청백(淸白)만이 보물이다.” 이는 김계행이 일찍부터 게송처럼 읊조린 삶의 나침반이었다. 그를 청백리의 표상으로 보는 사람도 많았던 걸 보면 언행일치에 차질이 없었던가 보다. 이쯤에서 만휴정의 저 화장기 없는 매무새의 행간을 다시 읽게 된다. ‘청백’의 개결한 심지로 안분지족한 자연옹(自然翁)의 뜻을. 은자는 무욕으로 세상과 세월의 속박에서 벗어난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무시무시한 무적함대다.
답사 Tip
경북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에 있다. 만휴정에서 북동쪽으로 약 1km 떨어진 곳에는 묵계종택이 있다. 김계행이 살았던 고택으로 한옥 체험 숙박을 할 수 있으며, 종택 옆엔 묵계서원도 있다.
최근 인문학이 대세다. ◯◯인문학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따라서 유행이다. 그런데 성만 한 인문학이 또 있을까?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고, 사랑을 나누고, 종족을 남기고, 늙고 죽어가는 이야기는 다 성에 있다. 성을 한자로는 ‘性’이라 표기하는데 어찌 이렇게 적확한 표현을 찾았는지 놀랍기까지 하다. 성은 그 사람의 본성을 뜻한다. ‘배정원의 성 인문학’은 역사, 예술, 사회 등 사람이 만들어가는 문화 속에서 성을 재미있게 풀어볼 것이다.
성 인문학 첫 칼럼을 시작하면서 가져온 텍스트는 ‘사시장춘’(四時長春)이다! 굳이 풀이하자면 ‘사철, 언제나 봄빛 같아라’는 염원이 담긴 한국 춘화다.
춘화, 특히 섹스 장면을 그린 그림은 선사시대에도 있었다. 바위에, 벽에, 종이에, 천에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다. 서양의 데카르트 이후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강조돼왔고 성의 암흑기 같은 중세를 거쳐왔지만, 종의 번식이 가장 중요한 생물로서의 인간에게서 ‘섹스’에 대한 관심이 식을 가능성은 결코 없다.
고려 때까지 그나마 성에 있어서 자유로웠다는 우리나라는 조선조에 이르러 성리학의 강력한 영향으로 성에 대해서도 빗장을 잠그기 시작했다. 조선조 중기에서 후기로 갈수록 금기가 많아졌고, 쉬쉬하게 되었지만, 추운 겨울 두텁고 완강한 얼음장 밑에서도 도도히 강물이 흐르듯 성은 그렇게 잠긴 자물쇠 구멍 속에서도 요동을 쳤다. 고려 말의 성적 일탈과 문란함 때문에 조선조는 분명한 선긋기를 했다. 신왕조의 기강을 세우기 위해 성에 대해 더욱 엄격했다는 해석도 있다.
고려 이전의 춘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신라의 토우나, 유적 터에서 간간이 발견되는 음경 모형 등의 성물(性物)로 인해 우리는 그 시대의 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성은 본능이라 억누를수록 일탈과 변태가 많아진다. 그래서 성을 금기로 하는 나라와 시대일수록 더 문란한 성 문화가 기승을 부렸다. 우리나라 조선조의 춘화는 김홍도의 ‘운우도첩’(雲雨圖帖), 신윤복의 ‘건곤일회도첩’(乾坤一會圖帖), 최우석의 ‘운우도화첩’(雲雨圖畵帖)이 유명하고 많이 유통되었다.
조선조 후기에 성 장면이 많이 그려지고 유통되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의 춘화가 명나라 말기부터 청나라까지, 그리고 일본의 경우 에도시대에 유행한 것과 같이 당시 경제적 성장으로 중산층이 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한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분위기가 한몫했다는 해석이 많다.
또 성기에 대한 페티시즘을 추리할 정도로 성기를 과장되게 그리는 일본이나, 성교의 기교적인 행위를 많이 그렸던 중국과 달리 조선의 춘화는 문인화적 요소가 강하다는 특색이 있다. 그림에 성교 장면이 구체적이고 노골적이기보다는 당시의 풍속화 영향으로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표현이 많았다. 그림 하나에 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유추하고 해석할 여지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다.
어쨌든 ‘사시장춘’은 조선조의 유명한 혜원 신윤복이 그렸다는 그림이다. 춘화라기엔 약해 보이는, 그러나 자세히 볼수록 ‘그보다 야할 수 없는’ 그림이라 더 흥미롭다. 어떤 이는 국가의 도화원에 소속된 ‘나라 화가’ 신윤복이 이런 그림을 그렸을 리 없다고 하지만, 사대부들의 비밀스런 부탁을 받고 그렸을 수도 있고, 신윤복 개인의 관심과 욕구로부터 비롯된 그림일지도 모른다.
혹은 신윤복에게 그림을 배운 이들이 그의 화법을 흉내 내어 그렸는지도 모른다. 혜원의 낙관이 찍힌 그림이 많은 것을 보면 직접 그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이가 사람들의 가장 재미있는 일상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여종이 들려주는 방 안 ‘사정’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보자. 그림 속에는 한 어린 여종이 엉거주춤 서 있다. 술과 안주가 차려진 주안상을 들고 서 있는 소녀는 들어가는 중이 아니라 멈춰 서 있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서 있는 모습이 안쓰럽고 우습다.
소녀가 들어가려던 방 앞 툇마루에는 두 벌의 비단 신발이 놓여 있는데, 가지런히 벗어놓은 분홍색 여자 신발 옆에 급히 벗어젖힌 듯한 남자의 신발이 흐트러져 있다. 무척 급하게 들어간 모양이다.
소녀가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방 안에서 들리는 어떤 기척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미 일을 시작한 듯싶다. 혹은 “아이… 으으 아아…” 교성이 난무하는 중이었다면 여종은 당황스러웠으리라. 호젓한 느낌의 방은 술집이거나 기방은 아닌 듯하다.
그리고 단아한(?) 기둥 옆으로 뜬금없이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다. 계곡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여자의 은밀한 음부 같은 모습이다. 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면 방 안 여주인공의 상태를 짐작할 수가 있겠다. 또 왼쪽을 보니 싱싱하고 꼿꼿하게 하늘로 고개를 든 소나무 이파리들이 흡사 남자의 솟아오르는 정기처럼 그려져 있다.
이야기를 짐짓 꾸며보면, 사대부의 한 여인이 여종 아이를 불러 주안상을 들이라 하고 아이가 그것을 준비하는 새에 들이닥친 남자 주인공과 급하게 일을 치루는 중이다. 그걸 미처 모르고 주안상을 준비해 들고 온 어린 여종은 주안상을 들여야 할지 물려야 할지 모르겠는 데다,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마음이 떨리고 호기심이 동해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그림의 방 안에서 두 남녀가 어찌 정을 통하고 있는지 진행 상황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방 밖의 사정만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본 혹자는 방 밖에 흐드러지게 핀 작은 안개 빛의 꽃들을 가리키며 지금 남자 주인공이 사정 중임을 상징하는 것이라 해석한다. 그 정도로 이 그림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사시장춘’. 사계절이 늘 긴 봄 같으라는 축원을 독자 여러분께도 드리고 싶다. 사랑에 나이가 있을까? 새로운 2021년에는 다정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파트너와 긴 사랑을 나누시라!!
강원도 정선 고한읍에서 인적이 가장 뜸했다는 고한18리 골목의 주변 명소&맛집을 소개합니다!
삼탄아트마인
2001년 폐광할 때까지 38년 동안 고한 지역 경제를 떠받쳐왔던 정암광업소를 도시재생한 문화예술 창작공간이다. 폐광 터에 150개국에서 수집한 10만여 점이 넘는 예술품을 접목해 독창적인 전시공간이 되었다. 안내데스크 옆에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카페가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 촬영 장소 및 배우 송중기가 묵었던 객실을 볼 수 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45-44, 09:30~17:30 월·화요일 휴관, 033-591-3001 어른 1만3000원
정암사
월정사 말사이며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석가모니불의 사리를 수마노탑에 봉안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건립한 것으로 전해온다. 수마노탑에 불사리가 봉안되어 있으므로 적멸보궁 법당에는 불상을 모시지 않았다. 적멸보궁 앞 계곡은 천연기념물 제73호인 정암사의 열목어 서식지다. 적멸보궁 뒤쪽 언덕에 있는 수마노탑은 최근 국보 제332호로 지정되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10, 033-591-2469
예촌돌솥밥
고한 주민이 강력 추천한 돌솥밥 전문점이다. 식당 내부가 깔끔해 첫인상이 좋다. 주 메뉴는 영양돌솥밥과 곤드레돌솥밥이다. 정선 곤드레가 듬뿍 올라간 돌솥밥에 된장찌개와 고등어구이를 포함한 스무 가지 반찬이 딸려 나온다. 모두 맛깔나다. 제철 식자재를 사용하므로 반찬 종류는 수시로 바뀐다. 고한시장 갱도1 출입구 맞은편에 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6길 8, 10:00~21:00, 033-592-4610, 곤드레돌솥밥 1만2000원
큰 마이크를 앞에 두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거나, 음식을 먹거나, 아니면 손으로 효과음을 내면서 오로지 소리만 들려준다. 제목에는 먹방, 롤플레이, 자연현상, 수면 등과 같은 단어가 달려 있다. 이쯤 되면 뭘 말하려는지 알아차리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번 큐레이션의 주제는 바로 ‘ASMR’이다.
‘ASMR’은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줄임말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자율감각 쾌락반응이다.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을 뜻한다. 바람 부는 소리, 연필로 글씨를 쓰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을 제공한다. 이런 설명 등을 요약해 ‘청각을 통한 오감 만족’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 근래에 생긴 개념은 아니다. 2010년대 미국과 호주 등에서 유행하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10년 전에 유행했던 걸 왜 이 시점에 소환하는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9월 모바일 설문조사업체 오픈 서베이가 발표한 ‘건강관리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정신건강을 위한 행동 1순위는 충분한 수면이다. 코로나19가 없었던 지난해보다 3.1%P 증가한 수치다. 실제로 숙면의 어려움을 호소한 경우는 작년보다 7.6%P 증가했다. 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상 동영상 혹은 ASMR과 같은 음성 콘텐츠를 찾는 경우가 47%로 가장 많았다. 코로나로 인해 ASMR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ASMR 채널을 소개한다.
ASMR Boyoung 반보영
엄마나 애인의 무릎을 베고 누워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귀를 파다가 깜빡 잠든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 채널은 사물을 이용한 소리를 주로 들려주는데, 특히 귀 청소를 콘셉트로 한 영상이 가장 많다. 이어폰을 끼고 들으면 실제로 누가 귀를 파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영상 중간에 눈앞에 있는 사람처럼 상황극을 해서 몰입도가 더 높다. 영상으로 이런 경험을 하면 좋은 점도 있다. 귀이개가 닿는 차가운 촉감이나 잘못 건드렸을 때의 고통이 없다. 한마디로 잠에 빠지도록 해주는 가장 좋은 환경을 구현하고 있다. 덤으로 빗질이나 샴푸하는 소리를 담은 영상도 있는데, 듣다 보면 미용실에 온 기분이 들어 마음이 차분해진다.
뚜비 Ddoobiii ASMR
실제로 황시목 같은 검사가 있을까? 직장에 황시목 같은 후배가 있으면 어떨까? 황시목의 사무실은 어떨까? 깨끗할까? 참고로 황시목은 얼마 전에 방영을 끝낸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의 주인공이다. 드라마는 끝나도 여운은 늘 남는다. 정말 좋은 드라마는 또 봐도 재밌다. 이 채널은 영화 혹은 드라마 속 장소나 장면 그리고 등장인물이 연상되는 ASMR을 들려준다. ‘황시목 검사의 사무실’이나 ‘호그와트 주방’이 그 단적인 예다. 드라마나 영화가 남기는 여운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면 이 채널을 추천한다. 자기 전에 드라마를 보고 싶은데 너무 피곤해서 엄두가 나지 않을 때 들어도 좋다. 잠도 자고 드라마도 느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TV창비
갑자기 출판사 유튜브 채널을 소개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언뜻 보기에 출판사 채널이랑 ASMR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이 채널이 시인의 ASMR을 마련했다. 시를 낭독하는 채널은 유튜브에 많다. 하지만 시인이 자신이 쓴 시를 직접 읽어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요즘 상황은 코로나19 때문에 낭송회를 여는 일도, 참여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런 시기라서 그런지 더 반갑다. 시각의 청각화가 이런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박소란 시인의 ‘모르는 사이’를 추천한다.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단잠에 빠져든다. 그만큼 효과는 입증된 셈(?)이다.
힐링사운드 ASMR
이 채널 소개는 많이 망설였다. 혼자만 알고 싶은 채널이었기 때문이다. 구독자 수는 적지만 영상은 알차다. 영상을 들으면 영화 ‘봄날은 간다’의 주인공 상우가 떠오른다. 대나무숲에서 조용히 소리를 채집하던 그처럼 채널 운영자는 직접 자연의 소리와 영상을 모은다. 그만큼 생생하다. 평균 8시간이 넘는 긴 영상이지만 계속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여행하는 기분도 들고, 동시에 마음이 평온해져서 보고 있으면 몸이 노곤해진다. 풀벌레 우는 소리와 빗소리, 계곡물 소리를 듣다 보면 커다란 숲에 들어선 듯한 기분도 든다.
*구독자 수는 2020년 10월 기준
법주사를 지나 ‘세조길’을 한참 걸어들면 세심정이다. 여기서부터는 조붓한 등산로가 시작된다. 상고암까지는 약 2km. 만만한 코스는 아니지만 암자에 오르면 찬탄하게 마련이다. 산상암자의 품격과 풍광이 빼어나서다. 이런 암자가 드물다. 암자 북편 200m 정도의 거리에 있는 너럭바위에선 속리산 연봉의 수려한 풍치를 일거에 조망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미더운 것은? 산이다. 늘 그 자리에서 높고 진실하고 초연하다. 산의 속성을 낱낱이 알아낼 수 있다면 삶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리라. 퇴계를 만든 건 산이기도 했다. 그는 산을 보는 게 아니고 읽었다. 경전으로 섬겨 읽었다. 산을 마음에 담고 산다면 세속의 진흙탕에서 무리하지 않을 수 있으리라. 그러나 속진(俗塵)에 찌든 마음엔 산이 들어갈 자리가 없더라. 속리산(俗離山, 1058m)이라, 풀자면 ‘속세를 떠난 산’이다. 세속의 옹졸함을 일갈하는 은유일까.
세심정 구역을 지나자 바야흐로 속리산의 진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온갖 형용의 크고 작은 바위들이 계곡에 들어앉아 미를 겨룬다. 바위의 허연 살색은 밝아 숲을 밝히고도 남는다. 길차게 자라 하늘을 가리는 나무들. 그럼에도 빈틈을 비집고 들이치는 햇살. 티 없이 순수한 물과 나직한 물소리. 수정으로 빚은 세공처럼 투명한 물고기들. 산에 있는 경물마다 고매해 끌어안고 싶다. 저 유정한 것들, 오늘은 그저 여념 없이 누려보련다.
10월의 산길은 어느새 수북이 쌓인 낙엽으로 폭삭하다. 털북숭이 강아지들 우르르 달려 나간 자리처럼 마냥 포근한 기분을 안겨주는 낙엽길이다. 여름 내내 푸르디푸르게 약동한 잎들이 어느덧 낙엽 신세라니.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하늘 아래 변하지 않는 게 없다지만, 볼 장 다 봤다는 투로 추연하게 말라붙은 채 시치미를 떼는 낙엽의 종신(終身). 거기엔 통절한 게 있다. 방하착(放下着)이다. 다 내려놨다. 삶이란 천신만고한 레이스라지. 그렇게 소동을 치르면서도 종국엔 손에 쥘 수 있는 게 없다는 진실을 기억하고 살기 어렵더라.
길은 이제 계곡을 버리고 능선 비탈로 이어진다. 가파른 길이라 아예 길에 업혀간다. 땀이 흐르고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솔바람이 이마를 씻어주니 상큼하다. 바윗돌에 걸터앉아 쉬며 풍경을 보노라면 온통 나무요 바윗덩이다. 특히나 하늘 괸 기둥처럼 장엄한 석벽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사는 동안 갖은 잔재주를 다 부려볼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천년만년 의연한 큰 바위는 너무도 거룩하다. 봐라, 꽉 찬 보름달만 눈부시랴. 날고뛰는 수고 없이도 말안장처럼 시간을 타고 앉은 채로 묵연한 저 바위보살. 저것의 무설 법문이 환해 눈부시다. 애면글면 살 거 없다. 휘둘리지 않으면 거기가 도솔천이다.
이윽고 상고암(上庫庵)에 닿는다. 법주사에 딸린 산내암자들 가운데 가장 높고 외진 곳에 자리한 암자다. 뜰에 서자 저 아래 어딘가에 박혀 있을 사바세상이 꿈처럼 아득하다. 산중까지 침투한 도로교통으로 요즘은 대웅전 옆댕이까지 차가 닿지 않는 절이 별로 없다. 후미진 암자에까지 한사코 찻길을 낸다. 상고암은 여기에서 예외다. 땀 흘려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서야 당도할 수 있는 산문이지 않은가. 덕분에 날이면 날마다 고적하다. 새소리 바람소리만 드나들며 간혹 정적을 깬다. 그러하니 이 절의 스님은 오붓하여 쾌재를 부를 테다. 짬짬이 조는 외에 부처 공부를 하는 일 말고 무엇을 더 하랴.
수행이란 목숨을 거는 일이라 했다. 굶주린 승냥이 울음소리로 마음의 벗을 삼고, 주린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더라도 밥 구할 생각을 말라 했다. 밝은 것이 오면 밝은 것을 쳐부수고, 어두운 것이 오면 어두운 것을 쳐부수라 했다. 그러자면 빙하도 녹일 뜨거운 결기가 필요할 테다. 절체절명의 고독 속으로 나를 밀어 넣어야 할 테고. 해서 수행자들은 가급적 뭐가 잡아가도 모를 산중유벽한 곳을 찾기를 습으로 삼았다. 절이 산으로 간 이유 하나가 여기에 있다. 외로운 산상 암자 상고암에서 부처의 목을 벨 기세로 냅다 덤벼들어 도통을 갈구했던 이가 한둘이랴. 이렇게 보자면 이 암자는 저 아름다운 풍색보다 수행 가풍으로 한 가락 했을 것만 같다.
그러나 뭘 모르는 이 멍청이는 마냥 풍경에 취한다. 극락전, 산신각, 영산전 등 하나같이 단아한 전각들과 고색창연한 돌계단들. 늙어 현명할 거목들과 여치처럼 애잔한 산국(山菊)들. 발아래 저 멀리서 출렁거리는 산군(山群)들, 또는 한눈에 잡혀오는 속리산 주봉의 바위 성채들. 다들 발군이며 심히 오묘하다. 게다가 시나브로 짙게 물들어가는 홍단풍의 교태라니. 녹아날 수밖에 없다.
강원도 정선 고한읍에서 인적이 가장 뜸했다는 고한18리 골목에 들렀다.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골목의 변화는 놀라웠다. 이곳 주민들은 ‘마을이 호텔’이라는 자부심으로 매일 집 앞 화단을 단장한다. 마을은 나날이 예뻐진다. 이제 시작이라고 하니, 앞으로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지 기대된다.
탄광촌 고한읍의 흥망성쇠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무궁화호는 3시간 20분 뒤 강원도 정선 고한역에 정차했다. 고한역은 고한읍내의 꽤 높은 언덕에 있다. 계단을 내려오니 고한시장 입구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표석이 눈에 띈다. ‘여기가 해발 700m'라 쓰여 있다.
고한읍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산지대다. 1950년대에는 화전민이 모여 살던 산촌이었다. 1960년대 고한읍과 사북읍에 탄광 개발이 시작되자 탄광촌이 되었다. 전국에서 일꾼들이 몰려왔다. 지역 경제는 호황을 맞았다. 1980년대 이후 석유와 도시가스가 보급되면서 석탄 산업은 쇠락했다. 결국 1989년 정부 정책에 따라 강원도의 탄광이 대부분 폐광됐다. 광부들은 마을을 떠났다. 정부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한읍에 내국인 카지노 운영 공기업인 강원랜드를 설립했다. 하이원리조트도 건설했다. 경제 부활을 꿈꿨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한읍에 빈집이 점점 늘었다. 여러 마을 중에서도 고한18리가 가장 열악했다.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
고한시장에서 광고기획사 하늘기획을 운영하던 김진용 씨는 낙후된 고향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2017년 10월 ‘마을 만들기’를 기획하고, 고한18리 골목의 빈집을 고쳐 사무실을 옮겼다. 얼마 뒤 맞은편 폐가에 공유 오피스 공간인 이음플랫폼이 입주했다. 두 빈집이 번듯하게 바뀌자 주민들도 희망을 품었다.
유영자 신임 이장과 김진용 씨가 주축이 되어 ‘마을 만들기 위원회’를 발족했다. 주민들을 설득하고, 함께 모이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 공감대를 쌓아갔다. 주민들은 스스로 골목을 가꾸기 시작했다. 담장을 헐고, 골목 안 쓰레기와 폐전선을 치우고, 화단을 가꾸어 집 앞을 단장했다.
나아가 국토교통부와 강원도에서 시행하는 각종 폐·공간 재생사업에 참여해 관의 인적·경제적 지원을 받아냈다. 칙칙한 건물 외벽을 산뜻한 색으로 칠했다. 집주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원색을 좋아하는 할머니 집에는 원색을 칠하고, 1층만 칠하길 원하는 집에는 그렇게 해주었다. 지역 예술가는 담벼락에 소녀, 고양이, 꽃 등 동화 같은 그림을 그렸다. 부녀회에서는 리스, 편지꽂이, 화분대, 벽걸이 등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만들어 골목을 장식했다.
마을호텔 18번가 탄생 스토리
골목은 예전보다 밝아졌지만, 지속가능한 경제적 기반이 필요했다. 전문가들과 많이 고민한 끝에 ‘마을호텔’이라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도출해냈다. 호텔은 한 빌딩 안에 객실, 레스토랑, 카페, 리셉션, 라운지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마을 호텔은 골목 상점이 그것을 대체한다는 발상이다. 골목 안에 음식점, 카페, 사진관, 세탁소, 숙박업소 등 다양한 업종이 있는 고한18리의 장점을 살릴 방법이었다.
올해 4월 주민과 골목 상점 11곳이 합심해 ‘고한 18번가 협동조합’을 구성했다. 조합명은 가장 잘하고 좋아한다는 뜻을 지닌 ‘18’과 거리를 뜻하는 ‘번가’를 합쳐 만들었다. 고한 18번가 협동조합은 한우식당을 개조해 5월에 숙박시설 ‘마을호텔 18번가’를 개장했다. 마을호텔 18번가 골목은 호텔 로비, 골목 입구 마을회관은 호텔 세미나룸, 카페 수작은 호텔 라운지, 국일반점·구공탄구이·누리한우촌은 호텔 레스토랑 역할을 한다. 상점 주인은 모두 호텔리어인 셈이다.
고한 18번가 협동조합 총무 김진용 씨는 “18번가는 주민들이 주도한 사업”임을 강조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건물을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 기존 골목 상점을 활용해 하나의 호텔처럼 운영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마을 이장님이 호텔 지배인
숙박시설 ‘마을호텔 18번가’의 관리자는 유영자 이장이다. 명함에 ‘지배인 유영자’라 씌어 있다. 유 이장은 협동조합 일로 바쁜 중에도 호텔 설립 과정과 소개를 열심히 한다. “호텔 안을 장식한 조화 작품들은 주민들이 공예 작가에게 배워서 만든 LED 야생화예요. 함백산에서 매년 야생화 축제를 해요. 그 행사와 연계해 야생화를 테마로 잡았죠. 이 호텔이 제법 알려져 주말에는 빈 객실이 없어요. 이익은 주민들이 함께 나눠요.
”
마을호텔 18번가는 호텔과 게스트하우스를 절충해놓은 분위기다. 한실과 양실 더블룸(2인실) 각각 1개, 트윈룸(3인실) 1개로 구성돼 있다. 시리얼과 토스트를 조식으로 제공한다. 숙박료는 9만~15만 원이다. 숙박 손님에게는 식당, 카페, 사진관 등의 협력업체 10% 할인 쿠폰을 준다. 삼탄아트마인은 무려 50%를 할인해준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LED 야생화 만들기와 다육아트 등 고한읍의 특색을 살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바로 옆 카페 수작에 들렀다. 골목은 한산한데 손님이 많다. 주인장이 개발했다는 흑임자라떼를 기다리는 동안 부녀회에서 만든 소소한 공예품을 구경한다. 흑임자와 커피의 조화는 그럴싸하다. 커피 향보다 흑임자의 고소한 맛이 강한 편이다. 차를 마신 뒤 본격적으로 골목 산책에 나섰다.
사계절 꽃 피는 고한 18번가
우선 마을호텔 18번가 앞 꽃마차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골목을 깨알처럼 장식해놓은 벽화, 조형물, 화분을 감상한다. 골목에서 꽃이 가장 많은 곳은 권 씨 할머니 집이다. 담벼락에 꽃이 가득하다.
“몸이 안 좋아서 얼마 전에 장사를 그만뒀어요. 이렇게 꽃을 가꾸니까 시간도 잘 가고, 사람들이 예쁘다고 칭찬해주니까 보람도 있어요. 매일 한두 시간씩 꽃을 돌보는 시간이 아주 소중해요”
소녀 같은 권 씨 할머니다.
겨울이 오면 골목에서 꽃들이 사라진다. 골목이 썰렁해질까봐, 주민들은 한 잎 한 잎 공들여 만든 LED 야생화 화분을 화단에 설치한다. 낮에도 환히 빛나는 야생화 덕분에 이 마을을 지날 때 춥지 않을 것 같다.
18번가 골목을 빠져나오면 고한시장이 코앞이다. 시장 입구와 천장을 갱도처럼 꾸며놨다. 출입구에는 ‘갱도1’, ‘갱도2’라고 써놓았다. 시장 안 기둥에는 석탄을 캐는 광부의 모습을 마네킹으로 재현해놨다.
매월 끝자리 1일과 6일에는 오일장이 서 먹거리 장터가 열린다. 시장 내 ‘피고지고 다시 피고’ 카페에서 장미, 마리골드 꽃물과 꽃가루로 만든 꽃빵(머핀)과 오징어 먹물로 만든 숯빵(파운드케이크)을 판다. 3개 세트가 5000원이다. 지역색을 살린 먹거리라 호감이 간다. 촉촉하고 달달해 커피에 곁들이기 딱 좋다.
주변 명소&맛집
삼탄아트마인 2001년 폐광할 때까지 38년 동안 고한 지역 경제를 떠받쳐왔던 정암광업소를 도시재생한 문화예술 창작공간이다. 폐광 터에 150개국에서 수집한 10만여 점이 넘는 예술품을 접목해 독창적인 전시공간이 되었다. 안내데스크 옆에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카페가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 촬영 장소 및 배우 송중기가 묵었던 객실을 볼 수 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45-44, 09:30~17:30 월·화요일 휴관, 033-591-3001 어른 1만3000원
정암사 월정사 말사이며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석가모니불의 사리를 수마노탑에 봉안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건립한 것으로 전해온다. 수마노탑에 불사리가 봉안되어 있으므로 적멸보궁 법당에는 불상을 모시지 않았다. 적멸보궁 앞 계곡은 천연기념물 제73호인 정암사의 열목어 서식지다. 적멸보궁 뒤쪽 언덕에 있는 수마노탑은 최근 국보 제332호로 지정되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10, 033-591-2469
예촌돌솥밥 고한 주민이 강력 추천한 돌솥밥 전문점이다. 식당 내부가 깔끔해 첫인상이 좋다. 주 메뉴는 영양돌솥밥과 곤드레돌솥밥이다. 정선 곤드레가 듬뿍 올라간 돌솥밥에 된장찌개와 고등어구이를 포함한 스무 가지 반찬이 딸려 나온다. 모두 맛깔나다. 제철 식자재를 사용하므로 반찬 종류는 수시로 바뀐다. 고한시장 갱도1 출입구 맞은편에 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6길 8, 10:00~21:00, 033-592-4610, 곤드레돌솥밥 1만2000원
법주사를 지나 ‘세조길’을 한참 걸어들면 세심정이다. 여기서부터는 조붓한 등산로가 시작된다. 상고암까지는 약 2km. 만만한 코스는 아니지만 암자에 오르면 찬탄하게 마련이다. 산상암자의 품격과 풍광이 빼어나서다. 이런 암자가 드물다. 암자 북편 200m 정도의 거리에 있는 너럭바위에선 속리산 연봉의 수려한 풍치를 일거에 조망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미더운 것은? 산이다. 늘 그 자리에서 높고 진실하고 초연하다. 산의 속성을 낱낱이 알아낼 수 있다면 삶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리라. 퇴계를 만든 건 산이기도 했다. 그는 산을 보는 게 아니고 읽었다. 경전으로 섬겨 읽었다. 산을 마음에 담고 산다면 세속의 진흙탕에서 무리하지 않을 수 있으리라. 그러나 속진(俗塵)에 찌든 마음엔 산이 들어갈 자리가 없더라. 속리산(俗離山, 1058m)이라, 풀자면 ‘속세를 떠난 산’이다. 세속의 옹졸함을 일갈하는 은유일까.
세심정 구역을 지나자 바야흐로 속리산의 진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온갖 형용의 크고 작은 바위들이 계곡에 들어앉아 미를 겨룬다. 바위의 허연 살색은 밝아 숲을 밝히고도 남는다. 길차게 자라 하늘을 가리는 나무들. 그럼에도 빈틈을 비집고 들이치는 햇살. 티 없이 순수한 물과 나직한 물소리. 수정으로 빚은 세공처럼 투명한 물고기들. 산에 있는 경물마다 고매해 끌어안고 싶다. 저 유정한 것들, 오늘은 그저 여념 없이 누려보련다.
10월의 산길은 어느새 수북이 쌓인 낙엽으로 폭삭하다. 털북숭이 강아지들 우르르 달려 나간 자리처럼 마냥 포근한 기분을 안겨주는 낙엽길이다. 여름 내내 푸르디푸르게 약동한 잎들이 어느덧 낙엽 신세라니.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하늘 아래 변하지 않는 게 없다지만, 볼 장 다 봤다는 투로 추연하게 말라붙은 채 시치미를 떼는 낙엽의 종신(終身). 거기엔 통절한 게 있다. 방하착(放下着)이다. 다 내려놨다. 삶이란 천신만고한 레이스라지. 그렇게 소동을 치르면서도 종국엔 손에 쥘 수 있는 게 없다는 진실을 기억하고 살기 어렵더라.
길은 이제 계곡을 버리고 능선 비탈로 이어진다. 가파른 길이라 아예 길에 업혀간다. 땀이 흐르고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솔바람이 이마를 씻어주니 상큼하다. 바윗돌에 걸터앉아 쉬며 풍경을 보노라면 온통 나무요 바윗덩이다. 특히나 하늘 괸 기둥처럼 장엄한 석벽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사는 동안 갖은 잔재주를 다 부려볼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천년만년 의연한 큰 바위는 너무도 거룩하다. 봐라, 꽉 찬 보름달만 눈부시랴. 날고뛰는 수고 없이도 말안장처럼 시간을 타고 앉은 채로 묵연한 저 바위보살. 저것의 무설 법문이 환해 눈부시다. 애면글면 살 거 없다. 휘둘리지 않으면 거기가 도솔천이다.
이윽고 상고암(上庫庵)에 닿는다. 법주사에 딸린 산내암자들 가운데 가장 높고 외진 곳에 자리한 암자다. 뜰에 서자 저 아래 어딘가에 박혀 있을 사바세상이 꿈처럼 아득하다. 산중까지 침투한 도로교통으로 요즘은 대웅전 옆댕이까지 차가 닿지 않는 절이 별로 없다. 후미진 암자에까지 한사코 찻길을 낸다. 상고암은 여기에서 예외다. 땀 흘려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서야 당도할 수 있는 산문이지 않은가. 덕분에 날이면 날마다 고적하다. 새소리 바람소리만 드나들며 간혹 정적을 깬다. 그러하니 이 절의 스님은 오붓하여 쾌재를 부를 테다. 짬짬이 조는 외에 부처 공부를 하는 일 말고 무엇을 더 하랴.
수행이란 목숨을 거는 일이라 했다. 굶주린 승냥이 울음소리로 마음의 벗을 삼고, 주린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더라도 밥 구할 생각을 말라 했다. 밝은 것이 오면 밝은 것을 쳐부수고, 어두운 것이 오면 어두운 것을 쳐부수라 했다. 그러자면 빙하도 녹일 뜨거운 결기가 필요할 테다. 절체절명의 고독 속으로 나를 밀어 넣어야 할 테고. 해서 수행자들은 가급적 뭐가 잡아가도 모를 산중유벽한 곳을 찾기를 습으로 삼았다. 절이 산으로 간 이유 하나가 여기에 있다. 외로운 산상 암자 상고암에서 부처의 목을 벨 기세로 냅다 덤벼들어 도통을 갈구했던 이가 한둘이랴. 이렇게 보자면 이 암자는 저 아름다운 풍색보다 수행 가풍으로 한 가락 했을 것만 같다.
그러나 뭘 모르는 이 멍청이는 마냥 풍경에 취한다. 극락전, 산신각, 영산전 등 하나같이 단아한 전각들과 고색창연한 돌계단들. 늙어 현명할 거목들과 여치처럼 애잔한 산국(山菊)들. 발아래 저 멀리서 출렁거리는 산군(山群)들, 또는 한눈에 잡혀오는 속리산 주봉의 바위 성채들. 다들 발군이며 심히 오묘하다. 게다가 시나브로 짙게 물들어가는 홍단풍의 교태라니. 녹아날 수밖에 없다.
아리수란 한강의 다른 이름이다. 고구려 광개토대왕비에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순수한 우리말 ‘아리’의 크다는 의미에 한자 ‘수’(水)가 결합한 말이다. 지금은 서울특별시가 수돗물 이름으로 상표 등록해 쓰고 있다. 아리수는 요즘 ‘테스 형!’을 불러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가수 나훈아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언젠가 양평 두물머리를 갔다가 돌에 새겨진 낡은 비석 하나를 발견했다. 두물머리의 유래가 담겨 있었는데 기록된 내용은 이렇다.
“두물머리[兩水里]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儉龍所)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는 의미이며 한자로는 兩水里로 쓰는데 이곳은 양수리에서도 나루터를 중심으로 한 장소를 가리킨다.”
강원도 태백을 들렀다가 관광 안내도에 소개돼 있는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발원지에 대한 관심으로 찾아간 곳이기에 처음엔 별 기대가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 가 보니 놀라웠다. 한참 차를 몰고 간 검룡소 입구에서는 커다란 돌 간판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첩첩산중으로 둘러싸인 길은 마치 가을 동화 속 같은 풍광이었다. 이른 단풍은 벌써 낙엽이 되어 쌓이고 있었다.
길옆 냇가에서는 다른 데서 보지 못한 광경이 나타났다. 물이 흐르다 갑자기 잠적하고 다시 솟아올라 흐르는 구간이 있었다. 특이했다. 이게 바로 검룡소 계곡의 비밀이라고 했다. 검룡소 계곡에 분포된 석회암이 물에 잘 녹아서 지하에 크고 작은 동굴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곡으로 흘러내리던 물이 바닥에 생긴 작은 동굴로 스며들면 물이 줄어들거나 없어졌다가, 동굴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솟아올라 흐르게 된다고 한다. 그 모습이 신기했다.
검룡소를 찾아가는 길은 하늘에 닿을 듯 높은 산들에 둘러싸여 있어 계곡이 더 깊게 느껴졌다. 울창한 숲은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가득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 약 1.5km의 거리는 부담 없이 걷기에 딱 좋았다. 연인, 가족끼리 오면 안성맞춤인 길 같다. 가을 정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니 어느덧 검룡소 입구. 울창한 숲과 계곡, 언덕의 계단을 오르니 하루 2000t의 물이 솟아오른다는 발원지가 보였다. 샘물같이 둥글게 파인 연못에서는 쉼 없이 물이 솟아올랐고 이 물은 20m의 언덕을 따라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렸다. 귀로 들려오는 물소리가 시원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물이 솟아오르는지 그저 신비롭기만 했다. 수원지 보호 때문에 손을 담가보진 못했지만 가까이에서 솟아오르는 물의 역동성은 충분히 만끽했다.
검룡소 물은 정선과 영월을 거쳐 경기도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해 서해로 흘러간다. 무려 514km 길이의 한강 물줄기가 처음 시작되는 곳이다. 물의 온도는 사계절 9℃로 일정하다. 2010년 생태•지리자원의 보고로 대한민국 명승 제73호로 지정된 검룡소는 비가 오지 않는 시기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힘차게 솟아 민족의 젖줄이자 생명의 근원지로 여겨지며, 이러한 의미에서 매년 8월 한강 발원제도 지낸다고 한다.
지구촌에는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곳이 적지 않다. 물이 부족해 수십 m 샘을 파고, 흙탕물을 식수로 사용해 각종 질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루 2000t을 쏟아내는 검룡소 같은 샘물이 있다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부디 마르지 않고 이 민족을 영원히 지켜주는 생명수가 되길 빌어본다.
검룡소를 나오니 멀리 풍력 발전기가 보인다. 또 다른 볼거리였다. 마치 비행접시가 내리는 듯 멋진 구름은 여행의 흥미를 더해줬다. 태백산 가는 기회에 반드시 들러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옛사람들은 유장한 강이기도, 깊은 계곡이기도, 땅으로 곤두박질하는 폭포이기도, 때론 굽이치는 파도이기도 한, 그 물을 보면서도 그 뿌리를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즉 “물을 보는 데도 방법이 있으니, 반드시 그 물결을 봐야 한다(觀水有術 必觀其瀾)”라는 맹자의 가르침에 따라 세상만사의 근본을 깨치려 애썼다지요. 깊어가는 가을 수천만 년 동안 강물에 쓸려 반들반들한 돌 위에 배 깔고 턱 괸 채 날로 짙푸르러지는 한탄강을 보며, 거슬러 상류로 올라가 강의 시원까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지금은 북한 땅인 강원도 평강군과 함경남도 안변 사이 해발 590m의 추가령에서 발원한 한탄강. 현무암 평원이 갈라지며 만들어진 수십 m 높이의 협곡 사이를 굽이굽이 흐르는데 총연장 140km 가운데 60km를 북녘에서 흐릅니다. 이어 남으로 내려와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포천·연천 일대 80km를 굽이친 뒤 임진강과 합류합니다. 깎아지른 주상절리와 검은 현무암, 짙푸른 강물이 어우러진 한탄강에 가을이 오면 우리의 가을꽃들이 피어나 그 어떤 문인화도 흉내 내지 못할 무위자연의 산수화를 그려냅니다. 포천구절초, 산국, 개미취, 패랭이꽃, 투구꽃, 서덜취, 용담, 배초향, 미역취, 고마리, 가시여뀌, 강부추 등등.
특히 한반도 내륙의 유일한 ‘화산하천’으로 유난히 계곡이 깊고 휘돌아가는 곡선이 날카로운 한탄강에는 현무암뿐 아니라 유연하고 부드러운 화강암 바위가 많기로 유명한데, 억겁의 세월 이리저리 휘도는 물살에 마모되고 둥글어진 거대한 화강암 바위 틈새마다 해마다 4월 새로 돋았다가 11월이면 스러지는 가냘픈 풀꽃이 있어 유난히 눈길을 끕니다.
강변에서 자란다고 강부추라 불리는 여러해살이풀인데, 불과 달포 전만 해도 장맛비와 폭우에 전초가 잠겼을 뿐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내닫는 급류에 수없이 이리저리 휩쓸렸을 텐데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보랏빛 꽃을 화사하게 피우니 참으로 대견하기 짝이 없습니다.
가는산부추에서 한라부추까지 국내에서 자라는 27개 부추속 식물의 하나인데, 파 뿌리 모양의 비늘줄기를 땅속에 묻고 그 위로 쇠젓가락 정도 굵기의 꽃대를 20~50cm가량 곧추세운 뒤 9~10월 그 끝에 탁구공 모양의 자주색, 또는 드물게 흰색 꽃을 피웁니다. 이른바 산형 꽃차례라 불리는 둥근 꽃차례에는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80개까지 꽃이 달립니다. 잎은 길이 10~40cm, 폭은 꽃대처럼 가늘어 2㎜ 안팎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2~5개가 돌려나는 잎의 단면이 원통형이거나 뒷면이 다소 눌린 형태이며, 속은 비었으며 잎줄기는 없습니다.
Where is it?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나오는 설명의 전부다. 2003년 최혁재 충북대학교 교수 등이 한탄강 강변에서 자라는 종이 지금까지 중국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Allium longistylum Baker로서, 기존에 명명했던 실부추나 한라부추와는 뚜렷이 구별된다며 강부추란 국명을 신청하는 논문을 발표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은 때문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강부추는 이후 강원도 화천 북한강과 경기도 파주 임진강 주변은 물론, 충북 등지에서도 생육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호인들이 강부추를 보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은 강원도 철원의 직탕폭포와 송대소 등 한탄강 일대 명승지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한가위!
온가족이 모이는 명절인 만큼 추석에는 장시간 운전과 음식 준비가 큰 고충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차례 음식의 경우 온가족이 모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양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음식을 준비하다 보면 장시간 불편한 자세와 반복된 행동으로 팔다리에 부담이 가해지기 쉬운데 이로 인해 몸이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게 되면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되기 어렵다 보니 척추관절 부위의 통증뿐만 아니라 팔다리가 저린 증상을 동반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자세가 반복되면 명절이 지나고 나서 통증이 더 심해지는 명절 증후군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추석 명절 후유증! 다양한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는 지압을 해보자!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곡지혈
만병통치 혈자리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효능을 보이는 혈자리!
팔을 가슴쪽으로 향하도록 구부렸을 때 생기는 주름의 끝부분에 위치해 있는 곡지혈을 살살 눌러주면 혈액순환을 도와 팔저림 증상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소화불량, 피부관리, 기침 및 감기 개선, 설사, 변비 이외에도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팔저림 개선과 대장질환 개선에 좋은 합곡혈
합곡혈은 이름 그대로 계곡처럼 패인 손가락 사이에 위치한 혈자리를 말한다.
약하게 지압을 해도 자극이 강한 것이 특징이며, 팔저림 개선과 손발을 따뜻하게 하고 대장질환 개선에 도움을 준다.
각종 신계통 개선에 좋은 족삼리혈
무병장수 건강혈이라고도 하며, 무릎 아래 약 8~9cm 정도에 경골 바깥쪽 큰 힘줄 안쪽에 우묵한 곳을 말한다. 이 곳을 엄지손가락으로 3초 정도 천천히 눌러주고 다시 때어내는 동작을 반복해주면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다리저림을 개선하고 위장 전체와 관계가 있고 각종 신경통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