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하게 솟아오르는 일출을 제대로 찍을 수는 없을까?
열심히 촬영해 놓고 보면 뭔가 아쉽다. 스마트폰으로도 잘 찍을 수 없을까? 촬영 기법 한두 가지만 익히면 누구나 멋진 장면을 쉽게 찍을 수 있다. 일출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사진 소재이기에 그 촬영기법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가끔 촬영 장비를 탓하기도 하나 스마트폰도 해상도를 비롯한 기능이 놀랍게 향상됐다. 또한, 늘 휴대하는 생활용품이어서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상생활이나 여행 중에서 만나는 일출 장면을 많이들 찍는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주 피사체인 태양의 모습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초점과 밝기가 맞지 않아서다. 대부분은 카메라를 열고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셔터를 누르기 마련이다. 자동 모드 촬영인 셈이다. 전체의 빛이 고른 경우엔 문제가 되지 않으나 아침 일출처럼 명암이 크게 차이가 날 경우엔 다소 문제가 생긴다. 이런 환경에서는 찍으려고 하는 주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밝기를 조절한 후 셔터를 누르면 훌륭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초점을 맞추고 밝기를 적절하게 조절할 것인가?
방법은 어렵지 않다. 카메라를 열고 태양을 주제로 구도를 잡은 후 카메라 LCD 화면 중에 태양이나 그 주변의 밝은 곳을 손가락으로 2초 정도 누른다. 그러면 “AF/AE 잠금” 표시가 있는 녹색의 동그란 원이 화면에 표시된다. 화면 우측이나 아래에 “ -“가 표시되고 전등 아이콘이 새겨진 하얀 선이 나타난다(앞의 사진 참조). 그 전등 아이콘을 아래위로 움직이면 화면의 밝기와 채도가 달라지고 태양의 윤곽이 뚜렷해진다. 적절하다고 인정이 되는 시점에 손가락을 떼고 곧바로 셔터를 누르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조정 전 상태로 돌아감으로 다시 반복한다. 손가락으로 터치해 생긴 원 부분의 피사체에 초점이 맞고 밝기도 그 부분을 기준으로 한다. 전등 아이콘을 아래(-)로 움직이면 채도가 진해져 사진이 더 붉게 보이게 되며 태양 모습도 선명해진다.
또 하나 일출 사진을 멋지게 촬영하는 방법은 태양 자체만을 촬영하지 말고 태양 주변이나 촬영자 가까이 있는 물체를 사진의 앞쪽에 배치(다음 사진 참조)하면 색다른 풍광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촬영 기법에는 편리하고 유용한 것들이 많다. 그중에서 초점 맞추기와 밝기 조정 기능만을 익혀 활용해도 더 붉고 멋들어진 일출 풍광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이를 적용해 보자.
2019년 마지막 날 오후 서울에서 친구 부부와 함께 태백으로 출발했다. 함백산에서 일출을 보고 내려와 아침을 먹고 태백산을 오르기로 했다.
5년 전 태백산 해돋이를 보려고 오를 때 체감온도 영하 30도의 맹추위와 맞닥뜨려 카메라 한번 꺼내지 못하고 내려왔던 기억이 있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태백의 주목나무 눈꽃이 아직도 눈에 선해 다시 마주할 그 절경에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는 내내 차에서 바라본 풍경엔 눈은 없었다.
3시간 반 남짓 달려 땅거미가 내려올 때쯤 태백에 도착했다. 저녁 6시가 가까운 시간에 태백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민박촌으로 올라갈 요량으로 한우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태백실비식당’을 찾았다. 이 식당은 연탄불에 구워 먹는 한우 갈빗살이 소문난 집이다. 한우 갈빗살을 시켰다. 때깔 좋은 한우가 뚝딱 한 상 차려졌다. 반쯤 불이 붙은 연탄이 등장하고 이어 석쇠에 올려진 태백 한우의 지글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미 눈과 가슴은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고소한 한우의 맛에 취해 세 명이 5인분을 먹고도 모자라 추가로 1인분을 더 시켰다.
2020년 새해를 여는 첫날, 어둠을 헤치고 달려간 발걸음 아래 함백산이 어슴푸레 모습을 드러냈다. 체감온도 영하 20도, 불어오는 칼바람에 몸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간간이 눈발이 흩날리는 동녘 하늘에서 붉게 물들어오는 미지의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 예로부터 민초들이 소원을 빌었다던 함백산에서 우리 일행은 경자년 첫날의 일출을 간절히 기다렸다.
흩날리는 눈발이 카메라 렌즈에 올랐다. 연신 렌즈를 닦아내며 “과연 경자년 첫날의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오르락내리락 급하게 흘러가는 구름 너머 보일 듯 말 듯 숨바꼭질하던 경자년 (庚子年)의 첫 일출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7시 40분쯤, 어스름 능선 용광로처럼 펼쳐진 붉은 주단 가운데로 연붉은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햇무리를 동반한 해가 서서히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눈발이 휘날리는 와중에도 장엄하게 솟아오르는 경자년의 첫날 일출!
숨이 멎을 듯 멋진 일출 앞에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 모으고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아침을 먹고 태백산을 오르기 위해 유일사 쪽으로 이동했다. 초입을 지나 유일사 쉼터에 도착하니 다리에 전해지는 무거운 하중으로 온몸이 뻐근하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등에서 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할 때쯤 주목 군락지가 나타났다. 천 년 주목에 내려앉은 눈꽃이 그야말로 환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 역시 태백산이로구나!” 쉴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굽이굽이 눈 터널을 오르다 보니 장
군봉 옆으로 천제단이 성곽처럼 불쑥 나타났다. 사람들이 천제단 앞에서 허리를 굽혀 무언가를 빌고 있었다.
태백산 표지석 앞에는 인증샷을 하려는 인파가 줄을 서고 있었다. 인증샷을 마치고 하산을 시작했다. 유일사 쪽에서 출발한 지 5시간여 만에 다시 유일사쪽으로 내려왔다.
광부들이 즐겨 먹었다던 태백 닭 물 갈빗집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광부들이 갱에서 작업하면서 마셨던 탄가루를 청소하기 위해 즐겨 이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뜨끈뜨끈한 국물에 뭉게뭉게 올라오는 김 서린 닭갈비는 얼었던 몸을 이내 녹여주었다.
경자년 첫날에 찾은 함백산 일출과 태백산 눈꽃 산행이 올 한 해를 잘 살아내는 힘으로 작용해주기를 기대해본다.
서울시 구로구가 새해 첫날에 주관한 2020년 해맞이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개봉동에 있는 매봉산과 잣절공원을 찾았다. 행사는 오전 7시부터 시작됐는데 기자가 찾아간 오전 6시에 이미 많은 시민이 와있었다.
잣절공원이라는 이름은 잣나무가 많이 심겨 있는 산에 백사(栢寺)라는 절도 있어서 잣절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서울 양천구와 경기도 부천시가 가까이 있어서 양쪽 주민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참여한 시민들은 잣절공원 광장에서 새해 소망 기원문을 정성껏 작성하여 매달아 놓고 서로 덕담을 나누면서 추위를 녹인 뒤에 본 행사장인 매봉산 정상까지 함께 올라갔다. 잣절공원에서 매봉산 정상까지는 30여 분이 소요된다.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도 50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고 구로구는 밝혔다. 해가 구름에 가려 멋진 일출을 보지 못해 시민들이 다소 아쉬워했다.
행사는 매봉산 정상에서 오전 7시 30분에 전 KBS 이정훈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나쁜 기운을 다 날려 보내고 새로운 기운을 받기 위해 각 기관장과 다문화가족 등이 차례로 북을 쳤다.
사물놀이 공연팀의 공연과 소망 풍선 날리기 등의 행사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행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다시 잣절공원에 들려서 새해맞이 떡국을 먹고 행사를 마무리했다.
여수엑스포역은 관광지 철도역으로는 만점짜리 자리에 있다. 열차에서 내려 역 구내를 빠져나오자마자 엑스포 전시장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 왼쪽에서는 쪽빛 바닷물이 넘실댄다. 일정이 바쁜 사람들은 열차 도착 시각에 맞춰 역 앞에 긴 줄로 늘어서 있는 택시를 바로 잡아탄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끌리듯 엑스포 전시장으로 직진한다. 높낮이 없이 평평하게 설계된 전시장 길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걸어도 걸리는 곳이 없다. 시니어들에겐 맞춤 산책길이다. 자기도 모르게 왼쪽에 있는 바다 쪽으로 접근해 걷게 된다.
조금 걷다 보면 왼편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조그만 섬 하나가 눈에 잡힌다. 소문 난 오동도다. 전시장 끝자락에서 이어지는 다리가 있으니 그 섬에 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만만한 섬! 천천히 걸어도 30분가량이면 다 돌 수 있다. 이 섬이 소문난 건 동백꽃 덕분이다. 동백꽃은 한창 피어나는 겨울보다는 지기 시작하는 초봄에 장관을 이룬다. 바닥에 무리를 이뤄 떨어져 있는 빨간 꽃송이와 꽃잎들은 처연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 인간들에게도 질 때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라고 충고하는 듯하다! 그 교훈을 실감
나게 체득하려면 동백꽃이 떨어지는 3~4월께 오동도를 다시 찾아야 한다.
실비로 먹는 ‘시골밥상...’ 식당
오동도 구경을 마치고 나올 때쯤이면 뱃속에서 신호가 오게 마련이다. 더욱이 이곳이 맛의 고장 여수임에랴! 오동도 앞에서 돌산으로 가는 해상 케이블카 탑승장 바로 밑에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다.
8000원짜리 여수 가정식 백반을 파는 ‘뚱땡이 할머니의 밥상 시골밥상’ 집은 언제나 손님이 차고 넘쳐 끼니때는 이용이 쉽지 않다. 칠순을 넘긴 뚱땡이 할머니와 마흔도 채 안 돼 아이를 넷이나 출산한 ‘애국자’ 따님이 운영한다. 맞은편 엠블 호텔 투숙객들도 이 식당을 많이 찾는단다.
특별한 반찬은 없지만, 하나하나 간을 잘 맞춘 맛깔스러운 반찬들과 매일 바뀌는 국 종류 때문에 밥 한 그릇을 더 시키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 식사를 끝낸 자리엔 종업원이 큰 통을 들고 가서 남은 ‘아까운’ 반찬들을 모두 담는다. 음식 재활용을 않는다는 걸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좁은 자리가 꽉 차고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 사진도 못 찍고 문전에서 아쉬운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아쉽기는 뚱땡이 할머니와 따님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문 앞에 서서 손님을 그냥 보내는 눈빛에 미안함과 아쉬움이 가득하다.
진남관 앞 ‘서울해장국’ 식당
그렇다고 애써 맛집을 다시 찾아야 한다면 여수가 아니지. 이순신(李舜臣) 장군이 전라좌수영(全羅左水營)의 본영으로 사용하던 진남관. 그 오른쪽 앞과 길 건너편 거리에 여수의 오래된 먹자골목이 있다. 모두 다 소개하고 싶은 맛집들이다. 그중에서도 시민들이 많이 찾는 ‘서울해장국’이 있다.
아니, 맛집 고장 여수에서 엉뚱하게 옥호를 ‘서울~~’로 쓰다니! 그러나 사실 이상할 게 없다. 수십 년 전 여수가 관광지로 채 발돋움하기 전에 개업했으며 그 당시만 해도 서울은 대단한 동경의 대상이었기에. 마치 50, 60년대 서울의 빵집과 양복점 등의 이름으로 뉴욕, 파리, 런던 등을 많이 썼던 것처럼.
이 식당은 새벽 5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한다. 바싹 말린 우거지를 장어로 국물 맛 낸 된장국에 넣어 푹 끓여낸 우거지국, 바삭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콩나물국, 두툼한 선지국은 모두 한 그릇에 6500원, 돼지고기를 아낌없이 넣은 김치찌개(8천 원) 등이 하나같이 별미다. 이 식당은 특히 밑반찬에 들이는 정성이 남다르다. 그 때 그 때 구워주는 생김을 찍어 먹게 집간장과 양념간장을 함께 내주고 갓 만들어 내오는 숙주나물, 고추멸치볶음, 계란부침 등도 모두 싱싱하고 맛깔스럽다.
주인 할머니와 따님이 조그만 식당을 무려 종업원 10명가량을 쓰며 운영한다. 김 굽는 직원, 식재료 다듬는 직원, 우거짓국 끓이는 직원, 김치찌개 끓이는 직원 등이 제각각이다. 맛집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불친절은 찾아볼 수 없고 직원들이 손님상을 수시로 체크하며 모자란 반찬은 알아서 채워주는 친절함까지 보인다. 손님들이 저마다 이 식당 칭찬하기에 바쁘다. 팔순이 넘어 보이는 어르신이 선짓국을 들고 계신다. 궁금해서 말을 붙여보았다. “40년 단골이지. 맛도 맛이지만 정성이 들어간 건강식이고 배고프던 시절 추억을 떠올려 더 좋지.” 여러모로 완벽한 맛집인 셈이다.
그 밖에도 복춘식당, 조롱박 등 여수의 별미를 즐길 수 있는 맛집들이 이 일대에 많다. 서대회, 아귀찜, 아귀탕, 생선 내장탕, 돌게장, 삼치회 등이 주메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일대의 많은 아귀찜 식당과는 비교도 안 되게 풍부한 아귀를 넣은 아귀탕이 1만 원. 둘이서 다 먹기 부담스러운 양의 아귀찜도 2만 원 미만이다. 마산 일대가 주산지로 알려진 아귀는 여수에서 더 풍족하게 요리된다. 여수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삼치의 선어회는 여수의 특징적인 음식 중 하나다. 처음 접하면 물컹한 식감에 다소 거부감을 느끼지만 익숙해지면 삼치회만 찾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구이로 먹는 삼치 머리는 클수록 맛이 좋다.
진남관. 이순신광장. 장군섬
식사를 마치고 여수의 상징인 진남관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는 이순신 광장을 ‘참배’ 할 차례다. 여수를 하루만 둘러봐도 곳곳에 있는 이순신의 흔적을 발견하곤 새삼 놀라게 된다. 심지어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가 거처했던 곳까지 여수에 있고, 거북선을 건조하고 수리하던 ‘선소’도 세 곳이나 있다. 어머니 처소는 보존작업이 마쳐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띄엄띄엄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는 그 앞에 새로 이순신 공원 조성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심지어 실재하지 않은 소설 속 인물까지 끄집어내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데 ‘점잖은’ 여수 시민들은 ‘이순신 자원’을 그리 요란하게 활용하지 않는다. 기자도 여수를 몇 번 찾기 전까지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전 전라좌수사로 여수에 부임해 곳곳에 이렇게 많은 흔적을 남긴 줄은 알지 못했다.
이순신 장군은 사후에도 여수민들을 여러모로 ‘살려주고 있는’ 중이다. 거북선 빵집, 이순신 햄버거 등 여수 상가의 옥호 중 이순신과 거북선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여수민들의 충무공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 역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전에도 사후에도 나라와 국민을 위한 충정이 한없는 불멸의 영웅은 여수에서 그 숨결이 가장 생생하게 느껴진다.
진남관은 2020년 봄까지 보수 일정이 잡혀있어 내부 관람이 금지돼 있다. 광장의 장군 동상 앞에 실물 크기로 지어졌다는 거북선도 기자 일행이 찾았을 때는 수리 중이어서 입장을 할 수 없었다. 관람객이 너무 많아 수시로 보수를 해야 한단다.
진남관 입구와 장군 동상 너머 장군섬에 이르는 곳까지 장군의 위세가 당당하게 뻗쳐져 있는 일대를 보는 것만으로 성웅 충무공에 대한 참배를 대신해야 했다. 참고로 해방 즈음까지는 장군 동상 앞에까지 바닷물이 들어차 있었단다.
종포공원 거쳐 오동도 가는 길
이순신 광장에서 오동도 방향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자산공원이 있는 방향으로 나지막한 언덕길을 거쳐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몇 해 전부터 여수의 포장마차 촌으로 유명해진 종포공원을 거쳐 바다를 끼고 가는 길이다. 우선 종포공원부터 걸어보기로 한다.
이 일대는 여수의 오래된 바닷가 놀이터 중 하나다. 지금은 공원으로 명칭이 붙여져 있지만, 낚시꾼이 모여들고 고기잡이배가 들락날락하던 곳이다. 그래서 지금도 바로 옆에 새벽마다 경매가 열리고 종일 생선 판매가 이뤄지는 선어 시장이 있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낚시꾼들도 간간이 모습을 보인다.
몇 년 동안 성시를 이루던 포장마차 촌은 인근 하멜기념관 옆으로 옮겨졌다. 정비 차원이었던 모양인데 아직은 포장마차 촌의 모습으로 보기엔 익숙하지 않다. 행정력도 자연스러움에 초점이 맞춰져야 바람직한데...
종포 공원 일대에 펜션 서너 곳이 있고 펜션 부근에 맛집이 꽤 늘어서 있다. 포장마차와는 구분되는 식당들이다. 여수 특산물 중의 하나인 돌문어 식당이 많다. 돌문어삼합, 돌문어라면 등등. 진화한 여수 음식 종류 중 하나는 해산물을 활용한 라면 요리다. 이 돌문어 식당엔 점심때부터 줄이 늘어서 있다. 젊은 층이 많다. 돌문어라면 뿐만 아니라 해물라면, 돌문어삼합 등 새로운 메뉴가 계속 개발되고 있다. 돌문어라면 1만 원, 네 사람이 먹어도 남을 정도의 푸짐한 돌문어삼합은 3만9000원.
기자도 몇 년 전 여수에 와서 라면 요리를 ‘개발’했었다. ‘꼴뚜기 라면’. 시장 아지매한테 1만 원만 주면 한 접시 가득 주는 꼬록(여수에선 꼴뚜기를 꼬록이라고 부른다)을 특별한 레시피 없이 라면과 함께 끓여주면 색다른 국물 맛을 내는 아주 맛깔스러운 라면이 완성된다. 강추!!!
몰포 나비와 나비 반도 여수
자산공원은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공원이다.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걸어 올라가기에 좀 힘이 들기 때문이다. 관광버스들도 코스로 잘 잡지 않는다. 그러나 노인 체력으로도 천천히 걸어 올라갈 만 하다. 아침저녁으로 산이 아름다운 자색으로 물든다 하여 자산으로 이름 붙여진 그 산속 공원엔 여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또 생뚱맞은 이름의 전시관이 하나 있다.
곤충체험관인데 이름하여 ‘빠삐용(나비) 전시관’이란다. 여수에 빠삐용 전시관이라니.. 입구에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 역을 맡았던 미국 배우 ‘스티브 맥퀸’의 사진이 걸려 있다. 여수에 빠삐용? 생각해보고 거듭 생각해 봐도 생뚱맞다!
전시관에 들어가 설명을 들어봤다. 여수시의 전직 공무원 한 분이 현직에 있을 때부터 집념으로 나비를 채집해 개인적으로 만든 전시관이다. 시에 기증해 지금은 시가 운영하고 있다. 수많은 나비 표본 중에서 대표적인 전시물이 저 멀리 중남미 원산의 몰포나비. 푸른 금속성 광택이 나는 아름다운 몰포나비와 그 나비 모양을 빼닮은 여수반도 그림이 나란히 전시돼있다.
아하! 그제야 조금 몰포나비 채집자의 의도가 이해될 듯했다. 그는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폈음 직하다.
“지구 저편에서 몰포나비가 너울너울 날아와 한반도 끝자락에 앉았다. 여수반도다!”
여수의 강남이라는 웅천에서
여수에서는 걷다가 가끔 시내버스도 타볼 만하다. 2층 관광버스도 좋지만 무작정 시내버스를 타고 한가롭게 시내를 돌다 보면 대충 여수 시내의 윤곽이 들어와 다음날 일정에 참고하기에도 좋다.
물어물어 버스 몇 번 갈아타고 여수의 강남이라는 웅천지역으로 갔다. 고급 아파트촌이 있고 인공 해변이 조성돼있으며 입구 상가엔 여수답지 않게 주차난이 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서울 사람들에겐 식상한 풍경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구원은 ‘예울마루’다. 전시회와 음악회를 수시로 여는 이 건물은 여수 산단에서 매출을 많이 올리는 어느 대기업이 외국인 건축가에 설계를 맡겨 지어서 시에 기부한 것이다. 건물 외벽 없이 자연 친화적으로 지어 건축물 문외한이 보기에도 시원하다. 건물 바깥쪽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있는 것도 특이한 모습이다.
예울마루 관람을 마치고 15분가량 옆의 산길을 돌아 걸어가면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짓고 수리했다는 선소가 나온다.
이순신 장군의 또 다른 작품 ‘선소’
이 선소는 여수반도를 에워싼 바다의 ‘골목길’ 맨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적군에게 노출되지 않는 장소를 고른 것이다. 실제로 가까운 웅천 쪽에서도 선소는 보이지 않고 웅천의 바다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촌에서도 이곳이 보이지 않는다. 입지 선택이 탁월했던 셈이다. 그러니 여유롭게 안정적으로 거북선을 짓고 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거북선과 수전의 각종 전략 외에도 이순신 장군의 지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순신 장군은 영국의 넬슨 제독과 함께 세계 해전사에서 최고의 명장으로 기록된다. 러일전쟁을 일본의 승리로 이끈 일본의 제독 도고 헤이하치로가 이순신 장군에게 존경을 표한 것도 거북선 뿐만 아니라 해전 전술, 주민 친화력, 그리고 선소 운영 능력 등을 보았기 때문이다. 충무공께 새삼스러운 존경의 묵례를 보내고 이번엔 선소 길 건너의 그 유명한 보리굴비 식당으로.
명사들이 찾는 여수의 보리굴비 식당 ‘석정’
굴비 하면 영광 굴비, 법성포 굴비다. 그런데 여수에 명사들도 즐겨 찾는 보리굴비 전문식당이 하나 있다. 옛 여천 지역, 여수 시청 부근에 있는 석정 식당이다.
이 식당도 덕장은 법성포에 두고 있다. 법성포에서 굴비를 말려 여수로 가져와 조리한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굴비 정식엔 굴비와 함께 해물 보쌈김치, 여수산 각종 나물 등 17가지의 반찬을 내놓고 직원이 각 테이블을 돌면서 먹기 좋은 크기로 굴비를 찢어 준다. 기름기 잘잘 흐르는 보리굴비 속살, 군침이 돈다. 보리굴비 정식 2만 원. 여수엑스포 준비위원장을 지낸 전 건설교통부 장관 강동석 씨, 지금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윤정희, 백건우 씨 부부 등 명사들이 오래된 단골이란다.
여수에서 11월에 열렸던 세계한상대회 때의 에피소드 한 토막. 대회기간 중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온 참가자들이 각자 이 식당을 찾았다가 우연히 만나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단다. 각국 한인들에게까지 이 식당 소문이 났다는 식당 측의 자화자찬이다.
식당 판매보다는 전국에 보내는 택배 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선물 포장된 다섯 마리에 택배비 포함하여 6만5,000원, 10마리 세트는 12만5,000원.
구여수와 신여수
여수시청이 있는 구 여천지역과 구 여수를 잇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내륙 쪽 버스들이 다니는 길과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이다. 웅천지역을 지나 구 여수로 가는 길목 왼쪽에 한국화약 소유 대지가, 있으며 그 건너편엔 여수반도에서 가장 탁 트인 넓은 바다가 있다. 트레킹 코스로 개발하든지 아니면 대단위 리조트로 개발할 만한데, 웬일인지 방치되고 있다. 띄엄띄엄 바닷가 길을 둘러 가면 구 여수의 전통 항인 국동항이 나온다. 옛 여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국동항엔 항상 낚싯배들이 수백 척 정박해있고 경매장에선 새벽마다 활발하게 경매가 이뤄진다. 바로 앞 경도엔 미래에셋이 경도 리조트 재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경도는 골프장과 함께 여름 한 철 먹거리인 하모(갯장어의 일본말)의 주산지이다. 경도와 고흥 일대의 하모를 최고의 갯장어로 꼽는다. 경도 안엔 하모를 회와 샤부샤부(일본말. 유비끼라고도 함)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있다. 혹자는 일본사람들처럼 갯장어에 기름이 끼는 7월 이후엔 맛이 별로라고도 하고 혹자는 그때의 하모 맛이 일품이라고도 한다. 정답은 없고 각자 취향에 따르면 될 일이다.
자매식당 등 국동항의 맛집들
그러나 여름철이건 겨울철이건 바닷장어 요리를 꾸준히 하는 식당들이 여수에 많다. 특히 국동항 주변엔 갯장어를 통째로 끓여 내놓는 통장어탕 식당이 몇 곳 있다. 그중에서 여수 시민들 사이에서도 소문 난 자매식당을 찾았다.
장어를 잘라서 국 끓이는 게 아니라 통째로 넣어 끓인 후 손님상에 내와서 종업원이 국자로 장어를 으깨서 먹기 좋은 크기로 나눠준다. 된장 국물에 우거지를 넣어 장어 맛과 함께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일반적으로는 토막 낸 장어를 숙주나물을 넣어 함께 끓여 내놓는다. 통장어탕 14000원, 장어 소금구이 2만 원을 받는다.
여수에 가장 많은 식당이 장어탕 식당과 돌게 간장게장 식당이다. 장어탕 식당은 수산시장 안, 시청 주변, 시내 곳곳에 있다. 그중 자매식당이 가장 생명력이 있다는 여수 지인들의 전언이다. 이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내놓는 멍게 젓갈이 또 일품이다. 자꾸 더 달라는 손님이 늘어나 포장 판매를 시작했단다. 한 통(3kg)에 3만 5000 원, 택배비 4000원이란다.
여수의 수산시장
여수에는 수산시장이 몇 곳 있다. 수산시장, 특화시장, 교동시장, 선어시장. 그중 수산시장이 중앙시장 격이다. 몇 년 전에 이 시장에 큰불이 나서 시장이 완전히 전소했었다. 주변의 지원과 상인들의 복구 노력에 힘입어 업그레이드된 새 시장 모습으로 태어났다.
시장 내 수십 곳 되는 활어 판매대에서 펄펄 뛰는 생선을 잡는 활발한 모습은 장관이다. 생선 잡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이 매우 좋다는 어느 보고서에 전폭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물새횟집 아지매. 수십 년간 온 가족이 이 업에 종사해왔단다. 종포공원 옆에 자그마한 건물도 소유하고 있다. 재빠르고 시원시원하게 생선을 잡고, 손님과 흥정도 시원시원하게 하며, 횟감은 그야말로 맛깔스럽게 썰어낸다. 전문가가 따로 없다. 일본 시장 상인들과 일 합을 겨루게 해봤으면 좋겠다. 여기서 회를 떠 가져갈 수도 있으나,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2층 식당으로 올라가 상차림 값으로 한 사람당 4,000원과 매운탕값 5,000원을 주고 식사를 한다. 서울의 가락시장, 노량진 시장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실비다. 생선 산지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세 명이 싱싱한 돔, 갑오징어, 농어, 삼치 등 각종 회를 남길 정도로 푸짐하게 먹고도 6만 원 미만을 냈다.
시내의 실비식당 ‘와사비’
게장 골목 소개는 생략한다. 여수의 전통적인 먹거리 중의 하나인 간장게장 식당들은 이제 시설과 메뉴에서 한 등급 더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신 시내의 횟집 한 군데를 더 소개하고 여수의 맛집 소개를 마친다. 여서동 네거리 근처의 ‘와사비’식당. 옥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름 때문에 최근 곤욕을 치렀단다. 얼마 전부터 보는 시선들이 좀 누그러지더란다.
옥호를 ‘고추냉이’로 바꿀 생각은? 이제 겨우 정착단계인데요... 이 식당은 문 연 지가 몇 해 되지 않았다. 6년 전께 문을 열자마자 여수에서 오래된 횟집들을 제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유는 초간단. 남자 사장이 새벽에 바다에 나가 직접 생선을 잡아 오고 여수 주변에서 구하기 어려운 건 통영 등지로 달려가 구해와서 오후부터 바쁘게 회를 만든다. 혼자서 몇 사람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게 몇 년을 일해 얼굴이 수척해졌을 정도다. 부인은 서비스 메뉴를 개발하고 상차림을 연구하는 한편 수시로 주방에 들어가 남편과 주방 보조 여인을 돕기도 한다. 이들의 노력은 상차림과 회접시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 식당도 갈치회, 삼치회가 일품이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회 한 접시에 4만 원에서 6만 원이면 세 사람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맛집 몇 곳을 소개했지만, 여수의 장점은 어느 식당에 가든 다른 지방에 비해 만족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식당마다 자부심이 대단하고 음식에 들이는 정성이 손님들 눈에도 보일 정도다. 전통인지, 요즘의 트렌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특히 엑스포 이후 시설과 함께 식당들의 자세가 확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먹방과 인터넷에서 칭찬은 많이 받고 악평은 덜 받는 곳, 여수가 됐다.
오동도 입구의 일출
여수에서 일출을 보는 장소로는 돌산섬 일대를 많이 꼽는다. 그중에서도 섬 끄트머리의 향일암(向日庵)은 일출로 유명해진 곳이다. 정동진과 함께 일출 사진이 워낙 많이 나돌아다녀 우리는 다른 곳에서 일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여수 현지의 정보로는 요즘 오동도 입구의 일출이 장관이란다.
새벽에 일어나 이틀을 기다렸다. 해는 우리의 애를 태우면서, 햇살만 내려보내 고기잡이배들을 비춰줄 뿐이었다. 붉게 솟아오르는 태양 대신에 빛줄기만 담았다. 일정상 일출 장면 촬영을 포기하고 서울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철수하면서 여수 지인에게 일출 촬영을 간곡히 당부했다. 간곡히 간곡히 거듭 부탁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일출 사진이 메일로 왔다.
쌩큐 오 선생!
쌩큐 여수!
제주 출신인 기자도 우도에 가보기 전까지는 우도 전체를 걸어서 한 두 시간 정도이면 관광이 가능한 작은 섬으로 추측했다. 잘 못 생각했다. 버스를 이용하든지 아니면 스쿠터를 대여해서 관광 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자기 차를 유람선에 싣고 가서 그 차로 돌 도 있다. 기자는 버스를 타고 돌면서 취재를 했다.
관광버스는 1일 성인 요금이 5,000원이다. 전기 스쿠터는 2시간에 13,900원이다. 전기 스쿠터는 자가 운전을 해야 하고 뒤에 한 명을 더 태울 수 있다. 관광버스를 타고 관광을 해보니 버스 운영이 잘되고 있었다. 처음에 탄 한 버스로 관광지 전체를 관광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우도항에서 출발해서 1차 관광지에 도착하면 관광객들은 내려서 관광 한 다음에 관광이 끝나면 뒤에 오는 버스를 이용하여 다시 다른 관광지로 가서 관광을 하는 특이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요금은 5,000원 한번 내면 몇 번 내리고 타도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버스 기사가 이동 중에 안내를 잘 해주었다. 이 지역은 어느 지역이고 무엇으로 유명하고 관광을 마친 다음에 버스타는 방법까지 안내를 다 해준다. 버스는 우도항을 출발해서 4개 코스를 돌며 안내하고 있다. 한 코스별로 이동시간은 10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이다.
제1코스는 우도항에서 검벌레 해변 해수욕장까지다. 검벌레 해수욕장은 우도봉 아래에 있으며 우도봉의 웅장한 풍경과 잘 어우러진 멋있는 해변이다. 검벌레 해수욕장에서 150m 정도를 가면 우도봉 정상이 나온다. 바닷물은 맑고 주변은 아름답다.
검벌레 해수욕장에서 150m 정도 올라가면 우도봉이 있다. 우도봉 정상에 가면 “설문대할망 소망항아리”가 설치되어 있다.
두 번째 제2코스는 검벌레 해수욕장에서 비양도까지다. 비양도에는 바다가 매우 깨끗하고 돌 하나하나가 멋있다. 비양도에는 등대가 있다 이 등대는 1903년 6월 1일에 불을 밝힌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등대다. 높이는 7.9m이다. 그리고 비양도 “일출 소원성취 의자”에 앉아서 사진을 찍으면 소원이 성취된다고 해서 많은 관광객이 기념촬영을 한다는 곳이다.
세 번째 제3코스는 비양도에서 하고수동 해수욕장까지다. 바다 풍경이 아름답고 신비한 해수욕장이다. 가족단위 캠핑 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하수고동 해수욕장에서는 모래 바닥에 자기 이름을 쓰면서 소원을 빈다.
네 번째 제4코스는 마지막 코스로 하고수동 해수욕장에서 서빈백사까지이다. 서빈백사는 큰 돌맹이가 바람과 파도에 부서지고 다듬어 지면서 지금의 서빈백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바닷물 색이 완벽한 에메랄드빛이다.
우도의 모습을 4개 코스별로 우도항에서 시작하여 하루종일 견학을 하고 청진항에서 성산항으로 들어오는 코스를 선택하면 우도 하루 관광 일정이 마쳐진다.
홍지영 동년기자 bravopress@etoday.co.kr
캠핑(camping)이란 집과 도시를 벗어나 텐트와 침낭 등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자연 속에서 숙영하는 행위를 말하며, 캠핑 스타일에 따라 크게 백패킹과 오토캠핑으로 분류할 수 있다. 등산 중심의 백패킹이 최소한의 짐을 배낭 안에 가볍게 패킹해 자연 속에서 이동 중에 먹고 자는 행위라면, 오토캠핑은 캠핑카나 트레일러를 이용해 지정된 캠프 사이트에서 야영하는 행위로 그 개념을 이해하면 될 것이다.
늘어나는 등산 인구와 그로 인한 무분별한 취사로 야기되는 자연 오염이 심각하게 문제가 되면서 국립공원을 포함한 일부 산에서의 취사와 야영이 상당수 금지됐고, 국내 캠핑은 이제 정해진 사이트에서 한정돼 누릴 수밖에 없게 됐다. 백패킹이든 오토캠핑이든, 캠핑의 가장 기본이 ‘머문 흔적 없이 자연을 있는 그 자체로 온전하게 즐기는 일’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 점을 기억한다면 어디에서 어떤 조건으로 숙영하든 훌륭한 캠핑이 되지 않을까? 이에 캠핑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이 반드시 숙지하면 좋을 장비 준비를 비롯해 백패킹과 오토캠핑을 아울러 캠핑 입문 전반에 필요한 유용한 주요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캠핑 입문에 필요한 주요 장비 10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집과 달리, 야외에서의 캠핑에는 약간의 불편함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지는 석양과,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텐트 밖 일출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면 이 모든 수고로움은 조금쯤 너끈한 마음으로 감당해도 좋지 않을까? 보다 안락한 캠핑을 위해 꼭 필요한 장비를 소개한다.
① 텐트 가벼우면서 견고해야 한다. 또 설치와 철거가 빠르고 쉬워야 좋다. 종류는 1인용에서 2~4인용, 그 이상까지 다양하지만 4인용 이상은 부피도 크고 무거울뿐더러 만약 백패킹 중에 사용한다면 산에서는 칠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음을 알아두자.
② 침낭 화학섬유 침낭과 우모 침낭이 있으며 계절에 맞는 제품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크게 하계용, 춘추용, 동계용으로 나뉘며 봄~가을철 두루 사용하는 3계절용이 있다. 최근에는 하계용을 제외하고 대개 우모를 사용한다.
③ 매트리스 텐트와 침낭 못지않게 중요한 숙영 장비다.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와 습기를 전면 차단해주기 때문이다. 매트리스는 크게 발포스펀지형과 공기주입형으로 나뉜다. 단열성이나 부피와 무게 등을 고려할 때 공기주입형이 우수한 성능을 보이지만 가격이 비싸고 튜브가 갑작스레 터지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④ 타프 방수처리한 천인 타포린(tarpaulin)의 줄임말이 타프다. 햇빛을 가리고 비와 바람을 막아줘 텐트 없이 비박할 때 요긴한 장비다. 당일치기 캠핑에도 유용하다. 매우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에 좋으며, 침낭 커버가 있더라도 그 위에 타프를 설치하면 한결 쾌적한 야영을 즐길 수 있다. 한편 고어텍스 소재의 침낭 커버는 침낭의 보온효과를 높여주고 숙영지에서 비바람과 눈으로부터 침낭을 보호해준다. 무엇보다 장소에 큰 제약 없이 야영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⑤ 스토브 요리를 하기 위해 불을 켜는 캠핑용 도구 혹은 난로를 말한다. 스토브는 연료와 용도에 따라 다양하므로 캠핑 스타일을 꼼꼼히 따져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⑥ 코펠 냄비, 프라이팬, 접시, 밥그릇을 겹겹이 포개어 한 번에 수납하는 휴대용 식기다. 야영 중에 밥도 짓고 국도 끓이고 커피 마실 물도 끓일 수 있다.
⑦ 수저 및 다용도 나이프 수저는 캠핑 필수품. 다용도 나이프는 음식을 손질하거나 로프를 자르거나 나무를 깎을 때 쓴다.
⑧ 랜턴과 이동용 랜턴(+보조배터리) 자연에서의 낭만적인 밤을 위해, 그리고 어둠 속 원활한 활동을 위해 필요한 장비다. 비상시를 대비해 여분의 보조배터리도 반드시 준비한다.
⑨ 기능성 의류 캠핑 중에 착용하는 의류도 중요하다. 방풍·방수 재킷은 갑작스럽게 눈과 비와 바람을 맞아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신체를 보호해주며, 우모 재킷은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기능성 의류는 캠핑 시 4계절 내내 휴대하고 다니는 게 좋다. 우모 재킷 대용으로 담요도 무방하다.
⑩ 구급약품 만약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상비약 및 소독약 등을 반드시 겸비해 안전한 캠핑에 만전을 기한다.
있으면 좋은 오토캠핑 서브 장비 5
캠핑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캠핑 스타일에 따라 구비하면 더욱 안락하고 편안한 컨디션을 제공하는 캠핑 서브 장비도 함께 소개한다. 집에서 쓰던 물건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캠핑 중 활용도가 높을 경우 캠핑에 최적화된 장비를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래 소개하는 서브 장비는 등산 중심의 간소함을 추구하는 백패킹 때보다 주로 오토캠핑 중에 사용된다.
① 테이블 테이블을 이용해 여유롭고 낭만적인 야영생활을 영위하도록 돕는다.
② 의자 캠핑장에서는 잠잘 때와 움직일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 의자에 앉아 보낸다.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자연을 감상한다.
③ 그릴 캠핑장에서의 맛있는 바비큐 파티를 기대한다면? 그릴은 숯이나 가스 등의 연료로 불을 피워 석쇠나 불판에서 고기를 구울 수 있도록 돕는다.
④ 키친 테이블 재료를 다듬고 손질하는 조리대와 캠핑 스토브를 설치해 조리를 돕는 장비다. 조리도구나 양념 등도 보관할 수 있으며 음식물과 식기를 보관할 수 있는 수납공간과 설거지통 등의 보조장비까지 곁들이면 집에 있는 주방 부럽지 않은 캠핑용 키친이 완성된다.
⑤ 해먹 나무 혹은 지지대를 이용해 걸터앉거나 누울 수 있게 해주는 그물 침대를 말한다. 설치가 간편하면서도 활용도가 뛰어나 캠퍼들에게 인기가 좋다.
◇캠핑 관련 쇼핑몰◇
콜맨 코리아 coleman.co.kr, 코베아 kovea.co.kr, 캠핑몰 campingmall.kr
캠핑라이프 campinglife.co.kr, 오케이아웃도어 okoutdoor.com
인천 무의도에 딸린 섬, 소무의도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2012년에 소무의도 둘레길인 무의바다누리길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소무의도는 해안선 길이가 2.5km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섬 여행의 매력을 다 갖췄으니 가성비 좋은 섬이라고나 할까. 섬 둘레를 걸으며 고깃배가 들락거리는 아담한 포구와 정겨운 섬마을 풍경, 74m 높이의 아담한 산과 푸른 바다를 두루 즐길 수 있다.
추천 코스
용유역에서 무의도행 1번 버스 탑승▶광명항 하차▶소무의인도교길▶마주보는길▶떼무리길▶부처깨미길▶몽여해변길▶명사의해변길▶해녀섬길▶키작은소나무길▶광명항에서 1번 버스 탑승/하나개해수욕장 하차▶하나개해수욕장 촬영세트장▶해상관광 탐방로▶1번 버스 타고 용유역 하차
미니버스 타고 무의도로 가는 길
올해 4월 무의도에 연륙교인 무의대교가 놓였다. 배 출항 여부와 상관없이 언제든 맘 편히 섬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무의도로 가는 길은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이 잘 돼 있어 뚜벅이 여행자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인천공항 자기부상 철도를 타고 용유역에 내린 뒤, 길 건너에서 무의도행 1번 미니버스로 갈아탄다. 거잠포와 잠진도를 지날 때 차창 밖으로 반짝이는 갯벌 위에서 낮잠 자는 작은 고깃배와 조개를 캐는 주민들이 보인다. 무의대교가 생기기 전, 잠진도 선착장과 무의도를 무시로 오갔던 배 두 척은 먼바다에 한가로이 떠 있다. 승선 시간이 고작 5분이었지만, 뱃머리에 서서 섬 여행의 설렘을 만끽했던 일이 영영 추억으로 남게 됐다.
미니버스가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무의대교에 올라타자 차창으로 바닷바람이 훅 밀고 들어온다. 무의도 큰무리선착장에 도착한 미니버스는 고개 넘어 섬 끝 광명항으로 달린다. 미니버스가 비탈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요리조리 잘도 달린다. 고갯마루에 오르자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옆자리 앉은 중년여성이 “아, 너무 좋네. 자주 와야겠다”라며 혼잣말로 감탄사를 연발한다. 어디가 그렇게 좋은지 물으니 반문한다. “안 좋으세요? 무의도에 사세요? 전 서울에서 여기 처음 왔는데 너무 좋네요. 다음에 남편이랑 같이 와야겠어요.” 무의도의 매력을 오래전에 깨달은 터라 그저 미소로 답한다.
무의도의 진주,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미니버스의 회차 지점인 광명항(소무의도 입구)에 하차한 뒤 무의인도교를 향해 걷는다. 이 다리가 광명항과 소무의도를 잇는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무의바다누리길 안내판을 훑어본다. 무의바다누리길은 소무의도 해안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다. ‘마주보는길’, ‘몽여해변길’, ‘부처깨미길’ 등 구간이 8개나 되지만 총 거리는 2.4km밖에 되지 않는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무의바다누리길의 1구간인 ‘소무의인도교길’를 건너며 소무의도를 굽어본다.
갯벌이 드러난 떼무리포구에서 고깃배 대여섯 척이 물 들어오길 기다린다. 포구 앞 서쪽 마을에는 원색 지붕을 얹은 단층집이 옹기종기 모여 섬마을 정취를 뽐낸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처음 만난 구멍가게에 들러 시원한 미숫가루 한 잔을 사 마시고 더위를 식힌다. 인상 좋은 주인에게 듣는 마을의 이모저모는 덤이다. 떼무리포구와 서쪽 마을 앞을 지나는 방파제길이 2구간 ‘마주보는길’이다. 방파제 끝까지 걸으면 관광안내소가 나오는데 안내소 옆 계단으로 오른다. 계단 끝에서부터 그윽한 숲길이 이어진다. 당산이 있는 이 숲길이 3구간 ‘떼무리길’이다.
흙길과 데크길을 번갈아 걷다보면 4구간 ‘부처깨미(꾸미)길’ 안내판이 나온다. 전망데크와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옛날에 소무의도 주민들이 만선과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소를 제물로 바치고 풍어제를 지냈던 곳이라고 한다. 부처깨미에서 다시 1분 정도 오르면 전망대가 또 나오는데 이곳은 포토존이라 할만하다. 초승달 같은 몽여해변과 동쪽 마을이 발아래 시원하게 펼쳐진다. 멀리 대부도, 영흥도, 선재도 등이 어렴풋이 보인다. 서해는 누렇다는 편견을 반박하듯 오늘따라 바다 빛이 푸르디푸르다. 전망대와 연결된 계단을 내려와 5구간 ‘몽여해변길’을 거닌다. 부모와 놀러 온 아이들은 갯바위 사이에 바닷물이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 어쩔 줄 모른다.
산과 바다를 여유롭게 즐기는 산책길
바다 풍광 좋은 몽여해변에 카페들이 하나둘 생긴다. 한 카페에 들어가니 카페 주인이 바다 쪽 폴딩도어를 활짝 열어준다. 손님들이 “와 오늘 바다 예쁘다!” 환호한다. 빨간 파라솔 아래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지나가는 고깃배들을 구경하는 여유를 부려본다. 카페 가까이에 있는 바다이야기박물관을 지나면 곧 언두꾸미에 닿는다. 이곳은 갯벌에 참나무를 세우고 언둘 그물을 쳐서 물고기를 잡는 주목망 어업을 하는 곳이다. 언둘꾸미가 변해 언두꾸미가 되었다고 한다. 방파제에 둘둘 말아놓은 그늘이 잔뜩 쌓여 있다.
언두꾸미를 지나 울퉁불퉁한 갯바위를 타고 넘어 6구간 ‘명사의해변길’에 도착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가족이 휴양 왔던 곳이라 하여 이름 붙은 몽돌 해변이다. 바닷가에 하얀 굴 껍데기가 가득 쌓여있다. 우뚝 선 절벽이 해변을 감싸고 있어 아늑한 느낌이 든다. 명사의해변을 지나면 안산 꼭대기로 오르는 숲길이 시작된다. 가파른 나무 계단도 기다린다. 숨을 조절하며 중간쯤 오르니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해녀도가 훤히 보인다. 옛날에 해녀가 물질하다가 쉬었던 곳이라고 한다. 해녀도 뒤로 섬들과 풍력발전기 대여섯 기가 아슴아슴 보인다. 바다와 섬 사이에 해무가 껴 섬들이 공중에 뜬 것처럼 보인다. 계단을 내려가던 사람들이 이 환상적인 풍경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이 길이 7구간 ‘해녀섬길’이며 무의바다누리길에서 풍광이 가장 좋다.
계단을 조금 더 오르면 안산 정상에서 하도정이라는 정자를 만난다. 하도정 주변에 해풍 맞고 자란 소나무가 많다고 하여 8구간을 ‘키작은 소나무길’이란 이름 붙였다. 하도정 이후로는 내리막길이다. 계단을 내려오면 소무의인도교가 코앞에 있다. 다리를 건너며 아래를 굽어보니 어느덧 바닷물이 차올라 갯벌에 박혀 있던 배들이 둥둥 떠올랐다. 광명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하나개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바다 위를 걷는 하나개해수욕장 해상관광 탐방로
하나개해수욕장은 ‘섬에서 가장 큰 개펄’이라는 뜻을 지녔다. 해변은 모래밭이고, 썰물 때는 진득한 갯벌이 드러난다. 보드라운 갯벌 흙이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감촉을 즐기며 일몰을 감상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나개해수욕장은 일몰 명소로 유명하다.
해변에 오래전에 방영됐던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영화 ‘칼잡이 오수정’의 주택 세트장이 있다. 실내 관람은 할 수 없다. 세트장 뒤로 해안관광 탐방로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 이정표를 따라 데크를 걷다 보면 호룡곡산 등산로와 해안관광 탐방로의 갈림길이 나온다. 등산로를 뒤로 하고 해안 쪽으로 내려선다. 해안관광 탐방로는 작년에 무의도 해안절벽 옆에 조성한 해상산책로다. 만조 때는 파도 때문인지 약간 흔들거린다.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 꽤 스릴 있다. 해안절벽에 있는 진기한 모양의 바위에 이름을 짓고, 탐방로 난간에 안내판을 세워두었다. 억지스러운 이름도 있지만, 자꾸 안내판 사진과 비슷한 바위를 찾으려 애쓰게 된다. 밀물 때는 갯바위가 잠겨 일부만 찾을 수 있다. 가장 그럴싸한 바위는 어미 원숭이가 새끼를 안고 있는 형상의 원숭이 바위다. 탐방로 끝 해안가에 있다.
이 탐방로는 한낮보다는 해질녘 바닷바람 맞으며 걸어야 제맛이다. 매일 물때가 변하므로 이곳에 갔을 때 바닷물이 싹 빠져 갯벌이 드러나 있을 수도 있다. 바다 위를 걷는 스릴을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안내판 속 바위들은 다 찾을 수 있으니 밀물이어도, 썰물이어도 좋으리라. 탐방로 개방 시간은 일출 때부터 일몰 때까지이다.
주변 명소&맛집
무의도의 휴양지 실미도
실미도는 무의도의 부속 섬이다. 1971년 8월에 발생한 실미도 사건의 현장이기도 하다. 실미도에서 북파공작원 훈련을 받던 부대원들이 정부의 사살 명령을 받고 온 기간병들을 살해하고 실미도를 탈출해 청와대로 가던 중 자폭한 사건이었다. 2003년에 이 사건을 영화화한 ‘실미도’가 개봉해 큰 관심을 얻었다. 하루에 두 번 썰물 때마다 무의도와 연결된 징검다리가 드러난다. 이 다리를 건너 실미도를 관통하는 숲길을 지나면 섬 반대편 해변이 나온다. 실미도 영화 세트장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갯바위와 고요한 해변만 남았다. 실미도와 마주 보고 있는 실미유원지에는 100여 년 된 아름드리 노송 군락이 울창하게 우거졌다. 숲에서 야영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많다. 하나개해수욕장보다 한적한 해변을 산책하거나 바닷가 식당에서 해산물 요리를 즐기기에 좋다.
맛집과 카페
무의도는 바지락 칼국수와 영양굴밥, 조개찜이 유명하다. 하나개해수욕장과 실미유원지, 광명항에 횟집과 식당이 많다. 실미유원지에서는 ‘해송회식당’이 입소문 났다. 진한 바지락 국물에 감자와 각종 채소로 맛을 낸 바지락칼국수가 일품이다. 칼칼한 국물이 입맛을 당긴다. 용유역 앞 ‘은행나무집’은 영양굴밥을 잘한다. 소무의도 몽여해변에 있는 ‘섬카페좋은날’은 루프톱 카페다. 옥상에 폭신한 소파를 준비해두었다. 길가에 있어 걷는 중에 잠시 들리기 좋다.
여행 tip
1. 대중교통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3층 7번 탑승장에서 2-1, 222번 버스 탑승, 용유역에서 하차한다. 용유역에서 무의도행 1번 버스를 타면 된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역에서 모노레일로 갈아타 종착역인 용유역에 하차, 무의도행 1번 버스를 탄다. 모노레일은 무료이며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8시 15분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인천국제공항역에서 용유역까지 약 12분 걸린다.
-용유역 앞에서 1번 버스가 매시 정각과 30분에 출발한다. 주말에는 10여분 늦어 질 수 있다. 배차 간격이 넓으므로 하차할 때 버스 시간을 알아두는 게 좋다.
2. 실미도는 썰물 때만 들어갈 수 있다. 하나개해상관광탐방로는 물때 상관없이 출입할 수 있으나 바다 위를 걷고 싶다면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
45년 전 육군 소위로 임관했던 동기들이 성삼재에서 뭉쳤다. 대부분은 연고지가 서울이었지만 대구와 구미에서도 각각 한 명씩 합류했다. 총 13명의 역전의 용사들이었다. 곧 성삼재를 들머리로 지리산 종주 등반이 시작됐다. 전날, 서울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구례역에 내린 시간은 새벽 3시 15분경. 구례버스터미널에서 성삼재까지는 버스로 올라갔다. 성삼재에 올라서자 세찬 바람이 불었다. 갑자기 한기가 몰려왔다. 그때 대구에서 온 동기가 따끈한 커피와 간식거리를 내놓았다. 칼바람 속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성삼재에서 만난 13인의 용사들
노고단(1507m)은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의 3대 주봉으로 손꼽힌다. 새벽을 깨우는 새소리와 오락가락하는 구름이 동기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가파른 돌계단과 우거진 숲을 헤치며 가다 보니 현역 시절 펼치던 특수작전이 떠올랐다. 장마가 시작되는 한여름에 무모하게 시작한 종주였지만, 모두의 간절한 바람 덕분인지 날씨는 최상이었다. 가끔 햇볕을 가려주는 구름까지 있어 걷기에도 좋았다.
그러나 일행들은 얼마 안 있어 끝없는 오르막과 내리막길에 서서히 지쳐갔다. 점점 거칠어지는 숨소리는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3박 4일간 먹고 마실 것들로 꽉 채운 배낭 무게가 덜컥 겁이 났다.
다리에 힘이 빠져갈 무렵 13인의 용사들은 삼도봉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해발 1501m의 삼도봉은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를 이루는 지점이다. 배낭을 풀고 서너 명씩 편성된 조별로 식사를 준비했다. 우리 조는 ‘핫쿡’이라는 비상식량을 준비해갔다. 군대에서나 먹어봄직한 일종의 전투식량인 셈인데, 발열체에 찬물을 부으면 100℃ 이상의 고온 증기가 발생하면서 물이 뜨거워지고, 가공된 봉지쌀에 이 물을 부으면 밥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사용법을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찬물을 덜컥 쌀에 부어놓고 기다렸다. 한참이 돼도 소식이 없어 들여다보니 그 모양이었다. 마주 보고 웃을 수밖에. 어쨌거나 밥도 아니고 죽도 아닌 점심을 먹고 다시 이동을 했다.
까마득하게 보이는 토끼봉을 넘고 명선봉을 굽이굽이 돌아야만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어깨는 말 그대로 천근만근이었다. 직업군인 시절에 메고 달리던 배낭의 무게는 이제 버거웠다. 그 이유는 세월 탓이겠지만 마음은 이 여정을 반드시 완수해내리라는 굳은 결의에 가득 차 있었다. 오후가 되니 점차 하늘이 맑아지고 멀리 보이던 봉우리들이 얼핏얼핏 시야로 들어왔다. 봉우리 사이로 펼쳐진 운해(雲海)는 장관이었다.
첫 번째 숙소, 연하천 대피소
천신만고 끝에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 젖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과 하중을 견디지 못한 발이 화끈거리고 무릎도 아팠지만 대피소에 도착했다는 기쁨이 더 컸다. 부지런히 쌀을 씻어 안치고 합동으로 반찬을 준비했다. 요즘은 참 편리한 세상. 인스턴트 북엇국은 뜨거운 물만 넣으면 맛있는 국으로 변했고 볶은 김치에 참치를 넣어 끓이니 칼칼한 김치찌개가 금세 탄생했다. 각자 가져온 반찬과 먹거리들은 칠첩반상 부럽지 않았다. 단백질 보충하자며 고기까지 굽자 일행들이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연하천 대피소는 최근 리모델링을 해서 그런지 겉모양도 예뻤고 내부도 많이 개선됐다. 여장을 풀고 뻐근한 몸을 뉘었으나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창밖으로 빗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아! 장마가 시작되려나?’ 내일 아침엔 비가 멎어주기를 기도하며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밤새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자 뚝 그쳤다. 지리산 새벽을 깨우는 새소리를 녹음한다고 일찍부터 일어나 설쳐댔다. 아침을 간단히 먹은 뒤 다시 배낭을 멨다. 그런데 무게가 여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서는 쓰레기를 버릴 수 없다. 먹은 만큼 발생한 쓰레기를 다시 배낭에 넣으니 부피도 거의 그대로다. 걱정했던 몸과 다리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시련 속에서 맞이한 천왕봉 일출
너럭바위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오르면 또 나타나는 봉우리를 돌아가는데 몸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온몸에 식은땀이 나고 어질어질했다. 옆 사람에게 누가 될까봐 말도 못하고 견디며 걸어가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사무총장에게 소화제를 청해 복용했다. 그런데도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서서히 행렬 뒤로 처지기 시작했다. 땀이 비 오듯 흘러 잠시 앉아 쉬는데 동기가 소금을 건네며 먹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먹자마자 모든 것을 토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벽소령 대피소를 지나 세석산장까지 가는 길은 험하고 멀었다. 기운이 없어도 무엇 하나 넘길 수 없었다. 한 번 고장 난 속은 모든 음식을 거부했다. 속에서 불이 난 듯 갈증이 일어나 찬물만 들이켰다. 먹은 물까지 다 토해내 기운이 다 떨어져 갈 무렵 드디어 세석산장에 도착했다. 동기들이 점심을 준비해서 먹을 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실내에 들어가 누웠다.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추웠다. ‘아! 지리산 종주는 여기서 끝인가보다’ 했다. “조금이라도 뭘 넘겨야 할 텐데” 하며 걱정하는 동기들의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꼭 종주하고 말겠다는 신념과 일행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수시로 충돌했다.
둘째 날, 배낭 속 물건을 나누어 지겠다는 동기들의 호의를 마다하고 배낭을 다시 멘 뒤 장터목으로 향했다. 장터목에 도착해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한 채 누워 있으니 일행이 북엇국이라도 먹으라며 권했다. 지리산 종주의 마지막 코스인 천왕봉을 올라야 하는 여정이 남아 있어 기운을 차리려면 억지로라도 먹어야 했다.
다음 날 새벽 2시 30분. 여기저기서 부스럭대며 배낭 꾸리는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일어나 어둠 속에서 배낭을 찾았다. 헤드랜턴을 준비해왔는데, 막상 쓰려고 보니 배터리가 다 방전되어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할 수 없이 일행의 도움을 받았다. 새벽 산행인데도 가파른 돌계단을 연속으로 올라야 했다. 산을 오르기 전, 동기가 건네준 홍삼진액을 마시고 나니 그런대로 힘이 났다. 깎아지른 절벽을 한 시간 남짓 올랐을까? 드디어 통천문이 보였다. “아, 이제 천왕봉에 다 왔구나” 하고 안내 표지판을 보니 아직 400여 m가 남았다. 희끄무레하게 동이 터오는 산 아래 쪽으로 아련한 불빛이 보였다. 진주시였다. 오락가락하던 구름은 이제 산 중턱으로 밀려나 푹신한 솜이불을 깔았다. 쏟아지는 별빛이 가슴을 뻥 뚫어줬다.
멀리 운해 위로 펼쳐진 하늘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천왕봉으로 몰려오는 바람이 살을 에듯 파고들었다. 준비해간 패딩을 황급히 꺼내 입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동쪽 하늘 운해 위로 붉은 손톱 모양의 해가 살짝 걸쳐지자 모두가 “와!” 하며 탄성을 질렀다. 솟아오르는 해의 모습은 정말 신비로웠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보고 있자니 그동안 힘들었던 여정은 눈 녹듯 사라져버리고 감동만 밀려왔다. 장엄하게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고 있자니 “45년 전 동기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힘든 상황 극복하고 여기 서 있게 해줘서 감사합니다”라는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가족과 건강하게 열심히 잘 살아준 나 자신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법계사 스님들
천왕봉 일출의 감동을 뒤로하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다리가 아파 진통제까지 복용하면서 올라간 동기는 너무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서서히 원기를 회복해갔다. 로터리 대피소 쪽으로 내려오다 법계사 일주문과 마주했다. 지리산 천왕봉 아래 자리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1450m)에 위치한 법계사는 544년(신라 진흥왕 5년)에 인도에서 온 고승 연기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면서 창건한 적멸보궁 도량이다. 법계사를 돌아보다 만난 스님 두 분은 뜰에서 열심히 풀을 뜯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 겨울에나 신을 법한 털신을 신고 있다. “스님, 어찌하여 한여름에 털신을 신고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여기서는 이 신발이 딱 맞습니다. 여름이어도 아침저녁 기온은 초겨울과 비슷하니까요” 고개를 끄덕이다 일주문 밑에서 일본인이 지리산과 법계사의 혈맥을 누르려 박아둔 쇠말뚝을 봤다. 이 깊은 곳까지 간교한 음모를 뻗쳤다니… 충격적이었다.
구례에서 출발한 지리산 종주는 천왕봉에서 정점을 찍고 경남 함안군 대산면 중산리에서 막을 내렸다. 3박 4일간의 짧지 않은 여정 속에서 35㎞의 산행을 완주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지치고 힘들 때 옆에서 지켜준 동기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종주였으리라. 변함없는 배려와 우정이 고맙다. 육십 고개를 넘어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도전한 지리산 종주 등반. 내 삶에서 잊히지 않을 이 길은 남아 있는 또 다른 인생 여정에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치솟는 6월. 여름을 향해 치닫는 계절의 변화에 현기증을 느끼며 뒷산을 오릅니다. 연두색이던 숲은 어느새 짙은 초록으로 바뀌었고, 길섶은 허리까지 차오른 풀들로 한 걸음 내딛기가 주저될 만큼 무성합니다. 몇 걸음 더 오르자 그만그만한 잡초들을 제치고, 어깨높이 이상으로 껑충 솟아난 꽃이 보입니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만큼 매혹적인 꽃, 바로 털중나리입니다. 겨우 한 송이 핀 것도 있지만, 대개는 서너 송이가 달려 있습니다. 많게는 열 송이 가까이 달리기도 하는데, 1m 넘게 솟아오른 원줄기 끝에 한 송이, 그 아래 사이사이 좌우로 뻗은 작은 가지마다에도 한 송이씩 다닥다닥 핍니다.
털중나리가 꽃을 피웠다는 것은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털중나리를 비롯해 하늘나리, 중나리, 참나리, 땅나리, 솔나리, 말나리, 하늘말나리, 날개하늘나리, 섬말나리, 누른하늘말나리 등 백합과의 나리꽃들이 곧 우리 땅에서 여름 내내 피고 지는 ‘여름꽃의 대명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0여 종 나리꽃들의 피고 짐이 털중나리로부터 비롯되기에, 털중나리의 개화는 곧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꽃색은 여름꽃답게, 이글거리는 태양을 닮은 듯 한결같이 붉습니다. 하지만 얼핏 보면 붉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홍색(紅色) 일색은 아닙니다. 분홍색의 솔나리와 진한 홍색의 큰솔나리 사이에, 주홍색과 주황색 등 다른 색의 꽃을 피웁니다. 물론 솔나리의 경우 아예 꽃잎이 온통 하얀 흰솔나리, 검은빛이 도는 홍자색 검은솔나리가 따로 있기도 합니다. 털중나리의 꽃은 노란빛이 감도는, 이른바 황적색(黃赤色)입니다. 간색(間色) 특유의 진한 색감이, 보면 볼수록 매력적입니다. 게다가 6개로 갈라져 완전히 뒤로 젖혀진 꽃잎, 그 안쪽으로 황적색 바탕에 새겨진 진한 자주색 반점과 6개의 수술, 1개의 암술을 모두 드러낸 모습은 집시 여인보다도, 삼바 여인보다도 뇌쇄적입니다.
10종이 넘는 나리꽃들 이름의 유래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6개로 갈라진 꽃잎이 하늘을 보면 하늘나리, 땅을 보면 땅나리, 그 중간을 보면 중나리, 줄기 등 전초에 솜털 같은 털이 있으면 털중나리, 꽃잎이 하늘을 보되 잎이 빙 돌려나면 하늘말나리로 불리는 식입니다.
Where is it?
털중나리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구나 조금만 품을 팔면 만날 수 있는 야생화란 점이다. “제주도와 울릉도를 비롯한 전국의 해발 1000m 미만 지역에서 자란다”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설명처럼 전국 어디서나 잘 자란다. 그렇다고 도심에서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적어도 동네 뒷동산이라도 찾아가야 한다. 서울의 경우 광화문 한복판에서 3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종로구 수성동 계곡에서도 만났다. 다만 각종 공해(公害)에서 벗어날수록 꽃이 더 싱싱하고 탐스러우며 꽃색도 맑고 깨끗하기에, 멋진 털중나리를 만나려면 조금은 공을 들여야 한다. “해발 1000m 미만에서 자란다”는 건 해발 1000m 즈음까지 자란다는 뜻이기도 한데, 높은 곳의 털중나리는 탁 트인 전망과 어울려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린다. 경남 합천군 오도산 정상에서 일출과 함께 만나는 털중나리는 가히 환상적이다. 경기도 팔당 예봉산 자락과 김포 문수산도 털중나리와 주변 풍광이 멋지게 어우러지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며칠 전 쑥섬에 들어가는 날은 따사로운 햇살이 비쳐주고 바닷 바람도 적당히 불어줬다. 쑥섬 지기 김상현 선생님과 동행하게 되었다.
고흥의 중학교 교사였던 김선생과 이쁜 약사였던 부인이 부부가 된 후인 18년 전부터 현재까지 쑥섬을 이뤄낸 이야기를 들었다. 부부는 2000년도에 평생 계획을 각자 글로 써서 교환한 끝에 김선생의 외할머니 댁이 있는 쑥섬에 멋진 정원을 꾸미기로 한 후 연구하고 땀을 흘린 끝에 18년이 흐른 지금 이렇듯 쑥섬을 일궈냈다고 했다.
쑥섬은 개방된 지 3년 남짓 되었지만 희귀 난대림이 조성돼 있어서 전남 민간정원 1호로 지정되었다. 해마다 가볼만한 섬, 쉴 섬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쑥섬은 규모가 크거나 손길이 많이 간 숲은 아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섬 자체가 신성한 자연의 정원이고 꽃밭이다. 스무 명 남짓의 거주민이 살고 있다. 향긋하고 질 좋은 쑥이 많이 난다. 행정 명칭은 애도(艾島).
전남 고흥의 섬 나로도에서 출발하는 작은 배 쑥섬호는 12인승으로 3분이면 바로 눈 앞의 쑥섬에 도착한다. 지루하거나 배 멀미할 틈이 없다. 마을에 들어서면 울퉁불퉁한 돌담길이 정겹다.
작은 숲은 난대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일반 식물원에서는 볼 수도 없는 것들이라고 한다. 세월을 살아온 육박나무,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이 군락하고 있어서 산길을 걸으며 자연의 숲에서 정화된다.
숲을 오르다 보면 저 멀리 시원한 바다가 나타나기도 한다. 땀을 식히며 쉬다가 다시 걷다 보면 산 정상의 비밀정원이 눈앞에 나타난다. 섬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정원이었다.
별정원 달정원이란 이름으로 조성된 이곳에서 일 년 내내 피고 지는 400여 종의 다양한 꽃들과 일출과 일몰의 어우러짐을 누릴 수 있다.
김 선생은 로즈메리 화단으로 얼른 다가가더니 식물에게 인사하듯 두 손으로 마구 흔들어 허브향기를 즐긴다.
요즘은 각종 허브는 물론이고 꽃양귀비와 당아욱, 작약, 페튜니아, 조팝나무 등이 지천으로 눈부시다. 숲길에는 수국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새하얀 찔레꽃도 한창이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내려가면 등대가 있다. 성화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성화 등대에선 쑥섬의 뒷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다시 마을로 가는 길가엔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어서 꽃이 피고 질 때는 길가에 붉은 동백이 뚝뚝 떨어져 동백꽃길이 된다고 한다.
쑥섬을 천천히 한 시간쯤 돌아보면 심신이 맑아진다. 그리고 고즈넉한 섬의 고요와 숲의 고요를 통해서 힐링을 선물 받는다. 특별한 여행지가 그리울 때 자연 속에 꽃이 만발한 힐링 파크 쑥섬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여행 정보
ㆍ전남 고흥군 봉래면 애도길 43.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 여객선터미널에서 배 타고 3분
ㆍ탐방비 5000원 + 뱃삯 2000원 *10명 이상 단체는 예약 필요
ㆍ자연환경보호를 위해 큰 배낭과 음식물 반입 반려동물 동반 자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