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선정한 이 제품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초고령사회를 한국보다 먼저 겪은 일본이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접근성을 어떤 방향으로 설계하고 제도화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화가 전면 시행됐다. 다만 지난해 12월 소상공인 부담 등을 이유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노인과 장애인의 접근권을 오히려 약화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부 장애인 단체는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했다.
총무성이 선정한 이번 목록을 보면 일본이 정보접근성을 단순한 복지 보조 기능이 아니라 초고령사회 생활 인프라이자 시장 경쟁력의 주요한 요소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선정 기업 가운데는 고령자 생활과 직접 맞닿은 제품과 서비스가 다수 포함됐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고령자용 화상통화 기기 ‘메멧’이다. 이 기기는 주로 고령자가 멀리 사는 가족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소통 지원 기기로, 콘센트만 꽂으면 별도 인터넷 설정 없이 사용할 수 있고 기능도 영상통화에 집중했다. 큰 물리 버튼을 두고, 버튼마다 형태를 달리했으며, 수신 시 소리와 화면 점멸로 알리도록 설계했다. 총무성은 선정 이유에 대해, “정보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도 헷갈리지 않도록 기능을 과감히 줄이고 직관적 조작성을 높인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고령자 안전과 돌봄 수요에 닿아 있는 서비스도 포함됐다. ‘미마모리 이루’는 평소 신는 신발 안에 넣는 위치추적 기능 내장 깔창 제품으로, 치매 고령자 등의 현재 위치와 행동 이력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스마트워치 형태와 같은 기존 위치추적 장치에서 흔히 제기된 ‘들고 나가지 않음’이나 ‘착용 거부’ 문제를 줄이기 위해 깔창형으로 설계했고, 문자 확대와 화면낭독 프로그램, 문자·아이콘 병기 등도 반영했다.
이동권과 정보 접근을 함께 겨냥한 사례도 눈길을 끈다. ‘에키 록키’는 역에서 다음 열차 출발까지 남은 시간을 큰 글자와 단순한 화면으로 보여주는 앱이다.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역을 빠르게 찾고, 남은 시간을 초읽기 형식으로 표시하며, 음성 안내 기능도 제공한다. 화면낭독 프로그램과 키보드 조작, 글자 확대에 대응해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층도 쉽게 쓸 수 있도록 했다. 고령층이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대중교통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것을 고려하면, 이동의 제약을 줄이고 편리한 생활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원격 지원형 서비스도 주목할 만한 하다. 포버얼의 ‘기즈나 파트너’는 고령자에게 대여한 태블릿을 원격 조작하고, 운영자가 영상통화를 통해 생활지원을 하는 서비스다. 또 허빗의 ‘케어비’ 역시 고령자가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기기다. 최대한 사용이 쉽도록 고려해 고령자의 사회적 고립을 막을 수 있는 보완 기술이 실제 고령자들에게 외면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이 밖에도 휠체어 이용 가능 경로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정보를 공유하는 ‘휠로그’, 인쇄물을 읽어 음성과 큰 글자로 보여주는 ‘쾌속 읽기’, 기존 웹사이트를 소리로 들을 수 있게 바꿔 주는 ‘귀로 듣는 웹사이트’ 등이 선정됐다.
국내 시니어 비즈니스 업계가 눈여겨볼 지점은 일본은 접근성을 ‘큰 글씨’나 ‘간단한 메뉴’ 수준에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사 기준을 살펴보면, 제품 기능뿐 아니라 실제 당사자 의견을 반영했는지, 기업 내부에 접근성 문화와 추진 체계가 있는지까지 함께 고려한다.
이에 반해 국내 은행 앱은 ‘통합거래내역’이나 ‘ATM’ 같은 용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고, 핵심 기능과 무관한 서비스도 적지 않아 접근성 측면에서 더 다듬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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