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뛰자, 일자리 대한민국!]“서울~강원 오가며 알바… 취업 스펙 대신 창업 자산 쌓았죠”

기사입력 2014-01-10 17:46 기사수정 2014-01-10 17:46

나의 꿈을 키운다… ‘시급 알바’ 신충호씨

▲오전 11시30분이 되자 되자 손님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가게 안으로 몰려든다. 첫 손님이 들어서자 청소를 하던 신충호(24)씨가 웃으며 서빙을 하고 있다.

“어서 오세요.”

식당 입구에서 벨이 딸랑거리자 빗자루를 잡고 있던 신충호(24)씨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오늘 첫 손님은 근처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다.

매장 문이 열리며 들이닥친 냉기에 코끝이 찡하다. 연말 한파가 매섭지만 신씨의 마음은 훈훈하다. 비록 지금은 아르바이트생이지만 꿈을 향해 걷는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11시30분. 그가 일하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한 식당 안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신씨는 오전 11시 출근해 화장실과 홀 청소를 하며 점심 손님 맞을 준비를 마쳤다. 그는 이 곳에서 지난해 8월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기업들이 밀집한 동네이다 보니 한정된 시간 안에 손님들이 집중된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주문이 꼬이거나 손님 발에 걸려 식탁을 엎을 수도 있다.

그래도 신씨는 일 처리가 능숙한 모습이다. 걸레질을 하다가도 손님이 들어오면 곧장 주문을 받는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거나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손님을 위해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점심 장사가 마무리된 시간은 오후 2시가 넘어서다. 정신없는 시간이 지난 뒤 저녁준비를 할 때까지 땀을 식히는 신씨에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계기를 물었다. 학비나 생활고 등의 이유를 기대했던 기자에게 신씨는 뜻밖에도 ‘꿈’을 이야기했다.

신씨는 대학교 4학년생이다. 다른 친구들은 취업준비를 하느라 토익이나 면접준비에 한창이지만 신씨에게는 다른 꿈이 있다.

그는 세계를 누비며 장사를 해보고 싶은 희망이 있다. 그의 동력은 “길거리에서 과일을 팔아도 좋다”는 마음가짐이다. 그의 꿈은 젊은 나이만큼이나 당당하고 패기 넘친다.

신씨의 아르바이트 경력은 화려하다. 2008년 대학에 수시로 합격한 뒤 시작한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그의 첫 직장이다. 이후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도 틈만 나면 일의 강도를 가리지 않고 일거리를 찾았다.

할인마트에서 고기를 썰어 파는 일부터 식당 서빙, 고시원 공사일, 노래방 카운터, 텔레마케팅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손님이 붐비는 식당 안에서 차분하게 일을 처리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그간의 경험이 얼마나 풍부한지 알 수 있었다. 그도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것이 자신에게 가장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신씨는 “얌전하게 공부만 하다가 시시한 일을 하기 위해 취직 공부에 목을 매긴 싫었다”며 “지금의 이런 다양한 경험이 앞으로 제 꿈인 ‘창업’에 있어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의 설명처럼 현재 대부분의 20대 젊은이들은 취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학교 4학년들은 최대한 졸업을 미루고 있다. 10명 중 6명이 그렇다는 통계도 있다. 기업들이 졸업자보다는 졸업예비자를 우대하다 보니 취직이 될 때까지 휴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씨는 “어렸을 때는 대학만 나오면 번듯한 회사원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달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선배들이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취업시장에서 밀려 취업을 포기하거나 고시원에 들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을 많이 봤다”며 “취업보다 창업을 꿈꾸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한 이유 중의 하나는 생활비 때문이다. 부모님의 지원으로 학비가 부족하진 않았지만 생활비는 손을 벌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했다.

그는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살고 싶지는 않았다”며 “특히 군 제대 후에는 ‘자립’에 대한 욕심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물론 아르바이트만으로는 생활비를 버는 데 있어 한계가 있다. 신씨가 처음 편의점에서 받은 월급은 50만원.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급 3700원의 돈을 받아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아르바이트 시장의 문을 두드린 신씨는 이제 아르바이트업계의 ‘고수’다. 대학 시절에는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통학하면서도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았다. 그는 이에 대해 “수면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지만 최전방 부대에서 몸에 익힌 엄격한 군기가 일상에 도움이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현재 신씨는 일하는 식당에서 시급 6500원 이상을 받는다. 처음보단 개선됐지만 내년 계획한 어학연수를 다녀올 돈을 모으기에는 버겁다. 그래도 그는 400만원이라는 목돈을 모았다. 여기에 부모님의 지원을 일부 받아서 곧 필리핀과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갈 계획이다.

어쩔 수 없이 받은 부모님의 도움은 그의 수첩에 차곡차곡 정리돼 있다. 그는 “부모님은 제 미래에 투자를 해주신 분들”이라며 “경험을 더 쌓고 아르바이트가 아닌 내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부모님의 도움(돈)을 모두 갚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저녁 장사를 준비해야 하는 오후 5시가 됐다. 저녁에는 음식과 함께 술도 팔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이 한 명 더 온다. 테이블 정리를 위해 일어서며 신씨는 “취업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창업준비생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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