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고 나면 살아 있었을 때 입었던 옷을 벗고 ‘수의’(壽衣)라 불리는 옷을 입는다. 부자의 수의나 가난한 사람의 수의나 수의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주머니가 없다’는 것이다. 주머니가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넣어 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내 방, 우리 집, 내 업무 공간을 한번 살펴보자. 나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 이제 정리가 필요한 때다. 공간과 물건의 균형이 맞아야 삶의 질서가 잡힌다.
못 버리는 것도 병이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 물건을 구입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넘쳐나는 그 물건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된다. 물건에 부딪혀 다치고 쌓여 있는 잡동사니들을 보면서 서로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낸다. 필요해서 구입한 물건은 어느새 잡동사니가 되고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버릴까? 말까? 고민하지만 갖고 있던 물건을 버리기는 그리 쉽지 않다. ‘정리정돈 좀 해라.’ 누구나 자랄 때 많이 들었던 말이다. 정리와 정돈은 어떻게 다를까? ‘정리’는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필요하지 않은 것을 버리는 것이고, ‘정돈’은 필요한 물건을 사용하기 편리하게 제자리를 만들어주고 사용 후 그 자리에 놓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정리와 정돈 중 어느 것을 더 어려워할까? 물론 둘 다 어렵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정리수납 전문가라는 직업을 창직했고 약 12만 명의 정리수납 전문가를 양성했다. 가지고 있던 물건을 버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못 버리는 사람의 유형도 다양하다. 바빠서 정리할 시간이 없는 현실도피형, 옛 추억에 얽매여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과거집착형, 버리면 꼭 쓸 것 같은 미래불안형. 이유도 많고 핑계도 많다. 사람이 태어나 자라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는 과정에서 시기별로 많은 물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지고 있던 물건 중 그 쓰임이 다 된 것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더 필요한 물건도 있다. 이제 이런 것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버림, 버림의 자유!
가지고 있는 물건과는 추억이라는 단단한 고리로 연결되어 있어 쉽게 끊어내기 어렵다. 하지만 음식을 먹기만 하고 배설하지 않으면 변비에 걸리듯, 우리 집도 물건이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 않는다면 악취가 나고 썩는 공간이 생길 것이다. 옷장, 신발장, 냉동실 등 모든 공간을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버리고 건강한 공간을 만들어보자.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가 필요한 것처럼, 물건을 정리하는 것도 준비가 필요하다. 이것을 ‘노전 정리’라고 한다. 하루아침에 정리하는 습관이 길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 조금씩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듯 정리 습관을 키워야 한다. 정리 습관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나에게 맞는,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실천해보자.
버리는 것도 전략과 습관이 필요하다
❶ 실천할 수 있는 나만의 기준 정하기 3년 동안 안 입은 옷 버리기, 사용하는 그릇의 양 정하기, 맞지 않는 신발(큰 것, 작은 것, 낡은 것), 소장 가치가 없거나 3년 동안 읽지 않은 책 버리기
❷ 가지고 있을 물건의 양 정하기 같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은 2~3장만 남긴다. 비슷한 티셔츠는 5~6장으로 줄인다. 먹지 않는 음식과 식재료 나누기
❸ 매일 하나씩 버리기 비움 상자 만들기, 매일 하나씩 비움 상자에 넣기, 일주일 동안 사용하지 않은 비움 상자의 물건 버리기
채움, 바르게 채움!
아침에 일어나 칫솔을 찾지 못해 양치질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휴대폰이나 차키는 하루에도 몇 번씩 찾기 일쑤다. 잠결에도 칫솔은 찾는데 휴대폰이나 차키를 못 찾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바로 놓는 장소가 정해져 있고 없고의 차이다. 이사를 가고 여행을 가고, 하물며 외국을 가도 우리는 칫솔을 찾는 데 어려움이 없다. 이제 물건을 어디에 놓았는지 기억하려 하지 말고 지정된 장소를 정해주면 된다. 그리고 정해진 장소에 이름표를 붙여줘 누구나 찾기 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옷장 서랍, 주방 서랍, 냉동실 등 모든 공간은 채워져 있다. 너무 많이 채워 간혹 서랍이 열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모든 공간을 그냥 채우지 말고 바르게 채워보자.
나눔, 나눔의 행복!
읽지 않는 책과 입지 않는 옷은 결국 쓰레기와 같다. 하지만 그것을 집 밖으로 내놓기만 해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되고 공유경제가 발생한다. 나에게는 가치 없는 물건이지만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준다면 그 가치는 높아진다. 나에게 가치 있는 물건인지 아니면 필요한 사람에게 더 가치 있는 물건인지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아깝고, 다시 쓸 것 같고, 이런 생각보다 이 물건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줌으로써 물건에게 또 다른 생명을 불어넣는 보람 있는 일을 해보자. 빈 몸으로 태어나 수의 한 벌이면 우리 인생 족하지 않을까 싶다.
장소를 정하고 바르게 채우기
❶ 같거나 비슷한 것끼리 모아 장소를 정한다 손톱깎이 세트는 가족 모두가 사용하기 쉽게 거실 첫 번째 서랍
❷ 서랍에 이름표를 붙인다 건전지/구급약품 상자 등
❸ 서랍은 구획을 나누어 사용한다 큰 서랍은 통으로 사용하면 물건이 섞이기 쉽다. 바구니, 종이상자, 칸막이 등을 활용해 구획을 나눠 사용한다.
❹ 세로 수납하기 티셔츠와 같이 색깔, 크기, 디자인이 다른 경우 쌓지 말고 세로로 수납한다. 수건처럼 용도가 같은 것은 쌓기 수납을 해도 좋다. 크기와 디자인이 다른 접시는 접시꽂이를 이용해 세로로 수납한다.
❺ 수납의 기본 원칙 •원터치의 법칙 : 한 번에 꺼내고 넣을 수 있게 한다. •총량 규제의 법칙 : 보관하는 물건의 양이 80%를 넘지 않아야 한다. •라벨링의 원칙 : 이름표를 붙여 보관된 물건을 찾기 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