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열차로 추위 피해 남쪽으로” 中 고령층서 유행

입력 2026-01-23 07:00

하얼빈서 따뜻한 하이난까지 이동… 겨울마다 장기체류 고령 여행객 늘어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중국 노인들의 여가생활 중 하나로, 겨울철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이동해 지내는 ‘계절 체류’가 하나의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지난 20일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혹한의 북부 지역을 떠나 온화한 남쪽에서 겨울을 보내는 노년층의 이동이 해마다 반복되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 바로 이른바 ‘철새 열차’라고 기사는 소개했다.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출발해 남부의 열대 섬 하이난으로 향하는 Z114/111 열차는 겨울이 되면 고령 승객들로 채워진다. 눈 덮인 하얼빈 서역을 떠난 열차는 48시간 동안 중국 대륙을 가로질러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간다. 2009년부터 운행돼 온 이 열차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노인들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철새 열차’라는 별칭을 얻었다.

전체 승객의 90% 이상이 노인인 이 열차 안 모습은 일반 열차와는 사뭇 다르다. 바둑판을 펴고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할머니들은 손주 사진을 꺼내 놓고 담소를 나눈다. 열차 측은 화장실에 손잡이와 비상 호출 장치를 설치하고, 응급 변기와 보조 의자, 돋보기와 바느질 도구 등을 비치하는 등 고령 승객에 맞춘 환경을 갖췄다. 식당칸 역시 기름기 적고 부드러운 음식, 죽과 오래 끓인 국 위주로 메뉴를 조정했다.

열차에 탑승한 71세 은퇴자는 “겨울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이 열차를 기다리게 된다”며 “추위를 피하는 것만이 아니라, 더 편안하고 질 높은 노후 생활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넘게 겨울마다 하이난에서 지내고 있다. 또 다른 승객은 매번 하이난 지역에 아파트를 임대해 겨울을 보내며 “장소를 옮길 때마다 새로운 삶을 사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열차의 한 근무자는 “2018년 이후 겨울철 하이난행 고령 승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매년 10월이면 철새 열차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젠 휠체어 고정 장치를 확인하고, 멀미약까지 직접 챙기며, 승객들의 특이사항을 수첩에 기록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그는 “예전에는 음식을 잔뜩 싸 오던 노인들이 이제는 식당칸 음식을 즐기고, 놀거리나 악기를 챙겨와 여유를 즐긴다”며 열차 풍경의 변화를 전했다.

이 같은 노년층의 계절 이동은 특정 열차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억2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6%를 차지했다. 이는 규모와 비중 모두 사상 최고치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이 인구는 향후 10년간 매년 1000만 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5년에는 실버경제가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하이난 남부의 대표 도시 싼야는 이러한 계절 이동의 주요 목적지. 판웨이정 싼야시 부시장은 “싼야는 온난한 기후라는 자연적 조건과 함께 공공서비스 체계와 의료보장 네트워크가 점차 완비되면서, 고령자들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며 “이 같은 조건 속에서 매년 추위를 피해 ‘철새’처럼 이동해 겨울을 나는 노년층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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