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75세 이상 어르신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5월과 6월에는 만 60세 이상까지 확장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연령대가 본격적으로 확대된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5∼6월 코로나 백신 접종계획’에 따라 6일부터 만 70∼74세 어르신을 시작으로 10일 65∼69세, 13일 60∼64세로 연령대별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을 시작한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이 실제로 예방 접종을 받는 시기는 만 65~74세는 5월 27일부터 6월 19일까지, 만 60~64세는 6월 7일부터 6월 19일까지다.
만 60~74세는 전국의 1만 2751개 위탁의료기관 중에서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사전 예약을 하면 된다. 이들은 모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다. 예약은 온라인 사전예약 홈페이지(https://ncvr.kdca.go.kr)와 질병관리청 감염병 전문콜센터(1339), 주민센터 등을 이용하면 된다.
대상자별 사전예약기간 및 접종기간
그런데 만성질환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어르신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혼란스러워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중에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나오면서, 기저질환자가 백신을 맞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잘못 인식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40대 서한길(가명) 씨는 한 커뮤니티에서 “부모님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되는지 걱정된다”며 “어머니가 고혈압과 당뇨, 간염 같은 질병을 갖고 있는데, 기저질환이나 만성질환을 가진 어르신들이 백신을 맞았을 때 별 부작용이 없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한 이용자가 “기저질환이 있으면 백신을 맞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답변했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이용자 A가 “기저질환이 있는데 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 거냐”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기저질환이 있으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안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먼저 기저질환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기저질환은 평소 가지고 있는 질병이다. 고혈압이나 천식, 당뇨병, 신부전, 만성폐질환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면 이것이 기저질환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서 만 65세 이상 어르신 중 89.5%가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어르신 대부분은 기저질환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아야 한다면 어르신 대부분은 백신을 맞지 못한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실제 기저질환 유무는 코로나백신 접종과 관계가 없다. 오히려 질병관리청은 기저질환이 심각한 고령자일수록 백신을 꼭 맞도록 권장하고 있다. 기저질환자일수록 코로나19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심장병이나 부정맥, 만성신부전 등 기저질환자는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영국 등에서는 기저질환이 많은 고령층에서 코로나19 백신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은 기존 질병으로 몸이 약한 어르신들이 백신을 맞을 경우 잘못될 수 있지 않느냐고 우려한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예방접종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에 가면 백신을 접종하기 전에 예진을 한다”며 “의료진이 접종 대상자의 당일 상태를 예진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기저질환자라도 안전하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저질환자 사망 사례도 코로나19 백신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6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지난 4월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신고된 사망 사례 67건 중 65건은 백신과 인과성이 없고, 나머지 2건은 심의가 보류됐다고 발표했다. 또 중증 사례 이상반응 57건 중에서도 2건이 백신과 인과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기저질환이 있더라도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 때문에 사망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한편 6월까지 계획된 만 65세 이상 백신 예방 접종 계획이 이번주에 만 60세로 확대됐다. 이에 대한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명률 90% 이상이 60세 이상에서 나오고 있다”며 “치명률을 낮추기 위해 이번에 만 60세로 연령층을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또 6일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 계획에는 만성중증호흡기질환자와 교사와 돌봄인력, 사회필수인력 등에 대해서 6월 19일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6월 20일 이후에는 50대로 확대될 수 있을까?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이후 계획은 현재 수립 중으로 확정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리가 너무 구부러졌네요. 다리를 쭉 펴야 운동이 제대로 됩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이너에게 PT를 받을 때 듣는 말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모바일 카메라로 움직임을 인식해 동작이 제대로 됐는지 평가한 뒤 건네주는 말이다. 홈트레이닝에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홈트’(홈트레이닝)가 등장하며 피트니스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도움 메모핏
스마트 홈트의 특징은 ‘상호작용’, ‘개인 맞춤형’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현장에서 트레이너의 지도를 직접 받지 못한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오히려 더 좋은 장점을 만들어냈다. 원격으로 트레이너와 실시간으로 만나고, 첨단 기술이 동작을 포착하여 교정해준다. 시간, 반복 횟수 등 운동량이 자동으로 기록되고, 이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개인 맞춤형 운동을 추천하고 계획을 짜준다. 시공간의 한계를 벗어나니 평소 만나기 힘든 유명 피트니스 강사에게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목표를 달성하면 포인트를 돌려주는 리워드 프로그램, 여러 참가자와 함께 대결을 펼치는 챌린지 프로그램도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첨단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운동은 그 효과도 크다. 시니어 전용 스마트 헬스케어 앱 ‘메모핏’의 자문위원인 김미정 한양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그 효과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적어도 주당 150분의 중등도 강도의 신체 활동 또는 적어도 75분 이상의 좀 더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를 좀 더 줄이면 하루 2회 10분 정도의 중등도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을 권한다. 고령자도 주 2회 근력 강화 운동을, 특히 균형과 낙상 예방을 위한 운동을 하길 권하며, 개개인의 취미와 성격에 맞춘 운동 프로그램을 권장한다. 매일 꾸준히 20분씩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며, 운동을 무리하게 할 경우 근육이 오히려 손상될 수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강도의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로 확산세 커져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헬스장을 직접 찾기 어려워지고, 집에서 운동하는 이들이 늘면서 스마트 홈트 이용자도 크게 늘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후 홈트 관련 검색량이 급증했다. 영상통화로 트레이너에게 실시간으로 코칭을 받는 앱 ‘리트니스’는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된 이후 하루 운동 참여자와 앱 구매 건수가 모두 4배가량 늘었다.
시니어 중에서도 스마트 홈트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화재의 헬스케어 모바일 앱 ‘애니핏’은 중장년 이용자가 지난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화재가 발표한 ‘2020년 애니핏 앱 이용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이상 이용자는 23만3266명으로, 2019년 10만3462명 대비 12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이하 가입자는 79.8% 늘어난 9만2302명이었다. 중장년이 30대 이하 대비 이용자 수도, 증가율도 높았다. 삼성화재는 중장년 이용자 증가 요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 중장년층의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 상승을 꼽았다.
스마트 홈트 앱, 가까운 곳에 있다
알고 보면 스마트 홈트 앱은 이미 우리 곁 가까운 곳에 있다. 스마트폰에는 각 제조사가 제공하는 피트니스 앱이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헬스’, 애플은 ‘건강’, LG전자는 ‘LG헬스’ 앱이 있다. 각 앱은 운동량을 측정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데이터가 걸음 수 측정이다. 스마트폰은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소지하고 있기에 정확도가 높고 측정이 용이하다. 또한 분석 능력이 높아서 오른 층계, 보폭, 보행 속도, 보행 비대칭성 등 세밀하고도 다양한 기준으로 데이터를 해석해준다.
스마트폰에서 기본 제공되는 만큼 이용량도 많다. 삼성헬스는 2020년에만 전 세계에서 2억100만 명 이상이 사용했으며, 이들은 30억kcal를 소모하고 78조 걸음 수를 기록했다. 해당 걸음 수를 거리로 환산하면 지구와 태양을 200번 왕복한 것과 같다.
각 사는 이들 앱의 기능을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삼성헬스는 운동 콘텐츠, 명상, 수면 패턴, 심박수, 혈압 측정까지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전 세계 이용자들과 함께 걸음 수 대결을 하는 챌린지 프로그램도 제공하는 등 종합 피트니스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애플은 애플워치, 아이폰, 아이패드와 연계한 ‘피트니스 플러스’를 발표했다. 인공지능이 적합한 운동을 추천해주고, 요가, 자전거 타기, 근력 운동 등 여러 영역에서 세계적인 트레이너들의 수업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시중에는 디지털 기술과 피트니스를 결합한 다양한 앱이 출시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알아보자.
디지털 기술을 집약한 대표 홈트 앱, 카카오 스마트홈트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의 실시간 관절 움직임을 추출하고 분석하여 바른 운동 자세를 알려준다. 운동을 시작하면 이용자의 자세를 트레이너의 자세와 비교하면서 코칭을 받을 수 있다. 관절 추출을 통해 포착된 동작이 트레이너와 일치하면 녹색, 그렇지 않으면 빨간색으로 표시돼 정확도를 쉽게 알 수 있다. 운동이 끝나면 부위별 운동 시간, 소모되는 칼로리, 동작별 정확도를 분석한 정보를 제공한다. 요가, 근력 운동, 필라테스, 스트레칭에 관한 200여 편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고, 손연재의 리듬체조, 양치승의 근력 운동, 황아영의 요가 등 부문별 인기 트레이너의 수업을 받을 수 있다. 한 달간 운동을 완료한 날짜 수에 따라 메달을 주는 챌린지 프로그램,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촬영하면 칼로리를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식단 카메라 기능도 제공한다.
시니어 전용 스마트 헬스케어 플랫폼, 메모핏
시니어만을 위해 설계된 피트니스 앱으로, 각종 운동 프로그램부터 화면 구성까지 중장년층에게 적합하게 꾸몄다. 시니어의 신체 특성을 고려해 관절에 무리를 주는 동작은 제외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장년들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구성했다. 두뇌와 근력을 동시에 쓰는 맞춤형 듀얼태스킹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와 치매 예방을 한 번에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치매에 효과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재활의학과, 치매 전문 신경외과 전문의의 자문을 받았고, 대한노인재활의학회의 검수도 진행했다. 기저질환 유무 등 사용자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앱에 가입해 ‘체력 테스트’를 진행하면 생년월일, 키, 체중은 물론 수술 여부나 질환 유무가 입력되고,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개인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체력검사는 주기적으로 진행한다. 스마트폰 앱을 TV와 연동시킬 수도 있다. TV와 무선랜 또는 HDML로 연결하여 큰 화면으로 보면서 동작을 따라 하기 수월하도록 했다.
실시간으로 트레이너와 함께, 리트니스
실시간으로 홈트레이닝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코어 운동, 필라테스, 줌바, 요가 등 다양한 운동 수업을 집에서 라이브로 수강할 수 있다. 매주 지정된 시간에 진행되는 라이브 수업을 예약해두면 당일에 알림 문자를 준다. 코칭은 영상통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트레이너에겐 모든 참여자가 보이고, 참여자들에게는 트레이너와 자신의 모습만 보인다. 트레이너가 실시간으로 개인별 피드백을 주기에 정확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트레이너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이름을 불러준다는 점만으로도 중간에 영상을 끄고 운동을 포기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AI 트레이너의 개인 레슨, 875
국내 최초로 AI(인공지능) 코치를 도입한 앱이다. AI 코치가 개인별 신체 상태를 고려해 운동 습관을 밀착 관리한다. 사용자가 AI와의 채팅 상담을 통해 운동 계획과 실행, 성과 분석 과정에 도움을 받는다. 5주간의 운동 계획을 짜고, 올바른 운동 습관을 정착시키기 위해 밀착 관리 스케줄을 정한다. AI 코치의 최대 장점은 방대한 데이터와 분석력이다. 사용자의 신체 상태, 목표, 체력을 분석해 최대 2만4000여 가지 운동법 조합 중 가장 적합한 것을 선정해 5주간의 운동 계획을 설계한다. 정확한 설계를 위해 모션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보디 밸런스 체크, 인바디 체성분 검사 결과, 1분 체력 테스트, 자세 습관 자가진단 등을 통해 사용자의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루 8분 내외로 할 수 있는 맞춤형 운동을 권유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앱 개발사인 ‘티랩’이 현장에서 진행한 4만2000회 이상의 트레이닝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MINI INTERVIEW] 최윤정 플래닛350 대표
시니어 전용 스마트 홈트레이닝 앱을 개발한 계기는? 활기찬 시니어 라이프를 위해 운동은 필수입니다. 운동을 통한 건강 유지는 은퇴 후 찾아오는 고립감과 우울감을 없애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트니스센터와 노인복지관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홈트레이닝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를 위한 홈트레이닝 콘텐츠 및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는 와중에 정작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가 꼭 필요한 시니어들을 위한 콘텐츠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메모핏만의 차별화된 서비스, 프로그램은? 앱 내 체력 테스트를 통해 이용자의 건강 상태와 운동 능력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알고리즘에 따라 이용자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생성해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운동 프로그램을 설계합니다. 운동 프로그램은 의학 전문가에 의해 제작되었습니다. 일반적인 건강관리뿐 아니라 근감소증 및 낙상, 치매 등 노화 위험 요소를 예방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치매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치매 예방에 중요한 하지 균형 감각과 근력 운동에 초점을 두고, 상·하지를 전반적으로 고르게 사용하는 운동을 제공합니다. 또한 운동 동작을 따라 함과 동시에 뇌 활동을 요구하는 듀얼태스킹 운동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두 발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동시에 머릿속으로 덧셈 뺄셈을 계산해 손가락을 접으면서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젊은 사람들도 한 번에 성공하기 힘듭니다. 몇 번 반복해 성공하면 성취감도 큽니다.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첫 구절만 들어도 바로 떠오르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를 부른 세샘트리오. 그 세샘트리오의 보컬이었던 권성희(66) 씨는 누구나 기억하는 노래의 주인공인데도 그 삶에 대해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외부에 자신을 드러내는 걸 꺼리는 성격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에 자주 보이지 않아도 그녀는 가수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연예인 자원봉사단체인 한마음회 회장, 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 CEO클럽 회장까지 맡으며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활발한 사회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로 데뷔 45년을 맞이한 그녀의 남다른 소회를 들어봤다.
“권성희라는 사람은 멋있는 가수였다고 기억되고 싶어요. 그래서인지 가정사를 많이 오픈하지 않고 살았죠. 예능에 나와달라는 연락은 많이 받았는데, 남편도 오픈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방송에 나와도 재미없을 거라고 해요.(웃음)”
권성희 씨의 남편은 배우 박병훈 씨. MBC 공채 탤런트 8기 출신으로 ‘제5공화국’, ‘연개소문’ 등의 드라마에 출연한 중견 배우다. 두 사람은 1985년에 결혼했다. 아내가 서른두 살, 한 살 연하였던 남편은 서른한 살이었다.
“남편과는 친구 소개로 만나 연애를 해서 결혼했어요. 착하고 성실해 보여서. 그리고 당시에는 제 나이 서른이 넘으니까 주변에 총각이 없더라고요.(웃음)”
결혼하기 전까지는 연하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결혼을 한 후에야 남편 주민등록증을 보고 나이를 알았다고 하니, 남편이 연하인지도 모른 채 결혼한 셈이다.
“요즘처럼 SNS도 없었고, 방송하고 연습하고 야간 무대 하고 집에 오는 바쁜 생활이었으니 제가 인기 있는 줄도 몰랐어요. 나중에 솔로로 나오고 팬들도 만나니 그때 체감되더군요. 그래서 쉬고 싶다는 생각에 결혼한 것도 있었죠.”
성악가를 꿈꾸던 소녀, 대중 가수가 되다
소녀 권성희는 마리아 칼라스 같은 프리마돈나가 되겠다고 다짐한 성악 꿈나무였다.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일까. 합격하리라 자신했던 연세대 입시에서 낙방했다. 친구들과 부모님 볼 낯이 없어서 그대로 잠수를 탔다. 그러다 생각을 고쳐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후기 동덕여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낙방의 아픔이 흉터처럼 남은 탓인지, 막상 대학 생활을 해도 학업에 열중하기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방송국의 아는 분들에게서 프로그램에 나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죠. 그래서 방송을 ‘살랑살랑’ 했어요. 그런데 방송을 알게 되니 재밌더라고요. 성악을 했지만 현미 씨나 패티김 씨 노래를 즐겨 부르기도 했고요. 저쪽으로 가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죠.”
대학교 2학년 때부터는 야간 무대에 서게 됐다. 당시 가수들의 야간 무대는 지금과 달리 자연스러운 무대 활동이었다. 성악을 기본으로 한 탄탄한 가창력으로 주로 스탠더드 팝과 패티김 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찾는 무대가 점점 늘어났다.
“수입이 좋았죠. 월급쟁이가 3만~4만 원 받던 시절에 하루 4만~5만 원을 벌었으니까요. 어느 무대에서는 10만 원, 15만 원을 받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한 달에 몇 백만 원씩 벌었죠. 아직 무명이었는데도요. 그때 연예계가 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라틴 대중가요, 세샘트리오 결성
야간 무대에서 활동하던 그녀는 경희대 성악과 출신의 전항 씨를 알게 된다.
“‘너나 나나 클래식을 했던 사람인데 뭔가 팝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음악을 불러보자’면서 라틴 음악을 제안하셨죠. 들어보니 멋지더라고요. 그리고 그분이 기타를 잘 치던 홍신복 씨를 섭외했어요. 그렇게 셋이 같이 로스 판초스 같은 혼성 트리오를 결성하기로 해서 만들어진 게 세샘트리오였어요.”
그러나 라틴 음악은 세샘트리오 자신들에게도 새로운 음악이었다. 3개월 동안 매일 아침 만나서 연습을 해야 했다. 저녁이 되면 야간 무대에 섰다. 그러면서 레퍼토리를 늘리고 계속 공부했다.
“카바사, 마라카스, 탬버린 등 라틴 악기들도 다루기 시작했죠. 노래 연습보다 그게 더 힘들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익숙해지니 그게 없으면 노래가 안 되더라고요.(웃음)”
결성 1년 만에 길옥윤 씨가 작곡한 ‘나성에 가면’이 나왔다. 보사노바 장르로 당시 대중가요에선 없던 노래였다. 그러나 엄혹한 시대를 밝히는 밝은 분위기의 노래였던 덕분일까, 홍보를 거의 안 했는데도 대박을 쳤다.
“바쁘니까 제가 스타인 줄도 몰랐는데 어느 날엔가 되어 있더라고요. 1978년부터 1983년까지 세샘트리오의 전성기였죠. 일도 많이 하고 미국 공연도 하고. 그렇게 잘나가다가 남자 멤버들이 외국으로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해체되었어요.”
사회는 모두가 어우러져 살아야
세샘트리오 이후 솔로 활동을 하고 결혼을 하면서 권성희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한국연예인협회 한마음회에서의 일도 그것이다. 한마음회는 연예인 자원봉사단체로 1981년에 설립되어 2000년에 사단법인이 되었고, 벌써 40여 년이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오랜 역사를 지닌 단체다. 권성희 씨는 2009년부터 회장직을 맡아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으로 활동했죠. 장충체육관에서 4000~5000명씩 모셔서 하는 행사는 어려우니 올해는 찾아가는 봉사를 계획하고 있어요. 4월부터 각 구청의 노인복지과와 연계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녀는 시간적·재정적 여유가 있으면 봉사는 누구나 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사회란 모두가 어우러져야지 누구는 너무 잘 살고 누구는 너무 못 살면 안 되잖아요. 우리가 받은 것을 조금이나마 되돌려준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분들 덕에 우리 일도 유지되는 거니까요. 한마음회 사람들이라면 모두 그런 생각으로 일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통합되어 있기에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었겠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
여전히 이어지는 코로나19 상황은 조금 나아지나 싶다가도 집단감염이 거듭 발생함에 따라 위기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권성희 씨는 이런 어두운 시절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회의적으로 생각할 때도 있었죠. 바쁘게 살 때는 행복이 뭔지 모른 채 살았고, 지금은 나른함과 좌절감이 함께 오는 시기죠. 그러나 그런 중에도 행복은 있다고 봐요. 작은 데서 행복을 찾게 되고요.”
그녀는 요즘 시간 여유가 있으니 강아지를 데리고 집 앞을 산책한다. 강아지에게 정이 들어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고. 처음에는 지금의 언택트 상황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힘든 와중에도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사실 외로움은 못 느끼고 살죠.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별로 없으니까요. 그런데다 저는 주부면서 사회생활도 하기 때문에…. 여자는 자신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어서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그런데 남자들은 그게 안 되나 봐요. 코로나19 이전에는 외부 활동을 많이 해서 그런 걸 못 느꼈는데, 집 안에서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완전히 ‘삼식이’들이 됐어요. 그리고 저는 집에 오면 도우미 아줌마가 되죠.(웃음)”
봉사를 넘어 진짜 나눔 펼쳐
뭐든지 열심히 하는 모범생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그녀는 올해 9년째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홍보대사를 맡으며 각 지역 지사의 행사에 참여하는데 굉장히 보람 있어요. 전국을 다녀보면 재밌게 사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그리고 서울보다 서울 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되레 건강하고 음악을 즐기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걸 보면서 백 원을 가져서 행복한 사람이 있고 백 원을 가져서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가 떠오르더군요. 욕심 없이 살면 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지 않을까…. 코로나19도 그렇죠. 마이너스만 된 게 아니라 인생을 성찰하는 시간을 준 거라고 생각해요. 내려놓는 시간으로 말이죠.”
한마음회 회장,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와 함께 그녀는 MBC리더스포럼의 CEO클럽에서 회장직도 맡고 있다.
“사람들이 뭘 계속 시켜요.(웃음) 사람 한명 한명이 참 좋아서 애착이 많고, 배울 점도 많은 모임이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은 중요해요. 그래서 사람은 가정에만 있어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톱스타였던 연예인이 막상 일을 그만두거나 인기가 떨어지면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동안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막상 뭘 하려고 하면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안 되려면 끊임없이 사람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그녀는 돈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과 만나서 무슨 이득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사람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죠.”
중년 부부의 솔직한 관계
그녀는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아이를 가졌을 때, 그리고 잠정 은퇴를 했을 때라고 말한다.
“우리 때는 야간 무대 도는 게 당연했어요. 그래서 하긴 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이제는 야간 무대에서 노래하기 싫으니 쉬어야겠다, 50 먹으면 안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쉰 살이 되었을 때 3년 정도 쉬었죠. 정말 행복했어요. 그런데 3년 정도 지나니 지루해지더라고요. 어느 순간 ‘내가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속에선 항상 연예계가 그리웠던 거죠. 그래서 앨범을 내고 다시 가수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걸 보면 가정이 있기 때문에 항상 안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혼자였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기도 해요.”
그녀에게 부부란 확고한 동반자다. 서로 아플 때 챙겨줄 수 있는 존재다.
“나이 들면 기저질환이 생기잖아요. 부부라면 그런 걸 서로 챙겨줘야 하죠. 혼자 사는 사람이 가장 서러울 때가 아플 때라고 하잖아요. 부부는 옆에 동반자가 있으니까 그보다 낫죠.”
그래서 그녀는 요즘 유행하는 졸혼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이혼이나 마찬가진데,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겠지만 이상한 관계예요. 불합리해 보이고 나중에는 사라질 거 같네요.”
물론 부부 생활에서 갈등이 없는 부부란 있을 수 없다. 그녀 또한 안 좋았던 시기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걸 잘 넘어간 이유는 제 덕분인 거 같아요. 그런 상황이 되면 지고 들어갔거든요. 뭐 내가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 거 같은데.(웃음) 그리고 평소에 성질을 안 부리던 사람이 성질을 벌컥 내면 싸우지 않는 게 맞잖아요. 물론 정말로 싫었다면 헤어졌겠죠. 하지만 그보다 좋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상쇄가 됐어요.”
서로 기 싸움하지 말고 내려놔야 한다. 그녀가 말하는 부부 관계의 해법이다.
“남편의 교통사고도 있었고, 모은 돈을 날리기도 했고, 아이 입시 문제도 그렇고.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닌데 그때는 잠 못 자고 엎치락뒤치락했죠. 이제는 뭐든 잘되겠지 하는 마인드로 살아가요.”
그녀는 요즘 재즈를 배우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생활에 치여 못 했던 도전이지만 예순이 넘어 드디어 하게 되면서 자신이 가수로서 나태하게 산 게 아닌가 반성했다고도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주부로서의 권성희, 사회인으로서의 권성희도 소중하지만, 그녀가 가장 자신 있고 가장 영향을 받는 영역은 역시 가수로서가 아닐까 싶다. 그녀의 방식대로 온전하게 자신에게 집중하며 새로운 즐거움을 실행하는 시간, 그 모든 과정이 인생의 축복이고 봄 햇살처럼 찬란하다.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현재와 호흡하는 그녀의 열정과 삶이 담긴 재즈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본다.
은퇴를 앞두고 재무 설계 때문에 막막해하는 분이 많다.노후 재무 설계 시 제일 처음으로 해야 할 것은 지출의 종류와 성격 파악이다. 이를 제대로 알아야 필요한 자산과 규모와 운용 방법을 정할 수 있다. 노후에 필요한 비용은 다음과 같이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① 노후생활비
건물을 지을 때 땅을 평평하게 하는 작업이 기본이다. 노후생활비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생활비로 필요에 따라서 최저생활비, 필요생활비, 여유생활비로 나뉜다. 최저생활비는 의식주를 해결하는 비용이다. 필요생활비는 매월 지출하는 생활비이지만, 탄력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가끔은 외식비로도 쓸 수 있는 자금이다. 여유생활비는 여가를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② 예비자금
예기치 못한 일을 대비한 자금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해서 갑자기 가게가 문을 닫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자연재해로 인해 주거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한 금액이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예비자금을 미리 마련한다면 이러한 일이 갑작스럽게 발생해도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3~6개월 정도 버틸 수 있는 생활자금이라고 생각하자.
③ 의료비
앞서 살펴본 것처럼 노후 적자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의료비다. 실제로 국가 주요지표를 제공하는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기대수명은 82.7세이지만, 건강수명은 64.4세다. 건강수명이란 질병을 앓는 시간을 빼고 건강하게 살았던 시간을 측정하는 지표다.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의 차이만큼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는 말이다. 기저질환자가 코로나19에 취약한 것처럼 나이가 들수록 병에 취약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를 대비할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다.
④ 잉여자금
잉여자금은 반드시 지출할 필요는 없고, 각자의 상황에 따라서 쓰면 된다. 독립하지 못한 자녀의 교육비나 노부모에게 드리는 용돈 같은 비용이다.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주식이나 펀드 같은 투자를 통해 증식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시계가 분주히 돌아가고 있다. 향후 몇 년 안에는 일본처럼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누군가의 돌봄도 더 절실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때 전염병은 돌봄의 방식도 변화시키고, 사각지대도 만들었다. 우울과 학대에 시달리는 노인도 생겨났다. 코로나 시대 속 노인들은 어떤 돌봄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봤다.
초고령사회가 멀지 않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의 15.7%로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2025년에는 20.3%에 이르러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UN 기준에 의하면, 65세 인구가 20%를 넘기면 초고령사회다. 정부 관계자는 “연금 재정이 우려된다. 연금을 수령하는 인원은 증가하는데, 연금에 보탬이 되는 인구가 줄어든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국가경제력상 좋지 않다”고 밝혔다.
문제는 고령자 중에서 홀로 지내는 분이 많다는 데 있다. 2020년 기준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전체 가구의 22.8%이다. 가구 유형별로 살펴보면 1인 가구(34.2%), 부부(33.1%), 부부와 미혼자녀(9.7%), 부(모)와 미혼자녀(5.5%) 순이다. 이대로 간다면 2047년에는 전체 가구의 약 절반(49.6%)이 고령자 가구가 될 것이다. 10명 중 5명이 고령 가장이 된다는 뜻이다.
홀로 살면서 무병장수(無病長壽)하면 좋겠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진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51%로, 2008년에 비해 20.3%P 늘어났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이준형 교수팀이 발표한 ‘노인에서의 독거 여부와 복합 만성 질환의 연관성’에 따르면, 독거노인이 만성질환에 더 취약했다. 60세 이상 독거노인의 35.5%가 만성질환에 시달렸고, 독거노인이 아닌 경우 28.8% 정도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독거노인이 만성질환의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다는 증거다.
병상 간 간격 조정과 정부의 지원 필요
코로나19는 노인에게 더 치명적이다. 전 세계인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지만 특히 노인들은 이 전염병에 취약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대와 비교했을 때 85세 이상 확진자의 치명률은 630배, 75~84세는 220배, 65~74세는 90배 정도 높다. 실제로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10명 중 8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며, 특정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020년 12월 14일 기준 60대 확진자는 전체의 15.35%였고, 70대와 80대 확진자는 각각 7.78%, 4.53%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수치상으로는 다른 연령대와 비슷하거나 적다. 하지만 사망률과 치명률은 높다. 사망률이 높은 순으로 정리하면 80대 이상(51.11%), 70대(31.18%), 60대(12.27%)였다. 전체 사망률 1~3위가 모두 고령자에게서 나왔다. 10대와 20대 사망률이 0%인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확실히 젊은 세대들에 비해 치명률이 높다는 얘기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노인 돌봄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 우리나라 노인 돌봄은 요양원 등에 입소한 노인을 돌보는 시설 돌봄과 요양보호사나 생활 지원사가 거주지를 직접 찾아가는 방문 돌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돌봄을 지원하는 장기요양보험의 경우 신청을 받으면 대상자를 상대로 대면조사를 통해 등급판정을 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지속적인 확산으로 비대면 조사도 이루어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하는 단계별 수칙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을 적절히 배분해 운영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돌봄 현장은 취약한 요소가 있었다. 특히 노인 장기요양시설은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밀집한 곳이라서 확진자가 속출했다. 그뿐만 아니라 작은 요양원들의 경우 병상의 구조나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인력 보충이 문제로 제기됐다. 대형 병원의 경우 법적으로 병상 간 1.5m 거리를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있지만, 요양원은 거리 규정이 따로 없다.
건양대학교 간호학과 이미향 교수는 “요양원에도 비말을 통한 전파를 막기 위해 병상 간 이격 거리가 필요하다. 역학조사관의 협조나 병원 내 감염병 예방 및 통제를 담당할 인력도 보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적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감염병의 지속적 확산을 막기 위해 요양병원에 감염 예방 관리료를 지원한 것처럼 규모가 작은 노인 장기요양시설에도 예방 차원에서 추가적인 재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돌봄 서비스 필요
코로나19 이후 노인 돌봄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 모두 돌봄을 거부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2020년 6월 서울 지역 요양보호사 34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중 일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26%에 달하였고, 일 중단 사유로는 ‘이용자 또는 가족의 요청’이 74%로 가장 많았다. ‘감염에 대한 우려로 자발적으로 중단’한 비율도 17%였다. 이렇게 공백이 생기자 각 지자체는 전화나 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비대면 돌봄을 제공 중이다.
하지만 비대면 서비스가 노인의 마음을 보듬지는 못했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이 잠정적으로 폐쇄되면서 노인들은 고립감을 호소했다. 이 고립감은 코로나 블루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 지자체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노인들의 코로나19 감염 현황과 생활 변화에 따른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강동구청이 노인층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이후 우울 척도 11개 문항 평가(16점 이상 우울증 의심)에서 60대 남성(20.6점)과 70대 여성(19.6점)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전라남도 완도군이 관내 노인을 대상으로 우울증 정도를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3.8%의 노인들이 우울감을 호소했고, 7.5%는 중증의 고위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움을 호소하는 노인도 늘었다. 영화관, 카페 등과 같은 여가시설이 문을 닫고, 정기적으로 도움을 받던 돌봄 서비스도 중단되면서 무료해진 노인이 많아진 탓이다. 젊은 세대라면 디지털 서비스라도 즐기겠지만, 디지털 기기가 익숙지 않은 노인들은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움의 증세가 심해졌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을 통한 교류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개인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한편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노인도 증가했다. 코로나19와 맞물려서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고, 부동산 관련 세법의 개정으로 부담해야 할 세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노후자금을 충분히 마련해놨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노인들은 경제적 고충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주고령사회연구센터가 제주지역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2020년 5월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노인들은 일상생활의 변화 중 경제활동 중단, 소득 감소 등의 경제적 변화(45.7%)를 첫 번째로 꼽았다. 코로나 시대 속 고령자들은 우울하고 외로운 데다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삼중고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인돌봄서비스의 전환이 필요하다. 거주지에서 건강하게 노후를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사회의 돌봄 체계 내에서 스스로 자립해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이 그것이다. ‘ICT 돌봄 2020 심포지엄’에 참여한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김현미 센터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노인돌봄서비스는 ‘셀프케어’(자기 돌봄)와 ‘심리방역’이 필요하다. 노인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향상하는 동시에, 혼자만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도록 정서적인 함양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ICT를 기반으로 한 돌봄 서비스가 부각되고 있다. ICT는 빅데이터를 통해 비대면으로 거리가 생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김 센터장은 “대면에 집중했던 서비스에서 이제는 온·오프라인 돌봄이 필요하며, 디지털 소외가 되지 않도록 노인들에게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방문을 통한 돌봄보다는 비대면을 활용한 돌봄이 일상화될지도 모른다. ICT를 이용한 비대면 돌봄 서비스를 소개한다.
평소 별다른 증상이나 기저질환이 없던 A(41·여) 씨는 어느 날 자고 일어난 후 발음이 어눌해진 것을 느꼈다. 급하게 응급실을 찾은 A 씨.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 출혈이라는 진단을 받고 응급으로 개두술 혈종제거술과 뇌동맥류 결찰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 후 별다른 신경학적 후유증 없이 퇴원했지만, 반대편 우측에 시신경 주위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동반되어 있어 5개월 뒤 시력 손상 없이 뇌동맥류 결찰술을 받고 완치됐다.
뇌혈관은 심장에서 대동맥을 거쳐 맨 먼저 혈류가 도달하는 기관으로 매순간 혈압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뇌세포는 일정한 혈류량 유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혈압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과정에서 혈역학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고, 나이가 들거나 동맥경화와 같은 뇌혈관의 염증성 변화로 인해 뇌혈관에 병리학적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뇌에 혈액을 운반하는 뇌동맥의 특정 부위가 작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뇌동맥류 환자, 절반 이상은 여성
뇌동맥류란 이렇게 뇌동맥이 병적으로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몸속 다른 동맥과 달리 혈관 주위 조직이 없고, 뇌척수액이나 매우 부드러운 뇌조직에 싸여 있어, 뇌동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가 터지면 뇌지주막하 출혈을 일으킨다.
뇌동맥류가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혈관 벽을 약하게 만드는 요인은 있다. 바로 흡연이나 고혈압, 과음 등이다. 또 뇌동맥류 환자 중 절반은 중년 여성인데, 혈관 보호 역할을 하는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분비가 폐경기 이후 감소하면서 뇌동맥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에선 머리 부상이나 심내막염 등 혈액 내 감염 후 뇌동맥류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가족력이 있다면 미리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혈관이 갑자기 수축했다가 팽창하기 때문에 혈압이 급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뇌혈관이 혈압을 이기지 못해 뇌동맥류가 터질 위험이 증가하는 만큼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조 증상 없고, 터지면 극심한 두통
뇌동맥류가 파열된 경우엔 뒷목이 뻣뻣하거나 갑작스러운 의식 저하,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극심한 두통을 갑작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는 뇌지주막하 공간으로 혈액이 한꺼번에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파열 당시 두통을 느낄 정도라면 즉시 응급실로 오게 되는데 그나마 이 경우는 불행 중 다행이다. 파열 시 뇌혈관이 받는 압력의 크기에 따라 출혈량이 결정되고 출혈량이 너무 많으면 응급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파열성 뇌동맥류 환자도 간혹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주로 건강검진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한다.
뇌동맥류는 크기가 커질수록 파열 위험성이 현저히 증가하는 건 맞지만 크기가 작아도 파열될 수 있다. 크기 외에도 위치와 모양이 파열과 관련한 중요한 인자들인데, 뇌동맥류가 대뇌 쪽의 전방순환계보다 소뇌 쪽의 후방순환계에 위치한 경우 더 잘 터진다. 또 뇌동맥의 가지가 나뭇가지처럼 갈라지는[분지(分枝)] 부위에 위치한 경우, 모양이 일정하게 둥근 것보다 불규칙적으로 울퉁불퉁한 경우 더 잘 파열된다고 알려져 있다. 사례의 환자처럼 파열된 뇌동맥류와 동시에 발견된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일반적인 비파열성 뇌동맥류 환자보다 파열 가능성이 높아 조기에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 찾아야
뇌동맥류가 파열된 경우에는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지만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 동맥류 파열 위험성이나 위치, 모양, 개수, 크기 등 전체적인 뇌동맥류의 특징을 고려해 치료법을 정한다. 혹여 당장 치료해야 할 정도가 아니더라도 뇌동맥류의 모양이나 크기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뇌혈관 영상 검사를 통해 변화를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
파열된 뇌동맥류를 치료하는 목표는 재출혈을 막는 것이다. 치료법은 일반적 수술인 클립결찰술과 시술인 코일색전술로 나뉜다. 클립결찰술은 두피 절개 후 두개골을 열고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 입구를 클립으로 묶어 혈류가 뇌동맥류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수술이다. 그러나 뇌를 직접 접촉해야 하고 상처를 남겨 환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한 것이 ‘눈썹절개수술’이다. 눈썹 부위를 3~4㎝ 정도 절개한 후 두개골을 작게 열고 뇌동맥류 결찰술을 시행한다. 상처 범위가 작아 환자들이 수술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코일색전술은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사타구니의 대퇴동맥을 통해 뇌동맥에 접근한 후 뇌동맥류 내부를 백금 등으로 만들어진 특수 코일로 채워 넣어 혈류의 유입을 차단하는 시술이다. 뇌동맥류 모양에 따라 그물망을 씌워 혈류를 변환하거나 코일이 흘러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기술한 치료법 중 어떤 게 우수한지는 큰 의미가 없다. 환자의 뇌동맥류 모양과 위치 등에 따라 치료법의 선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뇌동맥류 파열 시 환자의 절반 정도가 병원 도착 여부와 상관없이 사망에 이르거나 심각한 후유 장애를 남길 만큼, 발병만으로도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질환이다. 하지만 파열되기 전에 치료하면 약 90% 이상 정상생활이 가능하고 완치도 된다.
# 사례 1
김신영(여·64, 가명) 씨는 약 3년 전 목이 점점 뻣뻣해지더니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흔드는 증상이 나타났다. 처음엔 가볍게 머리를 흔드는 정도였지만 증상은 더 심해져 언제부턴가 고개가 완전히 오른쪽으로 굳어졌다. 치료를 위해 침도 맞아보고 재활도 받아봤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잠을 자려 해도 턱이 올라가는 증상 때문에 수면 부족에 시달려야 했고 급기야 남편의 도움 없인 횡단보도도 건널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답답한 마음에 대학병원을 찾은 그는 이름도 생소한 ‘사경증’ 진단을 받았다.
# 사례 2
박승희(여·69, 가명) 씨는 최근 왼쪽 눈을 찡그린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통증은 없었지만 눈 주변이 떨렸고 심할 땐 눈이 아예 감기기도 했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 그런가 하는 생각에 쌍꺼풀 수술을 하고 보톡스도 여러 차례 맞았지만 증상은 계속됐다. 최근엔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까지 받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신체 일부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계속 제멋대로 움직이거나 뒤틀린다면 어떻게 될까? ‘근긴장이상증’(근육긴장이상증, Dystonia)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근육이 수축해 신체 일부가 뒤틀리고 떨리거나 비정상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드는 질환이다.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 간혹 뇌졸중이나 뇌성마비 등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근육 있는 곳이면 어디든 발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근긴장이상증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3만9731명으로 2010년 2만8138명에서 41.2% 늘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약 2배 많고 50~60대에서 많이 나타났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거나 몸의 뒤틀림 때문에 사회생활을 거부하고 은둔하고 있는 환자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근긴장이상증은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여 여러 가지 건강과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해 이완돼야 할 때도 계속 수축한다. 또 자신이 움직이려는 근육 대신 엉뚱한 근육이 수축하기도 한다. 이는 근육의 수축·긴장을 조절하는 뇌신경계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근긴장이상증은 팔, 다리, 얼굴, 목 등 근육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생할 수 있다. 팽팽함, 경련, 비틀림 같은 비정상적인 자세가 신체의 특정 부위에만 나타나기도 하고 전신에 발생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운동과 연관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저핵이나 시상부의 손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근육에 힘이 들어간 상태가 지속되면 근육이 떨려 경련이 오고, 뭉친 근육 때문에 통증도 발생한다.
목 근육 문제 ‘사경증’ 가장 많아
근긴장이상증은 크게 전신성과 국소성으로 나뉜다. 국소성 근긴장이상증 중 가장 많이 발병하는 질환이 ‘사경증’(斜頸症)이다. 사경증은 목 근육에 근긴장이상증이 발생한 것으로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전후좌우로 기울어 사회생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준다. 머리의 비틀림, 경련, 머리 떨림, 목 통증 등이 주요 증상이다.
안면근육에도 발생할 수 있다. 눈 주위의 근육경련과 수축으로 초기에는 눈이 깜빡이다가 점점 눈 뜨기 어려워지고 이후에는 아예 떠지지 않는 ‘안검연축’(Blepharospasm)이 나타난다. 안검연축이 점차 안면부 전체에 발생해 얼굴 양쪽에서 경련과 뒤틀림이 발생하면 ‘메이지증후군’(Meige's syndrome)으로 진단한다.
근긴장이상증은 처음부터 전신 또는 반신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특정 근육에 국소적으로 발생했다가 주변 근육으로 퍼지거나 전신으로 퍼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뇌졸중, 뇌성마비 등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 근긴장이상증을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사경증 45%, 안면 근긴장이상증(안검연축, 메이지증후군) 20%, 전신성 근긴장이상증 20%, 경련성 발성 장애 10%로 나타났다.
증상 심하면 ‘뇌심부자극술’ 도움돼
근긴장이상증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이지만 제때에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뇌졸중이나 다른 질환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근긴장이상증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근육 신경을 차단하는 일명 보톡스 주사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완화 효과일 뿐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수술적 치료 방법에는 ‘말초신경절제술’과 ‘뇌심부자극술’이 있다. 말초신경절제술은 근육을 움직이는 말초신경을 잘라내는 방법이다. 하지만 수술이 매우 복잡해 말초신경이 손상될 위험이 있고 근긴장이상증에 따른 통증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을 수 있다.
말초신경절제술을 개선한 것이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이다. 초소형 의료기기를 뇌에 삽입해 특정 세포에 전기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신경을 잘라내거나 뇌세포를 파괴하지 않는 보존적 치료로 사경증을 포함한 모든 근긴장이상증 치료에 적용한다. 뇌에 이식한 의료기기에 문제가 생기면 기기를 다시 교체할 수 있다.
근긴장이상증은 환자는 물론 의사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질환 자체가 워낙 생소하고 뇌졸중이나 뇌성마비 등 자칫 다른 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긴장이상증은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지는 질환으로 사회생활의 곤란함은 물론 대인기피증, 우울증 등이 자살 충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조기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독감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람의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중에 질병관리청은 독감과 사망의 연관성이 낮아 보인다고 발표했다. 사실 독감 백신은 임신 초기에도 맞을 수 있는 안전한 백신 중 하나이고, 백신 접종의 역사가 길어 안전성도 입증됐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사망자 기사에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단톡방이 소란스럽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래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한다. 올해는 특히나 코로나19와 유행성 독감이 공존하는 특별한 상황이다. 독감은 코로나19와 증상이 비슷해 증상만으론 둘을 구분하기 어렵다. 독감에 걸리면 코로나19 진료를 받아야 해 불필요한 치료를 받느라 의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독감 백신으로 그 위험성과 혼란을 낮추고자 하는 것이다.
백신의 부작용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독감 예방주사는 나를 지키는 목적 외에 집단 면역을 위해서도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리가 아파서 치료차 찾아간 정형외과에서 독감 백신을 맞으려 했더니 의사가 컨디션이 좋고 몸이 건강한 날 예방접종을 하라고 조언했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은 면역력이 약하니 몸 상태가 양호할 때 백신을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저질환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신경차단시술을 받았기 때문에 허리 치료를 끝내고 좋은 컨디션일 때 맞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와 독감 예방접종 시 주의할 사항을 찾아보았다. 질병관리청 역시 몸 상태가 좋은 날 접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접종 후에는 바로 귀가하지 말고 15~30분간 이상반응 여부를 관찰할 것도 당부했다.
독감 주사를 맞은 뒤 접종 부위 통증, 두통, 미열, 근육통과 같은 가벼운 증상이 일어날 수 있는데 6~12시간 이내 사라지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호흡곤란이나 심각한 어지러움, 갑작스런 고열 등은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사전에 주의사항이나 백신 주사 후 증상을 꼼꼼하게 체크해두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이 독감 백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져 백신을 맞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런데 독감 백신이 위험한 양 기사가 쏟아져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이 늘어날까 걱정이다. 특히 노인과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에 비해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하루빨리 방역 당국이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 독감 백신을 믿고 맞을 수 있도록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 9월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의사 임상조(40) 씨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습니다. 기사에서는 사실 관계를 아래와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환자 이(당시 82세) 씨는 뇌경색으로 치료를 받는데, 2016년 6월 엑스레이 검사와 CT 촬영에서 대장암 의심 정황이 나와 입원했다. 주치의(강 씨)는 CT 촬영 등에서 장폐색 의심 증상을 보였던 이 씨가 복부 팽만이나 압통이 없고 대변을 보고 있다는 임상 상황을 고려하여 대장내시경을 실시하기로 했고, 전공의는 임상조의 승인을 받아 환자에게 장 정결제를 투여했는데, 하루 만에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했다. 원인은 이 씨의 장폐색이었다.”
형법 제267조(과실치사)는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온 과실은 사전을 뒤져보면 “어떤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부주의하여 인식하지 못해, 다시 말하면 주의하지 않아서 범죄가 구성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의사가, 이렇게 처치하면 환자가 죽음에 이를 수 있는데, 주의하지 않아(과실) 그런 일이 생겼다(치사)는 뜻으로 풀이한 것입니다.
의료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의사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합니다. 어느 분의 말대로, 의사는 죽을 사람 열 명이 있을 때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합니다. 중증 환자는 대부분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형법에서 치사는 특별한 경우일 수 있지만, 중증을 치료하는 병원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기도 합니다. 특별한 상황에서 적용하는 과실치사죄를 의료 분야에 그대로 적용하면 곤란합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 많다
의학은 사람에게 생기는 증상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분야입니다. 끊임없이 밝히고 지식을 쌓아가고 있지만 완전히 밝혀진 부분보다 못 밝혔고, 치료법을 개발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오래전에 읽은 글을 떠올립니다. 일본에서 명의로 소문난 사람에게 오진율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고, 그 명의가 아마 25% 정도라고 답하자, “과연 명의”라며 감탄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사람의 병을 완벽하게 진단하고 처치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전문가가 의료기 측정값과 임상 상태로 판단하더라도 오진 위험은 언제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의사 재량 판단에 형사 잣대는 위험
임상조 교수에게 여덟 살과 네 살 먹은 애 둘이 있어 가슴이 먹먹하다는 신파조 감성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병을 진단할 때 오진할 위험은 분명히 있지만, 환자는 의사의 전문성에 몸을 맡겨야 합니다. 현존하는 오진율을 애써 외면하려 하면 부작용으로 나타납니다. 벌써 의료계에 있는 사람들은 “진행성 대장암, 더 이상 치료하지 말라는 판결이 나왔다”면서 한탄합니다. 또 인터넷에는 다음과 같은 풍자성 질문도 있더군요.
82세 환자가 서울 상급 종합병원에서 뇌경색으로 치료 중 엑스레이와 CT 촬영에서 대장암이 의심되었다. 환자는 CT 촬영 등에서 장폐색 의심 증상을 보였으나, 복부팽만이나 압통이 없었고 대변을 보고 있었다. 이 환자는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1 고령에 기저질환도 있으므로 우선 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를 받는다.
2 병리학적으로 암이 진단되지는 않았으나 응급으로 수술한다.
3 병리학적으로 암이 진단되지는 않았으나 고령이라 수술이 어려워 비급여로 항암 치료한다.
4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에서 치료 받도록 전원의뢰서를 써드린다.
5 조직검사와 확진을 위해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며, 현재 임상적으로 완전 장페색이 의심되지 않으므로 내시경 검사를 위해 조심스럽게 장 정결을 시행한다.
(단, 5를 선택하면 금고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다.)
의사가 주의하더라도 의학 지식과 경험의 한계로 오진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강하게 처벌하면 의사는 자신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이를 의사의 직업정신이나 소명의식과 연결해 비난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으로 중증 환자가 오면 시간이 걸리든 말든 치료비가 얼마가 들든, 환자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살려 달라고 급하다고 외치지만,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처치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당장 무찔러야 할 적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그 위험을 무릅쓰고 처치하겠습니까? 환자야 어떻게 되든 의사의 안전을 생각하겠지요.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다른 전문 분야와 비교해도 형평에 어긋납니다. 형사 판단을 내리는 판사도 증거를 잘못 보고 오판할 수 있습니다. 오판은 비난을 받을 수 있겠지만, 오판을 한 판사에게 형사죄를 묻지는 않는 것으로 압니다. 의사가 영상 자료와 임상 상태를 종합해 재량으로 판단한 것이 죽음이란 결과로 나타났다 해서 형사 잣대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칩니다. 분노한 의사들이 댓글로 달아놓은 “그 판사가 병원에 올 때 두고 봐라”는 내용은 섬뜩하지 않습니까?
전문 분야, 특히 의료 분야에서도 정보 접근 등 고쳐야 할 것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전문가의 재량에 속하는 판단에 형사의 칼을 들이대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의사가 지켜야 할 것을 놓쳐 생긴 결과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재량으로 판단한 것에 형사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는 요구입니다. 오진율을 낮춰나가고, 정말 귀신같이 치료하는 의사가 많이 나오도록, 전문가로서 의사의 역량을 더욱 키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전문가 재량 판단에 형사 잣대는 거두어야 합니다.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회장, 대한기술사회 회장, 서울중앙지법 민사조정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서울중앙지검 형사조정위원, 검찰시민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원 감정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주)성건엔지니어링 대표이사입니다.
‘하루 한 잔 가벼운 술은 건강에 좋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소량 음주는 몸에 이로울 거란 믿음과 달리, 술을 마시지 않던 사람이 하루 한 잔씩 술을 마시는 경우 심혈관계 질환과 뇌졸중, 각종 사망 위험이 줄어드는 건강상 이익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장준영·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2007년~2013년)을 바탕으로 비음주자 11만2403명을 음주량 변화에 따라 비음주 유지군과 음주군으로 나눠 3년간 건강상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10g 이하(한 잔 기준)의 알코올을 섭취한 소량 음주군에서 뇌졸중 발생위험이 비음주 유지군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하지 않았으며,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역시 비음주 유지군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상동맥질환 등 주요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은 비음주 유지군에 비해 21% 감소했지만, 이 역시 비교대상으로 삼은 비음주 유지군 내에 ‘건강이 좋지 못해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식 퀴터·sick quitter)’이 포함된 데 따른 결과로 추정됐다.
과거 일부 연구를 통해 알코올 30g 정도를 섭취하는 적당량의 음주는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혈소판 응집을 줄여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고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음주가 주는 건강상 이점을 의학적으로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과가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로 하루 한 잔 이하의 소량 알코올 섭취가 심혈관계 질환과 뇌졸중, 각종 사망 위험을 낮추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됨에 따라 비음주자는 비음주 습관을 유지하는 게 건강에 이로울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인구 기반의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2007년~2013년)에 기반해, 첫 번째 건강검진(2007년~2008년)에서 비음주자로 확인된 112,4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대상자 가운데 두 번째 건강검진(2009년~2010년)때까지 비음주를 유지한 사람(비음주 유지군)은 86%였다. 나머지는 음주량을 늘렸으며, 하루 평균 알코올 섭취량이 10g 이하인 사람(소량 음주군)이 9.4%를 차지했다.
소량 음주군의 뇌졸중 발생 위험은 비음주 유지군에 비해 큰 차이 없었으며(위험비 0.83, 95% 신뢰구간 0.68-1.02),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또한 비음주 유지군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위험비 0.89; 95% 신뢰구간 0.73-1.09).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은 비음주 유지군 대비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위험비 0.79; 95% 신뢰구간 0.68-0.92).
하지만 사망과 연관성이 높은 기저질환을 수치화한 ‘찰슨 동반질환지수(CCI)’가 3 이상인 비율이 소량 음주군(20.2%)보다 비음주 유지군(25.7%)에서 더 높았다. 찰슨 동반질환지수(CCI)는 점수가 높을수록 기저질환이 악화된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소량 음주군에서 나타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는 비교집단인 비음주 유지군의 중증 기저질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나온 편향적인 결과일 뿐, 소량 음주의 영향은 아니라고 추정했다.
한편 하루 2잔 이상 술을 마시기 시작한 사람은 교통사고 등 외인사로 사망할 위험이 비음주 유지군에 비해 2.06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준영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과음이 신체에 주는 해악은 많은 연구와 임상을 통해 밝혀졌지만, 비음주자에 있어서 소량의 음주량 증가와 건강의 상관관계는 명확히 입증된 바가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비음주자를 대상으로 소량의 알코올 섭취 증가가 심혈관계 질환과 뇌졸중 발생, 사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알코올 종류와 섭취량에 관계없이 알코올 자체가 주는 건강상 이점은 의학적으로 불분명하므로, 비음주 습관을 유지해 온 사람이라면 건강을 위해 금주를 지속할 것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