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은 별과 시, 소설을 사랑하는 전파 천문학자다.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천체를 관측한다. 현재 외계 생명체를 찾는 과학 프로젝트 ‘세티’의 한국 책임자(SETI KOREA 대표)와 메티 인터내셔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더불어 어릴 적 자랐던 삼청동 옛집에 과학책방 ‘갈다’를 열고 과학 소통가로서 우주과학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이명현 천문학자가 별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970년대 서울의 변두리, 답십리 골목길에서 딱지치기나 소꿉장난을 하며 놀았던 어린 시절이다. 해 질 무렵, 함께 놀던 친구들이 하나둘 엄마의 부름에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혼자 남아 밤하늘을 바라봤다. 맞벌이 부부였던 부모님이 퇴근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다 별에 매료돼 ‘별을 헤는 사람’이 됐다.
상반된 단어들의 별난 집합
“초등학교 때부터 아마추어 천문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했어요. 최연소 회원이었죠. 그때만 해도 서울 밤하늘이 제법 어두웠어요. 인공 불빛이 덜했으니 어지간한 것은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겨울 은하수는 가끔, 안드로메다 은하는 맨눈으로 보고 망원경으로도 다시 만나던 단골손님이었어요. 성운과 성단의 이름을 적은 노트를 가지고 옥상에 올라가 눈으로 찾고, 망원경으로 자세히 본 후 그림을 그리던 추억이 생각나네요. 고등학교 때는 유리알을 직접 갈아 망원경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의 세월은 문학과도 깊게 맞닿아 있다. 중학교 2학년 어느 가을날, 여자친구(지금의 아내)로부터 이별을 알리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인생 첫 실연이었다. 편지에는 김소월의 ‘초혼’과 윤동주의 ‘서시’ 두 편이 적혀 있었다. 서럽게 울다가 두 시인의 시를 보았다. 그리움을 곱씹으며 구할 수 있는 모든 시집은 다 구해서 읽고 외웠다. 이별이 또 다른 시작을 만들어준 셈이다. 윤동주가 공부했던 숭실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그가 참여했던 평양 숭실고 교지 ‘숭실활천’의 정신을 잇는 문학 동인회 ‘활천’을 만들었다. 그 이름으로 동인지도 발행했다. 대학교도 윤동주의 흔적이 남은 연세대학교로 갔다. 마침 같은 학교에 입학한 아내를 1학년 가을, 윤동주 시비 앞에서 다시 만났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별을 관측하는 천문학자가 된 후 전파 망원경을 통한 은하 연구의 중심지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에서 유학하며 연구원 생활을 마쳤다. 귀국해서는 연세대학교 연구교수와 천문대 책임연구원을 지냈다. 이명현 인생의 화두인 별과 윤동주의 문학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됐다.
“2010년 11월 말, 일요일 밤이었어요. 김장철이라 배추를 나른 뒤였죠. 약간 숨이 찼지만 힘들진 않았는데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어요. 응급처치 덕에 살았지만 지금은 심장 근육의 일부만 뛰는 상태에요. 그때 현장 과학자로서는 은퇴했어요. 당시 연재 중이던 온라인 매체 ‘프레시안 북스’의 서평 연재 코너 빼고요. 격주로 진행했는데, 책을 한 권 읽고 글 쓰는 게 다였어요.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 재활 훈련으로 여겼죠.”
‘과학의 문학’을 위한 책방
2018년에는 삼청동 뒷골목에 과학책방 ‘갈다’를 열었다. 원래 이 공간은 아버지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저자)가 1979년에 지은 곳이다. 일제 강점기 때는 조선총독부 관리가 살던 단층 적산 가옥이 있었다. 이 명예교수가 2002년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집을 새로 지어 옮겨간 후 삼청동 집은 지인이 오랫동안 비폭력대화센터로 운영해왔다. 그러다 센터가 이사하며 집이 비자 이 명예교수는 장남 이명현 천문학자에게 공간을 내줬다.
“갈다는 갈릴레오(Galileo)와 다윈(Darwin)의 앞글자를 합친 단어예요. ‘세상을 바꾼 과학을 만나는 곳’이란 뜻부터 ‘문화의 터전을 갈다’, ‘지식의 칼날을 갈다’, ‘딱딱한 과학을 부드럽게 갈다’, ‘지식의 판을 갈다’ 등 5가지 의미를 담았어요. 장대익 서울대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김상욱 경희대 교수 같은 친한 학자 10여 명과 아이디어를 모았죠. 이름을 지은 다음 뭘 할까 고민했어요. 다들 과학자이면서 책을 쓰는 사람이고, 책방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터라 교양과학 책방을 열기로 했죠. 2층에는 저자의 방, 지하엔 북 콘서트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어요.”
이명현 천문학자는 과학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을 소중히 여긴다. 출발은 대학원생 때다. 연구실로 초등학생 꼬마 한 명이 들어와 다짜고짜 지구가 둥글다는 증거를 보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이론에 입거한 증거를 나열해 친절히 얘기해줬지만 아이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자신을 납득시켜달라고 보챘다. 아무리 설명해도 고개를 갸우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천문학을 매개로 비전공자와 교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일인지 새삼 느꼈던 순간이다. 이후 다양한 강연을 통해 과학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사람들에게 꾸준히 전한다.
왜 과학, 책일까?
“대부분 과학책이 어렵다는 편견 때문에 거리를 둬요. 과학책을 쉽게 읽고 싶다면 ‘느슨한 독서’를 추천합니다. 과거에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적어 책이 갖는 절대적인 힘이 있었어요. 그만큼 정독, 완독, 반복 등이 중요했죠. 지금은 다양한 매체에서 좋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와요. 첫 장부터 꼼꼼히 읽어야 한다는 강박은 버리고, 모르는 부분은 과감히 넘기세요. 다큐멘터리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등 비독서 행위를 활용하면 효율적입니다. 다른 사람이 흘려놓은 정보에 올라타는 거죠. 장으로 챕터가 나누어져 있는 책은 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는 것도 느슨한 독서 방법이에요.”
물론 영상, 팟캐스트 등의 미디어를 통해 과학을 접한다 해도 진입장벽은 높다. 그럼에도 느슨하게나마 과학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상 매체가 익숙한 시대에 살다 보니 현대인은 즉각적인 반응을 도출하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현대인은 여러 가지를 생각해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복잡한 상황도 마주한다. 이명현 박사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선 독서가 최적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정보 습득의 목적도 있지만,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 의미가 있어요. 사고력을 기르는 거예요. 많은 분야 중에서도 왜 하필 과학책일까요? 중세에는 신학, 천문, 지리, 음악이 핵심 교양이었죠. 그걸 알아야 사람들과 호흡하고, 시대를 풍성하게 누릴 권리를 얻을 수 있었어요. 지금은 과학이 핵심 교양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봐요. 심리학이나 행동과학 등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과학으로 이해한 다음,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현대 인문학이에요. 인문학과 과학은 뗄 수 없는 관계죠. 핵심 교양으로서의 과학을 익혀 우리 함께 인문학을 향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 사는 1인가구 10명 중 8명 이상은 혼자 사는 것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1인가구는 경제, 안전, 건강 등의 측면에서 다인가구에 비해 여전히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중장년층 1인가구의 절반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사회적 고립이 우려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서울에 거주하는 1인가구 30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2020년 서울시 1인가구는 139만 명으로 전체 가구 중 34.9%를 차지했다. 이는 20년 전인 2000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세대별로는 청년층이 48.9%, 중장년층이 32.7%, 노년층이 18.5%를 차지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2017년 1차 조사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됐다. 1인가구가 된 원인과 관련 ‘사별·이혼·별거’가 2017년 20.9%에서 2021년 28.3%로 증가했다. 1인가구에 대한 차별·무시·편견 등은 2017년 53.0%에서 2021년 15.8%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됐다. 1인가구의 월 평균 소득의 경우 2017년 조사 대비 12만원 상승한 반면, 월 평균 생활비는 43만원(2.7배) 상승하여 실질 소득이 감소했다.
1인가구 86.2%, ‘혼자 사는 것에 만족’하지만
실태 조사 결과 서울시 1인가구의 86.2%는 ‘혼자 사는 것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36.8%는 ‘지금처럼 혼자 살고 싶어 했으며’, 그중 23.6%는 ‘평생 1인가구로 살아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혼자 생활하는 것에 대한 주요 장점은 자유로운 생활 및 의사 결정(36.9%), 혼자만의 여가시간 활용(31.1%), 직장 업무나 학업 등에 몰입(9.6%) 등이다.
반대로 1인가구의 85.7%는 ‘혼자 생활하면서 불편함을 느낀다’고 나타났다. 가장 곤란하거나 힘든 점으로 ‘몸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 대처하기가 어렵다’ (35.9%)고 답했다.
더불어 1인가구의 76.1%가 ‘혼자 생활하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심리적 어려움의 주요 이유는 ‘혼자 살아가는 외로움(20.2%)’, ‘할 일이 없는 시간이 많아 무료함(15.0%)’,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고독감(14.5%)’ 순으로 조사됐다.
1인가구의 절반 이상이 식사준비(55.1%), 청소·세탁(52.7%) 등 가사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생활편의서비스 중 식사관련 서비스 이용 의향(72.4%)이 높은 호응도를 보였다.
여가활동면에서 ‘관광 21.0%, 운동 17.8%, 문화예술 또는 스포츠 관람 12.6%’ 등을 희망하고 있었으나, 실제 여가생활은 ‘영상물 시청(47.6%)’이 절반 가량 차지했다.
주거 관련해서는 1인가구 10명 중 7명이 ‘주택매물 부족(35.6%)’과 ‘주거지 비용 마련의 어려움(35.5%)’을 경험하였으며, 54.1%가 ‘주거비 부담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임차 거주 가구의 30.9%는 월소득 대비 월 주거비가 20~30%를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인가구 경제·안전·건강 취약
1인가구는 경제․안전․건강 등 생활의 전반적인 측면에서 다인가구에 비해 여전히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 1인가구 월평균 소득은 219만원으로 다인가구 평균 월소득인 305만원보다 86만원 적었으며, 69.3%가 중위소득 100% 이하에 분포됐다.
또한 1인가구는 다인가구보다 모든 범죄의 피해 두려움이 높았고, 폭력범죄피해의 경우 전국범죄피해율 0.57%보다 약 3배 높은 1.5%였다. 범죄 위험 장소로는 귀갓길(25.5%), 방치된 공간(21.0%), 주택 외부 공간(17.1%) 등 주로 옥외공간에서 범죄 두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1인가구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31.5%로 다인가구의 11.8%에 비해 약 2.7배 높았다. 주거비 과부담 비율 또한 30.9%로 서울시 다인가구보다 16.8%포인트 높았고, 청년(35.4%)과 노년(38.5%)에서 주거비 과부담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중장년 1인가구, 사회적 고립 우려
서울시는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중장년 1인가구의 주거실태에 대해 심층조사도 병행했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데이터 및 사전 심층면접조사 결과를 근거로 중장년 밀집지역(2개 지역)과 청년·중장년 혼합지역(2개 지역), 비교군(1개 지역)의 5곳을 선정해 가구 및 건물조사, 인근 생활시설 등을 조사했다.
밀집지역 중장년의 월평균 소득은 116만원으로 5개 조사지역 평균(182만원)의 63.7%, 절반 이상(57.6%)이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노후를 대비하기에 매우 불충분했다.
밀집지역의 중장년은 주말 저녁에 혼자 식사하는 비율이 93.2%였다. 특히 조사지역 전체 중장년 1인가구의 3명 중 1명은 최근 3개월 내 접촉한 사람이 없어 심각한 사회적 고립이 우려된다.
중장년 1인가구는 저렴한 주거비를 찾아 밀집하게 되고, 살던 지역을 벗어나기 어려우므로 정주 환경 개선을 위한 1인가구 생활서비스 지원 강화와 소득 및 시세와 연동한 통합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선 서울시 1인가구 특별대책추진단장은 “현재 서울시에서 시행 중인 1인가구 ‘4대 안심정책’(△건강 △안전 △고립 △주거)과 관련하여,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생활밀착형 맞춤 정책을 발굴, 시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화배우 강수연과 시인 김지하가 세상을 떠났다. 잇단 문화계의 비보에 대중은 큰 슬픔에 빠졌다.
강수연은 지난 7일 향년 55세로 별세했다. 지난 5일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지만,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다.
강수연의 영결식은 오는 1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다.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임권택·배창호·임상수·정지영 감독, 안성기·김지미·박정자·손숙·박중훈 배우 등이 장례위원회 고문을 맡았다.
4세 때 아역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강수연은 영화 ‘고래 사냥 2’(1985),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 등에 출연하며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1987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스타 타이틀을 최초로 거머쥐었다. 삭발을 하며 연기혼을 보여준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도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했다.
1990년대에는 영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89), ‘경마장 가는 길’(1991), ‘그대 안의 블루’(1992),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 숱한 화제작을 내놓았다. 대종상영화제,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2001년에는 SBS 드라마 ‘여인천하’의 주인공 정난정 역할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 35.4%를 기록하며 공전의 인기를 누렸고, 그해 강수연은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고인은 ‘써클’(2003), ‘한반도’(2006), ‘주리’(2013) 등 영화에 간간이 출연했지만 2010년대 이후로는 작품 활동이 거의 없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SF 영화 ‘정이’(가제)에 주연으로 캐스팅돼 단편 ‘주리’(2013) 이후 9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정이’는 고인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의 작품을 남긴 김지하 시인은 지난 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토지문화재단에 따르면 시인은 최근 1년여 동안 투병생활을 한 끝에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타계했다. 빈소는 연세대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장남 김원보 씨(작가)와 차남 세희 씨(토지문화재단 이사장 겸 토지문학관 관장)가 있다.
1941년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1969년 시 ‘황톳길’로 등단한 후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민족문학 진영의 대표 문인으로 꼽혔다. 이후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1980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1973년 소설가 박경리의 딸 김영주와 결혼했으며, 1975년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 로터스상과 1981년 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과 브루노 크라이스키상을 받았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에는 ‘타는 목마름으로’ 시집을 발표하며 저항시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외에도 고인의 대표 저서로 ‘생명’, ‘애린’, ‘황토’, ‘대설(大設)’ 등이 있다. 2018년 시집 ‘흰 그늘’ 산문집 ‘우주생명학’을 마지막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우리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시인을 추모했다.
1980~1990년대 한국영화를 풍미한 영화배우 강수연(55)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영화계 동료들과 영화 팬들은 놀라움 속에 한마음으로 그의 쾌유를 바라고 있다.
지난 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40분께 강수연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통증을 호소한다는 가족들의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원이 자택에 도착했을 당시 강수연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강수연은 뇌내출혈(ICH)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의식이 없는 위중한 상태로 전해진다. 더불어 수술을 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로 가족들은 수술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등 일부 영화인들은 지난 5일 병원을 찾아 쾌유를 빈 것으로 알려졌다. 강수연의 출연작 ‘씨받이’, ‘아제 아제 바라아제’ 등을 연출한 임권택 감독과. 최근 ‘정이’를 함께한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의 소식에 크게 놀라며 건강 회복을 기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아제 아제 바라아제’에 강수연과 함께 출연했던 원로배우 한지일은 SNS에 “하루 빨리 쾌차하여 팬 곁으로 돌아오길 기도해달라”고 메시지를 게재했다. 방송인 하리수 역시 SNS에 “강수연 선배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강수연은 4세 나이에 아역 배우로 데뷔했고 1983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를 통해 하이틴스타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어 그는 1987년 영화 ‘씨받이’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1989년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원조 한류스타’로 통한다.
이외에도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년), ‘경마장 가는 길’(1991년), ‘그대안의 블루’(1993년) 등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송어’(2000년)로는 도쿄 국제 영화제 특별상,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강수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2001~2002년 방영)다. 강수연은 주인공 정난정 역을 연기했다. ‘여인천하’는 최고 시청률 35.4%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강수연은 전인화와 함께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는 ‘써클’(2003년), ‘한반도’(2006), ‘주리’(2013) 등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2010년대 이후로는 작품 활동이 거의 없었다. 올해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SF 신작 ‘정이’로 약 9년 만에 영화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박정숙(52)은 세계스마트시티기구 WeGO의 사무총장이다. 어딘가 낯이 익은 것 같다면 아마 방송인으로 활동한 이력 때문일 것이다. 아침방송을 비롯해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MBC 드라마 ‘대장금’에 중전 역할로 출연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방송에서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가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녀를 떠나게 만들었을까. 방송인에서 행정가가 되기까지, 도전과 변화를 거듭한 박정숙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1990년대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 1993년 대전엑스포 개최라는 굵직한 역사를 썼다. 냉전 시대의 종식을 알리는 동시에 해외 진출의 길이 열렸다. 당시 영국의 팝, 일본의 만화 등 외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생 박정숙의 가슴은 두근두근 뛰었던 것 같다.
어린 박정숙은 아나운서 출신 김연주를 롤모델로 삼았다. 88서울올림픽 당시 ‘우정의 사절단’ 홍보대사를 맡고, 이후 전문 MC의 길을 걷는 그녀의 행보가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박정숙은 1993년 KBS에서 선발한 대전엑스포 홍보대사에 지원해 합격했다. 이후 엑스포와 대한민국을 알리는 외교사절단으로 활약을 펼쳤다.
“당시만 해도 한국이라는 나라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죠. 대학생 홍보대사 선발 과정은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KBS에서 방송됐어요. 지원 조건은 준수한 외모에 외국어 두 가지 이상 할 줄 아는 대학생이었죠. 총 300명 정도 지원했던 걸로 기억해요. 최종 세 명이 뽑혔고, 그중 한 명이 저였죠. 해외에서 온 기라성 같은 친구들이 많았는데, 저는 대학교 2학년 때 EBS에서 학생 리포터를 한 방송 경력이 있어 운 좋게 선발됐어요.”
박정숙은 대전엑스포 홍보대사부터 Wego의 사무총장까지, “가장 트렌디한 조직에서 일할 기회가 계속해서 주어진 것 같다”면서 운이 좋았다고 자평했다.
“엑스포 홍보대사 활동으로 세계를 돌아다녔고, 그 다음에는 아침방송을 10년 동안 했죠. 사실 아침방송이 그전까지는 독립적인 프로그램이 아니었어요. 저는 아침방송이 완전히 꽃을 피울 때 진행자를 맡은 거죠. ‘대장금’도 우연히 한 건데 그 즈음 한류가 꽃피었고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한국 대표, Wego의 사무총장도 중요한 시점에 맡았다고 생각해요.”
‘대장금’과 한류 전도사
박정숙은 KBS 엑스포 특별 생방송 진행을 잘 소화해낸 덕에 SBS 특채 MC가 됐다. 이후 그녀는 SBS ‘출발 모닝 와이드’, MBC ‘아주 특별한 아침’ 등 아침방송을 10년 넘게 진행했다. 단아하고 편안한 이미지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문적인 진행 실력을 뽐내 아나운서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당시 그녀의 목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끝내주는 모닝 쇼 호스트’였다. 매일 새벽 세시에 일어나고 진행자로서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자신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던 그때, 박정숙을 힘들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MBC ‘토크쇼 임성훈과 함께’의 MC를 맡게 되면서다.
박정숙이 합류하면서 원래 30분짜리였던 프로그램이 2시간짜리 프로로 업그레이드됐다. 그러나 당시 방송환경 탓에 그녀의 이름 석 자를 프로그램 제목에 올릴 수 없었다. 제작진은 그녀를 파격적인 대우로 캐스팅했지만, 박정숙은 여성 MC로서 한계를 느꼈다. 그녀는 방송인으로서 성공했지만,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자괴감만 느끼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자포자기 심정으로 진행을 하고 있을 때, 박정숙은 이병훈 PD로부터 ‘대장금’ 출연 제의를 받았다. 그녀의 단아한 이미지가 문정왕후 역할에 딱 맞다고 이 PD는 생각했다. 박정숙은 경험 삼아 연기를 하게 됐는데, ‘대장금’은 시청률 50%를 돌파하고 한류 드라마로 등극했다. 드라마의 인기는 그녀가 방송계를 떠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드라마를 잠깐 한 6개월 했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저는 그냥 원 오브 뎀(One Of Them), 그 많은 연예인 중 하나가 돼 있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삶의 터전을 스스로 바꿔버린 거죠. 제가 꿈꾸던 MC로서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너무 힘들었고, 연예계를 떠나서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장금’을 안 했다면 유학을 안 갔을 것 같아요.”
2004년은 ‘대장금’이 종영한 때이면서 박정숙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해다. 당시 그녀 나이 34세. 박정숙은 아직 자신이 모르는 것이 많고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느꼈다. 그녀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관계와 미디어를 전공하고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장금’의 파워는 실로 대단했다. 외국에서 박정숙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고, 그녀는 한류를 몸소 느꼈다. 이에 박정숙은 문화 콘텐츠가 국경을 넘어 전달됨으로써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2007년에는 가수 박진영과 하버드대학교에서 한류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었고, 미국 PBS에서 방영된 김치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는 한류 전도사로 우뚝 섰다.
백신에서 스마트시티로
박정숙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박정숙은 2008년부터 대학교 강단에 섰다. 2010년에는 TBS 교통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박정숙의 오늘’을 통해 5년여 만에 방송 활동을 재개했으며, YTN, EBS 등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현재는 방송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교수 겸 방송인이 된 박정숙. 더불어 그녀는 2008년 다문화 아동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후원 단체 호프키즈를 창단해 10년 넘게 운영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는 국제기구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한국 대표로도 활동했다. 박정숙은 팬데믹이 올 것을 예상했다고.
“GAVI는 빌 게이츠가 주도적으로 만든 조직이고, 다보스 포럼에서 만들어졌어요. 그걸 보면서 이제 국제기구는 더 이상 UN 같은 국가 중심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나 어젠다(Agenda, 의제)를 통해 움직이겠구나 느꼈어요. 제가 GAVI의 한국 대표를 10년 동안 하면서 한국이 아시아 최초의 백신 공여국이 되었는데, 기뻤죠. 아쉬운 점은 접촉성 전염병에 의해 팬데믹이 올 것이라는 신호가 계속 있었는데 우리의 관심이 부족했다는 거예요. 그런 걸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박정숙은 방송 활동 덕에 언론과 홍보에 능한 한편, 세계백신면역연합 한국 대표로 활동하면서 이룬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9월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의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WeGO는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해 세계 도시 및 기업 간 스마트시티 협력과 교류를 촉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0년 9월에 창립한 국제 협의체다. 창립 당시 50개 도시로 출발해 현재는 200개 넘는 도시, 기관, 기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무총장이 된 지 6개월이 지난 박정숙은 업무에 적응하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제기구이다 보니 회의 시간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할 일이 정말 많다고 한다. 더불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WeGO의 사무총장이 된 그녀는 자긍심과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제 임기는 3년이지만, WeGO가 10년 후에는 스마트시티의 UN 같은 단체가 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져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개월을 돌아보면, 코로나19로 대면은 못 했지만 스마트 기기로 해외 각국과 자주 소통했어요. 해외의 많은 분들이 스마트시티에 대한 지식 공유라든지 새로운 프로젝트 개발을 위해 저를 찾는데요. 그런 면에서 큰 가능성을 본 6개월이었던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울이 스마트시티로서 굉장히 앞서 있고 전 세계에서 최고라고 하는데 정작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무총장으로서 박정숙의 목표는 ‘스마트시티에 대한 어젠다 세터(Agenda Setter, 의제 설정자)가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세상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편리한 세상을 만들고 싶고, 효율적인 스마트 행정을 많이 해서 WeGo를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모든 게 스마트화됐고, 스마트시티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6년 전에 만들어지긴 했지만, 너무 준비 없이 갑자기 우리에게 닥쳐버렸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생겨나는 부작용으로 디지털 소외도 있고, 딥페이크, 피싱, 디지털 성범죄 등의 범죄 문제도 있는 거죠. 그래서 WeGO 사무국에서는 윤리, 규범 등이 제대로 체계화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정책이 필요하죠.”
워킹맘, 그리고 미래
다른 나라는 여성 리더가 국제기구를 맡는 경우가 많은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다. 박정숙은 “사무총장이 여자라고 하면 그 나라의 이미지를 매우 좋게 본다고 한다.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박정숙은 사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무총장이 될 때 제약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남편 이재영이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에 편견 어린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박정숙은 2012년 5살 연하의 이재영과 결혼했다. 사실 이재영은 박정숙이 사무총장이 되기 전에 정치계를 떠나 교수도 하고 스타트업도 운영하고 있지만 말이다.
“제 경력이라면 WeGo의 사무총장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국회의원 출신이니까 누구의 부인이라서 선발됐다는 얘기가 나온 거죠. 저는 또 박정숙이 아닌 이재영의 아내가 된 거예요. 소문낸 그분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싶었지만, 조직의 장으로서 조직에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참았죠.”
30년 커리어를 무시당한 기분을 느꼈다는 박정숙은 “심지어 아들을 임신했을 때도 쉬지 않고 일했다”고 강조했다. 2013년 낳은 아들은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 됐다. 일과 가정을 분리하고 싶지만, 아들과 연락이 안 되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워킹맘의 고충이다. 더불어 학구열이 높은 엄마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궁금했다.
“저는 사교육에 너무 매몰되어 있는 우리나라 교육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를 학원에 많이 보내지 않아요. 다만 영어, 체육, 코딩은 열심히 배우게 하고 있어요. 저는 무엇보다 아이가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어요. 자신감만 있다면 세상이 별로 두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사실은 특별히 사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유학도 서른 넘어서 갔지만 아이비리그에 갔고, 지금 국제기구에서 일하잖아요. 자신감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박정숙의 지난 30년을 돌아보니 혜안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이전에 세계백신면역연합의 한국 대표를 맡았고, 석사 전공을 보면 스마티시티가 도래할 것을 예견한 것만 같다. 이처럼 시대를 읽는 눈을 가진 박정숙. 그녀는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보며 윗세대는 창직을, 젊은 세대는 창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와 같은 50대가 세상의 메커니즘을 캐치하고 자신의 경험치를 발휘한다면 최고의 경쟁력을 갖지 않을까 생각해요. 윗세대가 창직을 하는 리드 그룹이 된다면, 젊은 세대는 창작을 해서 새로운 걸 구현해내는 거죠. 메타버스 하면 우리는 어렵게 느끼지만 젊은 세대는 쉽게 만들 수 있거든요. 스마트시티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새로운 직업도 정말 많아요. 그런데 젊은 세대가 그냥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하고, 공무원이 되려고 공부하는 모습이 안타까운 거예요. 그래서는 앞서가기가 어렵다는 거죠.”
박정숙은 참 솔직하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움으로 채워나갔다. 그러면서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그 자신감을 놓지 않고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녀는 그 경험이 모여 현재의 여성 리더까지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인품이 훌륭한 사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박정숙.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궁금하다.
경복궁 바로 옆, 서울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지만 110년 넘게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방치됐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대규모 녹지광장으로 변신해 올 하반기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전체를 열린공간으로 조성, 광화문광장 개장시기와 연계해 올 하반기 임시개방한다고 밝혔다.
송현동 부지 3만7117㎡이 녹지광장으로 변신하면 서울광장(1만 3207㎡)의 약 3배, 연트럴파크(3만 4200㎡)와 맞먹는 녹지가 생기게 된다. 청와대 개방, 광화문광장 개장과 함께 광화문과 북촌 일대가 휴식과 여유,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송현동 부지는 조선시대에 왕족과 명문세도가들이 살았지만, 1910년 일제강점기 식민자본인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섰고, 광복 후에는 미군정이 접수해 미군숙소로, 다시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숙소로 쓰였다. 90년 가까이 외세에 소유권을 빼앗기며 가슴 아픈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1997년 미국으로부터 삼성생명이 매입한 이후 주인이 한 차례 바뀌는 동안 쓰임 없이 폐허로 방치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서울시-대한항공-LH 간 3자 매매교환방식으로 확보한 송현동 부지에 대해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하기 전까지 임시 개방하기로 하고, 올해 2월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현재는 대한항공에서 부지 소유권 이전을 위한 기반조성(부지평탄화 등) 공사가 진행중이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쉼과 문화가 있는 열린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목표로 조성계획을 마련했다. 110년 넘게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공간인 만큼, 인위적인 시설을 설치하기보다는 서울광장처럼 넓은 녹지광장에 최소한의 시설물만 배치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현재 3.7%에 불과한 서울도심의 녹지율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오세훈 시장이 지난 21일(목) 발표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과 연계해 광화문 일대 도심에 대규모 녹지를 확보하는 중요한 기회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녹지광장에는 광화문~북촌~청와대로 이어지는 지름길(보행로)을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고, 차량 통행이 많은 율곡로와 감고당길 대신 이용할 수 있는 녹지보행로도 만들어 걷고 싶은 도심 보행길을 선사한다.
또한, 그늘막, 벤치 등 도심에 부족한 휴게시설을 곳곳에 만들어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한다. 공연이나 전시 같은 다양한 이벤트가 열릴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해 도심 속 문화 향유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시는 공공기관, 대기업, 금융, 관광 등 도심 중추기능이 집중돼 있는 광화문-시청 일대와, 오래된 주거지가 밀집한 북촌 일대에 대규모 녹지를 확보함으로써 시민과 관광객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정주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현동 부지는 장기적으로는 도심내 녹지공간으로 조성되고 일부는 ‘(가칭)이건희 기증관’(대지면적 9,787㎡, 전체 부지의 26%)이 건립될 예정이다. 향후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정부추진 ‘(가칭)이건희 기증관’의 건립부지(위치)를 확정하고, 조화를 이루는 통합 공간계획(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노인복지센터(관장 희유스님)는 기부·나눔 문화 확산과 함께 어르신 복지기금 마련을 위해 4월 20일 수요일부터 5월 11일 수요일까지 2022 나눔축제 ‘함께라, 좋아’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2002년부터 우리나라 전통문화인 등을 매개로 한 ‘등 축제’라는 이름 아래 어르신, 지역사회가 함께 나눔과 기부 문화를 확산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후원 축제를 진행해왔다.
올해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어르신의 지혜와 덕을 나눔 문화와 접목했다. 더 좋은 일상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소원 등 달기, 어버이날 행사, 봄꽃 나들이, 온라인 걷기 대회 등을 통해 함께 할 것이다. 자세한 소개내용은 유튜브 ‘탑골 TV’에 게시된 온라인 개막식 영상을 통해 나눔축제의 의미, 참여 방법 등을 시청할 수 있다.
나눔축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소원 등 달기’는 4월 20일부터 5월 11일까지 등 장엄이 이루어진다. 건강, 사랑, 장수, 성공, 행운 등 7가지 소원에 따라 색깔을 담아 등표 제작 및 접수가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참여자 중 자신이 선택한 색깔을 주제로 인증 사진을 찍고 SNS에 ‘#서울노인복지센터 #나눔축제’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하면 추첨을 통한 영화제 초대권 및 굿즈 교환권이 증정될 예정이다.
4월을 맞이해 봄꽃 나들이도 진행되고 있다. 이는 센터회원 어르신을 위해 갑갑했던 마음을 덜어드리고자 기획된 행사로 6일간 태안 세계튤립박람회로 떠난다. 참여했던 한 어르신은 “그간 친구들도 만나기 어려웠는데 오랜만의 나들이에 함께 하며 공기도 쐬고 매우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나눔축제에는 조금 특별한 모금 행사가 진행된다. 후원자, 봉사자, 직원들의 기증 물품을 수급해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자 4월 27일에는 경매, 4월 28일~29일은 바자회가 진행된다. 소소한 간식, 먹거리 부스도 함께 운영되며 작은 이벤트도 더해질 예정이다.
5월 2일부터 5월 10일까지는 “나의 걸음은 OO을 응원합니다.”라는 의미를 담은 온라인 걷기대회가 열린다. 이는 센터 어르신과 지역주민이 코스별 걷기를 통해 나의 걸음이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다가오는 어버이날을 맞이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5월 4일에는 ‘다시 만나 기뻐孝’ 행사를 개최한다. 센터에 방문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무대 공연과 함께 직원들의 손편지가 준비될 예정이다. 또한, 원데이클래스를 열어 그간 만나 뵙기 어려웠던 어르신들에게 일상 속 작은 기쁨을 드리고자 한다.
5월 11일 폐막식으로 나눔축제는 끝이 나지만, 활동 모습과 모금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있으며 행운의 선물 추첨 이벤트, 축하 공연도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희유스님은 “직원과 어르신 그리고 봉사자, 후원자,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행사이기에 ‘나눔’이라는 말의 의미가 더욱 뜻 깊게 여겨집니다. 이번 나눔 축제를 통해 세대와 문화, 사람이 연결되는 소중한 인연들이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노인복지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눈을 뜬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우선 푹 자고 일어나 아침을 맞을 때 쓴다. 눈을 떠야만 하루치 인생이 시작되고, 눈을 감으면 막이 내리기 때문에. 이제껏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깨우쳤을 때도 눈을 떴다고 한다. 성우 서혜정(61)은 새롭게 눈뜨기를 즐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롭게 시작한 하루치 인생이 기대돼 좋고, 일상 속 소소하지만 빛나는 깨달음이 반가워 좋다. 화수분 같은 목소리 나누며 살겠다는 다짐에 성우라는 한 우물을 40년 파온 경력까지 합쳐지니 금상첨화다.
서혜정 성우는 1982년 KBS 공채 17기 성우로 일찍이 데뷔했다. 이후 1988년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외화 시리즈 ‘엑스파일’(X-Files)의 데이나 스컬리 역, KBS ‘생로병사의 비밀’, tvN 예능 프로그램 ‘재밌는 TV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의 내레이션 등을 맡으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현재는 한국예술원 성우과 겸임교수이자 서혜정낭독연구소 소장으로서 성우 지망생들을 만나고 있다.
양반 교육이 터준 성우의 길
‘국민 성우’의 될성부른 떡잎이 일찍이 보였던 데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는 양반가 핏줄인 어머니로부터 ‘양반 교육’을 받았다. “양반은 말을 빨리 하면 안 된다. 밥 먹을 때 소리 내서 말하면 안 되며, 식기 부딪히는 소리를 요란하게 내서도 안 된다. 양반이란 걸을 때도 방정맞지 않게 걸어야 한다. 그렇게 가르치셨어요. 일부러 하신 건 아니었지만 성우 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언어 훈련을 받았던 셈이죠.”
게다가 어릴 적 집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드라마는 그가 목소리에 호기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라디오 드라마에 흥미를 느끼던 아이는 자라서 방송반 활동을 하고, 서울예대 방송 경연대회에서 대상과 개인상을 따내는 영광을 안았다. 당시 경연대회 입상은 수시 특별전형이나 다름없었으므로 그는 무리 없이 서울예대에 입학했다.
그도 꿈 많고 호기심 많은 여느 새내기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5월에 성우 선배의 추천으로 시험 삼아 본 KBS 공채에 덜컥 합격하고 말았다. 대학가요제도 나가고, 연기에도 도전하고 싶었던 꿈 많은 새내기는 입학한 지 두 달 만에 휴학계를 내야 했다. 당시 KBS에 막 입사했을 때의 나이 스무 살. 동기 내에서도 여덟 살까지 차이가 났다. 막내 중의 막내였던 그는 어린 나이에도 힘든 줄 모르고 일했다.
“한마디로 천방지축이었죠. 선배들에게 혼나기도 많이 혼났고 울기도 많이 울었으니까….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나이 차이도 상당했거니와 나는 이 일에 대해 모르는 게 당연하다, 고로 꾸지람 듣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모습을 선배들이 예쁘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성우실 분위기가 기본적으로 훈훈하고 따뜻했기 때문이기도 했죠. 혼낼 때도 끝에 가서는 꼭 안아주거나 밥을 사주셨어요.”
칭찬은 천재를 노력하게 만든다
고래를 춤추게 하는 칭찬은 막내 성우를 대성우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잘한다, 목소리 좋다’는 칭찬이 더 듣고 싶어 부단히 노력했다. 무슨 배역을 맡아왔는지 기억도 못 할 만큼 가리지 않고 대본을 받아 들었다.
가장 애정 가는 배역은 뭐니 뭐니 해도 ‘엑스파일’의 스컬리다. ‘엑스파일’은 1994년 10월 31일부터 2002년 10월 26일까지 방영된 미국 드라마다. 한 인물을 10년 동안 매주 한 번씩 만나는 기회는 그때도 지금도 흔치 않기 때문에 애정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스컬리는 그가 그리는 이상적인 여성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이성적이며 똑 부러지고 빈틈없는 과학자. 타고난 성격이 정반대라 더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단다.
반면 덮어두고 싶은 ‘흑역사’도 있다. 1992년에 개봉한 영화 ‘보디가드’의 휘트니 휴스턴 역이 그렇다. 녹음을 앞두고 목을 쓰는 성우에게는 천적이나 다름없는 감기에 걸리고 만 것. 수많은 스태프들이 더빙 작업을 위해 어렵게 맞춘 일정을 미룰 수 없어 녹음 부스로 향했지만, 결국 기대한 만큼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돌이켜봐도 여전히 아쉽다.
1982년부터 성우 일을 했으니 경력만 40년이다.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쉬지 않고 녹음 부스를 들락거렸다. 루브르박물관이나 대영박물관, 베르사유 궁전부터 추억의 외화 시리즈, 유명 애니메이션, TV 프로그램 내레이션까지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은 그야말로 셀 수 없을 정도다. 장을 보다가 직원에게 찾는 제품이 없는데 갖다달라고 요구하면 부탁한 물건 말고 ‘혹시 성우가 아니냐’는 질문부터 날아들곤 했다. 녹음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던 옛날 방송 속 자신의 목소리에 지레 놀랐던 적도 있다.
“저는 성우로서 할 건 다 해봤어요. 그래서 이젠 젊을 때처럼 일에 미쳐서 살지도 않고, 하나라도 더 하려고 욕심부리지는 않아요. 대신 그날그날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 하죠. 집에서 요리할 때나 청소할 때, 오디오 녹음이 필요한데 좀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도요.”
일에 미쳐 살던 40년 세월이 만들어낸 변화는 아니다.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거창한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그저 매일을 열심히 살다 보니 이 위치에 와 있더라고 회고할 수 있는 사람.
‘재능 재벌’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
늙지 않고 아무리 써도 축나지 않는 목소리를 나누는 일도 그렇다. 자칭 ‘재능 재벌’인 그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활동에 나선 지도 벌써 스무 해가 지났다. 배리어프리란 고령자나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이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어르신도, 장애인도 누구나 장벽 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화면 해설과 자막을 동시에 제공한다. 화면 속 진희라는 인물이 거실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있는 장면이라면, ‘진희가 거실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있다’라고 해설해주는 식이다. 시각장애인연합회는 2000년대부터 배리어프리 버전 영화를 제작해 제공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으니, 그는 배리어프리 내레이션 녹음만 벌써 20년 넘게 해오고 있는 셈이다.
작년에는 서울노인복지센터와 시청자미디어재단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의 협약으로 시니어 배리어프리 활동가 양성과정 중 하나로 창설된 수업을 새롭게 진행했다. 그는 교육과정 중 더빙과 내레이션 녹음하는 법에 대해 8주가량 강의했다. 녹음의 기초부터 영화 각 장면에 대해 내레이션을 녹음하고,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일본어 대사를 한국어로 더빙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어르신들이 직접 대본을 써서 제작한 영화에 시니어들이 더빙한 배리어프리 영화는 지난해 ‘2021 서울노인영화제’에서 상영됐다.
“기대 이상이었어요. 이미 목소리와 발성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모여서 그런지 무언가 가르쳐드리면 곧잘 흡수하시더라고요. 지난해 처음 시행한 게 워낙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올해도 같은 과정이 개설될 것 같아요. 다만 참여를 원하는 분들이 많아 수강신청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겠어요.”
그는 서혜경낭독연구소에서도 시니어 성우 지망생을 만난다. 기초부터 심화, 전문가반 등 다양한 낭독 강의를 제공하는 연구소를 지난해에만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거쳐갔다. 처음에는 목소리에 자신 있어 찾아왔다가 낭독의 매력에 빠져 오디오북 내레이터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성우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그가 추천하는 방법은 낭독이다. 사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추천하고는 있지만, 시니어를 대상으로 가르칠 때는 특히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목소리는 늙지 않아요. 그런데 분명 목소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이건 말소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신체 기관, 즉 조음 기관들이 둔해져서 그래요. 나이가 들수록 말할 일이 줄어들거든요. 그러면 혀, 입술, 턱, 치아 같은 조음 기관이 점차 굳으면서 둔해져요. 목소리가 변한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이미 줄어버린 ‘말할 기회’를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좋아하는 글을 혼자 소리 내 읽는 일은 어렵지 않다. 게다가 직접 말하고 본인 목소리를 직접 듣는 낭독은 눈으로만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묵독보다 뇌를 더 자극하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그렇기에 꾸준히 낭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젊어지려면 조음 기관을 깨워내고 훈련해야 된다는 것. 오죽하면 그가 써낸 책 제목이 ‘나에게, 낭독’일까.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는 강의 수강생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그는 최근 낭독연구소 덕분에 의외의 효과를 봤다. 낭독 수업이 세대 화합의 장으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 청년들은 중장년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중장년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요즘 세상에 대해 배우는 식이다. 낭독을 위해 모인 사람들과 ‘눈을 뜨는’ 기쁨을 함께할 수 있어 요즘 그는 기쁘기만 하다.
만 60세, 새로운 서혜정의 ‘지금 이 순간’
그는 사람 나이 60세 때 진정한 ‘인간’이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스무 살까지는 몸이 성장하는 시기이고, 스물부터 예순까지의 40년은 인간이 되기 위해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시기라는 것. 벼는 익어야 고개를 숙이듯, 60년이 지나야 한 명의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의 그의 지론이다. 그는 새로 태어난 지금이 만족스럽다. 60세인 지금 이 순간이 좋아서 그립다거나 돌아가고 싶은 나이도 없다.
“올해로 103세이신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딱 100세 됐을 때 했던 인터뷰 기사가 기억에 남아요. 기자가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나이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분 대답이 60세였어요. 기자가 더 젊은 시절을 놔두고 왜 60세를 골랐느냐 되물으니 ‘60세는 돼야 철이 들어 그렇다’고 답하셨거든요. 60세가 된 지금 100% 공감해요.”
최근에는 ‘사랑’에 대해서도 눈떴다. 스스로를 희생할 수 있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는데, 그런 건 불가능하다 여겼던 생각을 고쳐먹은 지 얼마 안 됐다. 그렇다고 거창하거나 숭고한 희생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약속을 잡을 때 나보다 남에게 더 편한 곳으로 장소를 정하고, 나보다 남을 위해 먼저 기도할 줄 알게 됐다고나 할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삽입곡 ‘지금 이 순간’이 그의 테마곡이다. 그의 목표는 목표를 세우지 않는 것이다. 오늘 만나는 사람과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출근을 마실 나가듯 하며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 즐길 뿐이다. 다만 하루하루 살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강렬한 느낌은 곧 경험이 뒷받침해주는 근거 ‘있는’ 직감이다. 매일에 충실했던 40년 세월이 국민 성우 서혜정을 만들었다. 그가 오늘보다 내일 더 매력적인 목소리를 들려주리란 직감이 들었다.
서울시가 계약해지, 임대료 인상, 권리금 반환 등 상가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 해결을 위해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 조정위원회 참석이 어려운 영세 상인들의 편의를 위한 행정이다.
서울시는 각종 상가임대차 분쟁 조정 요청 사건과 관련해 4월부터 분쟁조정위원들이 사업장 소재지 자치구로 직접 찾아가 위원회를 개최하고, 분쟁 사건을 조정·심의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상가건물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185건의 분쟁 사건을 자치구별로 분석한 결과 실제로 시청과 가까운 자치구에 비해 거리가 먼 도봉구, 금천구 등 소재 사업장 신청이 저조했다. 위원회 참석을 위한 이동시간과 불편함 등이 조정신청 자체를 부담으로 여겼다는 의미다.
서울시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변호사, 감정평가사, 건축사, 공인중개사 등 분야별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돼 있다. 조정신청이 접수되면 분쟁당사자인 임대인과 임차인이 출석 가능한 날짜를 조율하고 사건별로 3명의 위원이 법률 검토와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조정 및 심의를 하게 된다.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명한 조정서는 민법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고 법원의 판결문과 같은 집행력이 부여된다.
아울러 서울시는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개최되는 날에 해당 자치구에 ‘상가임대차상담센터’를 별도로 설치하고 변호사, 공인중개사 등 전문 상담원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상가임대차 관련 권리금 회수, 계약 갱신, 임대료 증감, 계약 해지 등 각종 상담도 함께 실시할 계획이다.
조정 신청은 특별한 서식 없이 임대인이나 임차인이면 누구나 가능하고 온라인 ‘서울시 공정거래종합상담센터’에 접속해 신청하거나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한영희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오랜 시간 영업장을 비우기 힘들 소상공인들이 위원회 참석 시 이동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여 불편을 덜어주고, 매출 지장도 덜 수 있도록 찾아가는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찾아가는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보다 신속하게 임대인과 임차인이 피해를 구제받고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주거용 건축물에 일률적으로 적용해온 층고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토지의 주요 용도를 규정하는 ‘용도지역’ 제도 또한 개편한다.
서울시는 이 내용을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3일 발표했다. 도시기본계획이란 도시의 기본적인 공간 구조와 장기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계획으로서, 국토계획법에서 규정하는 도시의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번 2040 계획안에서 기존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명시된 층고 기준을 삭제한다. 2014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수립된 계획은 무분별한 돌출 경관을 방지할 목적으로 주거용 건축물의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한 바 있다. 시는 이 같은 일률적인 높이 규제가 한강변 등의 스카이라인을 획일적으로 이끌었다고 봤다. 이에 ‘35층 높이 기준’을 삭제하고 개별 정비 계획 심의 단계에서 지역 여건에 맞게 층고를 허용해, 다채로운 건축이 가능한 스카이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현행법상 기본 틀인 용도지역 체계도 전면 개편한다. 용도지역은 한 공간의 기능이 중복되지 않도록 땅의 용도를 정해 건물의 높이와 용적률 등을 규제하는 제도다. 서울 내 용도지역은 크게 주거·상업·공업·녹지지역으로 구분된다.
시는 이 제도가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뒤 지금까지 경직적으로 운용돼 복합적인 공간 구성에 제약이 된다고 보고, 이를 넘어서는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을 시도하기로 했다. 정부와 학계, 전문가 등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론화해 국토계획법 개정 등 법제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성장이 둔화된 3도심(서울도심·여의도·강남)은 기능을 고도화한다. 특히 서울 도심은 보존 중심의 규제와 정비 사업 제한으로 떨어진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정책 방향 재정립에 나선다. 이를 위해 남북 4대 축(광화문~시청 ‘국가중심축’, 인사동~명동 ‘역사문화관광축’, 세운지구 ‘남북녹지축’, DDP ‘복합문화축’)과 동서 방향의 ‘글로벌산업축’의 ‘4+1축’을 중심으로 서울 도심 전체를 활성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