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서울창업허브 공덕 네트워킹존에서 열린 ‘시니어퓨처 콘서트’는 시니어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과 청년 세대의 참여를 조명하는 자리였다. ‘시니어 산업의 기회와 청년의 시니어 미래 디자인’을 주제로 열린 이번 콘서트에는 시니어 비즈니스 분야의 창업가, 연구자, 청년 기획자 등 약 30명이 참석해 심도 깊은 강연과 네트워킹을 이어갔다. 이번 행사는 시니어 산업을 연구하는 청년의 모임 시니어퓨처가 주최하고 경희대학교, 시놀 등이 후원했다.
“시니어 산업. 노인복지 울타리 넘어야”
행사의 첫 강연은 윤희정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연구원이 맡아 고령자의 돌봄로봇 수용성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윤 연구원은 “고령자의 기술 수용성은 단순히 연령이 아니라 디지털 리터러시와 기술 스트레스, 회복탄력성 등 심리·환경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며 “에이지테크의 성공을 위해서는 고령자뿐 아니라 돌봄 인력 전체를 아우르는 맞춤형 교육과 대규모 실증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행사를 주최한 정동호 시니어퓨처의 대표는 ‘청년의 시니어 미래 디자인’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지난 2년간 시니어퓨처 커뮤니티를 이끌며 경험한 청년들의 참여 동기와 시니어 산업 진입 전략을 공유했다. 정 대표는 “시니어 산업은 더 이상 노인복지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청년이 창의적 상상력과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새 판을 짤 수 있는 산업적 기회의 장”이라고 말했다.

시니어의 멋지게 나이 드는 사회 만들기
더뉴그레이 유대영 대표는 이날 ‘시니어 패러다임 시프트’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시니어 세대를 위한 콘텐츠 산업의 흐름과 비전, 그리고 지난 10년간의 사업 여정을 공유했다. 그가 강조한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시니어는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콘텐츠의 주체이며 브랜드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더뉴그레이는 2014년 ‘멋진 아저씨는 왜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초기에는 시니어 남성을 스타일링해주는 메이크오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당사자의 눈빛과 정체성이 바뀌는 경험을 목격했다. 유 대표는 “한 번 멋져진 날이 아니라, 나머지 364일의 일상도 멋질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프로젝트를 확장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후 더뉴그레이는 시니어 남성 모델 그룹 ‘아저씨’를 결성하고, 시니어의 주체적이고 감각적인 일상을 콘텐츠화하는 실험을 이어갔다. 인스타그램·틱톡 등 소셜미디어 채널을 기반으로 ‘젊게 나이 드는 시니어’라는 새로운 이미지와 문화 코드를 제시했고, 현재 팔로워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더뉴그레이는 현재 ‘시니어 크리에이터 아카데미’를 통해 평균 연령 60세 이상의 시니어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유 대표는 “시니어 콘텐츠 시장은 소비자는 많은데 공급자가 없는 미개척지”라며, “실제 삶에서 비롯된 감정, 경험, 갱년기 등의 주제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시니어만의 고유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나이가 들면 도전과 모험을 멈춘다는 통념을 깨고, 끝까지 주체적으로 사는 삶을 시니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생태계를 설계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며, “젊음은 나이보다 태도에서 오는 것”이라는 철학을 덧붙였다.

파크골프에서 AI까지… 시니어 레저의 확장 가능성
스핀택 김일준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최근 급성장 중인 파크골프 시장과 이를 중심으로 한 액티브 시니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조명했다. 김 대표는 금융 IT 서비스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시니어 맞춤형 디지털 플랫폼 ‘고파크(GO PARK)’를 기획하게 된 배경과 향후 발전 전략을 소개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국내 파크골프장은 현재 약 600여 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800여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용자의 주요 연령층은 60~75세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파크골프에 대한 온라인 검색량이 지난 3년간 13배나 증가했고, 검색의 60%가 60대 이상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만큼 시니어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핀택은 이러한 액티브 시니어들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전국 40여 지자체와 수백 명의 시니어를 직접 만났다. 김 대표는 “이론적인 디자인 원칙보다는 시니어들의 사용성과 요구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간편한 예약 시스템부터 키오스크 기반의 현장 서비스, GPT를 활용한 맞춤형 정보 제공까지 시니어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대표는 시니어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키오스크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고, 모바일 앱과 연계해 실시간 예약 및 모임 운영이 가능한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향후 계획으로는 AI 기반 자세 분석 서비스, 건강 정보 연계 등 헬스케어 분야로의 확장과 더불어, 카카오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시니어들의 이동 문제 해결에도 나설 예정이다.
그는 또한 “일본 파크골프 시장 규모는 국내보다 약 30배 크지만 온라인 플랫폼 경쟁력이 낮아 일본 진출도 준비 중”이라고 밝히고, “파크골프를 시작으로 액티브 시니어들이 건강하고 주도적으로 삶을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행사 후반부에는 연사와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교류하는 네트워킹 세션이 이어졌다. 똑비로 잘 알려진 함동수 대표가 ‘AI-Agent 시대와 시니어 산업’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똑비는 토끼와두꺼비에서 운영하는 시니어들을 위한 일상 비서 서비스로, 구매 대행, 예약 대행, 검색 대행, 추천 등 시니어들의 일상생활을 돕고 있다. 참가자들은 시니어 콘텐츠 창작, 교육 모델 설계, 디지털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며 청년의 시각으로 시니어 산업을 재정의할 방법을 모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