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에서는 굴을 차고 서늘한 성질의 식재료로 본다. 단맛과 짠맛을 띠는 성미(性味) 특성상 열이 많아 얼굴이 붉거나, 피부가 건조하고 거친 사람에게 잘 맞는다고 해석한다. 강한 염분은 땀이 과도하게 나는 것을 수렴해 체액 손실을 막는 데 도움이 되며, 건조한 가을에 진액을 보충해 기혈의 균형을 돕는다고 본다. '동의보감'에는 굴이 평온한 성질로 눈·혈·뼈 건강과 생식 기능에 이롭고, 불필요한 점액과 노폐물 생성을 줄이며 수분이 새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본초강목'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증상 완화와 산모 회복 보조에 굴이 유효하다고 전한다.
섭취법에 따라 효능을 살리는 방법도 제시된다. 굴에 생강을 더한 ‘굴 생강죽’은 굴의 찬 기운을 중화해 소화를 돕고, 한기로 인한 복통이나 어패류 섭취 뒤 설사 위험을 낮춘다. 여기에 대추를 곁들이면 신경 안정과 가을철 기침·갈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쑥갓·표고버섯·인삼을 넣어 푹 끓인 ‘굴 전골’은 쑥갓의 기혈 순환 작용이 굴의 찬 성질을 순화시키고, 표고와 인삼이 기력 보강에 보탬이 돼 환절기 피로 회복용 보양식으로 적합하다.
주의점도 있다. 평소 속이 차고 소화력이 약해 설사를 잦게 하는 체질은 굴을 과다 섭취할 경우 소화 장애가 악화될 수 있다. 손발이 차고 냉증이 뚜렷한 경우에는 양을 줄이거나, 생강·마늘·파 등 따뜻한 성질의 식재료와 함께 죽·탕 형태로 조리해 위장을 보호하는 것이 권장된다.
위생·안전 관리 역시 중요하다. 굴은 노로바이러스 감염과 연관될 수 있어 비가열 섭취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노로바이러스는 가을·겨울철 유행이 잦고 구토·설사·복통을 유발한다. 면역력이 약한 유아·임산부·고령자는 가능하면 생굴을 피하고 충분히 가열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산자생한방병원 김동우 병원장은 “굴은 영양가가 높고 면역 저하, 잔기침, 피부 건조 같은 환절기 증상 개선에 도움을 주는 식재료”라며 “다만 개인의 체질과 상태에 맞춰 섭취 시기와 조리 방법을 조절해야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