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전주(前奏)만 들어도 무의식적으로 TV 앞에 앉던 만화 시리즈 ‘은하철도999’. 밥그릇 들고 앉아 눈이 빠져라 메텔과 철이의 우주 모험에 몰입했었다. 옛 기억 속 한 장면과 늘 함께하는 ‘은하철도999’가 시간을 거슬러 와 미디어아트전시 ‘은하철도999 갤럭시오디세이展: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로 탄생했다. 그런데 은하철도999 열차가 정차(?)한 곳이 조금 특이하다. 바로 용산전자상가 단지 한복판. 여주인공 메텔의 슬픈 표정이 인상적인 대형 옥외 광고판 아래로 빨려 들어가면 옛
우리나라의 열세 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산사 7곳’ 세 번째는 안동 봉정사이다. 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에 위치한 봉정사는 조계종 16 교구 본사인 의성 고운사의 말사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조건물로 꼽히는 극락전과 대웅전을 보유한 고찰(古刹)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주심포 건축인 극락전과 가장 오래된 다포 건축인 대웅전이 각각 마당을 갖춘 병립적인 구조가 특징이다. 대웅전의 석가 신앙과 극락전의 아미타 신앙을 구현한 봉정사에는 종합 승원으로서 스님들과 신도들의 신앙과 수행, 생활을 위한 다양한 건축물들이 존재하며,
음악이란 소리를 조화롭게 엮어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이며, 이른바 ‘만국 공통어’라고들 말한다. 듣기 좋고 감미로운 노래는 거칠고 메마른 우리들의 감정을 잘 순화해준다. 훌륭한 명곡 하나로 풍요롭고 향기로운 분위기를 낼 수 있다면,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 역시 가을이면 찾는 애창곡 하나가 있다. 우리 집 마당 뒤뜰에 울긋불긋했던 단풍이 낙엽 되어 땅 위를 뒹굴고 있을 때면, ‘고엽’의 멜로디가 내 귓가를 스치곤 했다. 그러면 어쩐지 신이 났고 즐거웠다. ‘고엽’은 사랑의 소멸을 마른 땅 위에 떨어지는 잎으로 비유한 자크 프레
‘2018 한국마임’이 오는 5일부터 9일까지 성북구 삼선교 (4호선 한성대입구역 2, 5, 6번 출구 근방 소극장과 야외 공간) 일대에서 열린다. ‘삼선三仙과 놀다!’ 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축제는 거리에서 열리는 공연이라면 누구나 무료 관람할 수 있다. 1989년부터 시작해 서른 번째를 맞이한 ‘한국마임’ 축제는 ‘춘천국제마임축제’의 효시이자 대한민국 마임계 오랜 주축으로 자리 잡아 왔다. 마임 예술의 대중화에 앞장선 사다리움직임 연구소의 인기작 ‘휴먼 코미디’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마임극이 삼선교 일대는 수놓는다. 무엇보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1665년 작 추정)’를 처음 만난 것은 1960년 초였으니 필자가 의과 대학생 시절이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1632~1675)가 거장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북유럽의 모나리자’로서 미술 애호가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은 한참 뒤에 알았다. 필자는 피부과학을 전공한 후 미술품에, 그중에서도 특히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 증상을 찾아내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구미(歐美)의 여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일정 9월 4일~10월 1일 장소 명동예술극장 출연 하성광, 장두이, 정진각, 이영석 등 억울하게 멸족당한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을 지켜내고 복수를 도모하는 한 필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2015년 초연 직후 동아연극상 대상을 포함해 대한민국연극대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각종 연극상에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이 연극은 뱉은 말에 대한 의리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운명 일정 9월 7~29일 장소 백성희장민호극장 출연 양서빈, 홍아론,
우리나라의 열세 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산사 7곳’ 두 번째는 보은 법주사이다.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에 위치한 법주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5교구 본사로 사적 제503호이며, 속리산 천황봉과 관음봉을 연결한 그 일대는 명승 제61호로 지정되었다. 속리산은 해발 1057m의 천황봉을 비롯해 9개의 봉우리가 있어 원래는 구봉산이라 불렀으나, 신라 때부터 속리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법주사는 553년(진흥왕 14) 의신(義信)이 인도에서 불경을 가져와 이곳 산세의 웅장함과 험준함을 보고 불도(佛道)를 펼 곳이라 생각하고, 큰
가을이 올 때면 가족과 친척, 이웃들이 함께 모여 정답게 김장 김치를 담갔다. 그것은 온 가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겨울맞이 연례행사이기도 하였다. 김치는 겨우내 가족들의 주요한 식량으로써의 역할뿐만 아니라, 이웃 간 김장 품앗이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데 보탬이 되었다. 우리나라 김장의 역사는 불분명하나 대략 3000년 전부터라고 한다. 이규보의 문집인 ‘동국여지승람’에는 이러한 내용이 나온다. 순무장아찌와 소금 절임에 대하여 잘 설명했는데, 이는 지금도 각종 채소류 절임에 바탕이 되고 있다. 고추가 들어온 이후부터는 고춧가
발은 거실 소파에 편히 앉아 있지만 눈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TV 화면 속 할배들과 동행하여 체코 프라하의 추억을 반추해 본다. 한국에서 동유럽 여행 코스는 대부분 독일에서 시작하여 체코 프라하, 체스키크룸로프를 경유하여 비엔나로 향한다. 프라하는 체코 공화국의 수도이며 프라하 구시가지에는 체코의 상징물인 프라하성이 있다. 남쪽 오스트리아 국경지대근처에는 아름다운 체스키크룸로프성과 중세의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체코 공화국은 지역적으로 10세기 이전부터 세계사를 끊임없이 움직인 강대국 사이에 위치해 우리나라 못지않게 역사의 부침이
‘신은 죽지 않았다 3’는 마이클 메이슨 감독의 신작이다. 동명의 영화 ‘신은 죽지 않았다’ 1, 2편과 줄거리나 감독, 배우 등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이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논란은 공통분모이다. 주립대 안에 위치한 성 제임스 교회의 목사 데이빗 힐(데이빗 A.R. 화이트 분)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목사로 일하고 있다. 150년 전 이 교회가 지어졌고 그 후에 주립대가 생기면서, 캠퍼스 안에 교회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새로 구성된 대학 이사회는 비(非)기독교인들이다. 그들은 교회 때
8월의 무덥던 어느 날 마르크 샤갈의 작품을 볼 기회가 생겼다. 흔히 그림 전시회는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 감상했는데 이번에는 강남의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이다. 생소한 곳이라 찾아가기가 어려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새 작품전이 끝나는 날이 다가오고 있어 부리나케 그림을 보러 갔다. 유명 작가와 작품에 관한 얄팍한 지식을 가진 나는 샤갈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었는데 실은 샤갈의 작품에 이러한 제목은 없다. 김춘수 시인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과 혼동되어 붙여진 이름으로 김 시인도 샤
동경 몇 달 전 ‘6월 백두산 여행단’에 자리가 있다는 제보를 듣고 곧바로 예약했다. 백두산은 늘 마음속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백두산에 가 보고 싶어 할 것이다. 여행단을 따라가기로 확정한 뒤 몇 달 동안 어서 빨리 백두산 등정 날짜가 오기를 기다렸다. 백두산은 어떤 모습일까, 천지를 보면 어떤 감흥이 있을까, 출발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흥분이 됐다. 정상에 오르면 신명한 기(氣)라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영산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중국과 북한을 통해야 갈 수
카자흐스탄이 수도를 아스타나로 옮기기 전 수도는 알마티(1929~1997)였다. 지금도 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로 손꼽히는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어로 ‘사과’를 의미하는 알마(Alma)와 ‘아버지’를 뜻하는 아타(Ata)가 합쳐진 말로 ‘사과의 아버지’라는 뜻을 지닌다. 예전에는 사과나무가 많아 개울에 사과가 둥둥 떠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도심에는 울창한 나무들이 가옥을 에둘러 싸고 있어 마치 심산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아시아의 알프스’라 불릴 정도로 멋진 ‘톈산’이 있다. 고개만 들리면 도심 어디에서나 시원한 만년설을 볼 수 있는
최근 방영하는 여행 관련 TV 프로그램 중 ‘꽃보다 할배 리턴즈’(tvN)를 시청했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김용건 등 원로 배우들이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순으로 동유럽을 돌아보는 여정으로 꾸며졌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빈)의 경우엔 나 또한 두 번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워낙 좋아하는 도시이기에, TV를 통해 다시 추억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첫 비엔나 여행은 40대 후반 프랑스, 이태리 등 유레일패스 기차여행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도시 인스부르크와 함께였다. ‘비엔나 숲속의 왈츠’와 ‘모차르트’ 우습게도 ‘비엔나커
얼마 전 딸네 집에 들렀다가 초등학교 2학년 외손녀 책장에서 공자의 ‘논어’와 노자의 ‘도덕경’을 발견했다.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수준이 너무 높을 것 같아 호기심에 ‘논어’를 펼쳐보았다. 아이들 수준에 맞추었다곤 하지만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내가 ‘논어’를 가끔 읽어 ‘공자 왈, 맹자 왈’ 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충 공자의 이야기는 귀에 익은 편이었다. 그러나 정작 공자의 출생에 대해선 문외한이었고 관심을 가져 본 바가 없었다. 그런데 그날 본 어린이용 ‘논어’에는 공자의 출생 내력이 비교적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 공자는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