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모 씨(57세)는 65세가 되는 8년 후 은퇴할 생각이다. 필요 노후자금을 계산해보니 지금까지 준비한 연금으로 노후에 큰 경제적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좀 더 넉넉한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은행 예적금보다 수익성 높은 투자가 필요하다. 적합한 투자처를 물색하던 류 씨는 TDF(Target Date Fund)라는 용어를 접하고 관련 상담을 요청해왔다.
TDF란?
TDF는 Target Date Fund의 머리글자인데, 타깃 데이트(Target Date)는 ‘목표 시점’이다. 즉 TDF는 ‘목표 시점’을 정해놓은 펀드다. TDF에서 목표 시점은 보통 ‘은퇴 예상 시점’을 말한다.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으로 하는 만큼 TDF는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한다. 현재 시점부터 목표 시점까지 투자자의 생애에 걸쳐 자산 배분이 이루어지는 펀드라는 의미에서 TDF를 ‘생애 주기 펀드’ 또는 ‘라이프사이클 펀드’라고 하기도 한다. TDF는 생애 주기에 맞춰 미리 정한 자산 배분 기준에 따라 펀드 내 자산 비중을 조절한다. TDF는 장기 투자 외에 분산투자가 또 하나의 특징이다. TDF에는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자산을 편입하고 투자 지역도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까지 영역을 넓게 가져간다. TDF는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하는 만큼 초기에는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기대수익이 높은 자산의 비중을 높게 가져간다. 그러다가 목표 시점이 가까울수록 주식 같은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채권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인다.
TDF의 목표 시점, 빈티지
와인 애호가 중에는 와인을 고를 때 해당 와인의 빈티지(Vintaget)를 따지는 사람이 있다.
와인의 빈티지는 그 와인을 만든 포도를 수확한 해를 말한다. 와인업계에서 처음 빈티지를 활용한 목적은 특정 해에 악천후로 인해 포도의 질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와인의 맛이 실망스러울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여하튼 빈티지는 와인이 만들어진 연도, 즉 출생연도라고 할 수 있으며 와인을 고를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TDF에도 빈티지가 있는데, 자신에게 맞는 TDF를 고르기 위해서는 빈티지를 확인해야 한다.
TDF 상품명에는 2015, 2020, 2055와 같은 숫자가 포함되어 있다. 이 숫자가 TDF의 빈티지다. 그럼 TDF의 빈티지도 와인의 빈티지처럼 TDF가 만들어진 해일까? 그렇지 않다. TDF의 빈티지는 타깃 데이트, ‘목표 시점’을 말한다. TDF에 2045라는 숫자가 있다면 이 TDF는 2045년을 ‘목표 시점’(은퇴 예상 시점)으로 생각하는 투자자를 위한 펀드라는 것이다.
자산운용사들은 보통 5년 단위로 새로운 빈티지의 TDF를 출시하고 있는데, 현재 2015년부터 2055년까지의 빈티지를 가진 TDF들이 판매되고 있다. 현재 57세인 류 씨가 8년 후인 65세를 목표 시점으로 한 TDF에 투자하고 싶다면 빈티지가 2030인 TDF를 선택하면 된다. TDF의 빈티지를 쉽게 계산하려면 출생연도(1965년)에 은퇴 예상 연령(65세)를 더하면(2030) 된다.
TDF의 엔진, ‘글라이드 패스’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는 미리 설정되어 있는 비행기의 하강 경로를 말하는데, 일종의 미끄럼대와 같다. TDF는 투자 초기에 위험자산의 비중이 높고 목표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위험자산의 비중이 줄어든다. TDF의 이런 자산 배분 형태가 활주로에 착륙하는 비행기 궤도와 모양이 비슷해서 글라이드 패스라는 명칭을 차용하고 있다.
모든 TDF는 저마다 고유의 글라이드 패스를 갖고 있다. TDF의 펀드매니저들은 글라이드 패스에 따라 전략적 자산 운용을 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전술적으로 편입 자산을 조정한다. 글라이드 패스는 해당 TDF 자산운용사의 운용 철학과 노하우가 담겨 있는 TDF의 핵심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TDF 투자자는 해당 TDF의 글라이드 패스를 보고 향후 자산 배분 전략을 예상한다. TDF 출시 초창기 우리나라 자산운용사들은 글라이드 패스를 해외 자산운용사에 위탁하거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자문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에도 고유의 글라이드 패스를 갖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이 나오고 있다.
퇴직연금을 활용한 TDF 투자
류 씨처럼 직장생활에 바빠서 본인의 투자를 꼼꼼히 챙기지 못하는 사람은 간접투자가 적합하다. 특히 목표 시점이 정해진 재무 목표가 있는 경우에는 TDF를 고려해볼 만하다. TDF는 별도의 상품으로 가입할 수도 있지만, 퇴직연금(DC, IRP) 등 연금계좌를 통해 투자할 수도 있다. 대신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TDF에 투자하려면 주식 비중을 고려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전체 적립금의 70%까지만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주식 비중이 40%가 넘는 혼합형 펀드와 주식형 펀드는 위험자산에 해당한다. TDF는 목표 시점이 먼 경우 대부분 주식 비중이 40%가 넘어 위험자산에 해당한다. 하지만 2018년 9월 ‘적격 TDF’라는 개념이 생겨 퇴직연금 적립금 전액을 TDF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적격 TDF’가 되기 위해서는 펀드 자산 중 주식 비중이 80% 이내여야 하고 목표 시점 이후 주식 비중은 40% 이내여야 한다. ‘적격 TDF’의 요건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적격 TDF 요건
•투자 목표 시점이 다가올수록 위험자산 투자 비중 낮춤
•투자 목표 시점은 펀드 설정일로부터 5년 이후(펀드명에 표시)
•주식투자 한도는 80% 이내, 투자 목표 시점 이후에는 40% 이내
•투자적격등급 외 채권투자 한도는 펀드 총액의 20% 이내, 채권 투자액의 50% 이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이 우수 중소기업의 구인 수요와 청년, 중장년 등의 구직 수요를 연결하고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중기부는 구직·구인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등 구직자와 중소기업 간의 일자리 연결(매칭)을 위해 '22년 기업인력애로센터 활용 취업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기업인력애로센터'는 구직자와 구인 중소기업의 일자리 연결 오류(미스매치) 해소와 맞춤형 인력 양성 및 취업 지원을 위해 중진공 16개 지역 본부가 운영하는 맞춤형 '일자리 연결 체제(일자리 매칭 플랫폼)'이다.
지난해 중기부는 기업인력애로센터를 통해 청년, 중장년 등 다양한 구직자를 대상으로 직무 교육과 취업 상담(컨설팅)을 제공하고, 취업까지 연계해 1630개 사의 중소기업에 3080명이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올해 추진할 사업 첫 번째는 구직자 취업 상담(컨설팅) 및 취업 연결(매칭) 지원이다. 중소기업 취업 희망 구직자를 대상으로 전문 상담사가 취업 상담(컨설팅)을 제공하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의 정책 자금, 수출 등 지원 사업을 통해 발굴된 우수 중소기업의 일자리에 취업까지 지원한다.
두 번째로 대기업의 우수한 교육‧훈련 기반(인프라)를 활용해 청년 구직자에게 직무 교육을 제공하고 협력 중소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중소기업 상생 일자리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올해는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청년이 선호하는 정보 기술(IT), 반도체, 소프트웨어(SW), 생명(바이오) 산업 등 신산업 분야 대‧중소기업 사업단의 참여를 확대해 취업 성과를 제고할 계획이다.
아울러 명장 등 기술·경영 전문가가 구직자에게 현장에 특화된 1:1 현장 코칭과 실습을 집중 지원해 숙련 인력으로 빠르게 안착하도록 돕는다. 이외에도 스마트공장 도입 기업을 중심으로 구직자와 구인 기업 간 '취업 매칭-스마트공장 직무 교육'까지 일괄 지원한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예산을 7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2배로 확대해 더 많은 기업과 구직자가 혜택을 볼 수 있다.
중기부 원영준 기술혁신정책관은 "자금, 수출, 기술 분야 정책 지원 과정에서 발굴한 기업의 구인 수요를 기반으로 구직자를 맞춤 지원하기 때문에 높은 취업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올해는 신규 개통한 '일자리연결체제(일자리매칭플랫폼)'을 활용, 구인·구직 정보에 기반한 인공지능(AI) 추천 매칭 등 취업 지원 기능을 강화해 중소기업과 구직자의 인력 수급 연결 오류(미스매치) 해소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참여를 희망하는 중소벤처기업과 구직자는 중진공 기업인력애로센터 일자리연결체제(일자리매칭플랫폼)(job.kosmes.or.kr)에 가입하거나 전화(1899-3001)로 문의하면 된다.
한국 사회에서는 인맥이 곧 스펙이다. 반면 불편한 인간관계는 걱정근심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인간관계는 채우기만큼 비우기도 중요하다. 인간관계를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법, 그리고 소중한 인간관계를 관리하는 법. 그 속에서 소중한 이들과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전화번호부나 카카오톡 메신저 친구 목록을 훑어보자.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을 속으로 헤아려보자. 그중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초대받지 않은 술자리를 함께해도 당혹스러워하지 않을 사이는 몇 명이나 되는가?
이는 영국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가 제시한 개념 ‘던바의 수’(Dunbar’s Number)의 정의다.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진정한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이며, 모르는 사람들과의 술자리에 동석할 수 있을 만큼 믿음직한 친구의 한계치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150명 중 5~15명은 가까운 친구, 3~5명이 절친한 사이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숫자는 더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오래된 친구가 좋은 친구다’, ‘인맥이 돈이다’ 식의 말이 통하는 세상이다. 연락이 뜸하다 못해 얼굴도 가물가물한 사이지만 막상 연락처를 지우기는 쉽지 않다. 껄끄러운 순간을 만들까봐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며 소모적인 인간관계를 지속해나갈 수도 있다.
책 ‘관계 정리가 힘이다’의 저자 윤선현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는 “100명의 인맥을 맺는 동안 가장 소중한 한 명은 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관계 정리의 달인이 되기 위한 세 가지 훈련 방법 중 하나가 불편한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다. 집 정리의 순서가 정리에서 정돈, 청소이듯, 내 주변의 ‘검은 빨대’ 같은 사람들을 정리해야 한다. 검은 빨대란 시간, 사람, 평판, 돈,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불편한 관계를 정리하는 일은 곧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나 다름없다. 삶의 가치관이 맞지 않거나 타인의 시간과 돈, 감정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은 과감히 잘라내야 한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좋은 친구라고 으레 생각하지만 이 역시 마냥 맞는 말은 아니다.
윤 대표가 추천하는 가장 좋은 관계 정리법은 빛이 바래도록 자연스럽게 두기다. 관계의 끈이 서서히 옅어지게 두면 특별히 거절하거나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아도 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 어색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더라도 이를 참아내야 비로소 자유와 평화를 만끽할 수 있다.
새해에는 연락처를 지울 용기도 가져보자. 윤 대표는 “일단 삭제할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환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 추후에 전화가 걸려왔을 때 누구인지 모르고 받게 될까봐 걱정이라면 휴대폰을 잃어버려 전화번호가 삭제됐다는 핑계를 대거나, 주소록 이름에 아예 받지 말라고 저장해두면 된다. 책 ‘1일 1정리’를 펴낸 정리 트레이너 심지은 씨는 책 말미에 정리 미션 53개를 소개했다. ‘불필요한 명함 버리기’, ‘내 장례식 참석자 명단 만들기’ 등의인간관계 정리 미션이 해봄직하다.
정리가 끝났다면 남은 소중한 인맥에 시간과 정성을 쏟을 차례다. ‘1일 1정리’에 따르면 소중한 인맥, VIP란 만나면 기분 좋고 설레는 사람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관심 표현하는 일을 어려워해서는 안 된다. 정리 전문가들은 휴대폰 주소록에 VIP 인맥 리스트를 만들면 큰 노력 들이지 않고도 그들을 챙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관심사를 기록해두고, 짬 날 때 안부 메시지를 보내거나 짧은 전화 통화를 하는 걸로도 충분하다.
정리 이후의 삶에 대해 심지은 씨는 “무엇이 나에게 소중하고 필요한지 숙고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이러한 과정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했으며, 한층 더 나를 잘 이해하게 만들었다”고 적었다. 맺고 시작하기 좋은 시간이다. 오늘부터 나를 위한 인간관계 정리를 시작해보자.
자리 한번 잘 잡았다. 나지막한 야산이 품을 벌려 농장을 보듬은 형국이다. 둥지처럼 안온한 터다. 보이는 건 숲 아니면 하늘이다. 밤이면 부엉이가 악곡을 연주한단다.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의 변두리, 절묘하게 살짝 후미진 곳에 있는 자그만 농원이다. 정해정(62, ‘이레새싹삼’ 대표)은 이곳에서 새싹삼을 생산한다. 그의 귀농 이력은 특이하다. 이곳이 두 번째 귀농지니까. 첫 번째 귀농지에서는 거의 실패에 가까운 고난에 봉착해 ‘탈출’했다.
첫 번째 귀농은 2016년, 충남 천안의 산골짝으로 들어가 시작했다. 산 좋고 물 맑은 산촌이었던 모양이다. 거기서 그는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살았다고 한다. 내릴 것 내려놓고, 버릴 것 버리고 담백하게 살았다. 정직한 농사로 부부가 먹고살 만한 정도의 돈을 벌며 자족하고 싶었던 거다. 특별할 것 없는 이 계획과 희망은 차질 없이 실현되는 듯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빙벽을 만났다. 원주민의 횡포를 넘어서지 못했던 것이다.
원주민과 좋은 관계 맺기. 이는 흔히 귀농 생활 수칙 제1조에 꼽힌다. 불화가 깊어지면 마침내 짐을 싸 철수할 수밖에 없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문제의 원인은 원주민의 말도 안 되는 텃세에 있는가 하면, 귀농인의 돌처럼 아둔한 처신에도 있다. 여하튼 귀농을 했다면 일단 원주민과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에 공을 들이라는 충고는 비처럼 쏟아진다. 정해정도 이를 유념해 공을 들였다. 따라서 주민 대다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도시든 시골이든 사람 사는 곳 어디나 ‘삐딱이’들이 있는 법. 그는 몇몇 주민들이 은근히 행사하는 텃세에는 대범하게 자세를 낮춰 무마해나갔다. 그러나 도무지 기초상식이 통하지 않는 ‘강적’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트랙터를 몰고 마을 안길을 지나가다 어느 할아버지 댁의 헛간 모서리를 조금 망가뜨렸다. 당연하게도 수리를 해 원상복구를 해드렸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요구가 지나쳤다. 배상비를 별도로 내놓으라는 거였지. 옥신각신이 있었지만 결국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수리 비용은 50여만 원에 불과했지만 총 500만 원 정도 들어갔다.”
원상복구를 해주면 그만일 텐데 할아버지는 왜 배상비까지 요구했을까?
“평소에도 그분과 어려운 관계였다. 외지인을 배척하는 감정이 강한 할아버지였던 것 같다. 내가 원주민이었다면 배상비를 요구했겠나? 그렇다고 노인을 미워해서는 안 되지만 좋은 감정이 없어지더라. 귀농인을 불편한 이방인으로 여기는 일부 주민들의 심리를 확연히 깨닫게 된 계기였으며, 우리 부부가 인정받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엄습했다.”
주민과 어울리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면은 없었나?
“딴엔 최선을 다했다. 마을 발전기금을 냈고, 잔치를 벌여 신고식도 했다. 좋은 출발이었으며, 좋은 앞날을 예감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뭐든 나누며 살자는 평소의 신념으로 마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한계를 깨달았다. 이곳은 우리가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 거지. 떠날 수밖에 없었다.”
산야의 풀로 잃었던 건강 되찾아
결국 귀농 1년 만에 그는 철수를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 3년을 더 눌러앉아 살았다. 그러고자 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발이 묶였다. 이건 어인 일인가?
“집과 땅부터 서둘러 매물로 내놓았으나 도무지 팔리지 않더라.(웃음)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가격을 낮춰 내놓으면 되지 않나?
“애초 가격의 반으로 내려도 소용없더라고. 매물을 보러 드나든 사람들이 30여 명이나 됐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만 3년이 돼서야 어떤 회사 사장이 수련원을 짓겠다고 매수해 드디어 뜻을 이루었다. 떠날 수 있게 됐으니까.”
무슨 그런 요상한 일이 다 있나?(웃음) 감옥 생활 비슷하지 않았을까? 원치 않는 곳에 발목 잡혀 3년을 더 살다니….
“억울하진 않았다. 인생사, 나무를 보지 않고 숲을 보면 고통도 별거 아니다. 천안 산골에서의 4년여 동안 사실 큰 걸 얻었다.”
무엇을?
“건강을 얻었다. 도시에 살 때 부부의 상태가 아주 나빴다. 나에겐 심한 위장병과 비형간염이, 아내에겐 갑상선항진증과 빈혈, 가슴에 혹이 있었다. 우리는 산골로 귀농해서 건강을 회복하고 싶었다. 그게 귀농의 한 동기였는데 목적을 이루었다.”
자연이 유능한 의사였나? 산골에서 난치병을 고친 귀농인이 드물지 않더라.
“가령 봄이면 새벽부터 산에 올라 산야초를 배낭 한가득 얻어왔다. 산야초가 사람을 살린다는 말, 정말 맞다. 매우 빠른 속도로 부부의 건강이 좋아진 게 산야의 풀을 많이 먹은 덕인 거 같다.”
풀만 먹고 살 수는 없었을 테지. 돈은 무슨 수로 벌었나?
“귀농 전부터 공부하며 구상해둔 게 산약초 재배였다. 마을 주민들과 공동으로 산속에 ‘산약초 공원’을 만들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길을 찾자는 계획이었지. 그래 명이나물, 땅두릅, 고사리, 도라지, 제충국 등 갖가지 약초와 나물류를 가꾸었다. 그러나 포기했다. 야생풀들을 제거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였다. 주민들이 뭉쳐지지 않아 공동사업도 무위로 돌아갔고.”
부부가 역할 분담해 마케팅 나서
정해정은 목사다. 정확하게 말하면 전직 목사다. 도시에서 20여 년간 개척교회를 이끌었던 그가 귀농을 결행한 건 ‘삶을 바꾸고 싶다’는 욕구에 추동되어서였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어라, 이건 아니잖아? 나, 이렇게 살고 싶었던 건 아니잖아? 그런 회의와 통찰이 방문해 나를 아프게 돌아보게 하는 게 인생이라는 드라마인데, 정해정은 하나의 반전을 연출했던 것이다. 목사로서 그는 일단 할 일을 할 만큼 했다고 결산했다. 20년간의 목회활동이면 졸업을 해도 무방하다 봤던 것 같다.
한편 졸업은커녕 자신에게 스스로 중퇴 명령서를 발부한 측면도 있다. 개척교회 목사란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차가운 광야에 몸과 마음을 쏟아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존재일 텐데, 그는 이 점에서 떳떳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했다. 매양 궁하다 보니 돈에 관심이 쏠리더라는 것.
“교회와 목회자의 역할은 사회봉사에 있다. 그런데 자주 한계를 느꼈다. 심지어 성도들의 주머니에 관심을 갖게 되더군. 이런 나를 감히 목사라 할 수 있겠나? 과감하게 정리했다. 이젠 내가 하고 싶었던 걸 하자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예전부터 바랐던 건 시골 생활과 농사였다. 귀농이 대안이었던 거다.”
정직한 눈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용기로 삶의 방향을 쇄신했다. 중도에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지도를 놓고 가야 할 좌표를 읽어 새로운 항해에 나섰다. 교회 안의 예수에게 매달려 도움을 청하기보다 내 안의 예수를 돋우어 길을 나선 셈이겠다. 이 진취적인 사람은 임야를 사들여 개간하는 것으로 숙원이었던 귀농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첫 시도였던 산약초 재배에선 쓴맛을 봤다. 이후 주력한 작목은 새싹삼. 새싹삼이란 인삼의 새싹을 먹을 용도로 재배하는 아주 어린 인삼이다. 묘삼을 심어 보름 내지 한 달 만에 수확한다. 어린 삼 이파리엔 5, 6년생 인삼 뿌리보다 사포닌 성분이 6배 이상 함유됐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이에 힘입어 약초 시장의 신예로 데뷔한 게 새싹삼이다. 그는 천안 산촌에서 약 4년간 새싹삼에 매달렸다. 작년에 찾아든 두 번째 귀농지인 현재의 터에서도 새싹삼을 기른다. 그의 농사는 순항할까?
“내 생각에 새싹삼 재배는 상당히 이상적이다. 재배 과정이 수월해 가혹한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계절 내내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재배사 안에서 일하기 때문에 더위와 추위를 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우리는 30평 규모의 재배사를 운영한다. 매우 작은 규모지만 연중 일정한 소득이 발생해 만족할 만하다.”
소득액은 얼마나 되나?
“지난 5년여 동안 연간 매출 6000만 원에서 8000만 원 정도를 올렸다. 이 농사엔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인데, 순소득 비율은 40% 정도다.”
월평균 250만 원쯤? 귀농인들의 일반적인 현실에 비할 때 나쁘지 않은 실적인 것 같다. 내가 취재한 귀농인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태반이 적자 구조에 허덕였다. 귀농이야말로 고행 장정임에 놀라웠다.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해도 먹고살기 힘든 게 농사다. 귀농은 신중하게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특히 시니어가 경솔하게 귀농을 했다가는 수렁에 빠질 확률이 높다.”
누가 귀농해 새싹삼 농사를 하겠다고 하면 어떤 충고를 하고 싶나?
“자주 상담 요청을 받는다. 이미 새싹삼 농사에 뛰어든 사람에겐 나의 경험에 바탕을 둔 컨설팅을 해준다. 그러나 이제 시작하려는 이에겐 하지 말라 말린다. 막차에 올라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새싹삼이 아니더라도 귀농은 실로 난해한 길이다. 돈벌이가 목적이라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하다.”
인생을 허비하지 않고 자족할 수 있는 귀농 생활의 관건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소소한 소득이나마 안정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부부가 분업을 하는 게 좋겠다. 어떤 작물이든 생산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판로다. 우리는 분업으로 길을 모색했다. 나는 오프라인에서, 아내는 온라인에서 마케팅 활동을 했다. 적은 소득에 만족할 수 있는 마음도 귀농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지닌 것 없이 귀농한 나에겐 빚도 많다. 그러나 아내와 사랑을 키우며 불안감 없이 지낸다. 소득이야 부진하지만 마음의 여유는 가지고 산다.”
매사가 이상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게 귀농이다. 작물의 비위를 맞추는 일만이 능사는 아니다. 농사에 현명한 최선을 다하되 날뛰는 욕망일랑 지그시 누르고 돌아오는 대가에 긍정하는 배짱, 순응. 이게 귀농으로 삶을 확장하는 방법이라는 게 정해정의 귀띔이다.
정해정 씨가 주는 귀촌 Tip
•TV 방송에 나오는 귀농 성공담을곧이곧대로 믿지 말자.
•부부 협력이 중요하다. 자리가 잡힐 때까지 한 사람은 농사를, 한 사람은 취업해 수입을 보충하는 방법도 슬기롭다.
•너무 외진 곳은 피하라. 나중에 팔고 나오기 힘들다.
•귀농 후보지를 정했다면 셋집을 얻어 1년 정도 미리 살아보자. 농사 경험도 익히고 마을의 풍토를 파악하기 위해.
•귀농인은 없고 원주민만 있는 마을은 피하는 게 좋다.
•가급적 마을 복판이 아닌 변두리에 터를 잡자.
•귀농 정책자금을 면밀히 파악해 적극 활용하자.
고용노동부가 초고령 사회에 대응해 고령자 고용을 적극 지원하는 2022년 정책을 지난달 31일 밝혔다. '고령자 고용지원금 제도'와 '중장년 새출발 크레딧'이 신설됐다.
먼저 지난 1일 시행된 '고령자 고용지원금 제도'는 고령자의 적극적 노동 시장 참여를 통한 고용 안정을 위해 마련됐다. 만 60세 이상 근로자의 수가 증가한 중소 및 중견 기업에게 고용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신청 조건은 지원금을 신청하는 분기의 월 평균 고령자 수가 신청 직전 분기 이전 3년 간 월 평균 고령자 수보다 증가한 기업이다. 만 60세 이상의 근로자는 무기 계약 또는 고용 기간이 1년을 초과해야 한다.
이 제도는 1인 당 30만원을, 총 2년 간 지원한다. 기업은 월 평균 피보험자 수의 30% 이내에서 최대 30명까지 신청 가능하다. 최대 7200만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월 평균 피보험자 수가 10명 이하면 최대 3명까지 지원 받을 수 있다. 대기업,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은 제외된다.
사업주는 분기별로 지원금 신청서를 작성해 해당 분기의 다음 달 관할 고용 센터에 방문 또는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고용보험 누리집을 통한 온라인 신청도 가능하다.
'중장년 새출발 크레딧'도 신설됐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생애 주기별 일자리의 이동이 잦아지면서, 평생 고용 준비를 위한 경력 진단 및 설계를 위해 마련된 제도다.
중장년 새출발 크레딧은 만 45~54세의 중소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다. 대기업은 2020년 5월부터 퇴직 예정자에 대한 재취업 서비스 제공이 의무화 됐으나, 중소기업은 제외돼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경력 설계를 희망하는 중소기업 재직자의 경우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통해 10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 민간 컨설팅 기관에서 제공하는 경력 진단, 재취업 분야 상담, 취업 희망 업종의 현직자 그룹 컨설팅 등에 사용 가능하다. 상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 정 씨는 먼저 퇴직한 선배들을 만나 퇴직 후 삶과 노후 자산관리에 대한 이런저런 조언을 듣고 있다. 최근 선배들로부터 퇴직 후 소득의 종류와 재산 규모에 따라국민건강보험료 부과 체계가 다르다는 것과 2022년 7월부터 보험료 부과 방식이 바뀐다는 말을 들은 정 씨는 퇴직 후 자산관리와 관련된 국민건강보험료 부과 체계에 대한 내용을 알고자 상담을 요청해왔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한다. 현재 정 씨는 직장가입자로 월급(보수월액)의 일정 부분(6.86%)을 회사와 반반(3.43%)씩 부담하여 국민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만약 정 씨가 회사에서 근로소득만 받는 직장가입자라면 보수월액에 대한 보험료만 납부한다. 정 씨가 퇴직 후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인 다른 가족의 피부양자가 되는 것인데, 피부양자는 별도의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정 씨가 퇴직 후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는 큰아들의 피부양자가 되려면 다음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는 소득 요건과 재산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먼저 피부양자의 소득 요건부터 알아보자. 일단 사업자등록증이 없어야 한다. 사업자등록증이 있으면 소득 유무와 상관없이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사업자등록증이 없더라도 프리랜서 등으로 사업소득 금액이 500만 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사업소득 금액이 500만 원 이하이더라도 이자, 배당, 사업, 근로, 연금, 기타소득 중 종합과세되는 소득의 합이 연간 3400만 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다만, 금융소득(이자 및 배당소득)은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금융소득은 15.4%의 원천징수 세율로 분리과세된다. 종합소득세 계산 시 분리과세되는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종합과세된다.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조건을 따질 때는 기준금액이 더 낮아진다. 2000년 11월부터는 다른 소득이 없더라도 금융소득(이자 및 배당소득)이 연간 1000만 원을 초과하면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연간 1000만 원 이하의 금융소득은 피부양자 조건을 따지는 소득 요건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금융소득이 999만 원이고 금융소득 외 종합과세되는 소득의 합계가 3400만 원 이하이면 재산 요건 충족 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 관련해서는 연간 금융소득 1000만 원에 유의해야 한다.
정 씨는 금융소득이 1000만 원이 되기 위해서는 수익률 연 2%로 가정하면 원천자산이 50억 원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매년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중도 해지나 만기 때 일괄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장기 금융상품의 경우에는 이자가 한 번에 발생한다. 대표적인 예가 연금보험 및 저축성 보험이다. 보험 상품은 계약 후 10년 이상 유지하면 보험차익(=이자소득)을 비과세한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인 경우에는 보험 해약 시 반드시 계약 유지 기간을 점검해야 한다. 연말 정산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8년 전 보험사에 연금저축보험을 가입한 정 씨의 경우를 보자. 만약 정 씨가 이 상품을 내년에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찾고, 다른 원천징수되는 금융소득과 합산하여 1000만 원이 넘을 경우 피부양자가 될 수 없을까? 아니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연금저축의 경우 그 상품이 보험이든 펀드든 신탁이든 상관없이 일시금으로 수령할 때 원금과 수익금 전액에 대해 16.5%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된다. 그리고 연금저축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연금소득에 해당하는데,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소득 요건을 따지는 연금소득에는 공적연금의 연금소득은 포함하지만 사적연금의 연금소득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 계산 방식
정 씨가 퇴직 후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되어야 한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최저보험료 1만 4380원을 적용한 후 재산과 자동차의 합산 점수에 ‘보험료 부과점수(2021년 201.5원)’를 적용하고, 소득이 100만 원 초과할 경우에는 소득과 재산 그리고 자동차 점수를 합산한 후 보험료 부과점수를 적용한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점수는 종합과세되는 이자 및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을 합산하여 97등급으로 나누는데, 원천징수되는 이자 및 배당소득을 합한 금융소득이 10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합산되는 소득에 포함하지 않는다. 근로소득과 연금소득의 경우에는 소득의 30%만 보험료 부과 대상으로 한다. 2022년 7월 이후에는 소득반영비율이 50%로 인상된다.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소득 요건과 마찬가지로 연금소득은 공적연금 소득은 포함하지만 사적연금 소득은 포함하지 않는다. 재산점수는 주택, 건물, 토지, 선박, 항공기, 전월세를 합산하여 60등급, 그리고 자동차는 차종, 배기량, 사용연수를 고려하여 11등급으로 구분한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 방식을 표로 정리하면 위와 같다.
국민건강보험료 절약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정 씨는 선배들로부터 국민건강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는 퇴직 후 재취업을 하여 직장가입자가 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요건만 따지는 데, 보수 외 소득이 연간 3400만 원을 초과하면 초과되는 소득에 대해 보험료율(2021년 6.86%)을 적용하여 추가로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를 ‘소득월액 보험료’라고 한다. ‘소득월액 보험료’에 적용되는 소득 기준은 지역가입자의 ‘소득점수’ 기준과 같다. 직장가입자의 보수 외 소득 기준도 2022년 7월에 2000만 원으로 낮아진다.
정 씨가 퇴직 후 국민건강보험료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득금액 기준을 확인한 후 소득의 규모와 이자 등의 발생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
금융소득이 비과세되는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융소득이 비과세되는 금융상품은 10년 이상 유지한 저축성 보험(일시납일 경우 1억 원 이하의 보험, 1억 원을 초과할 경우 전액 과세 대상이 됨), 조합원 출자금(1000만 원 한도), 조합원 예탁금(3000만 원 한도), ISA(연간 2000만 원), 연금저축계좌(연간 1800만 원 한도) 등이 있다.
12월을 앞두고 영하권 추위가 일찍 시작됐다. 지난 23일 서울 아침 기온은 –3.7도로, 체감온도는 –6.8도까지 떨어졌다. 올겨울은 적도 부근 동태평양 수온이 예년보다 낮은 ‘라니냐’ 발생에 북극 한파까지 겹쳐 추위가 예년보다 심할 것이라는 기상청 전망이 나왔다.
강력한 한파가 예상되는 만큼 겨울 채비가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매서운 추위에도 따뜻함은 유지하되 난방비 폭탄을 막고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는 현명한 절약법을 알아본다.
보일러 가동 전 점검 및 청소하기
보일러가 낡고 오래될수록 단열효과가 떨어져 난방비가 많이 나온다. 따라서 열 손실 최소화하고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 난방을 시작하기 전 보일러를 점검하고 청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보일러 내부 점검 과정에는 주의해야 할 요소들이 많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혼자서도 가능하다.
보일러를 열어 부식된 부품이 있는지 확인하고 누수 여부, 난방 배관에 녹물이 있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보일러와 수도관 연결 부위의 누수가 없는지를 확인할 때에는 세제 등 거품이 일어날 수 있는 물질을 분무한 후 거품이 생기지 않는지 확인하면 된다.
연료 연소로 인해 쌓인 이물질은 보일러의 열효율을 떨어뜨리는 큰 원인이 되므로 보일러 내부 청소는 정기적으로 하는 게 좋다. 10년 이상 사용한 보일러는 되도록 교체하는 것이 좋은데, 이때 에너지효율이 높은 1등급 제품을 선택하는 게 난방비 절약에 유리하다.
전원 끄면 난방비 더 나와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외출 시마다 보일러를 껐다가 다시 켜는 행위는 오히려 난방비를 증가시킨다. 보일러가 완전히 꺼진 후 다시 집을 데우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보일러를 계속 켜두면 혹한으로 배수관에서 동파가 일어나는 일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집을 비울 때는 외출 모드로 설정해 일정한 실내 온도로 유지해놓는 것이 좋다. 대부분 보일러는 ‘외출’을 설정해도 15분가량 열기가 지속하므로 외출하기 15분 전에 미리 설정해두면 효율적으로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
적정 실내 온도는 20도...가습기 사용으로 열 오래 유지
난방비 절약의 기본은 실내 적정 온도를 설정해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난방 온도가 20도보다 높으면 그렇지 않은 때보다 최대 20%의 에너지가 더 사용된다. 보일러 업체 ‘귀뚜라미’는 겨울 적정 실내온도인 18~21도를 유지하는 것이 난방비 절약에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가습기를 활용하면 보일러 온도를 높이지 않고도 더 높은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보일러와 가습기를 동시에 가동하면 가습기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공기 순환을 촉진해 빠르게 실내 온도를 높이고 열을 더 오래 유지한다. 겨울철 실내 습도는 40~60%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
단열 용품 활용하고 내복 착용하기
단열 용품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창이나 문틈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은 에어캡과 커튼을 활용해 차단할 수 있다. 양털이나 극세사 같은 따뜻한 소재의 러그나 카펫은 오랜 시간 바닥 열기를 유지해주고, 중문을 설치해 외풍을 막는 것도 방법이다. 난방 텐트 역시 전기 난방용품 사용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부터 자유롭게 내부 온도를 높여주는 제품이다. 보일러 동결을 예방하기 위해 보일러실 내부로 스며드는 찬바람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보일러실의 창문과 문틀에 단열 에어캡을 붙이고, 보일러 배관을 보온재로 감싸주면 좋다.
수면 양말이나 내복 등의 착용으로 체감 온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내복을 입으면 체감 온도가 2~3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으므로, 실내에서도 내복이나 얇은 옷을 여러 겹 입기를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수면 양말이나 실내화를 신으면 바닥으로부터의 냉기도 막을 수도 있다.
한편 기록적인 한파에 수도권 동파가 걱정되는 날이면 집 안에 있는 모든 수도를 살짝 틀어놓고 물을 순환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온수를 사용하고 난 이후에는 수도꼭지를 꼭 냉수 방향으로 돌려두어야 한다. 온수 방향이나 온수와 냉수 가운데에 두면 보일러 센서가 계속 작동돼 난방비가 올라갈 수 있어서다.
가구원 중 고령자나 영유아, 임산부 등 취약계층이 있는 생계·의료급여 수급자라면 ‘에너지 바우처’를 신청할 수 있다. 에너지 바우처란 에너지 취약계층이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LPG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체계적인 에너지 절약을 원한다면 집안의 열 손실을 찾아 난방비를 절감해주는 에너지컨설팅을 활용해 똑똑한 난방 사용을 실천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임금피크제를 2년 앞둔 배 씨는 이번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퇴직 후 배 씨는 5년의 시간을 갖고 심리상담사 자격증과 박사학위 취득을 목표로 상담심리학을 공부할 계획이다. 현재 보유 중인 금융자산과 퇴직금으로 수업료와 생활비를 충당할 배 씨는 금융자산 관련 세금이 궁금해 상담을 요청했다.
배 씨의 금융자산 운영과 관련된 세금을 배 씨의 퇴직 시점부터 시간 순으로 따라가며 알아보자. 배 씨는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수도 있고, 연금계좌를 통해 연금으로 받을 수도 있다. 배 씨가 퇴직금을 어떤 형태로 수령하든 상관없이 퇴직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연금계좌를 통해 연금 형태로 퇴직금을 수령할 경우 수령 기간에 따라 10년 이내에는 퇴직소득세의 70%, 10년 초과 시에는 퇴직소득세의 60%만 부담하면 된다.
금융자산과 세금
연말정산 때 세금환급을 받기 위해 가입했던 연금저축을 연금으로 수령할 때도 세금을 부담한다. 연금저축 수령 역시 일시금과 연금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연금저축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원금과 수익 전체를 합산한 금액에 대해 기타소득세(16.5%)를 부담한다. 만약 연금으로 받으면 연금을 수령하는 나이에 따라 3.3~5.5%의 연금소득세를 부담한다.
배 씨가 금융자산을 은행에 예금으로 맡기면 수령하는 이자에 대해 이자소득세(15.4%)를 부담한다. 만약 배 씨가 은행 금리에 만족하지 못해 투자에 나선다면 세금 체계는 좀 더 복잡해진다. 투자 대상을 주식과 채권으로 나누고, 투자 형태를 직접투자와 간접투자(펀드)로 나누고, 투자 국가를 국내와 해외로 구분했을 때 과세 체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자 및 배당소득의 원천징수 세율은 15.4%(1.4% 지방세 포함)다. 해외 채권 직접투자로 인한 이자소득은 해당국에서 원천징수하는데 해당국의 세율이 우리나라보다 낮을 경우 차액을 추가로 징수한다. 다만 브라질 국채는 우리나라와의 국제조세협약에 의해 이자소득이 전액 비과세다. 주식투자로 발생한 소득이 양도소득(국내 대주주와 해외 주식투자로 인한 소득)인 경우,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국내외에서 발생한 손익을 통산한 후 250만 원을 기본 공제한 금액에 대해 22%(2% 지방세 포함)의 양도소득세를 부담한다.
종합과세, 분류과세, 분리과세
개인이 부담하는 세금은 소득세다. 소득세는 종합소득세와 양도소득세, 퇴직소득세로 나눌 수 있다. 종합소득세는 이자소득세, 배당소득세, 근로소득세, 사업소득세, 연금소득세, 기타소득세 등 6개의 소득세로 구성된다. 소득세는 부과하는 방식에 따라 종합과세, 분류과세, 분리과세로 구분할 수 있다. 종합과세란 해당 소득이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종합소득세는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발생한 개인의 소득을 다음 해 5월 말까지 6개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합산해서 신고한다. 분류과세와 분리과세는 종합소득세에 합산되지 않는 과세 방식이다. 양도소득세와 퇴직소득세는 분류과세 대상 세금이다. 주식과 부동산의 양도와 퇴직으로 인한 소득은 보통 오랜 기간 축적된 시간에 기반하여 발생한다.
따라서 이런 소득을 매년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종합소득과 합산하면 종합소득세의 누진세율(최고 49.5%)이 적용될 수도 있어서 종합소득과 별도로 분류하여 과세한다. 분리과세는 원천징수로 과세를 종결하는 과세 방식인데 6개의 종합소득 모두 가능하다. 다만 해당 소득이 일정 금액을 초과할 경우에는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 된다. 금융 관련 소득일 경우 이자와 배당소득은 합산하여 연간 2000만 원, 연금소득은 1200만 원을 초과할 때다. 따라서 이자 및 배당소득 그리고 연금소득을 수령할 때는 연간 수령 금액을 분산하고, 비과세(ISA, 연금보험 등) 및 분리과세 채권 등을 활용하면 종합소득세 합산과세를 피할 수 있다.
2023년부터 도입되는 금융투자소득세
2023년부터는 금융투자소득세가 신설되어 금융 관련 세금이 완전히 바뀐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증권과 ETF 등 파생상품에서 실현(양도, 상환, 해지)되는 모든 소득을 종합해 세금을 매긴다.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현재 국내 주식 및 주식형 펀드의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되던 소액주주도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다만 국내 주식과 주식형 펀드의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5000만 원을 기본 공제한다.
해외 주식 매매차익에 대한 기본 공제는 현행과 같이 250만 원을 유지한다. 금융투자소득세 세율은 과세표준 3억 원까지는 22%(2% 지방세 포함), 3억 원 초과분은 27.5%(2.5% 지방세 포함)의 2단계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올해 7월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중개형 ISA를 통해 국내 주식과 국내 공모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경우 양도와 환매 시 발생하는 소득을 금액에 상관없이 전액 비과세한다. ISA의 전면 비과세 혜택은 법률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 안이 통과될 경우 시행일은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는 2023년부터 적용된다.
2023년 이후 국내 주식의 매매차익을 계산할 때 매수 원가는 2022년 말 종가를 적용한다. 따라서 오래전 낮은 가격으로 국내 주식을 매입한 경우 금융투자소득세를 줄일 목적으로 서둘러 팔 필요는 없다.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현재 비과세인 채권 매매차익과 배당소득으로 과세되던 채권형 펀드의 이익도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대상이 된다. 다만 채권의 이자와 주식의 배당금은 현행처럼 이자 및 배당소득세로 과세된다. 금융투자소득세에 해당되면 분류과세가 되어 종합소득세 합산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이자 및 배당소득은 금융투자소득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연간 합계 금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현행처럼 종합소득세가 과세된다.
50대 중반인 최 씨는 20년 넘는 자신의 주식 투자 경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주식 투자를 통해 재미 좀 봤냐는 질문에는 영 자신이 없다. 최 씨는 책과 인터넷 그리고 방송 등 투자 관련 정보 습득에 부지런한 편이다. 그런 자신의 노력에 비해 실제 투자 성과가 초라하다고 판단한 최 씨는 부진한 투자 성과의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보고자 상담을 요청해왔다.
투자 실패 심리가 원인일 수 있다
성공적인 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가격이 바닥일 때 사서 꼭지일 때 팔면 그야말로 최선이다. 모든 투자자의 바람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라는 격언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현실은 격언과 다르다. 왜 그럴까? 경험과 지식의 부족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심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피터 린치는 미국 투자업계의 전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977년 5월부터 1990년 5월까지 13년간 마젤란펀드를 운용하면서 연평균 29.2%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피터 린치가 마젤란펀드를 운용한 기간에는 1987년 블랙 먼데이도 있었다. 그해도 마젤란펀드는 수익률을 플러스로 마감해서 13년간 단 한 해도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 역시 소위 대박이 나지 않았을까? 아니다. 심지어 이 시기에 마젤란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절반 이상은 손실을 보았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앞서 언급한 성공적인 투자 방식과 정반대로 투자를 했다. 즉 펀드의 기준가격이 높을 때 사서 펀드의 기준가격이 낮을 때 팔았다. 왜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투자를 했을까? 손실회피와 후회회피 심리 탓이다. 손실회피란 손실을 보기 싫어하는 심리다. 보통 투자자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한다. 어느 정도 이익이 현실화되어야 안심이 된다. 즉 주가가 바닥이거나 무릎일 때는 관망한다. 그러다 주가가 계속 상승하면 이익을 확인하고 투자에 나선다. 이때는 대부분 어깨나 꼭지다. 그러다 주가가 다시 하락하면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온다. 그래서 매도한다. 이때는 후회회피 심리가 같이 작용한 것이다. 후회란 어떤 결정을 했을 때, ‘이 결정이 아닌 다른 결정을 했더라면 더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부정적 감정이다. 지금 매도하는 선택을 하지 않고 나중에 매도하면 손실이 더 커지는 상황을 후회하지 않으려고 성급하게 매도하는 것이다. 이처럼 미래의 일에 대한 후회를 ‘예측된 후회’라고 한다. 후회회피 심리는 상승 중인 주식의 중도 매도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행동경제학과 자기과신
이처럼 사람들의 경제 행위를 심리학 관점에서 접근하는 학문이 ‘행동경제학’ (Behavioral Economics)이다. 행동경제학은 기존의 전통 경제학이 가정하는 ‘언제나 이성적 판단을 하는 합리적 인간’ 대신 때로는 ‘비합리적 선택을 하는 인간’을 실제 투자자로 전제한다. 대표적인 행동경제학자는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과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 리처드 탈러 등이다. 행동경제학의 주요 이론 중에는 손실회피, 후회회피 이외에 자기과신, 대표성 오류 등이 있다.
자기과신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무엇을 예측할 때 실수할 확률이 적다고 믿는 성향을 말한다. 자기과신을 하는 투자자는 자신이 가진 정보의 정확성을 과신하기 때문에 투자에 수반될 위험 요소를 과소평가하고 거래를 자주 하는 경향이 있다. 잦은 거래는 과도한 거래 비용이 발생하므로 실질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다음 질문은 자기과신 경향의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테스트다.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답을 할 때는 본인이 적는 답의 범위에 실제 정답이 포함될 확률이 90%인 것이 목표다. 정답이 포함될 수 있도록 충분한 범위를 적어보자.
도박사의 오류와 신의 손 오류
대표성 오류에 대해 알아보자. 주사위 던지기 게임이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연속해서 일곱 번 홀수가 나왔다. 다음번에 홀수가 나올지 짝수가 나올지에 베팅을 하라고 하면 어디에 하겠는가? 지금까지 홀수가 많이 나왔으니 이제는 짝수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짝수에 베팅하는 현상을 행동경제학에서는 도박사의 오류라고 부른다. 도박사의 오류는 확률에 대한 이해 부족이 원인이다. 주사위 던지기에서 홀수와 짝수가 나오는 것은 매번 독립적이다. 즉 앞에 홀수가 나온 사실은 뒤에 나올 경우의 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별개의 사건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확률이 2분의 1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홀수가 많이 나왔으면 이제는 짝수가 나올 것이라고 쉽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 사례처럼 일곱 번이라는 적은 수의 사건으로 전체 확률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대표성 오류란 어떤 현상을 판단할 때 지금의 현상이 전체의 속성을 대표한다고 판단하는 경향을 말한다. 도박사의 오류는 대표성 오류 중 하나다. 예를 들어 경기침체의 여러 현상 중 하나인 주가 하락을 경기침체로 해석하는 경우도 대표성 오류다. 또 다른 대표성 오류 중 신의 손 오류가 있다. 도박사의 오류와 반대 성격이다. 도박사의 오류는 지금의 현상과 반대되는 현상이 다음에 전개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다. 신의 손 오류는 지금의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다. 예를 들어 농구 경기에서 한 선수가 연속해서 네 골을 성공시켰을 때, 그 선수가 다섯 번째 시도하는 골도 성공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신의 손 오류다. 주식을 살 때는 긍정적인 영향(신의 손 오류)을, 주식을 팔 때는 부정적인 영향(도박사의 오류)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수익률에 의존하여 투자하는 투자자도 대표성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불완전한 투자심리 보완을 위한 투자 시스템 구축하기
그렇다면 인간의 불완전한 심리 현상을 극복하고 성공적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투자 관련 정보와 지식을 꾸준히 축적해야 한다. 행동경제학에서 지적하는 투자자의 불안한 심리 기저에는 정보와 지식의 부족이 있다. 정보와 지식이 부족할수록 감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정보와 지식을 맹신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정보와 지식 그리고 심리의 조화가 필요하다.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대표적 투자 방식이 분산투자다. 분산투자를 할 때는 종목 분산은 기본이고, 투자 시기도 분산할 것을 권한다. 매매 타이밍을 예측하여 한 번에 큰돈을 투자하기보다는 매월 일정한 날에 정해진 금액을 투자하는 ‘정액분할투자’가 투자 시기 분할의 좋은 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리밸런싱(Rebalancing)을 해야 한다. 리밸런싱이란 자산 편입 비중의 재조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산의 투자 비중을 주식과 채권 각각 50%로 하기로 했다고 하자. 투자 1년 뒤 주식에서 이익이 많이 나서 투자 자산 중에 주식의 비율이 70%가 되고 채권의 비율이 30%가 되었다면, 주식의 20%를 매각한 후 그 자금으로 채권을 더 매수해 투자 자산 비중을 다시 50%씩으로 맞추는 것이 리밸런싱이다. 리밸런싱은 분산투자를 전제로 해야 효과적이다. 리밸런싱의 주기는 정해진 것은 없지만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적당하다.
참고도서_재무설계를 위한 행동재무학, 주소현 지음, FPBooks
최근 타깃인컴펀드(TIF)에 주목하는 기사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2017년 처음 시장에 등장한 TIF는 보유하고 있는 노후자금을 운용해 매월, 매년 일정한 금액을 연금처럼 받을 수 있는 펀드 상품이다. 원금은 최대한 지키고, 연 3~4%의 지급금을 정기적 소득처럼 받을 수 있어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사람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실제로 TIF를 비롯한 라이프사이클펀드(투자자의 연령대에 맞춰 자산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재구성해주는 펀드) 시장은 3년 만에 네 배 규모로 급성장했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TIF의 인기가 앞으로도 우상향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들이 노후자금 투자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운용사들은 펀드 가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정기 이자·배당 수익 등 연 4% 수준의 수익률 원금 손실을 최대한 방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도 그럴까.
전문가들은 ‘연 4%’라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펀드 운용으로 수익이 생겼다면 이자 안에서 정기 지급금을 받게 되겠지만, 반대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원금을 깨 지급금액을 주기 때문이다. 최문희 FLP 컨설팅 대표는 “연 4%는 목표 수익률일 뿐, 실제로도 그 정도의 수익이 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 4%의 인출률은 보장할 수 있지만 수익률은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TIF는 ‘안정적이고 정기적인 소득 지급’을 위한 펀드 상품이므로 연 4%의 지급금이 수익으로 인한 이자가 아닌 원금에서 지급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TIF는 중위험 중수익 혼합형 펀드이므로 원금을 모두 잃을 확률은 상당히 낮다. 다만 어디까지나 정기예금이 아닌 펀드 상품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수익을 얻지 못하면 예상보다 원금이 빨리 소진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최 대표는 “펀드 운용으로 인한 수익률이 4%보다 높다면 애초 예상했던 기간보다 4%의 수익금을 더 오래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수익률이 4%가 안 된다면 인출 기간이 당초보다 더 짧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TIF의 최근 성과는 좋은 편이다. 한 TIF 상품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3.9%에 달했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이를 주식시장의 성황이 낳은 결과로 보고 있다. 최동진 전국퇴직금융인협회 지도교수는 “지난해에는 주식 시장이 워낙 좋아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과거의 수익이 미래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축소와 테이퍼링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긴축 정책으로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 단기적으로는 TIF의 수익률이 감소하거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주장도 있다. 10년, 20년 수준의 긴 호흡을 가지고 투자해야 하는 연금 자산의 성격상, 장기적으로는 손실을 보전하고 수익을 낼 수도 있다는 것. 최준호 전북은행 WM사업부 센터장은 “TIF는 운용 규모가 점점 커질 펀드이기 때문에 더 큰 채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테이퍼링이 단기적 손해를 입힐 수는 있겠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TIF 상품 중 어떤 것을 고르는 게 좋을까. 해외 자산 투자 노하우를 지닌 기업의 상품이 유리할 수 있다. TIF는 선진국 회사채, 리츠 등 해외 자산을 많이 다루기 때문이다. 최준호 전북은행 WM사업부 센터장은 “해외 투자 경험이 많고 인컴형 자산 관리 경험이 많은 기업의 상품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가입을 결정했다면, 노후자금 중 몇 퍼센트를 TIF에 투자할지 고민해야 한다. 전체 자금의 절반이 넘는 ‘통 큰’ 투자는 금물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노후자금의 20~30%가 적절하다고 본다. TIF로 받게 될 지급금에 생활비를 전적으로 의존해서도 안 된다. 최동진 교수는 “TIF로 받는 지급금이 없어도 생활에는 지장이 없어야 한다”며 “지급금을 생활비의 25% 미만으로 설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