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덤벨을 가지고 매일 운동하던 친구가 크게 ‘부풀어 오른’ 팔뚝 근육을 자랑하는 걸 보고 많이 부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필자는 체력 향상을 위해 능동적으로 어떤 운동을 하는 데는 마음이 동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육체적 운동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청년기까지도 근육운동에 몰두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특별한 체력 단련 없이 하루하루를 병원에서, 연구실에서 지내며 청·중년기의 나날을 흘려보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연구실에서 다소 무거운 실험 기구를 옮기다가 허리에서 ‘꽝!’ 하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가 싶더니 바닥에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 엄청난 ‘척추 통증’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아직 젊은 30대였기에 이내 툭툭 털고 일어나 조심스럽게 하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지난 어느 날,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에 꼼짝달싹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하는가 싶어 내심 큰 걱정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담당 교수가 수술하기 전에 척추 근육 강화 운동을 시도해보자고 하기에, 그때부터 ‘능동적 근육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4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그 후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면 매일 ‘허리 근육 강화 운동’, 이른바 플랭크(Plank)를 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큰 허리통증 없이 근 반세기를 지낼 수 있었습니다.
2000년을 전후해서는 독일 알프스 지역에서 출발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국경 고산지대를 거쳐 이탈리아 북부 도시 메라노(Merano)까지 이어지는 ‘7박 알프스 등반’을 세 번이나 종주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 독일 베를린에 이르는 거리를 3주에 걸쳐 자전거로 완주하기도 했습니다. 허리 근육 강화 운동을 하기 전과 후가 그렇게 달랐던 것입니다.
허리통증을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척추를 에워싼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만들어낸 큰 성과입니다. 그런데 이를 의학적으로 분석해보면, 그 중심에는 바로 근육세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근육세포는 우리 몸통을 둘러싸고 있는 피부를 비롯해 체내 모든 기관 구석구석에 분포합니다. 이 근육세포에는 아주 특별한 특성이 있습니다. 운동 자극을 받으면, 그 자극에 반응해 커지거나 강해지는 능력이 그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등산하면 폐활량이 증가하는 것도 허파가 ‘근육세포 덩어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에는 신경세포 등 엄청나게 많은 세포가 있지만, 유일하게 근육세포만이 일정한 자극에 되살아나는 반응을 보입니다. 운동선수가 매일 꾸준히 운동하는 것은 바로 근육세포에 자극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나이와 무관해서 더욱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70대, 80대 시니어도 청년들이 덤벨 운동을 하듯 자신의 체력에 맞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운동하면 그만큼 근육세포가 활성화됩니다. 이는 시니어가 가슴에 담아둬야 할 유용한 지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시니어의 건강 문제가 근육이나 골격하고만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를 비롯해 체내 다양한 호르몬 작용에서 오는 여러 증상과 질병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니어는 시각적으로 볼 때, 체형을 잡아주는 근골계의 역할이 문제 되는 경우가 가장 빈번합니다. 각종 임상 통계를 봐도 그렇습니다.
근육세포는 어떤 의미에서 절대로 홀로 죽지 않고, 몸의 주인과 명을 같이하는 참으로 기이하고 별난 세포가 분명합니다. 시니어가 꾸준히 운동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