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9

건축의 나라 스페인

입력 2026-03-29 06:00

두 눈 사로잡는 건축의 향연

▲세비야 대성당. 우측에는 성당의 상징인 히랄다 탑이 자리하고 있다.(하나투어)
▲세비야 대성당. 우측에는 성당의 상징인 히랄다 탑이 자리하고 있다.(하나투어)

스페인에 닿는 순간, 우리는 공간이 아닌 시간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이곳은 고대 로마의 묵직한 기단 위에 이슬람의 손끝으로 섬세한 탑신을 올리고, 가톨릭의 황금으로 첨탑을 장식한 시간의 탑과 같다. 서로 다른 문명이 충돌하며 빚어낸 기묘한 불협화음, 그 독보적인 혼종의 미학을 찾아 스페인 건축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보자.

▲마요르 광장.(하나투어)
▲마요르 광장.(하나투어)

제국의 자신감, 마드리드

여행의 시작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다. 이곳의 건축은 ‘우리가 세계를 지배했다’라는 제국의 자신감을 드러낸다. 그중 마드리드 왕궁은 화재로 소실된 옛 성터 위에 스페인 특유의 묵직함이 더해진 걸작이다. 외관은 거대한 화강암과 석회암을 사용해 엄격한 비례와 웅장함을 강조한다. 절제된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내부는 다르다. 가스파리니의 방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세상이 열린다. 외관과는 너무 다른 로코코 양식의 화려함을 마주한 까닭이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빈틈없이 채워진 자수와 세공은 당시 스페인 왕실이 가진 막대한 부를 증명한다.

왕궁이 왕을 위한 공간이라면, 마요르 광장은 모두의 거실이다. 광장으로 통하는 9개의 아치문 중 하나를 통과하면 사방이 4층짜리 붉은 건물로 완벽하게 둘러싸인 직사각형 공간이 펼쳐진다. 237개의 발코니가 광장을 내려다보는 이 구조는 거대한 야외극장의 관람석 역할을 한다. 과거 투우 경기, 왕실의 결혼식, 심지어 종교 재판의 화형식까지 열렸다.

▲톨레도 대성당.(하나투어)
▲톨레도 대성당.(하나투어)

지붕 없는 박물관, 톨레도

마드리드에서 남쪽으로 70㎞, 타구스강이 휘감고 있는 톨레도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과거 스페인을 지배했던 이슬람교도들이 설계한 구불구불한 미로를 헤매다 보면, 그 길 끝에서 웅장한 기독교의 유산과 마주하게 된다. 톨레도는 이토록 이질적인 두 역사가 가장 완벽하게 겹친 공간이다.

도시의 중심에는 스페인 가톨릭의 총본산, 톨레도 대성당이 있다. 13세기에 착공해 15세기에 완성된 이 건물은 프랑스 고딕 양식에 스페인만의 독자적인 해석을 가미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크 시대의 건축가 나르시소 토메가 제단 뒤편에 뚫은 채광창 엘 트란스파렌테다. 구멍을 통해 쏟아지는 자연광이 금박 조각상들을 비추며 마치 천국이 열린 듯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화려한 대성당과는 전혀 다른 특징을 보이는 곳도 있다. 산토 토메 교회는 겉보기에 소박하다. 하지만 이 교회의 탑만큼은 기독교와 이슬람의 건축양식이 조화롭게 한데 섞인 ‘무데하르’ 양식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이슬람 장인들이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이 탑은 돌을 깎아 만든 유럽식 탑과는 또 다른 따뜻하고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스페인 광장. (하나투어)
▲스페인 광장. (하나투어)

열정과 태양의 도시, 세비야

안달루시아의 주도 세비야에 도착하면 공기의 온도부터 달라진다. 오렌지 향기와 플라멩코의 리듬, 그리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과달키비르강. 세비야의 건축은 이토록 뜨겁고 거대하다.

세비야 대성당의 상징인 히랄다 탑은 건축의 하이브리드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원래 이슬람 사원의 첨탑이었던 아랫부분은 붉은 벽돌과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장식돼 있고, 기독교 정복 후 증축된 윗부분은 르네상스 양식의 종루다. 서로 다른 두 종교의 건축양식이 하나의 탑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세비야 역사의 축소판이다.

스페인 광장은 비교적 현대인 1929년에 지어졌다. 거대한 반원형 건물은 두 팔을 벌려 방문객을 안아주는 형태를 하고 있으며, 건물 앞에는 인공 운하가 흐른다. 이곳은 과거의 무데하르 양식을 근대적으로 재해석해 붉은 벽돌과 화려한 타일 장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해 질 녘 붉은 벽돌이 석양을 받아 더욱 붉게 타오른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수난의 파사드 포르티코(현관).(하나투어)
▲사그라다 파밀리아 수난의 파사드 포르티코(현관).(하나투어)

건축의 판도 바꾼 바르셀로나

이곳의 건축은 엄숙한 규율이나 기하학적 질서를 거부한다.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이끄는 모더니즘 세계가 펼쳐진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건축물이 아니라 거대한 숲처럼 보인다. 가우디는 직선은 ‘인간의 선’, 곡선은 ‘신의 선’이라고 믿었다. 성당은 자연을 닮은 곡선으로 지어졌다. 건축학적으로 주목할 부분은 건물 내외부 곳곳에서 보이는 현수선 아치 구조다. 쇠사슬을 늘어뜨렸을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곡선을 뒤집은 이 형태는 거대한 하중을 견디는 가우디 역학의 정수다. 내부에 들어서면 기둥은 나무처럼 가지를 뻗어 천장을 받치고,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듯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이 쏟아져 내린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버려진 물건조차 예술로 다시 태어난다. 구엘 공원은 깨진 타일과 병 조각을 모자이크처럼 이어 붙인 트렌카디스 기법의 결정체다.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는 이 조각들은 가우디의 친환경 철학을 보여준다. 공원의 상징인 도마뱀 분수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촬영 장소이니, 이곳에서 꼭 여행의 한 페이지를 남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구엘 공원. (하나투어)
▲구엘 공원. (하나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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