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실을 고려해 보험 상품 설명, 준법 준수 영역에서 인공지능(AI)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생명보험 전속설계사 평균 연령은 2000년 남자 36.0세, 여자 40.6세에서 2024년 남자 48.7세, 여자 51.8세로 약 12세 이상 높아졌다. 고령층 중심 구조가 커지면서 불완전판매 위험 증가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3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험설계사 고령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생명보험 전속설계사 연령 분포에서 60세 이상이 남성 19.9%, 여성 21.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30~40대 비중은 줄어 전체 구조는 '역삼각형' 형태로 바뀌었다. 20여 년 전만 해도 30~40대가 주요 연령층인 것과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보험설계사 고령화의 한 축은 장기 근속자 증가다. 보험설계사는 초기 1년 정착이 가장 어려운 직종이다. 잠재 고객 부족과 불안정한 수입 구조로 절반 가까이가 1년 이상 근속하지 못한다. 하지만 초반 1~2년을 잘 버티다 정착하면 영업 네트워크가 쌓여 장기 근속으로 이어진다. 실제 5년 이상 장기 근속자 비중은 2000년 남성 9.9%, 여성 25.2%에서 2024년 각각 35.7%와 36.1%로 증가했다.
또 다른 한 축은 신규 고령 설계자의 유입 증가다. 생명보험 보험설계사 시험 응시자 수는 2010년 약 9만 8000명에서 2024년 약 13만 9000명으로 증가했다. 동 기간 60세 이상 비율은 0.48%에서 10%로 증가했고 50대 비율도 10%에서 28%로 급증했다. 젊은 층의 유입 감소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맞물리면서 중·장년층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보험 상품 복잡성 증가와 설계사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고령 설계사의 경우 보험 상품에 대한 이해도나 최신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 2025년 상반기 금융민원 중 보험 비중은 49%로 가장 많았고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보험연구원 김석영 선임연구위원은 "고객에게 복잡한 보험 상품의 내용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이 요구되나 현실적인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고령 설계사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 보험 모집 단계 중 상품 설명 영역에 AI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며 "AI는 설명 오류를 줄일 수 있고 표준화된 정보를 제공해 설계사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설명 과정의 주체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