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사는 건물 1층에 편의점이 들어왔다. 그전에는 에어컨 설치 회사가 있었는데 건물주와 송사에 휘말려 오랫동안 문을 닫아놓고 있었다. 1층이 유일한 상업시설인데 철문이 내려져 있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으니 건물 가격조차 영향을 받았다. 관리비도 미납인 상태로 몇 년간 시간이 흘러 입주민들이 골치를 앓았다.
편의점이 들어온다며 건물 주변에 있던 사철나무를 몽땅 베었다. 너무 유난 떠는 것 아닌가 했는데 지나가다가 간판이 잘 보여야 하고 에어컨 실외기 몇 개를 놓을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편의점이 들어오니 우선 건물이 산뜻해졌다. 24시간 불이 켜져 있어 환했다. 평수별로 계산하는 전기요금은 입주민들에게 더 돌아가겠지만, 건물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고려하면 감당할 만하다.
사실 이 편의점이 잘 될지는 잘 모르겠다. 주변에도 여기저기 편의점들이 있고 더구나 이곳은 자동차들이 달리면서 지나가는 곳이다. 결국 유동인구보다는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해야 하는 동네 장사다. 당장 필자야 같은 건물이니 이용이 편리하겠지만, 좀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이 굳이 여기까지 와서 사줄지는 의문이다.
우선 필자의 냉장고 청소가 필요할 것 같다. 편의점에 웬만한 것들은 다 있으니 굳이 사들고 와서 냉장고에 넣어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술 종류, 음료수, 간편 도시락 정도는 편의점 냉장고를 필자의 냉장고처럼 활용하면 된다. 유효기간이 있는 식료품들을 냉장고에 두면 유효기간이 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젠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다른 생필품들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그렇다더니 우리도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기대가 있다면 우리 건물에 관리실이 없으니 관리실 역할까지 해주면 좋겠다, 부재중에 택배라도 오면 그동안 곤란했다. 작은 것은 그냥 우편함에 넣어두라고도 했고, 분실 시 책임은 필자가 지겠다고 했다. 좀 더 큰 물건은 소화전 안에 두라고 했고 더 큰 물건은 현관문 앞에 두라고 했다. 안심이 안 될 경우에는 동네 단골 세탁소에 맡겨놓으라고 했다.
집 찾기도 수월해졌다. 이전에는 주택가라서 마땅한 이정표가 없었다. 택시에서 내릴 때 기사에게 “저 앞에서 세워주세요” 했다. 필자 집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기준이 되는 건물이 없어 집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제는 ‘편의점 앞’이라고 설명하면 쉽게 찾을 것이다.
그런데 지나가다 얼핏 본 50대 정도의 주인 모습이 그리 친절해보이지 않는다. 아직 이웃에 인사차 보내는 개업 떡 소식도 없다. 대부분은 알바생들이 자리를 지키겠지만, 주인의 이미지도 중요하다. 주변 PC방을 드나드는 청소년들이 밤에 건물 근처를 배회하면서 혹시라도 음료수 깡통을 함부로 차지나 않을까 그것도 신경 쓰인다.
아내는 남의 식구가 우리 집에 오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경상도 집안이라 친척들과는 더 없이 잘 지내는데 남의 식구는 찬바람이 쌩쌩 날 정도로 불편하게 대했다. 심지어 손님이 간 다음에는 손님의 손길이 닿았던 문고리 등을 걸레로 닦는 결벽증까지 있었다. 설거지할 때도 손님이 사용한 컵이며 수저 등은 무슨 약품을 쓰는지 몰라도 특별히 더 세척했다. 반면에 필자는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는 것을 좋아했다. 우선 음주운전 걱정할 필요 없이 마음대로 술을 마실 수 있고 필자의 집이라 편했기 때문이다. 또 집에서 음식을 먹으면 경제적으로도 절약이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들이 집에 초대를 받으면 마음을 열고 오랫동안 고마워한다는 점이 의미가 있었다. 평소 직장에서는 사무적으로 대하다가 집으로 초대해 정성스럽게 접대를 하면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며 감동을 하곤 했다. 대우받는다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한번은 직장에서 퇴근할 때 부하 직원을 집으로 데리고 간 적이 있다. 다음 날부터 연휴라서 시간적 여유도 있었고 좀 더 가까워지는 데는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내의 표정이 싸늘했다. 손님을 싫어하는 데다가 연락도 없이 손님을 데려왔다는 항의의 표시였다. 그러고는 안방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술상으로 소반을 내놓고 양주병을 꺼내 가져왔는데 안주거리를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양주에는 마른 오징어구이가 제격인데 보이지 않았다. 냉장고 안에서 급한 대로 술안주 될 만한 반찬을 꺼내 먹을 수밖에 없었다. 부하 직원은 필자의 아내가 안방에 들어가서 나오자 않자 불청객이라는 입장이 불편한 모양이었다. 아마도 부하 직원은 직장에서 아내의 냉랭한 태도와 당황하며 쩔쩔매던 내 모습을 다른 직원들에게 얘기했을 것이다.
그 당시 필자는 봉제공장 공장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하청공장에 가면 사장 부부가 우리 집을 구경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하청공장이 대부분 지하실이었는데 서울 강남에 있는 우리 집은 어떻게 꾸며놓고 사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집에 초대했다가 아내가 냉랭하게 대하면 손님이나 필자 입장이 난처해질 것 같아 언제든 초대하겠다고 말만 해놓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일주일간 미국에 있는 처형네 집에 다녀오겠다는 것이었다.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일주일 내내 손님들을 집에 데려와 술파티를 벌일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뻔질나게 해외출장을 다닐 때마다 사온 각종 양주들은 장식장에 고스란히 있었다. 술은 혼자 마시는 것보다 여럿이 마셔야 제맛이 난다.
그룹별로 초대할 명단을 뽑아봤다. 그러고 하루는 생산부 사무직원들, 하루는 공장 반장급들, 하루는 사무 여직원들, 나머지는 하청사 부부들을 따로 부를 계획을 세웠다. 안주와 식사는 마른안주에 중국집 등 동네 음식점에서 주문해 먹으면 될 일이었다. 과일은 통째로 칼과 과일바구니를 갖다 놓으면 손님들이 알아서 깎아 먹으면 됐다.
필자의 특기는 진토닉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특기라 할 것도 없는 것이 제조방법이 너무나 간단하다. 드라이진이나 보드카에 토닉워터를 타고 통조림에서 꺼낸 빨간 체리 하나를 넣어주면 훌륭한 진토닉 칵테일이 된다. 주량에 따라 토닉워터의 양을 조절하면 된다. 투명한 크리스털 잔에 담긴 빨간 체리 때문에 보기에도 좋다. 오렌지 주스를 섞기도 하는데 그러면 노란 스크류 드라이버가 된다. 사람들은 소주와 맥주는 어느 정도 자신의 주량에 맞춰 마신다. 그러나 진토닉이나 스크류 드라이버는 생소한데다 어느 정도 마셔야 취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많이 마실 수 있다. 술맛이 달달해서 잘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보드카나 드라이진은 알코올 도수가 만만치 않게 높다. 멋모르고 마셨다가는 많이 취하게 된다.
칵테일 종류의 술은 특히 여성들이 좋아한다. 보기에도 좋고 마시기에도 달달하기 때문이다. 여직원들과 하청사 부인들에게 칵테일을 만들어주니 생전 처음 맛보는 술이라며 즐거워했다. 만약 아내가 있었다면 그들은 필자 집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여직원들이 그렇게 자유롭게 떠들고 양껏 술을 마실 수도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아내가 있었다면 여직원들을 집에 데려오는 것 자체가 허락이 안 떨어질 일이었다. 그들도 아내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는지 여행으로 부재중이라고 하자 부담 없는 표정으로 필자 집을 방문했다. 아내가 함께 어울려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아내의 부재를 틈타 마음껏 떠들고 웃음꽃을 피운 날이었다. 몇십 년이 흘렀어도 이때의 추억은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주말 퇴근길 혼자 터벅터벅 걸어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다,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텁텁한 공기만 꽉 차 있는 실내, 순간 엄습해오는 불안감. 거실은 물론 방마다 불이란 불은 죄다 켜본다. 또 양쪽 화장실에, 베란다까지 구석구석 다 훑은 뒤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오늘은 창문을 모두 닫아걸자. 왜? 나 홀로 집이기 때문이다.
“썰렁하니 음악이라도 좀 틀어볼까? 아니다, 그냥 TV나 틀어놓자.” 고교 시절 를 무척 즐겨 들었던 시절이 있었지. 이후 대학에 진학하면서, 또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선 라디오 프로그램은 아예 딴 세상 이야기가 되고 말았지. 배경음악과 함께 녹아내리는 목소리로 들려주던 ‘심쿵’ 사연, 까닭 모를 아련함에 밤을 새우며 써내려간 부치지 못한 편지들. 기다리던 노래는 때마침 흘러나오는데 “오 마이 갓! 그 많던 공테이프는 다 어디로 갔나?”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자취를 감춘, 내다 버린 기억은 분명 없는데 집구석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아! 젊은 날의 흔적들이여~ 정녕 다시 돌아올 수 없단 말인가?
불청객은 바로 그즈음에 등장했다. 적막을 깨는 휴대폰 벨소리. 달콤 쌉싸름했던 잠시나마의 시간여행에서 냉큼 현실로 돌아온다. “아빠 저희 잘 도착했고요. 지금 저녁 먹고 있는데 아빠는요?” 살뜰한 큰 녀석이 카톡으로 인증샷을 보내줬다. 마당에서 고기를 굽는 장인, 주방에서 밥하고 계신 장모, 모처럼 방문한 친정집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 아내, 그리고 나란히 앉아 휴대폰 삼매경에 빠진 사춘기 두 아들의 모습에 가만히 미소를 지어본다.
긴장이 풀리고 연휴도 한몫했을 터다. 오전 10시경 부스스 눈을 떠보니 베란다 창을 뚫고 들어온 태양이 눈을 위아래로 흘기고 있다. 머리맡의 빈 맥주 캔은 보초를 서고 있다. 늦게까지 멀뚱거리다 기어코 한 편의 영화를 챙겨보느라 늦잠을 자고 말았기 때문이다. 라는 영화는 도대체 제목이 생뚱맞다. 악한을 연기한 주연배우의 동전 게임과 산소통 장면만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 좀 더 잘까나?” 그 순간 노란 포스트잇을 발견한다. 목이 말라 냉장고 문을 열려던 순간이었는데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 않는 걸까.
깨알 같은 글씨로 써내려간 쪽지엔 숙제가 가득하다. 청소기 돌리기, 쓰레기 버리기, 화분에 물주기, 빨래 널기 등은 그래도 괜찮다. 락스 뿌려 화장실 청소하기(뿌리고 난 후 약 1시간 뒤에 솔로 잘 문질러야 타일 틈새의 곰팡이를 제거할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는 좀 심하지 않나? ‘가정의 달 특집’이라나 뭐라나!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나 않지.
순전히 필자의 착각이었다. 연휴에 혼자 집에 있으면 시간도 아주 천천히 갈 테고, 미뤄왔던 소소한 버킷리스트를 완전 달성할 줄 알았는데 웬걸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너무 여유를 부린 걸까? 일주일이 슝~ 지나가버리고 다시 금요일 오후, 지하주차장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경적소리에 필자만의 시간은 그대로 정지되고 만다.
뭘 또 저리도 잔뜩 챙겨온 걸까? 칠순을 훌쩍 넘긴 장인장모께선 또 얼마나 바리바리 싸주셨을까? 출가한 아들이 둘씩이나 있지만 여태 친손자를 보지 못한 두 분은 그래서인지 필자의 아들들을 무척이나 챙겨주신다. 오이소박이, 겉절이물김치, 부추무침, 참기름, 들기름에 소백산 자락에서 직접 캔 쑥으로 만든 쑥떡까지 보내주셨다. 참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 저녁엔 밥도둑이 따로 없으리.
5월 연휴에 맞이한 일주일간의 나 홀로 집에! 그러나 혼자는 없었고 참 따뜻한 가족이 있었다.
우리 부부는 말다툼이 잦다. 다툼의 주제는 나라경제도 아니고, 집안경제도 아니고, 자식교육도 아니다. 항상 좀스럽고 하찮은 일로 다투는데 그 이유는 딱 두 가지, 남편이 입는 옷과 남편이 먹는 음식 때문이다.
음식은 자기를 위해서 먹고, 옷은 상대방을 위해서 입는 것이 예의라고들 하는데, 옷 꼴이 말이 아닐 때 보다 못한 필자가 몇 벌 사온다. 입으면 디자인이나 색상이 매우 잘 어울리고 품위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도 새로 사온 옷에 대해 타박과 잔소리가 한없이 늘어진다. 그러면 으레 말다툼으로 이어진다. 자기 것은 양말 한 짝도 사오지 말란다. 그러면서 입기는 잘만 입고 다닌다.
필자는 남편 옷을 자주 사지는 않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에 여러 벌 산다. 그래서 옷 때문에 전쟁을 치루는 횟수는 몇 번 안 된다. 하지만 음식은 날마다 매끼 먹을 때마다 잔소리를 해대니 보통 피곤하고 짜증스러운 게 아니다. 필자는 서울 태생이고, 남편은 충북 태생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나서 자란 사람에게, 어릴 때 먹던 충청도 음식을 해내란다. 해주면 그 맛이 아니라고 안 먹는다. 너무나 얄미워 남편만 아니라면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다.
필자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주말 부부나 해외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둔 부인들이다. 그 정도로 남편과 떨어져서 살아보는 게 소원이다. 남들은 남편이 잠시라도 없으면 못 살 것 같다는데, 필자는 오죽하면 떨어져 사는 게 소원이겠는가!
이런 남편이 하루는 느닷없이 간단하게 짐을 챙기란다. 선배가 갑자기 중국엘 같이 가자고 해서 한
1주일 정도 중국엘 다녀와야겠다는 것이다. 뭐? 뭐라고? 내 귀를 잠시 의심했지만 이내 기쁨이 물밀듯 밀려왔다. 그래도 대놓고 웃을 수는 없었다. 남편이 섭섭해할까봐.
우리 부부는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떨어져서 살아본 적이 없다. 결혼하고 최초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드디어 남편이 중국엘 갔다.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남편이 집에 없으니 어디선가 콧노래가 들려온다. 점차 집 안이 콧노래로 가득 찼다. 아니! 이 소리는 아들의 노랫소리가 아닌가! 우리 모자는 이렇게 남편이 현관문을 나선 그 순간부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기쁨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바로 해방의 기쁨을 가득 담은 눈빛이었다.
우리 모자는 평소에 남편이 건강에 나쁘다며 못 먹게 하던 라면, 치킨, 피자, 자장면, 탕수육 등을 메뉴 바꿔가며 시켜 먹었고, 매일매일 즐겁고 행복한 웃음꽃을 피우며 지냈다. 그런데 하루는 전화가 걸려왔다. 무심코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고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남편이었다.
수화기 속 남편 목소리는 무척이나 반가운 듯 들렸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흥분되고 들뜬 하이톤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내일 집에 갈게~”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순간 깜짝 놀라서 “벌써?” 했다. “아니! 이 사람이! 뭐가 벌써야? 1주일이나 됐는데.” 남편이 섭섭했나보다. “아차! 벌써 1주일이 지났나?” 하아! 아들과 함께 지낸 꿈같은 일주일은 그렇게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하루는 남편이 필자를 조용한 찻집으로 불러냈다.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해서 석연찮은 생각이 들었다. 얼마 만에 오는 찻집인가. 그래서일까 전혀 모르는 사람과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커피 향을 맡으며 한 모금 마시려는 순간 남편은 다짜고짜 “나 집을 나가볼까 해, 며칠만이라도 나가서 살아볼래” 하고 말했다. 막상 그런 말을 듣고 보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필자는 “누가 할 소리…” 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말한 것은 어느 정도는 수긍한다는 의미였다. 물론 그놈의 사춘기 두 아들만 아니었으면 필자가 할 소리였다.
당시는 남편의 목소리도 지겨울 때였다.
매일 다리라는 바지와 와이셔츠 가지고 싸운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참을 만큼 참고 살던 시절이었으므로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남편은 집으로 돌아와 주섬주섬 가방에 짐을 싸더니 그대로 나가버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허락을 해놓고 막상 저녁이 되면 베란다 창가에 앉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는 차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던 것이다,
현관문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어느 날부터인가는 자꾸 비관적인 생각만 들었다. ‘만약 남편이 끝끝내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지?’ 경제적인 면도 걱정됐다.
두 아들의 말대꾸는 혼자서 어찌 감당해야 하나, 그래도 남편이 있을 때는 아이들이 움찔하기라도 했는데 아빠가 없으니 그야말로 대들 기세였다. 그저 필자 살아갈 걱정만 태산이었다. 남편이 어디서 밥을 제대로 먹고 있는지는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잠을 자도 푹 자지 못했다. 한밤중에 잠을 깨는 날이 많았는데 웅크리고 자는 필자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베개를 가슴에 안고 거실을 서성이기도 했다. 하루 이틀 정도는 홀가분했는데, 사나흘이 지나자 불안이 엄습해왔다. 시누이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의 근황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몸이 허해서 일어나는 불안증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다시 남편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 사람은 필자에게 무슨 말을 할까.
남편과 같은 공간에 있을 때는 아웅다웅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자주 싸움을 했다. 그런 상대가 없어졌으니 후련할 일인데 불안해하면서 창문 앞에서 서성대는 모습이라니.
남편이 다시 내 앞에 떡하니 나타난다고 해도 오순도순 살 자신도 없으면서 말이다. ‘속이 시원하지가 않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그런 건가?’ 더럭 겁이 났다. 온갖 잡념들이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심장도 쿵쿵댔다.
얼마 후 “나야 나” 하고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무슨 짓을 하면서 지냈는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혼을 하지 않으려 마음을 먹은 이상, 그냥 모른 척 살아야만 했다. 그는 구렁이 담 넘듯 성큼 집 안으로 들어섰다.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세상에 있는 욕을 다 퍼붓고 싶었지만 별말 하지 않았다. 관계는 더 서먹해졌지만 그래도 그의 그림자라도 있는 것이 덜 쓸쓸했다.
필자는 요리하는 것을 즐겨하는 편이다. 평생 그토록 칼을 잘 쓰면서도 지금까지도 자르지 못하는 게 있으니 바로 부부의 연이다.
최근 한밤중에 우리 아파트 뒤편 동네에 화재가 났다. 드라마를 보던 중이었는데 베란다 밖으로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확성기가 요란해서 무슨 일인가 내다보았더니 바로 우리 집 건너편 숲 너머로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퍼지고 있었다. 그 동네로 들어가는 길은 구불거리고 좁아서 평소에도 차 두 대가 만나면 한쪽이 비켜줘야 하는 곳이었다.
드라마에 심취해 있어서 몰랐는데 그 좁은 길에 어느새 출동한 대여섯 대의 소방차와 경찰차가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경광등을 번쩍이고 있다. 새까만 밤길에 빨갛고 파란 경광등이 선명했다. 우리 집까지 번져오지는 않겠지만 바로 코앞에서 시뻘건 불길이 타오르니 섬뜩하기도 했고 무서웠다. 그래도 필자는 그 와중에도 기자 정신을 발휘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 동네는 예전엔 무허가 집이 즐비했던 산동네였다. 이제는 무허가 집이라 해도 말끔하게 단장하고 옆 텃밭을 가꾸는 등 목가적이고 아늑한 풍경이어서 가끔은 일부러 산책하러 가기도 했다. 아직 옛 정취가 남아 있어 담장마다 넝쿨 꽃을 늘어뜨리고 집 앞을 꽃 화분으로 장식한 소박한 집들이 보기에 정겨운 곳이다.
이렇게 깨끗하고 소박한 마을이지만,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의 못살던 시절을 표현할 때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언젠가 인기 드라마를 보다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이 나왔는데 바로 이 동네였다. 덩달아 우리 아파트도 한 컷 찍히기도 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알고 보니 주인공의 가난한 시절을 찍기 위해 이 동네에서 촬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도 못사는 동네를 촬영할 때 이곳을 찾는다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그런데 유난히 이 동네는 불이 자주 난다. 웽웽 사이렌 소리가 울려 내다보면 연기와 함께 시뻘건 불길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번 불은 재빠른 소방차의 대응으로 금세 불길이 잡혔다. 인명피해가 있었다는 말은 없어서 다행이지만 몇십 년 보아오던 무성한 숲의 나무들이 불타는 광경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불조심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오늘의 화재도 누군가의 실수로 일어났을 것이다. 불이란 사소한 데서도 일어날 수 있으니 각자가 평소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른 최근 고령사회로 접어들어 시니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니어는 젊은 사람보다 기억력과 행동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불은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깜빡 잊는 바람에 큰일로 번질 수 있는 일이 많아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며칠 전에는 우리 아파트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8층에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이 가스 불에 올려놓은 냄비를 잊고 마당에 나와 친구분과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아랫집에서 연기가 올라와 위층에 사는 사람이 관리실과 소방서에 연락해 출동했는데 정작 마당에서 놀고 계시던 할머니는 까맣게 몰랐단다. 다행히 불이 나지는 않았지만 실내엔 연기가 가득했고 타는 냄새가 심각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자신뿐 아니라 이웃에게도 큰 피해를 주게 된다. 많은 분이 할머니에게 조심하시라는 이야기를 했고 할머니도 미안한 마음에 무척 놀라셨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생판 남의 일만은 아니다. 필자도 가끔 가스레인지에 음식을 올려놓고 다른 일을 하다가 타는 냄새가 날 때쯤 겨우 알아차렸던 일이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우리 아파트는 각 집마다 외출 시 가스와 전열기구 점검하라는 빨간색 경고 스티커를 배부했다. 필자는 스티커를 현관문 안쪽에 붙여놓고 나갈 때마다 한 번씩 더 점검을 한다. 나만 조심해서 될 일이 아닌 이런 사고가 노인이 늘어가는 세상에서는 더 자주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럴수록 서로가 더 조심해야 할 것이다. 백번을 말해도 부족하지 않을 불조심!!이다.
시니어기자 2기 발대식 불참으로 아쉬워하던 차에 배달된 박스를 열어보니 서약서, 잡지, 선물과 함께 겉표지가 하늘색 구름인 책이 한 권 들어 있다.
책을 볼 때마다 제목, 작가 프로필, 머리말, 맺음말, 차례, 추천사순으로 꼼꼼히 파보는 습관은 일종의 직업병이다. ‘나이-사랑-부모-있을까?’ 순전히 필자 방식으로 제목을 재배치해본다. 필자에게 의미 있는 순서로 제목을 뜯어보며 ‘글쎄에~’ 하며 애매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봤다. 일독을 하고 아들러 심리학자 겸 철학자인 작가는 분명 명상이나 불교의 마음공부를 접해본 사람일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머리글을 다시 읽어보니 어릴 적 가정교사와의 인연이 그제야 보인다. 뇌경색 엄마와 치매 아버지를 간병한 저자의 진솔한 경험 이야기는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 할 본질적인 숙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필자의 지인들에게 유익한 지침서로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필자에게는 몇 가지 강박이 있다. 요즘은 시계가 패션이라지만 필자에게는 필수품이다. 달력 역시 눈 닿는 곳마다 둬야만 안심이 된다. 늘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도 그중 하나다. 한 번 온 이생을 시간에 쫒기면서 늘 불안과 두려움으로 살아야 하는 고통의 원인은 뭘까? 행복이란? 또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고심 중에 만난 것이 명상이다. 명상을 하다 보니 불교의 마음공부로 이어졌고 이제 그곳에서 답을 찾고자 애쓴다. 지루해지고 지쳐가던 이즈음, 오늘 문득 답을 엿본 듯하다. 경계에 걸리지 않으면 자유다. 지금 여기에서, 있는 그대로, 거기에서 다시 시작하기 등등이 자유의 전제라는 사실을 저자는 어떻게 알았을까?
‘부모 모시기’가 진정한 수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온몸이 쭈뼛해진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가치롭다, 현실의 부모를 받아들이자. 괴롭더라도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함께 있는 이 삶 자체가 소중하다, 인생은 효율이 아니다 등등 간병의 고된 일상에서 나온 저자의 이야기는 구순 노모와 생활하는 필자를 되돌아보게 한다.
당장 리스트를 작성하여 체크하고, 실천 강령을 세워본다.
‘얼마나 깊은 인연이기에 부모 자식으로 엮였을까?’
그동안 필자는 부모와 자식과 무엇을 주고받았는가? 돌이켜본다. 누구나 나이 들어감을 인정해야 한다. 늙음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 이제는 부모와 자식이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독립된 자연의 인간으로 마주해야겠다. 희미한 기억을 벗고 추억으로 함께하는 순간에 기뻐하며, 현재의 삶에 좀 더 집중해야겠다.
매일 필자가 구순 노모에게 드리는 하루 용돈은 만원이다. 그 돈으로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시는 재미가 쏠쏠하시단다. 역할을 드리고, 존재를 인정하고, 모시기보다는 함께 즐기기를 권하는 저자의 말에 필자는 어느새 동참하고 있었다는! 무엇보다 ‘가장 큰 효도는 불효하는 것’이라는 말에 힘입어 오늘도 현관문을 나서며 ‘만원의 행복’을 당당하게 부탁드린다.
“고 여사님! 오늘 저녁은 두부김치가 땡기네요~”
이번 한 주 동안 꽃샘추위 최강한파가 몰려온다는 뉴스가 약간의 공포감을 가져다주었다.
굳이 ‘최강’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련만......
여기서 ‘최강’은 추위를 대비하라는 경고성 예보라기보다는 이제 웬만한 자극적인 사건에는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회분위기를 반영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새벽에 집을 나서면서 완전 무장을 했다.
아파트 현관문과 지하 주차장 입구까지는 불과 삼분 거리밖에 안되고 사무실 내 자리까지는 회사 지하 주차장에서 외부를 거치지 않고 올 수 있다.
그런데도 종일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처럼 목도리를 두르고 두툼한 코트까지 걸치고 나섰다.
내 또래 사람들 중에 어릴 때 따뜻하게 살았던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마는
어린 시절의 겨울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온 몸이 오그라든다.
방안에서도 하얀 입김이 나오고 윗목에 놓아 둔 물그릇이 밤새 꽝꽝 얼어버리던 추위였다.
그래도 방학 때는 이불 뒤집어쓰고 방안에서 지내면 되었지만 개학 즈음의 초봄이 괴로웠다.
집에서 먼 거리의 학교를 걸어 다니던 중학교 때 그 초봄 추위.
박박 깎은 머리에 교모 쓰고 면으로 만든 검은색 교복 하나 달랑 입고
새벽에 나서면 위아래 이빨이 다다닥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어릴 때 나는 몸도 약했고 혈액 순환도 잘 안 되는 체질이었다.
매년 겨울이 시작될 무렵부터 봄이 올 때까지 심한 동상에 시달렸다.
귀는 벌겋게 얼어서 주먹만 하게 커졌고 손가락, 발가락도 진물이 나고 퉁퉁 부었다.
발가락이 엄청 굵어져서 신발을 신기도 힘들었다.
동상은 아프기도 하지만 가려운 것이 더 괴롭다.
마땅한 동상약도 없던 시절 어머니께서는 밤마다 콩 자루를 내 손과 발에 채워주셨다.
동그랗고 노란 콩을 반 쯤 채운 신발주머니 같은 자루에 손을 넣으면 팔목을 묶어 주셨다.
양쪽 발도 양말처럼 콩 자루를 신고 잤다.
내가 뒤척일 때 마다 그 동글동글한 콩알들이 사그락 사그락 소리를 내면서 내 발과 손가락 사이로 굴러다녔다.
간질간질 거리던 콩의 감촉이 아직도 남아있다.
어머니께서 자루에 담아주시던 콩알 숫자만큼이나 많은 세월이 훌쩍 흘러버렸다.
팔순을 훌쩍 넘기신 어머니의 손등은 주름이 많고 윤기도 없다.
요즘 어머니 손을 보면 오십여 년 전 내가 만지작거리며 놀았던 할머니의 손이 생각난다.
뼈만 앙상하던 손.
검버섯이 핀 손등 피부를 들어 올려 꼭 접어놓으면 다시 내려앉아 펴지는데 한참 시간이 걸리던 할머니의 손...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자꾸 더 높이 들어 올리곤 했었다.
이제 어머니의 손이 그렇게 되었다.
육십을 앞에 둔 내 손은 겨울마다 채워 주셨던 어머니의 콩 자루 덕분에 참 곱다.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스크루지 영감이 떠오른다.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도 좀 구두쇠이기 때문에 더 공감이 간다. 그래서 반성도 하며 교훈을 얻어 지침으로 삼는다. “그 친구를 그렇게 보내는 게 아니었어. 처진 어깨 다독여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하는 거였어.” 특히 이 구절을 늘 가슴에 품고 지낸다.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의 일이다. 집 안에는 한 달 전부터 만든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이 번쩍번쩍했다. 두 아들은 그 앞에 옹기종기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 펄떡펄떡 뛰었다. 전구 불빛 한 번 만지고 자지러지게 좋아했고, 장식을 살짝 손대면 까르르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필자도 덩달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해가 어둑해질 무렵 유치원 교사와 운전수 아저씨가 크리스마스 복장을 하고 서로 약속된 시간에 찾아와 현관문 벨을 울렸다. “나 산타 할아버지야, 하우가 말을 잘 들어 선물을 가지고 왔어.” 선물을 손에 들고 줄듯 말듯하면서 “엄마 아빠 말 잘 들었지?” 하고 물었더니 아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네” 했다. 선물을 받고 아들은 자기가 평소에 갖고 싶었던 것이라며 끌어안고 좋아했다. 필자가 미리 선물을 사다가 유치원에 맡긴 걸 알 리가 없는 아들은 ‘어떻게 알았지?’ 하는 표정으로 기뻐했다.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날 밤은 눈이 펄펄 내렸고, 새벽녘에는 동네 골목에서 교회 성가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러….” 낭랑하게 들려오는 노랫소리는 마치 예수님께서 우리 집에 축복의 기도를 해주시는 듯 아름답게 들려왔다.
아들은 선물을 만지작거리면서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운전수 아저씨 목소리 같아” “그랬어?” 그때는 숨기고 싶었다. 얼버무리며 필자는 미소만 지어 보였다. 몇 년이 더 지난 후 아들은 “엄마 그때 운전수 아저씨라는 거 알고 있었어. 그런데 그냥 말하지 않고 지나간 거지.”
잊히지 않는 크리스마스의 추억이다. 그 당시에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떠들썩하게 보냈다. 선물도 주고받고 흥분된 마음으로 지냈다. 거리마다 가게마다 불빛이 빛났고 밤늦은 시간까지 술집은 사람들로 붐볐다. 가수들은 캐럴송 음반을 서로 다투어 출시했고, 거리에 한 가득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요즘은 크리스마스 날이 되어도 조용하다. 이제 필자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릴 적 그 시절의 크리스마스가 그립다.
혼자라서 힘들고, 불편하고, 못 살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그만. 사는 건 혼자이지만, 싱글라이프를 도와주는 다양한 서비스가 당신의 생활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 CHAPTER 1. 의(衣) 생활 아재 패션 탈피하는 맞춤형 스타일링 서비스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은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요소다. 홀아비와 중년신사는 셔츠 한 장 차이로도 갈릴 수 있다.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느낀다면, 패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1) 직접 디자인하는 나만의 옷 ‘스트라입스(stripes.co.kr)’
패션 컨설턴트가 체형, 상황, 피부톤, 얼굴형,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기성복이 아닌, 자기 몸에 맞춰 결점은 보완하고 매력은 살리는 최적의 핏으로 디자인한 옷을 제작할 수 있다. 넥타이 연출법, 트렌드 컬러, 직업별 코디 등 유익한 패션 정보도 있어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싱글족을 위한 추천 셔츠 7종도 판매한다.
2) 쇼핑 걱정 덜어주는 코디박스 ‘유어스타일리스트(yourstylist.co.kr)’
패션으로 젊은 감각을 뽐내고 싶다면 유어스타일리스트를 이용해보자. 일대일 상담(카카오톡 이용)을 통해 기본 상·하의를 비롯해 신발, 양말, 재킷 등 원하는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제품을 먼저 받아보고 결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코디 상품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부담이 없고, 반송이나 교환도 무료로 가능하다.
“귀찮은 빨래, 스마트폰만 있으면 괜찮아요!”
세탁물이 많지 않은 1인가구용 미니드럼세탁기와 스타일러(살균·먼지제거·탈취 등 의류관리기)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적은 양의 세탁물을 관리하기엔 실용적이지만 이불이나 커튼 등을 세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단점. 셔츠 한 장에서부터 침구까지 세탁을 해결주고, 직접 세탁소를 찾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세탁 서비스 앱’이 주목받고 있다. 세탁물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하고 수거 장소와 시간을 정하면 편리하고 빠르게 빨래를 해결할 수 있다.
◇ CHAPTER 2. 식(食) 생활 장보기 걱정 뚝!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생수, 쌀, 야채, 과일 등 주기적으로 장을 봐야 하는 식재료가 있다. 혼자 지내다 보니 사려 했다가도 잊어버릴 때도 있고, 자주 장을 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잡지나 우유처럼 주기별로, 원하는 만큼 받아볼 수 있는 서브스크립션(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냉장고가 텅텅 비는 날은 없을 것이다.
1) 쿠팡 정기배송(www.coupang.com)
라면, 통조림, 반조리·냉동식품, 조미료, 소스 등 즉석·가공식품을 비롯해 생수, 우유, 커피, 탄산음료 등 마실 거리와 시리얼, 과자, 사탕 등 간식 등을 주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 건강보조식품이나 다이어트 제품, 잡곡, 견과류, 애완 사료도 주문 가능하다. 월 1회부터, 4개월에 1회까지 주기를 고를 수 있고, 제품 수량도 원하는 만큼 선택할 수 있다.
2) 돌리버리(www.doleivery.co.kr)
수입과일 전문브랜드(Dole)에서 판매하는 과일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1주에서 4주까지 기간을 설정하고 화~금요일 중 하루를 고르면 된다. 1인가구를 위한 바나나 1송이, 파인애플 1개, 코코넛 1개, 패션프루츠 1팩, 용과 1개 등으로 구성된 싱글박스(1~2인용, 1만9800원)가 있다.
간편하고 맛있게 삼시 세끼 챙기기
배달음식 하면 짜장면, 치킨, 피자 등을 떠올리겠지만 요즘은 1인가구를 위한 건강하고 실속 있는 배달음식 서비스가 늘고 있다. 요리 솜씨가 없는 이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매일 같은 반찬이 지겨운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기특한 서비스다.
1) 에이엠푸드(www.amfood.co.kr)
매일 새벽 우유를 배달해주듯 아침을 배달해주는 곳이다. 우유처럼 새벽에 서비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현관문 배송주머니를 통해 전달받는다. 핑거푸드, 다이어트식단, 덮앤밥, 모닝죽 등으로 분류해 미리 짜놓은 한 달 식단대로 제공한다. 원하는 콘셉트를 고르면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만든 건강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 (월 12만원)
2) 배민프레시(www.baeminfresh.com)
도시락뿐만 아니라 반찬, 국, 빵, 커피, 신선주스까지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저염·친환경·유기농·프리미엄 메뉴가 있어 건강을 염려하는 싱글족의 걱정을 덜어준다. ‘아내의 식탁’ 카테고리를 이용하면 원하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레시피와 정량의 재료가 함께 배달돼 요리가 쉽고 편리해진다.
3) 식스레시피(www.6recipe.co.kr)
양을 사더라도 1인분씩 조리하다 보면 재료가 남기 마련. 그렇다고 오래두고 먹기엔 신선도가 떨어지니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식스레시피는 필요한 재료를 1인분에 맞춰 소분해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자투리 재료가 생기지 않게 요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매일 새벽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들여오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화학조미료와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 레시피를 제공한다.
◇ CHAPTER 3. 주(住) 생활 집안일 미루지 말고, 가사도우미 앱을 활용하자
주거 공간이 깨끗하게 정돈돼 있어야 기분도 쾌적하고 생활도 건강해진다. 그러나 혼자 살다 보면 청소하고 정리하는 일이 귀찮아질 때도 있고, 가끔은 혼자 청소하기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럴 땐 가사도우미 앱을 사용해 청소를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전한 우리 집 지킴이 ‘케이티 홈캠&홈매니저 서비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을 관리하고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홈캠’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카메라로 집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고,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케이티텔레캅 직원이 출동하도록 연계돼 있다. ‘홈매니저’는 가스안전기(밸브 자동 잠금 기능), 도어락(실시간 문 열림 상태 확인), 열림 감지기(외부 침입 감지), 플러그(에너지 절감 및 전력량 확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 extra :: 생활+
의식주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편리하고 즐거운 싱글라이프에 도움이 될 만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소개한다.
1) 뷰티 큐레이션 커머스 ‘글로시데이즈(www.glossydays.kr)’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춰 뷰티 전문가가 고른 화장품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한 달에 한 번씩 받아볼 수 있는 정기배송 박스와 한정된 시즌에 맞춰 구매할 수 있는 스페셜 박스가 있다. 평균 6만원 상당의 화장품 5종을 월 1만65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매월 15일 옵션을 선택하면 박스가 배달되는데, 이 절차가 번거롭다면 3~12개월 선불권을 이용하면 된다.
2) 싱글라이프 트렌드와 정보를 한눈에 ‘1집(1hows.com)’
이미 혼자 살고 있거나 혼자 살고 싶은 사람, 또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사이트다. 플레이스(PLACE), 푸드(FOOD), 리빙(LIVING), 러브(LOVE) 등 싱글에게 유용한 콘텐츠를 살펴볼 수 있다.
3) 생활 심부름 서비스 앱 ‘띵똥’
배달하지 않는 맛집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마트 또는 편의점 장보기, 퀵서비스, A/S, 각종 관공서 업무, 약국 방문, 선물 배달 등 다양한 생활 심부름을 1만원 내외의 금액으로 대행한다. 365일 24시간 내내 이용 가능하고, 서비스 진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