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인생]남자 피부관리사·스마트봉운동…내 인생 2막은 도전의 연속

기사입력 2014-02-05 17:04 기사수정 2014-02-05 17:04

공무원서 ‘스마트봉 운동’강사로 변신한 주상숙 씨

주상숙(66) 씨는 자체 개발한 스마트봉운동으로 예순이 넘은 나이에 새롭게 인생 후반전을 시작했다. 더 캐고 들어가면 그의 이력은 좀 별난 구석이 있다. 듣도 보도 못한 스마트봉운동을 개발한 데 이어 피부미용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어서다.

남자 피부미용사라고? 보통 ‘피부미용사’ 하면 금남의 영역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게다가 전직은 전혀 이쪽 분야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공무원이라니… 흥미진진할 것 같은 이 남자의 인생 스토리에 어찌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까.

◆‘금남의 영역’이던 피부관리사에 도전

“퇴직할 무렵 몸이 안 좋았어요. 고혈압, 목 디스크, 퇴행성관절염에 소화불량, 이명, 비만도 있었고요. 그래서 은퇴 후 건강관리를 위해 헬스클럽을 다니면서 발 관리, 경락 마사지, 스포츠 마사지, 쑥뜸, 척추 교정, 다이어트 식이요법 등 여러 분야를 공부했습니다. 그러다가 피부미용사 국가 공인 자격증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 이거구나’ 싶었죠.”

주 씨의 전직은 경북도청 공무원. 7급 주사보로 시작해 꼬박 30년을 채우고 6년 전, 정년퇴직을 했다. 나이 육십에 아무 준비 없이 나오고 보니 막막할 뿐이었는데 우연히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다.

“이전까지 자유업에 속하던 피부 관리 분야가 2008년 국가 자격증이 신설되면서 전문직종이 된 거예요. 새로운 일을 하고 싶던 참에 바로 도전에 나섰죠. 그 길로 문제집을 사서 피부학, 화장품학, 피부관리기기학, 공중보건학 등을 독학으로 공부하고 필기시험을 쳤습니다.”

생소한 과목이긴 했으나 워낙 암기에 자신 있던 그는 한 번에 통과했다. 문제는 실기시험이었다. 혼자 공부하기엔 한계가 있어 피부미용학원에 등록했지만 젊은 여성 교육생들이 남자, 그것도 나이 많은 사람과 같이 실습하려 하지 않았다. 여성 마사지 모델을 구하기가 꽤 힘들었단다. “2시간에 2만원, 돈을 주면서까지 아르바이트 모델을 썼어요. 모델이 없을 때는 시중에서 구한 마네킹을 가지고 연습했습니다.”

기술을 익히는 것 외에도 어려운 점은 또 있었다. “얼굴뿐 아니라 목, 팔, 다리 마사지도 해야 하거든요. 거의 반라의 여성 모델을 처음엔 눈이 부셔 쳐다보지를 못하겠더라고요. 눈을 어디다 둘지 난감했죠, 솔직히….”

20대 젊은 여성 지원자들 사이에서 주 씨는 실기시험에 당당히 한 번에 합격했고 2009년 5월 피부미용사 면허증을 취득했다. 그동안 이 모든 일은 아내 모르게 저질렀다. 자격증을 내보이며 피부관리숍을 차리겠다고 하자, 아내가 펄쩍 뛰었단다. 남자로서 할 일이 못 된다는 거였다. 그는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해 7월,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0만원을 투자해 20평짜리 피부관리숍을 창업했다.

◆‘100세 건강 스마트봉운동’ 직접 개발

그의 가게는 꽤 성업했다. “고객의 90%가 여성이라서 숍 운영이 쉽진 않죠. 창업 초창기엔 파리만 날렸어요. 주 고객층이 여성인데 나이 많은 남자 피부관리사에게 얼굴과 몸의 마사지를 맡긴다는 게 어째 선뜻 내키진 않았을 테니까요.”

하지만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마사지가 고객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하며 호응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피부 관리뿐 아니라 경락마사지, 자세 교정, 식이요법 등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 해박한 지식으로 고객의 건강 문제를 해결해 줬더니 1년쯤 지나자 입소문을 탄 가게에 단골손님이 끊이지 않았다고. 주 씨의 인생 이모작은 피부미용에서 끝나지 않는다.

“피부관리숍을 운영하며 건강 관련 공부를 계속하다 보니 나름대로 건강 이치를 터득하게 됐어요. 나이가 들면 몸이 굳어지고 골격과 자세가 틀어져 몸이 아프며 여러 가지 질병이 온다는 것을 깨달았죠. 내 스스로 뭉친 근육을 풀고 골격을 바로잡는 운동 방법은 없을까 연구하게 됐습니다.”

그가 개발한 일명 ‘100세 건강 스마트봉운동’. 도구와 자기 체중을 이용해 주로 누워서 하는운동이다. PVC 파이프에 보온재를 덧대고 인조가죽을 감싸 만든 지름 9cm·길이 50cm의 작은 스마트봉에 그의 원대한 꿈이 걸려 있다.

“스마트봉 운동을 통해 굳은 근육은 풀리고 틀어진 목, 어깨, 등, 허리 골반 등의 골격이 바로 잡히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운동법으로 저부터 효과를 톡톡히 봤거든요. 우선 고혈압 약을 끊었고요. 고관절을 바로잡고 목 디스크도 해결했어요.”

가족, 친구들, 피부관리숍 고객에게도 권유해 봤더니 스마트봉운동 효과가 입증됐더란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특허 출원과 상표등록 출원을 신청했다. 또 운동법을 알리기 위해 문화센터 50곳에 강좌 개설을 제안했다. 그러나 처음 들어보는 이 운동법에 관심을 가지고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러던 중 운 좋게 한 문화센터에 요가선생 ‘대타’ 자리가 났고 회를 거듭할수록 운동 효과를 본 사람들의 입소문이 전해지면서 그의 강좌 수강생은 점점 더 늘어났다. 이를 계기로 주 씨에게 여러 문화센터에서 스마트봉운동 강좌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주 씨의 향후 목표는 ‘강사 양성’이다. 스마트봉운동 강사를 배출해 더 많은 사람이 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보급하고 대중화를 이루겠다는 심산이다. 최종 목표는 동네 주민들과 함께 인근 농촌에 ‘자연건강마을’을 조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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