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의과대학 다니던 시절 피부학 강의를 듣던 중 담당 교수가 말했습니다.
“옛 중국 고사에 따르면, 죄인에게서 자백을 받아내는 고문 중 하나가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것이었다.”
피부 가려움증이 그만큼 사람을 괴롭힐 수 있다는 얘깁니다.
피부에 나타나는 가려움증, 일명 소양증(搔癢症, Pruritus)은 꽤나 큰 고통을 유발하곤 합니다. 가장 흔한 사례로 감기약이나 진통제 같은 약물을 복용한 후 간혹 나타나는 알레르기성 두드러기(Urticaria)의 경우 그 가려움증은 대단합니다.
그러나 약물과 상관없이 나이가 듦에 따라 시니어들이 겪는 가려움증도 있습니다. 이를 ‘노인성 소양증’이라고 하는데, 노화에 따른 피부 생리현상의 하나죠.
인간의 피부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름, 즉 피지(皮脂)가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것이 ‘여드름’의 출현입니다. 그러다 30대에 들어서면 피지 생성이 서서히 줄어들죠. 시니어가 되면 피지가 아주 제한적으로만 생성됩니다. 즉 시니어는 누구나 ‘건성 타입’ 피부를 갖게 됩니다.
그런데도 많은 시니어가 이틀이 멀다고 샤워를 즐깁니다. 그러면서 비누 거품을 낸 수건으로 마음껏 피부를 닦아내죠. ‘시니어 피부 관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나쁜 습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잦은 샤워는 시니어의 피부에 스트레스를 주고, 이것이 피부 노화를 촉진합니다. 이는 ‘뽀송뽀송한’ 피부를 지향하는 우리네 잘못된 상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전공의 수련 초기에 스승께서 하신 말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걸인(乞人, Vagabond)은 ‘이(Louse)’ 같은 기생충에 감염되기는 하지만, 우리가 통상 말하는 피부병은 없다.”
이 얘기는 필자가 피부과 전문의로 봉직하면서 아토피피부염 환자와 그 보호자에게 가장 많이 인용한 문구일 겁니다.
우리는 이를 영국 사진작가 도널드 매컬린 경(Sir Donald McCullin, 1936~)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73년 ‘선데이 타임스 매거진(The Sunday Times Magazine)’에 실린 피사인(被寫人)은 무려 15년 동안이나 물을 멀리한 노숙자(Homeless)입니다. 의학적으로 보면 ‘공수증(恐水症, Hydrophobia)’ 환자, 즉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이죠.
그런데 놀라운 것은 15년간 세수 한 번 하지 않았는데도 ‘때’ 밑에 백옥 같은 피부가 건재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뿐 아니라 두피(頭皮)에도 탈모 증상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래전 국내에서 손꼽히는 화장품 회사의 대표를 만나 미국이나 유럽 화장품 판매장에는 ‘스킨 오일 로션(Skin Oil Lotion)’이 잔뜩 진열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 역시 국내의 ‘스킨 오일 로션’ 시장 부재를 아쉬워하면서도 생활관습을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실토했습니다.
나이 들며 가려움증이 찾아오면 자다가도 깨어 긁게 되면서 수면의 질도 떨어집니다.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지요.
시니어 가려움증의 치유 방안으로 과도한 계면활성제(비누, 샴푸) 사용을 줄이고 ‘스킨 오일 로션’ 도포(塗布)를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은 그보다 더 좋은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아토피피부염으로 인한 가려움증으로 피부가 성할 날 없었던 지인은 샤워할 때 물로만 하거나 세제 사용을 번갈아 하고 머리도 비누로 감으면서 빠지는 머리카락 수가 3분의 1로 줄고 가려움증도 거의 없어졌다면서 여러 차례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을 통해 우리 시니어들도 가려움증에서 해방돼 쾌적한 삶을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