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 개발 프로젝트’ 때도 최전방에서 활약했던 이충구(李忠九·70) 서울대학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지능형 자동차플랫폼센터장(前 현대·기아자동차 통합연구개발본부 사장)은 자동차업계의 살아 있는 증인이다. 오늘날 널리 알려진 현대자동차 총 35종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포니 생산 40돌이 되는 12월을 맞아 이 센터장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유충현 기자 lamuziq@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이충구 센터장이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여러 장의 포니 사진을 보여줬다. 오랜만에 만나는 포니의 모습이 무척 반가웠다. 스크롤을 내리던 중 마치 사람의 증명사진처럼 덩그러니 차만 찍힌, 첫 시리즈인 포니 사진이 보였다. 재미있게도 이 사진의 파일명은 ‘장남’이었다.
‘이 대리, 이탈리아 가서 고유모델 개발 해볼래?’
이 센터장은 2002년 연구개발부문 사장을 끝으로 회사를 나올 때까지 33년간을 현대자동차에 몸담았다. 그가 신입사원이었을 때 현대자동차 공장의 생산력이라는 것은 포드의 차량을 하루 2~3대 정도 조립하는 것이 전부였다. 다른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의 자동차산업 자체가 조악했다.
1974년, 그가 대리였을 때 일이다. 어느 날 선임 팀장이 그에게 고유모델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이탈리아에 보내준다는 말에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고 생면부지의 나라로 향했다.
작업과정을 배운 뒤 국내 공장에서 실현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만만치 않았다. 어떤 디자이너는 하루에 선 한 개를 겨우 그리고 말았다. “지식이 없다 보니, ‘아 이 사람들이 이렇게 가는구나, 이게 여기서부터 이렇게 시작하는 거구나’ 하고 말았지요. 그 다음 날 선이 추가되고, 다음 날 또 추가되고. 나중에 합쳐 보니까 ‘이렇게 됐구나’ 이해한 부분도 있고,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어요.”
이탈리아 사람들과는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그들의 그림과 글을 무조건 노트에 베껴 적었다. 그리고 밤이 되면 그날 적은 것들에 대해 퍼즐을 맞추듯 공부했다. 코피를 쏟는 날도 많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3권의 연습장이 언론을 통해 유명해진 ‘이 대리 노트’다. 이 노트에 적힌 내용들이 이후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밑거름이 됐다.
“포니 성공 요인? 정주영-주지아로 두 인물의 특별함이죠”
돌이켜보면 부품 한 개도 설계해 본 적이 없는 현대자동차가 고유모델을 만든다는 것은 난센스였다. 그런데 어떻게 성공했을까. 이 센터장은 “먼저 정주영 회장님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탁월한 수완, 집념과 혜안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에요. 자동차에 대한 꿈, 그리고 ‘Can do(할 수 있다)’ 정신이 있었기에 됐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에 대한 찬사도 덧붙였다. “주지아로는 야심이 컸어요. 이 사람의 꿈과 정주영 회장의 꿈이 맞닿아서 무모해 보였던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것이죠.”
이 센터장은 프로젝트를 일궈낸 기한이 고작 2년 6개월여에 불과했다는 점이 가장 경이로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금 그 작업을 하려면 통상 4년이 걸립니다. 그것도 컴퓨터와 첨단 시스템을 동원했을 때 말이죠. 현대차 남양연구소 인원이 1만1000명, 이 중 설계 인원만 4000명 정도입니다. 포니 때는 약 10명이 그걸 다 했어요. 물론 컴퓨터도 없이 손으로.”
그는 “지금 고유모델 개발 프로젝트를 하라고 하면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포니의 성공사례는 여러 주변 환경과 특별한 인물들의 궁합, 그리고 한국인과 이탈리아인의 기질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이탈리아 국민들은 한국 사람처럼 모든 면에서 뜨겁습니다”라며 “나중에 도면을 가져와서 보니까 마치 한국에서 고속도로를 뚝딱 만들 듯이 깔아뭉갤 부분이 많았는데, 중요한 것은 어쨌든 작품이 나왔다는 겁니다.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의 디자이너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 잘 되기 어려웠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아쉬움? 그런 것 생각해 본 적 없어요”
포니 개발 프로젝트는 ‘자동차인’으로서 보람이 컸던 경험이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위해 개인의 삶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했다. 1974년 이탈리아 출장 기한은 8개월이었다. 출국 당시 아내는 첫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딸이 태어났다는 소식은 전보 한 줄이 전부였다. 국제우편도 한 달이 넘게 걸리던 때였다. 난산(難産)이었다는 애기도 나중에야 들었다. 귀국하는 공항에서야 생후 6개월 된 딸을 처음으로 안아볼 수 있었다. 낯을 가리기 시작한 어린 딸은 울었다. 3년 뒤, 포니 3도어 모델 개발을 위해 출장이 잡혔다. 공교롭게도 출산 날짜가 또 겹쳤다. 이 센터장은 병원에서 유리 너머로 둘째 딸의 모습을 본 뒤 황급히 공항으로 향했다. 둘째 딸도 생후 6개월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안아볼 수 있었다 .
젊은 시절, 앞만 보고 달렸던 포니 개발 프로젝트였다. 시간이 지난 뒤에야 느껴지는 아쉬움은 없을까. 이 센터장은 “아쉬운 기억? 그런 것까지 생각해 본 적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잠시 후 생각났다는 듯 “이탈리아에 있을 때 숙소에 세탁기를 하나 놓아 달라고 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그 생각을 못해서 빨래를 욕조에 넣고 밟아가면서 전부 손으로 했어요.”라고 덧붙였다.
화려한 현업을 보낸 그에게 앞으로 이루고 싶은 다른 꿈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독일이나 미국처럼 현장에서 필요한 학생들을 길러내는 게 꿈이죠”라며 “여기 융합과학기술원에 와 있는 이유도 재능 있는 학생들이 산학협력으로 뛰어놀 수 있도록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힘 있는 그의 대답이 제2의, 제3의 ‘이 대리’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듀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담당자로 인재개발 15년, 그리고 인사 업무를 7년간 맡으며 기업 인재교육 분야의 최고전문가로서 활동했던 윤경로(尹景老·62) 전 듀폰 부사장.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인적자원개발)와 HRM(Human Resource Management·인적자원관리) 분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던 그의 현재 직함은 사단법인 글로벌인재경영원 원장이다. 경영원의 목표는 학생들과 비즈니스인들의 글로벌 역량을 단시간 내에 최적화시키는 것. 자신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장기로 두 번째 인생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그는 “사실 좀 쉬고 싶었다”라고 웃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윤경로 원장이 사단법인 글로벌인재경영원을 만든 목적은 단순하고도 명확하다. 당연히 ‘좋은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가 만들고 싶은 좋은 인재의 차원은 기존의 인재상과는 확실하게 다르다. 기준이 글로벌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다.
“우리 땐 해외로 여행도 잘 못 갔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그게 일상이 됐죠. 그래서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글로벌 역량이 과거 세대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과 인도 등 새롭게 떠오르는 나라의 인재들이 우리나라 인재들보다 훨씬 빨리 성장하는 중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되레 그런 경쟁자들이 없었던 우리 세대보다 글로벌 경쟁력은 더 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예요.”
우리나라 인재의 역량 저하 현상 … 심각한 문제다
윤 원장의 말에서는 내내 변화하는 현실에 관한 위기의식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위기의식에는 확실한 근거 또한 있었다. 그가 듀폰에 있을 때, 사내 핵심인재를 선발하게 되면 예전에는 한국인들이 핵심인재 범주에 상당수가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그렇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출신 인재가 글로벌 기업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 현상이 듀폰만 그런 건가 싶어서 IBM이나 GE에도 물어봤어요.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더군요. 심지어 더 심각하다고 할 정도로.”
흔히 한국은 천연 자원이 없는 대신 인적 자원의 우수성으로 지금의 성장을 이뤄냈다는 신화가 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신화가 추락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윤 원장은 이미 글로벌 기업에서는 일반화된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글로벌 인재를 본격적으로 육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글로벌인재경영원을 사단법인으로 만든 이유도 대학생 때부터 글로벌 인재 육성을 목표로 대학교 등에 프로그램 제공을 위해서다.
“우리나라 인재들은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볼 때 영어에서 밀리고, 다양성에 대한 경험과 수용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과 일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인도는 글로벌 CEO 다수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학교까지 인도에서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에서 CEO로 올라간 거죠.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에요.”
국내 인재들의 글로벌 경쟁력, 정확하게 평가하고 토론해보자
“미디어에서 우리나라 인재들의 경쟁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평가하고 토론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도 기업에서는 해외로 사원을 보낸다고 할 때 어학 교육 정도만 해서 보내는 경우들도 많아요. 사람은 많은데 쓸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게 기업의 고민입니다. 앞으로는 기업들이나 생활의 글로벌화가 더 진전되는 게 당연한 흐름이기에 그에 맞추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는 또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LG전자 프랑스 법인에서 일했던 에릭 쉬르데주 전 LG전자 프랑스 법인 대표는 이라는 책을 냈다. 책에는 한국 기업에서 일하면서 겪은 과중한 업무와 전시행정, 승진 차별에 대한 비판이 실려 있다. 윤 원장은 저자의 행동이 옳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성공해야 좋은 인재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싶어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원장은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을 담아 중소기업에 글로벌 역량을 제공하는 방안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윤 원장이 듀폰에서 은퇴한 지는 2년여가 되어오고 있다. 듀폰에서 22년을 인재들의 육성과 발굴에 바쳤다. 그런 윤 원장이 은퇴 전에 생각했던 게 젊은 직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듀폰 내에서 그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바깥에서 만들게 된 것이 글로벌인재경영원이다. 그가 은퇴하고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젊은 인재들을 키우고 싶었던 것이니 그 희망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 중인 것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 미래지향적인 사고, 적극적인 의지가 글로벌 인재가 갖춰야 할 자질이에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재미있게 사는 법
1953년생인 윤 원장에게선 나이를 잊은 활력이 느껴진다. 그에게 즐겁게 살기 위한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할지를 물어봤다.
“자신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좀 겸손해져서 내려놔야 해요. 그러면 새롭게 배울 수가 있어요. 요즘 뭔가를 배울 기회는 많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꿈이 없어졌어요. 제 2의 인생은 어떤 꿈을 갖고 경영해야 합니다. 저는 새로운 것을 가지는 것이 재미있게 사는 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윤 원장은 현재 인간개발연구원, 세계미래포럼, 백강포럼에 출석하는 중이다. 그는 강사가 일방적으로 강연만 하는 포럼은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능성과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의사소통의 기술인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의 최고 전문가였기에 당연한 생각일 것이다. 자신이 포럼을 한다면 토의와 참여 형식이 주가 되는 형식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나이 들어서 좋은 점이라면 심적으로 여유가 생긴 겁니다. 듀폰에 있을 때는 낮에 일하고 밤에도 일해야 했어요. 글로벌기업이라 시차에 따른 업무들이 야간에도 발생했거든요. 그리고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윤 원장은 항상 사람들이 뭔가 생산적이고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과연 인재 전문가다운 성향을 드러낸 대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꿈이 없으면 지루해져요
나이가 들면서 중요해지는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해서 물었다. 나이가 들어 남편이 은퇴하고 나면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다고 하여 관계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 되레 갈등이 커지는 경우도 많다.
“저는 터득했죠(웃음). 공동관심사를 가지는 겁니다. 아직은 둘 다 일하느라 바쁘긴 하지만. 그리고 자유를 구속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지루해지는 이유도 꿈이 없어서입니다. 가급적 부부가 함께 꿈을 찾는 것이 생산적인 일이죠.”
자유를 구속하지 않는다는 건 결국 존중에 대한 이야기다. 인터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람을 대하는 전문가로서 윤 원장의 기본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묵직한 대답이었다.
요즘 필자의 부업(副業) 중 하나는 주례를 서는 것이다. 말이 부업이지 돈이 생기기는커녕 꽤나 품과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필자는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흔쾌한 마음으로 주례를 서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시대에 주례가 없어서 결혼을 못하면 안 되지~’ 하는 은퇴연구소장으로서의 애국심(?)이 아니라면 진작부터 손사래를 쳤을 것이다.
주례랍시고 다소 무례한 줄 알면서도 꼬치꼬치 캐묻는 것은 집 마련에 관한 부분이다. 집을 샀다면 어느 지역의 몇 평짜리를 얼마에 샀으며, 전세는 몇 평짜리가 얼마냐 하는 세세한 내용까지 다 털어놓게 만든다. 요즘 젊은이들의 집에 대한 생각과 함께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30대 초·중반이다. 이들은 한마디로 집사기를 꺼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셋값이 오르고 있지만 둘(맞벌이가 대부분)이 벌어서 충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집을 샀다가 집값이 떨어질 경우 당해야 할 충격과 손실은 피하고 싶다는 것이다. 결국 30대와 40대 초반 연령대들은 ‘지금까지는 집이 주거의 대상인 동시에 투자의 대상이었는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주거의 대상이지 투자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먼저 집을 사야 하고 집을 사면 무조건 오른다는 신화(神話)를 가지고 있는 세대에게는 신선하면서도 생뚱맞은 생각일 것이다.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일까? 물론 양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집을 사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돈을 모으더라도 반드시 집부터 사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집보다는 좀 더 좋은 차, 특히 외제차를 사고 싶고 둘이서 여기저기, 특히 해외로 여행 다니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신혼부부와 양가 부모의 갈등이 외제차 구입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말로만 듣다가 우리 집 아이들이 그럴 줄 몰랐다”는 부모들의 푸념도 심심찮게 들린다.
서론이 길었지만 젊은 층의 주택관을 들여다본 이유는 이들이 앞으로 주된 주택수요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30대는 집에 대한 애착이 없는 세대이다. 왜냐하면 부모 세대는 악착같이 벌어서 가난과 집 없는 설움을 벗어나는 게 인생 최대의 목표였지만 이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가 마련한 집에서 집 없는 설움을 거의 겪지 않고 자란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과연 5저(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저고용, 저자산가치) 2고(고령화, 고소득화)시대, 특히 소득 3만~4만 달러의 고소득시대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동산 선호가 계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가계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1993년 76%에서 2001년에는 83%까지 높아졌었다. 하지만 이후 점차 낮아져서 작년에는 68%까지 떨어졌다. 아직도 부동산, 부동산 하지만 13년 만에 고점(83%) 대비 68%로 15%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부동산 보유비중이 계속 하락할 것인가? 부동산 보유비중은 부동산 가격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움직인다. 예를 들면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사람들이 너도나도 더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려고 할 것이다. 반대로 부동산 가격이 내릴 것 같으면 부동산을 줄이는 대신 다른 자산으로 보유하려고 할 것이다. 이 같은 점은 최근 수년간 부동산시장이 침체했던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지역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신혼부부는 물론 주된 수요층인 40대가 집을 사지 않고 버티면서 주택가격은 하락안정세를 보인 반면 전세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감안해야 할 것은 부동산시장의 사이클과 함께 소득수준에 따라서도 부동산 선호도가 달라지리라는 점이다. 이를 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보다 소득 3만, 4만 달러를 먼저 간 선진국의 양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라마다 인구밀도, 출산과 고령화, 주택건축규제, 주택소유에 대한 인식과 관습, 세제 등에서 다르기는 하겠지만 어떤 공통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도출해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처럼 주식시장보다는 은행 위주의 금융제도를 가지고 있는 독일, 프랑스, 일본의 경우 소득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 사이에서 부동산 보유비중이 고점을 치고 소득이 3만, 4만 달러로 갈수록 부동산보유비중이 계속 줄어든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는 미국과 영국처럼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인들의 부동산보유비중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호·불황에 따라 30~40%에서 움직이고 있다. 개인들의 주식보 유비중이 높은 데다 국토가 넓고 주택 개발지가 널려 있는 반면 인구밀도는 낮기 때문이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의 부동산 보유비중은 1980년대에 각각 72%, 71%로 최고를 기록했었다. 이후 조금씩 낮아져서 최근에는 60%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부동산 거품기였던 1980년대에 부동산 보유비중이 65%에 달하기도 했지만 부동산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최근에는 40% 안팎까지 내려와 있다.
필자는 소득수준과 부동산 보유비중의 이 같은 관계를 ‘부동산 포화의 법칙 또는 부동산 포화계수’라고 부르고 있다. 부동산포화계수는 1인당 소득수준이 1만 달러와 2만 달러 사이에서 부동산 보유비중이 고점을 치고 내려오면서 소득이 높을록 부동산보유비중은 줄어드는 대신 금융자산 보유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소득 1만 달러(1994년)와 2만 달러(2006년)의 중간지점이었던 2001년에 83%로 고점을 기록한 부동산 보유비중이 지금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소득 1만 달러시대를 돌아보면 ‘내 집 마련’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소득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은 집은 이제 됐고 ‘늘어나는 소득을 어떤 자산으로 굴릴 것인가, 즉 예금, 보험,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을 어떻게 굴릴 것인가?’로 자산관리의 초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간 부진했던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하면 부동산 보유비중이 다시 올라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80%에 근접하기보다 70% 초·중반대로 올라갔다가 부동산 경기에 따라 다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다. 특히 부동산보 유비중이 높아지더라도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2017년을 고비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인당 소득 4만 달러가 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의 선례를 따라간다면 2020년경 우리나라 가계의 부동산 보유비중은 현재의 68%에서 60% 안팎까지 낮아질 것이다.
△ 최성환(崔聖煥)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
한국은행 과장, 조선일보 경제 전문기자, 고려대 국제전문대학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은퇴연구소장 등 역임.
‘58년 개띠’란 말은 아주 오래전부터 유행처럼 쓰였던 말이다. 같은 개띠인 1982년생은 ‘82년생’이라고 할 뿐 ‘개띠’를 강조한 적은 없다. 그러나 1958년생은 다르다. 늘 개띠가 따라붙는다. 왜 유독 58년생의 띠만 유별나게 불렀을까. 1958년생은 어디서나 튄다. 숫자가 많고 삶의 스펙트럼도 워낙 넓다 보니, 어디에 가든 한두 명씩 만나게 되는 게 바로 58년 개띠다. 그래서 우연히 만나서 나이를 물어보면 ‘저도 58년 개띠예요’라고 할 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세대들끼리의 진한 소속감을 느꼈기 때문 아닐까.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세대들로서, 세상을 향해 짖는 그들이 가진 감성의 이유를 들여다본다.
어떻게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중간’이 되었는가
“어디를 가나 사람에 치이는 일은 우리들이 태어날 때부터의 숙명이었다”
1958년 생 동갑내기 4인의 삶의 질곡을 그린 은희경의 장편소설 127페이지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58년 개띠가 겪어야 할 이야기들을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다. 사람에 치여 살아야 하는 삶, 그것은 그들이 대학교에 입학했던 1977년도 대입 시험이 인구학자들의 예견대로 광복 이후 최다 학생들이 응시해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나타냈던 지표로도 증명된다.
모든 제도의 테스트는 58년 개띠부터였다는 말이 있다. 하라면 해야 했다. 콩나물 교실, 본고사가 면제된 첫 ‘뺑뺑이’ 세대, 고교평준화제도, 경쟁자로 가득했던 77학번, 국민교육헌장, 10월 유신, 긴급조치, 교련실기대회, 올드팝, 이소룡, 임예진 등이 58년 개띠들이 겪은 시대를 읽는 문화 코드다.
학교도 회사도 최고 경쟁률
58년들은 본성이 모험보다는 부지런히 일해서 먹고 사는 기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근면성과 과정을 중요시하므로 원칙주의자라는 소리는 듣지만, 주변의 신뢰도가 높아 두둑한 성과를 이루게 됐다.
혹자들은 58년을 너무 앞서가지도 보수적이지도 않은 세대라고 했다.
사이먼앤가펑클, 양희은, 김민기의 노래를 듣고 공부하며 10대 시절을 보낸 이들은 자연스럽게 과거 세대의 문화를 유지하는 한편, 과거에 대한 반항으로서 정착된 포크와 블루스 문화를 습득할 수 있었다. 가장 감수성이 강했을 때에 이미 양편의 문화를 접하며 이중적 경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20대로 들어서면서 더욱 격렬해진 민주화의 열풍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취임을 통해 극단적인 양편의 교차를 보여주게 된다. 잠시동안 있었던 민주화에 대한 희망은 금세 꺾이고 20대를 맞이한 58년 개띠들을 벼락처럼 내리친 건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비극이었다. 그 와중에 어떤 이들은 민주화 투사를 선택하여 화염병을 던지고 어떤 이들은 진압군이 되어 거리에서 친구의 머리에 곤봉을 내리쳐야 했다. 58년 개띠의 정치적 허무감, 혹은 조심스러운 중도로서의 포지션은 이때 결정적으로 마련되지 않았을까.
제2의 인생을 마주하게 된 가장 커다란 세력
민주화로 인한 경제 호황이 시작된 90년대는 이들이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던 시기이기도 했다. 수도권 개발, 신도시들이 마련되기 시작했고, 58년 개띠들은 40대로 들어가면서 완연히 사회의 중심이 됐다. 그러나 그들이 중역으로 점프하는 시점에 IMF체제가 닥쳐왔다. 그들의 코앞에 놓여 있던 평생직장의 꿈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중산층의 중심이 됐어야 할 58년 개띠들은 중산층의 씨를 말리는 가혹한 구조조정 속에서 가족과 함께 죽음과 파멸에몰리거나 가족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했다.
전병헌, 추미애, 정병국, 전하진, 김부겸, 심재철, 이정현, 한선교 등 국회의원들이 있고 주병진, 임백천, 신문선 등 방송인과 홍서범, 남경읍, 장미희, 이동준, 강남길 등 연예인이 있다. 미래에셋 그룹 박현주 회장, 표현명 KT렌탈 사장, 정미홍 J&A 대표이사,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 김주원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 김석중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사장,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총괄 사장 등 기업인이 많은 편이다.
지독한 혼돈의 시대를 거쳐 2015년, 어느덧 58년 개띠들은 사회적 은퇴, 그리고 제2의 인생을 바라볼 시점이 됐다. 살아오는 동안 겪어야 했던 온갖 변화는 그들에게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체화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인구수는 그들에게 우리나라에서 흔치않은 ‘중도세력’으로서의 분명한 성격을 부여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제2의 인생 앞에 선 이들이 펼쳐 보일 행복한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3년 전 은퇴한 김한식(58·인천)씨는 최근 들어 한숨이 깊어졌다. 퇴직 후 예금이자와 연금으로 생활해 왔는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사실상 이자소득이 0%대로 접어들면서 생계가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 만기를 앞둔 돈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막막하다. 대출이자도 낮아졌다 하니 이참에 집을 담보로 창업에라도 나서야 할지 고민이 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들이 속속 예금과 적금 금리를 내리면서 ‘1%대 예금 금리’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사실상 이자소득 0%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고령화로 은퇴자 등 이자 생활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금융권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연 5.87%에 달하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2010년 3.86%, 지난해 2.89%를 거쳐 올해 6월에는 2.68%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두 달 새 시중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줄줄이 내리면서 고객들의 체감금리는 연 2.2~2.3%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난 14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기존 연 2.50%에서 연 2.25%로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주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금리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2%대 예금 금리는 이제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 당장 노년층이 문제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높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1%다. OECD 평균은 13%이고 미국 24%, 일본 22%, 호주 27%다.
이런 가운데 노후소득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60∼80%대 비중을 보이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과 크게 차이를 보인다. 특히 베이붐세대(1955∼1963년생)의 2011년 기준 국민·개인·퇴직연금 가입률은 27.6%를 기록하며 30%도 채 되지 않는다.
공·사적 연금 가입률이 낮고 노인 복지 체계가 미비한 상황에서 이자소득 감소는 노년층의 소비 감소와 생활수준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
가계가 받는 타격도 크다. 2012년 가계 이자소득은 49조원으로 이자소득이 총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육박했다. 이자소득 감소가 가계소득 감소와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정부의 가계구조 개선 정책에 따라 고정금리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한 대출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중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 기준의 고정금리 대출비중이 25.7%를 기록,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12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대출기준 고정금리대출 비중(42.3%) 역시 5월(42.6%)에 이어 40%대를 유지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의 소득기반 확충을 위해 임금, 배당 등 기업이 가계로 이전하는 소득을 늘리고, 저축률 제고, 연금기반 확충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의 주 내용은 은퇴자들의 안정적인 노후 소득 보장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빠른 고령화와 노후 생활 준비 부족으로 은퇴 이후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지만 퇴직연금 등은 노후 소득 보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연금에 대한 인식 부족, 연금 운용에 대한 규제와 보수적 자산 운용, 퇴직금의 일시 수령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자산운용 규제 합리화 등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노인 빈곤율 45%…연금가입률 27일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8년 14%에서 2040년에 32.3%에 달할 전망이다. 국민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1%다. OECD 평균은 13%이고 미국 24%, 일본 22%, 호주27%다.
은퇴 이후 소득이 절실하지만 연금 가입이나 활용도는 매우 부족하다. 2011년 기준으로 베이붐세대(1955∼1963년생)의 국민·개인·퇴직연금 가입률은 27.6%다.
노후 보장을 도와줘야 할 공적연금은 노후 소득을 대체해 주기에 역부족이다.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08년 50%에 그쳤고 2028년에는 40%로 내려갈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예상했다. 국민연금의 장기재정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60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다.
은퇴 이후 안정적인 소득을 위해서는 사적연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 운용 규제에 퇴직연금 분기수익률 ‘0’%대하지만 현재 제도로는 사적연금으로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담보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퇴직급여 체계는 법정 퇴직금과 퇴직연금으로 이원화돼 있고 퇴직연금의 가입률이 낮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기업의 가입률은 91%에 달하지만 중소·영세 사업장은 11∼15%에 불과하다. 전체 평균은 16%에 그친다.
퇴직연금의 경우 계약형만 허용돼 근로자의 자산관리 참여가 제한적이다. 계약형은 기업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 수탁사를 선정해 일괄적으로 연금을 맡기는 방식이다. 금융사들은 연금을 관계사 상품에 집중 편입하거나 원금 손실을 막으려고안전 자산 위주로 운용한다. 기업이 퇴직연금 계약 조건으로 대출금리 할인을 요구하는 등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고 전문지식이 없는 기업의 담당자가 운용을 지시하는불합리한 행태도 일어난다.
또 운용상의 규제와 보수적 자산 운용으로 수익률이 높지 않다.
운용실적에 따라 퇴직급여가 달라지는 확정기여(DC)형의 위험자산 비중 한도는 40%이고 퇴직급여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는 확정급여(DB)형은 70%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DB형과 DC형의 비율은 각각 70.5%와21.2%였다. DB형과 DC형은 원리금보장형의 상품 비중이 각각 97.7%와 79.0%였다.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에 치중한 보수적 운영을 보여주는 수치다.
금융권에 따르면 DB형 기준으로 연금 적립액이 많은 은행·증권·보험 등 20개 금융사의 올해 2분기 운용 수익률은 0.73∼0.93%였다. 0%대라는 의미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은 “한국 퇴직연금은 단기상품 위주로 투자돼수익률이 낮다”면서 “장기상품 위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호주 의무가입…영·미 운용 규제 거의 없어 연금 선진국들은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운용 규제도 거의 없다.
호주는 고용주가 근로자 급여의 9%를 연금 의무 적립금으로 내도록 하는 수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이라는 퇴직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률은 95%이고 DC형 비율은 80%를 넘는다. 적립금 운용에 대한 규제도 거의 없다. 지난해 호주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17%를 넘었다.
호주는 퇴직연금 의무화로 퇴직연금 적립금이 자산운용사로 몰리면서 자산운영업도 발전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미국, 영국 역시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는 데 규제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 노후 소득원 확대…연금산업 발전 기대 정부의 검토안대로 퇴직연금 가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면 노후 안전망이 더 넓어진다. 중소기업은 물론 영세사업장의 근로자들까지 가입하게 돼 퇴직연금 사각지대가 없어진다.
또 계약형 퇴직연금에 더불어 정부가 최근 유망 서비스업 육성 방안에서 제시한기금형을 도입하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 기금형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 기업이 독립적인 연금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통해 다양한 외부운용기금 중 한 곳을 선택해 운용을 맡기는 방식이다. 외부 운용기금 간 수익률 경쟁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퇴직연금 자산 운용 규제를 합리화하면 이전보다 더 다양한 투자 상품을 적립금운용 대상에 편입시킬 수 있어 가입자의 투자 선택권이 확대된다. 원리금보장상품이나 DB형에 편중됐던 자산 배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운용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해 선진국처럼 연금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퇴직연금을 장기 보유하게 하고 퇴직급여의 연금화를 유도하면 연금 자산은 늘어나고 은퇴자들은 연금 수령을 통해 노후 소득원을 확대할 수 있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경제연구부장은 “사적연금 자산을 확대하고 운용을 선진화하면 은퇴 이후 노후 소득 보장 수준을 높일 수 있고 노인의 빈곤층 전락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부장은 “사적연금 활성화가 복지재정 수요와 재정 불안전성에 따른 공적연금의 부담과 한계를 완화하는 데도 큰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부처간 협의, 노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등 절차를 거쳐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정책 세미나와 사적연금 활성화 태스크포스에서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됐던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의 ‘최고위과정(KALP : KCGG Advanced Leadership Program) : 좋은 몸, 좋은 마음, 좋은 공동체’ 제1기 프로그램의 현장. 강의를 경청하는 30여 명의 수강생들은 자유롭게 의문을 제기하고 강사나 다른 수강생이 이에 대답하거나 새로운 의견을 덧붙이곤 했다. 감성으로 이뤄지는 강의는 딱히 마치는 시간에 구애받지도 않았다. 교육이 끝나면 즐거운 호프 한 잔과 격의 없는 토론 등 애프터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서로 공감하고 친구가 되어 공부를 한다는 장점이 최고위과정의 특징이라는 걸 증명해주는 장면들이었다.
인생을 관통하는 지혜의 정수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최고위 과정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에서 연 ‘최고위과정’의 1기에서는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학과 교수가 몸공부를 맡고,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김정섭 성신여대 교수, 신학림 미디어오늘 대표, 최갑수 서울대 서양학과 교수가 마음공부를 맡았으며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최영찬 서울대 농업생명학과 교수,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유종일 원장이 공동체공부를 맡았다. 그리고 신동원 KAIST 박사와 유홍준 전 문화재정창이 특강을 진행했다. 모두가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철저한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는 것이 특징.
몸공부, 마음공부, 공동체공부…리더를 위한 고품격 학습의 장
한 명 부르기도 힘든 이와 같은 전문가 인사들을 어떻게 모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최고위과정을 진행하는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자체가 가진 전문가적 강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환경 보호와 문화 발전, 평화와 협력 증진을 위한 정책 연구를 목표로 출발한 협동조합이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관점에서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정책 연구기관을 표방하는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경제, 과학기술, 교육, 국토환경, 정치행정, 외교통일 등 총 14개 분과로 구성된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가 초대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각계 전문가 100여 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
정책 의제를 개발하고 제시하는 사업에 들어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 형태로 해결한다는 구조를 추구하는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그러한 목표를 위해 대부분의 조합원이 대학 및 연구기관의 정책 관련 연구자로 이뤄져 있다. 기존 조합원의 추천을 받아 조합원이 가입되기에 연구 수준을 보장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유종일 원장은 “협동조합이야말로 국가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대안이란 판단이 섰으며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지식과 문화의 생산과 공유 및 확산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협동조합’으로, 공동체를 위한 종합적인 싱크탱크 기능과 다양한 지식 관련 경제 사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그 취지를 소개했다.
최진석, 허은아, 조영남, 도현명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 초빙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성공적인 1기 프로그램의 마무리에 힘입어 2기 프로그램을 9월 17일부터 12월 3일까지 매주 수요일 총 12주 동안 진행한다. CEO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정치, 경제, 문화, 예술, 군, 관, 법조계 등의 전문지식을 부담스럽지 않게 접하는 것은 물론 각 분야의 전문가와 기업인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를 공유하고, 융합한 지식 정보를 체계적으로 나누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강사진 역시 리더 경험을 가진 각 분야의 최고 권위자 위주로 적절히 배분하여 구성했다.
이번 2기의 몸공부 부분에는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홍이승권 가톨릭의대 교수가 직접 몸 건강의 개선법을 알려준다. 마음공부 부분은 노자에 대한 신선한 해석으로 유명한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와 공자를 통한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북촌학당의 주대환 이사장, 예술과 인문학의 접점을 끊임없이 연구중인 유경희 미술평론가, 한학자인 학성강학연구회의 김종회 이사장이 맡아서 유교에서부터 풍수지리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인문학의 영역을 탐색한다.
은밀하고 깊게 격이 다른 연수 선보인다
공동체공부 부분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전문가인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 김용진 서강대 글로벌서비스경영학과 교수, 공유가치 창출과 사회적 혁신 컨설팅 분야 전문가인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박윤애 서울시 자원봉사협회 센터장이 나와서 공동체 중심으로 변화중인 비즈니스 환경에서의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강 강사로는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와 가수 조영남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시선을 엮어준다. 또한 해외 워크숍도 준비되어 일본, 중국 중 하나를 택하여 2박3일 동안 새로운 환경에서의 지식을 체득한다. 교육비 800만 원이라는 고가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커리큘럼으로 프리미엄 연수의 가치를 지향하고자 하는 구성이 돋보인다.
비싼 돈만 내고 실속은 없는 연수 과정들은 이미 널려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과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기업인과 개인들이 직면한 여러 문제점들을 분야 전문가들 간의 컨버전스 체험을 통해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받아, 최소한 한가지 이상의 경영 난제들을 해결하게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최고위과정 2기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늙어가면서 인구 경쟁력에 비상등이 켜졌다.
11일 산업연구원의 ‘인구경쟁력의 국제 비교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인구경쟁력 순위는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10년 17위였다. 그러나 장기적인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오는 2020년 16위로 간신히 올라서지만 2030년에는 21위로 추락할 전망이다. 저출산 현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2020년 이후에 인구구조가 가파르게 고령화되면서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부양 부담이 커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인구경쟁력 지수 가운데 한국의 경제활력 경쟁력 지수는 2010년 14위에서 2020년 21위, 2030년 23위로 하락할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에서 취업자의 고령화와 신규 진입 인력의 정체가 맞물리며 생기는 결과다.
한국 인구경쟁력 하락 소식이 전해진 이후 온라인에는 "한국 인구경쟁력 하락은 이미 예견된 수순" "한국 인구경쟁력 하락 배경에 저출산 문제 서려있다" "한국 인구경쟁력, 외국인 노동자 늘어도 인구 경쟁력으로 확보되지 않음"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사회활력 경쟁력 지수도 2010년 17위에서 2020년 4위로 급상승했다가 2030년 21위로 주저앉는다.
2030년이 되면 고령인구의 빠른 증가와 유소년 인구의 감소로 복지환경이 급격히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노후 생계 걱정이 내수둔화를 재촉하고 있어 현재의 중장년층이 노인이 될 시점에는 내수가 더 침체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이는 모든 연령층이 은퇴 후 생활 유지 걱정으로 소비성향을 낮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령별 소비성향의 변화와 거시경제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10여년간 전 연령층에서 평균소비성향이 감소하고 있으며, 가구주연령이 높아질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평균소비성향이란 가계의 ‘씀씀이’를 보여주는 지표로 가계의 소비지출을 처분 가능한 소득으로 나눈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인구 고령화는 평균소비성향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은 가구주 중위연령이 2003년 44세에서 2013년 48세로 상승할만큼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같은 기간 평균소비성향은 0.78에서 0.73으로 하락했다.
여기에는 50대 이상 고령층의 평균소비성향 하락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과 2013년 사이 50대의 평균소비성향은 0.75에서 0.71로, 60대는 0.78에서 0.70으로, 70대는 0.94에서 0.76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20대는 0.75에서 0.74로, 30대는 0.76에서 0.71로, 40대는 0.80에서 0.77로 떨어져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았다.
보고서는 ”기대수명은 급속히 증가하는데 근로가능 기간은 늘지 않아 노후대책에 필요한 소요자금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예상한 대부분 연령계층에서 노후대비를 위해 소비성향을 낮추고 있는 것“이라며 ”소비성향의 하향 조정은 은퇴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뚜렷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반적으로 연령별 평균소비성향은 소득이 높지 않은 20∼30대에 높았다가 상대적으로 고소득인 40∼50대에 저축 증가로 낮아지고 노년으로 접어들면서 다시 높아지는 ‘U자 형태’를 나타내지만, 한국은 40대 가구의 과도한 자녀 교육비 지출로 ‘W자 형태’의 특수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2013년 평균을 냈을 때 한국의 40대는 처분가능소득의 약 14%를 교육비로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40대 가구 기준 교육비 지출은 처분가능소득의 약 2.1% 정도다.
보고서는 ”중장년층의 과다한 교육비 지출은 노후 대비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라며 ”교육비 지출이 높았던 현 30∼40대가 고령층이 되는 시기에는 민간소비가 더욱 제약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KDI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민간소비 부진은 기대수명 증가라는 구조적 요인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의 소비활성화 대책도 단기적 수요진작 관점보다는 구조적 대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은퇴시기 연장, 고령층 경제활동 참가 지원 등과 함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과 비효율적 과잉교육을 제어할 수 있는 교육 및 채용 시스템 정비 등이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