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안 아픈 데가 없는데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니 미칠 노릇이네요.”
“충분히 휴식을 취했는데 조금만 활동해도 바로 피곤함이 밀려옵니다.”
생각보다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시니어는 더욱 그렇다. 가족에게 하소연해도 검사 결과는 ‘정상’이니 엄살로 오해받는 느낌까지 든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장(腸)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면역세포의 70~80%는 장에 존재한다
유난히 잔병에 자주 걸리는 사람이 있다. 보통 이런 사람은 한 번 감기에 걸리면 잘 낫지도 않는다. 병원에 다녀와도 약을 먹으며 최소한 일주일은 앓아야 감기가 떨어진다.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가장 흔한 것이 감기 바이러스다. 발견된 종류만도 200개가 넘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예방하기도 힘들다. 그만큼 감기에 걸리기도 쉬운데 면역력이 강하면 설령 감기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우리 몸의 면역계가 보기 좋게 퇴치해버린다.
감기 외에도 피부 질환인 아토피부터 고혈압, 근육통 등 얼핏 보면 장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장이 좋지 않다. 실제로 이러한 사람들 중 장 건강을 회복하고 호전된 사례가 많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장이 좋아지면 증세가 눈에 띄게 호전된다. 늘 근육이 뭉쳐 한의원에서 침을 맞거나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던 사람도 장이 건강해지면서 통증이 사라졌다. 그 이유는 뭘까?
오랫동안 장은 단순히 소화, 흡수를 하는 장기로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과 함께 밝혀진 장의 기능은 매우 놀라웠다. 면역과 해독을 주도적으로 관장하며 면역력과 직결되는 장기가 바로 장이다. 면역세포의 70~80%가 장에 존재하는 것이다.
장은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장이 망가지면 우울증이 오기 쉽고 면역력이 약해져 온갖 질병에 노출된다. 질환뿐 아니라 현대인들의 오랜 화두인 노화와 비만마저도 장내 미생물과 깊은 관련이 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해도 쉽게 피곤해진다면 장 건강을 의심해보고 생활 습관 개선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탄 고기, 가공육은 멀리해야
힘들어하는 장에게 활력을 주기 위해서는 장이 왜 힘들어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현대인들은 과식으로 인해 장에게 휴식을 주지 못할 때도 있지만, 매일 먹는 음식에 장 유해균이 너무 많은 것이 더 큰 문제다.
대표적으로 탄 음식에 장 유해균이 많다. 고기를 구울 때 육류의 단백질과 지방이 타면서 발생하는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그것이다. 벤조피렌에 노출되면 적혈구가 파괴돼 빈혈을 일으키고, 면역력이 저하된다. 부득이하게 고기가 탔으면 탄 부분을 잘라내고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안전한 육류 섭취 방법은 기름과 높은 온도를 피하고, 직화구이보다는 프라이팬과 같은 조리기구를 이용하고, 삶거나 찌는 조리법이 좋다.
장 건강을 위협하는 또 다른 식품으로는 가공육이 있다. 가공육은 고기의 맛이나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가공한 고기를 의미한다. 가공육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고기에서 미생물이 번식하지 않고 색이 빨갛게 유지되도록 소금 등에 일정 기간 노출시켜 염분의 농도를 높이고 포화지방도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공육 중에서 햄이나 소시지의 경우는 ‘아질산나트륨’이 포함돼 있다. 고기 색을 붉게 유지시켜주는 아질산나트륨은 장내에서 발암물질을 생성한다. 2015년 WHO(세계보건기구)가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에 함유된 아질산나트륨을 1급 발암물질로, 붉은 고기를 2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채식으로 소식하는 식단이 필요하다
탄 음식과 가공육 등을 멀리하는 방법으로 장을 깨끗하게 청소했다면 그다음은 유익균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사람을 보면 소식 또는 채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단 소식을 하면 체내에 남는 에너지가 줄어 지방이 쌓이지 않는다. 또 탄수화물 섭취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혈당 변화 역시 적다.
채식 위주의 식사는 노화를 방지한다. 채소는 대부분 식이섬유와 수분, 비타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식이섬유는 대장 내 유익균 생장을 도우며 대장에 축적되는 노폐물을 빠르게 배출한다.
장수하는 한국인들에게도 공통된 식습관이 있다. 채소와 두부, 해조류 등을 많이 먹는다. 쌀밥을 주식으로 하고 김치, 나물 등의 채소와 함께 된장국, 청국장 등의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한다. 2016년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전통음식은 대장암 위험을 60% 감소시킨다.
장은 건강의 핵심이다. 생존 수명은 물론이고 건강 수명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 건강을 위해 어떤 음식을 섭취해야 하며 생활습관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튼튼한 장을 만들 수 있다. 장이 건강하면 신체 리듬이 바뀌고 삶의 질이 달라진다.
피곤한 장에 활력 불어넣기
몸도 개운하게 하고 장에도 힘주는 방법
첫째, 걷기운동
운동을 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수분을 보충한다. 걸을 때는 보폭을 조금 넓게 하고 팔은 크게 저어준다. 걷는 속도는 호흡이 약간 빨라질 정도의 속보가 적당하다.
이 활동이 장에 좋은 이유는 자극으로 인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장이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배변 능력을 높인다. 나이를 먹을수록 변비가 오기 쉽다. 배변에 필요한 복근이나 등 근육 등 일명 코어 근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걷기운동은 근력을 증강시키며 노화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땀이 가볍게 날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매일 30분 전후로 걷기운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둘째, 복근운동
우리는 배변할 때 자연스레 배에 힘을 준다. 그러면 복부에 압력이 생기게 되고 장이 자극을 받아 배변이 촉진된다. 이때 복부 중앙에서 세로로 가로지르는 복직근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복직근은 나이가 들면서 쇠약해진다. 복근은 몸속의 뼈를 지지해주는 중요한 근육 중 하나이므로 이 부분을 단련하면 요통 예방도 되고 올바른 자세 유지에도 좋다.
복근운동은 대표적으로 윗몸일으키기, 크런치, 레그레이즈 등이 있으며 집에서 가능한 운동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꾸준히 복근운동을 하려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집에 와서 씻기 직전 등 실시 타이밍을 일정하게 잡아두면 도움이 된다.
셋째, 반신욕과 함께하는 장 마사지
욕조에 물을 받아 반신욕을 하면서 장 마사지를 해보자. 장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진행 방법도 간단하다. 명치 부분부터 아래쪽만 37~42℃ 온도의 물에 잠기도록 해 10~20분 정도 반신욕을 즐긴다. 이때 양손바닥을 이용해 배꼽 주위를 시계 방향으로 부드럽게 주물러주거나 명치에서 갈비뼈 방향으로 쓸어내리는 방법으로 장에 자극을 준다.
반신욕과 장 마사지를 함께 진행하면 몸이 편안해지면서 장에도 자극을 주므로 한층 효과가 좋다. 냉증으로 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37~40℃의 미지근한 물에서 반신욕을 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5가지 맛(쓴맛·단맛·신맛·짠맛·매운맛) 중에서 쓴맛은 몸속의 습을 제거해준다. 습이 많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속이 울렁거리고 입맛도 없어진다. ‘동의보감’에는 10가지 병 중에 8~9개는 습과 관련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옛말이 있다. 한의학에서 볼 때 대부분의 병은 원인과 관계없이 화와 열이 머리 쪽으로 몰릴 때 온다. 그런데 강한 쓴맛에는 화와 열을 끌어내리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한약에는 강한 쓴맛이 나는 약재가 많다. 황금과 황련, 황백, 씀바귀, 민들레, 대황 등이 그것이다. 녹차도 강한 쓴맛이 난다. 고기와 녹차가 궁합이 맞는 것은 고기의 뜨거운 열을 차가운 성질의 쓴맛이 나는 녹차가 중화시켜주기 때문이다. 쓴맛이 나는 차를 마시면 열이 내려가 눈과 머리가 맑아진다. 블랙커피에도 이런 효능이 있다.
약한 쓴맛은 씁쓰름한 맛이다. 첫맛은 쓰지만, 끝맛은 은은한 단맛이 나면서 입에 침이 감돌게 한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과 의미가 통하는 맛이다. 춘곤증으로 나른해지는 봄날에 취나물, 곰취, 씀바귀, 왕고들빼기 같은 씁쓰름한 봄나물을 먹으면 입맛이 돌고 기운이 나면서 몸이 가벼워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인삼, 홍삼은 씁쓰름하면서 나중에는 단맛이 난다. 인삼과 홍삼의 약한 쓴맛은 기운을 보충해준다. 그래서 몸이 무겁고 축 처지며 입맛이 없을 때 씁쓰름한 맛이 나는 음식이 제격이다.
쓴맛의 3가지 효능
약한 쓴맛의 효능은 크게 3가지다. 첫째, 기운을 끌어올여준다. 인삼이나 홍삼, 봄나물이 대표적인 식품이다.
둘째, 약한 쓴맛은 허열을 내려 머리를 맑게 한다. 녹차와 커피를 마셨을 때 잠이 깨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것은 바로 쓴맛 때문이다. 약한 쓴맛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능, 즉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신경이 항진됐을 때 완화시켜준다. 약한 쓴맛은 먹고 난 뒤 입에서 침이 돌아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수행하는 사람들이 약한 쓴맛의 음식을 먹는 건 이 때문이다. 학생들에게도 약한 쓴맛이 좋다. ‘동의보감’에도 “상추가 머리를 총명하게 한다”는 기록이 있다. 약한 쓴맛의 효능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셋째, 소화를 잘되게 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밥을 먹고 난 다음에 숭늉을 끓여 먹었다. 밥을 살짝 태워 만든 누룽지는 약한 쓴맛이 나는데 이 맛이 소화를 돕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식후에 약한 쓴맛의 차를 마셔 소화를 돕게 한다. 서양에서는 커피와 홍차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했다. 모두 약한 쓴맛의 효능을 응용한 것이다. 이때는 처음에는 쓴맛이었다가 끝맛은 구수해야 제대로 효과가 나타난다. 식사 중에 상추, 샐러드 등을 곁들이면 약한 쓴맛이 침을 분비하게 해서 소화를 돕는다.
입이 쓴 것은 병에 대한 몸의 반응
머리로 허열이 오르면 이목구비의 기능을 떨어지고 입맛도 없고 입이 쓰고 침도 마른다. 이럴 때 숭늉, 봄나물 등 씁쓰름한 맛이 나는 음식을 섭취하면 침 분비를 자극해 입이 마르는 것을 방지한다.
자주 “입이 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화병, 열병, 과로로 몸의 진액이 마른 상태에서 나타난다. ‘동의보감’에는 “입맛이 쓴 것은 심장의 열 때문이거나, 간장의 열이 쓸개로 옮겨간 것이거나,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즉 화가 입의 진액을 말려버린 것이다. 이럴 때 몸이 스스로 반응하면서 입맛을 쓰게 만들어, 머리로 올라온 열을 식히고 침을 분비하도록 한다. 즉 입맛이 쓴 것은 병의 결과가 아니라, 병을 낫게 하려는 몸의 자연스런 반응이다. 입맛이 쓸 때 사용하는 약들은 대부분 쓴맛이 난다. 열을 내리고 진액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약한 쓴맛이 나는 음식을 매일 먹으면 스트레스로 심장에 생긴 화와 혈당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숙면을 도와주는 효과도 있다. 치커리, 상추, 씀바귀, 고들빼기, 왕고들빼기, 민들레, 취나물, 쑥, 케일, 더덕, 여주 등은 약한 쓴맛이 나는 대표적인 음식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밥을 먹고 난 다음에 숭늉을 끓여 먹었다. 밥을 살짝 태워 만든 누룽지는 약한 쓴맛이 나는데
이 맛이 소화를 돕기 때문이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치유학교 ‘그루’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최근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한 방송을 통해 공개한 아침 식단이 화제가 됐다. 호박죽과 색색의 채소 한 줌, 찐 감자와 반숙 달걀 등 익숙한 식재료로 차려진 한 상이었다. 각종 TV 건강 프로그램과 SNS 등의 영향으로 독특한 식이요법이 주목받는 요즘, 김 교수의 소박한 식단은 더욱 특별하게 비쳤다. 그의 식단은 건강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와 더불어 세간에 떠도는 아침 식사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풀어보자.
도움말 김순미 가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 100세 김형석 교수의 아침 식단
•호박죽 또는 야채수프 •다양한 색깔의 채소 •찐 감자 또는 빵 •반숙 달걀
100세의 나이에도 집필과 강연을 이어오며 그야말로 ‘건강백세’의 표본이 된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그의 아침 식단은 건강에 도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YES’. 그러나 ‘김형석’이라는 주어가 바뀌면 답은 ‘NO’가 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섭취하는 식재료의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순미 가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오랜 세월 이 식단을 유지해 100세까지 장수하셨다면, 그것이 김형석 교수에겐 최적의 식단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몸엔 세포 수보다 훨씬 많은 장내 세균이 존재하는데, 이는 생명의 질과 수명에 영향을 끼친다. 장내 세균은 유전형질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 어떤 음식을 먹는지에 따라서도 변화한다.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는 자신에게 잘 맞는 음식으로 꾸린 식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건강한 김형석 교수의 모습을 보면, 그의 아침 식단은 안성맞춤인 셈이다. 김순미 교수는 일반 시니어가 즐겨도 손색없을 정도로 영양 균형도 잘 맞는 음식들이라고 덧붙였다.
“영양학에서 균형 잡힌 식단의 기준이 되는 6가지 식품군은 곡류군, 어육류군(고기·생선·달걀·콩 등), 채소군, 과일군, 우유군, 지방군입니다. 이 중 과일과 우유는 굳이 아침에 먹지 않아도 되고, 지방군은 조리 과정에서 사용하길 권합니다. 위의 식단에서 호박죽, 야채수프를 만들 때 우유가 쓰였다면, 영양 밸런스가 잘 맞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양한 색깔의 채소로 각종 피토케미컬(phytochemical, 식물성 화학물질) 섭취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노년기엔 소화기능이 떨어지는데 죽, 수프, 찐 감자 등 위장에 부담 없는 조리법도 좋습니다.”
◇ 77세 가미노가와 교수의 아침 식단
김형석 교수의 식단에서 부족한 것은 없을까? 김순미 교수는 식품면역학계의 권위자인 가미노가와 슈이치 전 동경대학교 교수의 식단을 예로 들었다.
•벌꿀 한 스푼을 넣은 요구르트 150g •빵 한 조각 혹은 밥 한 그릇 •볶은 검정콩 10개 •삶은 달걀 1개 •아몬드 3개 등의 견과류 •호박씨 30개 •소시지나 햄(때때로) •채소주스 200㎖(당근 반 개를 기본으로 제철 채소와 과일을 간 것)
“김형석 교수에겐 더할 나위 없는 식단이지만, 굳이 첨가할 것을 찾자면 가미노가와 교수의 식단을 기준으로 얘기해볼 수 있습니다. 그는 저서 ‘장이 편해야 인생이 편하다’에서 위의 식단을 ‘면역에 가장 좋은 아침 식단’으로 소개했습니다. 이를 참고했을 때, 김형석 교수의 식단에는 견과류와 과일, 벌꿀 등을 곁들인 요구르트가 추가됐으면 합니다. 다만, 한 번에 식사량이 많으면 위에 부담이 되니, 간식으로 섭취하시길 권합니다.”
◇ 아침식사, 이것이 궁금해! (답변 김순미 교수)
아침 꼭 먹어야 할까?
아침 식사에 대한 논란은 아마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저마다 처한 환경과 체질 등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회식 등 늦은 저녁을 먹은 다음 날 소화가 덜 된 상태라면 아침 식사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경우가 아니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굳이 아침을 거를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들면 당뇨 환자가 아니더라도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공복이 길면 저혈당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간단하게라도 아침을 꼭 먹는 것이 좋다.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시니어가 해도 괜찮을까?
아침을 굶고 간헐적 단식을 하면 체중 감량에는 효과가 있다. 공복이 길수록 몸의 비상연료인 체지방을 더 많이 태우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건 ‘체중 감량’과 ‘건강’을 동일시하는 현상이다. 시니어가 간헐적 단식을 하면 저혈당 위험뿐만 아니라 체지방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과량의 유리지방산이 혈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약간 과체중인 이들의 건강 수명이 더 길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체중 감량이 시급하지 않다면 간헐적 단식은 피하는 게 좋다.
비타민과 영양제로 아침을 대체해도 될까?
어떤 연구도 보충제 형태의 영양제를 먹었을 때 시니어가 염려하는 질병(특히 암)에 효능이 있다는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영양소가 효과를 발휘하는 건 음식물로 섭취한 경우에 한해서다. 따라서 매일 꾸준한 아침 식사를 통해 골고루 필요한 영양분을 채우는 것이 좋다. 또 영양제 과량 복용 시의 부작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명심하자.
토마토, 바나나, 고구마가 공복에 좋지 않다던데?
최근 온라인상에서 ‘아침에 안 좋은 음식’, ‘공복에 피할 음식’ 등의 정보가 퍼졌다. 아침에 즐기는 토마토, 바나나, 고구마 등이 꼽혔는데, 위장질환이나 가슴 통증 등이 부작용으로 언급돼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일말의 가능성으로 영양은 차치한 채 공복에 좋지 않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여태껏 아침에 먹고도 탈이 안 났다면 애써 거부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아침에 좋다는 음식이라도 자신에게 안 맞으면 이상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인터넷 정보에 현혹되기보다는 나에게 좋은 음식, 즉 먹고 이상이 없고 속이 편한 음식을 찾아야 한다.
아침에 육식은 피해야 할까?
시니어의 경우 육식을 심하게 기피하면 자칫 근감소증으로 일상 수행 능력이 떨어지거나 면역력 감소, 혈당 조절 장애, 삼킴 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매일 일정량의 단백질(어육류군)을 섭취해야 하는데, 이때 가급적 붉은 살코기는 피하고, 지방이 적은 부위를 택한다. 직화나 팬에 굽는 것보다 삶아서 쌈을 곁들여 먹는 것이 가장 건강한 육식 섭취 요령이다.
코코넛오일? 크릴오일? ‘우리’ 들기름!
코코넛오일, 크릴오일 등이 건강에 특효라는 기사가 쏟아졌었다. 이렇듯 국내에서 생소한 식재료를 칭송(?)하는 정보 대부분이 외신을 번역한 것인데, 우리 식생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최근 주목받는 땅콩버터 역시 고지방 식사에 적응된 서양인에게는 알맞지만, 한국인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근래 일어나는 대사질환들은 서양 식단의 영향이 크다. 평생 접해보지도 못한 음식을 애써 찾아 먹기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건강 식재료를 애용하길 권한다. 크릴오일에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오메가3는 우리 들기름 섭취로도 충분히 챙길 수 있다.
아침에 버터커피? ‘건강식품강박증’에서 벗어나자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이 유행하며 ‘버터커피’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블랙커피에 무염버터와 코코넛오일을 넣어 마시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지속해 아침 식사 대용으로 좋다는 권고였다. 그러나 커피는 기호식품이다. 기호식품은 영양이나 건강보다는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커피 한 잔조차 건강과 효능을 따지며 마시려는 사람은 건강식품강박증(orthorexia)을 경계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데, 커피마저 이렇듯 신경 쓰며 마시는 게 이로울지는 고민해볼 문제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아플수록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병원을 찾고 몸에 좋은 건강기능식품을 사 먹기도 한다. 환자들이 한의원에 와서 궁금해하는 것은 자신의 체질과 건강에 좋은 음식이다.
50년 전만 해도 환갑이 되면 동네잔치를 했다. 60세를 넘긴다는 건 그만큼 어려웠다. 하지만 항생제 발달과 예방주사, 위생 개념 확립, 곡물 생산 증대가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그런데 몸이 아픈 사람은 더 많아졌다. 장수와 건강은 다른 의미다. 현대인들은 예전 사람들은 대부분 앓지 않았던 병을 앓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옛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어릴 때 어른들은 밥을 꼭꼭 씹어 먹으라고 했다. 옛날에 자주 먹던 보리밥이나 현미밥, 반찬은 거친 음식들이어서 오래 씹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오래 씹어 먹을 필요가 없는 패스트푸드가 인기다. 식사를 할 때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부드러운 빵을 우유나 콜라와 함께 삼키듯 먹는 사람도 많다.
음식을 꼭꼭 씹어 먹으면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일본의 니시오카 하지메 교수는, 음식을 씹을 때는 저작근을 많이 쓰기 때문에 얼굴 근육이 탱탱해지고 턱이 단단해진다고 했다. 또 악관절을 움직이면 뇌로 가는 혈류량이 늘어 두뇌 기능이 좋아진다.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침샘 자극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침을 지극한 보배라 표현했다. 또 침이 고였을 때 뱉지 않고 머금고 있다가 삼키면 피부가 윤택해지고 눈에서 빛이 나며 장수하게 된다고 했다. 기공이나 참선할 때 혀를 입천장에 대고 있으면 혀 밑에 침이 가득 고이는데 이 침을 삼키는 게 좋다.
나이가 들면 뇌 기능이 약해지고 소화도 잘 안 된다. 이때 입이 마르는 증상이 같이 나타난다. 입에서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을 거쳐 항문까지 연결되는 소화관의 시작은 입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첫 번째 소화액인 침이 분비된다. 군침을 흘리는 늑대는 토끼를 한입에 꿀꺽 삼켜도 절대 체하지 않는다. 침이 소화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침에는 전분과 지방과 당을 분해하는 소화효소가 들어 있다. 잘 씹으면 침이 많이 분비되면서 음식을 1차로 분해하기 때문에 위장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또 침은 위산 분비를 촉진하므로, 위산 저하로 인한 소화불량이나 위축성 위염이 있는 사람, 잘 체하거나 속이 늘 더부룩한 사람은 음식을 오래 씹어 먹어야 한다. 침이 잘 분비되면 위장관도 순조롭게 움직여 대변도 잘 보게 된다.
침에는 페록시다제(peroxidase) 같은 항산화효소들도 들어 있는데, 이것이 몸에 좋지 않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발암물질을 없앤다. 강력한 살균 작용과 항바이러스 작용도 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 침을 많이 삼키면 빨리 나을 수 있다. 침은 환경호르몬 체내 침투도 일차적으로 막아준다. 침이 잘 분비되면 치아를 적시기 때문에 충치나 치주염도 예방할 수 있다. 잇몸 마사지 효과까지 있어 구강질환도 막아준다. 이 표면이 산에 의해 부식되는 것도 막아주고, 칼슘이나 인처럼 이를 구성하는 물질도 포함되어 있어 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침 속에는 노화 방지 호르몬인 파로틴(parotin)도 들어 있다. 파로틴은 딱딱한 조직의 석회화를 촉진해 뼈와 이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연골 증식 촉진, 혈당 강하, 백혈구 증가, 혈관벽 탄력 유지와 같은 일도 수행한다. 또 모세혈관 재생을 촉진해 피부를 탱탱하게 해준다.
아침에 일어날 때 혀가 달라붙을 정도로 입이 바짝 마르는 사람이 있다. 나이가 들면 침 분비가 잘 안 될 때가 많다. 어떻게 하면 침을 많이 나오게 할 수 있을까?
첫째, 천연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은 달달하기는 하지만 입이 텁텁해져 물을 찾게 하고 몸을 붓게 만든다. 햄버거나 비스킷 등의 과자를 먹으면 입이 바짝 마른다. 그래서 이런 음식을 먹을 때는 콜라나 우유나 물을 찾게 된다.
둘째, 오래 씹어 먹는다. 폭식을 하면 침이 잘 나오지 않는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침이 많이 나온다.
셋째, 생수를 마신다. 화학적, 물리적으로 필터링한 물은 생명력이 없다. 이런 물을 마시면 입안이 마른다. 하지만 산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면 입에 침이 고이며 촉촉한 상태가 오래 유지된다. 생수(미네랄워터)를 사서 상온의 온도에서 마시는 것이 좋다.
넷째, 혀를 입천장에 대고 있으면 침이 많이 나온다. 참선이나 기공할 때 쓰는 기법이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치유학교 ‘그루’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결혼하기 전까지 나는 ‘올빼미족’이었다.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된 것은 가족들을 위해 일찍 일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이른 시간에 눈을 뜨는 습관을 들이고 나니, 이전에 잠자느라 놓쳐버린 시간들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었다.
‘올빼미족’이었을 때는 새벽까지 책도 읽고, 옷수선도 하고, 뜨개질이나 레이스뜨기도 하고, 음악도 들으면서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서 시어머니, 시동생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시어머니는 아침 식사를 일찍 했고, 남편과 시동생은 출근이 일렀다. ‘맏며느리’라는 막중한 위치에 서게 된 나는 오전 6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그렇게 생활에 떠밀려 억지로 ‘아침형 인간’이 되어갔다. 시집살이 3년쯤은 오전 6시에 일어나도 9시까지 비몽사몽이었다. 눈이 ‘반짝’ 떠지지 않아 집중력도 떨어졌다. 올빼미족이 아침형 인간이 되려면 오랜 습관을 들여야 가능한 일임을 알았다.
나는 지금도 아침 식사 준비 때문에 오전 6시에 일어난다. 아들은 6시 30분에, 남편은 7시 30분에 아침을 먹는다. 출근시간이 달라서다. 식사가 모두 끝나고 설거지를 하고 나면 8시 30분이 된다. 내가 집을 나서는 시간이다. 당뇨를 앓고 있어 식사 시작 한 시간이 되는 시점에 걷기 운동을 해서 혈당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노원구에는 중랑천, 당현천, 경춘선 숲길, 수락산 둘레길, 불암산 둘레길 등이 있다. 이 길을 걸으며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요즘은 미세먼지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덜 받기 위해 나무가 많은 산으로 간다. 수락산 자락에는 산책길이 많다. 아주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비 올 때, 눈 올 때를 제외하고 일정이 없을 때는 그 길을 걷는다.
운동을 마치면 오전 10시쯤 된다. 이 시간에는 아파트 단지 앞 카페 앞에 도착한다. 대로변 코너에 위치한 통유리가 시원한 카페는 바깥 구경하기에 너무 좋다. 지하철역 앞이라 오가는 사람도 많다. 약속이 없는 날엔 거의 들른다. 이곳에서 파는 달달한 도너츠 한 개와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피곤한 다리를 쉰다. 그리고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며 ‘사람을 쬔다’. 사람을 쬔다는 말, 무슨 뜻일까?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시(詩) 중에 ‘사람을 쬐다’라는 작품이 있는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그 의미를 잘 드러내준다.
…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 독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
사람이 사람을 쬘 수 없기 때문이다
… 다 늙은 할머니 한 사람 지팡이 내려놓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 바라보고 있다
깊고 먼 눈빛으로 사람을 쬐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재미있다. 얼굴 표정, 그들이 입고 다니는 옷 구경만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카페에서 ‘사람을 쬐며’ 누리는 이 시간이 나는 참으로 소중하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나만의 온전한 아침이기 때문이다.
오전 11시가 되면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잔잔한 행복을 가슴 가득 품은 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집 안에 풀어놓는다. 이것으로 나의 아침은 끝을 맺는다. 나만의 시간을 향유하는 아침, 소박하지만 행복하다.
때론 유명인사의 죽음이, 사인이 된 질환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프레디 머큐리의 에이즈나 스티브 잡스가 걸린 췌장암이 대표적이다. 콩팥병이나 혈액투석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 중장년들은 신부전증으로 유명을 달리한 가수 배호를 떠올린다. 비싼 병원비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이 병은 집 기둥뿌리 뽑아 병원비를 대야 할 만큼 치료비가 비싸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하지만 배호는 혈액투석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1966년 사망했는데, 국내에 인공신장기가 처음 도입된 시기는 1965년 수도육군병원에서였다. 일반인이 쉽게 혈액투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전문의들 또한 이런 선입견에 반기를 든다. 신장병은 치료비 부담이 크지 않고, 삶의 질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대구로병원 신장내과 권영주(權映珠·57) 교수를 만나 만성콩팥병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일본에선 혈액투석하며 30년 넘게 건강한 분도 많아요.”
만성콩팥병이 절망적인 병은 아니냐는 질문에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권 교수는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에서는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고 금전적으로 부담이 큰 병도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고혈압과 당뇨병이 주요 원인
신장병은 대부분 신장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사구체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사구체는 혈액을 여과하는 모세혈관 덩어리다. 이곳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 사구체신염이다. 이 질환은 신장기능을 감소시키면서 만성콩팥병으로 이어진다. 신장기능 이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콩팥병이라고 부르며, 그 이전에 호전되면 급성으로 구분한다. 이 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또 있다.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고혈압과 당뇨병이라고 권 교수는 설명한다.
“신장이 아주 미세한 혈관으로 이뤄져 있다 보니 고혈압이 신장에 문제를 일으키기 쉽습니다. 또 반대로 사구체신염이 고혈압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거죠. 당뇨병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당뇨병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신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단백뇨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당뇨병 환자가 가장 주의할 것 중 하나는 방심이라고 권 교수는 강조한다. 인슐린 투여나 약물 복용 등으로 혈당관리를 잘해도, 자각증상 없이 만성콩팥병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장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복병은 바로 담배다. 혈관에 악영향을 주는 흡연은 손상되기 쉬운 미세혈관으로 구성된 신장에는 상극이다.
노화도 위험요인 중 하나다. 권 교수는 “40세 이상이 되면 신장질환이 없어도 기능이 매년 1%씩 감소하기 때문에 고령일수록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식이요법이 치료만큼 중요해
신장기능에 이상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의료기관에선 크레아티닌이라는 성분을 측정한다.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는 낮고, 요중 농도는 높아야 정상이다. 이 농도를 통해 신장기능의 정도를 5단계로 구분하는데, 3단계 이상을 만성신부전이라 부르며, 가장 심각한 5단계는 신장기능이 정상인에 비해 15% 이하 수준이다. 혈액투석이나 이식수술 등을 고려하는 단계는 5단계다.
권 교수는 “환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시기는 1~2단계”라고 강조한다.
“병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따라 1~2단계에서는 유지가 가능해요. 식이요법을 제대로 따르고 복약을 잘하면 악화되지 않고, 안되어도 절반 정도는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5단계까지 발전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어요.”
발병했을 때 자각증상은 밤에 소변이 보고 싶은 야간뇨로 나타난다. 신장기능이 저하되면 야간뇨농축기능이 감소해 요의가 자주 느껴지는 것이다.
만성신부전의 치료 과정에서 혈당이나 혈압 조절과 함께 의료진이 가장 주의를 주는 부분은 바로 ‘식이요법’이다.
“만성콩팥병의 정도에 따라 나뉘는데, 1~2단계에선 단백질과 소금을 제한해야 하고, 3단계에서는 칼륨 섭취를, 4단계부터는 인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어렵더라도 만성콩팥병 치료에서 소금 조절은 심장상태에 따라 필수입니다.”
소금을 피해야 하는 이유를 권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혈액투석을 받던 환자가 사망하는 원인은 크게 감염과 심혈관 질환 두 가지입니다. 혈압이 높아 심혈관을 보호하기 위해 이뇨제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뇨제는 마치 젖은 수건을 짜듯 신장에 무리를 줘요. 그래서 이뇨제 투여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싱겁게 먹는 게 중요합니다.”
권 교수가 말하는 칼륨 피하는 방법은 이렇다. 야채는 데쳐먹고 줄기 채소는 줄인다. 생야채는 하루 열 잎 이내로 찬물에 오래 담갔다가 먹고, 사과, 호박은 껍질을 벗겨 먹는다. 바나나와 토마토는 피한다.
투석비용 많게는 월 30만 원 정도
신장기능이 정상의 10%로 이하로 떨어지거나 영양실조, 요독증상이 심해지면 병원에서는 신대체요법을 고려한다. 신대체요법이란 환자의 신장기능이 떨어져 신장 대신 혈액 속 노폐물을 배출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여기에 속한다.
투석은 크게 두 가지, 집에서 환자 스스로 가능한 복막투석과 의료기관의 장비를 이용한 혈액투석이 있다. 복막투석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병원을 자주 찾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투석에 필요한 물품만 챙겨 가면 장기 해외여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투석 과정에서 잘못 조치하면 감염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반면에 혈액투석은 조치를 병원의 의료진이 해주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은 적지만 대신 비용이 높다.
가장 중요한 비용 부분은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되면서 환자의 부담이 많이 줄었다. 환자는 전체 치료비의 10% 정도만 내면 된다. 혈액투석 본인 부담금은 월 20만~30만 원 정도, 복막투석은 15만~20만 원 선이다.
신장이식은 가족 중 기증자가 없으면 뇌사자의 신장을 기증받는데, 국내 뇌사자 장기기증이 활발하지 않아 어렵다. 기증자가 나타나면 이식받을 환자 후보군을 등록 시점 등을 고려해 복수로 선정 한 뒤 최종 결정하는데, 처음 후보군에 오르기까지 4년에서 6년 정도 걸린다. 수술 비용은 1500만 원 내외다.
“그래도 심장, 간, 폐 등 주요 장기 중에 기능이 거의 멈춰도 대체 방법을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은 신장밖에 없어요. 환자 중엔 투석을 받으면서도 택배일 등 직장생활을 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대체요법을 고려할 정도로 신장기능이 악화되어도 희망을 버리면 안 돼요. 낙담하지 말고 힘을 내셨으면 합니다.”
정월대보름이면 오곡밥을 지어 먹는다. 찹쌀, 팥, 수수 등 다섯 가지 곡물을 넣어 지은 밥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잘 알 것이다. 최근에는 꼭 보름날이 아니더라도 건강을 생각해 다양한 여러 곡물을 혼합해 밥을 먹기 때문에, 다소 식상하다 여길지도 모른다. 특별함을 더하고 싶다면 사찰식 레시피에 착안해 ‘연잎 오곡밥’을 지어보는 것 어떨까?
레시피 도움말 디알앤코 R&D총괄 장대근 셰프(조계종 한국사찰음식전문교육기관 이수)
사찰식 오곡밥 레시피
재료 찹쌀 4컵, 흑미 1/2컵, 수수 1/2컵, 기장 1/2컵, 검정콩 1/3컵, 팥 1/3컵, 밤 10알, 연잎(大) 1장, 연근 8족, 은행 12알, 대추 1알
*연잎은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으로 사용해도 좋다.
*밥물: 물 825㎖, 소금 한 숟가락
*팥 삶는 물: 물 400㎖, 소금 1/4숟가락
만드는 방법
1. 기장 또는 조를 제외한 곡물을 씻어 1시간~1시간 30분 정도 불린다.
2. 팥은 1시간 정도 불려 한 번 삶은 물은 버리고 물 400㎖와 소금 1/4 숟가락을 넣어 10분간 삶는다.
3. 기장 또는 조를 씻고 모든 재료를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4. 불린 곡물을 물과 팥 삶은 물 모두를 합쳐 825㎖로 맞추고 소금 한 숟가락을 넣어준다.
5. 밥솥에 모든 재료를 넣고 밥물을 넣은 뒤 고루 섞는다. (밤은 한입 크기(1/2)로 잘라 넣는다)
6. 전기밥솥의 경우 ‘잡곡 취사’로 눌러 밥을 짓는다.
7. 밥을 짓는 동안 연근을 둥글게 0.5cm 두께로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은행은 팬에 볶아 껍질을 벗긴다. 대추는 얇게 포를 떠 말아 놓는다.
8. 연잎을 씻은 후 안쪽 면에 지은 오곡밥을 담고 그 위에 연근, 은행, 대추를 얹어 싼 뒤 15~20분 쪄 완성한다.
연잎을 오곡밥과 함께 찌면 수분 손실을 줄여 더 촉촉하고 부드러운 밥맛을 내게 된다. 연잎 특유의 은은한 향과 영양분은 덤이다. 연잎과 더불어 다른 곡물들의 효능까지 알아보고 건강한 한끼를 즐겨보자.
연잎과 곡물의 효능
연잎 항산화물질인 쿼세틴(quercetin)이 풍부해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고, 비타민 C와 식이섬유소 풍부해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됨
찹쌀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 좋고 비타민 E 성분이 노화 예방
흑미 단백질, 비타민 B·D·E, 칼슘, 인, 철 등이 풍부해 빈혈, 심혈관 질환, 변비 예방
수수 폴리페놀 성분이 많아 항산화 효능이 뛰어나고, 혈당조절 기능을 해 당뇨, 비만 등의 증상 완화
조와 기장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고, 쌀에 부족한 식이섬유와 무기질, 비타민 다량 함유
팥 다른 곡류에 부족한 라이신과 트립토판 함유, 칼륨 성분이 풍부해 부기를 빼주고 혈압 상승을 억제
검은콩 안토시아닌 색소가 시력 회복과 항암에 도움을 줌
인간은 사는 동안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면 건강에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더 힘들다. 뇌기능이 약해지면서 소화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식욕도 없어지고 간혹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양껏 먹지 못한다. 건강했던 노인이 어느 날 음식을 먹고 체한 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숙면도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자주 침이 마르고 입과 입술이 건조해지는데, 잠을 못 자면 상황이 더 심해진다. 밤에 잠자다 일어나 소변을 3~4회 보는 노인도 많다.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배설 문제도 발생한다. 특히 남성들은 전립선비대증으로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한다. 여성들은 요실금이 잦고, 한 번 요의를 느끼면 참지 못하는 급뇨도 자주 생긴다. 이런 사람들은 밖에 나가면 화장실 위치부터 찾게 되면서 활동 반경이 좁아져 사회활동에 어려움이 생긴다. 나이가 들면 등과 허리가 구부러지면서 위장, 소장, 대장, 간 등 인체의 장기가 아래로 처진다. 방광 역시 그렇다. 그런데 방광은 골반 바로 위에 있기 때문에 위에서 처진 위장, 소장, 대장, 간 등의 무게를 떠받치며 짓눌리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전립선이 붓고, 괄약근도 약해지는데 뼈를 제대로 맞추는 치료법인 정골요법(osteopathy)에서는 골반 위를 지그시 눌러 방광 윗부분을 밀어 올리는 방법을 쓴다. 한의학 치료도 마찬가지다. 방광과 관련한 경락을 자극해 기운을 올려주고, 등허리를 펴게 하며, 괄약근을 튼튼하게 해준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기 때문에 중력에 의해 위장, 소장, 대장, 간, 방광이 아래로 처지게 된다. 신체에서 위장, 소장, 대장, 방광을 위로 끌어올리는 힘은 횡격막에서 나온다. 숨을 들이쉴 때 횡격막은 아래로 내려간다. 이때 장기가 처지면서 아랫배가 나온다. 반대로 숨을 내쉴 때는 횡격막이 위로 올라가면서 흉강 내 음압에 의해 장기가 위로 올라간다. 그래서 참선이나 단전호흡을 할 때 들숨이 5초이면 날숨은 10초로 내쉰다. 날숨이 길어야 처진 장기를 위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가 많으며, 이것이 과호흡증후군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때는 들숨을 더 깊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들숨이 많아지면 장기가 처져 소화가 안 되고 대소변이 시원치 않고 가스도 많이 찬다. 이럴 때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숨을 천천히 끝까지 내쉬는 연습을 자주 해주면 몸이 좋아진다. 숨을 천천히 끝까지 내쉬는 날숨 위주의 호흡이 중요한 이유다.
폐가 좋아지면 방광기능도 좋아진다. 그래서 약간 경사진 곳을 오르거나 둘레길을 자주 걷는 것이 좋다. 햇볕도 폐를 강하게 해주므로 매일 30분 이상 쬐어주면 도움이 된다.
급뇨에는 배꼽 아래에 위치한 중극혈에 뜨는 직접구가 효험이 있다. 매일 쌀알 크기의 쑥뜸을 5~7장 해주면 좋다. 주의할 점은 바람이 들지 않고 따뜻한 곳에서 뜸을 떠야 한다. 뜸을 뜨면서 찬바람을 맞으면 뜸몸살이 발생할 수 있다. 중극혈을 자극하면 방광이 힘을 받고 괄약근이 튼튼해진다. 방광 주위 근육이 튼튼해지면 급뇨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야뇨 증상은 화장실에 가려고 잠에서 깼다기보다는 잠이 깨어 화장실을 가는 경우로 봐야 한다. 나이가 들면 부신기능이 떨어져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데, 새벽녘에 혈당이 떨어지면 잠을 깨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야뇨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럴 때는 잠자기 전 치즈를 한 조각 정도 먹고 자면 좋다. 새벽에도 혈당이 유지되어 숙면을 하게 되고 야뇨 증상도 줄어든다.
밤낮으로 잦은 소변을 보는 경우에는 심리적 긴장을 이완시켜야 한다. 방광이 아닌 정신적 문제로 발생하는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대추차나 꿀차, 천왕보심단, 황련 같은 한약을 음용하는 것도 좋다. 아랫배에 핫팩을 30분 정도 해주는 것도 긴장 이완에 도움이 되어 야뇨를 줄여준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의료 쇼핑이란 단어는 이제 생활 상식이 됐다. 병원을 몇 군데 들러야만 진단 결과에 대해 안심을 할 수 있다는 다소 서글픈 사회현상이다.
이런 환자들의 의구심은 치과도 예외는 아니다. “왜 치과마다 불러주는 충치 개수가 다르냐”며 분통을 터뜨리기 일쑤다. 구강검진을 한 치과의사의 기준에 따라 충치의 개수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이유인데, 결국 이는 몇 군데 치과를 돌아봐야 하는 사회적 낭비를 초래한다. 치과의사 입장에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곧 증상이 심해질 것이 뻔하지만, 과잉진료라는 의심을 피하고자, 환자에게 진단 결과를 말할 땐 ‘자체 검열’을 하는 일도 있다.
이제는 충치로 고통받는 환자의 이러한 ‘순례’는 곧 옛날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충치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광학식 치아우식 진단 장비 큐레이펜 씨의 보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만약 치과에서 “오늘 잰 충치수치가 높아요. 특히 오른쪽 어금니를 잘 닦아야겠어요”라고 조언을 해주면 어떨까? 마치 당뇨 환자의 혈당수치를 보고 인슐린을 조절하고, 혈압수치가 혈압약 복용 여부가 결정되는 것처럼. 상상 속 얘기가 아니다. 큐레이씨 펜은 엑스레이가 인체 내부를 들여다보듯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충치를 특수 영상으로 유해 세균의 범위를 나타내주고 측정된 수치를 표시한다. 엑스레이와의 차이점은 인체에 해로운 방사선 대신 특정한 파장의 빛을 이용한다는 점. 그 때문에 수차례 진단해도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큐레이씨 펜은 지난 8월 까다롭기로 유명한 보건복지부의 신의료기술 인증을 통과해 동네 치과에서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정량광형광기를 이용한 치아우식검사법’이라는 다소 어려운 이름의 이 인증에는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과 김백일 교수팀의 수년간 연구 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치아가 썩은 정도를 수치로 관찰해, 불소도포로도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초기 충치에 대한 과잉 치료를 방지할 수 있다. 단지 충치만 확인 가능한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 내버려 둘 수 있는 치아의 깨진 틈이나 치석, 치태의 심한 정도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치아의 손상된 정도가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아이들이 자기 치아가 얼마나 썩었는지 눈으로 확인하면, 칫솔질 등 구강 관리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치과의사이자 큐레이펜 씨 개발사인 아이오바이오 윤홍철 대표는 “큐레이펜 씨가 보급되면 초기치료를 돕고 증상의 진행을 방지해 치료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환자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는 진단비의 국민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내년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인천성모병원과 함께 ‘백세 건강 챙기는 가정용 의료기 백배 활용법’을 연재합니다. 시니어가 흔히 가정에서 사용하는 의료기를 제대로 알고 쓸 수 있도록, 재미있는 영상과 함께 찾아갑니다. 영상은 네이버TV 브라보 마이 라이프 채널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감수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출연 안지현 인천성모병원 간호사
당뇨병은 성인병의 대표 주자로 꼽힐 만큼 흔한 병이다. 204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유병률이 6억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포도당을 연소하는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는 당뇨병을 1형, 인슐린 저항성(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것)이 떨어지는 상태를 2형이라고 부른다. 성인이 되어 발병하는 경우는 대부분 2형으로 보면 된다. 제2형 당뇨는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른 고열량, 고지방, 고단백의 식단과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췌장 수술, 감염, 약제에 의해 생길 수도 있다.
당뇨병을 무서운 병이라 말하는 이유는 합병증 때문. 건강검진 기회가 늘고 의료기관 이용이 쉬워지면서 과거처럼 혈당의 심한 상승으로 혼수상태에 이르는 급성 합병증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수명 연장으로 오랜 시간 당뇨를 앓게 되면서 만성적인 합병증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당뇨 환자는 혈관내피의 손상으로 동맥경화증이 쉽게 동반되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합병증이 올 수 있다. 또 실명의 주요 원인이 되는 망막병증이나 통증, 저림 증세가 나타나는 신경병증 같은 미세혈관의 합병증 역시 삶의 질을 심하게 저하시킨다. 당뇨병성 족부병증(일명 당뇨발)도 당뇨 환자가 주의해야 하는 합병증이다. 혈당이 70mg/dl 이하로 감소될 경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저혈당도 만성합병증 못지않게 중요하다.
당뇨병을 관리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혈당을 꾸준히 점검하는 것이다. 식단 관리와 함께 혈당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 환자 스스로 경각심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 식은땀, 떨림, 가슴 두근거림, 배고픔, 구역, 구토, 복통, 어지러움, 두통, 짜증, 집중력 장애, 시력 변화 등 저혈당 증상을 경험할 때 곧바로 혈당을 측정해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가족 중 노년기 당뇨환자가 있다면 자가혈당측정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대한당뇨병학회(www.diabetes.or.kr) 사이트를 방문하면 식생활 관리에 대한 안내가 상세하게 나와 있다.
혈당계란?
혈당을 측정하는 혈당계의 원리는 대부분 비슷하다. 바늘로 손끝을 따 피를 낸 뒤 측정지에 묻혀 혈당을 측정하는 방식. 그러나 제품의 품질에 따라 측정 결과가 부정확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검증된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개인용 혈당 측정 시스템의 최소 성능 요구사항을 담은 국제 규격인 ISO 15197을 발간했는데, 기기가 이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면 된다.
가정용 혈당계로 혈당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채혈침 등 여러 소모성 재료가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혈당 측정, 인슐린 투약을 위한 소모성 재료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혈당 측정은 식전 공복 혈당과 식사한 지 2시간 후에 식후 혈당을 재면 된다.
혈당계 구성
a 채혈기(채혈침)
혈당을 검사할 수 있도록 피를 나오게 해주는 주사침이다. 시중 제품 대부분이 펜 타입으로 되어 있다. 스프링 바늘을 순간적으로 밀어 올리면 상처가 나면서 피가 나온다.
b 혈당계 본체
혈당 검사지에 묻은 혈액을 바탕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장비다. 최근에는 혈당 측정 결과를 저장해 혈당 관리를 돕는 기능이 추가됐다.
c 혈당 검사지
혈당계 본체에 삽입돼 있으며 혈당을 측정하는 데 소모되는 일회용 검사지다. 혈액이 닿는 부분이 오염되면 혈당 측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 의약품처럼 유통기한이 있어 확인 후 구매해야 한다. 한꺼번에 많이 사는 것보다는 적정 수량을 자주 구매하는 것이 좋다.
측정 방법
a 손을 깨끗이 씻고 말린다. 팔을 심장 아래로 위치시켜 손의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한다.
b 채혈기 뚜껑을 열고, 일회용 채혈침을 장착한 뒤 뚜껑을 닫고 장전한다. 다이얼을 조작해 개인에 따른 채혈 깊이를 조절한다.
c 혈당계 전원을 켜고, 혈당 측정 검사지를 넣는다. 이때 측정 검사지의 채혈 방향과 기기 삽입 방향이 바뀌지 않도록 주의한다. 혈당계에 따라 측정 검사지를 넣으면 자동으로 전원이 켜지는 제품도 있다.
d 채혈할 손가락 끝을 일회용 알코올 솜으로 닦고, 채혈기를 댄 뒤 버튼을 눌러 주사침이 손끝을 찌르게 한다. 손가락 중심보다는 양측 끝부분을 찌르는 게 통증이 덜하다.
e 손가락에 충분한 핏방울이 맺히면 측정 검사지 끝에 대고 측정을 시작한다. 이때 피가 부족하다고 피를 더 짜내면 안 된다. 차라리 다시 채혈하는 게 낫다.
f 기기에 따라 측정 결과 저장도 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더 효과적인 혈당 관리가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