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해온 김 씨는 연금제도마다 차이 나는 내용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제대로 연금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시점과 기간이 있다는 것과 연금계좌 가입 시기에 따라 연금 수령 한도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은 김 씨가 연금 인출을 위한 기준을 명확히 알기 위해 상담을 신청해왔다.
55세
연금계좌 가입자가 연금 인출 설계를 할 때는 55세를 꼭 기억해야 한다. IRP와 연금저축계좌는 세법상 연금계좌다. 연금계좌는 연간 납입 금액 900만 원 한도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율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가 난다. 총급여 5500만 원 혹은 종합소득 5000만 원 초과자의 세액공제율은 13.2%, 미만자는 16.5%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연금계좌의 원금과 수익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55세 이후 정해진 연금 수령 한도 내의 금액으로 연금을 수령해야만 저율의 연금소득세(3.3~5.5%)가 적용된다. 그렇지 않고 55세 전에 인출하거나 55세 이후라 하더라도 연금 수령 한도 금액을 초과하여 인출하는 금액은 16.5%의 기타소득세를 과세한다. 연금 수령 한도 계산 방법은 마지막 ‘2013년 3월 1일’ 코너에서 살펴본다.
10년
공적연금은 국민연금과 직역연금(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군인연금, 별정우체국직원연금)으로 나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최소 10년을 납입해야 노령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이면 납입한 보험료에 이자를 더하여 60세가 되었을 때 반환일시금을 지급받는다.
실직, 사업 중단 등의 사유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한 자는 추후납부(추납)를 활용해 미납 보험료와 이자를 내면 납부 기간을 채울 수 있다. 추납으로 보완할 수 있는 납부 기간은 10년이 한도다.
직역연금도 연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최소 재직 기간이 필요하다. 2016년 전에는 20년이었던 최소 재직 기간이 2016년 이후 군인연금을 제외하고 10년으로 단축되었다.
만약 국민연금 가입자가 10년을 채우지 않고 퇴사하고 공무원이 되거나, 공무원이었던 자가 10년을 재직하지 않고 퇴직 후 국민연금 가입자가 된 경우에는 자칫 연금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두 연금의 가입 기간 합계가 10년 이상이면 공적연금연계를 통해 각각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다만, 두 연금 각각 최소 가입 기간 1년은 충족해야 한다.
다음은 사적연금에서 10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자. 보험사는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세제적격형 연금과 세액공제 혜택이 없는 세제비적격형 연금을 모두 판매한다. 세제비적격형 연금은 세액공제 혜택은 없지만 일정한 범위 내의 가입 금액은 가입 후 10년이 지나면 연금으로 수령하든 일시금으로 수령하든 아무런 세금이 없다. 세제적격형 연금도 10년이 의미가 있는데, ‘2013년 3월 1일’ 코너에서 다루도록 한다.
5년
국민연금과 직역연금(군인연금 제외) 모두 정상적인 연금 수급 연령보다 최대 5년 전부터 조기 수령이 가능하다. 대신 조기연금을 수령하면 정상 연금보다 일정 비율 감액된다. 국민연금은 1년 단위로 6%, 직역연금은 1년 단위로 5% 감액한다. 정상적인 연금 수급 연령보다 5년 일찍 연금을 수령할 경우 국민연금은 30%, 직역연금은 25% 감액된 금액을 수령한다.
공적연금 수급 대상자가 소득이 있으면 연금의 일부 또는 전액이 지급 정지될 수 있다. 국민연금 수급 대상자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한 금액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 소득월액’보다 많으면 정상 연금의 최대 50%까지 감액한다. 감액 대상 기간은 최대 5년이다. 직역연금은 연금 수급 대상자가 공무원 등에 재임용, 선거에 의한 선출직 공무원이 되는 경우, 정부가 전액 출자 또는 출연한 기관의 임직원이 되어 근로소득이 전년도 공무원 전체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의 1.6배가 넘는 경우에는 전액 지급 정지된다. 직역연금의 일부 정지는 연금 수급 대상자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한 금액이 전년도 직역연금 평균 월액을 초과할 때다. 연금액의 50%가 최대 감액 비율이다. 직역연금 지급정지 적용 기간은 국민연금과 달리 별도로 정해진 기간이 없고, 취업·취임 또는 개업일이 속하는 날의 다음 달부터 퇴직·퇴임 또는 폐업일 전날이 속하는 달까지다.
국민연금은 연금 수급 개시를 연기할 수 있는데, 최대 5년까지다. 국민연금 수급을 연기하면 정상적인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연금액보다 1년 단위로 7.2%씩 증액시켜주는데, 5년을 연기할 경우 36%의 금액을 더 수령할 수 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되었을 때 소득 발생으로 연금액이 감액되는 것을 원치 않으면 연기연금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직역연금은 연기연금제도가 없다.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은 연금 수급 대상자가 이혼했을 때 배우자에게 ‘분할연금’을 지급한다. 연금 가입 기간 중 실질적 혼인 기간이 최소 5년 이상 되어야 분할연금 지급 대상이 된다. 분할연금제도 시행은 국민연금은 1999년 1월 1일, 공무원연금·사학연금·별정우체국연금은 2016년 1월 1일, 군인연금은 2020년 6월 11일부터다. 각 연금제도의 분할연금은 법 시행 이후 분할연금 수급 조건을 갖춘 사람에게만 적용한다.
사적연금 중 세제적격형 연금은 10년과 아울러 5년도 기억할 필요가 있는데, ‘2013년 3월 1일’ 코너에서 같이 다루도록 한다.
2013년 3월 1일
세제적격형 연금계좌는 2013년 3월 1일 전 가입자와 이후 가입자의 의무가입 기간과 연금 수령 기간이 차이가 난다. 2013년 3월 1일 전에 가입한 세제적격형 연금계좌는 최소 10년 납입하고 55세 이후부터 최소 5년간 연금으로 수령해야 연금 수령 시 저율의 연금소득세(3.3~5.5%) 혜택을 누릴 수 있다. 2013년 3월 1일 이후 가입하는 세제적격형 연금계좌는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55세지만 최소 가입 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되었고, 세법상 연금 수령 한도 금액 내에서 수령해야 한다.
세제적격형 연금계좌의 연금 수령 한도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연금 수령 연차는 2013년 이후 만들어졌다. 2013년 3월 1일 전에 연금계좌를 개설한 사람은 연금 수령 기간 5년을 적용하기 위해 연금 수령 연차를 6으로 시작한다.
만약 2013년 3월 1일 전에 퇴직연금(DB포함)에 가입한 사람이 퇴직급여 수령 후 60일 이내에 새로 개설한 연금계좌에 전액 이체하면 연금 수령 연차를 6으로 시작한다.
또한 의무납입 기간(2013년 3월 1일 전은 10년, 이후는 5년)을 다 채운 연금계좌의 연금수령 한도의 연금 수령 연차는 연금을 수령하지 않더라도 연금 개시 가능 연령인 55세부터 연금 수령 연차를 계산한다. 연금 수령 한도는 퇴직급여를 연금계좌로 이체하는 경우에도 적용한다. 퇴직급여를 연금 수령 한도 내의 금액으로 수령하면 연금 수령 기간 10년 동안은 퇴직소득세의 30%, 10년 초과하여 연금을 수령하면 퇴직소득세의 40%를 절세할 수 있다.
다만, 퇴직연금 가입자가 퇴직급여를 연금계좌로 이체하는 경우에는 의무납입 기간 기준은 적용하지 않고 연령 기준인 55세 기준만 적용한다. 따라서 2013년 3월 1일 전에 퇴직연금에 가입한 가입자가 60세에 퇴사하면서 받은 퇴직급여를 새로 개설한 연금계좌로 전액 이체하면 퇴직급여 전액이 연금 수령 한도 내의 금액이 되어 퇴직급여 전액을 일시금으로 찾아도 퇴직소득세 30%를 절세할 수 있다.
3년 전 퇴직한 A 씨는 본인의 퇴직연금(DC)이 적립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근무했던 업체는 그가 퇴직한 이후 폐업한 터였다. A 씨는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을 통해 본인의 전체 연금 현황을 조회했고, 그동안 적립한 퇴직연금 340만 원을 B금융사에서 관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B금융사로 연락해 안내에 따라 퇴직연금을 IRP계좌로 이전해 수령할 수 있었다.
폐업기업 근로자가 미청구 퇴직연금을 되찾은 사례다. A 씨처럼 퇴직연금 가입사실을 알지 못한 상황에서 직장이 도산·폐업한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퇴직 후 사용자(기업)의 지급지시 없이도 가입 금융회사에 퇴직연금을 신청할 수 있음에도 방법을 몰라 수령하지 못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찾아가지 않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2023년 말 기준 1106억 원, 최근 3년 평균 1177억 원에 달한다. 직장 폐업에도 퇴직연금을 찾아가지 않은 근로자 수는 2022년 말 6만871명에서 2023년 말 6만8324명으로 증가(+7453명)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및 금융회사는 △가입자가 자신의 모든 퇴직연금 적립금을 조회·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금융감독원의‘통합연금포털’)에 대한 가입자 안내·교육 강화 △미청구 퇴직연금 적립금을 조회·확인할 수 있는 추가 시스템 신설(금융결제원의 ‘어카운트인포’) 등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 올해 중 시행 예정이다.
퇴직연금 가입자 중 혹시 미청구 퇴직연금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면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통합연금포털’을 이용하면 된다. 퇴직연금제도별로 적립된 자신의 모든 퇴직연금 적립금을 조회·확인할 수 있다. 통합연금포털은 본인의 국민·퇴직·개인연금 적립금, 연금상품 비교공시 등 종합적인 연금정보를 제공하며, 최초 연금정보 조회 시 3영업일 정도 소요된다.
포털 내 ‘내연금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면, 퇴직연금 제도별로 자신의 적립금이 운용·관리되는 금융회사명, 연금상품명, 적립금액 등을 조회할 수 있다. DC(확정기여형, 근로자책임형)·IRP(개인형퇴직연금)의 경우 계좌별 적립금이 조회되나, DB(확정급여형, 회사책임형)의 경우 사업장 단위로 적립금이 관리돼, 해당 금융회사로 추가 문의가 필요하다.
근로자가 직장 폐업 등으로 퇴직연금을 받지 못했을 경우에도 위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여 자신의 미청구 적립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확인된 금융회사로 연락, 연금 수령절차(신청서류 제출 등)를 밟으면 된다.
한편, 정부와 금융권이 힘을 모아 올해 상반기 중 ‘어카운트인포’ 퇴직연금 조회서비스 구축에 나선다. 금융회사(퇴직연금사업자)는 자사 홈페이지 및 앱을 통해서도 손쉽게 어카운트인포 및 통합연금포털의 퇴직연금 조회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플랫폼을 개선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통합연금포털을 통해 ‘어카운트인포’의 미청구 퇴직연금 조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개편을 시행한다.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업계 모범사례를 발굴·전파하여 좋은 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논의가 중단된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낸 만큼 받는’ 새로운 연금을 만들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모수 개혁 안에는 구체적인 숫자가 언급되지 않은 데다, 곧 다가올 총선으로 인해 연금개혁 논의가 중단됐다.
이에 연금개혁이 지지부진 되고 결국 연금기금 고갈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KDI가 개혁안과 다른 신(新) 연금 기금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21일 KDI가 내놓은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은 미래세대를 위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5%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되, 연금 수급 방식을 낸 만큼 받는 형태로 바꾼 새로운 연금을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KDI가 제안한 ‘신연금’ 제도는 원금이 오롯이 보장되는 완전 적립식이다. 기존에 있던 연금은 ‘구연금’으로 분리해 운영하자는 것.
이는 현행 연금 제도의 구조상 보험료율로 약속된 연금 급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보고서를 통해 KDI가 제안한 방안은 △특정 시점에 구연금 제도 정지 △구연금의 미적립 충당금은 일반재정으로 보충(미래세대에 부담 전가하지 않음) △기대수익비 1의 신연금 도입 △신연금 제도는 확정기여형(DC)으로 설계해 재정 안정성 담보 △신연금 소득재분배 기능은 동일 연령 내에서 소득 이전 가능한 CCDC형 도입 등이다.
보험료율 35%까지 올려도 기금은 소진된다
현재 국민연금 개혁안에서는 적립 기금의 고갈을 늦추는 방안을 주로 논의하고 있지만, 기금 소진을 늦춰도 세대 간 형평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더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연금 제도는 기금이 소진된 후 약속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우선 조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보고서는 “현 국민연금 제도에서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앞 세대의 기대수익비가 1보다 큰 것에 기인한다”고 짚었다. 기대수익비가 1보다 크다는 것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 대비 사망 시까지 받을 것으로 약속하는 지급액이 더 크다는 의미다. 기대수익비가 1이라면 낸 만큼 받는 게 된다.
이강구 KDI 연구위원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연금개혁 방식은 대표적으로 보혐료율을 인상해서 적립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방식으로, 기성세대는 기존대로 연금 급여를 받으면서 젊은 세대는 보험료를 높게 내야 해 세대 간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운용 방식을 유지한다면, 보험료율을 현행의 두 배인 18%로 올려도 결국 2080년경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립금이 소진된 이후에는 매해 보험료 수입으로 연금 급여를 충당하는 부과식으로 전환된다. 국민연금의 적립 기금 고갈 예상 연도는 2054년이다.
신승룡 KDI 연구위원은 “부과식에서는 기금이 소진되면 가장 우선하여 보험료율을 높여 연금 급여를 충당해 나가는 방식이 고려된다”면서 “보험료율이 35% 내외까지 올라간다는 것인데, OECD 최고 수준인 이탈리아의 33%를 능가하는 수준이면서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이때 기대수익비는 0.44로 “낸 돈의 44%밖에 받지 못하는 충격적인 숫자”라며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기대수익비 1을 만족하는 완전적립식 ‘신연금’ 제도를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연금 기금이 소진된다면 기대수익비를 1만큼도 보장할 수 없다고 본다. 저출산이 원인이다. 일차적으로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기에 기금 소진 시점이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기금이 일단 고갈되고 나면 인구수가 적은 청년층이 인구수가 많은 고령층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기대수익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연금은 ‘구연금’으로 운용하고, 기대수익비가 1인 신연금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낸 만큼 받는 연금, 실효성은?
KDI가 제안한 신연금제도는 합계출산율이 낮더라도 미래 세대가 기대수익비 1을 보장받을 수 있는 완전적립식이다. 개혁 시점부터 내는 보험료는 신연금의 연금 기금으로 적립하되, 개혁 시점 이전에 낸 보험료에 대해서는 구연금으로 분리하자는 것.
구연금은 기존과 동일하게 기대수익비 1 이상을 지급하는 방식을 따르고, 기금 고갈 후 필요한 금액(미적립 충당금)은 정부의 일반재정으로 채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강구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을 당장 개혁할 경우 2024년 기준 재정부족분은 609조 원 수준이지만, 5년 뒤에 개혁이 이뤄진다면 부족분은 869조 원으로 늘어난다”면서 “609조 원이 굉장히 큰 규모이지만 개혁이 늦춰질수록 부담은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KDI 보고서는 연금을 분리하는 방식을 채택한다면, 신연금 보험료율을 15.5%로 인상할 경우 40%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 경우 현재 60세인 1960년생의 기대수익비는 2 이상, 현재 50세인 1974년생의 기대수익비는 1.5 내외, 현재 18세인 2006년생 이후 세대의 기대수익비는 1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대수익비를 1 수준으로 유지하는 국민연금이 사적연금과 비교했을 때 굳이 가입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사적연금은 개인이 투자처를 발굴할 수도 있기에 운용 방식에 따라 낸 것보다 더 받을 기회도 있기 때문이다.
KDI는 이에 대해 “공적연금은 개인의 자발적 선택이 아닌, 국가의 의무적 저축”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에서 사회 전반의 안정을 위해 최소한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공적연금의 역할이라는 의미다.
만약 개인이 자율적으로 연금을 준비하는 것으로만 노후를 준비하라고 한다면, 일부 고령층의 노후 소득은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낮아지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현실적으로 국민연금과 같은 대규모 기금의 운용수익률이 사적보험 수익률에 비해 높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신승룡 KDI 연구위원은 “기금 수익률이 좋으면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기대수익비1=원금+이자+기금운용 수익) 나쁜 숫자는 아닐 것”이라며 설명했다. 신 연구원은 “개인이 직접 투자할 때 평균적으로 기대수익비1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보다 높았기 때문에, 국민연금(신연금) 수익률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같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신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가져가려면 급여 산정 방식을 현행 확정급여형(DB형)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DB형은 향후에 받을 보험료를 계산할 때 보험료를 낸 시점에 결정하지만, DC형은 연금을 받는 시점에 결정한다는 점이 다르다. 따라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발생하는 환경 변화에 지금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다만 DC형이 연금의 민영화를 촉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신승룡 연구위원은 “개인 계좌제가 아닌 코호트 계좌제로 연령군이나 코호트(그룹)의 계좌를 따로 두는 것을 제안한다”면서 “개인 계좌제와 달리 코호트 계좌제는 가입자가 연금 급여를 받다가 사망하고 나면 적립액은 생존자의 계좌로 이전돼 생존자의 급여를 높이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DC형 신연금 구조라면 연령군에 적용해 소득재분배 기능을 갖출 수도 있고, 보험료율 조정으로 소득대체율 조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모수 조정뿐 아니라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조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면서 “이번 제안으로 국민연금 구조 개혁에 대한 건강한 논의를 촉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가 확대된다. ISA의 장점이 더 커지면서 노후 자산 준비 상품으로 활용할 여지도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31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의 후속 조치로 조세특례제한법 및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이번 개정안으로 ISA의 혜택이 더 커진다. 연간 납입 한도는 기존 2000만 원에서 4000만 원으로 늘린다. 계좌에 넣어둘 수 있는 금액의 총한도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높였다.
ISA 계좌는 예·적금, 채권, 국내 상장주식, 펀드, 리츠, ETF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때 발생하는 이자나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는 비과세 혜택이 있다.
비과세 한도는 기존 200만 원이었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500만 원으로 높아진다. 서민·농어민형 ISA의 비과세 한도는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또한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국내 투자형 ISA’가 신설된다. 기존 ISA는 일반형과 서민·농어촌형 두 가지가 있다.
국내 투자형 ISA가 신설되면 ISA 가입을 할 수 없었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연간 이자·배당 소득 합계 2000만 원 초과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국내 투자형 ISA에 가입할 경우 계좌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비과세 적용은 하지 않고 분리과세(14%)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아니라면 국내 투자형 ISA에 가입할 경우 일반형은 1000만 원까지, 서민·농어민형은 2000만 원까지 비과세 한도를 적용한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발표했던 것보다 강화된 수준의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더불어 2025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 소득세 폐지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ISA는 의무가입기간 3년, 만기 5년 상품이다. 만기 후 환급금을 연금 계좌로 이체하면 이체 금액의 10%에 대해 세액공제 받을 수 있어 노후 자금 준비 상품으로도 주목받고 있었다.
이번 정부의 개정안으로 ISA의 혜택이 더 커진 만큼, 자산 관리를 위한 상품으로도, 노후 자산 준비 상품으로도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평소 노후의 현금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한 윤 씨는 연금과 금융자산 중심으로 노후자금을 준비해왔다. 올해 정년퇴직을 하면서 받을 퇴직금도 연금으로 수령할 계획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연금 등 금융자산으로 인한 소득이 많으면 국민건강보험료가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은퇴 후 현금흐름이 국민건강보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상담을 신청해왔다.
국민건강보험료 계산 방식
국민건강보험료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계산 방식이 다르다. 직장가입자의 국민건강보험료는 보수월액보험료가 기본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보수외소득이 있으면 소득월액보험료가 별도로 부과된다. 보수월액보험료는 직장가입자의 보수, 즉 당해 연도에 받은 보수 총액을 근무 월수로 나눈 금액인 보수월액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한다.
보수월액보험료는 상한액과 하한액이 있다. 전년도 직장가입자의 보수월액보험료 상한액은 782만 2560원, 하한액은 1만 9780원이었다. 직장가입자의 보수월액보험료는 사업주와 가입자가 각각 50%씩 부담한다.
소득월액보험료는 보수월액에 포함된 보수를 제외한 소득(보수외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는 직장가입자에게 보수외소득을 기준으로 소득월액보험료를 부과한다.
직장가입자의 소득월액보험료는 상한액은 있지만 하한액은 없다. 소득월액보험료의 상한액은 전전년도 직장 평균 보수월액보험료의 15배(2023년 기준 391만 1280원)다. 직장가입자의 소득월액보험료는 가입자가 전액 부담한다. 보수월액보험료와 소득월액보험료 각각에 대해 장기요양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세대가 보유한 부과요소(소득, 재산, 자동차)별로 합산한 부과점수에 점수당 금액(2023년의 경우 208.4원)을 곱하여 산정하되, 연소득 336만 원을 기준으로 달리 적용한다.
위의 계산식에 따라 2023년도 지역가입자의 하한액은 1만 9780원이며, 상한액은 391만 1280원이었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세대당 부과되며, 국민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장기요양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국민건강보험료에 반영되는 소득의 종류와 범위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소득월액보험료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계산에 반영되는 소득은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개인에게 발생한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등 6가지 소득이다.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합하여 ‘금융소득’이라고 한다. 연간 금융소득이 1000만 원 이하일 때는 국민건강보험료 산정에 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1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예를 들어 연간 금융소득이 1001만 원이 될 경우 1001만 원 전액 100%를 국민건강보험료 산정에 반영한다.
연금소득은 공적 연금소득과 사적 연금소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적 연금은 다시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으로 나뉜다. 직역연금은 특정 자격 요건에 의해 연금의 수급권이 발생하는 연금으로 공무원연금, 사립학교 교직원연금, 군인연금, 별정우체국연금을 합하여 직역연금이라 한다. 사적 연금소득은 납입 기간에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IRP와 연금저축계좌 같은 연금계좌에서 55세 이후 연금수령 한도 내에 연금으로 수령할 때의 소득이다. 현재는 공적 연금소득만 국민건강보험료 계산에 반영되고 사적 연금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료 계산에 반영되는 공적 연금소득 반영률은 50%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 2000만 원이고 연금저축계좌에서 수령하는 연간 연금액이 1500만 원이라면 국민건강보험료 계산에 반영되는 연금소득은 1000만 원(국민연금 소득 2000만 원 × 0.5 + 연금저축계좌 수령액 1500만 원 × 0)이다.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그리고 연금소득을 제외한 소득 중 사업소득과 기타소득은 국민건강보험료 계산에 100% 반영되고, 근로소득은 50%만 반영된다.
참고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은 소득요건과 재산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데, 소득요건은 개인 연간소득 2000만 원 이하다. 피보험자 자격을 판단할 때 소득은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모두 100% 반영한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즉 피보험자는 보험료 계산 시 공적 연금소득과 근로소득을 50%만 반영하는 가입자와는 다르다.
건보료 절감에 도움 되는 금융상품 활용
첫째, 연금계좌 상품인 IRP(개인형 퇴직연금계좌)와 연금저축계좌가 도움이 된다. 연금계좌 전체에 납입하는 금액 중 연간 900만 원까지는 소득에 따라 납입한 금액의 100%에 대해 16.5% 혹은 13.2%를 연말정산 혹은 종합소득세 신고 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원금의 이자 혹은 운영수익에 대해서는 납입을 완료하고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수령자의 연령에 따라 5.5~3.3%의 연금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연금계좌의 연간 납입 한도는 1800만 원이다. 만약 연금계좌에 연간 1800만 원을 납입하고 세액공제를 900만 원 받았다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 900만 원에 대해서는 향후 연금으로 수령 시 연금소득세 등 어떤 세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연간 납입한 1800만 원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이자 및 운영수익에 대해서는 연금소득세가 과세된다.
둘째, 금융소득(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이 비과세되는 금융상품이 도움이 된다. 금융소득이 비과세되는 금융상품으로는 65세 이상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종합저축, 만 19세 이상 거주자 등이 가입할 수 있는 ISA(개인형 종합자산관리계좌), 계약 후 10년 이상 유지 시 비과세되는 비과세저축보험, 조합출자금 등이 있다.
셋째, 금융소득 발생 시기를 조절한다. 금융자산이 많다면 분산 가입하여 금융소득의 만기나 이자 및 배당소득의 수령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22년 6월부터 관련 규정 개정으로 국내에서도 월분배형 ETF(상장지수펀드) 투자가 가능해졌다. 매월 분배금을 받기 때문에 노후 자금으로도 주목받고 있는데, 15년만인 2023년 9월 말 기준 월분배형 ETF에 몰린 자금은 2조 원이 넘었다.
월분배형 ETF는 매달 분배금을 주는 상품으로 현금흐름을 예측할 수 있고 목적에 따라 연금처럼 활용할 수 있어 고령층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투자 상품이기에 자신의 목적에 따라 잘 알고 활용해야 할 것이다. 월분배형 ETF 어떤 종류가 있으며 특징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현금·재투자·변동성 잡아라
은퇴 후 대부분 고령자는 매월 발생하는 현금흐름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국민연금 등 필수 연금으로 나오는 돈만 생각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이에 자산 관리를 하면서도 매월 연금처럼 현금을 받을 수 있는 투자처에 관한 관심이 높다. 월분배형 ETF가 관심받기 시작한 이유다.
월분배형 ETF의 장점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현금흐름 발생, 재투자로 복리효과 추구, 변동성 관리다. 말 그대로 월분배형 ETF는 매월 현금을 받고, 얼마를 받을지 예측할 수 있어 현금 흐름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또한 배당 주기가 짧아 재투자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특히 투자 기간을 길게 가져갈 수 있는 투자자라면 배당금을 쓰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재투자해 장기 복리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변동성 관리에 유용하다. 요즘처럼 금리 인상 이슈와 경기 불황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주식 매매 여부와 관계없이 매월 일정 금액을 받는 점이 변동성 위험을 줄여준다.
국내 월분배 ETF, 뭐가 있을까?
2023년 10월 기준 국내에 상장된 월분배형 ETF는 33개다. 월분배형 ETF는 배당금이 어디서 나오느냐에 따라 배당주, 커버드콜, 채권, 리츠, 멀티인컴으로 나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배당주에 투자하는 ETF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고배당주 ETF 비중이 가장 크다. 이 상품은 배당수익과 주식 매매차익으로 배당금을 지급한다.
커버드콜 ETF는 개념이 조금 생소할 수 있다. 주식을 매매해 차익으로 수익을 낼 때는 미래에 주가가 오를 것을 기대하는 개념이지만, 커버드콜은 미래 주가 상승이 불확실하기에 이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현재 확실한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상품이다. 콜옵션을 매도하면서 얻는 프리미엄으로 배당금을 지급한다.
채권은 ETF의 기초 자산이 채권인 상품이다. 채권에 투자하는 월분배형 ETF는 월분배금이 다른 상품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채권 발행 시점부터 향후 받을 수 있는 이자와 원금이 확정되기 때문에 현금흐름을 예측하기 수월하다.
리츠는 부동산 자산으로 발생하는 임대수익으로 배당금을 준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차익과 임대수익이 기반이다.
멀티인컴 상품은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자금 원천을 2개 이상 조합하는 상품이다. 예를 들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거나, 주식과 리츠를 합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월 분배금 전략을 다양하게 세울 수 있다. 다만 현금흐름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특징이다.
분배금, 어디에 쓸지 정해둬야
월분배형 ETF는 연금처럼 매월 일정 현금을 받는다는 점에서 노후 자산으로 활용하기 좋은 상품이다. 하지만 분배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목적을 정해두지 않으면 계좌에 머물러있거나, 어디에 사용했는지 모르게 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배당금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정해두고, 그에 맞는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분배금을 생활비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현금흐름 예측이 명확한 ETF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 따라서 원금이 어느 정도 보존되면서 정기적으로 분배금이 발생하는 구조를 살펴야 한다. 이때 내가 받고자 하는 월 분배금이 얼마였으면 좋겠는지도 미리 계산해보면 좋다.
만약 1억 원을 월분배형 ETF에 넣어둔다면, 연간 분배율이 6%라고 가정했을 때 세전 분배금은 연간 600만 원이다. 수익이 발생하면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실수령액은 약 507만 6000원이다. 이 경우 매월 약 42만 30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 경우는 연간 분배율을 고정해 계산한 것으로, 실제로는 배당금 원천 상품이 무엇인지, 해당 원천의 수익률이 얼마인지에 따라 변동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당장 생활비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위의 계산에 따라 투자할 금액, 투자할 ETF 종류를 정해 투자하면 된다. 노후 생활비가 주된 목적이라면 주가 대비 배당금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배당률을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만약 당장 이 금액을 생활비로 사용할 것이 아니고 어딘가에 적립해 두었다가 55세 이후 연금처럼 활용하고자 한다면 연금계좌로 넣어두면 세금 15.4%를 3.3~5.5%로 줄일 수 있다. 연금계좌에서 인출할 때는 나이에 따라 연금소득세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월분배형 ETF 상품 중 이름에 ‘배당킹’, ‘배당귀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상품은 각 50년 이상, 25년 이상 꾸준히 배당금을 인상해 지급한 기업들이 포함된 상품이다. 이런 종목이 포함된다면 현금흐름 안정성을 좀 더 노려볼 수 있겠다.
당장 생활비 마련이 아니라 자산을 굴리며 해당 배당금을 재투자해 수익을 더 내고 싶다면, TR 상품을 활용해볼 수도 있다. TR이란 Total Return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분배금이 발생했을 때 자동으로 재투자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ETF 상품 중 이름에 TR이 붙어있는 상품을 고르면 된다. KOSPI200 ETF가 일반적인 분배금 지급 상품이라면, KOSPI200 TR ETF는 자동으로 분배금을 재투자한다. 다만 이 경우에는 장기 투자를 해야 효과가 있고 투자 가능한 ETF 상품이 적어 선택의 폭이 제한될 수 있다.
분배금을 재투자할 때 세제 혜택을 받고 싶다면 TR 상품이 아니라 연금계좌에서 재투자해도 된다. 일반적으로 배당금에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원천징수 되지만, 연금계좌에서 월분배형 ETF에 투자하면 분배금에 배당소득세가 아니라 인출 시 연금소득세가 발생한다. 혹은 일반계좌에서 월분배형 ETF에 투자해 받은 배당금을 연금계좌로 옮긴 뒤 재투자를 하는 방법도 있다.
은퇴를 앞두고 있어 분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싶지만, 현금성 자산도 원한다면 금리추종형 ETF를 살펴보자. 금리추종형 ETF는 금리의 일할 수익률이 ETF 가격에 반영되는 것으로, ‘매일 이자가 붙는 ETF’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어떤 금리를 추종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으나, 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손실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 선임연구위원은 ‘월분배 ETF의 인기, 그 이유와 현황’에서 “국내 월분배형 ETF 상품을 보면 해외 주식과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 비중이 높다”면서 “해외 지수 추종 ETF는 미국에 집중되어있다. 미국 대표 지수 S&P 500 편입 종목의 약 78%가 분기별로 분배금을 지급할 정도로 분기 배당이 일반화돼 있고, 배당일도 기업별로 달라 월간 현금흐름 만들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 연구위원은 “월분배 ETF 투자를 하고 싶다면 일반적인 배당 투자 원칙처럼 배당 수익률만 보고 투자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당금에는 배당수익률과 주가수익률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당 안정성과 기초지수 움직임을 잘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참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투자와 연금 12호’
채 씨 부부의 자녀들은 모두 미국에 살고 있다. 채 씨 부부는 은퇴 후 미국으로 이민 가서 자녀들과 함께 노후를 보낼 계획을 갖고 있다. 채 씨 부부는 해외로 이민 갔을 때 공적연금과 개인적으로 가입한 연금계좌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상담을 신청해왔다. 참고로 채 씨는 국민연금 가입자이고 배우자 이 씨는 공무원연금 가입자다.
해외이주법에 따른 이민은 ‘연고 이주’, ‘무연고 이주’, ‘현지 이주’로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해외 이주 및 국적상실 시 국민연금
해외 이주 시 국민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인지, 수급자인지에 따라 지급 방식이 다르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해외 이주나 국적상실은 국민연금 가입자 자격상실의 사유가 되어 반환일시금 지급 대상이 된다. 국민연금 반환일시금 지급 대상은 과 같다.
반환일시금은 가입 기간 중 본인이 납부한 연금보험료에 지급 사유 발생일이 속하는 달까지 기간에 대해 해당 기간 3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을 적용한다. 반환일시금은 지급 사유가 발생한 이후 5년 이내에 청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단, 국외 이주, 국적상실을 사유로 반환일시금 수급권이 발생한 후 5년간 청구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지만, 가입 기간 10년 미만인 가입자의 만 60세 도달 또는 가입자가 사망했으나 유족연금 지급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의 사유로 반환일시금 수급권이 다시 발생했다면, 그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새롭게 진행되므로 반환일시금 청구가 가능하다. 해외 이주의 목적이 아닌 취업, 학업 등 기타 사유로 외국에 체류하는 경우에는 기간과 상관없이 반환일시금을 받을 수 없다.
국민연금은 반환일시금 조건 외의 일시금 수령은 불가능하므로 국민연금 수급자라면 해외 이주나 국적상실을 하더라도 연금으로 수령해야 한다. 국민연금 수급자의 해외 이주 시 국내 계좌로 수령할 수도 있고, 수급자의 신청에 따라 해외에서 현지 계좌로 연금을 받을 수도 있다. 국민연금 해외 송금은 US달러를 포함하여 16개국 통화 중 수급자가 지정한 화폐로 가능하며, 기본적인 수수료(송금수수료, 국제전신료, 우편요금)는 공단이 부담한다. 다만 국외 은행 수취 수수료나 반송 및 재송금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수급자가 부담해야 한다. 또한 해외에서 국민연금을 수령할 경우 공단에서 실시하는 국민연금 수급권에 대한 수시 및 정기 조사에 응할 의무가 있다.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국민연금 지급이 중지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해외 이주 및 국적상실 시 공무원연금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해외 이주 및 국적상실 시 해외에서 연금 수급과 일시금 수령 모두 가능하다. 해외 이주 및 국적상실 시 공무원연금 일시금 수령을 신청하면 출국하는 달의 다음 달을 기준으로 4년분의 연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일시로 받을 수 있다. 연금으로 수령을 원하면 해외 이주 시에도 국내 계좌로 계속 수령할 수도 있고, 공단에 신청해서 국외 계좌로 수령할 수도 있다. 공무원연금 해외 송금은 US달러 등 15개 화폐로 가능하다. 해외 송금을 신청하면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국내 은행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 단, 국제전신료(8000원 동일)와 국외 중개은행 수수료(국가별로 다름)는 연금 수급자 본인 부담으로 연금액에서 공제 후 지급된다. 국외 계좌로 연금을 계속 수령하려면 해당 연도 5월 말 기준으로 신분 변동 사항을 기재한 서류를 매년 6월 30일까지 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해외 이주를 비롯해 1년 이상 해외에 거주하는 연금 수급자가 신상신고 서류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연금 지급이 중지될 수 있다.
해외 이주 시 IRP와 연금저축
IRP(개인형 퇴직연금계좌)와 세제적격형 연금저축(이하 연금저축)은 소득세 신고 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계좌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액공제의 한도와 중도인출 조건 등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IRP와 연금저축은 55세 이후 정해진 연간 연금 수령 한도 내에서 연금으로 수령하면 저율의 연금소득세(3.3~5.5%)를 부담하지만 중도인출 혹은 해지를 하거나 연금 수령 한도를 초과하여 수령한 금액에 대해서는 16.5%의 기타소득세를 내야 한다. 단, 법에서 정한 ‘부득이한 인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고율의 기타소득세 대신 저율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될 수도 있는데, IRP와 연금저축의 특별중도인출 사유가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IRP와 연금저축의 ‘부득이한 인출’ 사유를 비교하면 과 같다.
연금저축은 해외 이주 시 ‘부득이한 인출’ 사유에 해당되어 중도인출이나 해지 시 저율의 연금소득세가 과세된다.
하지만 IRP는 해외 이주가 ‘부득이한 인출’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자금 인출을 원할 경우 전액 해지해야 한다. IRP를 전액 해지하면 16.5%의 기타소득세를 부담해야 하고, IRP에 퇴직금을 이체했다면 퇴직금에 대해서는 퇴직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해외 이주 시 당장 자금이 급하지 않다면 IRP 계좌는 국내 계좌로 연금 수령하는 것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
추 씨의 아들은 내년 봄에 결혼 예정이다. 평소 추 씨는 자녀가 독립할 때 어느 정도 지원해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정부에서 자녀 결혼에 대한 지원책으로 혼인 증여세 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추 씨는 자녀 증여와 상속 계획 수립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상담을 신청해왔다.
혼인 증여세 신설안
정부는 2023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혼인 증여세 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총 4년 이내에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 1억 원에 대해 증여세를 추가 공제해주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증여세와 상속세는 세율이 같다. 참고.
상속은 상속세 과세표준 산출 이전에 공제되는 항목(일괄공제, 배우자공제, 기타 인적공제, 금융재산공제 등)이 많다. 그에 비해 증여재산 공제는 종류가 많지 않다. 10년 단위로 합산하여 적용하는 증여재산 공제는 와 같다.
이번에 신설하기로 한 혼인 증여세 공제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성인 자녀 1인에 대해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금액은 기존의 5000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증여세 공제 대상이 되는 재산의 종류는 따로 제한을 두지 않았다.
증여세는 증여를 받는 수증자가 부담해야 하며, 증여자가 직계존속인 경우에는 조부모와 부모로부터 받은 금액이 합산된다. 증여자가 조부모일 경우에는 산출된 증여세 세액에서 30%를 할증해서 납부해야 한다. 증여세 신고는 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하며, 세무사를 통해 대리할 수도 있지만 국세청 홈택스(www.hometax.go.kr)를 통해 직접 신고할 수도 있다.
정기금 증여
증여는 일시금으로 할 수도 있지만 일정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증여할 수도 있다. 자녀 명의로 적금을 들어주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인데, 이런 방식의 증여를 정기금 증여라고 한다. 정기금 증여 시 세금 계산은 정기금 종류에 따라 3가지 방식으로 한다. 기간이 정해진 ‘유기 정기금 평가’, 만기가 없는 ‘무기 정기금 평가’, 대상자의 기대여명을 적용하여 평가하는 ‘종신 정기금 평가’가 있다.
현재 정기금 평가 방식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연 3%다. 예를 들어 자녀 명의로 적립식 펀드를 개설하고 매년 600만 원의 금액을 10년간 자녀 계좌에 부모가 자동이체하기로 가정하는 경우에는 유기 정기금으로 평가한다. 매년 600만 원을 10년간 증여하는 총액은 6000만 원이지만 정기금 계산 방식에 의한 증여재산 가액은 5271만 6654원이다.
주의할 점은 보험상품의 경우 자녀 명의로 보험계약을 하고 부모가 보험료를 납입했을 때는 유기 정기금 평가 방식으로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속증여세법상 보험은 보험료 납입 시점이 아니라 보험금 수령 시점을 증여 시기로 본다. 예를 들어 자녀를 계약자로 한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부모가 매년 600만 원의 보험료를 납입한 후 만기 시점에 7000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면, 보험금 수령 시점에 7000만 원을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
정기금 상속
연금의 정기금 평가는 상속 시에도 적용한다. 예를 들어 계약자는 추 씨 본인, 피보험자는 추 씨의 자녀, 수익자는 추 씨 본인으로 하고 종신지급형(100세 보증형) 즉시연금에 가입 후 연금을 수령한다고 해보자. 이럴 경우 연금 지급은 추 씨의 자녀 나이 기준으로 최소 100세가 될 때까지 보증되고, 100세 이후에도 추 씨의 자녀가 생존한다면 연금 지급은 계속된다. 참고로 종신지급형 연금 수령 시에 최저보증기간은 계약자가 선택할 수 있는데, 최저보증기간이 길어질수록 정기적으로 수령하는 연금액은 더 적다.
연금 지급 개시 후 추 씨 본인이 수령하는 연금액은 본인이 납입한 보험을 본인이 수령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납부할 증여세는 없다. 대신 추 씨 본인이 연금을 수령하다가 사망하면 잔여 연금에 대해서는 상속세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상속재산 가액계산은 정기금 평가 방식에 따른다.
상속세 계산 시 종신지급형 즉시연금의 정기금 평가는 ‘최저보증기간’과 ‘피보험자의 잔여 기대수명’을 비교하여 결정한다. 만약 ‘최저보증기간’이 ‘피보험자의 잔여 기대수명’보다 길면 유기 정기금 평가 방식으로 계산한다. 반대로 ‘최저보증기간’이 ‘피보험자의 잔여 기대수명’보다 짧으면 종신 정기금 평가 방식으로 계산한다.
일시금보다 정기금 방식으로 증여나 상속을 했을 때 증여세나 상속세를 더 절세할 수 있다. 특히 즉시연금을 활용할 경우 본인과 자녀 세대의 노후설계를 동시에 하면서 증여세나 상속세를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복잡하고 어려운 연금, 누가 핵심만 알려주면 안 되나?’ 많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이 질문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총대를 멨다. 포인트만 쉽고 빠르게, 복잡하고 어려운 말 하나 없이 정리했다. 유불리를 따져 연금 수령 최고 효율을 얻으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
일본 열도를 뒤흔든 베스트셀러 ‘노후파산’은 고령사회의 단면을 가감 없이 다뤄 한국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생활비가 부족해 매 끼니를 걱정하는 비참한 면면을 바라보며 바다 건너 우리네는 공포에 떨었다. 국내 전문가들은 겁에 질리지 말고 교훈을 얻으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연금의 사각지대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연금이란 일정 기간 또는 사망 시까지 매월, 매 분기 등 일정 간격으로 지급되는 금액을 의미한다. 개인이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 연금을 적립하다가 주된 직장 또는 직업에서 은퇴한 후 노후 생활을 위해 연금을 지급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본이 ‘3층 연금’이다. 국가가 가입 대상을 강제로 정하는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 직장에서 가입하는 퇴직연금, 개인이 임의로 가입하는 개인연금이 매월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노후를 뒷받침하면 큰 걱정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연금 지급 금액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 소비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금을 적립하고 수령할 때 세제 혜택도 주어진다. 연금에 관심을 갖다 보면 다른 투자로 이어지는 등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노후에는 연금이 효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기초생활 보장을 위한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만 65세부터 평생 수령할 수 있는 종신연금이다. 소득이 있을 경우 의무적으로 가입되고, 최소 가입 기간 120개월(10년)을 채운 뒤 개시 연령이 되면 노령연금을 매월, 그리고 평생수령할 수 있다. 연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더 많이 받는다. 임의가입, 임의계속가입, 추후납부, 실업크레딧 등 가입 기간을 늘리는 방법을 본인 상황에 맞게 활용하면 더 많은 혜택을 얻을 수도 있다.
정해진 시기에 노령연금을 반드시 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5년 당겨 받을 수 있고, 5년 늦춰 받을 수도 있다. 소득이 있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 개시 연령을 미루는 연기연금을 신청하면 1년에 7.2%씩 연금액이 추가된다. 최장 5년 연기 시 36%가 가산 지급된다. 물가 상승에 따른 인상분까지 더하면 연금액은 더욱 커진다. ‘무조건’ 좋은 것은 없다. 연기연금도 마찬가지다. 신청 전 소득, 건강, 생존 확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좋다.
“연기연금의 단점은 건강보험료에 산정된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다 계산해봐야 해요. 회사에 다닐 때는 급여로 건강보험료를 가산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자산을 다 합산해서 부과합니다. 집, 자동차 전부 다요. 지역가입자로 하는 것보다 직장에서 내는 게 더 적으면 3년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퇴직 후 2개월 내 선택을 해야 합니다. 결국 수령 시점에 본인한테 무엇이 더 유리한지 불리한지 알고 있는 게 중요합니다.” -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퇴직연금’
퇴직연금은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금을 금융사에 적립하고 퇴직 시 근로자가 이를 수령하는 제도다. 적립도 투자도 회사가 운영하는 확정급여형(DB), 적립은 회사가 투자는 본인이 하는 확정기여형(DC), 적립도 투자도 본인이 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와 개인형 IRP 계좌가 있는 사람에게 최근 화두는 디폴트 옵션이다. 디폴트 옵션이란 쉽게 말해 ‘기본값’으로, 사용자가 특별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기본값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제도다. 기존 금융상품 만기 후 6주간 운용 지시가 없으면 디폴트 옵션이 적용된다.
크게 원리금 보장형 상품, 펀드, 원리금 보장형 상품 또는 펀드가 둘 이상 조합된 포트폴리오 상품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대세는 ‘TDF’(타깃데이트 펀드)다. 은퇴 시점에 맞춰 펀드 내 위험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산 배분 펀드로 연금에 특화된 상품이다. 상품명 TDF 뒤에 붙어 있는 ‘2035’, ‘2050’ 같은 숫자는 은퇴 예상 연도를 의미한다. 본인의 투자 성향과 예상 은퇴 연도를 대략적으로 가늠해보고 결정하면 된다.
“퇴직연금은 엄연히 노후를 위한 제도인데도 다른 용도로 쓰는 분이 아주 많습니다. 국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500만 원 정도입니다. 퇴직연금으로 1년에 500만 원씩 20년 모으면 1억 원이죠. 30년 모으면 1억 5000만 원입니다. 원금만 그렇습니다. 아무리 운용을 못 해도 은퇴 즈음에는 1억 5000만~2억 원이 모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퇴직연금을 갑자기 생긴 목돈 정도로 여기는 게 문제예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은퇴 전까지는 건드리는 돈이 아니다’라고 여기고 운용해야 합니다.” -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한 ‘개인연금’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하여 가입하고, 금융기관에서 운영하는 연금이다. 은퇴 후 기간은 길어지고 근속 기간은 짧아지면서 개인연금의 필요성은 점점 더 대두되고 있다. 연금 개혁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보완할 노후 소득원도 필요한 상황. 전문가들은 그 대안을 개인연금에서 찾고 있다.
개인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세액공제 효과다. 절세하면서 노후자금을 천천히 만들어갈 수 있다.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 연금저축과 IRP가 있는데, 이를 연금계좌라고 한다. 총 납입은 연 1800만 원까지 가능하다. 2023년부터 세제가 변경되면서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한도를 넘겨 저축한 금액은 이듬해 또는 그 이후로 이월해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금융착취는 선진국형 사회문제 중 하나다. 고령자가 많고 연금 제도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더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금융착취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이 사실을 숨기거나 자신이 금융착취를 당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노인 파산으로 이끄는 금융착취에 대해 알아봤다.
#사례1 기초생활수급비로 살아가고 있는 70대 A씨는 몸이 불편해지면서 은행 방문이 어려워졌다. 그러자 아들 B씨는 통장 관리와 현금 인출을 돕겠다고 나섰다. 어느 날 자동이체 등록을 해둔 공과금이 연체됐다는 고지서가 날아왔다. 당황한 A씨는 곧장 은행으로 달려갔다. 그의 기초생활수급비는 매달 아들 B씨의 통장으로 자동이체되고 있었다.
#사례2 무릎 수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진 80대 C씨는 혼자 살고 있어 간병인 서비스를 신청했다. 딸처럼 어려운 일도 마다 않고 정성껏 자신을 돌봐주는 간병인 D씨가 고맙고 신뢰감이 높아지자, C씨는 장보기, 생활비 관리, 금융기관 방문 등을 맡겼다. 자연스럽게 통장과 인감을 맡겼는데, 어느 날 C씨의 자녀는 C씨의 통장 잔고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간병인 D씨가 전 재산을 가져간 것. 하지만 D씨는 “허락을 받고 정당하게 쓴 돈”이라며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선진국에서는 노인 금융착취에 대해 사회적·개인적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금융착취에 대한 조사나 대응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포괄적으로 경제적 학대에 대한 조사만 이뤄지고 있다. 경제적 학대는 가까운 사람을 사칭해 재산을 빼앗는 것, 보이스피싱, 강제적인 방문판매나 텔레마케팅 등 매우 넓은 범위를 아우른다.
금융착취는 노인의 재산과 권리를 빼앗는 행위를 말한다. 가족·지인 등 다른 사람이 당사자의 허락 없이 의도적으로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행위다. 그리고 이것이 직접적으로 당사자에게 금전적 손해를 끼치는 상황을 일컫는다.
금융착취는 신뢰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주로 발생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부모 재산은 내 재산’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고, 부모 역시 자녀와의 경제적 독립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녀를 책임지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금융착취가 벌어지고 있다는 인식조차 갖지 못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가해자가 가족인 경우에는 신고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849만 명 중 약 2만 5000명이 ‘경제적 학대’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지만 그중 신고를 한 사람은 431명에 불과하다. 또한 가해자는 아들(60.4%), 딸(10.8%), 배우자(9.4%), 가족이 아닌 타인(5.8%)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80대에서 가장 많은 금융착취가 발생했으며, 돈이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이뤄졌다.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고령층의 경우 질병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고 금융거래 관련 정보 습득이 어려워 가족·지인·간병인 등에 의한 금융착취에 노출되기 쉽다”면서 “금융착취는 새로운 장수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착취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본인 허락 없이 임금, 연금, 임대료, 재산 등을 가로챈 경우 △본인 허락 없이 저축, 주식 등을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사용한 경우 △본인 허락 없이 본인 명의의 은행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해 사용한 경우 △본인 허락 없이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빌린 돈을 갚지 않은 경우다.
오영환 사무총장은 금융착취로부터 고령층을 보호하려면 고령자 스스로 방어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금융착취 예방 교육을 받아야겠지만, 금융회사의 주체적인 보호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노인학대’ 중 하나로 ‘경제적 학대’를 정의하고 대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복지 영역에서 이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갑작스럽거나 비정상적인 예금 출금, 이체, ATM을 통한 반복적인 예금 출금, 관계가 없는 해외 수취인과의 자금이체·송금, 가족·친인척·간병인 등의 노인 고객을 대리한 금융 거래는 전형적인 금융착취 모습”이라면서 “이를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는 곳은 금융기관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수입이 줄어들고 생활비를 절약하는 노인의 경제활동은 지출 현황이 대부분 일정한 편이다. 평소 동네 슈퍼마켓이나 약국에서 지출되던 것이 어느 날 자동차나 명품 가방 구매로 이어진다면 갑작스럽게 다른 소비 형태를 띤 셈이다. 오 사무총장은 금융기관에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면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보호자에게 알릴 수 있어 금융착취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금융착취에 관한 모니터링 시스템, 상담 혹은 신고 창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오 사무총장은 “고령층의 금융 생활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금융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금융착취에 대한 금융기관의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짚으면서 고령층뿐 아니라 금융기관 직원에게도 금융착취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착취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전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착취는 주로 가족・지인 등을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추후 이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미리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먼저 아무리 믿을 만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통장이나 도장을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넘겨주면 안 된다. 만약 부득이하게 통장 관리를 타인에게 맡겨야 한다면 사용 내역을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이 나빠져 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원해야 하는 경우에는 각종 대금이 자동이체되도록 설정해두자.
또한 금융권에서 보이스피싱 등을 막기 위해 일정 금액을 설정하고 그 이상 인출 시 거래를 정지하는 서비스나, 사전 등록 보호자에게 통보하는 통장 관리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다.
돈을 빌려준다면 반드시 빌려준 금액, 빌려간 사람 이름, 빌려준 날짜를 기록해둬야 한다. 특히 가족 사이에서 생활고를 이유로 휴대폰 요금이나 자동차 할부금을 갚아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돈을 자의로 준 것인지 타의로 빼앗긴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록을 남겨두는 게 도움이 된다.
재산에 관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공증인이나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문서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면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한 뒤 진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금융착취가 발생했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초기에 대처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