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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화동 찬가
- 혜화동에 있는 소극장으로 연극을 보러 갈 일이 생겼다. 혜화동은 필자가 좋아하는 동네이다. 필자가 오랫동안 살았던 돈암동과 가까운 곳이고 중 고등학교 시절 친한 친구인 해숙이네 집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해숙이 부모님은 의정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계셨다. 그래서 남동생들 보살피면서 학교 다니라고 혜화동에 아담한 한옥을 장만하셨다. 부모님 안 계신 해숙이네 혜화동 집은 우리 중학교 장난꾸러기 친구들에게 아지트가 되었다. 시험기간이면 공부를 핑계로 해숙이네 집에 모여 각자 사 들고 온 도넛이나 크로켓 사이다를 마시며 밤새고 놀았다
- 박혜경 시니어기자 20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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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특별한 VIP
- 헐렁한 바지와 감촉 좋은 티셔츠의 편한 차림, 가벼운 가방. 화장기 없이 모자를 눌러쓰고 자동차 열쇠를 챙겼다. 지하로 내려가며 오늘 할 일에 머릿속이 분주해진다. 양평으로 달릴 참이다. 요사이 혼자서 하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연습 삼아 다녀보려고 하니 좀 긴장된다. 양평에 도착해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양평 성당 근처의 식당에 들렀다. 점심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집은 음식이 정갈하고 인심이 후해서 다른 손님들에게 소개해도 다들 좋아했다. 맛도 토속적이고 현지의 싱싱한 채소를 쓰
- 이경숙 시니어기자 20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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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장의 노인 유품 뭉칫돈
- 일본 NHK가 보도한 바에 의하면 지난해에 쓰레기장에서 주었다고 신고한 금액이 우리 돈으로 약 1900억 원 정도 된다고 한다. 혼자 살면서 장롱 속에 보관하다가 죽은 사람들의 뭉칫돈이라는 것이다. 신고하지 않은 금액은 더 많을 것이다. 상속받을 사람이 없어 국고로 귀속된 금액도 40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KBS 보도로 우리나라도 고독사로 추정되는 죽음이 연간 1만 건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왜 뭉칫돈을 은행에 안 넣고 장롱 속에 보관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만한 돈이 있다면 쓰다가 죽
- 강신영 시니어기자 20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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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만 행복하면 돼”
- 책상 위에 놓은 휴대폰이 윙윙대더니 친구가 왔다.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친구는 아파트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며 툴툴거린다. 시내에 커다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친구가 뜬금없이 왜 아파트 타령일까. 알고 보니 딸이 결혼을 한단다. 필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왜? 아파트 사주려고?” “응.” 예상외의 답변이었다. 친구가 돈이 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출가하는 딸에게 아파트를 사줄 생각까지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사윗감이 대단한 사람인가보네 하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친구의 사윗감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
- 이찬만 시니어기자 201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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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발한 딸의 선택
-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해 졸업한 딸이 당연히 유학을 갈 줄 알았는데 안 가겠다고 선언을 했다.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 공부를 시작해 대충 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열공을 해 수상 경력도 많고 어려서부터 유명세를 탄 딸이었다. 딸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으면 유학을 포기하겠다고 선언을 할까. 그 마음 헤아려 얼마 동안 하고 싶은 대로 놔뒀다. 그러는 동안 딸은 어느새 29세가 되었다. 이번에는 조바심이 난 필자가 딸에게 강력하게 선언했다. 시집을 가든지, 유학을 가든지 선택을 하라고. 딸은 쉬면서 취직도 해보고 다른 길을 모색
- 윤정자 시니어기자 201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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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이 있는 길] 종로통 구석구석 옛 기억이 살아나다
- 세상 모든 길에 사람이 지나다닌다. 이들 중에는 길과의 추억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있다. 추억이란 살아온 시간, 함께했던 사람, 그날의 날씨와 감정이 잘 섞이고 버무려져 예쁘게 포장된 것이다. 박미령 동년기자와 함께 오래전 기억과 감정을 더듬으며 종로 길을 걸었다. 흑백사진 속 전차가 살아나고 서울시민회관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그리고 행복한 발견. 감동이 잔잔히 밀려왔다. 경복궁에서 스케이트 타던 시절이 있었어요! 서울시 종로구 당주동에서 태어난 박미령 동년기자는 대학 시절을 넘어 결혼 전까지
- 권지현 기자 20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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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안에서 즐길 수 있는 웹툰·만화방 ‘카카오페이지’
- 전자책이 성행하면서 만화책 역시 손쉽게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직접 만화방을 찾아가 대여하고 반납하는 수고를 덜 뿐만 아니라, 여러 권을 한꺼번에 봐도 필요한 공간은 손바닥 하나면 충분하기에 간편하다. 다양한 만화와 더불어 요일별로 연재하는 웹툰까지 골고루 즐길 수 있는 ‘카카오페이지’를 소개한다. 도움말 SNS소통연구소 이종구 소장
- 이지혜 기자 20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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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은 거울이다
- 작년 초, 딸아이의 남자 친구가 인사를 오겠다고 해서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2주 후 현대미술관 그릴에서 마주 앉았다. 어색하고 기분이 묘했다. 노트북을 펼쳐 몇 컷으로 정리한 자신의 풀 스토리를 전하는 예비사위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래도 비교적 차분하고 진솔하게 35년의 이야기를 전하는 표정이 진지했다. 만나서 심문하듯 묻고 답하는 자리보다는 온전하게 자신을 알리는 시간을 주는 게 좋겠다 싶어 필자가 주문한 것이 ‘나를 말한다’ 브리핑 PPT였다. 우리 아이와 결혼을 원한다면 예비 장인, 장모를 설득해보라는 일종의 작은 미션이었
- 윤영애 시니어기자 20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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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탈출작전 ‘You′ve Arrived’
- 시작은 단순했다. 양양고속도로를 개통했다는데 같이 한번 떠나보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대상이 조금 특이했다. 내 절친도 가족도 아닌 페이스북으로 알게 된 사람들이란다.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알게 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번개(갑작스럽게 만나자고 제안하는 것)를 외친 것! 중년 남녀 낯선 이들의 동반 여행! 과연 얼마나 모이고 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페이스북 친구들과 난생 처음 마주하다 제보를 받았을 때 과연 이 도발적인 작전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이메일을 통해 건네받은 파란하늘
- 권지현 기자 201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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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에 함께 브런치 하실래요?
- 월요일엔 아침부터 분주하다. 어딜 가냐는 아들의 물음에 브런치 하러 간다니 피식 웃는다. ‘그 나이에 브런치가 뭐야’ 하는 눈치다. 그러거나 말거나 가방을 둘러매고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내가 가는 모임은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의 오프라인 모임인 ‘월요브런치클럽’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 지하철 역세권 카페에 모여서 블로그 포스팅을 중심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온라인에서만 교류하던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교제도 하고 브런치를 함께 먹으니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얼마 전에 팝핀현준 어머니와 소개팅을
- 최은주 시니어기자 20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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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의 전기 절약
- 지난 여름 열대야는 대단했다. 에어컨을 밤낮으로 틀고 살아야 했다. 아차! 전력요금하고 에어컨을 끄고 선풍기를 방마다 틀었더니 선풍기 자체 열에 의해 더운 바람이 나올 정도였다. 가정의 전력요금은 누진제 영향으로 많이 쓰면 쓸수록 단가요금이 높아진다. 앞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줄이고 신재생 발전소로 대체한다고 하지만 이는 곧 전력요금인상을 불러오는 것은 자명하다. 이를 막으려면 가정에서는 절약밖에는 묘수가 없다. 전기절약을 위해 정부당국에서 하는 방법으로 전기요금을 비싸게 하여 소비자가 스스로 알아서 덜 쓰게 하는 방법이다.
- 조왕래 시니어기자 20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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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세 들통날 홈쇼핑 과대광고
- 며칠 전 동생들과 엄마 집에서 모였다. 수다가 지루해질 때쯤 TV를 켰는데 홈쇼핑 방송에서 정말 군침 도는 상품 소개하고 있었다. 누구나 좋아하는 부드러운 맛의 반건조 오징어였다. 필자는 오징어를 무척 좋아한다. 그러나 그렇게 좋아하던 마른 오징어를 이제는 잘 먹을 수 없다. 슬프지만 이가 약해져 감칠맛 나는 오징어 먹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큼직한 오징어 한 마리 정도는 앉은자리에서 먹어치웠는데 치아 때문에 씹을 수 없게 되니 서글프다. 나이 드니 어쩔 수 없는 신체적 문제를 자주 겪는다. 그러나 마른 오징어만 못 먹을 뿐
- 박혜경 시니어기자 20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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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한 수가 된 속셈
- 18년 전 아내와 이혼하게 되었을 때 아내가 재산분배에 대한 계산서를 내밀었다. 지금 회고해보면, 아내나 필자가 이혼 얘기는 많이 했지만, 실제로 이혼할 생각이 확고했던 것은 아니었다. 졸지에 퇴직을 하게 된 충격으로 필자는 다른 일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잘못해서 이혼 당할 유책 배우자도 아니니 이혼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내가 얼굴만 보면 이혼 얘기를 꺼내 견디기 어려웠다. 이혼 절차를 밟아도 마지막으로 구청 신고를 하지 않으면 별거를 하다가 재결합의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아내가 내민 계산서를 제대로
- 강신영 시니어기자 20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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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심 좋은 우리 동네 사람들
- 필자가 사는 동네는 서울 변두리 산 밑이다. 이 동네에서 꽤 오래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동네에 아는 사람이 많다. 필자는 같은 아파트 사람 이외는 친분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는데 남편은 같이 산에 물이라도 뜨러 갈 때면 언제 사귀었는지 온 동네 사람과 다 인사를 나눈다. 그런 남편이 참 생소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필자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들고 들어오는 청첩장이나 부고장도 있는 것으로 보아 동네 사람 경조사에도 많이 참여하는 것 같다. 며칠 전 남편이 이번 일요일에 동네 아는 분의 자제가 결혼하
- 박혜경 시니어기자 20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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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것
- 건강한 시니어들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 또는 활동력을 활용하여 봉사활동에 나서기를 사회에서 부추긴다. 은퇴 후 허전함을 채워주고 자긍심도 올려주는데 수익성 일이 아니라면 공부와 봉사활동이 한 몫을 한다. 남을 위한 봉사활동은 신체 움직임을 통해 본인의 건강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3조다 그러나 봉사활동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여서는 안 된다. 어느 분이 이런 글을 올려주셨다.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장에 간식으로 먹으라고 주최 측에서 넉넉히 빵과 우유, 차 등을 준비하였다. 체면상 나중에 먹으려 한 사람들 몇
- 조왕래 시니어기자 2017-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