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8년 만에 지하철과 버스 요금을 인상할 예정이다. 이번 요금 인상은 지방자치제(이하 지자체)의 교통약자 지하철 무임수송 제도와 연관 깊다. 노인과 장애인 등 노약자는 지하철을 무임승차 하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지자체는 정부의 예산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적자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가 늘어나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만큼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인상되나
지난달 24일 서울시는 “시는 지하철·버스 요금을 올해 4월 올리는 것을 목표로 다음 달 중 공청회, 시의회 의견 청취, 물가대책심의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시는 300원과 400원 인상안을 각각 제시한다. 현재 서울 대중교통 일반 요금은 카드 기준으로 지하철이 1250원, 시내버스는 1200원이다. 이번에 요금이 인상되면 2015년 6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이번 요금 인상은 올해 정부 예산안에서 지방자치단체 도시철도 PSO(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 보전 지원) 예산이 제외된 데 따른 것이다. PSO 예산은 노인과 장애인 등 노약자 무임수송에 따른 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해 책정된다.
정부는 그간 철도산업발전 기본법 제32조에 근거해 코레일에만 PSO 예산을 지원했다. 서울교통공사 등 각 지자체에서는 예산 지원을 줄곧 주장했으나, 지난해 정부는 코레일에만 3979억 원을 지원하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1월 24일 지방자치단체 도시철도 손실 보전분 3585억 원을 추가로 반영해 총 7564억 원의 수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본회의에서 다시 뒤집혔다. 교통위의 수정안이 아닌, 코레일 손실 보전만 반영한 정부의 원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요금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자체가 적자를 겪고 있는 가운데, 무임수송제도를 이용하는 교통약자의 80%는 노인이다. 더욱이 올해부터 1958년생이 만 65세가 되고 노인이 많아짐에 따라 더 이상의 요금 유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13개 광역·기초 지자체로 구성된 전국도시철도운영 지자체협의회에 따르면 전체 지하철 공기업들의 2017~2021년 연평균 당기순손실은 1조 3509억 원이다. 이 가운데 무임수송 손실은 5504억 원으로 40%를 차지한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교통공사의 같은 기간 연평균 당기순손실은 7458억 원, 무임수송 손실은 43%인 3236억 원이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승객이 줄면서 적자가 심해졌다. 2019년 5865억 원에서 2020년 1조 1137억 원, 2021년 9644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 적자에서 무임수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29%(2784억 원)다.
“절충안 마련되어야” 목소리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지자체의 고민은 깊다. 노인 지하철 무임수송은 강행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중단할 수 있다. 그러나 40년간 중앙정부 주도로 시행한 일종의 복지 제도를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중단하거나 제도를 변경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노인 지하철 무임수송은 1984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 지시로 도입됐다. 이후 국가유공자, 장애인, 독립유공자 등으로 확대됐다. 도입 당시만 해도 전국의 노인 인구 비율은 5.9%에 불과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노인의 비율은 18%에 이른다.
노인 지하철 무임수송은 임의규정이다. 노인복지법 제26조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65세 이상인 자에 대해 공공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해 이용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장애인 지하철 무임수송은 강행규정으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가 노인 무임수송을 중단을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 무엇보다 노인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2018년 보건복지부가 전국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67.6%(매우 동의 11.7%, 동의 55.9%)가 ‘유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한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15년 발표한 자료를 통해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는 노인 활동을 증가시켜 자살 및 우울증 감소, 교통사고 감소, 의료비 절감 등 총 3361억 원의 편익을 발생시킨다”고 분석했다.
즉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예산 지원이 힘들다면, 정부 차원에서 절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화 사회인 만큼 무임승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노인의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2021년 서울연구원은 “노인 연령을 기존 만 65세에서 만 70세로 상향할 경우 무임손실을 최대 34%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밖에 노인의 무임승차 이용을 복잡한 출퇴근 시간 이외에 가능하도록 지정하거나, 한 달에 일정 시간만 이용 가능할 수 있도록 한도제를 적용하자는 의견도 제시된다.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 세대의 창업을 통한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을 펼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점프업5060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에 성공하고 새 인생을 펼치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나이 들면 무얼 하면서 살까? 어떻게 해야 일터와 삶터를 분리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김은주, 박유하 부부는 은퇴 전부터 이어진 오랜 고민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살고 있는 주택 지하에 자리 잡은 모모책방으로 말이다.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 사람들은 모모책방에 모여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공연을 관람한다. 늦은 시간까지 필사를 하거나, 외국 드라마 ‘빨간머리 앤’을 보며 영어 공부를 한다. 수업을 이끄는 강사는 물론 도봉동 이웃 주민이다.
모모책방에서는 번개모임이 잦다. 김은주 씨와 책방을 함께 운영하는 그의 동생이 문득 영화가 보고 싶어지면 모모책방 밴드나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소식을 올린다. 곧 관람을 희망하는 이웃들이 각자 간식을 챙겨 들고 삼삼오오 모여든다. 빔프로젝트를 내리고 책방이 어두워지면 모모책방은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흥미로운 마을공동체 사업에 응모하거나 새로운 활동을 기획할 때에도 주민들은 자연스레 모모책방을 찾는다.
문화 갈증 채우는 동네 책방
모모책방을 탄생시킨 김은주, 박유하 부부는 인생 후반부 계획을 세우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점프업5060 공고를 발견했다. 미래에 대한 여러 고민을 해결해줄 프로그램이라고 판단해 지원을 결정했다.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라 수료할 때쯤에 맞춰 모모책방의 문을 열었으니 그야말로 모범생이었다.
“책방을 사업 아이템으로 결정한 이유는 여러 가지예요. 제 오랜 꿈이 서점을 여는 것이었고, 마을 문화공간에 대한 높은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도봉구의 문화공간 인프라는 창동에만 몰려 있어요. 도봉동 주민들이 집 주변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만한 곳이 없죠. 책방을 비롯한 문화공간에 대한 갈망이 클 수밖에 없어요.”
걸림돌은 단 하나, 공간이었다. 책방을 열 공간이 마땅치 않아 고민하던 때에 이웃의 한마디가 해결책이 됐다. ‘지금 살고 있는 주택의 지하층을 이용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 일터와 삶터를 분리하지 않고도 마을 책방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묘수였다. 그렇게 모모책방은 2019년 12월 도봉동 주택단지 한가운데, 부부가 거주하는 주택 지하에 자리 잡았다.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지만 정작 마주한 건 코로나19 대유행이란 이름의 터널이었다. 부부는 넋 놓고 앉아 있는 대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섰다. 스마트 기기 조작이 서툴고,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집에 홀로 있어야 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돌봤다. 적은 인원이라도 모여 책방에서 비대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왔다. 부모를 대신해 숙제나 준비물, 가정통신문 같은 학급 전달 사항을 읽어줬다. 김은주 씨와 그의 동생은 심리학을 전공한 지식을 살려 ‘점심 도시락’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점심을 함께하며 종일 붙어 지내야 했던 엄마와 아이들의 마음 건강을 살폈다.
위기 속에서 탄생한 고향
김은주 씨는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모모책방이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정적으로 위로가 필요한 날 불쑥 찾아갈 수 있고, 누구에게나 친구가 되어주는 문화공간. 그게 바로 김은주, 박유하 부부가 생각하는 모모책방의 지향점이다. 이는 사업을 구상할 때부터 막연하게 품고 있던 목표다. 어떻게 해야 실현할 수 있을지 막막하던 차에 되레 악재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나 할까.
책방에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책들이 가득하다. 모두 김은주 씨와 그의 동생이 전공을 살려 선정했다. 이외에도 필사나 컬러링 키트를 구비해뒀다. 흉흉한 세상에 쫓겨 책방으로 찾아든 사람들이 마음을 돌보게끔 하기 위해서다. 도봉동 주민들은 갑갑한 집을 벗어나 책방에서 글씨를 끄적이고 책을 뒤적이면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뛰어놀기 좋아할 나이에 집에만 있어야 했던 아이들에게는 더욱 답답한 시간이었을 터. 코로나19 시국에 유일한 놀이방이었던 책방은 아이들에게 ‘고향’을 만들어줬다.
“고향이란 단순히 과거에 살던 동네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공유하는 추억이나 문화가 있어야 충족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아이들에게는 고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책방을 만든 이유 중 하나가 ‘아이들에게 고향을 돌려주자’였어요. 요즘 아이들은 태어난 동네, 살던 동네, 학교 다닐 때쯤 이사 간 동네가 다 다르잖아요. 이웃 간 왕래도 없죠. 개인적으로 그 점이 안쓰러웠는데, 책방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모모책방과 마을 아이들은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됐다. 하교하던 길에 신발 끈이 풀어졌으니 묶어달라며 불쑥 책방을 찾고, 학교에서 그렸다는 동네 지도에는 모모책방이 ‘우리 동네 명소’로 표시돼 있다.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책방에 찾아올 때, 책방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부부는 큰 보람을 느낀다.
모모책방의 사업 목표는 ‘적정 수준의 적자를 유지하기’다. 지금도 서적 판매로는 책방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익 모델만 운영하고 있다. 수익을 내는 데에만 급급하다 이웃들이 모모책방을 찾으려던 발걸음을 망설이게 될까 조심스럽기 때문. 책방의 공간을 활용해 유튜브를 시작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도 받았지만 역시 고개를 저었다. 하나의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한 뒤 편집하고 채널을 관리하는 동안 책방과 마을에 소홀해지기 싫어서다.
모모책방은 앞으로도 돈은 적게 벌더라도 다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선택해나갈 것이다. 큰길가 대신 주택가 안쪽에서, 누구든 들어올 수 있도록 언제나 문을 열어두고 있는 동네 책방. 모모책방은 아이들에게 고향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노동소득이 42세에 정점을 찍고 61세부터는 적자로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0년 국민이전계정'을 29일 발표했다. 국민 이전계정은 소비와 노동소득의 관계를 연령 변화에 초점을 두고 연령 집단 간 경제적 자원 흐름을 파악하는 통계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경제적 생애주기는 ‘적자→흑자→적자’ 순서의 3단계 구조로 나타났다. △0~26세는 적자 발생 △27~60세는 흑자 발생 △61세부터는 다시 적자가 발생한다. 인생에서 흑자를 내는 기간은 33년인 셈이다. 유년층은 교육비 영향이 크고, 노년층은 보건비 영향이 컸다.
0세부터 26세까지는 소득보다 소비가 많은 적자 상태가 이어진다. 16세 때 3370만 원으로 가장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다. 27세부터 소득이 더 많은 흑자에 진입한다. 1인당 노동소득이 가장 많은 건 42세로 3725만 원이다. 흑자 규모는 43세에 1726만 원으로 가장 컸다. 61세부터는 적자로 바뀐다.
연도별로 보면 흑자 구간에 들어서는 연령은 27~28세로 일정한 편이다. 하지만 적자에 다시 진입하는 연령은 뒤로 밀리는 추세다. 2010년 56세에서 2020년 61세로 5세가 밀렸다. 이는 평균 수명의 연장과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일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20년 기준 총 소비는 1081조 8000억 원, 노동소득은 984조 3000억 원으로 소비가 노동소득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생애주기에서 총 97조 5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노동연령층(15~64세)은 167조 2000억 원 흑자였지만 유년층(0~14세)과 노년층(65세 이상)은 각각 141조 8000억 원, 122조 9000억 원 적자를 봤다.
총 소비는 1081조 8000억 원인데 노동연령층(780조 8000억 원)의 소비가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유년층(141조 8000억 원)과 노년층(159조 2000억 원) 등이 이었다. 공공소비는 350조 1000억 원, 민간소비는 731조 7000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생애주기별로 발생한 적자는 ‘이전’ 형태로 주로 해소된다. 이전이란 정부에 의한 공공소득, 가족 부양 등에 의한 민간 이전으로 나뉜다.
세금과 연금 등 공공이전의 흐름을 살펴보면 15~64세 노동연령층은 160조 6,000억 원 순유출을 보였고, 유년층과 노년층은 각각 77조 9,000억 원, 82조 7,000억 원 순유입됐다. 노동연령층은 받는 돈보다 내는 돈이 더 많았고, 이 돈들이 유년층과 노년층에게 돌아갔다는 의미다.
상속, 증여 등 민간이전도 노동연령층에서 순유출, 유년층과 노년층에서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이전과 민간이전, 공공·민간자산재배분을 통해 연령 간 재배분된 총량은 97조 4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쇼핑 약자가 늘고 있다. 걸어서도, 이동수단을 통해서도 신선식품이나 생필품을 사러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방을 위주로 일어나던 일이지만, 최근에는 도시로까지 그 현상이 퍼지고 있다.
쇼핑 약자가 생기는 이유는 홀로 사는 노인이 늘고, 지역에 있던 소매점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역의 대중교통은 버스 노선이 폐지되면서 줄어드는데, 정부는 고령자의 운전면허 반납을 장려하고 있어 이동이 어려운 노인이 늘고 있다.
농림수산성의 농림수산정책연구소가 2018년 발표한 ‘식료품 접근이 곤란한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15년 쇼핑 약자 수는 824만 6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4.6%에 달한다. 농림수산성이 2021년 조사한 ‘전국 지자체 식료품 접근 문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쇼핑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대책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지자체는 86.4%에 달했다.
대책이 필요한 이유로는 도시 규모와 관계없이 ‘주민의 고령화 때문’이라는 응답이 92.2%에 달했다. 이어 ‘현지소매업 폐지’가 67.3%로 꼽혔다.(중복응답)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대책으로는 ‘커뮤니티 버스, 승합 택시 운행 등 지원’이 83.7%로 가장 많았다. ‘이동판매자 도입 및 운영 지원’은 30% 수준이다. 대도시에서는 ‘택배, 쇼핑대행 서비스’가 50%로 이동판매 대책보다 높았다.
이동 슈퍼 ‘도쿠시마루’
고령자가 사는 집 앞까지 가는 ‘이동 슈퍼’는 민간사업자의 참여율이 높다. 지자체의 70.9%는 민간사업자와 함께 이동슈퍼를 운영하고 있다.
이동슈퍼의 시초는 ‘도쿠시마루’(とくし丸)다. 냉장고를 탑재한 경트럭을 이용해 수산물, 신선식품, 반찬 등 약 400품목, 약 1200개의 물품을 판매하며, 필요한 상품은 예약 주문을 하면 받을 수 있다.
2022년 8월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도쿠시마루’는 1000대를 넘어섰으며, 이용객은 약 15만 명에 달한다. 주 고객층의 연령대는 80대로 일주일에 2회 정도 방문한다.
최근에는 물품 판매뿐 아니라 고령자들이 ‘소비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점검해주는 일도 함께하고 있다. 방문 판매나 전화 권유로 판단이 어려운 6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무인양품도 ‘무지투고’(MUJI to GO) 이동 판매 버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1년 9월 기준 홋카이도, 니가타 현, 야마가타 현, 히로시마 현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버스가 오는 날짜, 시간, 장소 등을 사전에 알린다.
무인양품의 경우 아무래도 도시에 있는 매장을 방문하기 어려운 쇼핑 약자를 위한 것이기에, 도심에서 먼 지역을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동판매인만큼 무인양품에서 주로 판매하는 일상생활용품뿐 아니라 식품 등도 취급하는 점이 특징이다.
고령자 전용 택배 서비스도 생기고 있다. 생활협동조합 펄 시스템(パルシステム)은 고령자 전용 배달 코스를 운영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요일과 시간이 같은 직원이 상품을 전달하면서 고령자의 컨디션을 확인한다.
배달 담당자는 개호보험서비스 기초지식이나 치매 서포터 양성 강좌, 시니어 식사 밸런스 강좌 등을 배워 고령자와 상담한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면 지자체나 경찰 등에 통보한다. 이에 펄 시스템을 사용하는 70세 이상 고령자는 5년 전 약 9000명에서 2022년 1만 600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택배로 쇼핑도 해결하고 안전도 확인하는 셈이다.
AI 합승 택시 ‘초이소코’
지자체는 이동 문제를 해결하고자 ‘커뮤니티 버스’와 ‘디맨드(demand) 교통’이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디맨드 교통은 주민들에게 예약을 받아 맞춤으로 운행하는 예약제 교통이다. 약 30%의 지자체가 이를 운행하지만, 이용객이 많지 않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도요타자동차 계열사인 ‘아이신 정기 주식회사’(アイシン精機)가 AI를 기반으로 합승 택시 ‘초이소코’(チョイソコ)를 새로운 디맨드 교통으로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2021년부터 정식 운행을 시작한 ‘초이소코’의 회원 수는 1868명으로 9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다. 9인승 차량이며 1회 승차에 200엔을 받고, 회원만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가 예약하면 같은 시간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승객을 분류해 AI가 자동으로 주행 경로를 설정한다.
초이소코는 고질적인 디맨드교통의 문제인 지속가능성을 다양한 수익화로 풀어내고 있다. 먼저 지역 기업의 협찬을 받는다. 초이소코를 타려면 정류장이 필요한데 지역의 슈퍼, 약국, 병원, 온천 등으로부터 협찬금을 받아 그곳에 정류장을 둔다. 일종의 광고인 셈.
또한 차량 운행은 지역 택시회사에 위탁한다. 초이소코 운행으로 지역 택시 조합과 상생하기 위해서다. 지자체의 보조금도 주요 수익원이다. 지자체 공공업무를 대신해주기도 한다. 차량에 센서를 부착해 도로 노면 파손 상황 데이터 등을 수집, 전송해 주는 것. ‘미치 로그’라는 서비스다. 그 외에도 고령자 돌봄 서비스 ‘초이 토크’, 음식 택배 서비스 ‘메시 클루’ 등 다양한 수익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층의 건강보험 진료비가 40조 원을 넘었다.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가운데 43.4%를 차지했다. 급격한 고령화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9일 공동 발간한 ‘2021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41조 3829억 원이었다.
건강보험 진료비는 공단부담금과 본인부담금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는 95조 437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86조 7139억 원과 비교해 10.1% 늘어난 규모다. 노인 진료비는 2020년 37조 6135억 원 대비 10.0% 증가했다.
65세 이상 인구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09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 1인당 연평균 진료비 186만 원의 2배를 넘는다.
이는 급격한 고령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은 17%였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노인 인구는 2017년 680만 6000명에서 지난해 832만 명까지 150만 명 넘게 늘어났다.
지난해 의료기관과 보건기관, 약국 등 요양기관의 수는 9만 8479곳으로 전년보다 1.8% 늘어났다. 의료기관과 보건기관의 진료 항목별 요양급여비용(건보공단 지출) 구성비는 처치 및 수술료가 19.7%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만성질환 환자 수는 2007만 명으로 전년 대비 6.1% 늘었다. 진료비도 8.1% 증가한 39조 2109억 원이었다. 한편 분만 건수는 26만 1641건으로 전년 대비 4.3% 줄었다. 분만기관 수도 487개소로 전년보다 6.0% 감소했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 내년에 적자로 전환한 뒤 2028년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했다.
강종권(67) 관장은 미술을 좋아하는 취향에 추동돼 자하미술관을 만들었다. 처음엔 그저 경치 좋은 인왕산 기슭에 살림집 한 채 짓고 싶었단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바꿔 미술관을 지었다. 그의 전직은 회사원. 기업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니 미리 길러둔 미술에의 조예와 경륜이 깊었을 리 없다. 뒤늦게야 미술과 미술관의 물정을 파고들었을 텐데, 평소의 공부 습성을 기반으로 실력을 키웠던 것 같다. 즉 출발은 다소 무모했지만, 이후의 행보는 견고해 뜻을 이루었다.
“회사 다닐 때 즐겨 찾기 시작한 곳이 미술관이었다.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곳으로 미술관보다 나은 게 없다는 걸 알고 더 자주 미술관을 다녔다. 이게 미술관을 개관하게 된 동인이다. 남들도 나처럼 위안받기를 바라며. 그게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미술관을 만든 것이다.”
건물 설계시 모델로 삼은 곳이 있나?
“건축을 구상하기 전에 100여 권의 건축 관련 책부터 읽었다. 그러고 내린 결론이 안도 다다오(노출콘크리트와 자연 채광을 건축에 끌어들인 일본 건축가)의 기법을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특히 안도 다다오가 나오시마 섬에 지은 지중미술관을 보고 착상한 게 좀 있었다.”
입지의 자연 풍광이 빼어나다. 서울 도심이 지척인데 깊은 맛을 주고.
“미술 작품과 산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다들 강렬한 인상을 받는 것 같더라. ‘높고 외진 곳에 관람객이 오기나 하겠어?’ 처음에 숱하게 들었던 얘기가 그랬다. 그러나 기우에 가까운 소리였다. 적다고만 할 수 없는 관람객들이 찾아오니까.”
명산 인왕산 기슭인 데다 북한산과 북악산이 전면에 펼쳐져 수려하다. 덕분에 전시 작품은 뒷전이고 풍광에 더 관심 갖는 이들이 많을지도.
“작품으로 다 채우지 못한 갈증을 자연경관으로 보충할 수 있어 양수겸장이라 봐야 하겠지. 재미있는 건 이곳의 풍수 여건이다. 절묘한 터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실제 인왕산은 애니미즘의 센터였다. 이에 착안해 샤머니즘을 주제로 기획전을 펼친 적도 있다. 그러나 샤머니즘에 깊은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자연의 물상을 신앙으로 바라보는 건 성향에 맞지 않아서.”
그럼 당신에게 자연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위대한 예술 작품으로 느껴진다. 사람이 만든 미술 작품이 제아무리 걸작이라도 자연을 넘어설 수 있겠나? 인간의 예술이냐 자연이냐, 그 우월성을 논하는 경우도 있지만 난 웃고 만다.”
전시 작가 선정엔 어떤 기준을 두나?
“개성적인 자기 세계를, 실험적 표현 기법과 형식을 구현하는 작가를 우선시한다. 콜라주 작가나 여성주의 작가, 퍼포먼스를 하는 작가들도 선호한다. 일단 배제하는 건 상업주의에 물든 작가다.”
배고픈 작가가 태반이다. 사립미술관들도 형편이 열악하다. 영혼까지 팔아서야 안 되겠지만, 예술도 장사가 돼야 지속 가능한 게 아닐까?
“사립미술관만 말하자면, 영리를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실엔 딜레마가 있다. 사립미술관이야말로 ‘적자 창고’니까. 기부 문화의 확산으로 문제를 푸는 게 가장 정당한 해법이다. 요원하지만.”
그는 요즘 한국 최초의 여성 화가 나혜석 연구에 한창이다. 나혜석 기획전을 준비하는 것. 남도의 섬에 미술관을 꾸릴 구상도 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적립금이 4년 뒤인 2026년 고갈되고 2070년도에는 76조 7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추계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6년이면 적립금이 고갈된다.
또한 2030년에는 3조 8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2040년에는 23조 2000억 원으로 적자 폭이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이어 2050년에는 47조 6000억 원, 2060년에는 63조 4000억 원, 2070년에는 76조 7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만 65세 이상 또는 만 65세 미만이나 노인성 질환이 있어 혼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보험료 인상, 코로나19로 인한 이용 감소 등으로 2020년 569억 원, 2021년 9746억 원, 올해 1~6월 1조8401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내년부터 적자를 기록하며, 2026년에는 적립금 1조 7408억 원(2021년 기준)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적자 발생의 원인은 급속한 고령화에서 찾을 수 있다. 고령화에 따라 2017년 이후 보험료가 인상됐으나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추계 자료에 따르면 고령인구(65세 이상)가 2020년 1004만 명에서 2070년에는 2569만 명으로 2.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생산가능인구(15세~64세)는 2020년 3737만 명에서 2070년 1736만 명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급여대상자는 더욱 많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 10년간 장기요양보험 급여 적용 대상자 수가 2013년 37만 명에서 지난 6월 97만 명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특히, 요양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장기요양보험 지출 규모 확대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그동안 정부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장기요양지출을 가입자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료 상승률을 살펴보면 2018년 12.67%, 2019년 15.31%, 2020년 20.45%, 2021년 12.39%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동결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종성 의원은 “월 20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내는 직장인이 2017년 약 1만 3100원의 장기요양보험료를 냈는데 지난해에는 2만 3000원으로 4년 만에 약 2배로 올랐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발생하는 재정문제를 가입자에게만 감당하도록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며 “장기요양보험이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한 노인들을 위한 정책인 만큼 국가지원을 더욱 확대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생전 수집한 미술품 2만 3000여 점을 국립기관과 지자체 미술관에 기증했다. 지정 문화재를 비롯한 고미술품과 세계적인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 작가의 근대미술 작품이 총집합한 ‘이건희 컬렉션’은 공개와 동시에 미술 애호가는 물론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으로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백자 청화 매죽문 항아리’(국보 제219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등 지정 문화재만 60건이다. 파블로 피카소, 클라우드 모네, 마크 로스코,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해외 유명 예술가들의 역작도 포함돼 있다. 가히 세계적인 수준의 ‘이건희 컬렉션’ 기증 후 ‘문화재·미술품 물납제도’(미술품 물납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술품 물납제도는 미술품이나 문화재로 상속세, 재산세를 현금 대신 납부하는 제도를 말한다.
미술품 물납 2023년부터 시행
미술품 물납제도 도입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2020년 전성우 전 간송미술관 이사장이 세상을 뜬 후, 유족은 보물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을 경매에 내놓았다. 문화재 보존에 따른 누적 적자와 막대한 상속세 부담이 이유였다. 간송미술관은 일제강점기에 사재를 털어 문화재 보존에 애썼던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한국 최초 사립박물관이라 충격은 더욱 컸다.
오랜 논의 끝에 상속세법 개편을 통해 상속세를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대신 납부하는 물납 특례가 마련됐다. 2023년 1월 1일 상속세 개시분부터 적용 시행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현금으로 상속세 납부가 어려운 상황이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물납제도를 뒀다. 앞으로는 상속받은 미술품 또는 문화재의 가치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대신할 수 있다. 물납 신청은 상속받은 미술품의 상속세액이 2000만 원을 넘어야 한다. 또한 역사적·학술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와 미술품에 한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여야 한다. 가치가 부족하다고 판단돼 국고 손실이 우려되는 작품은 제외될 수 있다.
다만 아직 걸음마 단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미술협회·한국박물관협회 등 문화계 단체와 인사들은 숙원 사업을 청산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술품 물납제도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경매를 통해 해외로 유출되는 비극을 방지하고, 공공 자산화로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확대하는 데 큰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의 미술품 물납제도는 해외에 비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문화재나 미술품 상속으로 인해 부과된 상속세 외의 다른 재산(금융, 부동산) 상속에 대한 세금은 미술품으로 물납할 수 없다. 미술품 상속에 의해 발생한 상속세로만 미술품 물납을 한정했다는 의미다. 문화재나 미술품을 향후 물납에 충당할 수 있는 재산의 범위에 포함시킬지는 결정된 바가 없다.
지난해 8월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세금으로 받는 물납의 문제점 분석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미술품에 대한 객관적 가치 평가가 어렵고, 명확한 가치가 있다 하더라도 거래 성사가 불확실해 현금화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문화재 및 미술품 물납 대상 여부 및 가치 평가 등을 전문적·중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물납심의위원회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두도록 하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편 1968년부터 미술품 물납제도를 시행한 프랑스는 물납의 적용 범위를 보다 넓게 허용한다. 상속세뿐 아니라 증여세와 재산세를 예술 작품, 역사적 수집품, 주요 문서 등으로 납부할 수 있게 했다. 현대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유족은 상속세를 돈이 아닌 그의 작품으로 대신했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파리에 피카소 박물관을 열고 해당 작품들을 공개한 바 있다.
이건희 소장품 살짝 엿보기
최근 일본 내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일본 노인시설의 40%가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NHK에 따르면 노인 시설의 운영비용이 높아져 문제가 되고 있다. 전국유료노인홈협회가 유료노인홈(요양서비스가 있는 고령자주택) 법인 중 13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중 45%가 “이용료를 인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가격을 올리고자 하는 항목은 식비(63%), 수도광열비(46%), 관리비(42%) 순이었다.
조사에 응답한 사업자는 식재료의 가격 상승으로 위탁 업체로부터 비용 인상을 요청받았다거나, 전기요금이 두 배로 올랐다는 등을 이용료 인상 이유로 꼽았다. 수도, 전기, 가스와 같은 관리요금부터 비누나 종이컵 같은 비품까지 모든 측면에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
유료노인홈은 재활서비스가 있으므로 시설의 특성상 이용자가 넘어지지 않도록 바닥에 조명을 꼭 켜두어야 하고, 재활 후 열사병을 막기 위해 에어컨을 항상 틀어둬야 한다. 올해 1월~4월까지 4개월간 수도광열비는 월 40만 엔(약 380만 원) 가까이 증가했다. 4개월이면 120만 엔(약 1141만 원)이 오른 셈이다.
데이케어 서비스를 위한 차량의 휘발유 비용도 같은 기간 12만 엔(약 115만 원)이 늘었다.
전국유료노인홈협회 마츠모토 미츠키(松本光紀) 사업추진부장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업자도 이용자를 위해 가격을 올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가격이 오른 적이 없어 요금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노인보호시설들은 국가의 개호보험제도를 기초로 요금을 설정하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자유롭지는 않다.
사실상 시설에서는 단기여도 좋으니 정부의 지원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용자가 부담하는 가격을 인상하는 건 이용자에게도, 시설에도 부담이기 때문.
실제로 유료노인홈에 입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비용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산에이(三栄) 광고사가 50세~79세의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시니어 1200명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62.4%는 “입주 후 매월 내야하는 비용”을 가장 크게 고려했으며, 59.9%는 “입주할 때 내야 하는 비용”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타카노 타츠아키(高野龍昭) 도요대학(東洋大学) 교수는 “고령자 시설은 개호보험제도에 따라 보수가 낮게 책정돼 엄격한 경영을 하고 있는데, 물가가 오르면 적자 상태로 운영하거나 경영을 계속 할 수 없게 된다”면서 “공적 지원이 없다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고령자가 나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삶의 허무를 피할 길이 있으랴. 유한한 시간 속에서 허둥대다 종착역에선 결국 땅에 묻혀 한 줌 거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타성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건 바보짓의 최고봉일 테다. 서울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전경(58, ‘583양조장’ 대표)은 타성에 젖어 시들어가는 자신의 내부를 거울처럼 들여다보고 귀농을 결행했다. 귀농으로 자신을 건져 올리고 싶어서였다. 밥은 무엇으로 벌고?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따개비처럼 지겹게 들러붙는 게 밥벌이 문제인데, 그는 이걸 술로 풀기로 했다.
전경에겐 술을 밤새도록 마시는 버릇이 있다. 가령 약간 요상한 주류협회가 있어 두주불사를 취미로 삼은 그의 공로를 인정, 금일봉이라도 화끈하게 보내준다면 얼마나 재미있으랴. 그러나 이런 식의 해프닝은 당최 벌어지지 않으며, 삶이란 그런 점에서도 무료하다. 여하튼 그는 술로 생계 문제를 풀기로 했다. 수제 맥주 양조장을 차린 것이다.
귀농 이전에 전경은 각지를 돌아다니며 몸과 마음을 둘 지역을 물색했다. 결국 이곳 전북 장수군 장계면의 오지마을을 찾아내고 쾌재를 불렀단다. 제2의 고향으로 삼기에 아무런 손색이 없는 환경이어서. 장수군은 무엇보다 산 좋고 물 좋은 걸로 한가락 하는 곳이니 말이다. 2016년에 귀농한 그는 한동안 귀농학교에 다니며 농촌과 농업의 물정부터 익혔다. 막연하나마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두었던 맥주 양조의 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었다.
일단 지역 여건은 수제 맥주를 만들기에 적격이라 봤다. 물은 맥주의 품질을 좌우하는 기본 요소의 하나. 그런데 이 마을의 물은 그지없이 맑디맑은 게 아닌가. 그러나 태생적 순결을 그대로 보유한 좋은 물로 좋은 맥주를 만들지라도 판매엔 그지없이 불리한 환경이다. 수제 맥주를 맛보기 위해 첩첩산중 오지까지 찾아올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나? 보이느니 산이요, 들리느니 새소리뿐이다. 물방개처럼 나대는 차량으로 홍수를 이룬 도시와 영 달라 네 바퀴 달린 물건을 좀체 보기조차 어려운 산골이다.
그럼에도 맥주 판매는 물론 피자며 파스타 등을 파는 펍(Pup)까지 보태 사업에 열을 낸다. 아마도 그는 암암리에 돈키호테의 피 한 방울을 받았거나, 세상 어느 상점에서 사온 것인지 모를 모험심에 충만한 사람?
“이곳은 무슨 대단한 관광지가 인근에 형성되지도 않았고, 재미있는 이벤트가 펼쳐지는 지역도 아니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장사가 될 위치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여건의 단점을 장점으로 살릴 수 있다고 봤다. 온전한 자연 풍경이 있는 ‘깡촌’의 수제 맥주 양조장! 이게 콘셉트다. 국내 최고 오지에 있는 아주 작은 맥주 양조장이지만 기죽을 것 없다. 주말이면 손님들이 꽤 많이 찾아오니까.”
전경이 사업장으로 쓰는 건물은 제법 근사하다. 원래 마을의 구판장과 농산물 가공 공장 용도로 지어졌으나 10여 년간 빈 채로 방치된 걸 사들여 리뉴얼했다. 이런 종류의 농촌 건물 매입에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자금이 덜 들고, 이미 인허가가 나 속임수에 당할 여지가 적다는 것. 그는 반년에 걸쳐 건물 청소를 한 뒤 내장과 외장 작업을 했다. 가급적 큰돈을 들이지 않고서. 건물의 절반은 양조 공장, 절반은 식당 공간이다.
수제 맥주와 인생은 닮았다
전경이 영업을 개시한 이래 전력을 다해온 건 당연하게도 수제 맥주의 품질 부문이다. 맥주는 발효 방식에 따라 라거(Lager)와 에일(Ale)로 나뉜다. 라거를 마시면 탄산 성분이 많아 시원한 맛을 내기 때문에 목으로 술을 털어 부은 뒤엔 캬! 소리가 난다. 대기업이 생산하는 카스나 하이트 등 대중에게 익숙한 기성 맥주들이 라거다. 에일은 수제 맥주의 다른 이름이다. 라거와 달리 향이 좋은 대신 좀 쓰고 묵직한 맛이 난다. 독창성과 장인정신으로 승부하는 게 수제 맥주의 특징이다. 전경이 생각하기에 라거 맥주가 온실에서 핀 꽃이라면, 수제 맥주는 야생화다.
“발효 기법을 수단으로 삼아 빚어내는 수제 맥주의 매력에는 인생과 비슷한 게 있다. 무엇인가 예측할 수 없는 변수에 따라 술맛이 달라지기 때문이지. 이건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대량 생산되는 일반 맥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다. 계절에 따라, 일기에 따라 전부 다 다른 맛이 나온다.”
수제 맥주 양조 경력이 6년이다. 이쯤이면 노련한 기술을 습득했겠다.
“짧은 경력에 불과하다. 나와 남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수제 맥주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을 뿐이다. 확실한 개성을 드러내는 나만의 인생맥주를 추구하지만 아직 멀었다.”
연주자는 연주를 하며 곧잘 몰아지경을 느낀다고 한다. 나만의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 때에도 희열이 있겠지?
“원하는 맛이 나올 때면 매우 기쁘다. 이럴 때를 나는 ‘별처럼 빛나는 순간’이라 부른다. 아하, 바로 이 맛이야! 그렇게 환호하며.”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초기에 지역 사람들에게 맛을 보여줬더니 쓰다고 하더라. 좋은 향에 놀라는 사람들도 많았다. 수제 맥주를 처음 경험하는 이들은 대체로 강한 인상을 받는 것 같다. 기성 맥주와 달리 살균 처리와 필터링을 하지 않는 수제 맥주의 거칠면서 묵직한 맛에.”
영업이익에 만족하는가?
“처음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오지만 욕심을 부리진 않는다. 사실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그러나 다행히 첫해부터 적자를 보진 않았다. 현재까지 그저 현상 유지를 하는 수준인데, 이 정도로도 만족스럽다. 수익이야 대단한 게 아닐망정,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사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나? 게다가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라 금상첨화다. 때로 내가 지금 매우 사치스러운 취미 생활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인생맥주 만드는 게 인생의 목표
지도를 펼치고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 길을 나섰다가 드디어 하나의 신세계를 발견했나? 그는 만족스럽단다. 비즈니스의 성장과 확산보다 더 소중한 삶의 정서적 수준을 돋우었으니 불만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그는 이미 인생의 아름다운 열매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연극의 1막에서 총알을 장전했다면 3막쯤에선 총을 쏴야 한다. 이왕 사업을 시작했으니 손익분기점을 넘어 상승 그래프를 그린다고 해서 만족도가 낮아질 리 없다. 과욕과 과속은 부질없지만 지체와 안주도 따분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사업의 유지만으로도 흐뭇하다는 그는 현실이 부과하는 족쇄를 모르는 자유로운 영혼일까?
소박한 생활에 자족하는 데에도 내공이 필요하다. 숨찬 질주의 의무를 면제받은 인생은 드문 법이고.
“사실 나 역시 정말 죽어라고 달려왔다. 무슨 힐링을 목적으로 대충 산 게 아니다. 귀농해서 먹고살기가 실로 만만한 일이 아니더라. 귀농 10년도 채우지 못한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낯간지럽지만, 치열하게 살지 않고서는 지속이 가능하지 않은 게 시골 생활이다. 난 귀농 6년 차에 이른 지금에서야 조금 자리매김했을 뿐이다.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 수 있는 초석을 다진 것만 해도 어딘가? 따라서 만족하지 않을 수가 없다.”
채울 만큼 채우고도 더 채우고 싶은 게 인간의 속성인데?
“욕심을 내려놓을수록 좋은 삶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을 지니고 산다. 귀농 생활을 어느 정도 하고 보니 가급적 많이 내려놓는 게 이상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깊어지더군. 세상사 뭐든 녹록지 않지만 충분히 내려놓을 경우엔 문제가 달라진다고 본다.”
어떤 것들을 내려놓아야 하나?
“귀농에 대한 지나친 기대, 요행을 바라는 마음, 정책지원금에 관한 욕심 등 내려놓을 게 한둘이 아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어긋나기 쉬운 게 인생이지만 그마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다. 어긋나는 사이에 비로소 내려놓게 되는 것들도 있으니까.”
땀 흘린 만큼의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흔한 게 시골 생활이다. 그러나 모두가 성공한 귀농 모델이 되기 위해 내달린다. 그 과정에서 삶의 질은 점점 저하된다. 이게 귀농의 경우뿐이던가? 거의 모든 삶이 그렇다. 다들 혈관을 흐르는 아드레날린을 에너지 삼아 성난 말처럼 질주한다. 전경은 이러한 풍속에 제동이 걸려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느 딸기 농가에서 월평균 100만 원쯤의 순소득을 올린다 치자. 그쯤이면 시골에서 허리띠 졸라매고 소박하게 먹고살기에 크게 부족할 게 없다. 도시보다 한결 적은 지출로도 무난한 게 시골 생활이니까. 그러나 딸기 농가는 더 많이 벌기 위해 육체를 혹사시키며 사력을 다한다. 이렇게 되면 삶이 꼬인다. 만족은 점점 멀어지고, 몸은 물론 정신까지 피폐해질 수 있는 거다. 이런 삶이 과연 좋은 걸까? 그런 방식으로 행복을 붙잡을 수 있을까?”
당신은 어떨 때 행복을 느끼지?
“눈 뜬 아침부터 사방으로 들어오는 초록빛 자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지 형언하기 어렵다. 살아 있음에 감사할 수밖에. 텃밭에서 딴 한 해의 첫 상추나 첫 고추를 먹을 때도 벅찬 행복감을 맛본다. 그 첫 상추나 고추가 주는 감동과 닮은 즐거움을 잘 만든 맥주를 통해 고객에게 선사하고 싶다는 게 나의 지향점이고.”
행복의 한 치 뒤에선 또다시 고난이 따라붙기 십상인 게 생활이다. 귀농 이후 가장 어려웠던 건 어떤 점인가?
“스트레스 관리 문제다. 밤새도록 술을 마셔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스타일이지만 외로움에 사로잡히곤 한다. 사업이 부진했더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나마 기본은 하고 있어 다행으로 여긴다. 고민해봤자 안 될 것은 빨리 포기하는 편이기도 하다.”
귀농 실패 사례가 드물지 않다. 만약 벼랑에 몰린다면 어떤 방법으로 벗어나야 한다고 보나?
“만에 하나 내가 실패를 한다면 더 많이 내려놓는 걸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그런데 일에서 실패를 했다고 그게 정말 실패일까? 내가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지 못하는 게 실패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험으로 말하자면 더 내려놓을수록 더 편해지더라. 끝까지 내려놓을 수 없는 다만 한 가지는 맥주 만들기다. 공부를 더해 인생맥주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거!(웃음)”
얘기는 결국 맥주로 돌아간다. 그러하니 술과 더불어 흐르는 나날이다. 이보다 더 즐거운 삶이 있겠나. 술이 있는 한 인생은 봄날이다.
전경이 주는 귀농 Tip
•철저한 귀농 준비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준비가 부실한 귀농은 실패의 첩경이다.
•도시 생활에 쫓겨 허겁지겁 도망치다시피 내려오는 귀농은 극히 위험하다. 농사로 돈벌이를 한다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유념하자.
•과욕과 허영은 미리 다 내려놓고 귀농하자. 그래야 절박한 진정성으로 자신을 채울 수 있다.
•여유자금을 확보하라. 반드시 맞닥뜨리게 마련인 난관을 버틸 힘이 자금력에서 나오기도 하니까.
•부부가 함께 귀농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
•마을 원주민들에겐 붙임성을 발휘하되 처음부터 잘하기보다 끝까지 잘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텃세를 모르고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