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건강수명’에서도 나타났다. 소득이 높을수록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사실이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지난 5일 윤석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건강보험 데이터를 이용해 한국인의 소득·지역별 격차와 건강수명 기대치 추이를 분석한 논문을 대한의학회지에 발표했다.
건강수명이란 기대수명에서 질병 또는 장애가 있는 기간을 제외한 수명으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특별한 이상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2008년 68.89세에서 2020년 71.82세로 2.93년 늘었다. 2008년부터 2019년까지는 연평균 0.15년씩 늘어났고, 2019~2020년 1년 사이에 1.25년이 증가했다. 2020년 기준 여성의 건강수명은 73.98세로 남성(69.43세)에 비해 4.55년 길었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건강수명도 함께 높아졌다. 건강보험료 부과액에 따라 소득을 5개 분위로 나눠 비교·분석한 결과 소득이 가장 많은 층(소득 5분위·상위 20%)의 건강수명은 74.88세였다. 소득이 가장 낮은 층(소득 1분위·하위 20%)의 건강수명은 66.22세였다. 두 그룹 간 건강수명 차이는 8.67년에 이르렀다.
성별로는 여성이 평균 73.98세로 남성의 69.43세보다 약 4.55년 더 길었다. 하지만 소득에 따른 건강수명 격차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컸다. 남성의 경우 소득 상위와 하위 계층 간 차이가 9.99년에 달했지만, 여성은 6.58년이었다. 이는 남성이 사회경제적 환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 때문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소득 최하위층의 건강 수명이 다른 분위에 비해 크게 낮아서 이러한 격차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소득에 따른 건강수명의 격차는 단순히 개인의 생활방식 문제를 넘어 사회적 구조적 불평등을 반영하는 지표”라며 “저소득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예방 중심의 건강증진 전략과 공공 보건 서비스 접근성 확대가 건강 불평등 해소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기대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로 사는 기간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뺀 차이가 클수록 수명은 늘어도 건강하게 산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대수명은 2008년 80.83세에서 2020년 84.55세로 3.72년 늘었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는 2008년 11.95세에서 2020년 12.73세로 0.79년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