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1

‘빨간 머리’ 벗은 김준수의 성숙미, 4인 4색 ‘드라큘라’

입력 2026-09-01 06:00

[관객의 시선] 400년을 뛰어넘은 사랑 이야기

▲전동석 공연사진.(오디컴퍼니)
▲전동석 공연사진.(오디컴퍼니)

화려하고 웅장한 뮤지컬로 사랑받은 ‘드라큘라’가 2024년 10주년 공연 이후 2년 만에 돌아왔다. 브램 스토커의 소설 속 흡혈귀를 애절한 사랑의 주인공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피를 빨아 생명을 이어가는 괴물이 아닌, 400년 동안 한 사람을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는 관객의 마음을 빨아들인다.

◇공연 소개

(오디컴퍼니)
(오디컴퍼니)

일정 10월 18일까지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연출 데이비드 스완

출연 •드라큘라 : 신성록, 김준수, 전동석, 고은성 •미나 : 조정은, 박지연, 김환희 •반헬싱 : 강태을, 임정모 •조나단 : 진태화, 임현준 •루시 : 이예은, 이아름솔 외

러닝타임 165분(인터미션 20분 포함)

관람료 VIP·OP석 18만 원, R석 15만 원, S석 11만 원, A석 8만 원

◇관람 포인트

ㆍ400년을 뛰어넘은 드라큘라의 애절한 사랑.

ㆍ4중 턴테이블과 웅장한 넘버가 만드는 압도적인 무대.

ㆍ4인 4색으로 만나는ㅁ 매력적인 드라큘라.

ㆍ영생과 영원한 사랑이 현시대에 던지는 질문.

▲반 헬싱 역의 임정모 공연사진.(오디컴퍼니)
▲반 헬싱 역의 임정모 공연사진.(오디컴퍼니)

◇REVIEW

400년 전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드라큘라는 죽음을 거부한 채 영원한 삶을 살아간다. 긴 세월 끝에 그는 아내의 환생인 미나와 운명적으로 재회한다. 오랜 세월 쌓인 슬픔과 그리움, 되찾은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는 집착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다만 이 같은 ‘드라큘라’의 스토리는 다소 유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흡혈귀의 사랑이라는 설정과 시대적 배경에서 비롯된 일부 장면이 낭만적이고 고전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빠르게 교차하면서 캐릭터의 감정선이 충분히 쌓이지 못한 채 전개되는 부분도 있다는 평이다.

서사의 아쉬움을 채우는 것은 무대와 음악이다. ‘드라큘라’의 대표적인 볼거리인 4중 턴테이블과 20개의 거대한 기둥 세트가 중심인 입체적인 무대 연출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음악이 어우러지며 작품의 매력을 끌어올린다.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극의 중심을 이끄는 드라큘라를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인상이 달라진다. 이번 여섯 번째 시즌에는 신성록, 김준수, 전동석, 고은성이 드라큘라 역을 맡았다. 네 배우는 각기 다른 매력으로 400년 동안 이어진 사랑의 애절함을 표현한다.

신성록은 강렬함과 처연함을 오가며 드라큘라의 여러 얼굴을 보여준다. 김준수는 초연부터 전 시즌을 함께 해온 작품의 상징적인 존재다.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고은성은 좀 더 부드럽고 서정적인 해석으로 드라큘라를 완성했다. 기자는 전동석의 ‘드라큘라’를 관람했다. 186㎝의 큰 키와 날렵한 실루엣은 고전적인 드라큘라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목소리다. 성악을 전공한 배우답게 탄탄한 가창력을 바탕으로 묵직하면서도 품격 있는 드라큘라를 그려낸다.

‘드라큘라’는 막이 내린 뒤에도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이다. 한동안 드라큘라의 목소리와 그가 부른 노래가 귓가를 맴돈다. ‘삶’과 ‘웰다잉’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 장수 시대,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의미를 더한다.

‘죽음이 없는 삶’과 ‘이별이 없는 사랑’은 과연 축복일까. 드라큘라의 이야기를 통해 오히려 끝이 있기에 소중한 삶과,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김준수 공연사진.(오디컴퍼니)
▲김준수 공연사진.(오디컴퍼니)

◇빨간 머리와 작별한 김준수

초연부터 지금까지 전 시즌에 빠짐없이 출연한 김준수는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그는 초연 당시 무대장치 개선에 대한 의견을 냈고, 이는 현재의 4중 턴테이블 무대가 완성되는 기반이 됐다. 또한 드라큘라가 미나에게 자신의 사연을 직접 전하는 넘버를 제안하면서 ‘그녀(She)’가 탄생했다.

김준수는 그동안 ‘드라큘라’에 출연할 때마다 강렬한 빨간 머리로 무대에 올랐다. 세계 유일의 빨간 머리 드라큘라였다. 그러나 10주년 공연을 끝으로 그는 빨간 머리와 작별을 고했고, 이번 시즌부터 흑발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김준수는 “개인적인 해석으로 빨간 머리를 했는데, 나이가 든 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좀 더 클래식한 드라큘라를 보여드리고 싶은 저의 결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불혹에 접어든 김준수의 ‘드라큘라’에는 한층 깊어진 연륜이 묻어난다. 그가 ‘드라큘라’와 함께 써 내려갈 앞으로의 시간 역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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