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관문, 장기요양보험… 당신이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

기사입력 2024-12-02 09:32 기사수정 2024-12-02 09:33

몰라서 신청 못하는 경우 많아… 제3자 도움 필요한 복잡함도 문제


지난 2월 김 씨는 혼자 계시는 어머니 건강이 안 좋아져 신경이 쓰였다. 어머니를 위해 방문요양 서비스를 알아보던 중 노인장기요양보험(이하 장기요양보험제도)를 통해 장기요양 인정 등급을 받으면 자기부담금 약 15%만 내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 알게 된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무엇인지, 등급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 문의했더니, 여러 가지 서류 제출부터 등급 인정까지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또한 신청한다고 모두가 등급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맥이 빠져 주변에 하소연했다.


노인을 위한 장기요양보험제도

우리나라는 사회보험제도 목적으로 2008년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했음에도 김 씨처럼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장기요양보험제도란 만 65세 이상이거나 치매·중풍과 같은 노화 및 노인성 질병 등으로 6개월 이상 혼자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 활동 또는 가사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사회적 연대 원리에 의해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전 세계에서 ‘노인 돌봄’을 독립된 사회보험으로 대응한 국가는 독일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독일은 1995년, 일본은 2000년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했고, 당시 두 나라의 고령화 비율은 16.1%와 19.6%였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고령화 비율은 10.3%일 때 선제적으로 도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빠르게 도입한 것에 비해 제도가 요양 욕구나 이용자의 선택권, 알 권리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평가와 함께 지역별 불평등한 공급, 공급자 간 과도한 경쟁,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노동조건 등의 문제는 제도 도입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독일과 일본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요양보험제도지만 우리나라는 ‘노인’에 국한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다수 국민이 이 제도를 이용할 일이 없고, 장기요양보험료 역시 건강보험료 중 일정 비율로 자동 산입되는 구조라 더욱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 장기요양보험제도는 1, 2차 두 번의 장기요양 기본계획 개편이 진행됐고, 장기요양의 보장성 확대, 공급 기관 및 장기요양 인력 확충, 서비스 질 향상, 장기요양기관의 치매 서비스 확대 등의 성과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영란 교수는 “현재 3차 기본계획 개편이 2027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3차 개편의 주요 골자는 요양시설 대신 내가 살던 집에서 돌봄받길 원하는 노인들이 많아지는 것을 감안해, 2027년까지 중증 장기요양 수급자의 재가급여 월 한도액을 시설 입소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야간·주말, 일시적 돌봄 등이 필요할 때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시방문 서비스 도입, 통합 재가 서비스 확대 등 산적한 문제점이 많지만 잘 해결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모르는데 어떻게? 장기요양급여 혜택받기

노인장기요양보험 장기요양급여 혜택을 받으려면 인정 등급이 필요하다. 각 지역에 위치한 공단 지사를 방문하거나 우편, 팩스, 온라인, 모바일 앱(The 건강보험) 등을 통해 신청해야 한다. 65세 미만의 최초 신청자나 외국인의 경우에는 온라인 및 모바일 앱 신청이 불가능하다.

신청자가 65세 이상이면 장기요양 인정 신청서와 의사 소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의사 소견서는 공단이 등급판정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하기 전(신청 후 30일 이내)까지만 제출하면 된다. 반면 65세 미만이면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의사 소견서 또는 진단서를 반드시 함께 제출해야 한다. 노인성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는 신청할 수 없다.

신청 후 14일 이내 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공단 소속 직원이 방문해 장기요양 인정 조사표에 따라 심신 상태를 나타내는 52개 항목(신체기능 12개 항목, 인지기능 7개 항목, 행동 변화 14개 항목, 간호 처치 9개 항목, 재활 10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조사한다. 이를 인정 조사라고 하는데, 이 결과는 의사 소견서와 함께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회가 장기요양등급을 심의·판정하는 결정적 근거가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이러한 절차에 따라 인정 점수가 매겨지고, 등급을 받게 된다. 등급이 결정되면 신청자는 장기요양등급, 유효기간, 장기요양급여의 종류 등이 기재된 ‘장기요양 인정서’와 ‘개인별 장기요양 이용계획서’(장기요양 적정 급여 이용계획서)를 받을 수 있다. 신청자에서 수급자로 변경되는 셈이다.

박 교수는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몰라서 신청을 못 하는 분도 여전히 많은 편”이라면서도 “알지만 도움이 필요한 노인으로 비치는 것이 싫어 일부러 신청을 안 하는 분도 많다”며 장기요양 인정 등급을 받는 것이 사회적으로 낙인찍는 것이 아니니 우울해할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복지용구종합센터를 운영 중인 이건민 굿모닝실버 센터장 역시 “인정 점수 경계에 있어 탈락하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며 “어르신들이 방문 조사를 일종의 퀘스트라 생각하고 정답 맞히듯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평소 모습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하는데, 제3자가 본인을 판단한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일상생활에 편리함을 주기 위해 시행되는 것인데 노인들의 이런 모습이 안타깝다”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조사할 때는 신청자의 자녀, 배우자 등 보호자가 함께하는 것이 좋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급자가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3조에 따라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시설급여와 재가급여로 나뉜다. 시설급여는 1~2등급을 받아야만 이용 가능하지만 재가급여는 집에서 생활하면서 받는 급여이기 때문에 전 등급 가능하다.

시설급여는 노인의료복지시설에 해당하는 노인요양시설(요양병원, 노인전문병원 제외)이나,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9인 이하를 수용하는 요양원)에 장기간 입소하여 신체활동 지원, 심신기능 유지 및 향상을 위한 교육과 훈련 등을 제공하는 요양급여를 말한다.

재가급여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기타재가급여(복지용구)로 분류된다. 단, 초기 심사에서 재가급여를 받았지만 시설급여를 이용해야 할 경우*에는 등급 변경 신청을 통해 재심사 및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우리 모두를 위한 ‘보편적 보장’

초고령사회가 되면 노인성 질환을 앓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러한 노인성 질환은 환자 당사자는 물론 가족 전체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요양보험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노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보편적 보장’이라는 인식을 강화해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용자가 많아야 더 좋은 서비스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 보호자의 눈높이에 맞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박영란 교수는 이를 통해 노인 복지 향상은 물론, 전반적인 사회복지 체계의 질적 개선을 이끌어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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