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전통적인 인생 흐름은 삶의 전성기를 찍고 내려오면서 안정적으로 생을 마무리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많은 은퇴자가 예상보다 긴 노후 생활을 앞두고 경제적 불안을 호소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은퇴의 정석이 필요하다
15년 전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입시전형 분석 자료 ‘교육의 정석’이 뜨거운 반응을 모은 적이 있다. ‘당신의 자녀, 명문고ㆍ명문대에 보내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쏙 들어오는 보고서는 교육 관련 주식 분석 애널리스트가 작성해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수학의 정석으로 공부하고, 자녀 교육을 위해 교육의 정석을 구했던 열정만큼 이제는 노후라는 긴 시기를 앞두고 은퇴의 정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오랜 사회생활을 해왔지만 정작 ‘은퇴 후 돈 관리’에 대해서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데 있다. 입시 위주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에서는 내 삶에 필요한 금융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예비) 은퇴자들이 쉽고 실용적으로 돈을 지켜갈 수 있도록 현실적인 내용을 정리해본다.
돈의 흐름을 바꾸는 시점
사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삶의 흐름이 바뀌는 전환점이다. 지금까지는 일해서 돈을 벌었다면, 이제는 모아놓은 돈으로 살아가는 삶이 시작된다. 바꿔 말하면 자산이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하고 오랫동안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연금은 물론, 퇴직연금, 개인연금, 예ㆍ적금, 부동산 임대소득 등 나의 모든 자산을 월 단위로 '월급처럼' 설계해야 한다. 예전처럼 ‘돈 모으기’가 아닌, ‘돈 흐름 짜기’를 시작해야 한다. 대부분 힘들게 모은 자산을 허무는 것에 거부감이 들지만, 계획 없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면 갑작스럽게 큰돈이 필요한 경우나 원치 않은 시기에 자금이 끊길 수도 있다.
현금 흐름 만들기
Step 1 : 은퇴 후 가장 당황하는 부분은 생활비가 예상보다 많이 든다는 데 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고정비’다. 매달 빠져나가는 통신비, 보험료, 차량 유지비, 의료비 등을 우선 점검해보자. 꼭 필요한 생활비와 없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여유 생활비로 나눠보자
Step 2 : 예ㆍ적금, 펀드, 저축성 보험, 개인연금, 주식, 신탁, 퇴직연금, 부동산 등 자산 전체를 확인한다.
Step 3 : 필수 생활비는 노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현금흐름이다. 의식주와 관련된 비용은 평생 확보되어야 한다. 여유 생활비는 취미생활이나 여행 등 은퇴 후 풍성한 삶을 위해 필요하다.
Step 4 : 급한 목돈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서 비상 자금을 따로 구분해 관리하는 것이 좋다. 비상 자금은 통상 월 생활비의 3~6개월 치가 적당하다.
현금흐름을 만드는 금융상품, 월배당 ETF
현금흐름을 만드는 상품으로 월배당 ETF가 있다. 먼저 ETF(상장지수펀드)는 주식시장에 상장돼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되는 펀드다. 쉽게 말하면 여러 주식을 모아 놓은 묶음 상품으로, 그 중 월배당 ETF가 인기가 많다. 배당은 기업 이익의 일부를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배당을 주는 상품에 투자하면 이익 일부를 받는다. 주식이면 배당을, 채권이면 이자를, ETF면 분배금을 받는다. 상품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실체는 거의 비슷하다.
월배당 ETF의 종류에는 주식형, 채권형, 리츠형 등이 있어 본인 투자 성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고르면 된다. 이를테면 ETF가 부동산이라고 한다면 월배당은 월세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쓸모 있는 TIP
은퇴 후 돈 관리는 거창한 투자가 아닌, 매달 들어오고 나가는 돈을 눈에 보이게 정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지금 바로 계좌 내역, 신용카드 사용명세서를 열어 지난 세 달간 지출을 정리해보자. 숫자는 정직하다. 내 돈의 흐름을 알았다면 통장 2~3개를 용도별로 나눠 생활비, 여유자금, 비상자금으로 관리해보자. 작지만 구체적인 첫걸음이 ‘돈 걱정 없는 은퇴’의 출발점이 된다.
인생 후반전, 이제는 당신만의 ‘은퇴의 정석’을 만들어갈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