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날, 넷플릭스 일본영화

기사입력 2021-04-16 10:13 기사수정 2021-04-16 10:13

[브라보 안방극장] 카모메 식당 &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 웓더풀 라이프

몸과 마음이 물에 젖은 솜처럼 푹 가라앉은 날에는 잔잔한 영화 한 편이 위로될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 영화는 특유의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힐링영화’ 목록에 종종 언급되곤 한다. 따뜻한 봄이 찾아왔지만 변함없는 일상에 울적함을 느낀다면 맥주 한 캔과 넷플릭스로 가볍게 기분전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지친 하루에 위로 한 스푼을 더해주는 일본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화 '카모메 식당' 스틸컷(엔케이컨텐츠)
▲영화 '카모메 식당' 스틸컷(엔케이컨텐츠)


1. 카모메 식당 (Kamome Diner, 2006)

가라앉은 기분을 끌어올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맛있는 밥 한 끼로 위장을 든든하게 채우는 것이다. 맛있는 식사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카모메 식당’에서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가 내오는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운 한 상으로 대리만족을 해보자. 사치에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작은 일식당을 운영하는 평범한 여성이다. 그녀가 선보이는 메뉴는 매실장아찌를 넣은 일본식 주먹밥. 타국의 낯선 메뉴에 식당은 파리만 날리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며 자신에게 집중한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은 핀란드 청년 토미(자코 니에미)가 식당의 첫 손님으로 방문하고, 그 뒤 각자의 사연을 지닌 손님들이 하나 둘 이곳을 찾는다. 달그락달그락 요리하고 머리를 맞대며 식사하는 장면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화지만, 지루하기는커녕 그 속에서 오고 가는 인물들의 대화와 공감, 위로가 마음의 허기를 달랜다. 러닝타임 100분 동안 느긋하게 휴식을 취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스틸컷(영화사조제)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스틸컷(영화사조제)


2.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Rent-a-Cat, 2012)

‘카모메 식당’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에서도 사람과 사회를 향한 그녀만의 따뜻한 시선을 이어간다. 고양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애묘인 사요코(이치카와 미카코)가 외로운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빌려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길어진 독거 생활로 대화 나눌 상대 하나 없는 사요코 역시 그녀가 찾는 ‘외로운 사람’ 중 한 명이지만, 그때마다 귀여운 고양이들이 그녀의 곁을 지킨다. 영화는 사요코와 만나는 손님을 하나둘 보여주며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죽음을 앞두고 홀로 살아가는 할머니, 가족과 떨어져 타지에서 지내는 중년 남성, 하루 종일 적막한 사무실에 갇혀 일만 하는 회사원 등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사요코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통하며 자신의 외로움도 조금씩 채워나간다. ‘카모메 식당’에서는 주먹밥이 이웃 간의 정을 나누는 매개체가 되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고양이가 그 역할을 한다. 극적인 서사는 없지만, 군중 속 고독을 느끼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외로움을 잔잔히 어루만져주는 작품이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 스틸컷(안다미로)
▲영화 '원더풀 라이프' 스틸컷(안다미로)


3. 원더풀 라이프 (Wonderful Life, 1998)

기차역 안 대합실처럼 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차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듯 보이지만 이곳은 삶과 죽음을 잇는 ‘림보’다. 림보에 머무는 망자들은 일주일 안에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을 고르고, 오직 그 기억만을 간직한 채 천국으로 향해야 한다. ‘원더풀 라이프’는 이 같은 독특한 설정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을 그려내며 삶의 진리를 담담하게 깨닫도록 한다. 선택의 갈림길에 선 망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고심 끝에 소중한 기억을 고백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선택을 번복하는 인물도 나온다. 하지만 그들이 떠올린 장면은 대부분 인생에 몇 안 되는 엄청난 이벤트가 아닌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다. 옷깃 스치듯 지나 보낸 날들이 돌아섰을 때 평생의 기억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영화는 반복되는 인터뷰 형식을 취하며 계속해서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당신의 인생에 소중한 기억은 무엇인가? 영원히 머물고픈 순간이 존재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보는 것만으로 우리의 하루는 한층 더 ‘원더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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