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줄이기’가 화두다. 지난해 두 차례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한 손해보험사들은 이달 말부터 또다시 3%대 인상을 단행한다. 이에 손해보험업계는 높은 손해율 때문에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방진치료 중 하나인 추나요법이 건강보험에 적용된 점을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명분으로 삼아 문제가 되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증가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럭셔리카에 대한 수요 증가로 국산차 가격과 수입차 점유율이 높아진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입차의 점유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09년 2.5%에서 지난해에는 10.2%로 증가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비싼 자동차에는 그만큼 비싼 부품비가 들기 마련이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외제차의 대당 평균 수리비는 285만 원으로 국산차 108만 원보다 3배가량 높았다. 이는 부품비가 비싸고 작업비용도 높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부품비와 공임비 등으로 외제차 수리비로 지급된 보험금은 지난 2013년 9672억 원에서 2017년 1조5022억 원으로 약 5000억 원 증가했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나 대물 피해를 보장하는 물적담보와 대인사고를 보장하는 인적담보로 나뉜다. 2008년 자동차보험 물적담보 보험금 비중이 인적담보를 역전했으며 현재까지 이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보험연구원 기승도 수석연구원도 지난해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 증가에는 물적담보 손해율이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인적담보 손해율은 2017년 81.8%로에서 2018년 78.5%로 감소했지만, 물적담보 손해율은 69.2%에서 79.8%로 급등했다. 물적담보 보험금 비중이 전체의 60%를 넘어선 상황에서 손해율도 함께 증가하는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물적담보 손해율이 더 크지만 이를 덮어두고 원인을 인적담보의 일분인 한방진료에서 찾는 모습이다.
손해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원인이라 주장하는 추나요법은 지난해 4월 건강보험에 진입하면서 동일한 수가가 적용되고, 횟수도 20회 이내로 제한됐다. 반면 자동차보험과 함께 손해보험업계의 골칫거리인 실손보험의 도수치료는 최저 5000원에서 최고 50만 원으로 천차만별인데다 연간 180회까지 보장받는다. 단순히 비교해도 추나요법에 대한 예측이 편리하고 투명하게 시행될 수 있다.
한편, 한방진료비의 증가는 그만큼 한방진료를 선호하는 교통사고 환자가 늘어났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한방진료를 받은 교통사고 환자는 연평균 21.2% 증가했으며, 진료비는 27.3% 늘었다. 같은 기간 양방진료를 받은 교통사고 환자는 연평균 1.06%, 진료비는 2.3% 각각 증가했다. 한‧양방 모두에서 환자수와 진료비는 비례 관계를 나타낸다. 하지만 진료비 총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양방진료비는 6158억 원, 한방진료비는 4288억 원이었다. 전체 진료비의 60%를 여전히 양방진료비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양방진료비는 매년 1조 원 이상 쓰이는 항목이기도 하다.
아울어 교통사고 환자들이 한방의료기관을 찾는 이유로는 치료 만족도를 들 수 있다. 2015년 동신대 한의대가 발표한 ‘교통사고 환자 103례에 대한 한방치료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명(90.3%)은 교통사고 상해에 대한 한방치료에 만족했다고 답했다. 결국 개인의 만족에 따라 치료법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2026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이 말은 곧 노인 운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의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8년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28만4700건으로 10년 전인 2008년 10만2200만 건 대비 약 179% 증가했다. 교통사고가 급증하면 차량 수리비, 대차료, 치료비 부담이 커지고 결국 자동차보험의 손해율도 높아진다. 고령화 또한 현재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을 높이는 원인이고, 앞으로 손해보험업계가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부분이다.
이진호 대한한방병원협회 부회장(자생한방병원장)은 “손해율 증가가 인적담보보다 물적담보에 더 큰 원인이 있다는 분석 결과에도 손해보험업계는 한방진료비를 문제 삼고 있다. 부품을 수리하는 비용보다 사람의 몸을 치료하는 비용을 우선시해야 함에도 국민건강은 뒷전인 채 손쉽게 손해를 줄이는 방법만 고민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자동차보험의 성장을 위해선 사회 변화를 정확히 감지하고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또 생존을 위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말은 국민보험이라 불리는 자동차보험을 운영하는 손해보험업계의 위상과 맞지 않아 소탐대실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