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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은 먼 곳에 있지 않다
- ‘깨달음’이라는 단어는 필자 같은 평범한 사람에겐 해당이 안 되는 말인 줄 알았다. 부처님이나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으시고 성현이나 훌륭한 사람들이 얻는 고귀한 생각일 거라고만 짐작했다. 친한 친구 삼총사 중 한 명인 이 여사는 독실한 불자다. 그래서인지 폭넓게 우리를 포용해주고 마음 씀씀이가 컸다. 그녀는 집에서 가까운 절에 열심히 다니기도 하고 가끔은 템플 스테이도 한다. 그러면서 템플 스테이에 언젠가 함께 가자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절에서 깨달음을 얻는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깨달음이란 정말 훌륭한 분들이나 얻는
- 박혜경 시니어기자 201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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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A 모닝커피 오픈 하우스’
-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아기를 등원시키는 며느리가 손녀를 유아원에 들여보내고는 종종 또래 엄마들과 근처 커피숍에서 모닝커피 타임을 가진다고 한다. 비슷한 나이의 엄마들이니 할 말도 많을 것이고 정보도 나누면서 즐거운가보다. 모닝커피 타임이라 하니 예전에 필자가 활동했던 SIWA(서울국제부인회)가 생각난다. ‘시와’는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 부인들의 모임인데 우리나라 부인들도 회원이 되면 같이 어울릴 수 있었다. 여행 클럽 등 다양한 모임이 있었는데 필자는 영어회화 클럽에 가입했었다. 홍은동의 스위스 그랜드호텔(지금의 그랜드 힐튼호텔)에
- 박혜경 시니어기자 201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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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수는 만들지 말자
- “아니! 이 xx가 너 상병이 일병한테 맞아도 싸! 이런 개xx를 봤나!" 군 시절 일등병인 필자가 순간적으로 화가 나 상급자인 상등병의 귀싸대기를 때렸다. 주위에는 내무반장급인 하사도 있었고 병장 등 고참병사가 수두룩했다. 저녁식사 후 내부반 자유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했던 필자의 하극상 전말은 이러했다. 당시 일등병인 필자는 대대급 부대의 보급품을 다루는 보급사병이었다. 그날따라 상급 부대에서 군화가 몇 켤레 내려왔는데 이를 갖고 산하 중대에 가서 제일 낡은 군화부터 바꿔주라는 임무를 선임하사로부터 받
- 조왕래 시니어기자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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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걸리에 대한 오해
- 한때 막걸리 열풍이 일었던 적이 있다. 유산균이 많아 건강에 좋다는 이유였다. 우리나라 전국은 물론 이웃 일본에 수출 물량 대기도 바빴었다. 여러 기업에서 고급 막걸리를 출시하기 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막걸리 열풍이 많이 식었다. 필자는 주로 막걸리를 마신다. 워낙 막걸리만 고집하기 때문에 회식자리에 참석하면 필자를 위해 막걸리 두 병을 따로 주문해준다.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6도로 적당히 취하고 숙취도 없는 편이다. 그러나 필자가 선호하는 막걸리는 업소에서 취급하기를 꺼려하는 곳이 많다. 유통기간이 짧아 안 팔리면 버려
- 강신영 시니어기자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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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매
- 1964년 가을이었다. 그때는 서둔야학교가 새 교실을 짓기 전이어서 계사를 빌려 수업을 하던 시절이었다. 엉성하기 짝이 없는 토담에 깜박깜박하는 호롱불을 켜두고 바닥에는 멍석을 깔고 수업을 했으나 그곳은 우리의 유일한 배움의 보금자리였다. 선생님들은 열심히 가르쳐주셨고 학생들은 진지하게 눈과 귀를 모았다. 그런데 반드시 그런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날 2교시는 최언호 선생님이 과학 수업이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조용했지만 몇몇 남자 선배들이 장난을 치고 잡담을 하는 등 산만했다. ‘아이 시끄러워. 도대체 왜들 저러지? 저럴
- 박애란 시니어기자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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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의 홍어 맛
- “홍어회 드실 줄 아세요?” 새 친구를 만나면 필자가 꼭 해보는 질문이다. 홍어도 음식이니까 다들 잘 먹을 줄 알았는데 홍어회를 못 먹는 사람이 많았고 그 냄새가 싫다는 사람도 있었다. 필자가 홍어회를 좋아한다면 여자가 그런 걸 어떻게 먹느냐며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홍어회를 진짜 좋아한다. 한 입 물었을 때 알싸하게 퍼지는 맛과 식감이 너무 좋다. 네모로 가지런하게 썰어서 내온 홍어회와 막걸리 한 사발은 굳이 삼합이 아니어도 필자를 황홀하게 만든다. 심하게 삭힌 것은 입천장이 까지고 숨을 못 쉴 정도로 톡 쏜다는
- 박혜경 시니어기자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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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사(酒邪)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
- 주사(酒邪)는 ‘술을 마신 뒤에 나쁜 버릇으로 하는 언행’을 말한다. 생전의 아버지는 주사가 심했다. 언행에 더해 고압적이고 폭력적이었다. 그 당시는 필자가 사춘기라서 그런 주사를 참지 못하고 욱하곤 했다. 그 결과는 가출이었다. 한창 감정이 예민했던 고등학생 때 무려 4차례나 가출을 했다. 아버지는 시골에서 맨손으로 상경해 서울에서 장사를 하며 자리를 잡았다. 한때는 우리가 살던 용산 지역의 돈은 우리가 다 쓸어 담는다는 소리도 들었다. 복잡한 재래시장에서 주류 대리점을 열고 주류 배달 화물차를 무려 58대나 운행했으니 어지간
- 강신영 시니어기자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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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세의 초로 홍 선생의 피서법
- 폭염이 등에 달라붙는다.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습도도 높다. 더위는 홍 선생의 숨을 아예 막아버릴 기세다. 홍 선생은 전기세 고지서를 들여다보다 한숨을 지으며 집을 나선다. 선풍기로는 해결되지 않을 한여름 폭염. 에어컨을 틀 여건은 되지 않으니 찬바람 이는 곳을 찾아야 한다. 안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집에서 한참 떨어진 은행 문을 열고 들어가 다짜고짜 소파에 앉는다. 은행 도우미가 다가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어물어물 눈치보고 있으려니 조금 식어가던 얼굴이 다시 화끈거린다. 계속 앉아 있을 자신도 용기
- 이찬만 시니어기자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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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구세대가 함께하는 노년 <심플 라이프(桃姐)>
- 한때 홍콩 감독 허안화(1947년~)에 관한 국내 평가는 “여러 장르를 아우르며 실망과 환희를 동시에 안겨주는, 높낮이가 심한 연출자”였다. 그러나 필자는 (1997)과 같은 범작에서도 실망한 적이 없다. 서극, 담가명 등과 함께 1980년대 홍콩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허안화는 진중한 사회파 드라마에서부터 액션, 시대극, 멜로를 아우르며 홍콩과 홍콩인이 처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저력을 발휘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모녀의 20년 세월을 그린 (1990), 치매 노인을 둔 가정 이야기를 맏며느리 중심
- 옥선희 시니어기자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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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마감을 준비하는 마지막 ‘유품정리’
-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까?’에 대한 고민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 중 하나는 내가 기르고 있는 애완동물이나 유품의 정리다. 그게 뭐 그리 어려울까 싶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가족이나 친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무작정 버리기에는 아까울 물건일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필요한 물건들이니 미리 정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맡아줄 누군가가 있다 해도 미안한 기분이 든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보다 고령화 사회를 먼저 맞이한 일본은 유품정리에 대한 문제의식도 빨랐다. 일본의 경우 유품정
- 이준호 기자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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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님’을 섬기며 사는 홍일선 시인 “대지로부터 솟구치는 예민한 지점을 만납니다”
- ‘닭님에게 손수 밥을 만들어서 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하는 시인이 있다. 흔히 우둔함의 대명사로 꼽는 닭을 ‘닭님’이라고 부른다는 것 자체가 비범하다. 경기도 여주군 도리마을 외딴집에서 700여 마리의 닭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홍일선(洪一善·67) 시인이 바로 그 사람이다. 1980년 여름호를 통해 등단해 , 등의 시집을 낸 중견시인인 홍 시인은 숲과 강, 그리고 생명들을 벗 삼아 자연이 전해주는 울림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고 있다. 그가 농촌으로 내려간 후 12년 동안
- 김영순 기자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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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풍쟁이는 싫어
- 필자 지인들은 은퇴 후에도 어울려 재미있게 지낸다. 몇 달에 한 번씩 모였던 동창들도 더 자주 모임을 갖고 우정을 다진다. 하지만 일원 중에 허풍쟁이가 있으면 화기애애한 모임 분위기가 가끔씩 망가지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모이면 막걸리 한 사발씩 돌리기보다는 건강 음식을 먹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둘레길 산책·문화유적지 탐방·영화 감상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야 모임이 활발해지는 세상이 되었다. 꽃향기가 진하게 풍기던 지난 봄, 고등학교 동창 몇십 명이 ‘안개 낀 장충단 공원’에서 만나 호젓한 성곽 길을 걸어 남산에 올랐다.
- 백외섭 시니어기자 201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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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미묘한 인간의 감정
- 같은 직장에서 만난 30년 지기 친구 K에 대한 이야기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결혼 전 동거해 아이까지 낳고 그렇게 불같은 연예와 출산의 과정을 거친 후 결혼을 했다. K의 남편은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데다가 잘난 여성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좀 고리타분한 성격의 남자였다. 아들 하나 딸 하나 낳고 그럭저럭 사는가 싶었는데 이 남자, 연애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성격이 결혼 후 나타나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들의 결혼생활을 구체적으로 알 길은 없다. 다만 가끔씩 K를 만나면 쏟아내는 이야기가 거의 드라마 수준이었다. 필자야 돌
- 김수영 시니어기자 201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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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지를 남기자
- 청년 시절 필자의 별명은 디파인(define) 성이었다. 명확한 의사결정을 좋아하고 모호한 태도는 싫어한다 해서 지인들이 붙여준 별명이었다. 그때는 그 별명이 마음에 들고 뿌듯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조롱의 의미가 아니었나 싶다. 별명 값을 하듯 필자는 토론을 할 때 흥분을 잘하고 침을 튀겨가며 자기주장을 펴는 사람이었다. 이른바 쌈닭이었던 것이다. 첫 직장을 다닐 때도 그랬다. 회의를 하면 팀 상사가 필자를 향해 “○○씨, 더 할 얘기 없어요?” 하며 회의를 마무리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보니 동료들도 불편하게 건의할 일이 있으면
- 성미향 시니어기자 201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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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도 사기꾼이야!
- 어느날 거실에 앉아 과일을 깎으며 TV를 보고 있을 때였다. 결혼 사기에 관련한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결혼할 때 남자가 거짓 약속을 남발했는데 여자가 그 약속을 믿고 결혼했다가 남편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사기’로 고소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판사의 판결이 기가 막혔다. 남자가 결혼하기 위해 거짓 약속을 했더라도 이미 결혼을 했기 때문에 ‘사기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결혼 후에는 약속을 안 지켜도 된다는 말인가?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걸 알았다면 결혼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테고, 그러면 인생이 달
- 김영선 시니어기자 2017-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