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경기도 군포시 당동 군포시니어클럽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2021년까지 노인 일자리를 80만 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노인복지법에 근거해 2004년부터 노인일자리 사업을 추진 중이며 최근 3년간 42만 개(2016년)에서 올해 64만 개로 약 20만 개 이상 증가 했다. 특히, 올해는 최대 12개월 동안 일할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현행 노인일자리 사업은 개인의 다양한 경력과 상황에 맞춰 공공형(52만 개), 사회서비스형(2만 개), 민간형(10만 개) 등 여러 유형으로 운영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9개월간 시행하고 있는 공익활동 사업기간을 내년에는 활동유형에 따라 최대 10~12개월까지 연장해 참여자의 소득 공백 기간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공익활동 사업의 경우, 지역 내 활동 수요가 있으면서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발굴·추진한다. 사회서비스형은 신노년세대의 개인 전문성을 활용해 공공서비스 영역을 보완할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를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시장형 사업단은 수익성이 있으면서, 자립을 도모할 수 있는 일자리 개발을 위해 신규사업단을 대상으로 사전 상담·조언(컨설팅)을 지속해서 지원할 예정이다.
인력파견형과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사업을 통합함으로써 전달체계를 효율화하고, 국민이 사업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업의 명칭을 ‘취업알선’으로 변경해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노인일자리 사업의 인프라 강화를 위해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시니어클럽 등)을 2010년 89개에서 2019년 158개로 확대했다. 또, 노인생산품의 판로 확대를 위해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인생산품 물류 유통센터를 설립했다.
은퇴 후 가장 먼저 생각해보는 직업 중 공인중개사를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재테크의 대명사인 부동산에 관한 관심은 시니어의 일상 속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정부 규제의 변수로 예측도 전망도 어려워져 믿을 만한 부동산 정보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맨손으로 시작해 부동산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전문가이자 여러 부동산 TV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접 출연까지 하며 부동산 업계 트렌드를 꿰뚫고 있는 장용석 ㈜장대장 부동산그룹 대표. 그를 만나 현시점 우리나라의 진짜 부동산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용석 ㈜장대장 부동산그룹 대표는 부동산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빈손으로 출발해 10여 년 만에 이름만 대면 아는 부동산 전문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제가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다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큰돈이 흐른다기에 혹시나 하고 시작했어요. 2004년 무렵이었어요. 저희 집 형편이 안 좋은 상황이어서 고시원에서 지내던 시절이었죠. 부동산 일을 한번 제대로 해보자 하고 뛰어들었어요.”
2007년, 장 대표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다. 국내 경제도 좋았고, 지방에서 경제자유구역, 혁신도시 등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부동산 시장에도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때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현지 부동산에 가서 제가 관리하는 고객이 꽤 있는 척했죠.(웃음) 한 지역을 가면 매물을 구하기 위해 열 군데 이상의 부동산을 돌았어요. 그렇게 10여 군데 돌아야 겨우 하나 얻을까 말까 했어요.”
땅은 책으로 경험하는 게 아니다
부동산은 발로 뛰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장 대표 또한 그러한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더러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부동산그룹의 대표가 된 데에는 확실한 성공 사례들이 있었다.
“평택 부동산 가격이 엄청 뛰었잖아요. 평당 20만 원, 30만 원 하던 시절에 많이 소개했어요. 지금은 200만 원, 300만 원 하죠. 세종시는 제가 그렇게 투자를 권했는데도 사람들이 안 하더라고요. 평당 몇십만 원 하던 땅값이 지금은 몇백만 원가량 합니다. 부동산 투자자들 중에 싼 매물만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분들에게는 평당 몇십만 원도 부담스러웠겠죠.”
발로 뛰는 타입이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았다. 부동산과 얽힌 사람들의 천태만상은 그를 씁쓸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번은 새만금을 끼고 있는 부안 땅을 산 장모와 사위가 왔어요. 돈은 장모가 내기로 했고요. 예를 들어 그 땅이 901평이라고 가정하면 장모가 451평, 사위가 450평 반반씩 나누기로 한 상황이었죠. 그런데 장모가 더 갖게 된 한 평을 가지고 식사를 하다가 싸움이 난 거예요. 장모가 땅을 사주는데 사위가 한 평 더 가져가려고 어떻게 저러나 싶었죠.”
가짜 정보와 분양가 상한제의 속내
장용석 대표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SBSCNBC ‘시선집중 부동산 길라잡이’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며 화제에 올랐다. 더불어 TV조선 ‘부동산 로드 이사야사’에서도 최고 전문가로서의 진면목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부동산 삼국지’에 복귀해 가수 방미와 함께 부동산 강의의 새로운 형식을 보여줬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다양한 TV 프로그램에서 부동산 강사로 명성이 높다. 부동산 전문 방송에서 패널로 참여하고 싶어 직접 찾아가 면접을 보고 방송을 한 게 방송인 경력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부동산 관련 유튜브 채널이 늘어나면서 온갖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방송 전문 패널로서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방송에서는 강한 얘기를 못해요.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가능하죠.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얘기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조회 수와 구독자 수가 많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만큼 관심을 갖는다는 뜻이지 유튜브에 나오는 정보들이 진짜라는 걸 의미하진 않아요.”
최근 부동산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화제가 된 것은 분양가 상한제다. 장 대표는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를 기미가 보이면 무조건 막겠다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재건축을 앞둔 강남권의 오래된 아파트가 투자 대상 1등이었죠. 1등이 어느 정도 오르고 나면 그다음은 5년에서 10년 이내에 지어진 신규 아파트로 투자자들이 몰렸고요. 그리고 이들 매물이 좀 올랐다 싶으면 강남 외 지역 재건축 아파트 구매로 이어졌죠. 정부에서는 관련된 규제를 계속 해왔는데 정책 효과가 없자 이제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하게 된 거예요.”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내부적으로는 이견이 있는 듯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예를 들어 관리 처분을 신청했던 단지들이 분양에 들어가야 하는데 분양가 상한제 기준을 입주자 모집 공고 전까지로 하면 다 해당되거든요. 그러자 조합은 헌법소원까지 가겠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어요. 규제가 많아지고 적용기간이 길어지면 또다시 부동산 시장은 왜곡될 겁니다.”
부동산 부자들이 요즘 움직이는 곳
장 대표는 “부동산은 심리다”라는 말을 강조한다. 최근 언론에서, 서울의 경우 양질의 주거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기사를 싣자 가격이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판매자들은 안 팔려고 하고, 구매자들은 급매물을 노리고 있다는 게 요즘 분위기란다. 그래서 당분간은 보합세에서 약간 올라가는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강남 부자들이 요즘 부동산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일까? 최근 SNS를 타고 떠도는 소문에 대해 물어봤다.
“사람마다 달라요. 작은 규모로 여러 채 가진 분들이 있는데, 작은 건 강남 지역 외에 있는 거죠. 그런 곳은 사실상 입주 단계에서 값이 많이 내려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파는 분들이 많아졌지요. 강남권에서도 일부 비슷한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듯해요. 우리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말을 믿는 사람들이 모두 판매로 돌아섰다면 강남 매물이 많아야 하잖아요? 말만 무성할 뿐이지 실물 거래는 없다는 얘깁니다.”
장대장 대표는 유튜브 채널 ‘장대장TV’ 등 다양한 SNS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2019년 개정 부동산 세법, 부동산 통계 해석, 조정대상지역 내 각종 규제 적용 시기 등 업로드되는 부동산 관련 최신 정보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전국에 있는 개업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부동산 프랜차이즈 전국 지점도 모집 중이다. ㈜장대장 부동산그룹은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컨설팅에 그치지 않고 선진국형 프랜차이즈 지점을 통해 전국의 알짜배기 분양 매물을 고객들에게 투명하게 소개하고 그로 인한 수익은 본사와 지점이 모두 상생하는 방향으로 공유할 계획이다.
그래서 최근 경기 침체, 가짜 부동산 정보, 비관론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그는 자신이 이끄는 장대장 부동산그룹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지점 확대를 통한 본격적인 종합 부동산그룹으로의 확장이다. 부동산 회사의 기본은 좋은 매물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그가 지점을 늘리려는 이유도 지점이 많아지면 안 팔리는 매물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소비 심리가 죽으면 안 팔리겠지요. 그럴 바에는 싸게 파는 게 낫잖아요. 예를 들어 5억 원짜리를 4억5000만 원에 팔아주고, 대신 2주 안에 해결해주겠다고 하면 건설 사업자도 돈을 벌고 부동산 업체도 이익을 나눌 수 있고, 고객도 좋은 거죠. 사장될지도 모르는 매물을 가져다 모두가 윈윈하게 만드는 게 제 계획이에요.”
새로워져야 할 부동산 투자전략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좀 더 투명하게 만들자, 이를 기반으로 부동산 산업을 다양하게 확장하자’는 게 그의 사업 목적이다.
또한 현장과 본사와의 소통을 통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저희는 유료로 상담을 하는데 무료로 해달라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해가 안 가는 게, 변호사 상담은 당연히 돈을 내는 걸로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부동산 상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생각해보세요. 부동산 중개소에서 해주는 공짜 상담을 통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정보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치르지 않으면서 살아왔기에 계속 실수하고 실패했던 게 아닐까?
“미국은 변호사 위에 부동산 전문가가 있어요. 수수료도 굉장히 비싸서 3%나 돼요. 그걸 양쪽에서 받으니 6%죠. 우리나라는 최고가 0.9%예요. 그것도 비싸다고 내리자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자꾸 사기를 당하죠. 적게 받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예요.”
그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으려면 그만한 비용을 치러야 하고 그럴 때 신뢰도 생긴다고 말한다. 또 부동산 업계에서 사고를 친 사람은 다시는 업계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모종의 인증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에게도, 믿었던 사람에게 속아 무려 1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날려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부동산 시장을 더 투명하게 만들고 싶은 그의 사업 목표와 이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부동산 시장 투명하게 만들고파
스포츠를 전공한 그답게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일하는 일면도 볼 수 있었다.
인터뷰 말미에 장 대표는 사업을 안 하고 ‘선수’로만 뛰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고백했다. 사장이라는 자리가 맞지 않다기보다는, 그의 삶의 궤적이 보여주는 바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는 부동산 업계의 부조리함을 개선하고 싶었고, 하던 일을 더 잘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사람이다. 흔히 말하는 ‘노력해서 어쩌다 보니’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머리 아픈 일을 너무 겪어서… 이제 좀 편하게 살고도 싶기도 하고, 인생을 즐기고 싶어요. 그렇지만 부동산 연구소를 만들어 최고의 평가도 받고 싶어요. 아무래도 그게 지금 하는 사업과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시장 분석과 통찰력으로 사업을 하면 할수록 고객 사례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적확한 빅데이터가 구축되고 그걸 제 연구에 활용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과 함께 일하는 업계 베테랑들이 한 말을 들려줬다.
“부동산 사업이 경기를 가장 많이 타요. 함께 일하는 이사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너무 욕심 부리지 마라, 욕심 부리지 않고 오래 일해야 무슨 일이 벌어져도 대응할 수 있다.’”
어쩌면 그 말은 음험한 기운이 만연하고 욕심에만 급급한 부동산 분야에 마땅히 필요한 금언 아닐까. 그가 만들 새로운 한국 부동산 비즈니스 모델의 비전이 궁금해졌다.
대기업에서 30년간 영업관리, 제품개발, 마케팅 등의 업무를 해온 임태상(61) 씨는 퇴직 후 3~4년을 쉬며 제2직업을 모색했다. 별다른 준비 없이 퇴직하면서도 막연히 ‘뭔가는 하겠지’ 했는데, 그렇게 공백기가 길어지고 말았단다. 사업을 벌이자니 위험부담이 클 것 같았고, 최대한 직장생활의 경험을 살리고 싶었다. 그러던 중 경영 컨설턴트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준비했다.
임태상 씨가 도전한 '경영지도사' 분야는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국가전문자격이다. 경영지도사는 마케팅, 생산관리, 인적자원관리, 재무관리 등으로 나뉘고, 기술지도사는 기계, 생명공학, 생산관리, 정보처리, 전기전자, 환경 등으로 세분화된다(2차 시험의 경우 지도 분야별로 구분해 실시). 응시 자격에 나이, 전공 등의 제한은 없지만, 1차에서 경영학을 비롯한 중소기업 관련 법령 및 외국어 등 객관식 시험과, 2차에서 전문 분야 논술(약술) 시험을 치러야 해 공부 분량이 만만치 않다.
임태상 씨 처럼 관련 분야 종사자라면 어느 정도 유리하리라 여기지만, 자격시험을 위한 이론을 익히고 암기해야 하기 때문에 실무와는 또 다른 맥락이다. 그 역시 관련 전공에 이전 직장에서의 업무도 일맥상통하니 어렵지 않겠다고 판단했지만, 막상 시험은 또 다른 문제였다.
“대학에서도 상경계열을 전공했고, 회사 일도 관련 분야였으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30년 만에 시험공부를 시작했는데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암기가 잘 안돼 애를 먹었어요. 주변에 자격증 딸 거라고 소문을 냈던 터라, 체면치레하느라 포기할 수도 없었죠.(웃음) 도서관 열람실에서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보냈던 거 같아요. 그렇게 2년 정도 투자해 경영지도사를 취득했습니다.”
자격증 취득, 끝이 아닌 시작
그렇게 어렵사리 취득한 자격증이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컨설팅 계약을 위해 프로필을 돌리고, 젊은이들과 나란히 면접을 보며 경쟁 속에 뛰어들어야 했다. 근래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개발, 투자, 영업 관리 등의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인공지능, 스마트사업 등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경영 컨설턴트의 인력 수요가 늘어났다는 건 반가운 상황이다. 그러나 임태상 씨는 "젊은 세대와 경쟁에서 중장년이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대기업이나 고수익을 내는 프로젝트에 욕심내기보다는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수행하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대상 컨설팅, 또는 청년기술창업 멘토 등에 참여하며 전문성을 쌓는 것이 경력관리에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무보수로 진행하거나, 금액을 낮춰 컨설팅하며 경험을 쌓았어요. 프로보노(pro bono, 전문성을 활용해 소외계층을 돕는 일) 활동도 꽤 도움이 됐죠.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한 지 4년 차인데, 이제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접어든 것 같아요.”
애당초 그는 이 일을 오래할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가능한 한 오래 일하기’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도전했던 일인데, 그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게 꽤 쓸모 있게 발휘되는 것에 기쁨과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일의 가치를 깨달았거든요. 주로 소상공인들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을 상대하는데, 제 작은 지식과 경험도 꽤 큰 힘이 된다는 걸 알았어요. 관련법이나 지원 정책 등을 몰라 어려움을 겪기도 하니까요. 특히 젊은 창업자를 돕고 소통할 때 더 보람을 느끼죠. 그들에게도 금전적인 해결책을 주고, 동시에 저 역시 소득이 생기니, 그야말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일이라 즐겁습니다.”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이번 호에는 ‘컨설팅·중개’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고용정보원(한국직업전망 2019)
현역에서의 직무 경험을 살려 경영 및 기술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퇴직자가 늘고 있다. 직장에서의 오랜 경력이 무기가 되지만, 컨설팅에 대한 기본 지식과 영업 능력이 뒷받침돼야 원활한 활동이 가능하다. 전문 분야는 다르지만 업무 패턴이나 자기계발 면에서는 ‘중개사’도 비슷한 양상을 띤다. 관련 법률이나 제도는 물론 꾸준히 업계 동향을 살펴야 하고, 개인의 역량과 더불어 고객(거래처) 확보와 실적 등에 따라 수입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PART1-1. 국가전문자격 '컨설팅 관련 분야'
경영·기술 컨설턴트로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국가전문자격으로는 경영지도사와 기술지도사가 있다. 경영지도사는 마케팅, 생산관리, 인적자원관리, 재무관리 등으로 나뉘고, 기술지도사는 기계, 생명공학, 생산관리, 정보처리, 전기전자, 환경 등으로 세분화된다(2차 시험의 경우 지도 분야별로 구분해 실시).
응시 자격에 제한은 없지만, 1차에서 경영학을 비롯한 관련 법령 및 외국어 등 객관식 시험과, 2차에서 전문 분야 논술(약술) 시험을 치러야 해 공부 분량이 만만치 않다. 관련 분야 종사자라면 유리하겠지만 자격시험을 위한 이론을 익히고 암기해야 하기 때문에 실무와는 또 다른 맥락이다. 지난해 경영지도사 합격자는 215명, 기술지도사 합격자는 21명이었다. 연령대를 불문하고 합격률(2018년 경영지도사 18.6%, 기술지도사 28%) 역시 저조해 도전이 쉽지 않은 분야로 예상된다.
자격증이 없더라도 경영·기술 컨설턴트로 활동은 가능하다. 그러나 근래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개발, 투자, 영업 관리 등의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대부분 국가전문자격을 요구한다. 더불어 인공지능, 스마트사업 등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경영·기술 컨설턴트의 인력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젊은 세대와 경쟁에서 중장년이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대기업이나 고수익을 내는 프로젝트에 욕심내기보다는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수행하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대상 컨설팅, 또는 청년기술창업 멘토 등에 참여하며 전문성을 쌓는 것이 경력관리에 효율적이다.
PART1-2. 국가전문자격 '중개 관련 분야'
흔히 알려진 중개 관련 분야 자격증으로는 ‘보험중개사’와 ‘공인중개사’가 있다. 두 자격증 모두 취득 후 나이 제한 없이 직업으로 연계가 가능해 중장년층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먼저 보험중개사는 보험회사를 위해 계약을 체결하거나 대리하는 보험설계사와 달리, 보험회사별로 상이한 상품의 담보내용 및 요율, 조건 등을 비교해 보험계약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 더불어 독립적으로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사이에서 계약 체결을 중개하거나 그에 따르는 위험관리 자문 업무 등을 담당한다. 보험중개사 시험은 생명보험, 손해보험, 제3보험 등 세 종목으로 나뉜다. 응시 자격에 제한은 없으나, 합격자 수와 합격률이 저조한 편이라 취득 과정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중개사가 되려면 국가전문자격인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 후,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을 위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나 대학에서 위탁받아 시행하는 실무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대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여는데, 실무 경험이 없고 영업 능력이 부족하다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부동산중개법인이나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소속공인중개사로 취업해 경력을 쌓으면 도움이 된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합격자 통계를 보면, 50대 이상의 합격률은 16.7%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응시자 수로만 보면 40대(2만5964명) 다음으로 50대(2만863명)가 높았다. 합격률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청년층에 비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합격률을 높이고 전문가로서 원활한 활동을 위해 관련 대학이나 대학원, 민간학원 등을 찾는 이도 적지 않다.
PART2. 민간자격
최근에는 창업 및 취업 컨설턴트, 퍼스널컬러 컨설턴트, 이미지메이킹 컨설턴트 등의 민간자격이 늘어났다. 대부분 일정 시간 교육 이수와 시험 등을 통해 취득이 가능하다. 다양한 민간자격 중에서도 중장년층이 주목할 만한 분야는 귀농·귀촌 컨설턴트, 정리수납 컨설턴트 등이 있다.
‘귀농·귀촌 컨설턴트’는 반드시 자격증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민간에서 발급하는 축산컨설턴트, 농업경영컨설턴트 등을 취득하면 업무에 도움이 된다. 주로 정부(지자체)와 귀농귀촌종합센터 등의 정책 사업에 참여해 귀농·귀촌자의 정착을 위한 정보와 조언을 제공한다. 귀농·귀촌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다양한 기관에서 교육 과정을 밟고 자격관리를 하면 안정적인 직업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엿보이는 분야다.
직장 경력이 적거나 전무한 주부들도 일자리로 삼을 수 있는 ‘정리수납 컨설턴트’ 분야의 민간자격도 인기가 높다. 관련 업체나 협회, 여성인력개발센터, 평생교육원 등에서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주로 업체에 소속돼 일하거나 SNS 등을 통해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도 있다.
새로운 시작과 활력있는 인생을 준비중인 신중년 5060세대들에게 꿈과 노력의 동반자가 되고자 ‘2019 신중년 인생3모작박람회’가 9월 17일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노사발전재단이 주관하는 ‘2019 신중년 인생3모작박람회’는 (재)취업, 전직 지원, 창업, 귀농, 사회공헌활동 등 신중년 인생3모작 관련 컨설팅과 잡매칭을 통해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은 능력있는 신중년 인재를 채용할 수 있게 된다.
50세 이상 부터 60세 까지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신중년 5060의 인생 3모작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박람회는 구인 중인 기업 담당자가 직접 현장에 나와 면접과 상담을 진행한다. 현장에서 구인 철자를 이뤄지기 때문에 취업을 원하는 참여자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미리 준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참가기업은 120개사이며 신중년 구직자, 퇴직(예정)자들 외에 일반인들도 참여를 한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구직자들의 면접 편의성을 위해 직종별로 채용 부스를 운영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고용정책홍보관에서는 신중년 대상 고용 지원 서비스 제도 및 정책을 소개하고, 인3모작 지원관, 인생3모작 멘토관, 생애경력설계관, 취업매칭관, 컨설팅관 등에서는 전직이나 (재)취업을 실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관별 전문 컨설턴트를 통한 상담 위주의 부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노사발전재단 컨설팅관에서 커리어 컨설턴트와의 1대1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인생3모작 특강관에서는 최일구 아나운서외 권혁채, 김영준, 정희선 등 행복한 인생의 내공강사(내경험을 공유하는 강사) 명사 특강이 준비되어 있다.
구직자들의 면접 스킬로 면접복장과 구두 컨설팅, 이력서 사진 촬영, 컬러이미지 컨설팅, 스트레스 검사를 받아볼 수 있고, 건강을 측정할 수 있는 ‘건강상담’ 노후자금설계 및 관리법을 상담하는 ‘재무상담’ 등이 모두 무료로 진행한다.
인생3모작 박람회 홈페이지 (https://5060job.career.co.kr/)를 통해 참여 신청이 가능하다.
신중년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진로 정보서 ‘이제는 신중년으로’에 따르면 ‘경제적 수단’, ‘삶의 주요 구성 요소’, ‘심리적 만족과 보상의 수단’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세부적으로는 ‘삶의 활력소이자 원동력’, ‘삶에 규칙을 제공해주는 것’,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 등 단순히 ‘생계형 돈벌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창업이나 창직, 사회 공헌 등의 경우 나름의 가치를 찾아 제2, 제3의 일자리로 삼는 신중년이 늘고 있다.
Chapter 2. 사회공헌 일자리
대기업, 공무원 등 수십 년 동안 주된 일자리에서 경제력과 사회 경험을 축적한 이들에게 ‘일’이란 ‘생계유지’의 수단이 아닌 ‘보람’을 목적에 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사회 공헌 일자리는 자기만족과 성취감을 동시에 누리는 기회로 작용한다. 그러나 관련 분야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준비 없이 진출했다간 보람은커녕 좌절을 경험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사회 공헌 일자리에 대한 개념과 특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시사경제용어사전(기획재정부)에는 ‘사회 공헌 일자리란, 금전적 보상은 적지만 자기만족과 성취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봉사적 성격의 일자리’로 나와 있다. 이러한 개념을 확장해 일과 활동의 범위를 취미·여가, 자원봉사, 공헌형 일자리, 혼합형 일자리, 생계형 일자리로 구분할 수 있다.
◇ 사회 공헌 일자리 유형별 특징
① 자원봉사 신중년이 사회 공헌 분야를 이해하고 이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함양하도록 돕는다. 아울러 향후 ‘공헌형 일자리’, ‘혼합형 일자리’로의 경력 전환 시 사회 공헌 분야의 경력 디딤돌 기능을 한다.
② 공헌형 일자리 신중년의 사회 공헌 일자리 참여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기대가 점차 늘어나는 시기이므로 향후 정책적 지원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③ 혼합형 일자리 현시대의 흐름이 사회적 가치, 지속 가능한 발전 등 과거 경제성장에만 목적을 둔 시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에 혼합형 일자리는 현재보다 머지않은 미래에 더욱 각광받고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 혼합형 일자리 ‘제3섹터’ 이해하기
혼합형 일자리의 주 무대가 되는 ‘제3섹터’에 대해 알아보자. 제3섹터란 공공부문(제1섹터)과 민간부문(제2섹터)이 공동으로 출자한 사업체 또는 이러한 형태의 사업주가 시행하는 사업 방식을 일컫는다. 제3섹터는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현실 속에서 새로운 고용 창출 잠재력을 가진 주체로 주목받고 있으며, 비영리단체(NPO),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농어촌 공동체 등이 이에 속한다. 사회 공헌과 더불어 적정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로 평가되며 보람과 수익을 동시에 얻으려는 신중년의 관심이 높다.
◇ 사회 공헌 활동 지원 사업
만 50세 이상 퇴직전문 인력이 사회적기업 및 비영리단체 등에서 지식과 경력을 활용해 사회 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선정 6개 기관(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사)한국비서협회, (사)한국직업상담협회, (사)한국HRM협회, (사)희망도레미, ㈜상상우리)과 노원50플러스센터, 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등에 방문 또는 온라인(워크넷)으로 신청 가능하다.
◇ 제3섹터 ‘협동조합’에 대한 궁금증 이모저모
협동조합의 설립 단계는?
①발기인 구성→②정관 작성→③설립 동의자 모집→④창립총회 개최→⑤설립 신고/설립 인가→⑥사무 인수인계→⑦출자금 납입→⑧설립 등기→⑨사업자 등록 신청
발기인이 되어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면?
발기인이 되고자 한다면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 해볼 필요가 있다. ‘①나에게 정말 필요한가? ②그 필요가 절실한가? ③기꺼이 책임지려 하는가?’ 그 누구보다도 ‘나’에게 필요한 사업인지 우선 따져봐야 한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 정도의 필요라면 협동조합 설립을 한 번 더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협동조합 설립 등기 비용은 얼마나 들까?
•공증료: 3만 원 •등록면허세: 출자액의 0.4%(사회적 협동조합 0.2%) -등록면허세가 11만2500원 이하인 경우 11만2500원으로 책정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대부분은 과밀억제권역으로 등록면허세가 3배 중과세 •지방교육세: 등록면허세의 20% •등기신청 수수료: 3만 원
협동조합 설립과 관련해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은?
협동조합 상담, 교육, 컨설팅, 경영지원 등의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와, 사회적협동조합 상담 및 교육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한국마이크로크레디트 ‘신나는 조합’이 대표적이다.
참고 및 발췌 한국고용정보원 ‘이제는 신중년으로’(2019)
인생을 2모작도 아닌 5모작까지 치르고 지금은 6모작을 준비 중이라는 사람, ‘N잡러’ 장필규 행복 제1연구소 소장은 1955년생으로 정확히 베이비붐 시대의 한복판에서 태어난 100% 베이비부머다. 그는 요즘 프리워커로서 고용노동부 내공강사, 노사발전재단 전문강사, 경기도 6차산업 현장 코칭 컨설턴트, 인천농촌융복합 현장코칭 전문위원 등 다섯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 그야말로 정년이라는 단어가 의미 없는 삶을 영위하는 셈. 장차 6모작을 넘어 9모작까지 완성하는 게 꿈이라는 그가 말하는 인생 후반기의 삶과 잡(job)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제 인생의 4모작은 50플러스재단 컨설턴트였고, 5모작은 N잡러로 활동하는 지금이죠. 이제 6모작을 준비하고 있어요. 시니어에게 일은 새로움과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여행하듯이 즐거움을 찾는 거지요.”
‘N잡러’ 장필규 씨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쁘게 일하고 있다. 현재 그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 노사발전재단, 지방자치단체의 컨설턴트와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9모작을 최종 목표를 두고 6모작을 준비하기 위해 직업상담사,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 있다.
“환갑을 넘어 케어를 받아야 할 사람이 사회복지사 공부를 한다고 집사람이 잔소리를 하네요.(웃음) 그런데 저와 같은 나이대에도 취약 계층이 있을 거예요. 제 연배의 장애인이나 소외 계층을 위한 삶을 살고 싶은 거죠. 예전에 거창에서 일할 때 요양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나도 머지않아 그분들과 같은 입장이 될 텐데 이야기 들어주고 도와주니 즐겁더라고요.”
퇴직 없는 삶 위한 평생현역 꿈꿨으나…
그의 이름에는 베풀 장(張), 도울 필(弼)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다. 어쩌면 그의 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줄 때 베풀고 도와주라는 의미로 새긴 게 아닐까. 현재 그의 모습은 이미 숙명처럼 정해져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건국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81년 두산그룹 계열사인 배합사료 회사 두산곡산에 취직하면서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한강의 기적’이 펼쳐지던 시기였고 그의 삶 또한 대기업 직장인으로서 안정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사태가 터지면서 그도 사회적 환경에 따른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그에게 던져진 자리는 두산종합식품 식품사업 부문의 김치공장 관리부장. 고민을 했지만 결국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김치공장으로 간 그는 관리부장, 공장장을 거치며 10여 년간 김치 제조의 일선에서 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회사 주인이 바뀌는 일이 일어났다. 두산이 식품사업 부문 전체가 대상에 매각될 때 그는 6년 후배가 상사로 승진하는 것을 보게 된다. 더는 버틸 수 없었던 그는 대상 소속으로 2년 정도를 더 지내다 2008년 4월에 퇴직한다.
끊임없는 도전, N잡러로 거듭나다
54세의 나이, 인생 1막이었던 대기업 직장인으로서의 27년은 끝이 났다. 삶에 대한 허무감과 삶을 유지해야 한다는 고통이 동시에 밀려왔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치주염 수술을 여섯 번이나 받아야 했던 그는 수술 후 재취업을 도와주는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 찾아가는 것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이력서 작성법, 면접 스킬 등을 교육받은 그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농업 최고경영자 경영대학원 과정에 합격한 뒤 몇 번의 테스트까지 통과하며 마침내 울진농수산물유통농업회사법인 대표로 취임했다.
그러나 그토록 고생하며 올라간 자리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았다.결국 대표 자리를 그만둔 그는 마침 일본 회사와 울진군의 합작 회사인 울진로하스코리아에서 대표 제안을 해와 CEO로서 3년을 지냈다.
“인생 2막의 과정은 지방에서 CEO로 일을 하며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면서 재무 문제도 해결되고 가족관계는 물론 건강도 좋아졌죠.”
울진로하스코리아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는 2012년 말부터 일자리희망센터를 찾고 취업박람회에 꾸준히 참석하면서 다시 한 번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마침내 농촌진흥청에서 마케팅 전문위원으로 인생 3막을 펼쳤다. 이곳에서 5년간 근무하며 농가 500곳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어 서울시 50플러스재단, 노사발전재단, 고용노동부 등지에서 강사 및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4막의 장을 펼쳤고 진정한 N잡러가 되었다.
수입 적더라도 즐거움 주는 천직 찾아야
“이제 베이비부머들은 잡(job)이 아니라 워크(work)를 해야 해요. 워크는 천직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천직을 찾아야 오래 즐겁게 할 수 있으니까요.”
그에게 시니어 구직자들의 마음가짐에 대해 묻자 제2인생에서는 일이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일이 놀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지난 삶의 궤적을 돌아보면 이해가 가는 말이다. 수입은 적더라도 길게 오래할 수 있는 천직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하는 그가 N잡러로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 나이에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하나의 직업 가지고는 안 됩니다. 적어도 세 개 내지 다섯 개는 가지고 있어야 과거 연봉의 절반 정도가 되죠. 특히 시니어는 공부를 위한 비용이나 손주들 용돈, 네트워크 유지비 등 지출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가 또 강조하는 것은 사고의 유연성, 관계의 유연성이다.
“적을 만들면 안 됩니다. 제 주위를 보면 어떤 사람과는 케미가 맞지 않다고 안 만나는 사람들이 있어요. 물론 그건 취향이기에 좋다 나쁘다 판단을 내릴 순 없죠. 다만 기왕이면 유연성을 갖고 적을 만들지 말아야 평화롭고 품위 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습니다.”
열린 마음, 유연함으로 세상 대하기
그런데 삶의 부침들을 겪으면서도 마음의 유연성을 갖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에게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걸까?
“어느 접점에 있든 열린 마음을 실천하는 겁니다. 역지사지라고 하죠.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불편한 일이 많아져요.”
인터뷰를 하면서 보니 그는 도전적이라기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런 성품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쟁취해온 것이다. 어쩌면 그러한 결과도 그의 열린 마음 덕분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싶다.
“박사학위를 가진 시니어도 일에 대한 욕망이 뜨거워요. 그런데 한국인은 디테일에 약해요. 그래서 매뉴얼이 있어도 막상 긴박한 상황이 되면 제대로 써먹지 못합니다. 습관화가 안 된 게 문제입니다. 그걸 극복하려면 계속 반복하고 고치고 훈련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는 구직을 하려면 ‘어떻게’에 관한 디테일한 액션 플랜을 짜서 지속적인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테스트에 통과하며 자신의 자리를 잡은 그이기에 신뢰가 갔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천직을 찾을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는 그도 구직자 입장이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구직자들을 상담하는 입장이 되었다는 게 삶의 아이러니처럼 느껴진다. 양쪽을 다 경험해본 그에게 두 입장에 대해 물어봤다.
“구직을 지원하는 정부 기관들은 고객 니즈에 맞게 세분화, 효율화되고 향상되어야 해요. 그런데 그런 시도가 진행되다가도 중간중간 끊기더라고요. 그게 아쉽죠. 그리고 구직자들의 입장을 보면, 그래도 구직을 위해 오는 사람들은 열정이 있는 거예요. 흔히 퇴직하면 ‘또 직장생활을 해야 해?’, ‘날 찾아주는 데는 없어’ 하며 의욕이 없는 경우가 많죠. 목표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퇴직하는 순간 놔버리는 거예요. 물론 그럴 수 있어요. 그러나 그건 자신에게나 가족에게나 무책임한 거죠. 그런 심리를 어떻게 끌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봐요.”
그는 은퇴자 혹은 퇴직자들이 자기진단을 해보고 자신에게 어떤 일이 적합한지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렇게 자신을 파악하고 일을 찾다 보면 현실의 갭이 조금씩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그걸 인내하는 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인 중에 20년 동안 독일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이 있는데, 그가 말하길 ‘결론은 나를 찾게 되더라’ 하더군요. 나를 찾는 노력을 하고 준비하면 일이 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 인내심을 키우기 위해서 주위의 긍정적인 사람을 만나는 것도 한 방법이겠죠.”
욕심의 분모 줄이면 행복이 찾아온다
자신이 이 사회에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할 때 더욱 의욕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 그는 100세 김형석 교수가 자신의 건강 비결로 ‘평생 손에서 일을 놓지 않은 것’이라고 한 말을 다시 전한다.
“사람은 일이 있어야 삶을 유지할 수 있어요. ‘60~65세가 자신의 황금기였다’는 김형석 교수님 말에 공감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N잡러 장필규 소장은 자신의 행복을 충분히 누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행복론을 소욕지족(少欲知足)에 비유했다. 행복해지려면 욕심의 분모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욕심의 분모를 자꾸 키우면 내려놓기가 안 되는 사람이에요. 100분의 60과 60분의 60을 비교해보세요. 후자는 60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죠. 이렇듯 분모를 줄이면 60분의 60이 1이 되듯 가벼워집니다.
‘1’과 ‘일’처럼 디테일하고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 때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결국 ‘1’과 ‘일’처럼 은퇴 후 행복하게 살게 해줄 수 있는 놀이와도 같은 것이죠.”
노후에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되면 많고 적음을 떠나 돈과 건강, 관계, 여가 등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강조하는 그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의식하지 않고 여행하듯 사는 게 진짜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담대하고, 여유롭고 자유로웠다.
신중년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진로 정보서 ‘이제는 신중년으로’에 따르면 ‘경제적 수단’, ‘삶의 주요 구성 요소’, ‘심리적 만족과 보상의 수단’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세부적으로는 ‘삶의 활력소이자 원동력’, ‘삶에 규칙을 제공해주는 것’,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 등 단순히 ‘생계형 돈벌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창업이나 창직, 사회 공헌 등의 경우 나름의 가치를 찾아 제2, 제3의 일자리로 삼는 신중년이 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연구에서 신중년(50~64세)의 과반수(67.6%)는 향후 근로를 희망하는 모습이었다. 이들 중 절반가량(44.6%)이 ‘생활비에 보탬이 된다’는 이유를 주된 동기로 꼽았지만, ‘경제적으로 충분해도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에서도 대부분(84.7%)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을 위한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2017.8). 계획안에는 ‘주된 일자리→재취업 일자리→사회 공헌 일자리’로 이어지는 인생 3모작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64세까지를 생산가능인구로 한정하던 그간의 제도와 관행에서 벗어나 69세 또는 그 이상의 연령을 적극적인 고용정책의 대상으로 포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추진 과제에서는 재취업, 창업, 귀농·귀촌·귀어, 사회 공헌 등 크게 네 분야에 집중했는데, 그중 창업과 사회 공헌 일자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다.
Chapter 1. 창업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신중년들의 경우 대안으로 창업을 선택하곤 한다. 실제 전 연령대에서도 50세 이상의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편. 그러나 국내 창업 기업 중 1년을 버티지 못하는 곳이 37.3%, 5년을 넘기지 못하는 곳이 72.5%로 나타났다(2017.12. 통계청). 즉, 네 곳 중 한 곳만이 5년 넘게 생존이 가능한 셈이다. 늘어난 노후, 5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신중년의 경우 퇴직금 등 노후자금 대부분을 창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실패 시 경제적 타격도 매우 크다. 또 청년 세대에 비해 재기가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업 실패 후유증도 많이 겪는다.
◇ 신중년 창업 실패 유형과 원인
① 근자감 충만형 중장년은 자신의 경험과 아이디어, 일부 지인의 추천 등으로 소위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찬 상태로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무원, 대기업 출신 등 사회적 활동이 왕성했던 이들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강하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경계심이 부족한 상태에서 실패에 이르곤 한다.
② 경력 맹신형 과거 자신의 업무나 직장 경험을 토대로 그와 관련한 사업 분야와 아이템에 대한 맹목적인 자신감을 갖는 것. 특히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이들일수록 자신의 방식을 객관화해 사업에 그대로 인용했다가 오류를 범한다.
③ 안전제일주의형 사업의 위험성만 최소화하면 별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경우로, 대부분 신중년 창업자가 이에 속한다. 상대적으로 실패에 대한 위험이 적은 것은 맞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다 보니 수익성 없는 사업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창업 과정 7단계 ① 창업자 여건 분석 ▶ ② 창업자 역량 분석 ▶ ③ 사업 목표 수립 ▶ ④ 사업 아이템 선정 ▶ ⑤ 사업 타당성 분석 ▶ ⑥ 사업 계획 수립 ▶ ⑦ 사업 개시
◇ 신중년 창업의 올바른 방향
① 창업하는 시점에서는 최소한의 생활 유지를 목표로 삼는 게 좋다. 대부분 ‘대박’을 꿈꾸지만, 이는 잘못된 태도다. 과도한 욕심이나 막연한 낙관론이 아닌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수입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이를 위해 현실적인 아이템 선정과 사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② 오랜 기간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자. 주의할 점은 과거의 조직에서 하던 업무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인지하는 것이다. 같은 아이템이더라도 전문성은 완전히 다름을 직시한다. 특히 창업 아이템이 오랫동안 해왔던 업무라면 그런 착각에 빠지기가 더욱 쉽다.
③ 반짝 아이템보단 장수 아이템을 발굴한다. 신중년 창업은 인생 2막의 마무리와 인생 3막 준비까지 오랜 기간 일정 수익을 내야 한다. 따라서 트렌드에 민감한 아이템이 아닌 적어도 10~15년 정도 지속 가능한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 신중년 주요 창업 지원기관
① 소상공인시장 진흥공단 예비 창업자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재창업패키지, 소상공인 컨설팅 등의 교육과 서비스 제공
② 창업진흥원 중장년 기술창업센터, 세대융합 창업캠퍼스, 스마트 창작터,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 센터 등의 수요자 맞춤형 창업 지원 서비스 제공
◇ ‘창직’에 대한 궁금증 이모저모
창업vs창직 무엇이 다를까?
창업은 제품과 기술 중심, 창직은 사람 중심으로 보면 된다. 창업은 자본이 주요소로 작용하고, 동종업계 창업자가 많을수록 불리하다. 반면 창직은 직업적 가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창직자의 지식, 기술, 능력, 적성 등이 강조되며,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관련 시장이 안정화된다. 또 창업은 소비자의 요구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에 영향을 받지만, 창직은 수행자의 역량을 중심으로 사회적 수요가 강할수록 안정성이 확보된다.
신중년에게 창직이 좋은 이유는?
경력 개발 로드맵을 정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미래 경력 설계에 맞춘 필요 역량을 보완해 경제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창직 준비 기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발굴 및 조사→직무 정의→공유 및 확산’의 프로세스를 따른다. 한국생산성본부의 창직 교육 과정에서는 기본적으로 창직에 대한 이해 40시간, 자신의 아이디어와 사회 수요를 새로운 직업에 반영해 점검하고 직무를 정의하는 데 60시간, 실제 구현된 신직업으로 초기 활동하는 데 100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내가 가진 능력을 활용해 창직을 하려면?
자신의 역량이 실제 노동시장에서 어떤 일을 하면 좋겠는지 본인의 희망 직업을 구체화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보유 역량이 관심과 흥미에 연결될 수 있어야 지속성 있는 일로 장기간 종사할 수 있으며, 향후 직업인으로서 추가적인 역량을 보완할 때 효율적인 교육과 훈련이 이뤄진다.
참고 및 발췌 한국고용정보원 ‘이제는 신중년으로’(2019)
모두 엿보고, 서로 참견하는 시대가 됐다. 이른바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TV 프로그램과 소셜미디어(SNS)의 영향이 크다.
교양을 제외한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 ‘예능’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0년대에 들어와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을 대신해 유명인들을 등장시켜 시끌벅적하게 연출하는 프로들이 나타난 게 이 새로운 포맷의 출발이다. 이 예능 프로그램은 급기야 ‘나 혼자 산다’나 ‘미운 우리 새끼’ 같은 관찰예능으로 진화하고 있다. 연출된 것이기는 하지만 특정인의 사생활을 엿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더니 어느새 유명인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엿보기 시작했다. “당신의 인생에 참견해 드립니다.”란 슬로건으로 시작한 ‘전지적 참견 시점’은 이름 없던 음지의 연예인 매니저들을 국민적 스타로 만들었다. 한동안 방송사마다 경쟁적으로 일반인을 동원한 맞선 보기 프로그램을 내보내더니 이제는 보통 사람들의 사소한 연애에까지 끼어들어 참견한다.
예능 프로그램의 진화가 시청자들의 잠재적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면, 우리 사회가 남의 삶을 엿보거나 남의 일에 참견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게 분명할 것이다. 실제로 친구들 간의 수다는 대부분 남에 관한 이야기다. 입방아에 오른 그들이 우리에게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길 위임한 것이 아닌데도 우리는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열정적으로 그들의 인생을 컨설팅해준다.
우리는 왜 이다지도 남의 일에 참견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어쩌면 수천 년간 쌓여 온 집단주의의 산물인지 모른다. 정착형 농경사회의 특성상 서로의 삶에 대한 간섭이 일상화했을 뿐 아니라 지연, 혈연, 학연 등에 얽힌 인간관계가 은밀한 참견을 부추겼을 것이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구와 달리 집단 속에서 존재의 좌표가 선명해지는 우리 사회의 특성이 이런 성향을 강화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러한 ‘참견 문화’는 예능 프로그램과 함께 소셜미디어(SNS) 시대를 만나 활짝 만개했다. 그러지 않아도 입이 근질근질한데 익명의 사이버공간이 열리니 얼마나 신이 났겠는가. 우리는 모두가 모두에게 간섭할 정당성을 부여받은 양 불특정 다수를 향해 참견하고 있다. 어른들은 쓴소리로, 네티즌은 ‘알 권리’로 타인의 지극한 사적인 영역에 대해 제멋대로의 판단을 하고 애정 없는 참견을 마구 날린다.
문제는 이런 참견에 많은 이들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두가 간섭받지 않을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데도, 모두가 타인의 삶에 간섭하는 왜곡된 모순에 사로잡힌 모양새다. 그 재미있던 엿보기와 간섭이 어느새 한국민들을 재미없게, 행복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중이다. 남에 대한 간섭은 불안한 나의 내면을 감추려는 공격성의 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국내 중장년 취업에 대한 지침의 상당수는 가짜 뉴스 수준입니다.” 2005년부터 한국과 미국계 전직지원(轉職支援) 회사를 통해 중장년 재취업과 인생 2막 설계 컨설팅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온 돈·일·꿈 연구소 간호재(簡鎬宰·49) 소장의 일갈이다. 현재 인력수급기업 ㈜에이치알맨파워그룹에서 4050 재취업컨설팅 사업부에 소속돼 활동 중인 그는 40~50대의 재취업을 위한 제도가 빈약하고, 지나치게 단기적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중장년들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서 ‘4050 재취업 성공의 비밀’을 통해 중장년 재취업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제시한 그를 만나 40~50대가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알아야 할 5가지 원칙에 대해 들어봤다.
소극적인 태도를 바꿔라
간 소장은 우선 퇴직 후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랜 직장생활로 굳어진 몸과 마음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조직생활은 사람을 경직시키고 수동적으로 만들어요. 특히 공기업, 대기업 출신이 더 심합니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직장을 원하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또 원하는 직장과 새로 진출하고 싶은 분야가 있으면 스스로 알아보고 기본 조사활동 등을 해야 하는데 수동적인 태도가 발을 떼기 어렵게 만듭니다. 퇴직자들이 일자리 관련 기관에서 무턱대고 좋은 직장을 소개해 달라고 하거나, 프랜차이즈 사업에 현혹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는 현장에서 구직자들을 만나보면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을 뿐, 대다수가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간 소장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거나 관심 분야에 대한 시장조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는 사람, 심지어 모르는 사람에게도 도움을 받게 돼요. 그동안 쌓아온 인맥도 도움이 되고요. 하지만 방 안에서 인터넷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넷 정보는 한계가 있다
간 소장은 “갈 곳이 없다며 푸념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구직자들을 만나 구직활동에 하루 몇 시간 투자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2시간도 채 안 돼요. 중장년 구직자, 특히 공기업·대기업 출신자들은 그렇게 해선 원하는 직장을 찾기 어려워요. 그 나이의 재취업은 부장급 이상을 바랄 텐데, 중견기업도 그 정도 직급은 채용공고를 통해 선발하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까요.”
그가 권하는 방식은 “나를 마케팅하라”는 것이다. 자신이 일을 잘할 수 있을 만한 기업을 골라 해당 기업의 임원이나 대표에게 직접 접근해보라는 얘기다.
“수십 년간 직장생활을 해왔으니, 자신이 조직에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는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 것입니다. 그 점을 기업이 알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지요. 부장급 이상 직원 채용에 관여할 만한 임원이나 회사 대표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회사에 어떤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제안서’를 보내보라는 겁니다. 물론 정성을 들여 작성해야겠지요. 특히 우편을 통해 전달된 서류는 의사결정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줍니다. 결원이 생겼을 때 자연스레 후보 대상이 될 수 있지요.”
임원 채용 시에도 자소서를 본다
그는 재취업 과정에서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십 년 전 입사해 지금까지 일만 해온 분들이라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또 성장 과정 등을 작성할 때 빈칸 채우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다. 심지어 대기업에서도 임원 채용을 할 때 자소서를 봅니다.”
간 소장은 입사하고 싶은 기업에 제출할 서류를 작성할 때 중요한 원칙이 있다고 했다. 바로 회사 입장을 생각하면서 쓰라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데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작성하고 마는 것이죠. 하지만 서류에 들어갈 내용은 회사가 듣기 원하는 것들이어야 해요. 자신이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데 적합한 태도와 가치관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줘야 해요. 그러려면 성장 과정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합니다. 기업에서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에요.”
눈높이 낮출 필요 없다
중장년 취업과 관련된 기관이나 전문가들은 구직자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조언한다. 부족한 일자리에 경쟁도 심하니 설령 낙오되더라도 좌절감에 빠지지 말고 눈높이를 낮춰 일자리 확보부터 하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간 소장은 반기를 든다. “그동안 전문성을 갖고 기업이나 기관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왔던 40~50대라면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눈높이를 낮춘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만약 최저임금 정도로 급여 수준이 낮다면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을까요? 또 연봉을 낮춘다고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연봉을 얼마나 낮출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보다 재취업할 기업을 위해 어떻게 이바지할까를 고민하는 게 훨씬 합리적입니다.”
그는 만약 연봉을 낮춰야 한다면 그 마지노선을 전 직장의 70%로 잡으라고 조언하면서 100일 안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잡고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발적인 준비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할 경우 취업 요령이 생겨 원하는 시점에 회사를 옮길 수 있는 능동적인 삶의 기틀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간 소장은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할 때 “돈부터 쓸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돈부터 쓸 생각 버려라
“창업 업계에서 공무원, 군인, 교사 등의 퇴직자는 주요 고객입니다. 금전적 여유도 있고 돈으로 투자하는 결정을 쉽게 내리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지요. 퇴직 후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6개월 정도는 무작정 쉬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여행도 하고 취미활동을 하며 시간을 잘 보내다가 어느 날부터 주변 눈치를 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취업이나 창업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무턱대고 자격증부터 따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겪게 되는 초조함을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체면을 세우기 위해, 창업이나 자격증 취득을 위해 돈부터 쓸 생각을 해선 안 됩니다. 잘못된 결정으로 회복할 수 없는 경제적 타격을 입으면 남은 삶을 포기할 수도 있어요.”
창업을 하고 싶다면 자산 규모에 맞춰 실패를 해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고려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이다. 그가 기술·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소자본 창업을 추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40~50대가 여생을 설계할 때는 일보다 삶을 우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지금의 중장년들은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요. 조직에서 오래 생활했던 사람은 의존적인 태도를 버리고 온전한 독립을 이뤄내야 하고, 부모로서 자녀에 대한 책임이 끝날 때는 완전한 해방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또 이 시점에 이루고 싶었던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도 고려 사항이 되는 것이죠. 일이 인생을 결정했던 평생직장 시대와 달리 지금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고 나서 그에 맞춰 직업을 고민해야 합니다. 충분한 사유를 통해 인생 2막을 준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