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0

디지털 헬스케어, 고령자 문해력 없으면 ‘반쪽’

입력 2026-05-20 07:00

美 헬스케어 기업 조사… 응답자 85% “디지털 건강 플랫폼 사용 어려워”

(어도비스톡)
(어도비스톡)

디지털 헬스케어가 인공지능(AI), 앱, 원격진료, 온라인 처방 관리 기술을 활용해 고령자 건강관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고령자가 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문해력이 따라가지 못하면 실제 건강 개선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헬스케어 기업인 CVS헬스는 18일 미국의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가입 가능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백서 ‘디지털 건강 문해력 격차의 탐색’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설문, 인터뷰, 민족지학적 연구를 통해 진행됐으며, 미국 전역의 다양한 인종, 지역, 성별, 소득, 건강 상태, 거주 형태를 가진 메디케어 대상자를 포함했다. CVS헬스는 조사 결과를 통해 “문제는 고령자의 의지가 아니라 사용성”이라고 밝혔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86%는 디지털 건강 도구 이용에 열려 있었고, 71%는 앞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도구를 더 활용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이용 장벽은 컸다. 백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91%가 낮은 디지털 건강 문해력과 관련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중대하거나 보통 수준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또 58%는 이 같은 어려움이 자신의 건강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고령자가 해당 기술을 이해하고 신뢰하며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성과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들이 말하는 디지털 건강 문해력은 단순히 스마트폰을 쓸 줄 아는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CVS헬스는 이를 건강관리를 위해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식, 능력, 접근성, 심리적 편안함으로 정의했다. 백서는 낮은 디지털 건강 문해력의 영역을 네 가지로 나눴다. 온라인 건강정보와 디지털 과업을 처리하는 ‘디지털 건강 탐색’, 컴퓨터·웹사이트·앱 사용에 대한 ‘디지털 지식’, 초고속 인터넷과 기기 보유 여부를 뜻하는 ‘디지털 접근성’, 개인정보 제공과 온라인 보안에 대한 ‘디지털 개인정보 보호와 신뢰’가 그것.

▲CVS헬스의 디지털 건강 문해력 격차의 탐색 보고서 일부.(AI 편집 이미지)
▲CVS헬스의 디지털 건강 문해력 격차의 탐색 보고서 일부.(AI 편집 이미지)

조사 결과 가장 큰 장벽은 디지털 건강 탐색이었다. 응답자의 85%가 디지털 건강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개인정보 보호와 신뢰 영역에서도 85%가 어려움을 보고했다. 디지털 지식 영역은 84%, 디지털 접근성 영역은 73%였다. 고령자가 병원 예약, 처방약 관리, 보험 혜택 확인, 원격진료 접속 등 실제 건강관리 과정에서 복수의 장벽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령과 소득, 교육 수준에 따른 격차도 확인됐다. 80세 이상 응답자의 98%는 평균 3.6개의 낮은 디지털 건강 문해력 관련 어려움을 보고했다. 70세 미만 성인의 경우 86%가 평균 3.1개의 어려움을 겪었다. 소득이 낮을수록 장벽은 커졌다. 낮은 디지털 건강 문해력을 가진 응답자 중 연소득 6만 달러 이하가 66%였고,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 고령자 중 낮은 디지털 건강 문해력 필요를 보고한 비율은 15%에 그쳤다. 낮은 디지털 건강 문해력으로 가장 큰 부정적 영향을 받은 사람의 62%는 고졸 이하 정도의 학력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이 문제를 기술 거부감이 아니라 지원 부족이라고 해석했다. CVS헬스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고령자의 수용성이 예상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고령자가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기술 활용에 더 열려 있다는 일반적 가정을 뒤집는 결과”라며 “그들이 있는 자리에서 만나고 일상적 지원을 제공할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응답자들은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보안과 신뢰, 쉬운 사용성을 꼽았다. 낮은 디지털 건강 문해력 장벽을 겪는 응답자 가운데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보안 교육이 매우 가치 있다고 본 비율은 66%였다. 이용자의 경험 수준을 고려한 기기·웹페이지 설계는 68%, 보안과 편의성을 함께 고려한 간단한 로그인 절차는 64%가 가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고령자 대상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큰 글씨, 단순한 화면, 쉬운 로그인, 명확한 개인정보 설명, 전화 또는 대면 지원이 핵심 인프라가 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원격진료도 같은 한계를 보였다. 응답자의 81%는 원격진료 경험이 있었고, 고령자들은 원격진료가 대면 진료보다 빠르고 편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원격진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응답자들은 효과성에 대한 의문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29%는 원격진료의 효과성을 문제로 꼽았고, 10%는 자신의 질환에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다. 9%는 대면 진료만큼 좋지 않다고 봤고, 5%는 영상으로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답했다.

▲CVS헬스의 디지털 건강 문해력 격차의 탐색 보고서 일부.(AI 편집 이미지)
▲CVS헬스의 디지털 건강 문해력 격차의 탐색 보고서 일부.(AI 편집 이미지)

보고서 강조한 핵심은 기술 자체보다 이를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건강 문해력이다. 고령자가 온라인 건강정보를 이해하지 못하고, 앱 로그인이나 처방약 관리, 개인정보 제공 과정에서 불안을 느낀다면 AI와 원격진료, 통합 플랫폼은 건강관리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한국에서도 비대면 진료, 건강관리 앱, AI 돌봄, 장기요양 연계 플랫폼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기술 개발과 함께 문해력 교육, 대면 지원, 쉬운 설계, 신뢰 구축이 병행돼야 디지털 헬스케어가 새로운 배제의 장벽이 아니라 고령자의 독립성과 존엄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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