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 후 중장년은 그간 미뤄왔던 배움의 갈증을 채우며 온전히 자신을 위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중장년 상당수가 경제적 자립의 벽 앞에서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제 이력서 작성과 면접 태도, 직장 내에서 젊은 상사와 협업하는 방식 역시 ‘배움’이 필요하다.
풍부한 경험은 중장년의 강점이다. 하지만 이를 언제 어떻게 꺼내 보이느냐에 따라 재취업의 성공을 좌우한다. 실제로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50세 이상 구직자의 평균 구직기간은 10개월 이상으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길다. 또 중장년층 재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이전 직장보다 낮은 임금과 직급에서 다시 출발한다. 이런 이유로 이력서 작성, 면접 태도, 직장 내 협업 방식은 단순한 서류 절차가 아니라 재취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다. 이력서 어떻게 써야 할까?
권미경 커리어컨설팅 대표는 “이력서는 길이가 아니라 적합성이 승부를 가른다”며 “경험을 어떻게 선별하고 보여주느냐가 합격을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길게 쓰지 말고 핵심을 제대로

재취업 시장에서 중장년 구직자들이 가장 흔히 빠지는 함정은 ‘많이 보여주려는 욕심’이다. 수십 년간 쌓아온 경력을 빠짐없이 기재하다 보면 이력서는 장황해지고, 정작 기업이 찾는 핵심 능력이 묻히기 쉽다. 권 대표는 “이력서는 길이가 아니라 적합성이 승부를 가른다”며 기업의 직무와 가장 관련성 높은 경험만 선별해 최신순으로 간결하게 정리할 것을 당부했다. 예를 들어 총무직에 지원한다면 인사 업무 경험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총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자격증, 프로젝트, 성과만을 부각해야 한다. 경력 공백이 있는 경우에도 그냥 비워두는 대신 그 기간에 어떤 자기 계발을 했는지 기록하는 편이 유리하다.
그는 “봉사활동, 재취업 교육과정, 자격증 준비 등은 단절이 아닌 성장의 시간으로 보인다”면서 “누가 보더라도 ‘목표를 가지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보여줘야 좋은 이력서가 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모든 노력의 초점이 지원 직무와 연결돼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중장년의 강점은 풍부한 경험과 문제해결 능력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 나열하기보다 성과 중심으로 구조화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인다. ‘기업명, 근무 기간, 부서 및 직급, 업무 내용, 성과’ 순으로 작성하면 가독성이 좋아진다. 성과에는 네트워크 활용, 갈등 조정, 프로젝트 성공 사례 등을 간략히 덧붙여야 한다. 면접에서 추가 질문이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차’가 아니라 ‘성취’다. 단순히 몇 년을 근무했는지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무엇을 이뤘는지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STAR 기법(Situation(상황)-Task(과제)-Action(행동)-Result(결과))을 적용해 성과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신규 프로젝트 지연→ 일정 재조정→ 팀 간 조율 주도 → 납기 2주 단축’처럼 작성하면 실무능력이 명확히 드러나, 면접관 입장에서 확신을 갖게 된다.
면접장에서 드러나는 꼰대 이미지
재취업 면접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 중 하나는 ‘왜 다시 일을 하려는가’다. 이때 단순히 경제적 이유를 내세우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 나은 조건이 나오면 언제든 떠날 수 있겠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경제적 이유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사회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동료와 나누고 싶다’는 점을 강조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했다.
면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고집스러운 태도’다. ‘내가 해봤다’, ‘내 방식이 옳다’는 식의 태도는 꼰대 이미지를 강화한다. 반대로 겸손하게 배우려는 자세,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고 인정하는 태도는 좋은 인상을 남긴다. 면접관들이 중장년 지원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오랜 경험’이 아니라 ‘겸손과 융화’ 가능성이다.
면접 전략은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첫인상 관리(단정한 복장과 깔끔한 태도) △겸손한 자세(배우려는 태도와 조직 적응력) △진정성 있는 동기(협력과 체력적 자신감)다. 자기소개서에도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일관되게 녹여내 ‘나이는 많지만 지금도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해야 합격에 가까워진다.


젊은 상사와 일하는 새로운 기술
최근 재취업 시장에서는 30~40대 상사, 50~60대 부하 직원인 구조가 흔하다. 가장 자주 맞닥뜨리는 갈등은 ‘젊은 상사와의 협업’이다. 이는 ‘내가 더 많은 경험을 쌓았다’는 중장년의 우월감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지금은 ‘급여를 받는 직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위계를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이가 많다고 말투가 느슨해지면 금세 관계가 경직된다. 젊은 상사와의 대화에서 핵심은 존칭과 예의다. 군대에서도 나이 많은 부사관이 신임 장교에게 예의를 지키듯 말이다.
또한 젊은 상사의 리더십은 빠른 의사결정과 디지털 도구 활용에 강점이 있다. 따라서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즉시 배우려는 태도를 보이고, 비난이 있더라도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세대 간 간극을 줄이기 위해 상대의 문화나 관심사를 가볍게 이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내가 더 잘 안다’는 태도는 갈등만 키운다. 상사의 방식을 존중하면서 필요할 때만 경험을 조심스럽게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젊은 상사가 바라는 것은 중장년의 풍부한 경험을 필요할 때 꺼낼 수 있는 준비된 태도다.
두 번째 인생의 무대
경제적인 목적으로 재취업을 하지만 일을 지속하는 것은 배움을 지속하는 일이며, 자기 효능감과 성취의 기쁨을 이어가는 중요한 행위다. 행복한 노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경제활동을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취업은 쉽지 않다. 평균 구직기간은 계속 길어지고, 이전 직장과 비교해 임금과 직급을 낮춰야 하는 경우가 많다. 구직 실패가 반복되면 자존감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권 대표는 “재취업을 위한 도전을 멈추지 마라. 누군가는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면, 여러분에게도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끈기 있게 도전하길 응원했다.
다만 무작정 도전해서는 안 된다. 기업 분석과 직무 분석을 철저히 하고, 직무에 맞는 경험을 전략적으로 선별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담아야 한다. 면접에서는 ‘나는 여전히 성장할 수 있는 인재’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직장 생활에서는 젊은 상사의 리더십을 존중하며, 자신의 경험을 조심스럽게 나눌 때 비로소 ‘꼰대’가 아닌 협력자로 인정받는다.
결국 재취업의 목표는 단순한 경제활동의 복귀가 아니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에너지를 얻고, 동료와 함께 성장하며, 조직의 성과에 기여하는 과정이다. 꼰대 이미지를 벗고 유연한 동료로 자리 잡는 순간, 중장년의 경력은 과거의 짐이 아니라 미래의 자산으로 빛나게 된다.
도움말 권미경 (주)커리어컨설팅 대표30여 년간 채용 포털과 서치펌에서 B2B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프로세스 채용, 역량 평가, 전직(커리어 전환)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직업 카드, 생애 설계 자가 진단 도구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ㆍ개발하며, 개인과 조직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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