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지나가고 새해가 온 지 벌써 며칠이 지나가고 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세월 가는 일이 그저 찰나처럼 느껴진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60년 만에 오는 ‘황금 개띠’의 해라고 한다. 개는 인간에게 충성스러운 동물이면서 친구이자 가족이기도 하다. 소설과 영화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플랜더스의 개(A Dog of Flanders)’다. ‘플랜더스의 개’는 영국 소설가 매리 루이스 드 라 라메(1839~1908)가 1872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작가는 여행 후 작은 마을에서 할아버지
K는 기계 기술자이면서 시인이다. 기술자가 시를 쓴다는 것도 드문 일인데 그동안 시집도 두 권이나 펴냈다. 그는 젊어서부터 열사의 나라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지역 건설 현장을 두루 경험한 산업 전사였다. 능통한 영어 실력으로 큰소리를 치고 대우도 받으며 해외생활을 마쳤다. 그의 시집을 선물받아 읽어봤다. 이국의 색다른 풍경과 고국의 아내와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철철 넘치는 시가 많았다. K와 주말에 가벼운 등산을 하고 소주잔을 앞에 놓고 마주 앉았다. 술이 몇 순배 돌자 그는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꺼냈다. 아내와 황혼이혼을 염두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지난날의 은혜에 감사한다. 필자 마음에는 고마운 천사가 있다. 날개 없는 인간의 모습으로 필자에게 왔다. 쌍둥이 손녀·손자가 태어난 뒤 천사를 처음 만났다. 며느리가 산후조리 중,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손녀가 고열과 설사에 시달리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신종플루 때문에 노약자와 영유아가 공포에 떨던 때였다. 동네 병원을 거쳐 대학병원에 갔으나 “치료가 어렵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눈앞이 깜깜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가 태어난 병원으로 전화를 했다. “신종플루 감염 위험이 있어 보인다, 빨리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은 선택의 연속이다. 잘한 선택인지 아닌지 고민도 많고 선택하지 않아 못 간 길은 언제나 궁금하고 그립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생이 바뀌기도 하고 성공과 실패를 가르기도 한다. 살아오면서 필자에게도 수많은 선택이 있었다. 후회가 되는 일도 있었고 잘했다고 생각되는 일도 많았다. 이번에 어떤 기회가 있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게 되었다. 합격하면 교육을 받은 후에 유급으로 실무도 보게 되는 일이었다. 사회경험을 해 보지 못한 필자에게는 매우 좋은 기회여서 선정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이력서와 자기소
‘꽃잎은 바람결에 떨어져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데…’ 나의 명동 쉘부르 입성 즈음 대한민국은 온통 전영 씨의 ‘어디쯤 가고 있을까’의 나라였다. 그 노래 하나로 모두가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때 ‘쉘부르’를 빛내던 전영 씨였기에 내 상업적인 무대의 시작은 이 노래와 함께 출발한다. 나와 비슷한 시절을 보낸 청춘들은 한 번쯤 다녀갔을 명동의 통기타 생맥주 살롱! 아니 그보다 통기타 가수들의 요람이라 함이 옳을 듯싶다. 그곳은 돈 없고 기댈 곳 없는 수많은 무명가수들의 등용문인 동시에 ‘쉘부르’라는 이름 안에 가두어 자
최봉욱 센터장은 국내 창업보육에 관해 손꼽히는 현장 전문가 중 한 명이다. 2011년 수원시가 중소기업청의 시니어 특화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게 되면서부터 지금까지 시니어들의 창업을 도와온 주인공이다. “수원이 창업보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남문을 중심으로 한 수원의 중심 상권이 쇠락하면서부터죠. 시장골목의 상권을 살리고자 창업보육센터를 만들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창업과 관련한 기관들이 시니어의 취업보다는 창업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취업시장에서 중년 이상의 은퇴 세대는 그야말로 찬밥
몇 년 전이었더라. 베란다 창밖 난간에 매달린 선반에 기다란 화분이 두 개 있었다. 봄이면 베고니아처럼 자잘한 꽃들을 몇 포기씩 사다가 나란히 심었다. 아주 예쁘게 잘 자라 봄에서 가을까지 꽃을 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었다. 가끔 고추나 체리토마토 모종도 몇 포기 심어봤는데 역시 잘 자랐다. 빨간 토마토가 앙증맞게 방울방울 달리고 크진 않았지만 고추도 몇 개씩 달려 푸른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물과 햇살만으로도 잘 자라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심지도 않은 채송화 싹이 나오더니 얼
이런 영화가 있는 줄 몰랐다. 그리 대단한 흥행을 한 것도 아니고 마케팅도 열심히 한 것 같지 않다. 저예산 영화라서 그랬을지 모른다. 그런데 묘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와 함께 마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조성규 감독 작품이다. 주인공인 영화제작자 조 대표 역으로 류승우, 젊은 여대생 민아 역으로 신인 배우 이솜이 나온다. 한때는 잘나가던 40대 영화제작자 조 대표는 최근 만드는 영화마다 망한다. 거래처 전화에 시달리다가 훌쩍 바다가 보고 싶어 차를 몰
올해도 여의도공원에 야외 스케이트장이 열렸다. 아들이 직장 바로 앞 여의도공원에 스케이트장이 만들어졌다며 가보자 해서 손녀를 데리고 갔었다. 어린 손녀는 처음 타는 스케이트가 신기한지 자꾸 넘어지면서도 재미있어 했다. 즐거워하는 손녀를 보는 필자 마음도 흐뭇하고 좋았다. 도시 한가운데에서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낭만적이고 멋지다. 전에는 잘 몰랐는데 서울시 곳곳에 겨울을 맞이한 시민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스케이트장 또는 눈썰매를 탈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창경궁 연못에서 스케이트
필자는 음악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재즈, 팝송, 칸초네, 클래식 등 외국 장르를 즐겼고 우리 가요나 국악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나이 들면 우리 노래가 좋아질 거라는 옛말이 있었지만 믿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어른들 말씀에 그른 것이 하나 없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 가요나 국악의 은은함이 너무 좋아졌기 때문이다. 가사 하나하나가 마음을 울리는 폭풍 같은 매력을 이제는 알 것 같다. 마당놀이라는 장르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뮤지컬, 오페라도 아닌 마당놀이라 해서 조금 망설였지만, 대여섯 살 무렵 엄마 치마를 잡고 극
초등학교 시절, 필자의 부모는 할머니 집에 필자와 남동생만 남겨둔 채 동생들을 데리고 직장 근처로 이사 가 살았다. 필자는 7형제의 맏딸이다. 우리까지 데려가면 박봉에 굶어 죽을 것 같아서 떼어놓고 간 것이다. 부모와 어린 동생들이 떠난 후 마음 붙일 곳이 없었다. 다행히 친구 명희가 있어 학교 공부가 끝나면 그 집에 가서 놀았다. 서로 시간이 어긋날 때는 혼자 마루 끝에 앉아 책을 읽곤 했다. 명희 아버지는 우리 학교 선생님이었는데 집에 동화책이 가득했다. 명희네 집은 필자에게 유일한 안식처였으며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는 장
새벽에 차 시동을 걸었다. 한탄강이 흐르는 전곡 원불교 교당을 찾아가는 길. 가는 내내 40년 전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추수가 끝난 논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아 있었다. 거대한 독수리들이 검은 무리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생소하고 두려웠다. 논길을 지나고 작은 마을의 고불고불한 길을 빠져나와 언덕을 넘으니 옅은 안개 속에 아담한 교당이 나타났다. 필자는 경주 인근 산골에서 살다가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때 서울 제기동으로 이사 왔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났다. 4학년이 되어 또 이사를 했으므로 친구와 사
요즘 젊은 애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지만 우리 아들도 결혼 이후 10년이 되어가도록 저축을 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물론 외벌이이긴 하지만 지출이 월급보다 많은 그야말로 마통 인생인 것이다. 처음에 마통 액수가 많아졌다는 소리를 듣고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나중에 그것이 마이너스 통장이라는 걸 알았다. 아들 말에 의하면 요즘 젊은 애들은 자녀는 없어도 마통 없이는 못 산다고 한다. 우리 젊을 때는 많지 않은 월급이지만 조금씩 저축을 해서 집도 늘리고 그랬는데 요즘 젊은 애들은 저축은 꿈도 못 꾸고 거의 매달 마통으로 지낸다는
여행에 대한 정의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 세상에 살면서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여행 아닐까. 이왕이면 평소 사는 곳과 다른 곳일수록,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일수록 완벽한 여행지가 되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있지. 하지만 누군가는 별을 보고 있다네”라고 했던가. 살면서 꼭 한 번은 밤하늘에 펼쳐지는 신비로운 빛을 만나보고 싶다. 그 황홀한 광경을 보고 나면 우주는 더욱 위대해 보일 것이고 우리네 삶도 조금은 숭고하게 느껴질 것 같다. 최고의 오로라 관측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