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국민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다. 만성적인 요양 인력 부족 속에서 현장을 지탱하기 위한 해법으로 로봇과 ICT(정보통신 기술), AI를 적극 도입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 선두에 선 곳이 도쿄도 오타구의 사회복지법인 젠코카이다. 2013년 일본최초 수준의 ‘개호로봇연구실’을 설치한 이후, 10여 년간 다양한 돌봄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며 ‘사람과 기술이 함께하는 돌봄’을 실현해왔다.

젠코카이(善光会)가 운영하는 산타페 가든힐즈는 특별양호노인홈 ‘플로스 히가시코지야(フロース東糀谷)’를 비롯해 장애인 복지 서비스와 데이 서비스(주간 돌봄 서비스) 등을 갖춘 복합 복지시설이다. 시설 전체 이용자는 380명이 넘으며, 이 가운데 특별양호노인홈 정원은 180명이다.
특별양호노인홈 플로스 히가시코지야의 우노(宇野) 부시설장을 만나 로봇과 ICT를 도입하게 된 배경과 현장에서 체감한 변화, 그리고 기술과 사람이 공존하는 돌봄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10년 앞을 내다본 도전
우노 부시설장이 젠코카이에 입사한 것은 2019년이다. 젠코카이는 그보다 훨씬 앞선 2013년 8월, 법인 내에 ‘개호(介護)로봇연구실’을 설치하며 요양 현장에 필요한 로봇과 ICT 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는 ‘산타페 종합연구실’로 확대·개편됐다. 우노 부시설장은 특별양호노인홈 ‘플로스 히가시코지야’의 현장 운영을 총괄하며, 개호 로봇과 ICT 기기의 도입 및 활용을 이끌고 있다.
개호로봇연구실의 출발점은 해마다 심화되는 요양 인력난 속에서 ‘이대로는 돌봄의 질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었다. 우노 부시설장은 “현장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로봇을 쓰고 싶었다”는 것이 당시의 문제의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젠코카이는 연구실을 만들기 전부터 다양한 개호 로봇을 도입해 운영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활용하기 어려운 기기가 많았다. 이에 로봇 개발 기업과 대학 연구진이 개발 단계부터 현장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공동연구 체계를 구축했고, 기술을 현장에 맞게 발전시켰다.
현재 산타페 종합연구실은 기업이 개발한 로봇과 ICT 기기를 실제 요양 현장에서 시범 운영하며 사용성과 효과를 검증하고, 그 결과를 개발사에 다시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우노 부시설장은 “현장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업과 대학에 제공하며 함께 기술을 발전시키는 체계를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오퍼레이션의 모범이 된다’는 것은 젠코카이가 오랫동안 내세워온 운영 철학이다. 연구 조직 역시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기술과 현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용자와 직원 모두의 행복 위해
젠코카이가 테크놀로지를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이용자와 요양 직원, 양쪽 모두의 행복’이다. 과거에는 업무 효율화 자체가 목적이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현재는 그 이상을 바라본다고 우노 부시설장이 말했다.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시간을 단축하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그렇게 생긴 시간으로 이용자와 더 많이 소통하고, 돌봄의 질을 높이는 것이 진짜 목적입니다.”
이 같은 철학은 야간 돌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우노 부시설장이 지금까지 도입·검증한 여러 개호 로봇과 ICT 기기 가운데 가장 효과가 컸다고 꼽는 것은 야간 모니터링 지원 기기다. 도입 이전에는 직원이 1~2시간마다 병실을 돌며 어두운 방 안에서 이용자의 호흡과 심장박동을 직접 확인해야 했다. 이는 직원들에게 큰 부담이었을 뿐 아니라, 잠든 이용자들이 인기척에 잠을 깨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현재는 배뇨 시점을 예측해 알려주는 ‘DFree’, 매트리스 아래에 설치해 수면 상태와 호흡·심박을 감지하는 ‘수면 커넥트(일본명:네무리 커넥트)’ 등 센싱 기기를 활용해 컴퓨터 화면으로 이용자의 상태를 실시간 확인한다. 직원이 병실에 직접 들어가는 경우는 2~3시간마다 필요한 체위 변경 등으로 줄었고, 그 외에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용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밤중에 반복적으로 인기척을 느끼지 않게 되면서 이용자 수면의 질도 자연스럽게 향상됐다.
특히 DFree는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 배뇨 가능성을 예측해 알려줘, 이용자별 상태에 맞춘 화장실 유도가 가능하다. 정해진 시간마다 일률적으로 순회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별 컨디션에 맞춘 돌봄이 가능해진 것이다. 실제로 이 시설에서는 기기 도입 전 평균 5회였던 야간 배뇨 보조 횟수가 도입 후 3회 안팎으로 약 40% 감소했다. 불필요한 이동과 실금 사례가 줄면서 직원들은 치매 이용자 대응 등 더욱 세심한 돌봄에 시간을 쓸 수 있게 됐다.

정보를 하나로, 스마트 케어 플랫폼 ‘SCOP’
DFree와 수면 커넥트처럼 제조사가 다른 기기를 함께 사용하다 보니 기기마다 관리 시스템이 달라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젠코카이는 스마트 케어 플랫폼 ‘SCOP(Smart Care Operating Platform)’를 자체 개발했다. 여러 개호 로봇과 ICT 기기에서 수집한 정보를 하나의 화면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현장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기록 방식이다. 과거에는 종이에 기록한 내용을 사무실로 돌아와 다시 컴퓨터에 입력해야 했지만, 지금은 아이패드로 현장에서 바로 기록할 수 있다. 유닛(생활 단위)별 이용자 10명의 정보를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어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 SCOP는 젠코카이 시설뿐 아니라 다른 요양 사업자에게도 보급하고 있다. 전담 운영 인력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약 1000개 사업소에서 활용 중이다.

새로운 기기를 도입할 때마다 직원들 사이에서 적잖은 불안과 저항도 있었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업무 방식을 바꾸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우노 부시설장은 “이 기기를 사용하면 이런 점이 좋아진다는 효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작은 성공 사례를 하나씩 쌓아가며 현장의 신뢰를 얻는 방식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젠코카이는 2019년 ‘스마트 개호사’ 민간 자격제도를 만들었다. 현재는 다른 요양기관 종사자를 포함해 약 1만 3000명이 자격을 취득했다. 단순히 로봇이나 AI 사용 방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요양 현장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이해하고 현장 도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람과 기술이 만드는 돌봄의 미래
젠코카이는 이용자별 데이터를 활용해 ‘요양 아웃컴(성과)’을 가시화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낮 동안 충분히 햇볕을 쬐도록 도와 밤에 더 깊이 잠들게 된 변화도 이제는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직원들도 자신의 돌봄이 실제 성과로 이어졌음을 확인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노 부시설장은 데이터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데이터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나와도 왠지 오늘은 상태가 이상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나중에 그 느낌이 데이터에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죠. 아무리 AI가 발달해도 그분의 표정이나 시선, 평소와 다른 미묘한 변화까지 읽어내는 것은 역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신뢰 관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같은 질문이라도 신뢰하는 직원에게는 솔직하게 답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속마음을 좀처럼 털어놓지 않는 이용자도 있다. 결국 데이터에 기반한 돌봄과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사람의 감각은 서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며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노 부시설장은 로봇과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이용자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그 변화를 함께 기뻐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테크놀로지가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도입 과정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종사자들이 필요성을 공감하고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상향식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이 기기를 쓰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현장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현장에 들어가지 않은 관리자는 그 필요성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법입니다. 결국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야만 도입이 결실을 맺습니다.”
한국 역시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요양 인력 부족이라는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우노 부시설장은 한국의 요양 현장에서도 기술은 어디까지나 목적이 아닌 도구이며,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이용자와 직원 모두의 행복’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전했다.
“테크놀로지는 인간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요양보호사가 자부심을 갖고 더욱 인간답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파트너입니다.”
젠코카이가축적한 경험은 같은 과제를 마주한 한국의 요양 현장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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