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연구소의 ‘대한민국 금융소비자보고서 2025’에 따르면 기혼 10가구 중 9가구는 노후 준비가 부족하거나 준비를 못 했다고 응답했다. ‘노후 준비해야지’라는 생각은 하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는 이는 많지 않다. 유병장수 시대에 노후 자산 준비와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은퇴 전, 은퇴 직후, 은퇴 후 노후에 필요한 상황별 자산관리 전략을 알아봤다.
14세기 프랑스 철학자 장 뷔리당의 당나귀 이야기를 아는가?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른 당나귀가 건초 한 더미와 물 한 동이 사이에서 무엇을 먼저 먹을지 고민하다 둘 중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배고픔과 갈증으로 죽었다는 우화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할지 고민만 하고 있다면 이 우화를 떠올릴 것”을 강조했다. 뷔리당의 당나귀처럼 되지 않으려면 선택하고 행동해야 한다. 김동엽 상무와 함께 은퇴를 앞둔 4050세대의 노후 자산 준비 방법을 알아봤다.
◇ Step1
ㆍ노후 주머니 만들기
가장 먼저 할 일은 나만의 노후 주머니, 즉 은퇴 계좌를 만드는 것이다. 돈을 담을 계좌가 있어야 돈도 넣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계좌(연금저축펀드, 연금저축보험)나 IRP(개인형 퇴직연금)를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추가로 ISA 계좌도 활용해볼 수 있다. 이제 와서 노후 준비라니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도 ‘지금부터라도 준비한다’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ㆍ자동이체는 필수!
계좌를 만들었다면 적립해야 한다. 반드시 자동이체를 해둘 것. 김동엽 상무는 “수익률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한 불입”이라고 당부했다. 계좌를 만들고 자동이체 설정을 한다는 건 ‘노후 자산 적립’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의미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노후 자산 마련은 점점 더 요원해질 뿐이다. 우선, 적립하자!
Tip : 연금저축계좌 vs IRP연금저축계좌와 IRP 중 어떤 계좌를 선택하는 게 좋을까?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고려해 선택하자. 연금저축계좌는 운용 수수료가 없고,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 IRP는 운용 수수료가 있고, 부분해지나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다. 두 계좌에서 투자 가능한 상품군도 조금씩 다르다. IRP에 좀 더 다양한 상품이 있다. 노후 자산 마련을 목적으로 만든 계좌지만 향후 중도 인출 가능성이 있고, 1년에 저축 가능한 금액이 600만 원 이하라면 연금저축계좌를 우선 고려해보자. 600만 원 이상 저축이 가능하다면 IRP까지 활용하는 게 좋다.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수익률을 내고 싶다면 IRP만 활용해볼 수도 있겠다. IRP는 주택 구매 같은 특별한 사유가 아니라면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며, 해지할 경우 16.5%의 기타소득세가 발생하는 점을 참고하자.
◇ Step2
ㆍ세제 혜택 활용하기
계좌를 만들고 적립하기로 했다면 이제 ‘어떻게’ 넣을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먼저 1년에 ‘노후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최대로 넣을 수 있는 저축액이 얼마인지 계산해보자. 앞서 1년 저축 가능 금액이 600만 원 이하라면 연금저축계좌를 고려해보라고 했다. 이유는 세액공제 한도 때문이다. 연금저축계좌는 연간 600만 원까지 가능하고, IRP까지 이용한다면 추가로 300만 원을 더 공제받을 수 있다. 만약 연간 900만 원 이상 저축이 가능하다면, ISA 계좌를 추가로 활용해 절세 효과를 더 누려보자.
ㆍ얼마나 모아야 하나?
결국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다. 따라서 생활비를 추정하지 말고 직접 적어보자. 필요 생활비 계산 후에는 예상 국민연금 수령액, 주택연금 수령액, 퇴직금 등을 고려해 추가로 필요한 월 금액을 지금부터 쌓아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산관리 전략을 세우려면 ‘노후 준비’라는 목표를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면 ‘나는 죽을 때까지 월 300만 원 정도의 생활비가 꾸준히 발생하도록 만들겠다’와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하는 것.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생애 자산관리 목적은 많이 벌 때 적립하여 적게 벌 때 꺼내 쓰는 것으로 소득을 평탄화하는 것”이라며 “노후 자산관리의 핵심은 자신의 수명과 자산의 수명을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Tip : ISA 200% 활용하기ISA는 의무 납입 기간이 3년으로 정해져 있다. 만기는 연장 가능하다. 이 계좌에 있던 자금을 연금계좌로 이체하면 이체 금액의 10%를 300만 원 한도 내에서 추가 세액공제를 해준다. 따라서 3년마다 ISA 자금을 연금계좌로 옮기면 3년마다 최대 3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금계좌는 연간 1800만 원까지만 납입 가능한데, ISA에서 이체하는 금액은 포함하지 않아 더 많은 금액을 적립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또한 ISA 계좌에서 발생한 금융소득에 대해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과세를 부여하는 ‘손익통산’도 이점으로 누릴 수 있음을 참고하자.
◇ Step3
ㆍ투자는 어떻게?
투자에 정답은 없다. 연평균 3% 정도의 정기예금 수준을 원하는지, 그 이상을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정기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원한다면 ‘나는 투자할 수 있는 경험, 역량, 시간이 충분한가’ 고려해본다. 만약 이 가운데 하나라도 잘 모르겠다는 답이 나온다면,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에 대해 잘 모르겠다면, 미국 주가지수인 S&P500이나 나스닥 지수를 따라가는 ETF(상장지수펀드)를 꾸준히 매수하거나, 안정적이고 큰 규모로 운영되는 TDF(타깃데이트펀드)를 활용해볼 수 있다. TDF는 생애주기 펀드라고도 하는데, 은퇴 시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자산 배분 비율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상품이다. AI가 운영하는 상품을 원하면 로보 어드바이저를 이용해볼 수 있고, 전문가의 운영을 원한다면 랩어카운트 같은 상품도 활용해볼 만하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외에 약 2억 원의 자금을 준비해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노후는 무척 다를 것이다. 김동엽 상무는 “우선 적립할 것”을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그러면서 노후 생활에 대한 계획도 세워보고, 필요한 저축액도 매년 조정해보면서 노후를 위한 자산관리 전략을 세워보자.
Tip : 디폴트옵션개인형 IRP 계좌를 이용하고 있고 대부분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했다면, 디폴트옵션을 활용해보자. 대기성 자금이 될 노후 자산에 대한 안전장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펀드와 같은 실적배당 상품은 만기가 없지만 원리금보장형의 경우에는 만기 이후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고 정기예금보다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 이때 대기성 자금이 자동으로 운용되도록 설정해두는 것이 디폴트옵션이다. 물론 디폴트옵션을 설정해두었더라도 만기 후 다시 한번 운용 성과나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도움말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다양한 고객 상담과 교육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은퇴 교육 분야 전문가. 주요 저서로 ‘스마트 에이징’, ‘인생 100세 시대의 투자 경제학(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