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국립춘천숲체원’

입력 2025-08-06 07:00

[시니어 맞춤 新여행] 혼자서도 괜찮아, 숲이 안아주는 여름

(주민욱 프리랜서)
(주민욱 프리랜서)

혼자 떠나는 여행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특히 나이 들수록 ‘혼자’라는 말엔 두려움이 깃들곤 한다. 하지만 강원도 춘천의 한 숲속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숲체원에는

‘숲을 체험하는 넘버원 시설’이라는 뜻이 담겼다. 그 이름처럼 국립춘천숲체원은 숲을 체험하며 마음을 다독이는 공간이다. 시니어도 혼자서 부담 없이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공공의 휴식처다. 꽃중년들의 화사한 웃음이 햇살처럼 쏟아지는 이곳에서

여름 숲의 속삭임을 듣고, 푸른 그늘을 걸으며, 맑은 물에 마음을 씻었다.

지금 우리가 숲으로 가야 하는 이유

춘천숲체원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소리는 ‘아, 좋다’는 탄성이다.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산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산과 계곡, 길이 어우러진 약 335ha 규모의 산림 복지시설이다. 소나무와 낙엽송, 산벚나무, 신갈나무, 층층나무, 쪽동백나무 등으로 가득 찬 숲은 녹색 하나로도 얼마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갖는지 보여주는 예술가의 팔레트 같다.

구름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지만 시원한 계곡과 울창한 나무 그늘은 그 자체로 피서지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 3년간 폭염 기간의 기온을 분석한 결과, 숲체원과 치유원 등이 위치한 산림의 기온이 도시보다 최대 8.8℃까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가 올해 6월 발표한 ‘2025년 여름휴가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여름휴가에서 ‘충분한 휴식과 힐링(43.7%)’, ‘스트레스 해소 및 재충전(23.9%)’, ‘가족·지인과의 추억 만들기(22.4%)’ 등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지로 고려하는 조건은 ‘국내 여행지(25.3%)’와 ‘휴식 및 힐링 가능한 장소(24.7%)’가 전체 응답의 절반을 차지하며 높은 비중을 보였다. 전 세대가 가장 원하는 여름휴가는 휴식과 힐링에 집중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숲체원과 치유의 숲, 치유원 등을 운영하는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산림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국민 누구나 누리도록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무장애 시설을 갖춰 노약자나 걸음이 불편한 이라도 숲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혼자서도 안전하게 걷고, 천천히 쉬고, 자연과 함께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음이온이 풍부한 잣나무 숲은 혈압을 낮추고 기분을 안정시키며, 숲 향기는 불면·우울을 완화한다는 연구도 있다. 또 숲체원은 기존 여행지에서 느낄 수 없는 ‘느린 시간’을 제공한다. 말없이 앉아 있어도 좋은 공간, 공간을 채우는 새와 물의 노래,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천천히 걸어보는 길. 그런 공간이 숲체원에 있다. 무엇보다 춘천숲체원은 ‘시니어가 혼자 가도 불편하지 않게 설계된 곳’이라는 점이 다르다. 숙박과 식사, 체험 프로그램, 이동 동선까지 ‘혼행(혼자 여행)’이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이뤄진다.

기자를 숲으로 초대한 숲체원 고객지원팀의 김보영 주임은 “무엇보다 가장 신경 쓰고 챙기는 부분이 방문객의 안전입니다. 숲이 주는 치유의 경험을 오롯이 간직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숙소 역시 장애인, 고령자도 안전하게 숙박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라고 말한다. 그는 이맘때 비에 젖은 몸을 말리러 나온 뱀을 마주할 수 있다며 주의를 주었다. 간혹 고라니나 노루, 멧돼지가 출몰하는 숲이라니, 도시 생활자에게는 이 또한 신선한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춘천숲체원의 프로그램·시설·이용법

숲체원의 프로그램은 단체와 개인 모두 신청 가능하며, ‘숲향기 솔솔(아로마테라피)’, ‘풋톡 트레킹(자연 해설+걷기)’, ‘별이 빛나는 밤에’, ‘자연에 물들다(천연 염색)’, ‘방방곡곡 노르딕워킹’, ‘숲밧줄 나들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있다.

기자가 참관한 ‘숲향기 솔솔’ 프로그램 현장에는 50~70대 어르신들의 환한 표정이 가득했다. 부천시 춘의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참여한 시니어 30여 명은 아로마 오일을 맡고, 옆 사람과 손 마사지를 해주고, 나무 조각에 아로마 오일을 뿌려 향기 목걸이를 완성했다.

산림교육 전문가 홍성순 씨는 “향기를 통해 기억이 살아나고,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한다”고 전한다. 그 역시 시니어로, 재치 있는 입담과 공감 능력으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참여자 강병선 씨는 “손끝에 향이 퍼지며 몸도 풀리고 마음도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김정숙 씨는 “유럽 여행에서 사 온 장미 오일을 집에 묵히고 있다. 오늘 배운 방법으로 활용해보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춘천숲체원에 입소할 때 단돈 1만 원을 내면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 ‘풋톡 트레킹’에 기자도 참여했다. 이날 숲길 해설에 나선 정은교 숲해설가는 “숲은 자연만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잊고 있던 이야기와 그리움, 즉 향수(鄕愁)를 꺼내게 하는 곳”이라며 “단 한 명의 개인 방문객이라도 원한다면 숲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강조했다. 나무의 숨구멍 ‘피목’과 진딧물·개미·무당벌레의 공생, 3대가 함께 사는 소나무 이야기를 들으며 숲을 걸었다. “걸을 때는 뒤꿈치부터 발끝으로 나아가는 감각을 느껴보세요”라는 정 씨의 말처럼, 걷기 자체가 명상이다. 천천히 걸어 계곡에 도착해서는 풋톡 키트를 사용해볼 시간. 트레킹 가방을 열자 앙증맞은 새소리 피리와 수건이 들어 있다. 바지를 둥둥 걷어 올리고 징검다리에 앉아 피리에 물을 채운다. 설레는 마음으로 피리를 불자 종달새처럼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숲체원 객실은 1~13인 규모로 다양하며, TV와 와이파이를 없애고 자연과 교감하도록 설계했다.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무장애 숙소와 엘리베이터, 안전손잡이 등도 잘 갖춰져 있다.

김보영 주임은 “청결도 여느 호텔 못지않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 대신, 삼대가 모여 숲체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한다. 숙소 예약은 전월 15일부터 가능하며, 숙박 없이 프로그램만 이용할 경우도 방문 예약이 필요하다.

식사는 내부 식당 ‘소담관’에서 제공하며, 3일 전까지 예약하면 8000원으로 한식 한 끼를 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바비큐나 취사 시설이 없는 대신 누구에게나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을 보장한다.

대중교통도 비교적 편리하다. 춘천역에서 숲체원까지 하루 두 차례 버스를 운행하며, 마을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면 15~2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버스와 전철, 기차 등 교통 접근성이 좋은 춘천이기에 어느 지역에서나 여행지로 삼기에 적절하다. 버스를 타고 혼자 방문했던 여성은 “생각을 비우고 싶어 가벼운 짐만 챙겼다. 2박 3일 동안 책을 읽고 산책만 하며 지냈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삶이 조금 무겁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춘천숲체원은 그 ‘어디론가’가 되어준다. 자연이 내게 말을 걸고, 숲이 나를 어루만지는 시간. 혼자여도 괜찮고, 혼자라서 더 좋은 숲이 이 여름에 우리를 기다린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 뉴스

  • 여름휴가 한국관광 100선 찍고 경품도 챙길까
    여름휴가 한국관광 100선 찍고 경품도 챙길까
  • 폭염 피할 인기 피서지 국립공원 “무더위 쉼터에서 쉬어 가세요!”
    폭염 피할 인기 피서지 국립공원 “무더위 쉼터에서 쉬어 가세요!”
  • “손주 방학 때 지구탐험 떠나볼까?” 지질공원 6곳
    “손주 방학 때 지구탐험 떠나볼까?” 지질공원 6곳
  • [야간 여행지 6선] 자연의 정취, 국립세종수목원 ‘우리함께夜’
    [야간 여행지 6선] 자연의 정취, 국립세종수목원 ‘우리함께夜’
  • 폭염, 자연휴양림과 도시숲에서 한방에 해결
    폭염, 자연휴양림과 도시숲에서 한방에 해결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브라보 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