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법·자본시장법 불일치로 ‘주담대 포함 부동산 신탁’ 현실적 제약
“국민연금 외 별도 공공수탁기관·원본보존형 신탁 도입 검토해야”

29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이윤경 입법조사관은 ‘고령 치매환자의 자산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보고서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이 포함된 부동산 자산도 신탁재산에 포함될 수 있도록 신탁 가능 범위를 합리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고령 치매환자 자산을 전수조사한 결과, 2023년 기준 전체 고령 치매환자의 61%인 약 76만 명이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6.4%에 해당하는 153조5000억 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113조8000억 원(약 77.3%)이 부동산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치매머니 규모는 2050년 약 488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조사관은 고령 치매환자의 개인 의사를 존중하면서 생애 말기 비용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외 신탁제도처럼 후견제도와 신탁제도의 장점을 결합한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아 제도 개선에 제약이 따른다는 설명이다.
현재 신탁법은 신탁이 가능한 재산의 범위를 담보권이나 채무 등도 포함할 수 있도록 했지만, 자본시장법에 따른 수탁 가능한 재산은 금전, 증권, 금전채권 등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보다 엄격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조사관은 “법체계상 불일치는 실무적으로도 중요한 제약으로 작용한다”며 “고령자가 보유한 주택이 담보대출 등 채무와 결부된 경우 해당 부동산을 신탁재산으로 설정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담대를 포함한 부동산 자산도 신탁재산에 포함될 수 있도록 신탁법과 자본시장법 간 법적 정합성을 높이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유사한 문제는 연금과 보험 자산에서도 나타난다”며 “연금의 경우 수급권의 제3자 이전이 제한돼 있어 신탁 구조로 편입이 어렵고, 보험금 역시 일부 생명보험금에 한해 신탁이 허용돼 치매보험금 등 다양한 보험 자산을 신탁으로 활용하기에는 제도적 제약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국민연금 이외 별도 공공수탁기관 필요”
이와 함께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와 관련해 국민연금공단 외 별도의 공공수탁기관 설립 필요성도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22일부터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며,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남부, 경인, 대전세종, 광주, 대구, 부산 등 7개 지역본부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조사관은 “국민연금공단과 치매안심센터 연계를 통해 공공 치매신탁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지만, 치매안심센터가 재산관리 지원기관으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공단 중심 구조 외에도 별도의 공공수탁기관을 설치해 공공신탁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탁제도의 엄격한 인출 규정도 일정 요건 하에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신탁업자의 손실 보전이나 이익 보장을 금지하고 있어 원본 보존형 신탁상품 설계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이 조사관은 “고령 치매환자의 자산관리 및 생활안정을 위한 신탁상품에 한해 원본 보존이 가능하도록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부처 간 유기적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후견과 신탁 법체계를 담당하는 법무부와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조세제도를 담당하는 관계부처, 그리고 공공재산관리지원서비스를 맡는 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 등 여러 기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관리법 개정을 통해 재산관리지원서비스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거나 공공신탁 관련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신탁법 및 상속·증여세 관련 법률을 정비하는 등 종합적인 입법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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