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나라 걱정으로 가득한 사람’. 권오용(權五勇·63) 효성그룹 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그를 단 한마디로 정의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재계에서 ‘뼛속까지 홍보맨’의 요직을 거치면서 여러 굴지의 오너와 인연을 갖게 된 그는 국가와 사회,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채워진 사람이다. 그가 상임이사로 일하는 한국가이드스타(이사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는 비영리 공익법인 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다. 이곳에서 6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그가 발견한 자신의 의무와 책임, 그리고 공동체 모두가 잘 사는 길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제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 1호 독자예요.(웃음) 2015년 1월호를 창간하기도 전에 정기구독 신청을 했고 지금까지 계속 보고 있죠. 평생 구독 회원이 될 것 같습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매거진 제1호 독자, 권오용 고문은 단순히 여가를 활용하고 문화만을 즐기는 게 아니라 현실 사회까지 다루는 중량감 있는 시니어 매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바로 그러한 바람이 구현된 잡지다.
“여가와 문화만을 즐기기에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시니어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강물처럼 흘러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마치 저수지처럼, 필요할 때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시니어라고 봐요.”
부자는 돈을 잘 쓰는 사람
전경련 기획홍보 본부장을 거쳐 금호아시아나그룹, SK그룹 홍보실장, SK 사장, 효성그룹 홍보 고문까지, 스스로 재계에 취직했다고 하는 그가 공익법인 평가 법인에서 봉사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부터 그의 국가관을 들어봐야 한다.
“선진국의 기준이란 뭘까요? 바로 오랫동안 잘사는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중요한 건 기간이죠. 그런 의미에서 최고 선진국은 유럽이고, 그다음이 미국이죠. 그리고 일본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습니다. 중국에는 소득이 5만 달러 이상인 사람이 1억 명이나 된다고 해요. 그런데 잘사는 나라로 보여도, 기간으로 보면 졸부예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잘 쓰는지를 따지면, 그 부분에 있어선 선진국이 아니예요. 돈이 많은 사람이 부자가 아니라 돈을 잘 쓰는 사람이 부자입니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 부자인 이유는 돈을 잘 쓰기 때문이죠. 평생을 쓰레기 주워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할머니는 빌 게이츠 못지않은 부자입니다. 이런 부자가 많은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세금을 안 내면 투명성으로 보답해야
돈을 잘 써야 공동체가 잘 산다. 기부가 대표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권 고문이 보기에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는 많은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기부금이 1년에 12조 원 정도 됩니다. 그중 7조 원이 종교단체에서 나와요. 그리고 5조 원은 공익법인이 마련한 기부금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기부금 시장이 양적으로는 굉장히 늘었는데, 어떻게 썼는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공익법인 기부금의 어마어마한 액수에 기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수많은 문제들도 떠올랐다. 당장 얼마 전 한국 사회를 전율시켰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행각 뒤에는 그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풍족한 생활을 뒷받침해준 소위 ‘눈먼 기부금’이 있지 않았는가.
“세금은 국회를 통해 어떻게 쓰이는지 파악되지만 기부금은 잘 쓰이고 있는지 국민이 관심이 없어요. 막연히 잘 쓰이고 있겠지 생각만 하죠. 미국의 공익법인도 우리처럼 세금을 안 냅니다. 그런데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조세정의의 관점에서 일반 기업보다 훨씬 많은 투명성의 책임이 부여돼요. 우리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냥 방관하는 편이죠.”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한국가이드스타는 공익법인이 세금을 면제받는 대가로 국세청에 매년 제출하는 재무보고서를 분석 소스로 삼는다. 재무보고서를 분석해 운영을 제대로 하는지 안 하는지 검토하고, 결과를 점수화해 매년 공개하고 있다. 작년에 처음 발표했는데, 반응이 꽤 컸다고 권 고문은 자평했다.
“물론 평가는 다 싫어하죠. 학교도, 신문도, 개인도 다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금을 내는 입장에서는 제대로 평가해주길 바라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이런 걸 정부에서 하면 탄압한다는 얘기를 듣게 돼요. 그래서 민간 쪽에서 하는 게 맞죠.”
한국가이드스타는 어떻게 보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모두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은 하지만 여론을 주도하는 시민단체를 건드리는 일이기에 지원을 주저할 수 밖에 없다. 쉽지 않은 길이었고 ‘이 일을 내가 왜 하나’라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올해도 3월 14일 우리나라 공익법인 8993개를 대상으로 투명성과 책무성을 분석해 93곳만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좋은 평가를 받은 곳에서는 좋아하지만 나머지는 무슨 자격으로 평가를 하느냐고 항의가 쏟아졌다.
지원이 불가능했던 미르·K 재단 사건
“작년에는 데이터를 통해 공익법인의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저희 취지를 긍정적으로 보고 큰 지원금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한국가이드스타 평가를 중요한 참고 정보로 활용하는 기업도 생겼습니다. 보람 있죠. 공익법인에서는 싫어하지만.(웃음) 그러나 의무감을 갖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권 고문은 공익법인 평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정권 교체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미르·K 재단 사건을 언급했다.
“권력을 이용해 자금을 요청하는 미르·K 재단 같은 곳은 어느 정권에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전경련에 공익법인들에 대한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적이 있어요. 그 가이드대로라면 미르·K 재단은 돈을 줘선 안 되는 단체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돈을 주는 바람에 기업 회장들이 구속되고 전경련은 해체 위기에 몰렸으니…. 미안한 심정이죠. 공익법인 평가는 기업으로 하여금 그런 비정상적인 재단에 돈을 안 줄 수 있는 정당한 명분을 마련해줍니다.”
배려가 효율을 지속가능하게 만든다
그는 최근 오너십 체제와 기업 경제, 국가 발전이 함께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변화된 오너십과 사회 환경의 장점들을 합쳐 한국만의 독자적인 모델이 개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예전에 전경련에서 일할 때, 전경련 조찬이 7시 30분에 있는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7시 35분에 도착한 일이 있었죠. 그때 그분이 회의가 늦게 끝나 미안하다고 말했던 게 기억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했더니 새벽 5시부터 이미 회의를 하나 끝내고 온 거였어요. 촌음을 아껴 시대를 누빈 선배 경제인들의 열정에 우리 경제가 여기까지 온 거죠.
정주영, 이건희, 구자경, 김우중, 최종현 등 오너의 삶과 성과를 바로 옆에서 본 사람답게, 그는 한국의 정치와 경제 관계를 정경일체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열정과 실행력이 일으킨 변화의 긍정적인 면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평창동계올림픽에 사람들이 얼마나 감동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걸 유치한 게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 회장이에요. 정경일체가 되어 국가적 목표를 달성한 거죠. 서울올림픽도 마찬가지였죠. 감동과 투자는 별개가 아니에요. 그 과정도 봐야죠.”
그는 시니어를 ‘보이지 않는 자산’이라고 표현했다. 보이는 자산에는 투자가 잘 이뤄지지만 보이지 않는 자산에는 투자가 잘 안 이뤄진다. 그러나 정말 중요할 때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자산이다. 여기서 그는 공자의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된다’(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을 보는 배려의 힘이야말로 효율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열쇠라고 말했다.
“올림픽이 그다음에 열리는 패럴림픽으로 이어지는 것이야말로 효율이 배려가 되는 교훈을 보여줬죠. 올림픽이 몇 초를 기록으로 서로 경쟁하는 ‘효율’을 목표로 한다면 패럴림픽은 ‘배려’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경기입니다. 그런데 패럴림픽이 88서울올림픽 때부터 시작됐다는 걸 아세요? 사실 우리나라가 효율과 배려를 세계 최초로 시행한 나라입니다.”
재계에 취직했다는 사람답다. 전문성을 갖고 일가를 이룬 만큼, 이제 그는 봉사라는 기회를 통해 청춘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철학이 샘솟듯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권오용 고문. ‘브라보 마이 라이프’ 1호 독자의 행보라서 그런지 더욱 진한 여운이 남는다.
한 사람의 손을 놔주는 것도, 매달리는 것도 사랑이다. 누군가는 극복한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고 말했다.
유디트 크빈테른(Judith Quintern·46), 그녀는 18년 전 독일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미지의 땅으로 가는 길이었다. 한 남자와 도저히 헤어질 수 없었던 한 여자는 그 사랑을 극복하기로 했다.
한순간 길을 잃는다 해도 괜찮았다. 그리고 강원도첩첩산중 외딴집에서 된장국을 끓이고 해당화에 빠져 사는 동안 알게 됐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함부로 외롭지 않을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는 일임을….
‘유디트의 정원’이라 했다. 처음 그녀가 운영하는 카페 이름을 듣는 순간 타샤 튜더의 정원이 떠올랐다. “정원에 관해서라면 결코 겸손하고 싶지 않다”고 했던 여자. 문득 그 아름다운(?) 고집스러움이 그녀에게서도 느껴졌다. 그러지 않고서야 유배와 다를 바 없는 먼 이국땅에서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독일에서 정치 철학을 공부한 그녀가 남편 이희원(58) 씨를 따라 한국으로 온 것은 지난 2000년.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와 같이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 생각하려 애썼다.
“제 친구를 통해 남편을 알게 됐어요. 당시 독일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있던 그는 매너가 좋고 친절한 사람이었어요. 생각하는 게 비슷해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눴지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연애를 하게 됐고요. 그런데 독일에서 둘만의 소풍을 다녀오던 어느 날 그가 갑자기 ‘우리 결혼할까?’ 하고 물었어요. 그 순간 딜레마에 빠져버리고 말았어요. 그가 박사학위를 딴 뒤에는 반드시 고향에 돌아가 연로하신 부모님과 같이 살고 싶다고 했거든요. 저랑 만나는 동안에도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자주 했기 때문에 우리의 연애는 종종 무거웠어요. 며칠 생각할 시간을 달라 했어요. 그와 헤어지거나, 그를 따라 한국으로 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죠. 어느 결정도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와 헤어지는 것은 상상만 해도 견디기 힘들더군요. 그날 이후 제가 그와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됐어요.”
병이 되어버린 그리움
남편 가족들은 그녀를 환영했다. 물론 유학까지 보낸 아들이 외국인과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섭섭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10여 년 만에 유학을 끝낸 아들이 돌아와 결혼을 하면 며느리와 오순도순 지내볼까 기대를 했는데 말도 통하지 않는 독일 며느리라니….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해 물었을 때 시아버지는 간결하게 한마디만 했다.
“나는 내 아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것으로 가족의 의견은 정리가 됐고, 두 사람의 결혼은 무리 없이 진행됐다. 시댁과 남편의 따뜻한 배려를 받으며 그녀도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타국에서의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다. 콧마루가 시큰해지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 그녀는 심한 우울증과 향수병을 앓기 시작했다. 처음엔 매력적으로 보이던 서울도 점점 싫어졌고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한국말을 못해 누구를 만나도 바보처럼 앉아 있어야만 했다. 어느새 모국어도 친구도 다 잃어버리고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남편에게는 말도 못하고 혼자 울면서 생각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때로는 마음이 곤두박질치며 당장 독일로 돌아가고 싶었다.
“지금은 TV에 외국 사람들도 많이 출연하니까 분위기가 달라졌지만 제가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관광객 취급을 받았어요. 도시 사람들은 지금도 저를 만나면 ‘젓가락 사용 아주 잘하네요’ 같은 말들을 해요. 그런 대화는 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들에게 저는 영원한 이방인인 거죠. 그게 힘들었어요.”
삼척에서 정이 들다
안산 한양대학교에서 독일어 강사로 7년 동안 일하면서도 외로움은 치유되지 않았다. 독일과는 분위기가 다른 교수 사회도 그녀를 힘들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강원도에 집을 마련하자고 했다. 그녀는 시부모님과 함께 갔던 시골을 떠올렸다.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마음을 환하게 열었던 곳.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에서 생활하느라 까맣게 잊고 있던 마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독일을 그리워했던 그녀는 시골로 들어가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영영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 염려가 됐다. 불안했지만 도시의 일상에 잔뜩 지쳐 있던 터라 시골집을 구하러 가는 남편을 따라 나섰다. 그리고 해발 700m고지 삼척 산중에서 다 쓰러져가는 집 한 채를 발견했다.
“운이 좋았어요. 화전민이 살던 땅을 구하고 싶어 했는데 거의 1년 만에 하늘 바로 밑 햇살이 가득 쏟아지는 곳에서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땅을 발견했어요. 남편은 기분이 좋아 ‘와~ 진짜 화전민이 살던 곳이네’ 하고 소리쳤어요.”
화전민 가옥을 구입한 뒤 두 사람은 도시에서보다 일상이 더 바빠졌다. 전기도 끊기고 재래식 화장실밖에 없는, 잡풀과 거미줄이 가득해 쓰레기더미처럼 보이는 집을 치우다 보면 하루가 다 갔다. 지인들은 이런 집에서 불편해 어떻게 사냐며 집을 부수고 새 집을 지으라 조언했지만 부부는 옛집을 살려보고 싶었다. 특히 그녀는 구석구석 쓸고 닦고 광을 내면서 옛 사람들이 살던 모습을 상상하는 게 즐거웠다. 그녀에게는 그냥 빈집이 아니었다.
“독일 사람들은 오래된 집을 좋아해요. 콘크리트로 지은 집보다 훨씬 기품이 있거든요. 삼척에서 산 집이 100년도 더 된 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 집을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를 속속들이 들여다봤어요. 박물관에서는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었어요. 옛 사람의 손길과 마음까지 느꼈다고나 할까요. 집을 떠받들고 있는 나무 기둥과 격자형 문틀, 마루, 그리고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며 손때를 묻혔을 바가지와 그릇들이 폐허 속에서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귀한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기뻤어요.”
두 사람은 한동안 옛집을 복원하는 일에 빠져 지냈다. 몸은 고단했지만 재미있는 놀이에 중독된 것처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잡풀과 먼지 속에 묻혀 있던 가옥이 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부부는 노다지를 찾아낸 양 행복해했다. 마음껏 늘어져 평화로운 시간을 만끽하기에 딱 좋은 집이었다. 8부 능선에 눈이 푹푹 내려 갇혀버리면 마치 세속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사람들처럼 즐거워했다. 봄이 오면 그녀가 좋아하는 해당화를 잔뜩 심었다. 심심할 때는 트로트를 틀어놓고 따라 불렀다. 그새 두 마리의 고양이가 가족이 됐다. 배가 고프면 청국장을 끓이고 산에서 뜯은 나물을 무쳐 밥상을 차렸다. 그렇게 자연 속 맨발의 시간들과 서서히 정이 들었고 그녀는 독일을 떠난 뒤 찾은 ‘새 고향’에서 비로소 안식을 얻었다.
새로운 놀이터
최근 그녀는 또 다른 정원을 가꾸느라 분주하다. 바로 독일식 카페 ‘유디트의 정원’. 5년 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그만두고 경포호 근처에 예쁜 카페를 하나 짓더니 벌써 4호점까지 열었다 한다. 느리게 사는 걸 좋아하는 분이 어쩌자고 일을 자꾸 벌이시냐 물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이곳 강원도에 와서 친구들을 사귀었는데 의외로 유럽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독일 소개도 하고 서로의 문화 차이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 좋겠다 싶었어요. 수다를 떨기에는 이런 공간이 좋잖아요. 또 독일이 그리울 때쯤 핑계를 대고 건너가 가구를 직접 고르는 일도 재미있고요. 그동안 들여온 물건들이 벌써 수백 점이나 돼요. 그러다 보니 자꾸 정원을 넓히게 되네요.”
그녀가 다시 그리는 그림이 어떤 모양새가 될지 슬쩍 궁금해진다. 한국에 와서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는 그녀는 그것들에 더 집중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산책, 독서, 자연, 고양이, 정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에요. 산책할 때는 온몸의 감각기관을 열어놔야 해요. 그냥 걷는 건 의미 없어요. 저는 자연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계절의 변화를 예민하게 느끼고 싶어요. 내 마음에 얹힌 무거운 짐을 내려주고 평화를 찾도록 도와주기 때문이죠.”
이만하면 한국 사람 되려고 더 이상 노력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떤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의 풍경과 음식을 사랑하고 좋아하게 됐으니까.
사랑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를 유배한 곳에서 그녀는 이제 낙원을 찾은 것일까. 아마도 그런 것 같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시간이 지나면 온갖 사물들은 기능이 저하되고 낡아간다. 인간도 시간이 지나면 늙는다. 그러나 신체의 기능은 떨어져도 풍부한 경륜이 쌓인 사람의 정신은 쉬이 늙지 않는다. 그러니 늙는 것을 단순히 평가하기 어렵다.
나이 들어도 활발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이가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늙음을 느끼기 어렵거니와 늙음이 화제가 된 적도 없다. 그들은 부단히 새로움을 추구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니 신체적인 늙음은 늙음이라 할 수 없다. 대체로 보면 늙음은 정신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신체가 늙고 정신이 늙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늙으면 신체의 노화가 함께 온다는 의미다.
어린 시절 체육시간 때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구호를 외쳐댄 기억이 있다. 하지만 늙음에 관한 한 그 반대가 되어야 마땅하다. 나이 들어서 열심히 등산도 다니고 헬스장 출입도 하면서 신체를 관리하는 이는 많아도 정신의 노화에 관심을 두는 이는 적다. 오히려 정신이 늙어가도록 방치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이런 사람들이다. 만나면 흘러간 옛 노래에 집착하듯 늘 옛날얘기를 반복하는 이들이 있다. 시선이 자꾸 과거로 향하는 것은 늙음의 징조다. 게다가 매번 그 내용이 다르면 중증이다. 필자의 고모할머니도 그러다 돌아가셨다.
미래는 젊음의 특권이다. 누구나 미래를 생각하고 미래를 건설할 수 있으니 누구나 젊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 특권을 조용히 내려놓고 과거로 회귀하는 당신은 충분히 늙어갈 자격이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과거에서 미래로 자유롭게 넘나들고, 우주로 고공비행하는가 하면 인간의 감성을 탐구하는 인문학자가 되기도 한다. 가끔은 문학작품을 통해 젊은 시절의 격렬했던 사랑을 되살리기도 한다. 그 순간 머릿속 세포는 꿈틀대며 새로워진다. 이 귀중한 순간을 함부로 내팽개치는 당신은 충분히 늙을 자격이 있다.
무엇보다 인간의 뇌를 젊게 만드는 것은 사랑하는 이와의 대화일 것이다. 사랑하는 배우자나 가까운 친구들과의 대화는 비록 의미 없는 수다일지라도 온몸에 엔도르핀을 돌게 하고 뇌세포를 건강하게 한다. 다만 그 상대는 반드시 인간이어야 한다.
하염없이 개와 대화하고 죄 없는 고양이를 잡도리하고 꽃에 말을 걸고 심지어 돌에 대고 하소연하기 시작하면 당신은 머지않아 노인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이다.
손주 사랑이 유별난 이들이 있다. 친구들이 그런 사람에게 “너도 할머니 다 됐구나” 하고 놀리면 이구동성으로 “너도 손주 얻어봐” 하며 자랑한다. 손주 사랑도 늙음의 징표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그 대상이 너무나도 귀여운 인간이므로 특별히 제외해주기로 한다.
4차 산업혁명, 근래 들어 회자하고 있는 최대 화두가 아닐까? 비트코인도 어떻게 보면 같은 부류로 여길 수 있지 싶다. 많은 사람이 시대 변화를 어느 때보다 더 실감하면서도 직접 참여는 머뭇거리는 듯하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 사안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나 나름의 확신이 서지 않은 점도 있어 관망한다. 지난해 ICT(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에 의한 음성인식 수준이 인간의 대화 인식 수준을 따라잡았다고 전한다. 사람과 사람의 대화에서 이해도는 95%에 그친다고 한다. 사람끼리의 대화도 그 내용을 100% 이해하지 못하는데 인공지능 음성 인식도가 지난해에 95%를 넘어섰다. 음성인식 로봇이나 관련 장치가 사람이 명령하는 말을 사람끼리 서로 말하고 이해하는 수준인 95%와 맞먹게 되었다.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사람 말을 이해한다는 의미이다. 정말 놀라운 발전이고 한편으로 두려움마저 든다.
최근엔 음성인식 인공지능을 활용한 가전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가전박람회 “CES 2018”에도 예상 이상의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리모컨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TV를 향해 필요한 채널을 말하면 TV는 제가 알아서 채널을 찾아준다. 요즘 구글, 아마존, 네이버 등에서 활용하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대중에게 기하급수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알렉사, 아리아, 헤이카카오, 기가지니, 샐리야, 시리야, 오케이 구글 등이 해당 회사의 스피커 이름이다. “아리아, 신나는 음악 틀어줘~!”라고 명령하면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스마트폰에 이미 말로 검색하는 기능이 생활 속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대부분 사람은 문자로 검색하는 데 익숙해 음성인식 기능 활용엔 다소 무디다. 음성인식 지능을 이용한 활용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글이나 문자보다 말로 하는 일이 훨씬 수월하고 빨리 접근할 수 있어서다. 또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갈 기계의 눈이라 할 수 있는 시각지능도 마찬가지다. 고양이와 애완견을 식별한다. 사람의 표정을 보고 기분을 파악하여 대응하는 로봇도 개발되었다. 말 잘 듣고 제가 알아서 기분을 맞춰주는 인공지능 로봇을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다. 애완 로봇이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빠르게 다가온다. 혹자는 “빅도미노”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어느 순간 세상을 확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앞의 예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봇이나 장치가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서게 됨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장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남들과 같은 생각으로 대비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평평하다”는 저서에서 이렇게 경고한다. “이제 자기만의 두드러진 가치를 찾아야 한다. 평균 시대는 끝났다.” 로봇과 소프트웨어 등의 발달로 남들과 같은 일을 하면 평균 이하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자기만의 두드러진 가치, 즉 개인 브랜드를 가져야 함을 이른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전 반생에서 한 경험이 미래엔 큰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대학 시절에 배운 이론들이 지금 효용 가치가 있는지 반문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릴 적부터 우리 세대, 베이비붐 세대는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남과 비교하여 우위에 서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그런 수단과 방법을 공부해왔다.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 전략을 구사했다. 돌이켜보면 경쟁이 능사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누구에게나 보이는 넓은 길이 아니라 선뜻 보이지 않는 좁은 길을 선택해 성공한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돈이 아니라 인생의 가치를 남기는 직업을 찾아낼 필요가 있는 시대다. 후반생은 자기실현의 시기로 살아야 하므로 더욱 그렇다. 관점을 조금만 달리하면 보이게 되는 데도 과거지향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환경이 다른 시대에서 한 경험이 변화된 환경에서 이용할 수 없는 잡동사니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할 전환이 필요하다.
100세 장수 시대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120세 시대도 머지않았음을 예측한다. 100 현역은 아니어도 80세까지는 현역으로 살아야 하고 남은 20년은 인생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기로 하여야 한다. 쉽고 편한 길로만 가려 하지 말고 어렵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가려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자기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만들어 가자. 앞으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간이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많은 일자리를 내어 줄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하지 못하는 자기만의 일을 만들어 보자.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일을 만들어가는 길이 4차 산업혁명 시대 노후준비의 답이다. 그런 일을 찾아내어 자신만의 직업으로 승화시키면 평생 경쟁 없는 직업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높고 깊었던 가을 하늘을 만끽할 새도 없이 코끝 시린 바람이 불어온다. 두툼한 옷으로 옷장을 정리하고 영하로 떨어질 추위를 대비하고 보니 집 밖으로 나가기가 무섭다. 바깥출입은 줄고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이때 반려동물을 위한 실내 안전 점검 또한 잊지 말도록 하자.
자료 제공 반려동물이야기
집 안을 살펴라
바닥 반려견이 클립, 헤어핀, 고무줄 등은 작기 때문에 가지고 놀다가 삼킬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바닥에 물건을 늘어놓으면 안 된다. 나무마루같이 쉽게 미끄러질 수 있는 바닥이라면 카펫 등을 깔아 다리와 허리 관절 건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쓰레기통 쓰레기통 안에 있는 것을 반려동물이 가지고 놀지 않게 배치에 주의한다. 다 먹고 남은 과자 부스러기 등을 반려동물이 먹을 수 있다. 평소 교육을 통해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도록 훈련시킨다.
콘센트와 전선 멀티탭, 전선 등은 반려동물이 감전될 수도 있는 위험한 물건이다. 최대한 안 보이는 곳에 두거나 덮개를 씌워놓는다.
소파와 의자 체구가 작은 반려견이 뛰어 오르내리는 행위는 탈구 외에도 관절을 다치는 원인이 된다. 소파나 의자에 올라오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문 여닫이형 도어 개폐 시 주의한다. 반려동물의 코가 끼이거나 갑자기 열다가 부딪혀 크게 다칠 수 있다.
관엽식물 백합, 아이비, 튤립, 아마릴리스, 수선화 등의 구근이나 시크라멘 등은 반려동물이 입에 넣으면 위험한 식물이니 닿지 않는 곳에 놓는다. 독성이 있는 식물을 먹었을 때의 증상은 호흡장애, 구토 및 설사, 침 흘림 등이다.
난방기구 전열 기구에 화상을 입지 않도록 펜스 설치를 해준다. 전기장판 위에 오래 머물 경우 저온 화상을 입거나 피부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털이 짧은 배나 발바닥을 조심해야 한다. 담요나 이불을 깔아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난방 기구를 사용하기 시작할 때는 자유롭게 다른 방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적절한 습도 실내가 건조해지는 만큼 반려동물도 쾌적한 습도유지가 필요하다. 호흡기 질환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가습기를 쓰거나 젖은 빨래, 젖은 타월 등을 걸어두어 실내가 너무 건조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미리 준비하는 반려동물 겨울철 안전 체크
반려동물도 건강검진이 필요해요 모든 반려동물은 1년에 두 번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나이가 많은 반려동물일수록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인 가을이나 초겨울에 검진을 받는다.
식단조절에 신경 써주셔요 추운 날에는 평소보다 칼로리 소모가 많다. 겨울에도 야외활동을 즐기는 반려견이라면, 밥을 많이 줘야 건강하게 겨울을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실내를 좋아하는 반려견이라면, 평소보다 칼로리를 낮춘 식단을 짜는 것이 좋다.
그루밍은 봄으로 미뤄주셔요! 반려견의 털은 추위를 차단해주는 천연 코트다. 털을 너무 짧게 깎으면, 방한 능력을 잃게 된다. 특히 이중모를 가진 반려견들이 그렇다. 이중모가 아닌 반려견은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스웨터나 외투를 입혀주는 것이 좋다. 발바닥 털은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길게 자란 털만 잘라준다.
반려견도 동상에 걸려요! 발바닥 피부는 동상에 취약하다. 맨발로 눈길이나 빙판길을 걸으면 동상에 걸릴 수 있다. 겨울철에 산책을 시킨다면 반려견 발에 신발을 신기거나 해서 보호해주는 것이 좋다. 겨울철 외출에서 돌아온 후에는 반려견의 발바닥이 베이거나 벌겋게 부풀어 오른 데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실내에 머물게 해주셔요 사람이 추운 온도이면 반려동물에게도 추운 날씨다. 극단적인 기온 변화에 노출되지 않도록 서서히 낮은 기온에 적응하도록 한다. 반려견이 만성질환이 있거나 아주 어리거나 노견이라면, 젊고 건강한 다른 반려견보다 추위에 약하므로 주의한다.
적정온도를 유지해주셔요 반려동물에게 알맞은 실내온도는 섭씨 18~24℃. 사람들이 좋다고 느끼는 온도와 유사하다. 반려묘가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 추워하는 것이고 몸을 쭉 펴고 입으로 숨을 쉰다면 덥다는 표현이다. 반려견이 몸을 떨고 있거나 잠을 잘 때 몸을 둥글게 말아 잠을 잔다면 적정온도를 맞춰준다.
해충은 겨울에도 쉬지 않아요! 겨울은 벼룩과 진드기의 안전지대다. 따뜻한 곳을 찾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반려견의 몸은 피신하기 좋은 피난처다. 또 겨울에 날씨가 풀리면 벼룩과 진드기가 활기를 띤다.
겨울철 길고양이도 살펴주셔요 날씨가 추우면 온기를 찾아 자동차 아래나 바퀴 속으로 들어가는 길고양이들이 있다. 겨울에 시동을 걸기 전, 차 안이나 주위에 있을지 모르는 고양이들을 위해 자동차 소리를 내줘야 한다.
눈·얼음 못 먹게 하셔요! 겨울철에는 길이 얼어붙는 것을 막으려고 소금이나 염화칼슘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달콤한 향이 나는 부동액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반려견이 오염된 물을 먹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자.
강아지의 감기 증상
❶ 목에 뭐가 걸려 있는 듯 캑캑거리며 사래 걸린 듯한 기침을 하며 호흡이 가빠진다.
❷ 콧물이 많아지고 코가 건조해진다.
-코 주변 털에 콧물이 맺히거나 젖어 있다.
-코 양옆을 눌렀을 때 밖으로 코가 나오며 심할 경우 사람처럼 노란 콧물이 나오기도 한다.
❸ 혀가 평소보다 붉고 소변 색이 평소보다 진하거나 눈곱이 많이 낀다. 감기가 의심된다면 아랫배를 따뜻하게 해준다.
감기에 좋은 배즙 만들기
❶ 배 윗부분을 칼로 동그랗게 도려내 구멍을 만든 후 씨앗과 심지 부분은 완전히 파낸다.
❷ 찜기로 강불에 10분, 중불에 10분 정도 쪄준다.
❸ 배 껍질을 제거한 뒤 믹서기로 간다.
❹ 채에다 넣고 즙을 만들어준다.
❺ 충분히 식힌 후 하루 한두 스푼 정도 먹인다.
고양이의 호흡기 질환
사람과 증상이 거의 유사하다. 재채기를 하고 눈물이 나오고 기운이 없고 몸에 열이 난다. 그대로 두면 폐렴 및 합병증에 걸려 위험할 수 있으니 의심이 될 때는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다.
가을은 추수의 계절로 농촌의 하루는 일의 연속이다, 논일로는 벼를 베고 말려야하고 수매에 대비해야한다. 밭일로는 들깨나 참깨를 털어야 하고 말려야 한다. 고추와 고춧잎을 마지막 수확하고 고추 대를 뽑아 묶고 말린다. 콩을 뽑아 말린 후 도리깨질로 때려서 콩깍지에서 콩을 뽑아내야 한다. 마늘 심을 준비를 위해 밭을 갈아엎어야 한다. 결혼식은 봄가을에 밀집해 있다 보니 이웃이나 친척 결혼식 참석도 해야 한다. 결혼식은 모두가 대도시에서 이루어지니 하루가 몽땅 소비된다. 얼마나 바쁘면 '가을의 농촌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을의 농촌사정을 말해준다.
칠순의 중턱을 넘어서는 처남과 처남댁이 농사일을 도와달라고 SOS를 보내왔다. 특히 5백 평에 심은 고들빼기 수확에 힘을 보태달라는 전화다. 마음속으로 귀농을 꿈꾸고 있는 입장이니 체험삼아 일을 해주기로 했다.
고들빼기는 잎과 뿌리 전체를 먹는 채소다. 뿌리를 다치지 않게 수확하기위해서는 쇠스랑( 땅을 파헤쳐 고르거나 두엄, 풀 무덤 따위를 쳐내는 데 쓰는 갈퀴 모양의 농기구. 쇠로 서너 개의 발을 만들고 자루를 박아 만든다.)으로 고들빼기 전체를 떠서 힘을 가해 떨어트리면 흙과 고들빼기 뿌리가 분리된다. 이후 고들빼기 잔뿌리에 묻어 있는 흙을 털고 누렇게 변색된 떡잎을 떼어내면서 다듬는데 모두가 사람손이다. 4kg 들이 종이 박스에 차곡차곡 잘 담아서 농산물 경매시장에 내어 놓기 위해 자동차에 실어주면 그다음부터는 경매를 거쳐 팔려나가고 돈은 통장으로 입금되는 구조다.
쇠스랑을 이용하여 삽질 같은 작업을 하기 때문에 오래하면 허리가 아프다. 쪼그리고 앉아서 고들빼기를 다듬다보면 허벅지 근육이 욱신거리고 아프다. 오랜만에 농사일을 하면 안 쓰던 근육을 쓰기 때문에 고통이 더 심하다 하지만 그런 내색을 못한다. 칠순의 중턱을 넘긴 분들도 아무 말 없이 묵묵히 해 나가는데 하루 일하면서 엄살 부리는 것 같아 참고 일한다.
게으른 농부 밭고랑만 세고 있다고 줄지 않는 고들빼기 밭만 눈으로 가늠하고 셈하고 있다. 일당 일군을 사면 새참을 줘야하지만 식구들끼리 하면 시간절약을 위해 빵이나 물만 새참으로 먹으며 일한다. 오후 5시경 야간 경매장으로 가는 차량이 떠나야하기에 4시 반에 일을 마쳤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일한 고들빼기 상자를 모두 들어서 길 밖으로 옮겨서 차에 올려 줘야 한다. 오늘만 120박스를 수확했다.
저녁은 고생들 했다고 삼겹살 파티를 했다. 금방 뜯어온 상추에 살짝 데쳐 무친 고들빼기가 밥상에 올라왔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밥맛이 좋다. 저녁을 먹고 이웃집에 선물할 고들빼기 두 박스를 얻어 차에 싣고 돌아왔다. 농산물 선물이 돈으로 따지면 1~2만원에 불과하지만 서로 부담이 없어서 좋다.
몸이 참 피곤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다 아프다. 여기저기가 쑤시고 걸음 걷는 것이 어기적거린다. 삭신이 다 아픈 것 이 이삼일은 걸려야 완전히 몸이 회복할 것 같다. 이런 일은 농촌에서는 일상사다. 매일을 이렇게 힘들게 농사짓는 농촌사람들이 있어서 우리는 먹을거리를 얻는다. 단 하루지만 바쁜 농촌 일손 돕기를 했다고 생각하니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뿌듯하다. 하지만 귀농해서 이런 일을 계속할 수 있을는지 걱정이 태산이다.
반려동물이 예쁘고 귀여워서 무조건 받아주다 보면 잘못된 습관이 생겨 버릇 고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가족으로 오래도록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의 기본 습성을 이해하고
좋은 습관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훈련 방법들에 대해 알아봤다.
자료 제공 반려동물이야기
반려견 훈련 방법
혼자 있지 않으려 할 때 개는 무리 동물의 본능을 지니고 있다. 혼자 집에 있는 것을 싫어하고 외로움을 잘 느낀다. 하루에 30분만이라도 집중적으로 놀아줘야 한다.
자주 겁을 낼 때 천둥·번개나 비행기 소리 같은 큰 소리를 듣고 겁내는 반려견들이 있다. 그런 행동을 하면 못 본 척하며 평소와 같이 대해야 한다. 매번 달래주면 고치기 힘든 습관이 된다.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 할 때 강아지에게는 평등개념이 없고 상하관계만 있다. 필요에 의해서 강아지를 잡고 있어야 한다면 그 상황이 끝난 다음에는 자유롭게 풀어준다.
놀랄 일이 생길 때 놀랄 때마다 리드 줄을 당기면 강아지가 더 긴장하게 되므로 편하게 풀어준다. 또한 가족이 당황하게 되면 강아지는 더 당황하기 때문에 침착하게 평소처럼 행동해야 한다.
사회성이 없을 때 생후 2~4개월까지는 사회화 시기다. 가능한 한 자주 외부 환경을 접할 수 있도록 해줘야 사회성 좋은 강아지로 성장한다.
아이와 놀면서 스트레스 받을 때 특히 아이가 개구쟁이일 경우 인내심이 많은 강아지라 해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는 단호하게 타이르고 동물도 아파한다는 것을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서열 과시하며 으르렁거릴 때 자기 서열이 높다고 과시하는 행동이다. 초기에 반드시 억제시켜야 한다. 으르렁거리는 즉시 “안돼!”라고 단호히 말하고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린다.
반려묘 훈련 방법
식습관 고양이에게 식사를 주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밥그릇에 사료를 한 번에 많이 담아놓고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먹을 수 있게 하는 방법과 하루에 두 번 정도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양의 사료를 주는 방법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하루에 한 번은 밥그릇을 깨끗하게 닦아줘야 한다는 것. 첫 번째 방법을 이용할 경우에는 밥그릇을 닦아줄 때 사료도 새로 바꿔줘야 한다. 한 번 꺼낸 사료는 쉽게 상하고, 고양이의 침 등으로 변질될 수 있다. 사료가 남았더라도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
야행성 고양이 반려묘와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늦은 밤 반려묘가 조용히 잠자는 것을 원할 것이다. 고양이의 야간 행동은 어릴 때 고치지 않으면 습관이 된다. 밤에 안 자면 실컷 놀아주면서 천천히 습관을 바꿔준다. 저녁에 밥을 먹이고 난 뒤 집중적으로 놀아주면 고단해서 아침까지 푹 잔다.
발톱 가는 버릇 발톱을 가는 것은 고양이의 본능이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어린 고양이도 작은 발로 발톱을 가는 흉내를 낼 정도다. 고양이의 발톱은 겹겹으로 되어 있다. 발톱을 갈면 오래된 낡은 발톱이 벗겨지고 날카로운 새 발톱이 나온다. 고양이의 이러한 행동은 단순히 오래된 발톱을 벗겨내려는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발톱을 갈면서 기분전환을 하고 마음을 진정시킨다. 혹은 발바닥에서 분비되는 물질을 묻혀 ‘마킹’을 한다. 마킹이란 고양이의 기본 습성 중 하나로 자기 구역 안에 자신의 냄새로 소위 도장을 찍는 행위다. 발톱을 갈 때는 발톱 전용 갈기(스크래처) 위에 고양이를 올려놓고 발을 가볍게 앞뒤로 움직이게 한 뒤 그곳이 발톱을 갈아도 되는 장소임을 반복해서 가르쳐준다. 카펫이나 가구 등 허락되지 않는 곳에서 고양이가 발톱을 갈려고 하면, 가볍게 앞발을 누르며 “안돼!”라고 말해준다. 가르쳐준 대로 잘 배워서 행동하면 충분히 칭찬해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양이는 발톱을 갈아도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을 알게 된다.
반려견의 무는 습관
어린아이가 무엇이든 입에 넣는 것처럼, 강아지도 무엇이든 물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특히 강아지의 경우 서열을 정하기 위해 무는 경우가 많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들이 자기들끼리 물고 뒹구는 것은 마치 만화 속 장면처럼 귀엽게만 보이지만 사실 서열을 정하는 중요한 과정. 또한 스트레스 해소나 발육을 위한 행동이기도 하므로 어릴 때 물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강아지가 사람을 무는 행동을 제지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면 자신보다 서열이 낮다고 여겨 계속해서 문다.
기본 훈련 자신보다 서열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을 방해하면 강아지는 무는 행동을 한다. “앉아”, “기다려” 등의 기본적인 교육을 통해 물면 안 되는 대상임을 알려준다.
무관심을 통해 가르치기 자거나 먹을 때 건드리면 짜증이 나는 것은 개들도 마찬가지. 매번 무는 습관을 보이면 천사처럼 자는 모습이 예뻐 보여도 침대 밑이나 발치에서 자도록 버릇을 들인다.
놀이를 통해 가르치기 강아지가 어릴 때부터 사람 손과 익숙해지도록 가르쳐야 한다. 만약 강아지가 손을 물 경우, 즉시 큰 소리로 “안돼!”라고 말해 무는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인식하도록 한다. 손이 아닌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는 것도 이런 습관화에 도움이 된다. 대형견은 사냥 욕구나 물고 싶은 욕망을 충분히 충족시켜주기 어렵다. 단단한 재질의 개껌이나 장난감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해준다.
부드러운 손길로 가르치기 강아지가 물고 있는 손을 억지로 빼려고 하면 흥분해서 더 세게 물 수 있다. 이럴 때는 반대쪽 손으로 목 안쪽을 눌러 입을 벌리게 해 손을 뺀다. 평소 한쪽 손으로 먹이를 주면서 다른 손으로 강아지를 어루만져주면 사람의 손길에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건강하고 유복하게 오래 사는 것은 축복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오래 산다고 축복이 아니라 축복이 되려면 질병이 없고 부자는 아니더라도 가난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온 몸에 링거 병 주렁주렁 매달고 병원의 침상에 누워있거나 독거노인이 되어 지하단칸방에서 외로워 몸부림친다면 장수가 결코 축복이 될 수 없습니다.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장수가 가족을 힘들게 하고 자신에게도 고통일 것입니다.
죽어야 될 때는 죽어야 합니다. 의사인 유태우 박사의 강의 중에 곤충이나 야생동물은 비만도 없고 노화도 없고 죽을 때 쉽게 죽는다고 합니다. 아파도 아픈 내색을 하지 않고 조용히 치료를 하다가 죽어야 될 때는 죽는다고 합니다. 오직 사람과 사람이 기르는 애완동물만이 비만에 걸리고 노화로 고통 받고 죽을 때도 쉽게 죽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칠 수 있는 병을 고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의미 없는 수명연장을 계속하는 것도 더 큰 문제입니다.
생명은 하늘이 주신 것이고 그것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중단하면 안 된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건전한 의식이 있을 때 무의미한 생명연장에 대한 포기각서를 미리 써두면 환자가 되어 의식이 없을 때 이를 존중한다는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만 봐도 인간에게는 수명이라는 것이 있고 누구나 죽어야 한다는 진리가 있습니다. 죽어야 할 때는 죽는 것이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운명이고 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전체의 줄거리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 유난히 한 대목에서 전율처럼 잊히지 않는 줄거리가 있습니다. 어느 소설가의 단편 글을 읽으면서 인간의 덧없는 욕심을 봤습니다. 글의 내용은 이렀습니다. 소설가가 기르던 고양이가 죽게 되었습니다. 소설가는 그 고양이를 자식처럼 사랑을 주고 키워왔기에 아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아이가 세상을 뜨기 직전, 먹는 걸 거부하더군요. 죽을 걸 알고 있으니 조용히 굶어죽겠다는 겁니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어 강제급식이라는 걸 시작했습니다. 거부하는 아이를 꽁꽁 싸매 꼼작도 못하게 하고 주사기로 묽은 죽과 약을 억지로 입으로 투여하는 겁니다. 아이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버티고, 나는 진땀을 뻘뻘 흘리며, 울며, 제발 먹어, 나를 위해서라도 먹어줘, 그랬습니다. 그때, 그 한숨소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죽어가는 고양이가 한숨을 쉬더군요. 모든 걸 다 내려놓은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더라고요. 제발 그만해. 사람의 말로 말할 수 있었다면 아이의 말은 아마 그런 것이었을 겁니다. 분명히 그랬을 겁니다.”
죽어야 할 때가 된 동물을 단지 사람의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욕심 때문에 살리려고 합니다. 자랑하듯 수십 만 원의 치료비를 들이고 지극정성을 다 하지만 무의미한 생명연장에 불과합니다. 사람의 동물사랑이라는 허영심 때문에 오히려 애완동물은 학대를 당하는 것과 같습니다.
의사는 건강증진과 예방의학과 치료의 세 박자 중 돈이 되는 치료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합니다. 치료는 많은 돈이 듭니다.
건강할 때 건강을 담보로 돈을 벌고 나중에 병이 후회하면서 번 돈으로 건강을 살려고 하지만 더 질 나쁜 건강만 살 뿐입니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고 예방에 조심하면서 즐겁게 여생을 보내다가 죽을 때가 되면 웃으며 떠나는 것이 장수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 뮤지컬 를 볼 기회가 생겼다. 우리나라 배우 무대가 아니라 오리지널 팀이 내한해 공연하는 뮤지컬이다. 우리나라 배우들의 연기도 좋지만, 본고장의 연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으니 내한공연 팀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설레었다.
2014년 웨스트엔드를 시작으로 2015년 시드니, 파리, 2016년 브로드웨이, 2017년 유럽 투어를 끝내고 우리나라에서 하는 공연이다.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으로 가는 발걸음이 즐거웠다. 워낙 유명한 작품인 데다 극 중 주제가 ‘메모리’는 늘 애잔하게 필자의 가슴을 울린다. 좌석도 무대와 가까운 VIP 자리였지만 필자는 젤리클석이 따로 있는 줄 몰랐다. 젤리클은 고양이 종류의 이름인데 뮤지컬 에서 특별하게 무대 맨 앞쪽과 통로 쪽에 마련한 좌석에 같은 이름을 붙였다.
젤리클석이 관람하기에 좋다는 건 뮤지컬이 시작되면서 알게 되었다. 막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동안 무대에서는 수많은 고양이 눈동자가 반짝였다. 어떤 모습으로 첫 무대가 시작될지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었는데 갑자기 관객들이 웅성거리면서 뒤편을 돌아봤다. 의 출연진이 객석 뒤에서 뛰어나와 옆 통로를 지나 무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출연진은 지나가다가 통로 쪽 자리에 앉은 사람들과 잠시 멈추어 머리도 쓰다듬고 악수도 했다. 관객과 이런 교류가 있어 젤리클석이 특별하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됐다. 주로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인사를 건넸는데 아이들은 먼 훗날까지 그 순간을 아름답게 기억하게 될 것이다.
(에 등장하는 주인공 중 한 고양이)
화려하게 치장한 여러 고양이가 소개되고 춤과 무용이 시작되었다. 고양이와 너무 흡사하게 꾸민 분장에도 놀랐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한 그들의 몸짓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실제로 이 뮤지컬 지휘자는 배우들을 혹독하게 연습시키기로 유명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뮤지컬 는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이 세상의 고양이들 이야기다. 1년에 한 번 젤리클 고양이를 뽑는 축제가 있는데 젤리클 고양이로 선택되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젤리클 고양이가 된다고 한다. 막이 오르면서 부자 고양이, 도둑 고양이, 늙은 광대 고양이 등 30여 마리의 고양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춤과 노래를 펼친다.
각각의 고양이 이름은 너무 길고 어려워 기억하지 못하지만,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메모리’를 부르는 고양이 이름은 ‘그리자벨라’다. 한때 가장 아름다웠던 ‘그리자벨라‘는 고양이 세상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왔는데 아름답던 모습은 사라지고 초라해져서 다른 고양이들로부터 냉대를 받는다.
화려했던 젊은 날을 회상하며 부르는 1막의 ‘그리자벨라’와 2막의 ‘메모리’는 특히 필자의 마음을 울렸다. 사람에게도 환하게 빛나는 청춘이 있다. 나이 들면 그 빛이 사라지듯 아름답던 필자의 젊은 날과 ‘그리자벨라’의 젊은 날이 오버랩되는 듯해서 슬픈 감정이 들었다.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온 ‘그리자벨라’가 과거의 영광, 아름다움, 지나간 세월에 대해 노래하자 고양이들은 ‘그리자벨라’를 올해의 젤리클로 뽑아 천상으로 올라가게 한다는 이야기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아름다웠고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필자는 양옆의 스크린에 나오는 자막을 읽으랴 무대를 보랴 눈이 바빴지만, 손뼉도 치고 몸을 흔들기도 하며 정말 즐겁고 신나게 관람했다. 자리가 통로 쪽이 아니어서 지나가며 인사하는 고양이들과 직접 눈을 맞추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멋진 뮤지컬 한 편으로 하루를 아름답게 보낼 수 있어서 감사했다.
70,80년대 농촌에는 쥐가 엄청 많았다. 먹이를 구하려고 집 마당의 볏단과 부엌을 뒤졌다. 논밭에는 분탕질 잔해가 널려있었다. 심지어 방안으로 뛰어들어 주인장의 밥상을 덮치는 녀석도 있었다. 지금의 멧돼지 출몰지역 주민처럼 농사를 다 망치지 말기를 바랄 뿐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농산물 적당량을 쥐가 차지하는 것으로 양해할 지경이었다.
“못 살겠다. 쥐를 잡자.”
주민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한 해에 몇 차례씩 같은 날을 잡아서 모든 주민과 학생을 동원하여 쥐잡기 운동을 벌였다. 그동안 집집마다 따로 쥐약을 놓았던 일은 풍선효과 때문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마을 전체에 쥐약을 놓고 쥐덫을 설치하는 일제소탕 작전을 하였다. 쥐꼬리를 모아서 실적을 보고하던 옛이야기다.
시간이 지나자 이 방법을 계속할 수 없었다. 개ㆍ돼지ㆍ닭 가축이 먼저 쥐약을 먹고 나자빠졌다. 영리한 쥐는 사람 냄새가 묻은 음식물이나 쥐덫에는 아예 접근하지 않았다. 어린아이가 쥐덫에 걸리기도 하였다.
“이건 아니지! 다른 방법을 찾자.”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쥐에게 시련이 커졌다.
쥐약과 덫을 없애고 집집마다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하였다. 고양이는 항상 쥐를 잡는 구조다. 쥐가 고양이를 잡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고양이는 쥐가 파고들어간 땅굴까지 쫓아갔다. 쫓기는 쥐가 편안하게 살았던 논밭을 버리고 잘 보이지 않는 돌담장 틈으로 숨어들었다. 쥐가 잘 보이지 않자 농민들은 행복의 시작인 줄 알았다.
“역시 고양이가 최고야!” 하면서 애지중지하였다. 고양이가 주인어른 밥상머리에 앉아서 음식을 받아먹기에 이르렀다. 강아지와 동급대우를 받는 반려동물이 되었다. 고양이의 전성시대였다. 그렇다고 고양이 때문에 쥐가 다 잡혔다는 말도 들은 적이 없다.
시간이 지나자 배가 부른 고양이는 양지 바른 곳에서 낮잠 자기 바빴다. 쥐보다 덩치가 훨씬 큰 녀석들은 밤이 되면 떼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온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어려운 쥐잡기 대신 닭과 계란의 포식자로 탈바꿈하였다. 고양이 수가 점점 많아졌다. 무대 위에 더 골치 아픈 주인공이 등장한 꼴이 되었다.
“고양이 때문에 못 살겠다!”
하루아침에 반려동물에서 원성의 대상이 되었다.
돌담장 속에서 쥐가 아무리 떠들어도 몸집이 큰 고양이는 작은 틈을 뚫을 수 없었다. 날카로운 발톱을 긁어댔지만 뾰쪽한 방법이 되지 못하였다. 쥐들은 고양이를 무서워하거나 도망갈 이유가 사라졌다. 농산물이 풍부해지면서 추수하고 남은 ‘이삭’이 넓은 들판에 넘쳐났다. 쥐는 고양이에게 시달리던 때 먹이를 돌담장 속에 저장하는 요령을 터득하였다. 그전처럼 논밭을 쑥대밭으로 만든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고양이는 말짱 허깨비야!”
고양이의 무용론에 힘이 실렸다. 고양이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가 식사 때에 나타나는 습성이 있다. 주인이 음식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으면 집에 들어오지 않고 길고양이가 되고 만다. 주인과의 사랑 다툼에서도 애완견에게 밀려났다. 얼마 후 고양이가 마을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마을은 쥐들의 세상이 되었다.
항상 먹히기만 하였던 쥐들이 변화하는 환경을 이용하여 천적 고양이를 확실히 잡았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