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려면 ‘젊음을 주는 사업’을 하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자연스러운 화장법을 배우고 싶어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내친김에 천연 화장품 만드는 교육도 받았다. 화장품 회사의 상술에 관한 내용도 있어 고개가 끄덕여졌다. 몇 가지 소개해본다.
상술 1
청결에 가장 기본이 되는 세안을 강조한다. 세안의 실패는 잡티와 뾰루지, 주름을 유발한다며 강력한 클린징 크림을 써야 한다고 권유한다. 눈 화장용, 얼굴용, 딥클린징용, 각질제거용 등이 있다.
상술 2
얼굴 세안제를 사용하면 피부에 필요한 기름기까지 제거되어 피부가 건조해진다. 그냥 내버려두면 주름이 생긴다며 걱정한다. 피부 건조를 막으려면 수분과 유분을 공급해야 하는데 그것도 부위에 따라 바르는 화장품을 만들어 판다. 그러나 성분은 거의 비슷하다. 눈가 전용 아이크림, 입술 전용 크림, 화장수와 로션, 영양크림. 또 주름이 생기는 것을 막는 기능성 크림만 해도 그 종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상술 3
기능성 화장품은 고가의 원액을 조금(10% 미만) 넣고 대단한 상품으로 광고한다. 또 부위별로 얼마든지 많은 종류를 만들어 팔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사용 편이도에 따라 화장품을 나눠 판다. 보습용, 주름방지용, 눈가용, 얼굴용, 입술용, 탄력용, 미백용, 광택용 등이 있다.
강의를 듣고 실습을 반복했다. 단순해도 성능이 우수한 화장품을 원료가격에 구애 없이 만들고 싶었다. 필자에게 맞는 화장품이 있는지 체질을 연구하는 한의사에게 상담을 해봤다. 오이와 알로에가 적합하다고 해서 청주에 숙성시킨 알로에를 섞어 화장수를 만들어 사용한 지가 10년이 넘는다. ‘신비의 물질’, ‘하늘의 축복’이라 불리는 알로에는 인류 최초의 약초라고 한다. 여드름과 기미 등을 잡아주고 피부미백 효과도 있다. 또 상한 피부조직을 복원시키고 피지분비를 정상화해 피부를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청주를 게르마늄 항아리에 넣고 싱싱한 알로에를 준비해 껍질을 벗겨낸 뒤 깍두기처럼 썰어 넣고 두 달 정도 한지로 밀봉해 그늘에서 숙성시킨다. 알로에 즙이 충분히 우러나오면 채로 거른 뒤 보습을 위한 글리세린과 부패방지를 위한 비타민 E를 넣어 마무리한다. 화장수 거르는 날은 용기를 소독하고 저울에 달아 첨가물을 넣고 주위 사람들에게 화장수를 나눠주느라 분주하다.
세안을 위한 비누와 보습용 수분크림도 직접 만들어 쓴다. 화장을 할 때는 여러 종류를 바르지 않고 성분이 충실한 화장품으로 간단하게 끝낸다. 천연 화장품을 사용하면 피부조직이 건강해지고 트러블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화려한 용기도, 매력적인 향취도 없다. 색깔도 우중충하다. 멋 내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연의 것을 그대로 바른다.
가격이 저렴한 화장품에 비하면 비용이 더 들 수도 있지만, 최상의 재료에 어떤 방부제도 안 써서 건강하다. 그래서 그런지 피부 좋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또 화장수 뜨는 날을 기다려주는 지인들이 있어서 좋다. 지인들이 기본 화장품을 만들어 팔라고 성화를 부린 적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냥 나누어 쓰는 게 즐겁다.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인 것 같다.
불교에서 우주의 4대 구성요소는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이라고 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 우주의 구성 원소를 물, 불, 공기, 흙으로 봤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건강하기 위해 필요한 것 역시 이 4가지라 할 수 있다. 이번 달에는 불, 그중에서도 햇볕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태양은 밤낮과 사계절을 주관한다. 해가 뜨면 따뜻해지면서 밝아지고, 해가 지면 서늘해지면서 어두워진다. 태양의 고도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환이 이루어진다. 하루와 1년의 주재자는 태양이다. 지구상의 생물은 이 리듬에 맞춰 잠을 자고 활동하는데, 이 리듬이 깨지면 병이 생긴다. 한의학의 원전인 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과 밤낮의 리듬에 맞춰 사는 것이 건강과 치료에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하면서 태양의 리듬을 따르는 자는 흥하고, 태양의 흐름을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고 했다.
옛날에는 태양의 흐름에 맞춰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해가 떠야 일어나 활동할 수 있었으며, 해가 지면 잠들어야 했다. 기름을 써서 불을 밝히는 것은 비싸서 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태양의 흐름에 맞춰 살기 힘든 시대다. 인공조명이 있어 밤새워 활동할 수 있고, 그러기를 강요당하기도 한다. 실내에 있으면 밖이 어두운지 밝은지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지금이 몇 시쯤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우리는 반세기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자연에서 완전히 멀어져버렸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모든 자연이 태양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도록 설정되어 있듯, 인간도 태양의 흐름에 맞춰야 건강할 수 있다. 교대근무, 야간근무, 태양이 들지 않는 지하근무를 오래하면 몸이 나빠진다. 몇백만 년에 걸쳐 누적된 유전자에는 이런 상황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땅의 물은 햇볕을 받아 수증기로 변해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비가 되어 땅으로 떨어진다. 이러한 물-수증기-비의 순환은 지표면에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식물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물을 원료로 하고, 햇볕을 매개체로 해서 광합성을 한다. 동물은 이런 식물을 먹고 산다. 그리고 척추동물들은 햇볕을 받아 털이나 피부에서 비타민D를 합성한다. 비타민D는 뼈를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척추동물은 반드시 햇볕을 받아야 한다. 동물인 인간도 일종의 광합성을 해야 한다. 야행성 동물들은 햇볕을 쬐지 못하기 때문에, 비타민D를 합성한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으며 보충한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뼈가 약해지고, 불면증, 우울증이 생긴다. 그래서 태양의 고도가 낮은 북유럽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광욕을 한다.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 또한 비타민D 부족과 관련이 많다. 땀이 쉽게 많이 나는 것 또한 비타민D 부족과 관련이 있다.
태양광선은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으로 나눌 수 있다. 적외선은 사람의 몸을 데우고, 식물은 가시광선으로 광합성을 한다. 땅에서 사람이 받는 자외선은 UVA, UVB로 나눌 수 있는데, UVA는 유리창을 통과함은 물론 피부 깊숙이 침투해 주름과 기미, 주근깨를 만들면서 피부를 노화시킨다. UVB는 유리창을 통과하지 못하며 각종 염증과 피부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바닷가나 높은 산에 갔을 때 피부가 벌겋게 익는 것은 UVB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외선은 안 좋기만 한 것일까? 자연은 지구라는 환경에서 최적화되도록 진화되었기에 자외선을 포함한 햇볕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요소다. 물론 지나치면 피부암, 기미, 주근깨가 생기기도 한다. 뭐든 적당해야 한다.
현대인 특히 한국인은 비타민D 결핍이 심하다. 햇볕을 쬘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학생, 노동자가 매일 햇볕을 쬐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것도 창문을 통하지 않고 직접 쬐는 시간 말이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뼈가 약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며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지금은 자외선 과다를 걱정하면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때가 아니라, 자외선 부족을 걱정해야 할 때다. 주 3회 오전 10시~오후 3시 사이에 20분 정도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그런데 도시는 미세먼지, 공해, 스모그 등으로 UVB가 지표면에 잘 도달하지 않는다. 바닷가나 고산, 물가가 UVB를 받기에 더 적합하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UVB가 약하기 때문에 봄, 여름, 가을에 충분히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낮에 햇볕을 잘 받으면 밤에 심해지는 병증이 호전된다. 밤에 잠 못 이루는 불면증, 밤에 얼굴로 열이 후끈 올라오는 갱년기 조열증, 밤에 심해지는 천식, 밤에 심해지는 두드러기나 아토피피부염 등이 심한 사람은 낮에 햇볕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반대로 낮에 기운이 없고 심해지는 증상은 밤에 잠을 잘 자야 한다.
첫째, 햇볕은 아토피피부염, 건선 등 피부병과 과민성장증후군, 대장암 등 대장 병증, 알레르기비염, 천식 등 폐 병증을 잘 치료해준다. 한의학적으로 폐, 피부, 대장은 같은 그룹이다. 척추동물이 햇볕을 받아 털과 피부에서 비타민D를 합성하는 것은 햇볕이 폐, 피부, 대장을 활성화시켜준다는 의미다. UVB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햇볕 전체의 효과다. 요즘은 비타민D를 건강기능식품으로 많이 복용하고 있는데, 피부를 통한 합성보다는 효능이 떨어지며 폐, 피부, 대장을 활성화하는 힘도 약하다.
둘째, 뼈가 약해지는 병증, 갱년기, 성기능쇠약, 자궁암, 전립선암, 골다공증, 성장에 좋다. 한의학적으로 뼈와 생식기는 같은 그룹이다. 인체를 깊이에 따라 나누면 뼈가 가장 깊은 부위이고 그다음으로는 살, 피부, 털의 순서다. 건강할 때는 뼈가 단단하고 농축되어 있지만 병들거나 노화되면 뼈의 골수가 몸 밖으로 새어 나온다. 단백뇨, 당뇨, 땀이 쉽게 나는 증상, 탈모 등이 그 사례다. 햇볕은 뼈를 단단하게 해서 몸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을 막아준다. 단전 회복의 의미도 있다.
셋째, 심장에 좋다. 혈압을 낮춰주고 혈전이 생기는 것을 억제해준다. 심장병과 뇌졸중을 예방해주는 효과도 있다. 우리 몸에서 열을 만들어내는 근원은 심장이다. 즉 우리 몸의 태양은 심장이며, 그 근원은 하늘의 태양이다.
넷째, 우울해서 생긴 병증을 잘 치료해준다. 우울증, 유방암, 불면증 등에 좋다. 습기가 적은 화창한 날에는 우울증이 호전되는데 햇볕의 역할 때문이다. 한의학적으로 표현하면 기가 울체된 것을 풀어준다.
다섯째,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고 해독 효능도 있다. 햇볕은 황달 등 간에 무리가 갔을 때 해독해주는 힘이 있다.
최철한(崔哲漢)
-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한의학에서는 약재와 사람에 대해 차갑다, 뜨겁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한의학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체질이 더운지 찬지 어림짐작은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더운 체질, 찬 체질은 어떻게 구분하는 것일까?
덥다는 것과 춥다는 것은 활동성의 차이다. 더워지면 빨리 움직이고, 차가워지면 천천히 움직인다. 일종의 운동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을 살펴보자. 더워지면, 봄여름이 되거나 낮이 되면 만물은 땅 위로 솟구쳐 자란다. 잎과 꽃을 틔우고 피우며 움직이며 에너지를 발산한다. 추워지면, 즉 가을겨울이 되거나 밤이 되면 만물은 땅속 또는 집 안으로 들어간다. 잎과 꽃을 오므리고 움츠리며 활동을 최소화시키고 잠이 든다. 여름에는 음식물이 빨리 부패하지만 겨울에는 잘 상하지 않는다.
동물은 크게 변온동물과 항온동물로 구분한다. 변온동물은 계절과 낮밤의 변화에 그대로 순응한다. 하지만 사람은 항온동물이라 계절 변화에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즉 36.5℃의 체온을 유지하려고 한다. 여름에 덥거나 운동해서 열이 나면 인체는 열을 식히기 위해 땀을 흘린다. 겨울에 춥거나 몸이 차가워지면 인체는 추위를 극복하려고 몸을 떨거나 이를 부딪친다.
인간의 체온은 36.5℃ 근방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체온은 늘 변한다. 화가 나도 올라가고 술을 마셔도 올라가며 밥을 많이 먹어도 올라간다. 반대로 굶으면 내려가고 마음이 안정되어도 내려간다. 한의학에서 사람의 체질에 대해 ‘뜨겁다, 차갑다’고 표현하는 것은 체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체온이 올라가려는 성향인지, 내려가려는 성향인지를 두고 표현하는 말이다. 즉 체질이라는 것은 속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도를 말하는 것이다.
더운 체질의 사람의 체온은 36.5℃보다 높아지려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몸은 땀을 흘리거나 소변과 대변을 보거나 가래, 탈모, 눈꼽 등으로 열을 밖으로 배출하거나 찬물을 찾는다. 일종의 자가 수랭식으로 열을 식혀 36.5℃의 체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또는 피를 체표면으로 보내 얼굴이나 손바닥, 피부가 붉어지는데, 일종의 공랭식으로 체온을 조절하는 것이다. 더 심하면 피부병, 염증으로 열을 내보내 몸을 식히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36.5℃의 항상성을 늘 유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더운 체질의 사람은 기운이 충만해 목소리도 크고, 활동량도 많으며, 식욕도 좋다.
찬 체질의 사람의 체온은 36.5℃보다 낮아지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은 자주 오한을 느껴 옷을 껴입거나 움츠리거나 따뜻한 물을 찾는다. 또 핫팩을 껴안고 살거나 밤에 소변을 자주 본다. 이런 식으로 36.5℃의 체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찬 체질의 사람은 기운이 약해 목소리도 작고, 활동량도 부족하고, 식욕도 좋지 않다.
이처럼 더운 체질, 찬 체질이라는 표현은 36.5℃라는 수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지려는 경향성, 즉 벡터(vector)를 말하는 것이다.
약재의 성질이 뜨겁다, 차갑다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는 환경에서 더워지려는 노력을 하는지, 차가워지려는 노력을 하는지 그 경향성을 보는 것이다. 바나나, 야자는 무더운 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증산작용으로 땀을 흘려 차가워지려고 노력한다. 두리안도 열대에 살지만 자신의 몸을 뜨겁게 해서 외부 열기가 열기로 느껴지지 않도록 적응했다. 그래서 그 약성도 뜨겁다. 사막의 선인장은 고온건조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진액을 머금고 스스로 서늘해지기를 선택했다. 가평의 잣나무와 소나무는 잎을 침엽수로 만들어 열을 보존한다. 그래서 겨울에 잣을 먹고 송편에 솔잎을 넣고 쪄서 추위를 이기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약재의 노력을 몸에 재현시키는 것이 한약이다.
시베리아에 사는 근골이 단단한 사람에게 제주도의 잣을 먹이면 열 보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에 사는 허약한 사람에게 시베리아의 잣을 먹인다면 열과 에너지 보존에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환경에 적응하려는 생물의 선택이 한열로 나타난다. 따라서 같은 종이라도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한열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더운 체질은 식욕이 좋아 많이 먹는 경향이 있다. 또 몸에 찌꺼기가 남아 피가 탁하고 성인병이 생기기 쉽다. 이런 사람은 열대의 서늘한 열매나 넓은 잎채소를 먹어 피부를 통해 열이 쉽게 발산되도록 해줘야 한다. 쌀은 안남미나 묵힌 쌀, 통곡을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수생식물과 해조류 섭취를 통해 피를 맑게 해주는 것이 좋다. 여름에 더위가 심하면 미숫가루나 콩국수를 자주 먹는데, 더운 체질에게는 평소에도 적합한 음식이다.
찬 체질의 사람은 식욕이 없는 편이고 기운도 없다. 이런 사람에게는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이 좋다. 둥글둥글하고 속이 꽉 찬 씨앗류, 열매류(밤, 복분자, 오미자)가 좋다. 밥에는 좁쌀, 찹쌀을 섞어 먹는 것이 좋다. 구운 마늘, 부추, 보신탕, 사골국도 좋다. 몸이 찬 체질의 사람은 너무 싱겁게 먹지 말아야 한다. 염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죽염이나 토판염을 쓰는 것이 좋다. 겨울에 추위가 심하면 면, 떡, 빵, 묵을 먹는데 찬 체질에 좋은 음식들이다. 다만 소화가 잘되도록 반찬이나 양념을 곁들여야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음식의 한열은 조금씩 달라야 한다. 뜨거운 체질이라고 해서 겨울에도 차가운 음식이 좋은 것은 아니고, 찬 체질이라고 해서 여름에도 뜨거운 음식만 먹을 수는 없다. 체온을 잘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관건이다. 에서는 봄에는 서늘하게, 여름에는 차게, 가을에는 따뜻하게, 겨울에는 뜨겁게 먹으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개괄적인 조언일 뿐이다. 여름에도 가끔씩은 뜨겁게 먹어줘야 하고, 겨울이라도 차갑게 먹어줘야 할 때가 있다. 즉 여름에 수박을 자주 먹다가도 보신탕, 삼계탕을 한 번씩은 먹어주라는 말이다. 여름에는 겉은 뜨거워지고 속은 차가워지기 쉽기 때문에 보신탕, 삼계탕을 한 번씩 먹어 속을 데워줘야 한다. 마찬가지로 겨울에는 면, 떡, 빵, 만두, 고기를 자주 먹다가 가끔씩 냉면, 메밀국수를 먹어주면 좋다. 겨울에는 겉이 차가워지고 속이 뜨거워지기 때문에, 냉면, 메밀국수, 동치미 등의 음식으로 속을 식혀주면 좋다는 의미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모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속초에 갔습니다. 소금내음 물씬한 속초앞 바다에는 다양한 물고기가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물고기 중에 참 못생긴 놈이 가끔 눈에 띱니다. 아귀, 삼식이, 곰치 그리고 뚝지가 그렇습니다. 정말 희한하다 싶을 정도로 못생겼습니다. 그 중에도 뚝지는 정말 못생겼습니다. 그래서인지 옛날에는 이런 물고기는 잡았다가도 재수 없다고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속초에 가면 가끔 수조에 복어처럼 생긴 물고기가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물고기가 바로 강원도에서는 보통 도치 또는 심퉁이라고도 하지만 경상도에서는 뚝지라 부르는 못난이 입니다. 뚝지에게 또 다른 이름이 있는데 어부들이 다가가도 도망을 가지 않아 멍텅구리라고도 합니다. 언뜻 보면 마치 복어를 연상케 하는데 복어와는 달리 배에 흡반이 있어 암초에 붙어 서식을 합니다. 바위에 흡반을 대고 착 달라붙어 있으니 도망갈 수가 없는 것이죠.
뚝지는 동해의 얕은 바다에서 주로 서식합니다. 눈은 작고 입은 삐뚤어졌으며 배는 복어처럼 툭 튀어나와 못생겼다는 핀잔을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해안의 속초 같은 관광지에서는 없어서 못 파는 맛있는 물고기이기도 합니다.
뚝지는 매운탕이나 지리로 끓여 먹으면 제대로 감칠맛이 납니다. 어떤 이는 뜨거운 물에 데친 숙회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하는데 바다를 찾는 이들의 술안주로 손색이 없습니다. 동해안 일대의 주민들은 뚝지를 해초에 섞어 매콤하게 무쳐 먹기도 합니다. 미끈거리지만 단단한 육질 때문에 삶아도 씹는 맛이 있어 입에 넣으면 소금기 짙은 바다내음이 우러나와 식도락가라면 한 번 찾아볼 만한 요리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이 못난이 뚝지에게 가시고기 못지않은 부성애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몇 해 전인가 조창인님의 소설 가시고기가 출간되어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신 적이 있습니다. 미물마저 이럴진대 사람이야 어떠해야 할까 하는 심정으로 소설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소설의 주인공과는 달리 사람이 가시고기보다 결코 낫지 않다는 생각 때문인지 소설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다움이는 10살의 어린 나이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어야 했습니다. 불치병인 백혈병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죽음과 맞닥뜨려야 하는 두려움과 공포에 몰려 있지만 아빠는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시인일 뿐입니다. 아빠의 적은 수입으로는 다움이의 입원비는커녕 아무 것도 해줄 게 없었습니다. 엄마는 6살 때 다움이와 아빠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다움이를 살리는 방법은 골수이식뿐입니다. 그러나 다움이에게 맞는 골수를 이식할 사람은 없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다음이의 고통은 고스란히 아빠의 고통이 되었습니다. 아빠의 선택은 다움이를 데리고 작은 산골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곳은 약초를 먹으며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거기서 잠시 좋아지는 것처럼 보였던 병이 재발하였습니다. 다움이에게 작은 희망이 생긴 것은 골수를 이식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 후입니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수술비는 또 다른 고통이었습니다. 돈이 없는 아빠는 결국 신장을 팔기로 했습니다. 설상가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빠는 간암에 걸립니다. 신장대신 각막을 팔았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들을 보살필 수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다움이를 엄마한테 보낸 후 아빠는 한 폐교에서 마치 가시고기처럼 천천히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았습니다.(가시고기/조창인, 요약)
가시고기는 큰가시고기과에 속하는 민물고기입니다. 수컷은 산란기가 되면 해초 등을 이용해 둥지를 만들고 암컷을 유인해 번식을 합니다.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가시고기는 지느러미로 온힘을 다해 바람을 일으켜 신선한 산소를 공급합니다. 마침내 새끼들이 부화했을 때 가시고기는 세상에서의 힘든 여정을 모두 마치고 삶을 등집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시고기는 부성애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가시고기가 다움이 아빠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어 소설의 제목이 되었을 터입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가시고기가 아닙니다. 못난이 뚝지입니다. 그런데 이 뚝지에게 가시고기 못지않은 부정과 부성애가 있다니 놀랍습니다. 시인 이성복님이 말하는 뚝지는 더 이상 멍텅구리가 아닙니다. 못난이도 아닙니다.
울진 앞바다 깊은 바위틈에 바보 물고기 뚝지가 산다 눈도 입도 멍청하게 생긴 수컷이 저만큼 멍청한 암컷의 배를 만지고 쓰다듬고 자꾸 눌러서 희부연 알덩어리가 뭉게뭉게 쏟아지면, 그 위에 수컷은 밀린 오줌 싸듯이 정액을 쏟아 붓는다 엉겁결에 수정이 끝나면 막무가내로 수컷은 암컷을 밀어내고 제 혼자 배를 까뒤집고 끈끈이 주걱같은 지느러미로 흐느적흐느적 산소를 불어넣어준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마시지 못하고 온몸이 쭈그러들어, 쭈그러진 살갗 빼곡히 꼼지락거리는 기생충이 피를 빨아도 떼어낼 생각도 않고, 삼십 일이나 사십 일 斷腸의 세월이 끝나고 올챙이 꼬리 같은 새끼들이 어리광 부리며 헤엄쳐 나오면 그제야 수컷은 깊은 숨 한번 들이킬 여가도 없이 숨을 거둔다 물론 그 전에라도 배 출출한 무적의 무법자 대왕문어가 수시로 찾아와 육아에 바쁜 수컷을 끌어안고 가는 것이다 (이하 생략, 뚝지 中/이성복시인)
그런데 때로 수컷 뚝지가 쫓아내도 떠나지 않는 암컷 뚝지는 왜 그렇게 안 떠나려고 버둥거렸는지 이성복님은 대왕문어의 밥이 된 다음에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갈가리 찢긴 암컷의 아랫도리에 미처 다 쏟아내지 못한 알들이 무더기로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바보야, 그러면 그렇다고 말이라도 할 거지, 바보야 (뚝지 中/이성복 시인)
절절한 수컷의 이 한 마디가 바다를 가로질러 귓속을 울립니다. 오로지 종족의 보존과 새끼를 위한 이 헌신적 보살핌은 뚝지를 바보, 멍텅구리로 만들었습니다. 바보, 멍텅구리가 되었기 때문에 바위에 해초처럼 달라붙어 그 생명과 종족을 끊지 않고 이어 나간 것입니다. 오늘도 뚝지는 사람이 다가가도 바위에 붙어 꼼짝하지 않습니다. 멍텅구리 뚝지의 부성애가 꼭 달라붙어 있습니다.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는 지난 달 초, 이달에 종료되는 산정특례 종료예정 통지를 받았다. ‘졸업’이라고 되뇌고 나니 가슴이 벅찼다. 우수한 학생은 월반하여 일찍 졸업하였지만, 취업절벽에 막힌 요즘 대학생은 유급을 자청하여 지각 졸업한다. 암환자가 뛰어넘어야 할 5년은 월반도 유급도 없다.
한 달여 전부터 대장암 ‘5년 졸업검진’이 시작되었다. 양팔에 번갈아서 주사기가 꽂히고 체혈, C/T촬영, 비수면 내시경 검사가 여느 때처럼 반복되었다. 지난 5년처럼 병원에 갈 때는 뱃속에 폭탄이 들어있는 것처럼 거북스럽게 느껴졌다. 무엇인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졸업검사는 어김없이 통과하여야 한다.
5년 전 이맘때 대장암이 발견되었을 때가 떠올랐다. 국가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었으나 사회은퇴 후 보라매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용종 1개와 선종 3개가 발견되었다. “용종만 발견되면 곧 시술이 가능하나, 선종은 당장 시술할 수 없고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진행해야 된다.”고 말했다.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한 달 후 내시경 검사 시 채취한 조직에서 다른 이상이 없어, 비수면 대장내시경시술을 하였다. “시술이 잘 되었으니 걱정 말라”는 격려 및 주의사항을 듣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왔다. 검진결과를 기다라는데 담당의사가 “선종제거시술 시 채취한 선종 한 군데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산정특례 등록절차를 취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뭔가 심각하게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암 세포가 추가로 발견되지 않고 시술 부작용도 없으니 안심하고, 통상 암환자에게 실시하는 치료과정도 아직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 말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나에게 유일한 위안이 될 뿐이었다. 앞으로 3개월, 6개월, 1년, 3년 단위로 주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함을 친절히 설명하면서, “상심하지 말고 건강관리에 유념하라. 한마디로 암은 자각증상이 나타나면 너무 늦다”고 말했다. ‘암환자!’ 암 확진 전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줄 알았던 말이다.
아내와 아들딸 가족, 손주들의 따뜻한 보살핌에 큰 위로를 받았다. 매 주마다 산행과 모임을 같이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암을 이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동네에서 자라 학창시절 친하게 지냈던 한 친구와는 동창산악회에서 만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암을 극복한 경험이 있는 이 친구로부터 살아있는 암상식을 많이 배웠다.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우정이 깊어갔다.
암 극복을 위하여 자연 속으로 들어가거나 약초를 찾는 이야기가 넘쳐나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검진 때마다 주치의선생에게 물었고, 대답은 항상 같았다. “특별히 좋거나 나쁜 음식이 없으니 섭생에 연연하지 말라. 과음ㆍ과식을 삼가고, 스트레스와 체중관리에 노력하라”고 하였다. 처자식ㆍ손주ㆍ친구들과 어울려 관악동네에서 평범한 방식으로 암을 이기는 건강관리를 하였다.
드디어 5월 11일 오후, 한 달 넘게 진행한 검진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주치의 선생이 “별 이상이 없습니다. 그간 고생하셨습니다”고 5년 졸업을 선포하였다.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알리는 복음이다.
“야호! 보라매 5년 졸업” 아내, 아들, 딸 가족에게 문자가 뛰었다.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고 있다. 며칠 후 대장암 검진 예정이다. 벌써 5년 차가 되었다. 암 확진 전과 후의 삶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벌써부터 검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매우 초조한 마음이다. 오늘 유난히 건강을 일깨워주고 먼저 가버린 ‘참 괜찮은 친구’가 그립다.
시골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낸 필자는 이 친구와 많이 친하게 지냈는데 고등학교를 서로 다른 곳으로 진학하면서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진출한 뒤에야 함께 서울에서 동창 산악회에 참여하면서 자주 만났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안주 삼아 막걸리 잔을 나누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가족과 아이들도 친하게 지냈다. 서로 살아가는 생김새가 비슷해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기 좋은 친구였다. 우리들의 우정은 그렇게 점점 더 깊어갔다.
친구는 중견기업에서 얼마 동안 근무하다가 어느 날 과감하게 창업을 했다. 인생의 황금기를 다 바쳐 사업을 알토란같이 만들어내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샀고, 아들에게 후계자 훈련을 시키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성공한 사업가이면서도 행동거지는 늘 겸손해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듣는 친구였다.
5년 전, 필자는 은퇴를 하면서 친구와 건강에 관련한 대화를 진지하게 나눴다. 필자와 친구는 바쁘다는 핑계로 종합검진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번 기회에 검진을 꼭 받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그해 필자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용종과 선종이 발견되었다. 의사는 “선종은 당장 시술할 수 없고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진행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달 후 내시경 검사를 할 때 채취한 조직에서 다른 이상이 없어 비수면 대장내시경을 받았다.
그동안 의사가 권하는 주의사항도 잘 지켰고 출혈 등의 이상도 없었으므로 상쾌한 기분으로 검진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담당의사가 정색을 하더니 “선종 제거 시술을 할 때 채취한 선종 한 군데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산정특례 등록절차를 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제야 심각한 상황임을 깨달았다.
검진을 예약하고 있던 친구는 필자 소식을 듣고는 “우리는 살만큼 살았다. 자식들도 가정 다 이루고 손주까지 두었으니 아무 걱정 마라”며 위로하였다. 그러고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두 아들이 있는 자기 처지를 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친구의 말은 어느 누구의 위로보다 큰 위안이 되었다.
그런데 대장암 확진 후 몸을 추스르며 지내던 어느 날 산행에서 그를 만났다. 건강했던 몸매는 흔적이 없었고 너무나 야윈 모습에 깜짝 놀라 이유를 물었다. 얼마 전 밤중에 복통이 심해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갔는데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현재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태라 약물로만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친구는 평소 속이 거북한 증상이 가끔 있었는데 소화제를 먹으면 이상이 없어 소화 장애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그 뒤 막걸리 한잔 마시면서 서로 의지하며 마음을 주고받던 친구는 영영 떠나고 말았다.
요즘 뱃속에서 시한폭탄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다.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는 동안은 배가 뒤틀리고 쑤시다가, 별 이상이 없다는 검진 결과를 들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하다. 이번 5년 차 검사에서는 암 환자 졸업장을 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암 극복을 위해 자연 속으로 들어가 살거나 약초로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들이 넘쳐나지만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검진 때마다 주치의 선생에게 물으면 대답은 항상 같다. “특별히 좋거나 나쁜 음식이 없으니 섭생에 연연해하지 말라. 다만 과음ㆍ과식을 삼가고, 스트레스와 체중 관리에 노력하라”는 말이다. 처자식ㆍ손주ㆍ친구들과 어울리며 평범한 방식으로 암을 이겨볼 것이다. 건강을 일깨워준 참 괜찮은 친구! 아쉬운 마음 가득하지만 이제 아픔 없이 편히 쉬길 바란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제대로 되겠어?” 하는 의심부터 한다. 그것도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흙 한 번 밟기 힘든 서울 한복판에서 농사 얘기를 꺼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실제로 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밥상에서 곁들일 채소 몇 가지 정도 심는 그런 텃밭이 아니다. 제대로 수익도 올리고 양봉까지 한다. 행촌마을 사람들 이야기다. 서울시 종로구 행촌권 성곽마을 도시농업 마을공동체 김동수(金東秀·66) 주민 대표를 만나 도시농사꾼들 얘기를 들어봤다.
아차 싶었다. 날짜를 잘못 잡았다. 하필 과음한 다음 날 성곽마을에 올 약속을 하다니. ‘산성’ 주변의 마을이라는 것을 잊었던 모양이다. 완연한 봄의 기운이 가득한 날, 땀인지 술인지 모를 것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다리가 풀릴까 걱정될 지경이다.
등산에 가까운 성곽마을까지의 여정은 다소 기묘했다. 산성이 위치한 인왕산 자락은 높은 아파트에 가려져 보이질 않았다. 높은 층수를 자랑하는 대단지의 경계를 따라 난 굽은 길을 거슬러 올라가자 성곽마을이 나타난다. 화려한 장식에 가려진 무대 뒤 같은 모습이다. 마을 어귀에 올라 시내를 바라보니 다시 아파트가 벽이 되어 시선을 가로막는다. 낭만적인 전망은 사치이겠구나 싶다. 예전엔 같은 동네였을 텐데, 과거에 머물러 있는 집에서 높아져가는 아파트를 어떤 기분으로 바라봤을까?
도시화와 재개발 사업에서 비껴간 마을
“불만이 왜 없었겠어요.”
김동수 대표의 말에는 억울함이나 분노보다는 일종의 초연함이 묻어 있었다. 행촌동 성곽마을 일대는 도시화와 재개발의 열풍 속에서 그 위치 때문에 빠르게 일어나는 변화를 바라만 봐야 했다. 서울시의 재개발 구역에서도 돈의문 뉴타운 계획에서도 성곽마을은 빠져 있었다.
“군사보호시설구역과 같은 이런저런 이유들로 개발 제한을 받아왔죠. 주변에 높은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비싼 값에 거래되는 것을 바라만 봐야 했어요. 재산상의 불이익을 감수했던 것이죠. 그래도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진행되면서 집수리 비용의 절반을 되돌려주는 등 예산지원이 조금씩 이루어지면서 불편하지 않게 고쳐가며 살고 있죠.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스트레스가 많지만 워낙에 행촌동 사람들이 양반들이라 과격한 의사표현 같은 것은 하지 않아요. 대부분 오래 사신 어른들이라 동네에 대한 애정도 많고. 실제로 종로구 내 17개 동 중에서 어르신이 제일 많이 살고 계셔요. 그래서 그대로 살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으신 것 같아요.”
김동수 대표 역시 행촌동 토박이 중 한 명이다. 여덟 살에 수원에서 이사와 58년을 행촌동에서 살았다. 김 대표는 1960년대의 동네 모습도 상세하게 기억했다.
“당시 이 동네는 판자촌뿐이었어요. 한국전쟁 이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피난민들이 몰려와 살았던 동네 중 한 곳이에요.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달동네였죠.”
김 대표는 의약품, 식품, 음료 유통 회사에 다니다 맥주 대리점을 내면서 독립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슈퍼마켓을 차려 30년을 ‘슈퍼 아저씨’로 살았다. 지금은 세월의 변화에 맞춰 슈퍼마켓이 있던 자리를 편의점에게 내줬다.
“이 집 저 집 배달을 다녔으니 동네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죠. 언덕길을 수만 번은 왕복했을 거예요. 그러다 판잣집에 살던 사람들은 성남 등 시 외곽으로 단체로 이주하면서 동네가 많이 달라졌어요.”
2014년 서울시에서 발간한 자료 를 살펴보면 1971년 서울인구의 10%에 가까운 규모의 신도시인 ‘광주대단지’ 계획이 수립돼 실제로 1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이주했다. 이외에도 토지구획정리사업이나 도시정화사업 등의 이름으로 판자촌 철거민들은 계속 외곽으로 밀려났다.
참여 주민 대부분이 ‘초보농부’
난개발됐던 지역이 정비되면서 아파트에 둘러싸이게 된 과정이 대충 이해가 된다. 그런데 그런 동네에서 도시농업이라니 의아한 일이다. 왜 농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까.
사실 이 지역의 도시농업 도입은 지역 주민의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거대 재개발 과정에서 소외된 이 지역의 주민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서울시에서 내놓은 기획에서 출발했다. 서울시는 2014년 7월, 어떤 관리 계획에도 속해 있지 않던 이 지역을 ‘성곽마을 재생계획’ 수립 과정에 포함시키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다. 행촌동뿐만 아니라 한양도성 9개 권역 22개 성곽마을을 대상으로 계획이 수립됐다.
행촌권 사업은 크게 지역 주민을 위한 마을회관 격인 ‘행촌共터’ 세 곳을 조성하고, 옥상경작소와 텃밭 등 도시농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후 육묘장이나 양봉장 설립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도시농업 사업을 발굴한 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도시농업 공동체의 전문성을 강화해나간다는 것이 이 사업의 요지다.
“통장연합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자의 반 타의 반 성곽마을 추진위원장 자리를 맡게 됐죠. 무작정 농사부터 지은 건 아니에요. 서울시 도시재생센터에서 하는 도시재생대학을 통해 도시농업에 대한 지식을 익혔죠. 이 동네에서 오래 사신 직능단체장을 중심으로 15명이 참여했어요. 그리고 지난해 2월 도시농업공동체를 발족하고 이어 육묘장을 만들면서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했어요.”
지역 주민들의 성과는 조금씩 나타났다. 육묘장을 통해 성장한 모종 중 2만 봉이 종로구청에 납품됐고 옥상과 노지, 텃밭용으로 4만 봉이 공급됐다.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였다. 6kg이 넘는 커다란 수박도 초보농부에게는 값진 수확이었다. 가지와 토마토, 참외도 얻었다. 양봉도 시작했다. 전문가를 초청해 별도의 양봉 강의를 받았고, 전문 멘토 네 명이 달라붙어 이들을 도왔다. 그 결과 첫해 수확으로는 큰 꿀 800L를 얻었다.
“그래도 계속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에요. 지난겨울에는 관리를 잘못해 일부 벌들이 죽어버렸어요. 벌에 쏘여 응급실로 달려간 적도 여러 번이고요. 꿀이 한창 채집되던 무렵에는 여왕벌 하나가 분봉해 인근 아파트 벽에 난 구멍에 벌집을 차려 난리가 났었죠. 어쩔 수 없이 양봉 위치를 옮겨야 했어요. 올해에는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농사의 ‘ㄴ자’도 모르던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어요.”
“나 행촌 살아” 자부심 높아진 주민들
이런 변화를 지역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되레 일말의 재개발 가능성마저 없애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주민들 입장에선 확 바뀌는 것이 아니니까 몇몇은 마뜩찮아 했던 것이 사실일 거예요. 괜히 세금만 들이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할 수 있고. 큰 시설을 세우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많지 않은 사업이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도시농업 사업은 주민들의 삶을 많이 바꿔놓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농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시간제 일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고, 만들어진 농산물을 좋은 일에 쓸 수도 있고 말이죠.”
실제로 이들은 지난해 텃밭에서 수확한 배추 700포기로 김장을 담가 지역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래도 마을의 달라지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주목받으면서 주민들의 자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느껴요. 전국에 도시재생, 도시농업의 성공사례로 알려지면서 방방곡곡에서 저희에게 배우기 위해 찾아와요.”
이들의 노력 덕분에 종로구는 도시농업 우수자치구로 선정됐고, 서울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하는 ‘도시농업 최고 텃밭상’도 탔다. 2016 전국 공동체 한마당에선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향후에 각종 도시농업사업이 자리를 잡아가면 협동조합을 설립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수확한 농산물을 가공해 2차, 3차 산업 형태로 확대해나간다는 것이다. 채취된 꿀은 차나 가공식품 형태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허브나 약초도 음료 형태의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마을 주민 중 일부는 바리스타 교육을 정식으로 받았고, 1호 행촌共터에는 커피추출기도 갖춰졌다. 또 푸드뱅크를 설립해 지역 저소득 노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올해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하우스의 습도와 온도, 수분 공급 등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팜’도 도입할 계획에 있다. 도시농업의 특성상 작은 면적에서 높은 효율의 수확을 얻어내기 위해서다. 부가가치가 높은 더덕, 감초, 어성초 등을 심은 약초밭도 만들었다.
주민 행복에 보탬이 된 도시 농사
물론 지역의 변화만큼이나 김 대표 개인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이런 변화가 싫지 않다고 했다.
“제가 살아온 인생에서 최근 2년의 삶이 가장 행복해요. 이제 2년 된 초보농부이지만 길가의 작목만 봐도 다듬고 만져줄 정도로 달라졌어요. 산성을 따라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는 텃밭들을 가꾸느라 체중은 5kg 넘게 줄었죠. 새벽같이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밭으로 달려가는 거예요. 지금은 안 쓰던 일기까지 쓰고 있어요. 매일매일 농사에 대한 기록을 하는 것이죠. 파종과 같은 육묘장 운용이나 농사일에 관한 일정을 기록해서 다음 해에 늦어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어요.”
그의 아내는 김 대표의 이런 모습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일도 아닌데 집에서 도통 남편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비가 좀 온다 싶으면 작물 걱정으로 뒤척이는 통에 덩달아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 걱정되면 나가보라며 새벽에 남편을 내보낸 일도 적지 않았다.
김 대표의 아내가 남편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더운 어느 여름날이었다. 산책 삼아 텃밭에 함께 나왔던 아내는 땀을 뻘뻘 흘리며 작물을 다듬는 남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한참 지켜보던 아내는 생각이 바뀌었는지 그날부터 잔소리를 줄였다.
서울시가 성곽마을 재생을 위한 마중물로 행촌동에 투자한 것처럼, 그는 자신의 노력이 행촌동 지역 주민을 위한 도시농업이 자리 잡는 마중물로 쓰이길 희망했다.
“개인적인 욕심이 있을 리 없죠. 자식 셋도 모두 결혼했고 바랄 것이 더 있겠어요. 척박한 이 마을에서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잘살고, 행복해지길 바랄 뿐이에요. 지역 주민들이 도시농업으로 좀 더 즐거움과 여유를 찾았으면 해요. 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래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
몸이 아플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다. 건강은 약으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운동, 마음으로 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그렇다면 좋은 먹거리란 무엇일까? 사포닌이 많이 함유된 인삼이 좋은 것일까? 비타민 C가 많은 사과가 좋은 것일까? 비타민 C가 많이 들어간 사과가 좋은 거라면 굳이 비싼 사과를 사 먹을 필요가 없다. 합성 비타민 C로 만들어진 가루나 알약을 먹으면 된다.
생명vs인공=담(淡)vs부담(不淡)
2013년 12월 하버드대 공공보건대학원 연구팀은 12년간의 연구 끝에 종합비타민과 미네랄 제품은 심장질환과 암 발생률, 기억력 저하를 막는 데 효과가 없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종합비타민제 구입하는 데 돈 낭비하지 말고 과일, 야채, 견과류, 콩, 유제품 등을 구입하는 데 좀 더 신경을 쓰라고 권장했다.
2016년 2월, 한국 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팀이 국제 학회지에 발표한 임상시험 논문 7건(대상자 총 6만2619명)을 메타 분석한 결과, 음식이 아닌 보충제의 형태로 비타민 C를 복용한 실험 대상자와 위약을 복용한 실험 대상자의 암 발생률과 암 사망률은 차이가 없었다.
명 교수는 “천연 비타민 C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과일·채소 등을 자주 섭취하면 암 발생률이 낮다는 연구결과는 많지만 음식이 아닌 보충제 형태로 비타민 C를 복용하는 경우 일관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일각에서는 비타민 C 보충제를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암이나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된 바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명 교수는 천연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은 화학구조식이 동일하지만 입체적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화학 성분이 같더라도 천연 음식인지 합성 보충제인지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생명체는 자연에 적응,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인다. 즉 생명성과 운동성을 지닌다. 천연 식재료를 먹으면 이러한 생명성, 운동성의 기억이 살아나 몸에 재현되고 오장육부가 건강해진다. 그래서 약선과 한의학은 이러한 자연의 생명성을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물론 자연에도 복어독이나 협죽도의 독처럼 사람을 마비시켜 죽게 만드는 것들도 있지만, 이조차도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독이다.
천연 식재료를 맛으로 표현하면 담담한 맛, 구수한 맛, 그리고 밥을 오래 씹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은은한 단맛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맛을 느낄 때는 반드시 입안에 침이 촉촉하게 분비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맛을 담미(淡味)라고 한다. 담미는 한자 의미대로 풀면 물[水]에 불[火]이 두 개나 작용한 맛이다. 즉 수증기가 되듯[氣化] 몸속에서 제대로 작용되는 맛이다. 그러므로 담미는 기혈을 순환시키고 소변이 무리 없이 배출되도록 해준다. 또한 몸을 기본적으로 보해주면서도 살은 찌지 않도록 해준다. 몸에 좋은 음식은 신맛, 쓴맛, 매운맛, 짠맛이 나면서도 끝 맛은 반드시 은은한 단맛이 나야 한다. 자연 숙성한 된장, 간장, 고추장 등도 모두 끝 맛이 달다. 정제염과 갓 만든 천일염은 매우 짜고 끝 맛이 쓰지만, 오래 묵힌 천일염, 잘 구운 죽염은 약간 짜다가 끝 맛이 달다. 이처럼 담미를 겸하고 있어야 몸에 좋은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음식이 괜찮은 한정식집에서 저녁을 먹으면 입에 침이 잘 나오고 다음 날 아침에도 개운하게 일어나며, 소변도 시원하게 나온다. 담미가 많기 때문이다.
인공 식재료와 조미료가 주는 부담
에는 “담미(淡味)는 오래 먹어도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사람에게 큰 공이 있다”고 씌어 있다. 인체의 기본인 정기신혈(精氣神血)을 보충하는 것이 바로 담미다. 그래서 옛 어른들도 음식을 담백하게 먹어야 장수한다고 했다. 자극적인 맛은 정기신혈(精氣神血)을 손상시킨다.
그런데 현대인들이 먹는 대부분의 음식은 자극적이다. 공장에서 만들었거나 화학조미료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음식은 오래 씹을수록 담미가 강해진다. 밥도 첫맛은 그다지 달달하지 않지만, 오래 씹어 먹으면 단맛이 점점 스며 나온다. 즉 침이 스며 나온다. 따라서 음식은 오래 씹어 먹어야 몸에 좋다.
인공 식재료는 성분을 추출, 합성한 것으로 생존의 기억이 없다. 생명성이 없어 움직임(운동성)도 없다. 천연 식재료를 원료로 해서 만든 가공 식재료 역시 가공 과정 중에서 생명의 기억이 사라져버리고 화학 성분만 남는다. 인공 식재료를 먹으면 오장육부를 비활성화시키고 운동성이 퇴화한다. 그 결과 기혈 순환에 장애가 오고 물살이 찌며, 동맥이 경화되고 소변도 잘 나오지 않게 된다. 밥을 먹어도 밥이 내려가지 않아 네다섯 시간이 지나도 배가 더부룩하고, 위하수가 생긴다. 대장의 연동운동도 느려져 대변도 잘 빠져나오지 않는다. 인공으로 합성된 약도 마찬가지다. 혈압약을 오래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고, 관장약을 오래 쓰면 스스로 대변보기가 힘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약의 양을 늘리거나 종류를 바꿔야 한다.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합성 식재료의 맛은 담미(淡味)의 반대 의미인 부담(不淡)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부담은 끝 맛이 텁텁하거나 쓰다. 입에 침도 고이지 않아 입안이 마르게 된다. 달달한 식품의 대명사인 초콜릿을 먹으면 처음에는 달다가 끝 맛은 텁텁하거나 쓰고 물이 자꾸 당긴다. 인공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도 첫맛은 자극적이라 자꾸 당기지만 끝 맛은 텁텁하다. 텁텁하다는 말은 정지, 마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식당에서 식사 후 입안이 텁텁하면 “이 식당은 조미료를 많이 쓰나봐!” 하면서 물을 많이 마신다. 물이 당기는 것은 정지, 마비된 몸을 순환시키려는 인체의 요구다. 물은 정지된 것을 흐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하려면 생명력이 있는 먹거리를 먹어야 한다. 음식을 화학 성분으로 따지면 안 된다. 물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순수한 물만 추구하면 증류수를 먹어야 한다. 그런데 증류수는 몸에 흡수되지 않는다.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어야 흡수가 된다. 당연히 증류수에 미네랄만 탄 물은 생명력이 없다. 자연에서 미네랄이 스스로 생겨난 물이라야 몸에 좋다. 생명성을 띠기 때문이다. 물 한 잔을 마셔도 생명성이 있는 물을 찾아서 먹어야 한다. 하물며 다른 음식들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4월이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니, 이 산 저 산에 상춘객들이 붐빈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산을 좋아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몸이 안 좋으면 산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등산을 하면 우리 몸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복식호흡으로 바뀐다
평지에서 조깅을 하면 거친 숨을 내쉬게 된다. 즉 가슴으로 숨을 쉬는 흉식호흡을 빠르게 하게 된다. 그러나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등산을 하면 아랫배와 전신을 움직이면서 거친 숨을 헉헉 몰아쉬게 된다. 즉 복식호흡을 하게 된다. 오르막길에서는 평지보다 산소 소모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숨이 가빠지는 것이다.
쓰는 근육도 다르다. 우리 몸은 이러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횡격막을 더 아래로 끌어내려서 한 번에 더 많은 숨을 들이쉬게 된다. 숨을 더 많이 들이쉬기 위해서는 더 많이 내쉬는 것이 필수다. 단전호흡을 할 때도 내쉬는 호흡이 더 길어야 한다. 얻기 위해서는 먼저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더 많은 숨을 내쉬기 위해 몸은 가슴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 아랫배를 옥죈다. 그래서 단전과 허리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아랫배를 옥죄던 힘을 풀면 호흡이 아랫배까지 깊이 내려가면서 자동적으로 복식호흡이 된다. 이러한 복식호흡은 단전호흡 또는 단전에 뜸을 뜨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도시생활을 하면 머리만 쓰고 몸을 쓰지 않기 때문에, 머리는 뜨겁고 배는 차가운 상열하한증(上熱下寒證)이 생기기 쉽다. 머리가 뜨거워져서 열이 나면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눈도 충혈되고 건조해지며 어깨와 뒷목은 자주 뭉친다. 반면 아랫배가 차가우면 소화가 안 돼 아랫배가 나오고 전립선이 붓고 정력이 떨어지며 다리와 무릎 힘이 약해지고 손발이 시리며, 여자는 자궁 기능이 나빠진다. 그리고 발바닥을 지압하면 몹시 아프다. 머리와 가슴에 열이 몰리면 화병의 상태와 유사하다. 당연히 컨디션이 좋을 리 없어 학생들의 경우는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 등산을 하면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하게 된다. 이때 인체 상부에 몰린 열은 복식호흡을 통해 아랫배까지 내려가 손발 끝까지 퍼져나간다. 그래서 등산을 하면 잠도 잘 오고 어깨 뭉침도 잘 풀리고 머리와 눈이 맑아지고 밥맛이 나며 정력이 강해지고 다리 힘이 강해지는 것이다. 손발 시림도 많이 완화된다. 머리와 가슴의 열이 내려가므로 화병과 스트레스도 개선된다.
등산을 하지 않던 사람이 등산을 하면 오르막길에서 굉장히 힘들어하며 숨을 가쁘게 쉰다. 하지만 참고 계속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호흡이 편안해진다. 이때가 바로 뭉쳐 있던 배가 풀리면서 흉식호흡이 복식호흡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특별한 질환, 심장 관련 질환이 없다면 복식호흡으로 바뀌는 순간까지 힘들어도 참고 등산하는 것이 좋다. 빈속에 등산하면 복식호흡으로의 전환이 더 빠르다.
밥맛이 좋아진다
등산을 하면 밥맛도 좋아진다. 한의학에서는 섭취한 음식물을 비위가 맷돌처럼 갈아서 소화를 시킨다고 표현한다. 이때 맷돌을 더 잘 돌리려면 팔다리를 많이 움직여야 한다. 등산은 팔다리를 적극적으로 쓰므로 소화에 좋은 운동이다. 동시에 복식호흡으로 횡격막이 내려가면서 배 운동까지 된다. 다시 말하면 더 많은 숨을 내쉬기 위해 아랫배를 옥죄면서 위장의 연동운동이 더 잘돼서 더부룩함이 사라지고 소화에 좋은 것이다.
현대인들에게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질병의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럴 때 기를 돌려서 몸을 치료한다. 약재로는 박하, 귤껍질, 향부자 같은 향이 나는 약재를 많이 사용한다. 기(氣) 편에는 “한가로우면 기가 막힌다”는 내용이 있다. 또 “한가롭게 노는 사람은 몸을 움직여 기력을 쓰는 때가 많지 않고, 배불리 먹고 나서 앉아 있거나 눕는다. 이렇게 하면 경락이 통하지 않고 혈맥이 막혀 노권상이 생긴다. 그래서 귀한 사람은 겉모습이 즐거워 보여도 마음은 힘이 들고, 천한 사람은 마음이 한가해도 겉모습은 힘들어 보인다”면서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지도리는 좀을 먹지 않으니, 사람도 이처럼 적당히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등산하면서 내쉬는 숨과 땀을 통해 우리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고 몸을 단련할 수 있다. 특히 현대인들은 하루 종일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인공의 빛에 노출돼 있는데 이처럼 가까운 것만 보기 때문에 시력에 더 문제가 생기고 마음도 좁아진다. 등산을 하면서 자연의 빛을 받아들이면 눈도 마음도 밝아진다. 따라서 현대인들에게 등산은 매우 필요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뼈가 튼튼해진다
우주 비행사들에게는 골다공증이 직업병처럼 발생한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뼈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몸이 뼈를 발달시키지 않는 것이다. 중력이 없는 바다에서도 뼈가 필요하지 않아 문어, 오징어가 바다에서 살고 있다. 자연에는 사치가 없다. 자연은 필요 없는 것은 발달시키지 않는다. 어릴 때 많이 맞고 자라면 통뼈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뼈는 중력, 즉 압박을 받아야 골밀도가 높아진다.
골다공증 환자가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면 뼈에 강한 압력이 걸리면서 뼈가 단단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어느 산을 가 봐도 40~50대 주부들이 많다. 이것은 등산이 그분들에게 적합하기 때문이다. 다만 뼈의 상태를 봐서 정도에 맞게 운동해야 한다.
하산하다가 무릎을 다쳐 한의원에 오는 환자들이 제법 있다. 대부분은 산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다친다. 등산할 때는 먼저 몸을 푼 뒤 올라가야 한다. 또 하산할 때는 정면으로 내려오지 말고 옆걸음이나 뒷걸음질 치듯 비스듬한 자세로 내려오는 게 좋다. 무릎 충격이 한결 덜하다.
계곡 길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갔다가,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불어오는 찬바람에 맞아 독감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땀구멍이 열린 상태에서 능선의 강한 바람을 맞으면 바람이 몸속 깊숙이 들어가기 때문에 감기가 심하게 걸리고 오래간다. 따라서 능선에 오르기 직전에 방풍이 되는 옷을 입어주는 것이 좋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온탕에서 온몸을 풀어준 다음, 쌍화탕이나 생강차를 마셔주면 좋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이번 호에서는 당뇨에 좋다는 음식이 왜 좋은지를 생태적으로 밝혀 개개인에게 적합한 음식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양의학에서는 당뇨를 혈당, 당화혈색소, 인슐린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서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으로 구분한다. 이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의학에서 당뇨를 소갈(消渴)이라 부른다. 에서 소갈은 ‘내부에 열이 뭉쳐 진액을 말리는 것’이라고 표현돼 있다. 열로 인해 목이 마르고, 열로 인해 음식이 금방금방 소화되며, 열로 인해 땀과 소변 그리고 정액이 몰려 나가 몸의 진액이 마르는 것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소갈을 치료할 때 인체 내부의 열을 식히고, 땀과 소변과 정액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데 집중한다.
당뇨를 이해하려면 먼저 혈당지수(Glycemic index; GI)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혈당지수는 일정한 양의 시료식품 탄수화물을 섭취한 후의 혈당 상승 정도를 같은 양의 표준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한 후의 혈당 상승 정도와 비교한 값(포도당 수치를 100으로 잡음)을 말하며, 이에 따라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과 낮은 식품으로 분류한다. 55 이하면 낮은 식품, 70 이상이면 높은 식품으로 분류한다.
메밀의 루틴 성분 혈관에 좋아
여주 열매는 쓴맛이 강해 ‘쓴 오이’라고도 부르는데 혈당지수는 24다. 한의학에서 고과(苦瓜)라고 부르며 성질이 쓰고 차갑다. 무더위를 잘 견디게 해주고 습열을 제거하는 능력이 강하다. 그러므로 몸에 열이 많고 음식을 잘 먹고 살집이 있는 사람의 당뇨에 적합하다. 위장이 약하고 차가워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 또 여주는 여름철에 더 적합한 약초라 할 수 있다.
메밀의 원산지는 히말라야, 동북아시아, 바이칼 호 주변 등 추운 지방이다. 에서 메밀은 “위장의 찌꺼기와 막힌 것을 잘 제거한다. 설사, 이질, 복통, 상기 등의 증상이 있으면서 기가 성하고 습열이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만약 비위가 차갑고 약한 사람이 먹으면 원기가 손상되어 수염과 눈썹이 빠지므로, 적합하지 않다”고 표현돼 있다. 그래서 살집이 있고 음식을 잘 먹고 열이 많은 당뇨 환자에게 좋다. 메밀에 들어 있는 루틴은 혈관벽을 튼튼하게 해줘 동맥경화, 고혈압, 뇌출혈 같은 질환에 도움이 되며, 생활습관형 만성질환 개선에도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돼지감자는 국화과 뚱딴지라는 식물의 덩이줄기인데, ‘이눌린(inulin)’이 많이 함유돼 있어 ‘천연 인슐린’으로 알려져 있다. 이눌린은 단맛을 내지만, 소화계를 통해 흡수되지 않은 채 그냥 빠져나가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금기시되는 단맛을 내는 데 쓰인다. 한의학적으로는 달면서 약간 쓰고 서늘한 성질이 있기 때문에 열을 식히는 음식으로 당뇨에 좋다. 돼지감자는 또한 소화를 도와주고 뼈를 단단하게 해준다. 그러나 빈속에 돼지감자를 너무 많이 먹으면 혈당이 과도하게 낮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해조류, 성인병에 탁월
우뭇가사리, 미역, 김, 다시마, 파래, 톳 등 해조류의 혈당지수는 10~20 사이로 매우 낮다. 해조류는 물을 정화하는 힘이 있어 인체 내에서 피를 정화해준다. 또한 혈액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항산화 물질이 많아 LDL 콜레스테롤은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은 높여준다. 고혈압을 내리고 미네랄을 공급해주며 식이섬유도 많아 대변을 잘 보게 해 독소를 배출해준다.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도 좋다. 일본 오키나와와 전남 바닷가, 제주도가 장수마을로 유명한 것도 해조류의 영향이 크다. 해조류의 약한 짠맛은 정제염의 강한 짠맛과는 작용이 다르게 나타나므로, 해조류로 미네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해조류는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성인병 환자(고혈압, 당뇨, 통풍 등), 육류를 많이 먹어서 피가 탁한 사람, 머리로 열이 치솟는 사람, 편도선·임파선·갑상선 질환 등 목이 잘 붓는 사람에게도 좋다. 고환 주위가 잘 붓는 사람, 관절에 염증이 잘 생기는 사람에게도 좋다. 특히 현대인들은 음식 과다 섭취로 성인병에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해조류, 염생식물이 더욱 필요하다. 만성피로 역시 피가 맑지 못해서 생기는 증상이므로 해조류, 염생식물이 도움이 된다.
블루베리의 혈당지수는 34다. 블루베리는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속 식물인데, 혈당 수치의 급상승을 막고 인슐린 분비를 높여 혈당치를 낮춰준다. 시큼하고 단맛이 있어서 땀, 소변, 정액으로 진액이 빠져나가는 것을 수렴시켜 소갈을 치료하며 뼈와 근육을 단단하게 해준다. 따라서 몸이 마르고 뼈와 근육이 약해지면서 시력이 나빠지고 설사가 잦은 당뇨 환자에게 좋다. 몸에 열이 많으면서 입이 마르면 생블루베리가 좋고, 몸이 건조해지면서 마르는 사람에게는 건블루베리가 좋다.
설사가 잦을 땐 달달한 식초를
시큼한 맛이 나는 음식은 당뇨에 좋다. 피클이나 식초, 레몬주스 등 신맛이 나는 음식은 혈당지수가 매우 낮은데, 레몬이나 식초를 드레싱 재료로 이용하거나 채소, 생선 위에 뿌려서 먹으면 혈당수치를 낮출 수 있다. 식초에는 끝 맛이 쓴 식초와 끝 맛이 달달한 식초가 있다. 육류를 많이 먹거나 열이 많은 당뇨 환자는 전통식초처럼 끝 맛이 쓴 식초가 좋다. 그러나 소화력이 약하고 몸이 마르고 땀, 설사가 많은 당뇨 환자는 흑초, 홍초처럼 끝 맛이 달달한 식초가 좋다. 오미자도 끝 맛이 달아 기침, 소변, 설사가 잦고 기가 약한 사람의 당뇨에 좋다. 다만 당 성분이 너무 많이 들어간 오미자청 등은 좋지 않고 생오미자로 만든 오미자즙이나 말린 오미자로 만든 오미자차 등이 당뇨 환자에게 좋다.
콩류는 당뇨병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신장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당뇨병 환자의 뇨단백도 감소시킨다. 인산죽염을 만드는 인산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인 에서는 검고 작으며 반짝반짝 윤이 나고 속이 파란 쥐눈이콩이 당뇨에 좋다고 했다. 그런데 복용법이 좀 독특하다. 쥐눈이콩 생것을 소나무 바가지에 넣고 약수로 불린 후 소나무 절구통에서 소나무 주걱으로 짓찧어서 먹으라 했다. 콩을 짓이기면 비린내가 심해 먹기 어려운데, 소나무 절구통과 주걱을 사용하면 비린내는 제거하면서 콩의 약성은 그대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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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