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영호, 개그맨→부동산 유튜버 “수익 목적 아냐”

입력 2025-07-14 08:00

‘표영호TV’의 진짜 강점은 유머 아닌 통찰력

▲표영호 부동산 전문가(오병돈 프리랜서)
▲표영호 부동산 전문가(오병돈 프리랜서)

표영호의 삶은 전환의 연속이었다. 개그맨, 강연자, 부동산 전문가, 그리고 유튜버까지. 다양한 정체성을 거친 그는 ‘인생 2막’의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그런 그가 꼽는 가장 큰 원동력은 ‘실패’다. 실패를 반복하며 방향을 조정했고, 그 과정이 곧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스스로를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표영호는 1993년 MBC 공채 4기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일요일 일요일 밤에’, ‘무(모)한 도전’ 등에 출연하며 화려한 입담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개그맨 출신이라는 점은 그가 부동산·경제 전문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개그맨인 네가 뭘 아느냐’는 편견의 시선이 존재했다.

표영호는 “개그맨은 남을 웃기는 사람이지, 우스운 사람이 아니다”면서 “이제 ‘표영호TV’ 구독자 중에 저를 가볍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방송인으로서의 경험은 콘텐츠 제작에 강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는 “기획력, 전달력 모두 방송에서 배운 것”이라며 다양한 경험이 지금의 유튜브 활동에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 유튜브 채널 ‘표영호TV’는 ‘경제적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를 부제로 내건다. 2021년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 그는 “내년에는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예측을 담은 콘텐츠를 공개했다. 당시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 여파로 그는 유튜브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시장 흐름은 예측과 맞아떨어졌다. 그의 전망이 뒤늦게 주목받았다.

이후 신뢰도 회복과 함께 구독자 수가 빠르게 반등했다. 그로부터 2년 반의 시간이 흐른 현재, 구독자 75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로 성장했다.

(오병돈 프리랜서)
(오병돈 프리랜서)

현장을 누비는 부동산 전문가

2000년대 들어 방송계는 단독 MC 시대에서 패널 중심의 그룹 MC 체제로 전환됐다. 표영호는 방송계에서 더는 자신의 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가 선택한 돌파구는 강연이었다. 이후 지식 벤처기업 ‘굿마이크’ 대표가 되어 소통과 동기부여를 주제로 한 강연 무대에 섰다. 명사를 섭외·관리하는 역할도 맡았다. 방송 출연은 제안이 와도 고사했다. 방송계를 떠난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소통 전문가 활동은 경제인 모임 ‘한국미래가치포럼’ 설립으로 이어졌다. 중소기업 대표, 대기업 임원, 전문직 종사자 등 현재까지 약 1300명이 참여했다.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표영호는 자연스럽게 부동산에 눈을 떴다. 30년 전부터 부동산 투자로 성공하거나 실패한 이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본격적인 공부에 나섰다. 그는 “부동산 투자할 때 주의할 점을 알려드리고자 유튜브를 시작했다”면서 “유머와 웃음기를 모두 빼고 진지하게 임했다”고 덧붙였다.

“‘표영호TV’ 콘텐츠는 기획부터 자료조사, 대본 작성까지 모두 제가 합니다. 촬영과 편집은 PD 두 분이 담당하고요. 부동산 공부는 늘 변함없이 하고 있습니다. 미국 질로우의 렌트 지수, 한국부동산원·주택금융공사 같은 기관의 공공 데이터를 비교·분석하면서 흐름을 읽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터라 이제는 부동산 전망도 가능해졌죠. 무엇보다도 궁금한 게 생기면 무조건 현장에 갑니다. 현장에서만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표영호TV’는 르포 형식의 영상 콘텐츠로 주목받는다. 정보의 완성도가 높고, 현장감 있는 전달 방식은 뉴스 보도처럼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발성과 전달력은 방송기자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그는 부동산 시장의 다양한 리스크를 집중 조명해왔다. 대표 사례로 지식산업센터 공실 문제를 얘기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급증한 지식산업센터 건축 허가는 2024년을 전후해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투자 목적으로 진입한 개인이 늘었다. 입주 기업 수요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공실률이 급등했다. 그는 이외에도 상가 분양, 부실 공사 등의 문제를 다뤘다.

“제가 다룬 내용을 이후 방송사에서 취재해 보도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시청자가 ‘도움이 됐다’고 말해줄 때죠. 실제로 제 영상을 보고 시세보다 30% 저렴하게 집을 샀다는 분도 계셨고, 전세사기를 피할 수 있었다는 연락도 받았습니다. 저는 특히 전세사기 관련 콘텐츠를 많이 만들었어요. 단순히 몇 명이 사기를 당하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문제로 번집니다. 지금도 그 여파로 빌라 가격은 폭락하고, 반대로 아파트 가격은 더 오르고 있습니다. 결국 대출을 더 많이 끌어와야 하는 구조가 됐어요. 이런 악순환이 제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죠. 전세대출이 존재하는 이상 사기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표영호 신간 ‘공급자의 시선’(황금부엉이)
▲표영호 신간 ‘공급자의 시선’(황금부엉이)

부동산 불패 신화는 끝났다

그는 최근 책 ‘공급자의 시선’을 출간했다. 그간의 분석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여기서 공급자는 단순히 건설사를 말하지 않는다. 시행사, 분양대행사, 언론사, 정부, 금융기관 등을 모두 포함한다.

책에서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신조어를 예시로 제시한다. 표영호는 신규 아파트 분양을 유발하기 위해 공급자가 만든 말이라고 해석한다. 그는 “공급자와 수요자는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소비자는 공급자의 프레임을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책을 집필한 이유이기도 하다.

‘공급자의 시선’과 최근 유튜브 콘텐츠에서 그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변화다.

그는 “사회 금리가 낮아지고 경제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진 지금, 소비자의 주거 선택도 훨씬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주택 가격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의 매입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 인구 감소는 결국 시장의 수요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경험한 시니어 세대에게 미칠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시니어는 1970~80년대 고도 성장기를 살아왔습니다. 당시에는 아파트나 빌라를 사기만 해도 가격이 오르던 시기였죠. 자연스럽게 자산도 불어났습니다. 그러나 이후 세대부터는 부동산 투자로 오히려 자산을 깎아먹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부동산 불패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제는 입지와 상품성에 따라 명암이 뚜렷이 갈리는 시점입니다. 부동산 시장 역시 옥석을 가리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표영호는 부동산 투자가 시니어 세대의 자산 양극화를 더 키웠다고 본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고령층 비율도 높은 이중적 구조를 지닌다.

시니어 세대는 은퇴 후 경제활동이 제한되면서 소득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표영호는 “시니어는 안정적인 자산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택을 보유한 시니어는 주택연금*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주택연금도 언젠가 고갈될 것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부분도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짜야 합니다. 주택이 없는 분들은 과거 ‘가격이 떨어질 때 사겠다’며 기회를 놓친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오를 곳을 사겠다’는 접근보다, 내가 안정적으로 살아갈 곳을 확보한다는 관점이 더 중요합니다. 부동산은 삶을 위한 수단이지, 결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주택연금 : 55세 이상,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에게 주택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지급받는 제도.

(오병돈 프리랜서)
(오병돈 프리랜서)

나부터 변해야 성공한다

표영호가 부동산을 공부하고, 유튜브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단순한 수익 추구가 아니다. 그는 “본질적으로는 나 자신을 돕기 위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하고 싶은 말, 옳다고 믿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괴로워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다.

그에게 변화는 언제나 ‘나’로부터 출발한다.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인식한 이상, 이를 알리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사소한 정보라도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는 정보의 가치를 실감한다.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신념은 그의 일관된 삶의 태도이자 실천의 원칙이다. 문제를 외부에서 찾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변화와 행복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질문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지식은 전문가에게 물어야겠죠. 그러나 어떠한 생각에 관한 질문은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질투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나에게 질문해보세요. 채워야 할 결핍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스스로를 채찍질할 때 비로소 성장이 일어납니다.”

대중을 웃기던 개그맨에서, 부동산 시장을 날카롭게 분석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그 모든 변화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질문에서 비롯됐다.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설계한 그는 시니어 세대에게도 변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가만히 있지 마세요. 자신을 변화시키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다양한 삶을 경험해보니, 변화하는 과정 자체가 꽤 재미있더라고요. ‘내 나이가 몇인데’라는 생각은 내려놓으세요.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세요. 기존 일을 더 발전시킬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를 움직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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